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귀신을 무서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귀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귀신 싯나락 까먹는 소리’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처럼 믿었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도 그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아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잘 믿는다. 무서운 이야기 한 번 듣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포에 시달린다. 예를 들면, 방 안에 혼자 잠을 못 잔다든가 한밤중에 화장실 가는 것을 무서워한다. 90년대 초에 홍콩 할매 괴담이 많이 알려지게 되자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홍콩 할매의 존재가 잊히고 나니 이제 좀 살겠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빨간 마스크’의 공포가 찾아왔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지나가는 아이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물어본다. “내가 예쁘니?” 예쁘다고 대답하면 여자는 마스크를 벗는데 여자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다. 그리고 여자는 “그러면 나랑 똑같이 해줄게”라고 말하면서 가위로 아이의 입을 찢는다. 빨간 마스크 괴담을 접한 아이들은 혼자서 길을 걷지 못했다. 이게 얼마나 유명했으면 빨간 마스크를 마주칠 때 살아남는 방법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실제로 있을법한 느낌을 주는 귀신 이야기가 이렇게 어마 무시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포 관련 서적의 등장이다. 90년대 초중반에 저학년 어린이들이 무서워할 만한(혹은 좋아할 만한) 각종 괴담을 모은 책들이 나름 큰 인기를 얻었다. 대부분 일본에서 유행하는 괴담을 현지화하여 소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는 데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일본 괴담이 ‘빨간 마스크’다. 괴담의 원형이 많이 알려지면 내용이 새롭게 변형되어 구전되기도 한다. 꾸며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괴담을 접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이렇다 보니 성인을 대상으로 한 괴담이 저학년 어린이들의 순진한 마음을 노리는 괴담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괴담집들이 잘 팔리려면 독자들을 겁줄 수 있는 비주얼을 갖추어야 한다.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있는 표지가 독자의 눈길을 끈다. 무심결에 책을 펼치다가는 독자를 노려보는 듯한 귀신 얼굴의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괴담집을 읽을 때 방심하면 금물이다. 책 곳곳에 있는 귀신 그림 또는 사진들이 우리의 심장을 흥분케 한다. 한 번 본 귀신 그림을 잊지 못하면 한동안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 위에 희미한 잔상처럼 귀신 그림이 떠오른다. 재수 없으면 꿈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무서운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몰래 읽는다.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걸리면 애정 듬뿍 담은 스매싱에 뒤통수를 맞는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90년대에 나온 괴담집들은 거의 베스트셀러급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아! 옛날이여, 괴담집도 왕년에 이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증명해줄 수 있는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역대 베스트셀러 기록들을 정리한 자료에도 괴담집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어떤 괴담집은 수십만 권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남겼다는 뒷이야기만이 전해지고 있다.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괴담집은 어째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지 못했을까?

 

추측하건대, 괴담집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작용했을 것이다. 괴담을 그저 말도 안 되고, 사람들을 놀래려고 만든 시시한 흥밋거리로 치부한다. 게다가 귀신이 나오는 괴담집이 아이들의 정서 건강에 해로운 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어른들은 자식이 괴담집에 푹 빠지면 학업을 소홀히 할까 봐 걱정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괴담은 찬밥 신세로 대접받는다. 괴담 자체를 하나의 문학으로 규정하고, 이를 소재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본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괴담 자체를 즐기는 문화 덕분에 애니메이션 ‘요괴 워치’가 만들어졌고, 괴담을 소재로 한 장르문학은 탄탄하게 구축되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괴담집을 독자의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한 조악한 책으로 여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선호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인지 괴담집은 마이너로 분류된다. 메이저 출판물이 득세하는 베스트셀러에 반영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괴담집의 인기는 길보드 차트를 점령하던 가요와 비슷한 운명이다. 길보드 차트 상위권에 차지하던 가요들이 가요톱텐 1위까지 차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작 그 가요가 어떤 건지 알아도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이나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괴담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괴담을 많이 접하면서도 그 괴담을 맨처음 만든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90년대 괴담집 열풍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괴담집이 대중에게 끼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대중에게 열렬히 사랑받은 공포 관련 서적을 ‘비스트셀러(Beastseller)’라고 부르고 싶다. ‘Beast’는 짐승을 뜻하는 영단어다. 그밖에도 ‘불쾌한 것’, ‘싫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비스트셀러는 괴담집을 읽어선 안 될 ‘불쾌한 책’으로 보는 차가운 시선이 반영된 신조어다. 유익한 내용의 책만 인정받는 ‘베스트셀러’에 반기를 드는 저항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비스트셀러의 앞 글자 ‘B’는 ‘B급’을 상징한다. 괴담은 남녀노소 향유할 수 있는 B급 문화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비스트셀러에 어울릴 만한 책을 집중 조명할 생각이다. 책에는 귀천이 없다. 싸구려 괴담집도 서평으로 소개되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무섭게 느끼면서 읽은 책(괴담집, 공포 관련 책 등)이 있으면 추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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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1-2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비스트셀러! 새로운 신조어군.
네 이름으로 특허등록 해야하는데...ㅋ
호러셀러 뭐 이런 건 안 되려나?

그런데 난 독서가 일천해서 등꼴이 오싹할만큼의 책은 못 읽어본 것 같다.
예전에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보면서 그 영화가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거잖아. 책으로 읽어보고 싶더군.
이렇게 오싹하면서도 철학적일 수가...! 했던.
근데 정작 읽지를 못했다.

아, 쓰면서 생각난 건데 <렛미인>어때?ㅎ

cyrus 2016-01-28 18:28   좋아요 1 | URL
혹시 이 단어를 도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따져야죠. 그런데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ㅎㅎㅎ

앤 라이스의 소설도 국내에 개봉된 영화 덕분에 왕년에 인기 많았었죠. 이 작가가 쓴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요. 《렛 미 인》은 제목만 들어봤어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16-01-2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괴담은 무섭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고 싶은 책이 많았어요.^^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1-28 18:3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리고 알고 보면 우리가 읽었던 괴담 중에는 서양의 유명 작가가 쓴 글을 번역한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괴담이 하위 문학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

지금행복하자 2016-01-28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기억에 젤 무서운 책은 오멘인것 같아요.. 영화는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이구요. 일요명화에서 했던것 같은데... 화장실을 못갔었어요. 문 열면 눈가에 피 흘리고 얼굴 허연 여자가 서있을것 같아서요 ㅜ

cyrus 2016-01-28 18:42   좋아요 2 | URL
《오멘》, 《엑소시스트》. 두 영화 모두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죠. 소설을 번역한 책도 있는데 나온 지 오래 돼서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행복하자님은 그 유명한 《오멘》을 책으로 읽으셨군요. 대단합니다. 흔치 않는 경험이에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28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cyrus 2016-01-29 12:20   좋아요 1 | URL
왠지 곰발님이 B급스러운 공포물을 많이 아실 것 같습니다. ^^

