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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시작해서 매주 한 편씩 외국 공포문학 작품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단편소설 위주로 작품을 찾아볼 생각이다. 기록한 글의 양이 어느 정도 축적되면, 장편소설 쪽에도 눈을 돌려보겠다.

 

 

 

 

No. 1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영국 출신 작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는 화려한 부를 누리는 삶에 욕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동료 작가 아놀드 베넷은 제이콥스가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얻는 수입을 거절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작가로 활동하기 전 제이콥스는 우체국의 저축은행 업무를 담당하는 서기였다. 그는 꽤 이른 나이인 열여섯 살 때부터 우체국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으니 슬슬 우체국 일이 따분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제이콥스는 남아도는 시간에 틈틈이 글을 썼을 것이다. 1899년에 우체국 서기를 그만두었는데, 글만 쓰면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제이콥스는 자신이 쓴 단편소설 한 편이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할 줄은 꿈에 몰랐을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쓴 단편소설이 1980년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영문학 걸작 50대 작품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소설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1902년에 나온 단편소설집 The Lady of the Barge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 소재는 원숭이 손이 아닌 세 가지 소원이다. <원숭이 손>은 사랑스럽고 닭살 돋는 노랫말로 알려진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원숭이 손은 미라 상태가 된 동물 사체의 일부다. 그런데 원숭이 손은 특별한 힘을 지녔다. 세 가지 소원을 빌면 실제로 이루어진다. 화이트 씨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으로부터 원숭이 손 미신을 듣게 되었다. 손님은 원숭이 손을 탐내는 화이트 씨를 향해 무슨 일이 벌어져도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화이트 씨는 첫 번째 소원으로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생활비 200파운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파운드가 화이트 씨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화이트 씨의 외아들이 직장에서 일하던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고 말았다. 아들 회사로부터 받은 위로금 액수가 200파운드였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정신적 충격으로 울부짖는 화이트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두 번째 소원을 빌어서 아들을 되살리자고 말했다. 원숭이 손의 섬뜩한 분위기에 혼란스러웠던 화이트 씨는 아내의 소원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렇게 두 번째 소원을 빌기로 했다. 그러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내는 아들이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쁨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아들을 반갑게 맞아들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화이트 씨는 이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과연 죽었던 아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일까? 화이트 씨는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믿지 못했다. 그는 분명히 끔찍하게 손상된 아들의 시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소설 마지막에 화이트 씨는 세 번째 소원을 빈다. 그 마지막 소원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소설을 읽어보시라.

 

 

 

 

 

 

 

 

 

 

 

 

 

 

 

 

 

 

 

 

<원숭이 손>의 원제(The Monkey’s Paw)에 있는 ‘Paw’는 동물의 발톱이 달린 발 또는 사람의 손을 뜻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제목이 원숭이 손이다. <원숭이 손> 플롯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했으며,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신들의 워드프로세스><원숭이 발>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원숭이 손>은 미신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서서히 파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미신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지만, 가끔 확신적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미신은 미래를 점치고 규명하는 형태로서 마술과 같이 무조건적인 직관과 행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미신은 막연한 기대와 허상을 좇는 데서 비롯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호성, 위기나 위험 증대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압박이 클수록 미신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 미신이 미신을 낳는 상황은 주술을 탄생시킨다. 미신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술사가 번성한다. 삶의 불안과 운명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신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작품이 있는 번역본>

 

 

* 원숭이 손 (The Monkey’s Paw, 1902)

 

 

 

 

 

 

 

 

 

 

 

 

 

 

 

 

 

 

 

공포특급 5 : 세계편정태원 엮음 / 한뜻 (1996, 품절)

 

 

낡은 극장에서 생긴 일 : 세계환상문학 걸작선알베르토 망겔 엮음 / 문학세계사 (1997, 절판)

 

환상과 공포의 세계명작괴담문화사랑 (1998, 절판)

 

세계 호러 걸작선정진영 역 / 책세상 (2004)

※ 제목을 <원숭이 발>로 옮겼다. 작품 발표 연도를 '1920년'으로 잘못 소개했다. (327쪽)

 

세계 괴기소설 걸작선 1자유문학사 (2004, 품절)

 

 

 

