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초등학생 때 수업이 끝나면 항상 학교 도서실에 갔다. 친구들이랑 뛰어놀면서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학교 도서실에 가면 무조건 한 권씩 꼭 읽는 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동용 추리소설전집이었다. 책을 펼치면 눅눅한 곰팡내가 내 코를 먼저 반겨준다. 누렇게 변색한 종이, 잉크가 희미하게 사라지려고 하는 활자. 책의 보존 상태를 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오래 읽으면 눈이 침침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절대로 책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즐겨 읽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잊게 하였다. 개성 있는 탐정의 매력에 푹 빠졌고, 예상하지 못한 트릭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한 권을 다 읽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다 읽으면 다른 소설도 읽고 싶어졌다. 학교에 너무 오래 남아 있어서 경비 아저씨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추리소설전집은 한 권당 유명 추리 소설가들의 대표작 두 편씩 실려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중 한 편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아로 시리즈 중 한 편이 같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한 권으로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두 편이나 읽을 수 있다. 이 추리소설전집 덕분에 새로운 추리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남은 작가가 존 딕슨 카였다. 그가 쓴 작품이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과 함께 수록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작가의 이름이 기억이 난다. 유독 소설 제목은 기억나지 않은데 아마도 ‘유령성의 비밀’이었을 것이다. 먼저 나온 포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은 탓에 그 뒤에 있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카의 소설은 일단 음산한 고딕 분위기로 시작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다음에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마술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독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카는 밀실 추리의 대가이다.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창조한 요코미조 세이시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더 나아가 소년 탐정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이 태어날 수 있었다. 하지메가 나오는 만화 원작을 보게 되면, 밀실 살인 사건이 제일 많이 나온다. 할아버지인 코스케의 명예를 거는 소년 탐정은 카의 명예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1930년에 발표한 『밤에 걷다』(It Walks By Night)는 밀실 추리의 유행을 알린 카의 처녀작이다. 사교계에 이름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라울 드 살리니 공작과 결혼을 앞둔 루이즈 부인은 페넬리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여는 화려한 파티를 즐긴다. 그런데 즐거워해야 할 파티에 루이즈 부인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두려워한다. 그것은 전남편 로랑의 협박편지 때문이었다. 로랑은 루이즈 부인을 면도칼로 공격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병 증세가 있었다. 병원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인은 로랑의 곁을 떠났고, 공작과 재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로랑은 정신 병원을 탈출하여 전 부인의 재혼 소식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을 막기 위해 로랑은 협박편지를 보낸 것이다. 공작은 언제 습격할지 모르는 로랑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해서 파리 경시청 총감 앙리 방코랭에게 자신들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정신병자는 공작의 요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행복한 결혼식 전야제의 흥을 깨뜨린다. 시끌벅적한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루이즈 부인은 키라르 부인의 방 창문 밖에 서서 기분 나쁘게 웃는 로랑의 눈을 마주친다. 불쾌한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페넬리 가게의 카드룸에 공작이 목이 잘린 주검으로 발견된다. 방코랭은 로랑이 공작을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이 사건에 의문점이 많다. 두 개의 문이 있는 카드룸 밖에 방코랭의 부하 경관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은 카드룸에 혼자 있는 공작을 살해한 것이다. 과연 범인은 어떻게 카드룸을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카는 방코랭이 밀실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는 이야기 속에 독자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단서를 넌지시 제시하거나 그 열쇠를 쥐고 있을 것 같은 뜻밖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소재들은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공작이 카드룸에 죽어가고 있을 때 흡연실에서 누군가가 놓고 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있었던 공작의 친구 보트렐리. 루이즈 부인 몰래 공작과 밀애를 즐기던 샤론 그레이. 공작의 복잡한 관계까지 밝혀지게 되면서 사건의 수사는 여러 가닥의 실이 한꺼번에 뭉쳐져서 꼬이듯이 엉뚱하게 전개된다.