붉은돼지 2016-01-28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어릴 때 본 `전설의 고향`이 제일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그땐 가족들과 불 끄고 tv를 봤는데 한여름에도 이불 뒤집어 쓰고 땀 뻘뻘흘리며 벌벌떨며 봤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무섭던 `전설의 고향` 나중에 나이 좀 먹고 보니 좀 웃기더군요 ㅎㅎ

cyrus 2016-01-29 12:21   좋아요 1 | URL
‘전설의 고향’, ‘토요 미스테리 극장’, 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이지만, 그 중 몇 편은 ‘레전드’로 회자될 정도로 지금도 보면 공포심을 유발합니다. 과거의 명성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

에이바 2016-01-28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괴담집 유행은 전설의 고향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했는데 붉은돼지님이 벌써 말씀해주셨군요. 비슷한 시기 강시도 빠질 수 없죠. 요즘은 좀비가 유행이지만요 ㅎㅎ

cyrus 2016-01-29 12: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연휴에 방송에서 강시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해줬잖아요.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1-29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오랜만에 이런 책 보니깐 넘 반가워요ㅠㅠ 하지만 이런 책은 한 번도 소유할 수 없었다는... 엄마가 안 사주셨거든요. 책방에 쭈그려 앉아서 읽던 맛이 생각나네요ㅎㅎ

cyrus 2016-01-29 19:57   좋아요 1 | URL
뽈쥐님, 혹시 사진에 있는 책을 아십니까? 저는 처음 봅니다. ㅎㅎㅎ 제 초딩 시절에는 저런 책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제 기억으로는 ‘오싹’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어린이 독자용 괴담집이 많았어요. 그리고 뽈쥐님의 말씀에 공감하는 것이 저희 어머니도 이런 책을 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산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교실에 쉬는 시간마다 읽었어요. ^^
 
소설 마태우스
서민 지음 / 장문산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부제의 ‘변’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절대로 아니다. 냄새나는 똥이 아니다. ‘변’은 동음이의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목적으로 쓴 한문체(辯)를 의미한다.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라고 할 때 ‘변’은 똥(便)이 아니라 ‘변할 변(變)’이다. 여기서는 괴이하고 별난 일을 의미한다. 부제의 ‘변’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껴안는다. 마태우스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절대로 아니다. 독일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선수가 아니다. 점 하나 위치가 다르다. 외국어 한글 표기를 적용하면 축구 선수 이름은 ‘마테우스’로 써야 한다. 마태우스는 기생충의 아버지 서민의 닉네임이자 오너캐다. 오너캐란 ‘Owner character’의 준말이다. 쉽게 말하면 작가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서민은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를 줄여서 마태우스를 창조했다. 그리고 평생 작가를 괴롭히는(?) 어마어마한 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이름하여 《소설 마태우스》.

 

 

 

 

 

1996년 9월 21일자 동아일보

 

 

 

《소설 마태우스》는 국내 유일무이한 삐삐소설이다. 이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 삐삐가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90년대 중반은 삐삐의 전성시대였다. 삐삐는 국민의 주머니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의 가슴을 떨리게 하였다. 서민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컴퓨터에 글을 연재한 작가는 있었어도 삐삐로 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는 없었다. 서민은 처음으로 삐삐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삐삐소설을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작가는 삐삐의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소설을 녹음한다. ‘012-842-8349’로 호출하면 녹음된 작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소설의 일정한 분량을 20초 이내에 저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재 형식으로 나오게 되었다. 꾸준하게 삐삐에 녹음한 글을 모아놓은 책이 바로 《소설 마태우스》다.

 

《소설 마태우스》는 단편소설, 콩트, 에세이 형식의 칼럼으로 구성되었다. 책은 서울대 의대생들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서울의대생과 도토리묵』으로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 다음 글은 『시지프스의 눈물』이라는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형사 마태우스다. 그가 서울의대 강의실 폭파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작중 인물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마방배, 홍봉천, 천역삼. 그리고 정대림이라는 인물은 호모 비슷한 역할로 등장한다. 작가는 『시지프스의 눈물』에 호모가 등장해서 ‘혁명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형사 마태우스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황당무계하다. 자신을 습격하는 범인인 줄 알고 평범한 시민에게 똥침을 날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사건의 단서를 알아내기 위해 증인에게 천 원짜리 지폐 5장을 넣은 돈 봉투를 주기도 한다.

 

 

 

 

 

이보다 더 황당한 사실이 있다. 이 소설 어디에 봐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와 전혀 관련 없다는 점이다. 『시지프스의 눈물』 부록으로 가상 인터뷰로 설정한 ‘작가와의 대화’, 소설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퀴즈 쇼’가 있다. 작가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내용이다.

 

형사 마태우스는 다른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역시나 황당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이러한 소설에 장르를 구분하자면, 엽기 코드가 가미한 서스펜스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소설들은 황당하고 과장된 장면으로 일관된 줄거리로 독자의 웃음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억지스러운 설정은 작가의 부족한 역량을 드러내는 한계가 되었다. 작가가 자신의 처녀작을 언급하면 항상 ‘저주’라는 단어를 달고 다니는지 그 심정이 이해된다. 《소설 마태우스》에 수록된 소설 한 편을 작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아무 사람에게 읽으라고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게 진짜 소설가가 쓴 거 맞아요?”, “내가 이것보다 잘 쓰겠네”, “혹시 이 소설, 작가가 발로 쓴 거예요?

 

《소설 마태우스》의 웃음 코드가 어떤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짤막한 콩트 한 편을 임의로 편집해서 소개해본다. 제목은 ‘마태우스맨의 탄생’이다.

 

 

아파트 34층에서 열심히 부채질을 하던 김여사는 갑자기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어제 사둔 게토레이가 어디 있을 텐데...”

 

게토레이가 보이지 않자 김여사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5분 뒤, 김여사는 쓰레기통에서 비어 있는 게토레이병을 찾아냈다.

 

“악! 해진아!”

 

베란다로 엉금엉금 기어가던 그녀의 6살 난 딸이 창문 밖으로 떨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김여사는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마태우스는 짜증이 나서 씩씩거리며 강변역으로 가고 있었다. 겨우 2만원을 받으며 구의동까지 온 것이 그는 못내 분했다. 갑자기 그는 폭염 속에서 한줄기 냉기를 느꼈고, 그의 두 눈은 맹렬한 속도로 떨어지는 아기를 보았다. 그는 몸을 날렸으며. 그의 두 팔은 아기의 엄청난 체중을 느꼈다.