* 세 자매 (The Three Sister, 1914)

 

 

 

 

 

 

 

 

 

 

 

 

 

 

 

 

세계 호러 단편 100정진영 역 / 책세상 (2005)

 

 

 

* 훼방 (The Interruption, 1926)

 

 

 

 

 

 

 

 

 

 

 

 

 

 

 

단편 걸작 환상 문학판도라북스 (e-Boo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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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2016-05-1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악! 세번째 소원이 무엇인지요???

cyrus 2016-05-18 16:27   좋아요 1 | URL
결말을 스포일러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원숭이 손’, ‘제이콥스 원숭이의 손’이라고 입력하면,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공포특급 5 - 세계편
출판사 / 한뜻 / 1996년 6월
평점 :
품절


 

 

 

 

 

 

1993년, 93편의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공포특급》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6월.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독자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데 성공했다. 《공포특급》의 성공으로 괴담 전파의 물꼬를 텄다. 무더위를 잊기 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옛말이 됐다. 평범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집, 학교가 귀신들이 서식하는 오싹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괴담을 원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이듬해에 나온 《공포특급 2》도 전작에 못지않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판사는 공포특급 시리즈를 계속 출간하기로 한다. 《공포특급 3》은 국내 작가들이 쓴 공포소설을 선보였다. 주류 문학이 완전히 점령한 한국에 ‘공포문학’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공포특급 4 : 실화 편》은 일반 독자들이 참여해서 만든 특별한 책이다. 독자들이 겪은 으스스한 경험담이 소개되었다. 출판사의 도전은 거침없었다. 비록 후속작들이 1, 2권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출판사는 《공포특급》 출간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포 이야기만 들려주면 식상하다. 출판사는 외국의 무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책이 바로 《공포특급 5 : 세계 편》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1권을 많이 기억한다. 《공포특급》을 즐겨 읽었던 독자 중에는 후속작의 존재를 알고 있으리라. 그렇지만 후속작을 기억한 독자도 많지 않다. 한뜻출판사에서 펴낸 《공포특급》 시리즈는 총 7권으로 되어 있다. 5권과 6권이 전작보다 인기를 얻지 못해서 그런 건지 마지막 7권은 1권처럼 도시 전설을 소개했다. 7권도 역시 망했다. 그때는 《공포특급》의 아류작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1993년의 명성을 되찾기가 불가능했다.

 

《공포특급 5 : 세계 편》은 외국 괴담 수록집이라기보다는 영미 작가들이 쓴 공포문학 작품 앤솔러지에 가깝다. 추리소설 번역가 故 정태원이 질적으로 우수한 공포 단편소설을 엄선하여 번역했다. 작품 중간에 외국 괴담과 공포 실화를 수록했다. 아무래도 한국형 괴담에 익숙하지만, 외국 공포문학 소설을 낯설어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특급 5 : 세계 편》에 있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작가들의 이름을 보시라.

 

 

 

 

 

 

 

역시 정태원의 안목은 대단하다. 《세계 편》은 1996년에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이십 년 전에 레이 브래드버리, 로버트 셰클리,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을 소개했다.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은 공포문학 앤솔러지에 많이 등장하는 단골 작품이다. 말라비틀어진 원숭이 손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다. 정말 유명한 작품이니 꼭 한 번 읽어 보시라. 비록 공포심을 드러내는 극적 장면이 고전적인 플롯이 되었지만, 공포문학을 논할 때 이 작품이 빠지면 안 된다. ‘호러 킹’ 스티븐 킹은 이 작품을 모티프로 한 소설을 남기기도 했다.

