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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한 편 한 편이 방송으로 전파되고 나면 화젯거리가 생긴다. ‘압구정 백야’ 한 편이 방송되고 나면 그 다음 날까지 드라마와 관련된 단어와 임성한 작가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그녀의 드라마를 한 번도 보지 않는 사람도 ‘압구정 백야’가 ‘막장 드라마’라는 사실을 다 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이유는 일반 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파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 미신, 귀신과 같은 현대 과학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한다. 이미 2011년에 방영된 ‘신기생뎐’은 점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할머니 귀신과 빙의 장면 횟수가 많아졌고, ‘신귀생뎐’이라는 시청자들의 조롱이 섞인 우스운 별명도 나왔다. ‘오로라 공주’는 그간의 죽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인물이 죽거나 하차했다.

 

‘압구정 백야’도 이전에 나온 작품들과 끔찍하게 닮았다. 등장인물들이 연달아 죽어나간다. 지난주 84회(2월 10일 방영)에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분)는 남편과 친오빠를 잃은 충격으로 자살 시도를 하기 위해 바닷물에 뛰어들어 외친 대사가 압권이다. “신이 있나요? 있다면 나랑 맞짱 한 번 뜨세요.” 작가는 영화 <러브레터>의 ‘오겡끼데스까?’와 맞먹는 인상 깊은 명대사 하나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튼 신과 싸우자고 선전포고하는 여주인공의 대사 한 마디 덕분에 지난주도 대중의 이목을 드라마로 향하는 데 성공했다.

 

‘임성한 월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람의 삶과 죽음, 팔자가 모두 신의 소관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간혹 드라마 대사 속에 ‘신’이 언급될 정도이니 작가의 종교관이 무척 궁금하다. 작가의 가치관이 작품에 투영될 수 있다지만 대놓고 시청자들에게 주입하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반면 소설가 로드 던세이니‘페가나 월드’에 사는 신들의 팔자는 시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던세이니는 기존의 신들이 나오는 이야기의 전형적인 플롯을 파괴한다. 신들은 자신들을 숭배하지 않거나 모독하는 인간에게 벌을 내리고,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올림포스의 제왕 제우스는 신의 영역을 넘는 자에게 벼락을 내리치고, 그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시간을 지배했다. 페가나에 사는 신들도 그리스 신화 속 신들처럼 인간의 인생 하나하나에 영향을 끼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던세이니는 평화로운 신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인물 하나를 불러들인다. 1905년에 발표된 단편집 《페가나의 신들》(페가나북스, 2011)에 처음으로 등장한 최고의 신 마나-유드-수샤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던세이니의 두 번째 단편집이자《페가나의 신들》의 속편인 《시간과 신들》(Time and the Gods, 페가나북스, 2012)은 전작에 비해 신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시간’이다. 페가나의 신들은 자신들이 시간과 세상의 주인이라고 믿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히 페가나의 신들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중요 인물이다. 하지만 신들의 자만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야기 초반부에 시커먼 모습에, 양손에 피투성이고 붉은 검이 매달린 시간이 등장해서 신들에게 경고한다.

 

시간은 슬그머니 그 얼굴을 훔쳐보고는 핏방울 떨어지는 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신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신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멸망시킨 그가 언젠가 자기들마저 죽일지 모른다는 새로운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하여 새로운 울부짖음이 황혼 속을 퍼져갔다. 신들은 꿈의 도시에서 바치는 만가(輓歌)를 불렀다. (로드 던세이니 《시간과 신들 1》 중에서, 11쪽)

 

《시간과 신들》에 나오는 시간의 모습은 흡사 크로노스와 유사하다. 한 손에 거대한 낫을 들고 다니는 모습으로 많이 알려졌다. 크로노스의 낫이 시간을 베어버리듯이 페가나 월드를 지배하는 시간은 역으로 신들의 운명과 그들이 사는 세계마저 검으로 파괴한다. 시간이 모든 것들을 ‘무’(無)로 만들어버린다면, ‘운명’과 ‘우연’이라는 두 기사가 신들의 세계를 움직인다. 《시간과 신들》 2권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두 기사는 체스와 비슷한 게임을 한다. 체스판 위에는 게임의 말은 신이고, 먼지는 신들이 사는 세계가 된다. ‘운명’과 ‘우연’의 기사가 게임의 말을 옮기면 신들도 따라 움직인다. 먼지가 피어오르면 세계는 해가 뜨고 지면서 하루가 지나간다. 페가나의 신들은 이 먼지가 자신들이 흩뜨렸다고 말한다. 신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조종하는 거대한 불가항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시간과 신들》의 이야기 구성 방식을 보면 먹는 것과 먹히는 대로 순서대로 연결한 먹이사슬 비슷한 구조가 눈에 띈다.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된 인간과 신들은 피식자-포식자 관계에 놓여 있다. 인간은 신의 영역을 거스르거나 함부로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의 위험한 호기심은 신들의 세계를 위협한다. 신들은 인간보다 월등하고 초인적인 존재이기에 인간의 호기심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신보다 더 센 놈들이 있었으니 바로 검을 들고 다니는 ‘시간’, 그리고 ‘운명’과 ‘우연’의 기사다. 제아무리 위대한 신이라도 세 명 앞에서 쩔쩔맨다. 페가나를 지배하는 주신 마나-유드-수샤이도 예외가 아니다. 신마저도 폐허로 종착 되는 운명의 순리를 피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된다. 《시간과 신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먹이사슬 과정을 피라미드 형태로 그린다면 제일 밑에 있는 것이 인간, 중간은 신, 제일 꼭대기에 ‘시간’, ‘운명’, ‘우연’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신도 ‘시간’, ‘운명’, ‘우연’처럼 모든 것을 지배하는 힘을 갖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안 될 걸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위대한 것처럼 여기는 정신승리에 쉽게 도취한다. 1912년에 발표된 《The Book of Wonder》에 수록된 ‘추부와 셰미시’(Chu-Bu and Sheemish)라는 짤막한 소설은 추부와 셰미시라는 두 명의 신이 인간의 숭배를 받기 위해 서로를 조롱하고 충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우습다. 작은 지진이라도 일으키면 위대한 신이 내리는 기적 행세를 할 수 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둘 다 지진을 일으키지 못한다. 우연히 일어난 지진 덕분에 추부와 셰미시는 자신들의 체면을 가까스로 살리는 데 성공한다.