 

7분 후 강변 아파트 34층.

 

“아기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습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 되지요. 어찌 되었던 다행입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존함이라도 알려주십시오.”

 

대답 대신 마태우스는 명함을 날렸고, 명함은 그녀의 손에 정확히 꽂혔다.

 

‘마침내 태어난 우리의 스타, 마 – 태 – 우 – 스 ?’

 

순간 그녀는 베란다로 걸어나가는 마태우스를 보았다.

 

“어머, 거긴 문이 아니예요!”

 

“으 – 악!”

 

그녀의 외침은 마태우스의 비명 속에 묻혔다. 다음날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애 구하고 자신이 대신 떨어져’

 

 

 

《소설 마태우스》가 나온 지 십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작가의 흑역사의 정점을 찍는 괴작이 되었다. 작가는 이 소설 출간 이후로 10여 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글을 썼다. 그 결과 작가의 칼럼은 대중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으며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혔다. 작가의 노력을 잘 알고 있기에 《소설 마태우스》의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 책이 재출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이 소설의 존재를 무시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담긴 앨범을 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사람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열심히 기록한 글을 모아놓으면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생각하고 느꼈던 흔적으로 가득한 문장의 앨범이 된다. 세월이 지난 뒤에 과거에 쓴 글을 읽어보면 유치한 내용에 얼굴이 붉어진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다고 앨범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부끄러움은 한 순간일 뿐이다.

 

《소설 마태우스》는 저주의 소설이 아니다. 지금의 마태우스를 있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패기가 넘쳤던 젊은 마태우스를 만나볼 수 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젊은 마태우스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원 없이 썼다. 그의 첫 도전은 박수 받을 일이다. 서민의 참모습을 알려면, 《소설 마태우스》를 먼저 읽어야 한다. 처녀작을 잊으면 안 된다. 그다음에 칼럼을 읽고, 발간 순서대로 책들을 읽어봐야 한다. 서민이 정말 노력 하나만으로 고수의 반열에 오른 작가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서민은 죄를 지을 정도로 저주의 소설 같은 나쁜 글을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서민을 믿는다. 첫째, 형사 마태우스는 서민의 오너캐다. 둘째, 서민은 열등감이 없는 사람이다. 셋째, 남들보다 시대를 앞서가는 도전적인 사람이다. 이렇게 서민을 장황하게 변호했지만, 그에게 실망한 게 딱 하나 있다. 왜 지난날의 과오를 잊으라고 하십니까. 작가가 노래방에 가면 즐겨 부른다는 ‘세월이 가면’ 노랫말 한 구절이 딱 생각난다.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책)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서민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제가 강력하게 사랑합니다. 서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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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타게 마태복음을 찾아서
    from 새빨간 활 2016-01-16 16:12 
    애타게 마태복음을 찾아서 나는 한때 영화 < 오타쿠 > 였다. 극장 간판을 그렸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관은 내 집 안마당‘이었다. 야한 영화 스틸’은 아버지 몰래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 전체적인 사진 톤이 핑크일수록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는 했는데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던 영화
 
 
서니데이 2016-01-15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재발매되도록.^^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cyrus 2016-01-16 13: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책한엄마 2016-01-15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마니아 1번

cyrus 2016-01-16 13:26   좋아요 0 | URL
서민 마니아 말고 `소설 마태우스` 마니아가 되고 싶어요. ^^;;

프레이야 2016-01-15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 왠지 더 귀엽게 느껴져요 ㅎㅎ

cyrus 2016-01-16 13:27   좋아요 0 | URL
이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발랄하고 재미있는 모습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

달팽이개미 2016-01-15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고백이 정말 멋진걸요 ^^

cyrus 2016-01-16 13:28   좋아요 0 | URL
저 문장을 보고 심쿵했습니다. ㅎㅎㅎ

2016-01-15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6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kardo 2016-01-1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술 녹음으로 원고 작성한 보르헤스가 떠오르네요. ㅎㅎ 연재하신 거니 좀 다른가요;; 아무튼 발췌하신 부분 읽으면서 막 웃었습니다. 유머감각이 있으신 분이었군요. 상큼발랄(?)하신 듯. 뭐 이 정도면 즐거운 흑역사(?) 같은데요.

cyrus 2016-01-16 13:34   좋아요 0 | URL
삐삐로 연재한 글과 책으로 정리한 글에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궁금한데 직접 여쭤보기가 그렇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3: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 소설은 보르헤스급이네요....

표맥(漂麥) 2016-01-15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민 작가에 대해선... 정말 판단유보 입니다...^^

cyrus 2016-01-16 13:35   좋아요 0 | URL
《소설 마태우스》는 훌륭한 책입니다. 저주라는 오명 때문에 이상한 책으로 알려져서 속상합니다. ^^;;

무독서 2016-01-1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에 중고도 없고 어떻게든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ㅋ

cyrus 2016-01-16 13:37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도 잘 없을 겁니다. 출판연도가 오래 돼서 지하서고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16 1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게딱지 같은 영화만 찾아서 일부러 보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깐 남들이 정말 형편없다고 말하는 영화, 내 인생 최악의 영화 1위를 차지하는 영화들만...
전국 비디오가게를 누볐던.. 명성에 걸맞게 확실히 최악읻군요.
근데.. 이게 그런 맛이 있습니다.

아직 이 소설을 안 읽었으나 b급의 선험적 소설이며, 구술 저술이라는 측면에서 보르헤스급이며, 컬트적 명성과 함께 포스트모던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출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

cyrus 2016-01-16 13:57   좋아요 2 | URL
오늘 로쟈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 작가 자신이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저주 취급받는 책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책들을 위해 멋진 서평으로 묘비명 하나 세워주고 싶어요.

《소설 마태우스》에 있는 단편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이 `시지프스의 눈물` 입니다.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페크pek0501 2016-01-16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소 지으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cyrus 2016-01-18 23:41   좋아요 0 | URL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페크님.

감은빛 2016-01-17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려 97년 출간이군요. 서민 교수님이 소설을 썼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유명한 책을 시루스님께서 구하셨군요. 저도 읽고 싶네요.

cyrus 2016-01-18 23:42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책입니다. 서민 교수님이 소설 두 편을 출간했는데, 이 책들마저도 절판되었습니다.