 

샤론은 방코랭의 조수나 다름없는 작품 속 화자 ‘나’(이름은 제프)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매력적인 팜 파탈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반대로 너무 불필요하게 묘사된 장면이 제프와 샤론이 ‘썸’ 타는 장면일 것이다. 제프는 복잡한 연애관을 가진 샤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내적 갈등에 빠진다. 자신은 샤론을 좋아하지만, 공작과 보트렐리와 이미 정분을 나눈 그녀의 마음을 믿지 못한다. 제프와 샤론은 단둘이서 정원에 식사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는데, 여기서부터 카는 두 사람의 썸을 지루하게 지켜보던 독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선사한다. 이 반전은 ‘그 인물’을 범인이라고 예상했던 독자들의 추리를 단번에 뒤집어엎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화자와 샤론의 관계를 지나치게 묘사한 장면은 신인작가 카의 미흡한 이야기 설정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카의 작품을 꽤 읽어 본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밤에 걷다』에 선배 추리 작가들의 장점을 답습하려는 신인 작가 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 마무리를 향해가면서 밝혀지는 살인사건의 전모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아몬틸라도 술통’ 결말과 흡사하다. 논리적인 범죄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추리를 반박하는 그라펜슈타인 박사를 무시하는 방코랭에서 차갑고 쿨내(쿨한 느낌이) 나는 ‘까도남’ 홈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짝사랑에 빠진 소심한 사내처럼 샤론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제프의 모습에 방코랭은 따끔하게 일갈한다.

 

“이보게, 난 중매쟁이가 아니라 경찰이라네. 오늘 저녁에 들은 그런 유치한 재잘거림 속에서 내가 뭘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나? 사랑이라는 감정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145쪽)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출판사는 띠지에 위대한 작가의 처녀작을 이렇게 홍보한다. 나는 어렸을 때 카를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가 처음으로 펜을 쥐고 써내려간 처녀작을 읽었다. 이미 카의 원숙한 작품들을 읽어 봤을 정도로 카를 잘 아는 독자도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최상의 레벨을 자랑하는 작가의 전성기 작품을 계속 읽어오다가 레벨 초기화에 가까운 처녀작을 읽어 보라. 명성 있는 작가의 처녀작에도 어설픈 티가 눈에 보인다. 이래서 어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으려면 집필, 발표 연도순으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의 문학적 레벨과 성숙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카의 이름만 알고,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처녀작 『밤에 걷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14-12-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 진진한 추리소설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13번째 마을>정도의 포쓰가 되는 추리소설이요~^^ 엄청나게 재밌게 마지막으로 읽은 추리소설이 바로 13번째마을 이거든요..ㅎ

cyrus 2014-12-05 21:26   좋아요 0 | URL
야무님~ 제가 이제 막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입문자라서 감히 소설을 추천할 수준은 아니에요. 사실 <여섯번째 마을>도 아직 안 읽었어요.. ㅠㅠ 저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신 블로거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제가 아는 분은 카스피님이에요. 추리, SF 장르 소설을 즐겨 읽었고, 많이 알고 계십니다. ^^
 
르루주 사건 - 고전추리걸작
에밀 가보리오 지음, 박진영 엮음, 안회남 옮김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Scene #1  추리소설 탐정의 조상 

 

 

 

 

1887년에 아서 코난 도일이 발표한 『주홍색 연구』는 최초로 셜록 홈즈가 등장한 작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입고 송환된 군의관 왓슨 박사가 친구의 소개로 셜록 홈즈의 룸메이트가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문 탐정 홈즈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처음 만난 왓슨의 이모저모를 알아맞혀 왓슨을 놀라게 한다. 왓슨은 홈즈의 비범한 추리력을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자 탐정인 오귀스트 뒤팽이 연상된다고 추켜세운다. 그러나 홈즈는 뒤팽을 수준 낮은 탐정에 불과하다며 돌직구 디스(Diss)를 시전한다. 그러자 왓슨은 에밀 가보리오(1832~1873)가 쓴 탐정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르코크(르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르코크 또한 홈즈의 디스를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뒤팽보다 더 심하게 까였다.

 

 

셜록 홈즈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르콕은 형편없는 인물이지요.”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게 봐줄 만한 것은 그의 의욕뿐입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 속이 뒤집혔습니다. 문제는 죄수들 중에서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느냐는 것이었지요. 나라면 그런 문제는 24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르콕에게는 여섯 달이 걸렸습니다. 그 책은 탐정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 가르치는 교본으로 쓰일 수는 있겠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  『주홍색 연구』 중에서, 황금가지, 37쪽)

 

 

왓슨은 자신이 좋아하던 소설 속의 두 주인공이 홈'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준말)에 가까운 홈즈의 독설에 만신창이 되는 모습에 속상해한다. 오귀스트 뒤팽과 르코크. 이 두 사람은 셜록 홈즈를 비롯한 추리소설 탐정의 조상님이다. 뒤팽은 『모르그 가의 살인』에 처음 등장했다. 르코크는 국내 독자에게 생소한 탐정이다. 『르루주 사건』이 첫 등장 작품이며 그 후로 르코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나왔다. 발표연도는 포의 뒤팽이 빠르지만(『모르그 가의 살인』은 1841년, 『르루주 사건』은 1866년) 두 작품 다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로 인정한다. 포는 세계 최초의 단편 추리소설, 가보리오는 세계 최초의 장편 추리소설을 썼다.