 

로버트 블록《사이코》의 작가다. 그는 장편뿐만 아니라 공포를 소재로 한 단편작품도 남겼다. 로버트 블록과 어거스트 덜레스‘러브크래프트 서클’에 소속된 작가다. 특히 덜레스는 러브크래프트 사후에 크툴루 신화를 체계적으로 확장한 장본인이다. 생전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러브크래프트는 덜레스 덕분에 죽어서도 불멸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크툴루 신화를 비판적으로 보는 독자들에게 덜레스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는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작품을 임의대로 크툴루 신화에 편입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 작가로 유명하지만, 생전에 공포문학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브래드버리는 1942년부터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장르문학 전문 잡지 <위어드 테일즈(Weird Tales)>을 통해 소설을 발표했다. 러브크래프트도 <위어드 테일즈>에 단편을 기고한 적이 있다. 브래드버리는 소규모 출판사 아컴 하우스(Arkham House)의 발행인으로부터 공포문학 단편집 출간을 제안 받는다. 아컴 하우스의 발행인이 바로 어거스트 덜레스다. 아컴(Arkham)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 이름이다. 『비석』은 위어드 테일즈 1945년 3월 호에 발표되었다. 최근에 나온 브래드버리 단편 선집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숙소의 방 한가운데 비석이 놓인 불가사의한 상황을 공포심 있게 그려낸 전개가 일품이다. 

 

로버트 셰클리는 미국 출신의 SF 작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소설이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폰의 먹이』는 195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고서점에서 괴물 그리폰을 관리하고 사육하는 방법이 적힌 책을 발견한다. 호기심이 많은 주인공은 책에 있는 내용에 따라 자신의 집에 그리폰을 사육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연출된다. 리처드 매드슨의 『하얀 실크 드레스』는 1951년에, 『귀뚜라미』는 1960년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두 작품 모두 ‘나폴리탄 괴담’ 장르의 이야기다. 나폴리탄(Napolitan)은 공포 단편소설에 자주 사용되는 기법의 하나다. 이야기의 발단과 결말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나폴리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미지의 상황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공포심을 유발한다.

 

공포문학 앤솔러지 출간이 과거보다 많이 뜸해졌다. 그러므로 레이 브래드버리와 리처드 매드슨 같은 거장들의 공포문학 작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절판된 책을 만나기가 어렵지만, 책을 직접 찾아서 읽어 보는 게 훨씬 낫다. 정태원은 《세계 편》의 목차에 이런 말을 남겼다. “기회가 다시 있다면 공포소설의 대표작들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서 전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너무 이른 그의 부재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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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04-2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슨 cyrus님은 책 백과사전 같습니다. 이제 모르는 책 있으면 물어봐야지.

cyrus 2016-04-26 12:12   좋아요 0 | URL
다른 독자 서평이나 네이버 백과사전, 위키백과에서 정보를 찾아요. 저도 모르는 게 정말 많습니다. ㅎㅎㅎ
 

 

 

 

 

어느 날, 나는 숲을 헤매게 되었다.
밤이 되어 배도 고파졌다.
그런 가운데, 한 식당을 찾아냈다.
이상한 이름의 식당이다.
나는 인기 메뉴인 ‘나폴리탄’을 주문한다.
몇 분 후, 나폴리탄이 온다. 나는 먹는다.
어쩐지 이상하다. 짜다. 이상하게 짜다. 머리가 아프다.
나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점장 : 죄송합니다. 손님, 다시 만들겠습니다. 돈은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몇 분 후, 나폴리탄이 다시 나온다. 나는 먹는다. 이번에는 멀쩡하다.
나는 식당을 나온다.


잠시 후, 나는 눈치 채고 말았다……
여기는 어떤 레스토랑……
인기 메뉴는…… 나폴리탄……

 

 


이것은 한때 일본의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괴담이다. 괴담의 내용이 아리송하다. 이 글을 다시 읽어보자. 괴담의 주인공은 식당에 ‘나폴리탄’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음식을 주문한다. 그는 음식을 먹다가 두통에 시달린다.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점장에게 불평한다. 점장은 새로 만든 나폴리탄을 대접한다. 다행히 주인공은 방금 전과 다르게 음식을 잘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식당을 나온 주인공은 갑자기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괴담은 주인공이 눈치를 챈 ‘그것’이 뭔지 알려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나폴리탄이 뭐죠? 스파게티인가요?