 

 

 

 

 

 

 

 

 

 

 

 

 

 

 

 

 

만약에 니체가 《시간과 신들》을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니체는 신이 죽었음에도 인간은 수 세기 동안 신의 그림자가 떠도는 동굴 속에 살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보다 자신들이 만든 임의의 기준과 척도에 따라 존재를 파악하려고 한다. 정작 자신이 그 같은 인식상의 오류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페가나의 신들은 시간의 무시무시한 힘을 알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영원불변의 존재로 남고 싶어 한다. 시간, 운명, 우연의 존재가 있다면 맞짱 한 번 뜰 기세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 싸움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막연한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서 신들은 불가항력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인간 앞에서 센 척한다. 그리고 페가나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페가나의 신들은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적 양심이 결여’되어 있다. 마치 스스로 날조해낸 것에 지나지 않은 천상의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모습과 꽤 닮았다. 니체는 던세이니의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것 봐, 신은 죽었다니까! 신이 살아있으면 나랑 맞짱 한 번 뜨자!”

 

 

 


※ 페가나북스에 번역한《시간과 신들》은 완역이 아니다. 원작은 총 2부로 이루어졌는데 1부는 두 권의 전자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2부는 ‘왕의 여행’이라는 외전 성격의 중편이 실려 있다. 페가나북스는 2부에 있는 중편을 제외하고 원작을 번역했는데, 2부의 중편을 페가나 세계관을 다룬 단편들만 모은 작품집에 따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 ‘추부와 셰미시’는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 19번째 책 《톨킨의 환상 서가》(황금가지, 2005)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설명하는 내용에 오류가 있다. 던세이니의 《The Book of Wonder》를 1921년에 나왔다고 소개했는데 숫자가 뒤바뀌었다. 정확한 발표연도는 1912년이다. 1918년에 《The Book of Wonder》라는 동명의 책을 출간했는데 이는 《시간과 신들》과 1912년에 발표된 작품을 합본한 것이다. 유일하게 던세이니의 작품을 전자책으로 많이 만든 페가나북스 출판사는 던세이니의 작품 목록(시, 희곡, 에세이 등 제외)을 부록으로 실었는데 《The Book of Wonder》의 발표연도를 정확하게 소개했다. 페가나북스는 던세이니의 작품을 많이 출간하는 것을 목표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알라딘에 검색하면 페가나북스에서 만든 일부 전자책에 출판사명으로 ‘유페이퍼’라고 나온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페가나북스가 맞다. ‘유페이퍼’는 페가나북스 공식 홈페이지의 도메인 이름이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가 하지 않은 일, 그리고 돈 되지 않은 일을 하는 페가나북스의 노고가 장르문학 마니아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페가나북스에서 지금까지 전자책으로 펴낸 장르문학 작품은 공식 홈페이지에 확인할 수 있다.

 

 

페가나북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upaper.net/peg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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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노블우드 클럽 5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은 범인과 탐정의 조수 및 동료이다. 탐정의 동료에 형사도 포함된다. 형사가 추리소설의 주인공, 그러니까 주연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도 있다. 그렇지만 탐정이 주연이 되면 형사는 탐정의 추리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머무른다.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사건을 형사가 아닌 밖에서 굴러들어온 탐정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해결해버린다. 탐정이 주인공인 추리소설의 전개 방식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일개 사립탐정이 높은 직위에 있는 형사 몇 명들보다 사건 해결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도록 하는 인물 설정은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런던 경시청에 소속된 경감, 형사들은 어려운 사건이 있으면 홈즈의 조언을 듣기 위해 그가 사는 하숙집에 직접 찾아간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주홍색 연구》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데 홈즈는 두뇌 회전력이 둔한 레스트레이드를 무시한다. 홈즈의 추리 실력은 경시청뿐만 아니라 지역 경찰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몇몇 형사는 홈즈가 사건에 개입해서 수사하는 것을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자신이 맡는 사건에 탐정이 개입해서 수사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경쟁심과 시기심이 생긴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명예가 사립탐정이 차지한다면 형사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고 경찰의 위상이 떨어진다. 그래서 홈즈는 가끔 사건 해결의 공로를 경찰에게 돌린다. 사건은 홈즈가 해결했지만, 신문에서는 경찰이 해결했다는 식으로 알려진다.