 

도일은 자신의 첫 탐정소설에 포의 뒤팽과 가브리오의 르코크를 이제 막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홈즈와 비교당하는 과감한 장면을 삽입했다. 홈즈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포와 가브리오의 작품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아마도 이 두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면 도일의 홈즈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홈즈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는 대접을 받게 되지만, 도일은 탐정소설의 원조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홈즈의 탄생이 뒤팽과 르코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Scene #2  “나도 한때 홈즈보다 인기가 많은 시절이 있었다오.”  

 

추리소설을 즐겨 읽은 지 얼마 안 된 독자라면 르코크는 ‘듣보잡’으로 보이겠지만, 추리소설 덕후 수준의 독자라면 르코크를 기억해야 한다. 사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추리소설이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홈즈가 아니라 르코르였다. 그리고 홈즈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인기 많은 탐정이 가보리오의 르코크였다.

 

신소설 작가 이해조(1869~1927)가 1913년에 『르루주 사건』을 『누구의 죄』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였다. 그 후 『금수회의록』의 작가 안국선(1878~1926)의 아들 안회남(1910~?)이 1940년에 다시 소개했다. 조선일보사 계열의 출판사인 조광사에서 내놓은 ‘세계 걸작 탐정 소설 전집’의 첫 번째 책이었다. 르코크의 한국 정착(?)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추리 소설가 김내성이 1948년에 『마심 불심(魔心 佛心)』이라는 제목으로 ‘번안’ 작품을 썼다. 6.25 전쟁 중인 1952년에 『르루주 사건』은 재등장한다. 제목은『복면 신사』. 안회남의 번역본을 제목만 바꾼 채 그대로 재출간했는데 1960년대 초반까지 재판이 나왔다. 그런데 책은 안회남이라는 이름 석 자를 볼 수 없고 다른 번역자의 이름이 남아 있다. 이유는 그가 월북 작가였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월북 작가나 예술가는 실명 그대로 공식석상에 거론될 수 없었다.

 

이렇듯, 르코크의 국내 번역 역사는 홈즈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르코크 시리즈는 가정 비극에 치우친 소재와 멜로드라마의 요소가 곁들인 이야기의 전개가 큰 특징인데 국내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기에 적당한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홈즈와 그 밖의 탐정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르코크는 퇴역하는 형사가 된 것처럼 한물 간 주인공이 되었다. 조상 대접 받지 못한 르코크를 2011년에 안회남의 번역으로 되살렸으나 이 책마저도 품절되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르코크가 재평가를 받고, 더 이상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했다고 밝힌 머리말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Scene #3  『르루주 사건』의 주연은 타바레다

 

작품은 르루주라는 과부가 피살되면서 의문의 사건이 시작된다. 예심판사 다브롱, 제르롤 경부 그리고 주인공 르코크 형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 사건이 점점 미궁에 빠지자 티모클레어라는 ‘경시청의 숨은 고문’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다. 티모클레어는 가명이고, 원래 이름은 타바레이다. 그는 탐정을 취미로 하는 괴짜 노인이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면 그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는다. 괴이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오락이다.

 

『르루주 사건』은 르코크의 등장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직접 작품을 읽어보면 가장 비중이 많은 진짜 주인공은 르코크가 아니라 타바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르코크는 조연에 불과하다. 르코크는 소설 초반부에 자신의 스승인 타바레를 사건 해결의 조력자로 불러들이고, 중간에 르코크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르코크가 타바레의 조수임에도 불구하고 홈즈를 껌딱지처럼 붙어서 따라다니는 왓슨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는다. 즉, 이 소설에서 르코크의 등장 횟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도일은 『주홍색 연구』에서 르코크를 언급했고, 탐정 소설의 역사를 정리하고 관련 작품들을 분석한 월러드 헌팅턴 라이트(1888~1939, 파일로 밴스를 창조한 추리소설가 S.S. 밴 다인의 원명. S.S. 밴 다인은 라이트의 필명)마저 르코크를 뒤팽을 훌륭하게 계승한 『르루주 사건』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위대한 탐정 소설』 북스피어, 49쪽) 반면 르코크 시리즈 첫 작품에서 사건을 해결한 타바레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다. 가보리오가 쓴 범죄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은 르로크를 기억해야겠지만, 『르루주 사건』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타바레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타바레의 존재가 있었기에 그 다음 시리즈물에서 아마추어 풋내기 형사 르코크가 훌륭한 탐정으로 성정할 수 있었다. 