 

 

 

이 괴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마구 쏟아낸다. 나폴리탄이 어떻게 생긴 음식일까? 주인공이 왜 음식을 먹다가 두통을 겪은 것일까? 그리고 주인공이 눈치를 챈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괴담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괴담이 인터넷상에서 널리 알려지자 괴담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괴담의 수수께끼를 명쾌하게 푸는 사람이 없다. 이 괴담을 해석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도 괴담에 흥미를 붙인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괴담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러한 과정에 괴담 원본을 참고해서 만든 새로운 버전의 괴담이 새롭게 탄생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 혹은 인물을 주요 소재로 삼는 괴담 형식을 나폴리탄(Napolitan, ナポルリタン) 괴담이라고 한다. 나폴리탄 괴담이 생소한 사람은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원래 괴담은 무서워야 재미있잖아요. 그런데 나폴리탄인지 나폴레옹인지 뭔가 하는 이 괴담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서워해야 하는 거죠? 별로 무섭지 않은데요. 제가 봐도 이야기가 싱겁고 허접한데 일본 사람들은 왜 이런 걸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끄덕끄덕.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폴리탄 괴담을 하나의 수수께끼로 받아들이면 재미없다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왜냐하면 나폴리탄 괴담과 우리가 평소에 아는 괴담의 형식을 같이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섭게 들었던 괴담은 레퍼토리가 딱 정해져 있다.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 일반적인 괴담 형식 1 : <전설의 고향> 괴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 건강하던 사람들이 연달아 죽게 되자 마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더욱이 그들이 죽어가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게 되자, 생존한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방치된 공동묘지의 영혼이 내린 저주 때문에 흉흉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호기심 많은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기 위해 인적 드문 공동묘지로 향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심령 현상을 겪는다. 엄청난 공포감의 압박 속에서도 주인공은 마을의 저주를 풀어줄 귀신을 만난다. 처음에 심령 현상에 벌벌 떨던 주인공은 귀신의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귀신은 주인공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불만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이것이 바로 ‘고스트 힐링 캠프’다. 묵었던 감정들을 다 풀어낸 귀신은 저주를 없애기로 한다. 마을은 예전처럼 평화를 되찾았다. 지금도 그 마을에 가면 귀신이 떠도는 공동묘지가 있다고 한다. 끝」

 

 

* 일반적인 괴담 형식 2 : 엘리베이터 괴담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소녀는 왠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두려웠다.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꼭 누군가가 자기를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교 보충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늦은 시간에는 너무 무서웠다.

 

“엄마,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럼 엄마가 마중을 나갈까?”

 

보충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소녀는 엄마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소녀는 엄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스윽 올라가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엄마는 소녀를 그윽이 바라보며,

 

“넌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괴담 형식 1은 옛날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전설의 고향> 에 나올 법한 형식이다. 이런 이야기에는 늘 귀신이 등장한다. 귀신은 아이들을 겁주는 게 특효약이다. 괴담 형식 2는 90년대에 유행했던 엘리베이터 괴담이다. 이거 모르는 사람 있으려나? 아무튼 여기서도 귀신이 등장한다. 이 두 개의 괴담의 ‘뽀인트’는 뭐라 할 것도 없이 귀신이다. 괴담 문화가 발달된 일본에는 괴담이나 도시전설을 아주 맛깔나게 들려주는 사람을 ‘미스터리 텔러(Mystery teller)’라고 말한다. 미스터리 텔러는 괴담에서 제일 무섭게 느껴지는 뽀인트를 안다.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이야기를 전달하면 청자들은 지루해한다. 유능한 미스터리 텔러는 청자들이 무서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이제 일반 괴담과 나폴리탄 괴담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나폴리탄 괴담은 이야기의 진실이 숨겨진 복선조차 없다.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맥거핀(MacGuffin)이다. 맥거핀은 청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뿐, 별 의미가 없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폴리탄 괴담이 아무 의미 없는 싱거운 이야기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나 나폴리탄 괴담의 장점은 이야기의 소재를 미지의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이렇듯 이야기에 밝혀지지 않는 미지의 소재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매력에 흠뻑 취한 나폴리탄 괴담 마니아들은 괴담에 채워지지 못한 미지의 요소들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오늘 뜬금없이 나폴리탄 괴담을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공포문학의 특징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나폴리탄 괴담의 사례를 가져와 봤다. 나폴리탄 괴담 또한 인터넷상에서 통하는 하위문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나폴리탄 괴담은 하나의 문학적 장치(Plot)로 사용되어 왔다. 