 

머리 좋은 탐정과 이보다 한 수 아래 형사의 조합은 지금까지도 추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도일의 문학적 유산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으로 이어진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겐모치 이사무(한국어판에서는 이사무)와 《명탐정 코난》의 메그레 쥬죠(골롬보 반장)은 머리 좋은 젊은 주인공들(김전일과 코난)의 활약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음식의 싱거운 맛에 간을 맞춰주는 소금과 같다. 특히 메그레 반장은 소설과 영화를 통틀어 추리물 중에서 가장 관대한 '대인배'다. 코난과 소년 탐정단(아름이, 세모, 뭉치)이 사건 현장에 함부로 들어와도 쫓아내지 않는다. 일단 코난의 추리력을 믿어 본다. 코난이 사건 현장에 나타나면 사건이 술술 잘 풀렸으니까.

 

독자는 형사보다 월등히 앞서는 탐정의 활약상에 열광하지만, 추리작가 입장에서는 진부한 전개 방식에만 안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전작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담한 트릭과 이전 작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구성을 선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의 운명은 늘 그렇듯이 신작에 대한 독자의 기대감을 부담스러워 한다. 홈즈 시리즈로 가난한 의사에서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 도일도 창작의 압박감을 피할 수 없었다. 도일은 하늘을 찌르는 홈즈의 인기를 감당하지 못해 1893년에 《마지막 사건》을 발표한다. 이 작품에서 홈즈는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악당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가 죽는다. 그러자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빗발치는 바람에 10년 뒤에 홈즈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빈집의 모험》을 발표했다.

 

도일 이외에도 개성 있는 탐정을 창조한 추리작가들이 많지만, 그중에 존 딕슨 카는 도전 정신이 넘치는 추리작가다. 카가 창조한 주인공만 해도 앙리 방코랭, 기드온 펠 박사 그리고 헨리 메리베일 경이 있다. 또 카는 해마다 작품 한 권씩을 발표할 정도로 다작 작가에 속한다. 카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커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울 정도로 왕성한 창작욕을 보여줬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The Arabian Nights Murder)은 《세 개의 관》(동서문화사, 2003)을 발표한 이듬해에 나온 작품이다. 두 작품 다 기드온 펠 박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이전에 나온 펠 박사 시리즈와 사뭇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건 발생-제2의 사건 발생(혹은 제3, 4의 사건까지 발생)-추리-사건 해결'이라는 추리소설의 단순한 전개 구조를 취하면서도 사건 진술과 수사 방식의 비중이 꽤 많은 편이다. 연속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을 경찰 관계자 세 명의 시선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 경찰 부서장 존 캐러더스 형사, 영국 출신 경찰 부국장 암스트롱 경 그리고 스코틀랜드 출신이며 펠 박사 시리즈의 명조연 해들리 총경, 이 세 사람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사를 펼친다. 세 사람은 셰에라자드가 되어 자신들이 조사한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의 전모를 펠 박사에게 밤새도록 들려준다.

 

카의 작품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실제로 일어나면 미제로 남을법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고 일어난다는 점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뭐, 이런 사건이 다 있냐?"라고 하면서 적잖이 놀랄 것이다. 가짜 흰색 수염을 붙인 정체불명의 노인이 담 위에서 스파이더맨처럼 갑자기 나타나 호스킨스 경사를 공격한다. 경사는 갑자기 공격하는 노인을 주먹 한 방에 쓰러뜨려 기절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송차를 부르기 위해 경사가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길바닥에 쓰려져 있던 노인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캐러더스 형사는 여러 증언을 토대로 유령 같은 노인이 동서양 고대 유물을 소장한 웨이드 박물관으로 향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 직접 그곳에 간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박물관 지하에서 캐더러스는 혼자 춤을 추는 박물관 안내원 프루언을 만난다. 그는 프루언에게 노인을 목격했냐고 물어보지만, 확실한 증언을 얻지 못한다. 캐러더스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박물관 내부를 샅샅이 살펴보다가 오래된 영국식 마차 안에 가짜 수염을 단 노인으로 추정되는 시체를 발견한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에 붙어 있는 수염은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다. 살인 사건의 실체를 한 꺼풀씩 벗길수록 수상한 인물들이 한 명씩 등장한다. 일부러 사건의 범인을 숨기려고 하듯이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들의 진술은 점점 늘어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해들리의 활약이다. 그동안 펠 박사 앞에서면 그의 느긋한 추리력에 된통 혼쭐났던 해들리가 혼자서 살인 사건을 거의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자는 묵묵히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 펠 박사가 된다. 이 소설에서 펠 박사가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다. 심지어 캐러더스 형사, 암스트롱 경, 해들리보다 등장 횟수와 대사가 적다. 펠 박사가 나오는 장면은 경찰 관계자 세 사람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와 펠 박사가 복잡하게 꼬인 사건 해결의 매듭을 단번에 풀어버리는 에필로그뿐이다. 해들리는 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를 뒤집는 진술이 나오는 바람에 썩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으로 사건이 일단락된다. 해들리는 사건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1%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놓친 1%는 범인이 가까스로 포위망에 탈출하는 골든타임이 된다. 펠 박사는 세 사람의 긴 진술만 듣고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는다.