 

『르루주 사건』에 등장하는 타바레는 홈즈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완벽한 탐정형 인물이다. 아니, 도일의 홈즈가 타바레의 모습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바레가 사건 현장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라.

 

그(타바레)는 경쾌한 걸음으로 뛰어 들어가듯이 구석방으로 들어가서는 약 반 시간 동안이나 걸려 차근차근히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밖으로 뛰어나갔다가는 뒤로 물러서고 또 나갔다가는 들어가고 재삼재사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혹시 범인의 작은 냄새라도 남아있지 않은가 코를 쫑긋거리는 모양은 마치 짐승을 쫓아 도는 사냥개와 같았다. (『르루주 사건』 중에서, 36쪽)

 

홈즈도 정상적이지 않는 모습으로 진지하게 사건 현장을 관찰한다. 『주홍색 연구』에서 피의자가 독극물로 살해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 냄새를 맡고, 주변 현장을 개가 기어가듯이 엎드린 채 범죄와 관련된 흔적이나 증거를 찾는다. 홈즈가 사건 현장을 살피면 그 누구도 건드리거나 말을 걸 수 없다. 분주하면서도 산만하게 보이지만, 홈즈는 경찰도 찾지 못하는 증거를 정확하게 발견한다.

 

런던 경시청은 자신들이 맡은 사건이 해결하기 어려우면 가끔 경시청의 능력을 무시하는 독설을 서슴없이 하는 홈즈를 꼭 찾는다. 그래서 간혹 그의 사건 해결을 탐탁지 않게 보는 경찰 관계자도 등장한다. 『르루주 사건』에서 제브롤 경부는 타바레를 싫어한다. 그의 사건 해결 방식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과 비교될까봐 은근히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타바레의 또 다른 취미는 범죄에 관한 문헌자료나 서적을 수집하는 것이다. 홈즈도 범죄 관련 기록을 스크랩하고 사건 기록물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타바레는 독신인데다가 하녀 마네트가 가사를 맡는다. 여자를 싫어하는 ‘차도남’ 독신 홈즈 그리고 그가 사는 하숙집 주인이자 가정부인 허드슨 부인이 연상된다. 이 정도 되면 타바레도 탐정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Scene #4  어설프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탐정

 

르코크와 홈즈. 이 두 사람은 서로 성격은 비슷하나 사건 해결 방식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홈즈는 과학적인 수사 기법과 논리력을 동원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깔끔하게 푼다면, 르코크는 특정 인물이 연루된 스캔들이나 음모를 차분하게 하나하나씩 파헤치고 증명한다. 두 사람 간의 탐정 능력을 비교하고, 한 쪽을 더 우월하게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굳이 홈즈와 비교를 하자면 타바레는 사건 해결 과정 중에 헛다리 짚는 실수를 한다. 르코크도 마찬가지. 다음 작품에서 르코크는 스승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잘못된 추리를 하고 만다. 냉철한 논리력과 판단을 중시하는 홈즈의 눈에는 르코크가 아마추어 탐정의 티를 벗지 못한 형편없는 수준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재수사하는 타바레의 모습에서 따뜻하고 친숙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하는 괴팍한 노인이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도와주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현자(賢者)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다. 겸손하면서도 남을 돕는 착한 타바레의 성품은 ‘동방예의지국’의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할 정도로 세상은 몰라 볼 정도로 많이 변했다. ‘동방예의지국’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예의’보다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예의’가 좋은 사람이더라도 ‘능력’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이 대접받는다.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의 취향도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것 같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예의’가 있고, 조금 미숙하게 보이는 아마추어 타바레보다는 완벽한 ‘능력’을 보여주는 홈즈 같은 프로를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홈즈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탐정이 되려면 홈즈와 같이 똑똑하게 머리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타바레는 잊혀만 간다. 가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웃 할아버지 같은 타바레 같은 탐정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 현실로 봐서 이루어지기가 어렵겠지만,『르루주 사건』복간과 나머지 르코크 시리즈 출간을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억지를 쓰는 존재이다. 이치에 맞든 맞지 않든 억지를 쓰다보면 그럴듯해진다.  교활하고 빈틈없이, 사람은 언제나 자기 형편에 맞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이어 붙여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 교고쿠 나쓰히코 <죽지 그래> pp 135 -  