 

 

 

 

 

 

 

 

 

 

 

 

 

 

 

 

 

 

 

 

 

 

 

 

 

 

 

 

 

 

 

 

 

 

 

 

 

 

 

 


 


나폴리탄 괴담의 효과를 이용한 작품으로 공포문학의 초석을 다진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러브크래프트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그의 명성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스티븐 킹을 있게 한 조상님 되시겠다. 공포문학의 아버지가 에드거 앨런 포라면 어머니는 러브크래프트다. (러브크래프트는 유년 시절에 여장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러브크래프트는 뚜렷한 실체의 영혼을 다루기보다는 미지의 대상에서 비롯되는 원초적 공포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체로 음울한 분위기의 장소 속에서 혼자 헤매면서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주인공들의 심장을 조여 오는 미지의 대상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이 만든 미지의 창조물 정체를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즉 나폴리탄 괴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작품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어떤 독자는 이야기를 모호하게 만든 러프크래프트를 마치 어설픈 작가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런 내용의 서평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매력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나폴리탄 괴담에도 일반 괴담과 다른 특별한 묘미가 있다. 나폴리탄 괴담을 어설픈 창작물이 아닌 독창적인 이야기로 보는 시선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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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2-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담 형식 1은 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귀신의 모습에서 공포를 유발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에서 `내 다리 내놔~~` 이런 내용의 이야기에 정말 무서웠거든요. 불 끄고 누웠을 때, 장롱 위에서 귀신이 나올까봐 머리 끝까지 이불 뒤집어쓰고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짜 무서운 괴담은 괴담 2 인 것 같아요. 사람들을 섬찟하게 하는 마지막 포인트에 옹기종기 모인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곤 했죠.
나폴리탄 괴담은 처음 들어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스파게티 이름이군요. 작가와 청자의 합작으로 완성되는 괴담인 것 같은데, 괴담이 되는 코드가 잘 이해되지는 않네요. 도무지 마지막 부분의 어느 포인트에서 섬찟해야 하는 건지ㅎㅎ^^;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주제가 나오기 전에 이루어지는,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생각나구요.
어쨌든 cyrus님 덕분에 바닥을 깔고 있던 제 지식이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cyrus 2016-02-19 14:46   좋아요 1 | URL
‘내 다리 내 놔’ 전설이 정말 유명한데, 잊고 있었습니다. 괴담 2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느낌이 들어서 무섭게 느껴지죠.

인터넷에서 나폴리탄 괴담을 검색해보면 정말 많은 괴담들이 나옵니다. 대체로 짧아요. 그래서 어떤 것은 정말 임팩트가 강하게 남아 있어서 널리 회자되는 것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창작이라서 그런지 어설픈 것도 있습니다. ^^

stella.K 2016-02-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얘기긴한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란 영화를 얼마전 두번째로 보았지.
여성 영화로는 델마와 루이즈와 쌍벽을 이루는 영환데,
어쨌든 그 음식이 어떤지 궁금해. 바삭거리는 소리가 나거든.
토마토를 아무리 기름에 지져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느냔 말야?
니가 스파게티를 얘기하니까...후후.
그런데 괴담 2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되는... 그래서 별로 웃기진 않았다.
저 책 읽어보고 싶긴하다.^^

마녀고양이 2016-02-19 13:09   좋아요 0 | URL
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책의 레시피 때문에,
다섯 번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책에서는 더 바삭거리는 느낌이어서 도리어 영화가 그냥 그랬어요. 심지어, 토마토 튀김을 집에서 실제로 해보기도 했다니까요.
근데 망쳤어요. ㅋㅋ

stella.K 2016-02-19 14:0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니까요. 그 바삭거리는 식감이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영화에서도 보면 나중엔 그걸 싸 가지고 양로원까지 가지고 오는데
죽 되는 게 맞는 건데 아삭거리면서 먹기까지 하잖아요.
근데 책으로도 나와 있군요.

cyrus 2016-02-19 14:50   좋아요 0 | URL
엘리베이터 괴담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제가 소개한 것은 고전이죠.