 

펠 박사의 존재감은 항상 소설이 끝나가는 무렵에 드러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진술을 끝까지 듣고 난 뒤에 펠 박사는 꾹 닫고 있던 입을 연다. 그만큼 펠 박사 시리즈를 읽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제게는 놀랍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그렇군요."(384쪽) 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은 펠 박사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펠 박사의 말은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을 다 읽고 나면서 느낀 나의 소감이라고 보면 된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사건이 펠 박사가 너무나 쉽게 해결해버리는 결말에 놀라웠고, 세 명의 경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지나치게 진술 위주로 진행되는 이야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커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  

 

 

 


※ 소설을 읽다보면 《아라비안 나이트》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정보가 까메오처럼 나온다. 58쪽에 언급된 흰색,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의 물고기로 변하는 사람들은 《천일야화》 1권(열린책들)의 '어부 이야기'에 삽입된 한 장면이다. 하룬 알 라시드(64쪽)는 《천일야화》 에 많이 등장하는 바그다드의 군주이다. 안토니 갈런드(94쪽)는 프랜시스 버턴보다 먼저 유럽에 《천일야화》 를 소개한 프랑스인이다. 프랑스어는 '앙투안 갈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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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묘약 환상문학전집 1
E.T.A. 호프만 지음, 박계수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세상 어디엔가 사는 자신의 분신을 찾아주는 ‘도플갱어 사이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이름과 생년월일 혈액형 등을 검색하면 내 도플갱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결과로 알려준다. 지금도 ‘도플갱어 사이트’라고 검색창에 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총 여섯 개의 문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떤 사발을 좋아하는지 묻고 있다. 문항 보기로 나온 사발 종류는 일본에서만 볼 수 있다. 도플갱어를 찾는데 왜 하필 마음에 드는 사발을 골라야 하는 걸까. 난 일본산 사발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는데. 진짜 생뚱맞다. 도플갱어 사이트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다. 사이트 결과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믿는다.

 

도플갱어(doppelganger)는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자신과 똑같은 대상이나 환영을 보는 일종의 심리현상이다. 심리학·정신분석학적으로는 자기상 환시(autoscopy)라고 일컬어지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거나 자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한다. 최근 그 의미가 확대돼 똑같이 닮은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언급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 상징이나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분열된 대상을 보는 것은 머지않아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암시하는 징조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며 죽음을 부르는 도플갱어는 보통 본인의 눈에만 보인다고 한다. 단, 예외의 경우도 있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는 젊은 시절 도플갱어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83세가 될 때까지 장수를 누렸다.

 

도플갱어 현상은 많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유명 작품 몇 개만 언급하면 에드거 앨런 포의 《윌리엄 윌슨》,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스또예프스끼의 《분신》 등이 잘 알려졌다. 여기서 도플갱어 현상을 작품의 소재로 처음 사용한 작가가 누군지 명확하게 밝힐 수 없지만 아마도 에른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이 첫 번째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호프만의 첫 번째 장편소설 《악마의 묘약》의 주인공은 도플갱어 현상으로 인해 끔찍하고도 불행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휘말리게 된다.

 

호프만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으로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꿈을 꾸듯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러한 작품의 전개방식은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동화 같은 밝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부터 정체불명의 마성이 등장하는 괴기스러운 분위기까지 호프만이 창조한 세계는 무척 폭넓다. 이곳에 호프만의 작품 속 인물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산만하게 넘나든다.

 