마태우스 2016-01-24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cyrus님 제가 몇년 전만 해도 이 책 얘기만 들으면 경기를 했었는데요, 요즘엔 이 책을 가지고 농담도 하고 그러는 걸 보면 저도 이제 이 책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모양입니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님이 옮기신 꽁트를 보니까 와, 얼굴이 화끈...^^ 이 책은 평생 극복하지 못할 책인 것 같네요 ^^

cyrus 2016-01-25 15: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님.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방송 잘 봤습니다. 거기서도 이 책을 언급하셨더군요. 저는 교수님의 용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소설 마태우스》,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밤새서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읽다가 웃음이 나와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어요. 두 번째 소설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꼭 찾아내고야 말겠습니다. ^^
 

 

 

 

작년 말부터 열린책들 출판사 ‘특별 기획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에 연재 형식의 글을 올리고 있다. 출판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지금까지 열린책들 출판사의 성장과 함께한 의미 있는 출판물을 소개했다. 열린책들은 1986년 1월 7일에 세워졌다. 역사적인 30주년 창립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장난끼 가득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출판사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열린책들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책들을 보면 대다수 독자는 신기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지금의 열린책들 출판사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책들이다. 혹자는 이런 책들이 언제 나왔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목은 친숙한데, 불행하게도 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열린책들 출판사 한 곳에서 오래 일한 출판사 직원이 아니면 이 책들의 존재를 모를 것이다. 홍지웅 대표는 이 책을 아시려나.

 

 

 

 

 

 

 

 

 

 

 

 

 

 

 

 

 

 

 

1월 7일이 출판사 30주년 설립일이라면, 1월 30일은 열린책들의 대표 서적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그 책이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약칭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열린책들 출판사와 이세욱 번역가를 널리 알리게 해준 《개미》를 언급할 때 《지식의 백과사전》이 빠지면 안 된다. 1996년 1월 30일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지식의 백과사전》은 베르베르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놓은 잡학들을 정리한 책이다.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 이 책이 처음 등장했다. 《지식의 백과사전》의 실제 저자는 베르베르지만, 소설 《개미》에서 곤충학자 에드몽 웰즈가 책의 저자로 나온다. 그러니까 베르베르는 이름 없는 자신의 잡학사전 속 내용을 자신의 소설 중간마다 삽입했다. 훗날 《지식의 백과사전》 삽화를 담당한 기욤 아르토(2009년 개정판에서는 ‘기욤 아레토스’로 되어 있다)의 권유로 독립적인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미 국내에 상륙한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 인기에 힘입어 《지식의 백과사전》도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당해 ‘이달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고, 1996년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 다음부터 출판사가 잊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나왔다. 《지식의 백과사전》의 인기에 흡족한 출판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류의 책이 독자들에게 통할 것으로 기대했다. 1997년 3월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을 내놓았다. 각 나라별 세계 신화에 묘사된 저승이나 그밖에 잡다한 지식을 정리한 책이었다. 이때는 세기말이 다가오면서 종말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는 시절이었다. 이때도 미스터리 및 오컬트 관련 서적들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이런 책들은 독자의 취약한 이성을 공략하여 분별력을 상실하게 한다. 허구의 책에 포위당한 독자는 미신을 진짜인 것처럼 믿는다. 90년대 중후반은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으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노스트라다무스’였을 것이다.

 

 

 

 

 

 

 

 

 

 

 

 

 

 

 

 

 

 

 

아무튼, 당시 출판 트렌드를 감지한 열린책들 출판사는 《저승의 백과사전》이 나온 지 한 달 뒤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을 출간했다. 중세에 유행했던 각종 마법 주문, 그리고 흑마술, 밀교주의 사상의 주요 내용을 백과사전 형식을 정리했다. 출판사는 자신들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백과사전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야심이 있었던 것일까. 차라리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뒀어야 했다. 《저승의 백과사전》과 《마법의 백과사전》이 베르베르의 책 수준만큼 인기를 많이 얻지 못했는데도 출판사는 무언가에 홀린 듯 미스터리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 2000년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까지 만든다. 당연히 이 책도 《저승의 백과사전》과 《마법의 백과사전》에 이어서 ‘폭망(‘심하게 망함’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의 길을 걸었고 다시 재출간되지 않았다.

 

《지식의 백과사전》은 크게 대박이 나서 다행이지만, 나머지 《저승의 백과사전》, 《마법의 백과사전》, 《외계인 백과사전》은 저주받은 괴작이다. 《저승의 백과사전》, 《마법의 백과사전》, 《외계인 백과사전》의 원제는 베르베르가 붙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식의 백과사전》의 원제는 ‘L'Encyclopé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다. 나머지 책들의 원제는 이렇다. 마치 시리즈 출간을 노린 것처럼 원제가 비슷하다. 원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비밀의 책’ 혹은 ‘비밀의 지식’이 된다.

 

《저승의 백과사전》 - Le livre secret de l'au-dela
《마법의 백과사전》 - Le livre secret des sorcieres
《외계인 백과사전》 - Le livre secret des aliens
 


그런데 《지식의 백과사전》 국내 초판에 보면 원제가 ‘Le livre secret fourmis’로 되어 있고, 그 밑에 ‘L'Encyclopé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가 적혀 있다. ‘fourmis’는 프랑스어로 ‘개미’를 의미한다. 《지식의 백과사전》 는 1993년에 처음 발행했다. 위키피디아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식의 백과사전》의 진짜 제목은 ‘L'Encyclopé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가 맞다. 어째서 진짜 원제가 부제목처럼 표시되어 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왼쪽부터 지식의 백과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머리숱이 있었던 젊은 시절 모습), 저승의 백과사전마르크 볼린느, 마법의 백과사전까트린 끄노. 외계인 백과사전》의 뒤표지는 저자 기욤 페이에의 사진 대신에 그가 그린 외계인 그림이 있다.

 

 

어쨌든 추측하건대 출판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 앞표지와 뒤표지를 한 번 보시라. 디자인이 통일되어 있다. 90년대에 나온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 대부분은 뒤표지가 커다란 작가 사진으로 되어 있었다. 흑백사진이 촌스러우면서도 작가 얼굴이 크게 나와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네 권의 책 모두 기욤 아르토의 삽화가 있다. 그나저나 기욤 아르토,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기욤 아르토의 인물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외계인 백과사전》의 저자 기욤 페이에도 수수께끼 인물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계인 백과사전》의 뒤표지는 기욤 아르토가 그린 에일리언 그림으로 되어 있다)

 

기욤 아르토의 그림은 섹슈얼 호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식의 백과사전》이 청소년 도서라고 해서 《저승의 백과사전》, 《마법의 백과사전》, 《외계인 백과사전》까지 청소년을 위한 교양도서로 생각해선 안 된다. 세 권은 미스터리나 오컬트에 심취한 ‘성인’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승의 백과사전》에 악마와 여자가 성행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117쪽)이 있고, 《마법의 백과사전》에 벌거벗은 여자 악마 그림(81쪽)이 있다. 여자 누드 그림이 몇 개 더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그림을 왜 책에 실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법의 백과사전》의 ‘마녀사냥’ 항목은 ‘여성=악’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만들어 낸 광기의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책에 벌거벗은 여자 그림이 있는 건 난센스다. 《외계인 백과사전》의 삽화는 봐줄 만하다. 신비스러운 분위기 가득한 외계 행성 풍경을 잘 묘사했고, 그로테스크한 외형의 외계인 그림이 많다. 