토마토를 튀기지 않는 이상, 바삭거리는 식감의 음식으로 만들기 어려워요. ^^;;
 

 

 

 

 

 

 

 

 

 

 

 

 

 

 

 

 

 

 

 

 

 

 

 

 

 

 

 

 

 

 

 

 

이 세상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저주의 책’이 존재하고 있을까?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책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네크로노미콘>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선 비밀의 책이다. 이 책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등장한 가상의 책이다. ‘미치광이 시인’이라고 불리던 압둘 알하즈레드가 쓴 불길한 책으로 알려졌다. 물론, 압둘 알하즈레드도 러브크래프트가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라는 제목의 페이크 논픽션을 남겼는데, 일부 독자들은 이 글을 근거로 <네크로노미콘>이 진본이라고 믿는다. 이 글을 보면 러브크래프트이 <네크로노미콘>이 번역되는 과정 그리고 보관된 장소까지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네크로노미콘의 역사』에 따르면, <네크로노미콘>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유럽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종교 기관은 끔찍한 내용을 담은 책에 금서 처분을 내려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화염 구덩이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네크로노미톤>은 총 11권. 이 중에 아랍어 원본에 가까운 책은 불과 다섯 권이다. 다섯 권의 원본이 있는 장소는 다음과 같다.

 

대영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 하버드대학 위드너 도서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미스캐토닉 대학 도서관

 

이걸 진짜로 믿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정보 또한 러브크래프트가 진실처럼 꾸미게 한 트릭이다. 매사추세츠 주의 아캄이라는 도시에 있는 미스캐토닉 대학 도서관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가상의 장소다. 러브크래프트는 <네크로노미콘>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는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책의 신화를 더욱 공고하게 해준다. 비밀에 가까운 설정은 러브크래프트 추종자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부추겼다. 이 가상의 책 한 권으로 러브크래프트 추종자들은 원작을 뛰어넘은 ‘크툴루 신화’를 만들어냈다.

 

가상의 금서 그리고 허구와 진실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이야기. 독자의 판단을 흐트러뜨리는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은 독창적인 것은 분명하나 그에게 영향을 준 작가를 잊어선 안 된다. 로버트 윌리엄 체임버스. 러브크래프트의 명성에 가려진 미국 공포문학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노란 옷 왕》은 『The Repairer of Reputations』과 『The Yellow Sign』을 포함한 총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러프크래프트는 《노란 옷 왕》(The King in Yellow)을 ‘공포와 광기, 기괴한 비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노란 표적'을 들고 있는 노란 옷 왕

 

『The Repairer of Reputations』, 우리말 제목으로 ‘명예 수선공’ 또는 ‘명예회복 해결사’로 부른다. 이 작품과 ‘노란 표적’으로 알려진 『The Yellow Sign』에는 공통적인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노란 옷 왕>이라는 불가사의한 책이다. 이 가상의 책은 희곡 작품이다. 그런데 어떠한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노란 표적을 가진 사람은 ‘노란 옷 왕’의 저주를 받는다. 노란 옷 왕과 노란 표적은 미지의 고대 도시로 알려진 카르코사에서 왔다고 전해졌을 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소설에 잠깐 언급되는 ‘하스티르(Hastur, ‘하스터’, ‘해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라는 단어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불가사의한 현상과 사물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설정은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효과는 러브크래프트가 생각하는 공포,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에 부합한다.

 

그런데 《노란 옷 왕》에 나오는 ‘카르코사’, ‘하스티르’, ‘할리 호수’ 등과 같은 가상의 지명은 체임버스가 만든 것이 아니다. 앰브로스 비어스가 쓴 단편소설 『카르코사의 망자』와 『양치기 하이타』에 먼저 나왔다. 『양치기 하이타』에서 하스티르는 선량한 목신으로 등장한다. 『카르코사의 망자』는 인용문으로 시작되는데 그 인용문을 쓴 사람의 이름이 ‘할리’다. 체임버스는 『The Repairer of Reputations』에서 ‘할리’를 가상의 호수 이름으로 만들었다. 재미있게도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에 ‘하스티르’, ‘할리 호수’, 그리고 노란 부적을 언급한다. 러브크래프트 문학을 널리 알린 어네스트 덜레스는 세 사람이 사용한 공포 소재를 새로운 ‘크툴루 신화’에 편입시킨다. 이렇다 보니, 체임버스의 ‘노란 옷 왕’과 노란 부적이 러브크래프트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만든 창작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비어스의 『카르코사의 망자』와 『양치기 하이타』, 그다음에 체임버스의 《노란 옷 왕》,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순으로 읽어보면 세 사람이 공통으로 보여주고자 한 ‘공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비밀의 베일에 싸인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그들의 작품이 재미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공포영화가 등장하지 않은 시대에 활동했던 세 사람은 소설을 통해 미지의 세계가 전달하는 차원 높은 공포를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 이 글에 소개된 비어스, 체임버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수록된 책은 다음과 같다.