    

 

  그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고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사건 관련자 고대 의대생 3명에 대한 징계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단체들 그리고 고대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동료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나체를 촬영한 파렴치한 의대생 3명을 출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학교 측은 퇴학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고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퇴학처분을 받아도 1학기만 지나면 재입학이 가능하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면 반드시 출교처분을 해야하는 것이 합당한 법적 제재이다. 

의대생들이 일으킨 행위는 교육목표에 따라 인간 존엄성을 박탈하고 사회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 행위이므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걸맞다. 그런데 자신들에 내린 처분이 가벼워서 그런 것일까?  사건이 발생한지 세 달이 지난 지금도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언니의 진술에 의하면 가해자의 부모가 직접 찾아와 피해자 학생에게 피해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면 가해자인 본인의 자식들도 인생이 끝난거지만 피해자도 끝난 것이라는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나고 2~3일 후 가해자들에게 연락을 해 ‘ 너희들이 했던거 기억난다. 술에 취했었지만 확실히 기억이 난다 ’ 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 미안하다, 정말 잘못했다’ 라는 반응이 아닌 ‘ 네가 모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냐’ ,  ‘우리는 망했다’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 애써 연락한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사죄조차 하지 않은 것다.    성추행 사건이 사회의 표면 위로 떠올렸을 때 문자 한 통으로 사죄를 표한 태도와는 무척 상반되고 사죄에 대한 가해자들의 진심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 남 탓이오즘 ' 에 사로잡힌 소설 속 인물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마다 남의 탓만 하는 일은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폭우 피해, 물가인상, 노사분규와 비정규직 문제 게다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 사건 등까지 모든 사회적 이슈 속 당사자들은 서로 남의 탓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 남 탓이오즘 ' 의 사회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다. 

교고쿠 나쓰히코<죽지 그래> 속에 등장하는 6명의 인물 역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 남 탓이오즘 ' 의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아사미라는 여자의 죽음과 행적을 알아내기 위해서 와타라이 겐야라는 남자가 그녀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재미있게도 겐야가 만난 인물들은 생전의 아시미와 친분의 관계를 형성했으면서도 정작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진심어린 애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겐야가 첫 번째로 만난 계약직 회사 직원 야마자키에게 아사미는 그저 자신의 회사에 잠깐 일하러 온 계약직 직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외부적인 존재일뿐이다.   

 

아사미는 석달 전에 죽었다.  자살이었는지 타살이었는지, 경철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모른다.   (중략)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도해주지도 않았고 -  아, 그저 내가 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뭐, 자살이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 같은 책, pp 14 -

 

겐야가 세 번째로 만난 야쿠자 사쿠마는 자신이 사랑했던 아사미의 죽음 소식을 접했을 때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신변이 위험에 처할까봐 당황한 반응을 보인다.  

  

슬펐던가?  아사미가 살해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슬펐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놀랐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아니....  '위험하다' 가 먼저였지 않을까.   (중략) 

나와 아사미의 관계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조사를 받게 된면 귀찮아진다.  내가 아니라 조직이.   

 - 같은 책, pp 127 -

  

네 번째로 만난 아사미의 친엄마의 모습은 죽은 딸의 엄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남 탓이오즘' 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는 딸의 심정을 한번도 헤아려 본다거나 이해해보지도 못한 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핍돤 상태다.   

 

" 이봐, 그 사람들은 전부 아사미의 아빠가 아니라 내 남편이었어.  나하고 결혼한 결과 아사미의 아빠가 된 것뿐이었다고. " 

 겐야는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 그 말은, 아사마의 기분 같은 건 상관없었다는 뜻이야? "    

 그 아이의 기분 따위.... 

 " 몰라, 그런 건. 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부부 사이 문제 같은 건 제대로 알지도 못했겠지.  그 아이는 내가 결정한 일에는 뭐든 거스르지 않았어.  그거야 당연하지. 내 인생이니까.