 

 

 

 

 

 

 

 

 

 

 

 

 

 

 

 

 

 

 

 

《지식의 백과사전》은 여러 번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현재 《상상력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기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장점만 있는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없다. 이름은 백과사전이지 실상은 세상에 떠도는 잡학을 사전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베르베르는 자기가 주워들은 내용이 있다고만 옮겨 적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100% 사실로 이루어진 백과사전이라 믿으면 안 된다. 《지식의 백과사전》 속 항목 중에는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이 필요한 것도 있다. 《저승의 백과사전》, 《마법의 백과사전》, 《외계인 백과사전》도 마찬가지다. 사실 검증이 필요한 내용을 진짜로 믿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데 황당한 점은 《외계인 백과사전》이 2000년에 번역해놓고선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종말론을 ‘외계 문명이 지구에 출현하는 날’로 추정하는 내용을 삭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겼다. 《외계인 백과사전》의 원저는 노스트라다무스 종말설이 한창 유행하던 1998년에 나왔다. 1999년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노스트라다무스 열기는 식어갔다. 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허술한 편집이다. 《저승의 백과사전》는 외국 고유명사 표기가 엉망이다.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를 ‘미르세아 엘리아드’로, DNA의 이중나선 모형 구조를 규명한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을 ‘클릭’으로 썼다. 이 정도 수준이면 괴작이라 할만하다. 아니, 백과사전이 아니라 ‘백괴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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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샨보이 2016-01-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대단한 역사.

cyrus 2016-01-05 12:55   좋아요 0 | URL
해마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비매품으로 도서 목록 책이 나옵니다. 그거 보면 출판사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galmA 2016-01-0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승과 마법까지는 가지고 있는데 외계인 백과사전도 있었군요ㅎ! 책들이 다 그림 보는 맛도 있죠~

cyrus 2016-01-05 12:57   좋아요 0 | URL
외계인 편이 저승, 마법 편보다 구하기 힘들 겁니다. 오컬트 마니아가 아니면 이런 책들을 잘 사지 않죠.

초딩 2016-01-04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패도 관성이 붙나봐여 ㅎㅎ
그리고 베르나르는 개미 이후는 책을 다 사고 마지막까지 보면 항상 ㅠㅠ 후회가 남게하는 것 같아요. 개미에 너무 매료되너서 그런가 같기도하고요 :-)

cyrus 2016-01-05 13:02   좋아요 0 | URL
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베베 팬이지만, `상절지백`을 인용하는 방식이 진부하게 느껴져요. 간혹 이야기가 초월론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어요. ^^

만병통치약 2016-01-04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미치겠네요... 이런 내용은 어디서 배워요? 학원이라도 있어요? ㅋㅋ

cyrus 2016-01-05 13:04   좋아요 0 | URL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내용을 가르지는 학원이 있습니다. 이름이 `라엘리안 무브먼트`라고... 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6-01-0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붉은돼지 2016-01-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대단하셔요 ^^

cyrus 2016-01-05 13:05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1-0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중고서점 열군데 다녀 오셨죠? ^^

cyrus 2016-01-05 13:10   좋아요 0 | URL
대구는 중고매장이 한 개 뿐입니다. 제가 한주동안 많아야 중고매장 세 번 간 적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서울에 거주했으면 중고매장 근처에 주말 하루 잡아서 강남, 종로, 건국대 매장을 돌아다녔을 겁니다. ^^

해피북 2016-01-05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책이 나온지 벌써 20년이나 되었군요. 제 학창시절에 베스트셀러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지금이나 옛날이나 좀 뜬다싶으면 비슷한 이름으로 출간하는건 변함이 없나봐요 ㅋㅋ

cyrus 2016-01-05 13:13   좋아요 0 | URL
알라딘 검색창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을 입력하면 타 출판사의 책도 나옵니다. 요즘은 `지대넓얕` 열풍에 기대려는 유사 제목의 책이 나옵니다. ^^

Clou:Do 2016-01-0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열린책들인데... 페북을 끊으니 소식이 뜸하네요. 흙역사는 정말 재미있군요. ㅎㅎ

cyrus 2016-01-05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페북 가입 전에 열린책들 카페에 자주 접속했어요. 사람들이 SNS를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카페에 등록되는 게시물과 댓글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singri 2016-01-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어요 ㅎㅎㅎ

cyrus 2016-01-05 18: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글이 길어서 재미 없을 줄 알았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1-0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흑역사가 있었다니요..ㅎ 지금은 꽤 고고한 문학출판사로만 알고 있는데 말이죠.

cyrus 2016-01-06 16:45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 출판사 초창기는 러시아 문학 작품 번역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문열, 박완서 소설을 낸 적도 있어요. 종교 관련 서적도 몇 권 출간했습니다. 해마다 열린책들 도서목록이 비매품으로 나옵니다. 거기에 연도별로 출간된 열린책들 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목록을 확인하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

2016-01-30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02-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이런 흑역사가...이런 분석을 하시다니 역시 저같은 쭈꾸미와는 다른 포스가 느껴집니다 ㅎㅎ우리 베베님 사전은 소설에서 인용될 때는 아주 좋았는 데 막상 모아놓은 사전을 서점가서보니 기대 이하여서 구매를 포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 또 구매가 망설여지네요ㅎ ^^

cyrus 2016-02-12 15:59   좋아요 0 | URL
저는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을 살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상상력 사전>에 나오는 내용들이라서 구판을 살 필요성을 못 느껴요. ^^;;

alummii 2016-02-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목부터 ˝백괴사전˝ 뿜네요..오타인 줄 알아더니..ㅋㅋㅋㅋ베베님 머리 있는 사진 첨 봐요 우하하하 나쁘지 않네요 !

cyrus 2016-02-12 16:00   좋아요 0 | URL
일부러 재미있게 하려고 ‘백괴사전’이라니 표현을 썼는데, 진짜 책 제목으로 착각하는 분도 있었어요. ㅎㅎㅎ

보라마녀 2016-02-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의 백과사전에서 실제로 해본 것도 있는데 마법이 듣던데요! ㅋㅋ

cyrus 2016-02-14 16:34   좋아요 0 | URL
어떤 마법입니까? 사실입니까? ㅎㅎㅎ

보라마녀 2016-02-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초록색 끈을 두르고 주문을 보면서 외웠죠.
사랑의 마법을 위해 6월 어느날 했었던 것이...ㅋㅋ

cyrus 2016-02-14 16:36   좋아요 0 | URL
사랑의 마법이라면... 꿈에도 그리던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셨습니까? ㅎㅎ