《악마의 묘약》의 주인공 메다르두스는 외적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수도사이다. 그는 금기의 성유물인 악마의 묘약을 몰래 마시게 되는데 이 묘약은 메다르두스의 내면에 있는 타락한 정신을 밖으로 분출하도록 만든다. 성녀 로잘리아와 닮은 미지의 여자에 한 눈에 반한 메다르두스는 펄펄 끓는 물이 냄비 밖으로 넘치는 듯한 뜨거운 정욕으로 인해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한다. 결국, 메다르두스는 수도원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로마로 향하는 특별 파견을 가게 된다. 수도원에서 불안한 입지에 처한 메다르두스에게 세속적 삶을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혼자 방랑하던 메다르두스는 절벽 위에 졸고 있는 빅토린이라는 사내를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메다르두스의 인생이 완전히 꼬이기 시작한다. 메다르두스가 위험하게 조는 빅토린을 깨우려는 순간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빅토린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메다르두스는 유품이 된 빅토린의 모자와 가방을 들고 사고 현장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메다르두스와 빅토린은 얼굴과 체형이 너무나도 비슷했다. 빅토린의 유품을 든 메다르두스는 영락없는 빅토린이었다. 남작의 성에 들어가 빅토린처럼 행동한다. 남작의 딸 아우렐리에가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미지의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다시 불같은 사랑의 감정을 쏟아낸다. 수도원 밖으로 나온 메다르두스는 점점 추악한 존재로 변한다. 광기 어린 사랑으로 인해 남작 부인과 아우렐리에의 오빠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메다르두스의 광기는 도플갱어의 저주에서 비롯된다. 메다르두스는 빅토린이 죽은 줄 알고 빅토린의 삶을 가로챈다. 가짜 빅토린이 된 메다르두스는 남작의 성에 출입이 가능했고, 운명적으로 아우렐리에를 만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빅토린과 동일시한 삶을 살수록 메다르두스라는 이름의 진짜 정체성(영혼)은 죽어간다. 여기서부터 메다르두스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분열되기 시작한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메다르두스는 빅토린이 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까지 빅토린 행세를 해온 일들이 발각되면 아우렐리에와의 사랑이 물거품으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행을 저질렀고 강제로 억압당한 메다르두스의 정체성은 추악한 모습으로 왜곡된 ‘이중 인간’으로 부활한다. 이중 인간은 메다르두스 내면에 있는 악마가 되어 메다르두스의 악행을 이끌도록 유혹하는 동시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다. 메다르두스는 자신이 만든 도플갱어를 만나면 환각 증상과 발작을 일으키는데 호프만은 자기상 환시에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호프만의 《악마의 묘약》은 공포소설(혹은 괴기소설)의 특징을 지녔지만,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불가사의한 요소만 지루하게 나열하지 않는다. 정체성 분열에서 비롯된 끔찍한 망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한순간에 악마로 돌변하는 메다르두스의 심리적 변화는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메다르두스는 이중 인간이 추악한 자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참회한다. 소설은 어두운 충동을 스스로 극복해서 종교로 귀의하는 참된 인간상을 보여줌으로써 결말을 짓는다. 기독교적 사상이 짙게 배어 있는 이야기는 기괴한 분위기가 이야기 전체를 압도하는 공포소설에서 벗어나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악마의 묘약》은 불가사의한 소재인 도플갱어를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했으며 훗날 포와 오스카 와일드의 등장을 예고하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아야한다. 황금가지 환상문학전집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다. 그런데 현재 품절이다. 지금은 오십 권 족히 넘는 장르문학 작품을 소개한 어엿한 문학전집이 되었는데 그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책을 재출간하지 않는 출판사의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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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0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30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3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1-3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독특한 양반이죠. 호프만....
악마의 묘약`이었나요. 프로이트가 악마의 묘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죠.
꽤 분량이 많았던 것 같던데... 아, 뭐였죠. 생각이 안 나네요.. ㅎㅎㅎㅎ

cyrus 2015-01-30 18:53   좋아요 0 | URL
호프만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것이 ‘모래 사나이’였어요. 저도 확실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곰발님이 말씀하시는 프로이트가 분석한 호프만의 작품이 ‘모래 사나이’일 겁니다. 문학과 지성사에 나온 호프만 단편선에 ‘모래 사나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이 짧게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악마의 묘약’도 심리학 이론을 들이대면서 분석하기 딱 좋은 텍스트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1-30 19:24   좋아요 0 | URL
아, 마자요. 마자요. 모래인간`입니다. 고, 뭐냐...
언캐니 설명하면서 언급한소설이 모래사나이였죠. 참 재미있게 읽었던,인상깊게 읽은 논문인데 까먹었었네요.. ㅎㅎ
 
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故 신해철의 유고집에 ‘해철이의 추천 도서 25선’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여기서 신해철은 자신의 독서 편력을 언급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싫어하는 책을 순위별로 정했다. 신해철이 가장 싫어하는 책 1위, 과연 무엇일까. (유고집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그것은 바로 추리소설이다. 이유는 이렇다. 성격이 급해서 소설 맨 뒷장부터 본다고 한다. 그러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으니까. 추리소설에서 가장 극적인 결말을 다 알아버렸으니 정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결말만 알고 있는 신해철은 범인을 찾으려는 탐정을 비웃는다고 한다. 신해철 같은 장난기 있는 성격이라면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에 빌린 추리소설의 결말을 미리 알고 난 뒤에 책 겉표지 밑에 ‘이 이야기의 범인은 OOO이다! 메롱~ ㅋㅋㅋ’라고 스포일러한다. 
 
간혹 추리소설을 읽으면 사건의 범인과 그 트릭이 너무 궁금해서 결말을 살짝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탐정이 추리력을 동원해서 수사를 펼치는 과정이 너무 길어져 버리면 지루하게 느껴진다. 과감하게 다음 쪽으로 넘어가고 싶다. 하지만 독자를 속이는 사건 해결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까 봐 함부로 넘기지 못한다. 
 
특히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을 읽었을 때 그랬다. 지금도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하는 불가사의한 밀실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면 나는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평소 고대 마술에 관심이 많은 그리모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마술 같은 죽음을 맞는다. 교수는 총상을 입는데 외부인이 침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발자국마저도 남기지 않았다. 어안 벙벙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에 마술사 피에르 플레이가 막다른 골목 한가운데서 총상을 입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 사건 역시 범인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발자국이 없다. 이렇듯 카의 소설 초반부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 흔한 단서 하나라도 나오지 않은 밀실 살인 사건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제 독자는 사건의 비밀과 범인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기드온 펠 박사의 추리력을 믿고 친구이자 조수 테드 랜폴과 동행하면 된다. 
 