 - pp 198 -

   

그녀는 자신의 딸에 대해서 왜곡된 질투심마저 가지고 있다.  아사미는 그저 '아버지' 라는 존재가 그리웠고 친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새로 맞이 한 계부에게 딸로서 사랑을 듬뿍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사미의 친엄마는 그런 아사미의 태도를 질투를 느꼈으며 자신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자신의 유일한 핏줄인 아사미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거쳤던 남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 남 탓이오니스트 ' 에게 날리는 겐야의 마지막 확인사살 

소설 속 겐야의 대화 방식은 죽은 아사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겐야의 심리적 상태처럼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아사미의 죽음을 더욱 궁금하게끔 만드는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언뜻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이 연상된다.   아사미와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정작 아사미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불확실한 진술을 하게 되는데 겐야는 교묘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이들의 허술하고 모순적인 내면심리를 잘 파악하여 대화 당사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약점을 노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겐야의 완벽한 대화에 걸려든(?) 인물들에게 '약점' 이란 살아있었을 때나 죽고 난 뒤나 아사마에 향했던 냉담하면서도 방관적인 태도이다.   집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상대방에게 추궁하는 겐야의 질문들은 양 손으로 번갈아 잽(jab)을 날리는 권투 선수처럼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 겐야의 능수능란한 언변에 야마자키와 사쿠마 그리고 아사미의 친엄마는 학력도, 직업도 없는 한 남자 앞에서 쩔쩔 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겐야는 궁색한 자기변명과 쓸데없는 하소연만 늘어놓기만하는 세상에 대한 불만 가득한 이들에게 강력한 어퍼컷을 날림으로써 마지막 확인사살까지 한다.    

 " 죽지 그래. "

  

  

  방귀 뀐 놈이 성낸다

' 잘 되면 내 탓, 그렇지 않으면 남 탓 ' 이라는 현대인의 모습은 인간의 본성인 냥, 예전부터 오래도록 역사처럼 이어졌다. 타인을 비난하면 자기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비난의 속성인데, 이는 자기가 남으로부터 비난받을 짓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남을 먼저 비난하여 자기의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 심리적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의 하나 밖에 없는 인생 또는 목숨과 관련 있는 반인륜적인 사건 같은 경우에는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들에게 ' 남 탓이오니즘 ' 이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정작 피해자의 심정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 방귀 뀐 놈이 성낸다 ' 라는 속담이 있듯이 잘못을 저지른 쪽에서 오히려 남에게 성내게 된다.

결국, ' 남 탓이오니즘 ' 은 자신에 대한 행동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인 셈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한데 그때마다 ' 너 때문이야! ' 라고 탓을 한다면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궁색하게 만드는 꼴이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1-08-2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반가워라. 시루스님, 저 이 책 살까말까 몇 번이나 그랬었어요. 근데 이제 여름도 지나가니까 장르소설은 구입 안하려구요. 대신 리뷰 보니까 좋네요, 읽은 것 같고..ㅎㅎ

세상이 뭐 갈수록 이래요, 방귀 뀐 놈이 성내고, 당한 사람이 더 죄스러워 하고........

cyrus 2011-08-21 17:14   좋아요 0 | URL
사실 장르소설이라고 구분하기에는 애매모호했지만,, 그래도 내용 전개가
인상 깊었어요. 결말에 이를수록 주인공이 마지막에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것도 좋았고요,, 제일 마지막 부분에는 반전도 있어요 ^^
 
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의 독설

 

 

 

1886년, 영국 포츠머스 시 교외에 위치한 작은 병원.  27세라는 젋은 나이에 개인 병원을 차렸지만 환자들이 북적거려야할 접수창고는 썰렁할 뿐이다.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다보니 젋은 의사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았지만 환자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병원 업무만 하기에는 돈에 쪼들였다.    

의사는 남아도는 시간에 추리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가 돈을 벌기 위해서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자신이 직접 소설을 써서 출판하기로 한 것.   평생동안 시체 해부를 하면서 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소설 작법을 정규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지식과 업무 시간 때마다 틈틈이 읽었던 추리소설에서 얻게 된 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훗날 세계적인 명탐정 캐릭터가 탄생되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하게 된다.  

그 작품이 바로 명탐정 셜록 홈즈가 최초로 등장하게 되는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1887년 작)이다.    