보라마녀 2016-02-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랬을까요? 아무튼 악마론까지 비밀을 들춰보는 심정으로 보던 기억이 나네요. 즐건 주말 되십시오.

cyrus 2016-02-14 16:39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닉네임이 마녀! ㅎㅎㅎ 보라마녀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카스피 2016-04-0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저 4권의 책 있어용.물론 박스 어딘가에 있겠지만... 찾을수가 없네요ㅜ.ㅜ

cyrus 2016-04-02 14:46   좋아요 0 | URL
책을 박스에 담아서 보관해야 되겠어요. ^^
 
[eBook] 돈주앙 : 일만 일천 개의 채찍 - 밤의 문학 4 밤의 문학 4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 예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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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쌈마이 냄새가 나는 괴작 도서를 소개하는 데 내용을 길게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중순에 괴작 도서 두 번째로 아폴리네르의 포르노 소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소개했다. 서평을 다시 읽어보니까 부끄러움이 내 얼굴에 밀려왔다. 책의 줄거리 설명에 치중하는 바람에 성적 표현이 많이 나오고 말았다. 알라딘에 검열 제도가 있었다면 내 글은 강제로 비공개로 설정되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괴작 도서를 독자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 왜냐하면, 이 책도 포르노 소설이다. 글쓴이는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쓴 작가이다. 아폴리네르. 그의 대표 시 ‘미라보 다리’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그의 포르노 소설들은 영원히 무명작가의 삼류 소설로 남았을 것이다. 아폴리네르의 명성 덕분에 포르노 소설들은 불쏘시개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아폴리네르는 무명 시절 익명으로 포르노 소설을 펴냈는데, 그 두 권의 작품이 바로 《소년 돈 주앙의 회상》과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다. 이 두 작품은 1907년에서 1910년 사이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두 작품은 발표된 지 60여 년이 지나서야 아폴리네르의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공개되었다. 그리고 1993년 플레이야드판 아폴리네르 전집에 포함되었다. 두 작품의 플롯은 단조롭다. 하드코어 포르노비디오의 플롯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섹스에 환장한 남자 주인공이 엽기적인 방식으로 쾌락을 탐닉한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의 돈 주앙은 벌써 어린 나이에 성의 세계를 알아버려 몸으로 실천하는 귀족이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의 주인공 모니 비베스퀴는 터키 왕가의 피가 흐르는 왕족이다. 이 두 작품은 성귀수 씨가 처음 번역했다. (당시 제목은 ‘일만 일천 개의 채찍질’, ‘어린 동쥬앙의 무용담’으로 두 작품 모두 한 권의 책에 수록되었다) 아폴리네르 연구로 학위를 받은 황현산 교수도 하지 못한 일을 성 씨가 했다. 성 씨는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표현을 아주 적나라하게 옮겼다. 성 씨의 번역본이 절판되어 한동안 구하기 힘든 책이 될 줄 알았건만 예문출판사의 ‘밤의 문학’ 시리즈로 부활했다. 그런데 출판사(혹은 번역자)는 악명 높은 두 작품을 단행본으로 공개하는 것에 부담이 있었던가 보다. 두 작품 모두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래서 ‘밤의 문학’ 시리즈로 나온 단행본은 에밀 졸라의 《나나》와 알퐁스 도데의 《사포》, 단 두 권뿐이다. 전자잭도 시리즈에 포함하면 총 네 권의 작품을 소개했다.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은 ‘밤의 문학’ 세 번째 작품, 《일만 일천 개의 채찍》는 ‘밤의 문학’ 네 번째 작품이다. 번역자는 이 두 작품을 돈 주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처럼 번역했다. 예문출판사의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을 읽어보면 원래 주인공 이름인 비베스퀴가 아닌 돈 주앙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도 《소년 돈 주앙의 회상》만큼이나 황당하면서도 정상적이지 않은 장면이 줄줄이 나온다. 모비 비베스퀴도 소년 돈 주앙처럼 이성의 족쇄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음란한 주인공이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의 명장면(이라 쓰고, ‘충격과 공포’라고 말한다)은 스너프 필름에 나올 법한 대단히 충격적인 묘사다. 비베스퀴는 자신의 하인을 대동하고 루마니아의 수도로 향하는 특급 열차에 탑승한다. 그들은 열차 안에서 유명 여배우와 하녀를 우연히 만난다. 야동도 남녀 주인공이 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시작된다. 네 사람은 침대칸으로 모여 서로의 몸을 탐한다. 아폴리네르는 알퐁스 알레라는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여 이제 곧 펼쳐지게 될 광란의 축제를 암시한다.

 

 

기차는 기분 좋게 덜컹거리고 우리네 골수(骨髓)까지 욕망은 밀려오네.

 

(성귀수 번역, 《일만 일천 개의 채찍》 62쪽)

 

 

 

※ 성적 묘사, 잔인한 표현이 있습니다. (북플로 접속하면 글이 보입니다)