 

 

* 로버트 W. 체임버스

《노란 옷 왕》(아티초크, 2014) - 명예회복 해결사, 노란 표적

《세계 호러 걸작선》(책세상, 2004) - 옐로 사인

《러브크래프트 전집 6》(황금가지, 2015) - 명예 수선공

《The King in Yellow - 영어로 읽는 세계문학 272》(eBook / 내츄럴, 2014) -

원작에 있는 열편의 작품 모두 수록되어 있음

《세계 호러 단편 100선》(책세상, 2005) - 장례 (Pompe Funebre, 1897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집 <The Mystery of Choice>에 수록된 작품)

 

 

* 앰브로즈 비어스 『카르코사의 망자』

《노란 옷 왕》(아티초크, 2014)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더스타일, 2013) - ‘카르코사의 주민’

 

 

* 앰브로즈 비어스 『양치기 하이타』

《러브크래프트 전집 6》(황금가지, 2015)

 

 

* 러브크래프트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러브크래프트 전집 2》(황금가지, 2009) -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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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9-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는 예전에 단편으로 살짝 맛을 보고 계속 읽어야지....하면서도 미루고 있네요. 그러면서도 가끔씩 공포소설이나 만화속에 크툴루 신화가 등장하거나 언급되면 빨리 읽어봐야지..하는데도 선뜻 손이 안갑니다. 이상하게 숙제같은 책이예요. 읽긴 읽어야하는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cyrus님의 페이퍼를 보면 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도 자꾸 피하게 되는것이 이상해요. ㅎㅎ

cyrus 2015-09-08 17:57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자면, 책 읽기를 미룬다면 안 읽는 것이 낫습니다. 러브크래프프의 소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저처럼 옛날 호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러브크래프트를 즐겨 읽는다면, 현대 공포물에 익숙한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스토리텔링에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보슬비님의 마음을 믿고 따르십시오. ^^

보슬비 2015-09-11 00:26   좋아요 0 | URL
사실 그 단편이 전 좋았어요. ㅎㅎ
기묘하고 끈쩍끈적한 불쾌함이 좋았던것 같은데, 그 기분을 지속적으로 감당하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계속 미루고 있나봐요. 한번 날 잡긴해야할것 같아요. 조금 더 스산해지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쯤... ^^

물고기자리 2015-09-0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클릭해보니 cyrus 님 리뷰가 많네요^^ 장르소설을 정말 좋아하는데 언제 꼭 읽어봐야겠어요 ㅎ

cyrus 2015-09-08 17:57   좋아요 0 | URL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재미있다고 말은 안 하겠습니다. ㅎㅎㅎ

에이바 2015-09-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 디텍티브 시즌 1도 언급해주세요!! ㅎㅎ 카르코사 노란 옷 왕!!

cyrus 2015-09-08 22:49   좋아요 0 | URL
그 미드를 보려고 다운로드 사이트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 『헨트에서 생긴 일』 (The Thing at Ghent, 발표 연도 미상)

 

 

 