추리작가이기 전에 무명의 젋은 의사에 불과했던 코난 도일이 즐겨 읽었던 추리소설은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과 오늘날에는 잊혀졌지만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뒤팽 이후로 등장한 두번째 탐정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프랑스의 에밀 가보리오의 소설이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탄생되기 전에는 미국의 뒤팽과 프랑스의 르콕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코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라 할 수 있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동경하여 셜록 홈즈라는 추리문학사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영국의 탐정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이라는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형사의 모습과 달리 아무도 풀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고 있는 기본이며 악한들 앞에서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코난 도일 역시 세상에 첫 선을 보게 된 셜록 홈즈가 이전에 등장한 선배 작가들의 탐정 캐릭터들보다 대중들에게 더 오랫동안 각인시키길 바랬다.  좀 치졸한 방식이지만 셜록 홈즈라는 탐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도일은 작품 속에 셜록 홈즈의 말을 빌어 선배 작가가 창조한 탐정들을 평가절하시켜버렸다.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 박사가 홈즈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그의 추리 이론과 원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있다.  왓슨 박사는 홈즈를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 나오는 뒤팽과 같다고 말하자 홈즈는 냉담하게 왓슨의 의견을 반박한다.   홈즈는 뒤팽의 추리력은 얄팍한 방법일뿐이며 뛰어난 탐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깎아내린다.   

그러자 왓슨 박사는 가보리오의 르콕이라면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역시 르콕 역시 홈즈의 독설을 비켜갈 수 없었다.     

 

뭐, 르콕이라고?   실수만 저질러 차마 볼 수가 없지. 단 한 가지 장점이라면 정력뿐이야.  그 책은 정말이지 답답할 만큼 따분해문제는 입을 열지 않는 피고의 신원을 알아낸다는 것이었어.  나라면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걸 루콕 선생은 반 년이나 걸리고 있지.  그 책은 탐정이 빠지기 쉬운 잘못을 나타내는 교과서라면 쓸모 있을 거야.

  

자신이 숭배하고 있던 탐정 두 명이 홈즈 한 사람에 의해 한순간에 내리깎이는 모습을 지켜본 왓슨 박사는 홈즈의 첫인상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나이는 머리가 매우 좋을지 모르지만, 꽤나 잘난 체하는 친구로군.

 

셜록 홈즈의 독설을 통해서 도일은 추리소설 장르의 선배격이나 다름없는 두 작가의 탐정을 잘근잘근 씹어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만 냉철하면서도 런던의 차도남 홈즈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만약에 셜록 홈즈는 40여 년 뒤에 등장하게 될 프랑스 출신의 매그레 반장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매그레 반장 역시 홈즈의 독설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그의 모습과 수사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셜록 홈즈와 정반대이며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전에 홈즈가 독설을 날렸던 르콕 탐정처럼 매그레 반장의 장점이라면 110kg의 육중한 덩치에서 나오는 정력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은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포아로처럼 천재적 두뇌를 밑바탕이되는 추리력과는 거리가 멀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여려 가지 증거와 단서를 종합하여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홈즈처럼 독자나 범인을 허를 찌르게 할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인 비유를 하자면 홈즈의 추리력을 단단한 물건이라도 단칼에 싹둑 베어낼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이라면 매그레 반장의 추리력, 아니 두뇌력은 조금은 날이 무딘 검이다.

매그레 반장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수상한 라트비아>는 우리의 주인공이 라트비아 출신의 국제적 사기범 피에트르라는 인물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와 관련하여 갑작스레 벌어진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라트비아 인 피에르트를 둘러싼 사건의 내역을 본격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줄거리다. 

그러나 피에트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도중에 그의 절친한 동료이자 자신이 소속된 기동 수사대원이 토랑스 요원이 살해됨으로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건은 더욱 미궁 속에 빠지게 되며 토랑스의 죽음에 매그레 반장은 정신적인 충격을 빠지기도 한다.  

 

  

 범인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바윗덩어리' 매그레 반장   

 

  


 

르네 마그리트 <보이지 않는 세계> 1954년 

매그레 반장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비유하고 싶다.  

그림 속에는 넓은 바다가 보이는 방 안에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놓여져 있다. 

마그리트가 이 그림을 통해서 관람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제목대로 비록 살아 움직이지 않은 무생물이라도 인간이 보지 못하는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매그레 반장은 이전의 탐정의 모습과는 다르게  

범인을 잡기 전에 범인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관념론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매그레 반장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법한 범인의 마음 한 구석에도 

인간적인 면으로 상징되는 '균열' 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탐정과 형사들이 보지 못하는  

범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 보이지 않는 세계 ' 를  

매그레 반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저 그림 속 바윗덩어리처럼...  