인내심이 많은 당신이 수사 현장을 잘 따라오면 펠 박사가 하는 밀실에 관한 강의도 들을 수 있다. 공짜 강의다. 생소한 추리소설에서부터 유명 작가가 쓴 소설까지 여기에 나온 밀실 사례들을 펠 박사가 소개한다. 이 부분에 할애되는 쪽수만 해도 5쪽 이상 된다. 결말이 무척 궁금해 미칠 것만 같은 독자라면 펠 박사의 강의를 넘어가도 된다. 그 대신 추리소설 마니아는 펠 박사의 강의에 출석해야 한다. 소설이 발표된 시대를 생각한다면 여기에 나오는 밀실 사례들이 너무 뻔한 낡은 수법이 되었지만, 이 정도 기본 지식은 알고 가야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이 밀실 강의 내용을 따로 기록해서 정리해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작품의 진짜 원제는 ‘The Hollow Man’이다.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공기처럼 가벼운 투명인간 같은 범인을 의미한다. ‘세 개의 관’은 작품이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때 정해진 또 다른 제목이다. 진짜 원제가 이 작품의 분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 개의 관》은 추리소설 마니아들로부터 최고의 밀실 살인 사건으로 선정되었고, 추리 작가들이 추천하는 작품으로 거론되지만, 카의 기드온 펠 박사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성격이 급한 나머지 결말을 너무 알고 싶어서 책 뒤쪽부터 펼쳐야 성미가 풀리는 독자도 마찬가지다. 
 
카의 펠 박사 시리즈를 읽기 전에 당신이 잘 알고 무척 좋아하는 홈즈 스타일을 과감하게 잊으시라. 홈즈가 호리호리한 체격에 민첩한 운동 신경을 가진 그레이하운드라면, 펠 박사는 느릿느릿한 불독과 비슷하다. 홈즈는 재빠른 판단력과 명민한 추리력으로 사건의 실체를 하나하나 풀어헤치는 반면, 펠 박사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확실한 단서가 발견되고, 자신의 추리력에 완전히 들어맞을 때까지 좀처럼 자신의 추리력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탐문 수사는 해드리 경감의 몫이다. 기고만장한 경감은 조금씩 단서가 찾은 것 같은 느낌이 충만해졌다 싶으면 펠 박사에게 자신의 추리력을 언급한다. 추리의 대가 앞에서 자신의 추리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뽐내는 것처럼. 그러면 박사는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경감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준다. 경감이 열심히 움직여가면서 수사할 때 박사는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아 지켜보기만 한다. 이것이 펠 박사만의 수사 방식이다. 결국, 재주는 경감이 실컷 부리다가 마지막에 박사가 사건을 해결한다. 속 시원하게 하나하나 사건을 증명해나가는 홈즈 스타일에 익숙한 독자는 펠 박사 스타일이 속 터져서 못 본다. 여기에다가 증인 혹은 범인 후보군들의 계속되는 증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길게 이어질수록 독자는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이러니 결말이 너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펠 박사의 멱살을 잡고 얼른 범인을 찾으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말이다. 
 
 

 

 


 
펠 박사의 수사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펠 박사가 등장하기 시작한 첫 작품부터 정주행하면서 읽는 것이 좋다. 《세 개의 관》을 읽기 전에 국내에 번역된 《마녀가 사는 집》(Hag's Nook, 1933년), 《모자수집광사건》(The Mad Hatter Mystery, 1933년)을 읽으면 된다. 《세 개의 관》은 1938년에 출간된 펠 박사가 6번째로 나온 작품이다. 《세 개의 관》을 읽다 보면, 펠 박사가 나온 작품이 잠깐 언급되기도 한다. 70쪽에 나오는 ‘런던탑 사건’은 《모자수집광사건》을 말한다. 72쪽의 ‘죽음의 시계 사건'은 《세 개의 관》보다 먼저 나온,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펠 박사 시리즈 중 하나인 《Death-Watch》(1935년)이다. (164쪽의 ‘키나스톤 살인사건’은 어떤 작품인지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일단 ‘미확인’으로 남겨둔다) 
 
《세 개의 관》에서 펠 박사와 해드리 경감이 서로 막역한 사이처럼 나오는데, 같은 출판사(동서문화사)에서 나온《모자수집광사건》에서는 해드리 경감이 박사에게 높임말을 한다. 두 작품의 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낯선 번역이 나왔다. 이렇다 보니 《세 개의 관》의 해드리 경감은 대놓고 펠 박사의 추리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이 박사에게 무시당하면 대드는 듯한 성격 급한 인물처럼 묘사되었다. 수많은 추리소설들 중에 탐정과 형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공생 관계를 맺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홈즈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형사는 사립탐정의 역할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공이 뺏길 수도 있고, 탐정의 실력에 지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니 대화체가 다르더라도 추리소설 읽는 데 큰 문제는 없다.  
 
 
 
※ 사소한 지적 : 249쪽에 ‘잠을 유발하는 매혹적인 금발미녀(세이렌)’이라는 문장이 있다. 세이렌은 남정네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바다의 요정이다. 세이렌이 사는 바다는 배가 난파당하기 쉽다. 이곳을 지나가는 뱃사람들은 이 무시무시한 요정의 노래를 조심해야 한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뱃사람은 바다에 뛰어들어 죽게 된다. 그러므로 249쪽의 세이렌은 잠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다. 문장을 사실에 맞게 고치려면 ‘잠’이 아니라 ‘자살 충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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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19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이렌의 날카로운 지적!