발자크의 단편 『헨트에서 생긴 일』은 발자크가 쓴 글 중 가장 짧다. 이 글이 공포 단편 선집에 포함된 것이 의아하다. 글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작품 원제는 ‘The Thing at Ghent’, 역자는 원제를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소개했다. 헨트는 벨기에에 있는 공업 도시이며 ‘Ghent’는 영국명이다. 프랑스명은 ‘Gend’다. 그런데 발표연도를 ‘1900년’으로 표기했다. 발자크가 살아있었을 때 발표되지 못한 글이 작가 사후에 발견되어서 1900년에 발표되었던 것일까. 이 작품의 정체가 궁금해서 ‘The Thing at Ghent’로 구글을 검색해봤다. 위키피디아에 ‘The Thing at Ghent’ 관련 정보를 발견했다. 발표 연도는 없고, 그냥 ‘발자크가 쓴 공포소설’이라고만 짧게 소개했다. 책에 나오는 발표 연도는 숫자가 잘못 표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잠정 결론으로 발표 연도를 ‘미상’으로 썼다. 그럴 일은 100% 없겠지만, 공포소설이라고 해서 이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으면 한다. 나 같으면 지루하더라도 발자크가 쓴 장편소설을 읽겠다. 내가 요약한 줄거리만 보면 짧은 소설을 다 읽은 셈이다.

 

헨트에 십 년간 미망인으로 지낸 노부인이 산다. 그녀는 불치병으로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다. 노부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세 명의 친척이 임종을 기다리는 그녀 곁을 지킨다. 그런데 세 명의 친척은 외롭게 사경을 헤매는 노부인이 가여워서 보살피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노부인을 찾아온 것이다. 의사는 노부인이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다. 친척들은 노부인의 임종 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숯덩이가 된 장작 하나가 갑자기 난로 밖으로 나와 마룻바닥에 떨어진다. 다 죽어가던 노부인은 마룻바닥에 떨어진 숯덩이를 보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면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침대에 내려와 마룻바닥에 있는 숯덩이를 집게로 집어 들어 다시 난로 안에 던진다. 친척들과 의사는 노부인을 부축하여 다시 침대로 눕힌다. 노부인은 숯덩이가 떨어진 마룻바닥을 주시한 채 숨을 거둔다. 친척들은 노부인의 기이한 행동이 마룻바닥 밑에 숨긴 무언가를 가리키기 위한 암시라고 생각한다. 숯덩이가 떨어져서 그을린 흔적이 남은 마룻바닥을 파보게 되자, 거기에 여러 구의 사람 유골이 있었다. 유골 무더기 중 하나는 타지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백작의 남편이었다.

 

냉정하게 평가를 하자면, 『헨트에서 생긴 일』이 공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이야기 구성이 다소 어설프다. 결말에서 독자는 이야기에 드러나지 못하는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유산이 탐난 부인이 남편을 죽인 후, 그가 타지에서 죽었다고 거짓말을 꾸며 자신의 범죄 행각을 숨겼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백작의 자연사를 숨기려고 어쩔 수 없이 백작의 시체를 마룻바닥 밑에 보관하는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결말에서 이상한 점은 나머지 유골의 정체다. 애매한 결말은 부인과 유골과의 관계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진부한 설정이지만, 차라리 죽은 남편의 유골과 몰래 숨겨둔 재산 금고가 발견되는 결말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노부인이 죽기 일보 직전에 보여준 기이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로 안에 있던 장작이 마룻바닥에 떨어지는 설정은 생뚱맞지만, 죽은 백작이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한 영적 신호로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에 친척 중 한 사람이 마룻바닥에 떨어진 장작을 집게로 집었다면, 마룻바닥 밑에 있는 남편의 유골이 발각될 수 있었다. 그래서 노부인은 죽은 남편에 대한 비밀을 자신의 무덤 속에 안고 가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장작을 난로 안에 던진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쉽다. 괴기스러운 상황이 긴장감 있게 연출되지 못한 채 결말이 바로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의 반전 효과를 확 살리지 못했다. 이야기의 분량을 좀 더 늘려서 고딕 소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더 조성했더라면 결말이 한층 돋보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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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8-2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명을 왜 헨트라고 번역했는지 모르겠네요. 표기상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발음은 겐트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벨기에 여행시 브뤼셀과 브뤼주를 주로 가는데 겐트도 좋답니다. 이 작품은 어설프다는 말이 딱 맞네요. cyrus님의 생각대로 전개하는 편이 나아 보여요.ㅎㅎ

cyrus 2015-08-28 22:10   좋아요 0 | URL
역자가 영문학과를 졸업했어요. 아마도 ‘Ghent’의 ‘G’가 묵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역자가 착각했군요. 정말 이 발자크의 작품은 허무함 그 자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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