이 글을 보면, 시인이라고 생각했던 아폴리네르가 성인(性人)으로 보일 겁니다. 시인 아폴리네르를 기억하고 싶은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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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퀴, 그의 하인 그리고 여배우의 하녀가 쓰리섬을 하면서 쾌락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하녀의 몸은 경직되어 꿈쩍하지 않는다. 하인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하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만 것이다. 이들의 엽기적인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쾌락의 흥분을 억제하지 못해 하녀의 시체를 훼손한다. 하인은 죽은 하녀의 시체로 시간(屍姦)을 한다. 하인은 하녀의 음부에 손을 집어넣어 창자를 끄집어낸다. 선혈이 묻힌 창자를 보고 흥분한 하인은 토악질하는 동시에 사정을 한다. 아직도 정력이 남아 있는지 하인의 남근은 여배우의 몸을 노린다. 비베스퀴와 여배우의 성행위가 끝나자마자 하인은 인간이라면 해선 안 될 몹쓸 짓을 저지른다. 하인은 누워 있는 여배우의 얼굴 위에 배설하고 칼로 그녀의 배를 난도질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비베스퀴는 경악하지만, 그 역시 쾌락에 미쳐 제정신이 아니다. 그 역시 숨통이 끊어진 여배우의 시체를 시간한다. 두 사람은 애액, 대변, 토사물 냄새로 가득한 침대칸을 얼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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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결말도 엽기적이다. 비베스퀴는 죽는다.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어떻게 죽게 되는지 설명은 생략한다. 주인공의 잔인한 최후를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결말의 힌트는 소설 제목에 있다. 일만 일천 개의 채찍질. 결말이 궁금한 독자는 전자책을 읽어보시라. 단, 극악무도한 성행위와 가학 행위 묘사를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아폴리네르의 친구인 피카소는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 자신이 읽은 문학작품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여기서 괴작의 조건 하나. 비범한 천재의 눈에는 괴작이 명작으로 보인다) 그의 바람기를 생각하면 포르노 소설을 극찬하는 피카소가 이해된다. 그렇지만 여성을 포악스러운 남성의 성행위에 잔인하게 짓이겨진 존재로 묘사한 점은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번역가 조은섭 씨는 아폴리네르의 변태적 성묘사가 남성의 무자비한 성욕에 희생당한 여성의 위치를 역설적으로 부각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조은섭 《포도주, 해시시 그리고 섹스》, 2003년). 그러나 필자는 후자의 해석에 반대한다. 궁핍한 생활을 했던 무명의 아폴리네르가 그런 해석을 의도하면서 포르노 소설을 썼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당시에 자극적인 묘사로 가득한 삼류 포르노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당장 먹고 살길이 급급했던 아폴리네르도 돈이 되는 포르노 소설을 써냈을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제대로 된 시와 소설을 쓰면서 성공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어린 시절 귀족 문화에 익숙했던 아폴리네르는 돈과 명예를 가지게 되면서부터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생활에 취했다. 아폴리네르도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났지만, 비베스퀴나 어린 돈 주앙처럼 괴랄한 성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폭식이 심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음식을 먹고 나서 배가 부르면 화장실로 향하는데, 무조건 최고급 호텔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게걸스럽게 먹고 고급스러운 배설의 반복. 아폴리네르는 삶의 즐거움을 남근이 아닌 입으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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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9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북플에는 드래그 부분이 나오는 것 같아요^^;;;

cyrus 2015-12-29 22:50   좋아요 1 | URL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 `펼치기` 기능으로 설정하여 작성했는데, 업로드하니까 `펼치기` 기능이 되지 않았어요. 전부터 글을 작성하면 `펼치기` 기능 설정이 되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드래그 설정을 했는데 북플에는 글자가 보이는군요... 허무하네요. ^^;;

akardo 2015-12-29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괴랄한데요. ㅎㅎ; 작가들의 무명시절 흑역사를 파보면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참 아폴리네르는 사드작품 선집도 냈었다는군요. 그런 거 보면 저 소설들도 그냥 돈 때문에 썼다기 보다 그런 쪽에 나름 관심이 많았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cyrus 2015-12-30 10:2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사드를 재평가한 사람이 아폴리네르입니다. 아폴리네르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드처럼 이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자유분방함을 선호했어요.

2015-12-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다 2015-12-30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븅신.... 늬들이 문학을 알아 제정신이 있어?


cyrus 2015-12-30 10:30   좋아요 1 | URL
초면에, 그것도 비회원 계정으로 들어와서 반말하지 마. 븅신아, 너는 내 글을 제대로 읽어 봤냐? 눈은 있어?


2015-12-30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5-12-30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웃~ 므흣한 주제를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것... 예사 내공이 아니면 어려운 일... cyrus님을 응원합니다.
새해, 항상 뜻한 바 이루는 한 해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cyrus 2015-12-30 20:22   좋아요 0 | URL
과도한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썼을 뿐입니다. 저는 특별한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ㅎㅎㅎ 표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작 소개 코너가 제일 재미있습니다. 과랄한 괴작 자주 소개해주십시오....

cyrus 2015-12-30 20:22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괴작에 어울릴만한 책이 보이지 않네요.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5-12-3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이 문학수첩에서 나온 책이네요. 문학수첩은 어쩐지 해리포터가 생각이 나서^^;
cyrus님, 추운 날이지만 좋은 저녁 되세요.^^

cyrus 2015-12-30 21:15   좋아요 1 | URL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이 나오고 거의 두 달 뒤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되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보내세요. ^^
 
[eBook] 돈주앙 : 소년 돈 주앙의 회상 - 밤의 문학 3 밤의 문학 3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 예문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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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공깽’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인터넷상에서 유행한 줄임말이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를 줄인 건데, ‘충공그깽’이라고 쓰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충격적인 사진이나 글을 접하면서 경악할 때 ‘충공깽’을 쓴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이 말은 원래 미국 만화 <The Simpson> 시즌 17의 에피소드에서 심슨이 외치는 대사다. 원문은 이렇다. “Shock and awe, losers! Shock and awe!” 우리말로 직역하면 ‘충격과 공포다. 패배자들아!’지만, 만화 번역가가 나름 재미있게 ‘그지 깽깽이들아!’라고 의역했다. 앞으로 소개될 괴작들은 당신에게 ‘충공깽’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괴작은 상당히 표현 수위가 높고, 파격적인 내용이다. 당신이 괴작을 쓴 저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설마, 그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고!’ 하면서 의아해할 수 있다. 특히, 괴작의 저자가 쓴 감상적인 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괴작과 시를 쓴 사람이 동일인물인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문제의 괴작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미리 알린다. 성적인 단어가 많이 언급되며 우리 사회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경악스러운 내용이 소개된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정신 건강에 나쁠 수 있으니 이 글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괴작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기욤 아폴리네르는 생전에 소설, 시, 희곡, 미술 평론 등 다양한 글을 남겼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그가 남긴 시를 많이 기억하고 낭송한다.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았네’ 아폴리네르가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며 썼다는 <미라보 다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외국 시 중 하나다. 이 시를 읽으면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센 강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뒷모습이 떠올린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아폴리네르를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 아폴리네르’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생애 중 고작 4분의 1만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아폴리네르가 포르노 소설을 익명으로 출판한 적이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폴리네르는 똘기 충만한 성적 판타지와 광기를 《소년 돈 주앙의 회상》과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라는 두 권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오늘 소개하는 괴작이 바로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이다. 이 작품은 《일만 일천 개의 채찍》과 함께 1999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되었다. (번역자는 성귀수) 제목부터 소설 내용이 범상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돈 주앙은 소설과 영화 등 많은 장르 안에서 ‘호색한’, ‘욕정의 화신’으로 그려져 왔다. 아폴리네르는 돈 주앙을 이른 나이에 성적으로 조숙한 소년으로 묘사했다.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다. 과장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돈 주앙은 마구잡이로 여러 여자와 상대로 섹스한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서사 구조를 없애고, 남녀 간의 섹스 장면만 부각하는 오늘날의 포르노와 같은 전개 방식이다. 야한 내용만큼이나 아폴리네르의 표현 또한 수위가 높다. 차마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단어가 많이 나온다.