[그장소] 2015-01-19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이..죽음으로가는 길과 다를게 없다고..
배위에서..특히나 바다라면.. 조타수가 잔다... 모두 잔다. 생각하면..배는 항법 장치없던 시절이라면..지금처럼.항법장치가 있어도
바다의 특수성은 늘 기민할 필요가 있잖아요.
하하..반박이 아니라. 예전에 읽으면서.요즘 개정본 다시 볼 때 ..지나친
친절은..사람이 스스로 생각할 힘 까지
모두 앗아가는 ..불친절 일 수도 있다고.
이제 성미가 급해져서..정해진 답이 있고
거기서 벗어나는 어떤걸 못견디는 시대가
온 모양 이라고..가끔 생각해요.
고대부터..
잠! 은 죽음 이기도 했어요.
사설이 길죠?... 오해할까봐...
문학적인 접근....같이 생각해보자는 건데요..불쾌할까봐..걱정되요.
직역해 써버리면..사라지는 또 하나..
세이렌˝이라는 존재의 신비함이 사라져요.

순 재 생각입니다.글은 시대를 따른다고 봐요..늘.

cyrus 2015-01-20 11:22   좋아요 0 | URL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장소님 말씀 듣고 보니 세이렌의 유혹이 뱃사람들을 깊은 잠에 빠뜨릴 수 있는 일종의 수면제 역할로 볼 수 있겠군요. 그리스 신화에서 잠과 죽음의 신은 쌍둥이 형제였으니까요. ^^

해피북 2015-01-20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탐정하면 셜록홈즈만 알고있었는데 펠박사두 있군요ㅎ 이웃님들 덕분에 자꾸 추리소설두 막 읽고 싶어져요 ㅋㅋ

cyrus 2015-01-20 11:29   좋아요 0 | URL
추리작가들이 만들어 낸 탐정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아요. 우리나라는 홈즈의 인기가 제일 많은 탓에 그 밖의 개성 있는 탐정들이 빛을 보지 못하죠. 저는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추리소설을 즐겨 읽은 故 물만두님과 카스피님 그 외에 이미 국내에 덜 알려진 추리소설 작품들과 작가들을 소개한 블로거들에 비하면 아기 걸음마 수준이에요. ^^

카스피 2015-01-20 0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신해철씨 같은 분들은 위해 나오 추리소설도 있습니다.바로 결말 부분을 밀봉한 책이죠.작가는 추리소설이 해답편인 밀봉부분을 읽고 독자가 작가의 추리 전개에 수긍할수 없다면 환불을 해준다고 했죠.참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할수 있는데....제 기억에 아마 그 책이 이와 손톱인가하는 제목의 추리소설로 기억합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재미있으실 겁니다^^

cyrus 2015-01-20 11:3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살아있는 장르소설 백과사전 같습니다. <이와 손톱>이라면 빌 밸린저의 작품을 말하시는군요.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연애를 하려면 ‘썸’ 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다. 연애에 감을 잡지 못하는 모태솔로는 썸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해 한탄으로 끝이 난다. 상대방의 마음을 뜨겁게 불 지를 수 있는 사랑의 불꽃이 일어나기는커녕 당사자는 상대방 마음을 몰라 애만 태운다. 만남은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 내민 손을 잡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며 따뜻한 온기를 통해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흔한 우리네 사랑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점차 사랑을 느끼는 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썸은 이러한 단계보다도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 감정에 머문다. 썸을 탈 때 밀당의 기술은 필수이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에게 카톡으로 밀당을 한다. 본인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만, 카톡을 받는 즉시 응답하면 괜히 내 마음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서 바로바로 카톡에 답하지 않는다. ‘난 쉬운 여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좋으면 네 진심을 더 보여줘’라는 기대 심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계가 너무 길어지면 남녀 간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가기가 쉽지 않다. 두세 달을 만나도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맴돌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사랑’이란 감정에 기초해야 하는 연애를 기술로만 접근해 습득하려는 성향이 많아졌다. 호감 있는 상대 이성의 SNS나 카톡 같은 메신저 내용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 이성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간파해야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별 뜻은 없는데 상대 이상의 카톡 상태 한 줄 때문에 스마트폰만 바라보면서 전전긍긍한다.

 

연애하는 데 있어서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대화가 중요해졌다. ‘사랑해’라는 말도 문자로 전할 수 있다. 그런데 관계가 아닌 감정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썸이 우리네 사랑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말로 하지 않아도 남자가 내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말 안 해도 내 맘 알지?’ 남녀가 사귈 때 여자들이 하는 말의 숨은 의미를 풀이한 ‘여자어 사전’이라는 것도 있다. 남자가 이런 말을 눈곱만큼 알아채지 못하면 여성은 토라진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쏟아낸다. 사소한 오해가 갈등의 씨앗을 낳는다. 그걸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을 향한 남자의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니까. 그래도 원한다면 독심사를 만나시든가.