 

돈 주앙은 한적한 시골집에 자리 잡은 넓은 성에서 지내는 한량이다. 돈 주앙과 함께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만 살펴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

 

 

* 돈 주앙의 어머니

* 마르그리트 부인 (어머니의 동생, 돈 주앙의 이모)

* 엘리제 (마르그리트 부인의 첫째 딸)

* 베르트 (마르그리트 부인의 둘째 딸)

* 카트 (하녀)

* 디앙 부인 (성 관리인의 아내)

* 유르슐르 (하녀)

* 엘렌 (요리사의 딸)

 

 

야동에는 상식의 틀에 벗어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한 명에 여자 주인공이 여러 명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포르노는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설정을 허용한다. 근친상간, 하녀와의 성적 판타지 등 현실과 윤리를 초월하는 설정은 야동을 보는 남자들의 성적 흥분을 빨리 유도하게 한다. 이처럼 아폴리네르의 소설에서도 야동의 클리셰를 확인할 수 있다. 돈 후안은 어머니를 제외한 이모, 사촌, 하녀까지 성에 거주하는 모든 여자들과 섹스를 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정상적이지 않다. 돈 후안은 섹스에 미친 놈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모와 두 조카를 근친상간하고, 임신 중인 관리인의 아내 디앙 부인을 거의 ‘강간’에 가까울 정도로 범한다. 디앙 부인을 유린한 돈 후안의 태도가 너무 뻔뻔하다. 처음에 디앙 부인이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자, 그녀에게 돈을 건네준다. 그러면서 곧 태어날 아이의 대부(代父)가 되어줄 것을 약속한다. 돈 후안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여자들에 접근한다.

 

소설의 2장은 어이없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베르트가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진다. 이로 인해 베르트의 치마가 뒤집혀지고, 치마 속이 훤히 드러나고 만다. 이 기회에 틈타 돈 후안은 그녀의 치마 속을 보게 된다. 베르트는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돈 후안은 재빨리 그녀의 음모, 음순, 항문을 관찰한다. 돈 후안은 베르트의 은밀한 부위를 다 봤으니, 이번에 베르트가 자신의 ‘그것’을 보라면서 바지를 훌러덩 벗기도 한다. (아, 이런 미친 녀석!) 심지어 베르트가 소변을 보는 모습까지 구경한다. 너무 억지스럽고 불쾌감만 느끼게 하는 최악의 장면이다. 이보다 더 엽기적인 장면이 있다. 돈 후안은 생리 중인 베르트와 섹스를 하다가 그만 하녀 카트에게 발각된다. 카트는 생리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무식한 돈 후안을 꾸짖으면서도 이번에 자신이 직접 돈 후안을 유혹한다. 역시나 카트도 돈 후안의 섹스 파트너가 된다. 그 장면을 베르트는 바로 옆에서 구경한다.

 

돈 후안이 어렸을 때, 목욕하기 싫어서 투정을 심하게 부리면 어머니와 마르그리트 부인은 그의 성기를 입에 무는 행동으로 그의 어리광을 달랜다. 어머니와 이모 또한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실 그녀들의 이런 행동 때문에 돈 후안은 너무 일찍 성에 눈을 뜨고 말았다. 이 소설에 남자 주인공이 잠깐 등장하지만, 이들 또한 돈 후안 못지않게 호색한이다. 돈 후안의 아버지는 변태성욕자다. 돈 후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변태 섹스 행위를 몰래 엿듣는다. 성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하녀들과 섹스하고 싶어서 노골적으로 치근댄다. 어떤 농부는 수도승에게 고해성사하는데, 60세의 노파와 섹스했던 일 그리고 암소를 수간(獸姦) 한 일을 고백한다.

 

아폴리네르는 오랫동안 음지에 잠들어 있던 사드의 문학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돈 주앙의 모습에서 사드의 리베르탱(libertin)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리베르탱은 원래 신학과 교회로부터 해방된 자를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난봉꾼의 의미로 변질하였다. 과연 아폴리네르의 돈 후안은 일상의 틀에 벗어나는 자유로운 자일까, 아니면 ‘자유’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못된 난봉꾼일까. 나는 아폴리네르의 돈 후안을 후자로 평가하고 싶다. 여자를 남성이 성적으로 정복해야 하는 필연적인 존재로 보고, 자신의 행동을 괴상한 논리로 합리화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야기가 못마땅하다.

 

아폴리네르는 소설 결말에서도 독자들을 향해 제대로 ‘충공깽’을 선사한다. 돈 후안은 자신의 섹스 퍼레이드를 ‘사랑’으로 미화한다. 자신과 한 번씩 성관계를 한 마르그리트 부인, 엘리제, 하녀 유르슐르가 낳은 아이들의 대부가 되기로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많은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란다. 자신의 씨를 마음껏 뿌리고 다니기로 다짐한다. 자신의 성(性)스러운 행위들은 인구 증가에 기여한 애국의 의무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돈 후안과 동침한 여자들이 그의 호색 행위를 알면서도 너그러이 이해해준다는 것. 이 정도면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은 막장의 끝을 보여주는 괴작이라 할 수 있다. 종이책으로 다시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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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19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카당스도 아니고 포르노였군요 ㅠㅠ 예상은 했지만 이런 내용일 줄이야!!

cyrus 2015-11-20 22:38   좋아요 1 | URL
아폴리네르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병적으로 성에 탐닉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좋게 보면 퇴폐적인 데카당스에 어울리긴 합니다만, 너무 억지스럽고 과장된 면이 많아서 거부감이 들어요.

붉은돼지 2015-11-20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랍습니다. ㅎㅎㅎ

cyrus 2015-11-20 22:38   좋아요 1 | URL
쇼킹한 내용이 더 있는데 자체 검열했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15-11-20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네.
돈 주앙도 돈 주앙이지만 자기를 건드려주길 바라는 그의 여인들도
좀 웃기는 것 같아. 그런 심리는 뭘까?

예전에 전여옥이 쓴 일본은 없다는 책에 보면 어떤 간강범이 여자들만 사는 집을
급습했는데 그 여자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면서 간강범이 자신을 강간해 주길 기다렸다나 뭐라나.
뭐 그만큼 일본 여자들이 멍청하다는 걸 꼬집은 건데
그걸 까발리는 전여옥도 그렇지만 여자는 나쁜 남자한테 끌린다는 걸
대놓고 공포한 것이기도 하겠지. 이 책도 그렇고.
아폴리네르란 명성만으로도 별 두 개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시루스다!ㅋ

cyrus 2015-11-20 22:44   좋아요 1 | URL
전여옥의 주장이 위험한 게 그걸 근거로 여성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뉘앙스가 생길 수 있어요. 아폴리네르의 소설이 남성 우월주의 느낌이 심하게 있는데다가, 성행위 묘사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별 한 개를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의 명성과 이런 작품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출판사의 용기를 생각해서 한 개 더 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