 

혹시 여전히 말 안 해도 알아서 척척 진심을 이해해주는 남자야말로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는 여자가 있다면 앨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1급 에스퍼(Esper) 링컨 파웰을 소개해주고 싶다. 텔레파시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심지어 말을 안 해도 마음만으로 대화할 수 있다.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지만 훤칠한 키에 직업이 경찰 국장이다. 그런데 만남 조건이 있다. 이런 남자를 만나려면 당신도 에스퍼 자격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에스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에스퍼는 총 세 개의 급으로 분류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1급 에스퍼가 되면 깊숙한 무의식의 심층까지 들어가 알아볼 수 있다. 1급 에스퍼 수가 많지 않다. 제일 낮은 에스퍼가 3급이다. 사람의 의식만 읽는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파웰은 3급 에스퍼를 상대해주지 않는다. 당신이 3급 에스퍼라고 해도 폭풍 같은 속도로 텔레파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에스퍼 수다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또 그의 약점도 이해해줘야 한다. 그의 마음속에 또 다른 존재가 있다.

 

앨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는 SF 장르로서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한 해 동안 뛰어난 SF 작품을 선정하는 휴고 상을 받았다. 놀랍게도 쟁쟁한 선배 작가 후보에 있었던 아서 C. 클라크를 제친 영광스러운 1회 수상작이다. 영화 <인셉션>이 꿈을 침입하여 마음을 조종하는 미래를 선보였다면, 이보다 먼저 베스터가 창조한 미래에 마음을 읽는 능력을 넘어서서 무의식까지 꿰뚫을 수 있는 전문 독심사 에스퍼가 활동하고 있다. 언어 대 언어가 아닌 마음 대 마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미래. 상대방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독심사가 되면 이제 썸을 탈 필요가 없다. 상대가 말을 안 해도 네 목소리가 들리니까.

 

그러나 베스터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세상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다. 독심사가 사는 세상은 음모와 범죄가 난무하며 파괴의 종말을 향해 폭주하는 시대이다. 여기에 탐욕 덩어리 마너크 그룹의 벤 라이히 회장이 범죄 계획을 꾸미면서 파괴로 치닫는 어둠의 하모니는 시작된다. 자신의 합병 제안을 거절한 드코트니를 암살하기 위해 1급 에스퍼 오거스터스 테이트를 끌어들여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 악마 같은 라이히가 독심사 테이트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독심사 세계에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링컨 파웰이 나선다. 파웰은 라이히가 실질적으로 범죄를 일으킨 사실을 확증하는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해 드코트니 암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자 드코트니의 딸인 바버라의 무의식에 침투한다. 암살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파웰과 그의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라이히 간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악의 에너지를 과다하게 표출하는 라이히가 파멸의 수렴으로 향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흡입력 높은 베스터의 문체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이 바로 베스터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파멸의 징조를 예고하는 폭발음 팡파레가 멈추고, 현실과 환상이 마구 뒤섞인 의식 터널에 빠져나오면서 영화 같은 소설은 끝이 난다. 임무를 완수한 파웰은 에스퍼가 아닌 인간 독자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에스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사하게 여기세요. 인간의 외면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도 감사하십시오. 인간의 수많은 격정, 증오, 질투, 악의, 병폐를 결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고맙게 여기세요...... 인간의 무시무시한 진실을 보는 일이 흔치 않다는 사실에 감사하고요. 모두가 독심사이고 전부 균형 잡힌 심리를 갖고 있다면, 아마 세상은 훌륭한 곳이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눈멀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세요." (《파괴된 사나이》 중에서, 377쪽)

 

 

파웰은 자신의 천직이 굉장하면서도 끔찍스럽다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여러 사람의 의식 터널에서 본 것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대로 응고되어 남아있는 인간의 또 다른 이면, 바로 끔찍한 악의 목소리였다. 라이히는 자신이 만들어 낸 악마 '얼굴 없는 사나이'와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이처럼 파웰은 1급 독심사로서 자신의 무의식 안에 있는 악마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센 놈을 만났다. 정말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훤히 볼 수 있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둠의 진실까지 알게 된다. 심지어 상대가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 끔찍한 기억마저도 본다. 숨기고 싶은 내 의식의 치부를 누군가가 알고 있고, 자신의 의도를 무시한 채 공공연히 그걸 밖으로 드러낸다면 정신이 산산이 부서질 각오를 해야 한다. 1급 에스퍼처럼 마음을 차폐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도 내가 보고 싶은 진실만 밝혀서 볼 수 없다. 지옥 같은 세상에 더 지옥 같은 마음조차 읽는다면 정말 주옥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제발 사랑이라는 이름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지 마라.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치부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알면서도 눈 감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잘생기고 멋진 독심사 같은 남자가 만나고 싶은 그 꿈 좀 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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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1-14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멋진 서평입니다^^

cyrus 2015-01-15 10:54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수이 2015-01-1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님들 혹은 공주님들을 기다리는 왕자님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 리뷰가 하도 멋져서 책을 읽고싶어졌어. 장바구니에 퐁당 집어넣었습니다.

cyrus 2015-01-15 19:47   좋아요 0 | URL
이 책 SF소설이라서 썸이랑 전혀 상관 없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내용 분위기가 마초적이거든요... 일단 옆지기 형님부터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보세요.. ^^;;

해피북 2015-01-16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반성했어요 ㅋ드라마 너에 목소리가 들려정도라면 했다가 홀딱 깼어요ㅋ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하는데 길을 걷다가 누군가 정말로 내 생각을 읽으면 어쩌지 와 같은 ㅎ

cyrus 2015-01-16 10:59   좋아요 0 | URL
생각만해도 무서워요.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독심사였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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