 

 

하지만 매그레 반장이 허점이 많고 추리력도 없는 날이 무딘 검이라고 해서 그의 수사 실력은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조르주 심농의 소설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매그레 반장을 홈즈의 독설처럼 추리력을 보유한 탐정형 인물과 거리가 먼 캐릭터라고 평가절하는 것은 금물이다.  

매그레 반장은 남의 처지가 되어보면서 입장을 바꾸어 생각을 하면서 결정적 단서보다는 미묘한 분위기와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유추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그래서 범죄보다는 범인의 삶에 더 관심을 갖고, 범인을 잡아 자신의 공을 세우려하기보다는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편이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 때문에 잠깐 마음이 동요되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만 가지고 그가 정신적으로 유약한 것은 아니다.  키 180㎝에 몸무게 110㎏의 육중한 덩치에 담배 파이프를 즐기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즉각적으로 행동하는 저돌적인 성격이다.   

 

마제스틱 호텔에서 매그레의 존재는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텔 분위기상 도무지 소화되기 어려운 하나의 바윗덩어리와도 같았다.  (중략)  

파이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꽊 다문 턱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장소가 마제스틱 호텔이라고 그걸 입에 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어쩌면 자신감이랄지, 아예 투박하기로 작정하고 취하는 태도인지도 몰랐다.   (중략)     

어쨌든 그는 주위의 시선일랑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의 모든 움직임으로부터 초연한 자세였다. 지하실 댄스홀로부터 새어 나오는 재즈의 소음조차 도무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난 것처럼, 그의 몸에 부닥쳐 튕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 조르주 심농 <수상한 라트비아인> 성귀수 역, 열린책들, pp 22~23 -  

  

매그레 반장이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묘사하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위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 맡은 일에 묵묵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이 든든하지 않은가.  재즈의 소음뿐만 아니라 어떤 악당도 그를 공격했다간 그의 육중한 바윗덩어리 같은 몸에 힘없이 튕겨나갈 것이다.

  

 

  매그레의 균열 이론  

매그레 반장은 홈즈처럼 뛰어난 추리력과 추리 이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도 사건 수사 방식에 관련된 자신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이름까지 정한 ' 균열 이론 ' 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균열 이론이란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 인간 ' 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매그레 반장이 직접 창안한 것이다.  범죄자들은 경찰과 대면하게 되면 ' 게임 상대 ' 로 변하게 되는데 적의 모습을 취하게 되면서 경찰의 추적에 저항하게 된다.  그러나 게임 상태한테 균열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면 그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게 되며 매그레 반장은 범죄자의 마음 속에 생기는 균열을 통해서 체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의 심리 속에 숨겨진 약점을 잡아내는 방식이 치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매그레 반장은 일부러 범죄자의 '균열' 을 굳이 부단히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셜록 홈즈의 사건 수사 방식이라면 독심술 쓰듯이 범죄자의 정신적 약점까지 집어내어 범인을 체포하는 올가미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그레 반장은  나쁜 죄를 지어 자신에게 체포된 범죄자라도 그가 범죄를 일으켜야만했던 이유를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매그레 반장  

 

아침에 마제스틱 호텔의 어느 여자 투숙객이 뇌까린 말...  <저 꼬락서니 좀 보라구!> 

세상에...!  <저 꼬락서니>라니!  계속 수작을 부릴 위험성이 다분한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것도 바로 같은 호텔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는 형사한테 그게 할 말인가!  

<저 꼬락서니>라니! 영국 재단사의 솜씨로 멋지게 빚어낸 옷 한 벌 갖춰 입지 못하고, 매일 아침 손톱이나 다듬을 여유 따윈 꿈에도 기대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사흘 전부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공 없는 식탁만 꼬박 지키고 있을 마누라를 둔 사내에게 그게 어디 할 소리인가!   

 - 같은 책, pp 165 -

  

홈즈도 매그레 반장의 수사 방식을 보고 있다면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 속 대사처럼 ' 꼬라지하고는,, ' 이라고 하면서 혀를 찼을 것이다.    하지만 홈즈도 매그레 반장한테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상대방, 특히 여성이라면 차갑게 대하고 잘난척하는 '차도남' 홈즈보다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자신의 일에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고 자신의 부인, 경찰 동료들뿐만 아니라 범인의 마음까지 이해해주는 실제로는 '따도남' 인 매그레 반장이 더 친숙해보인다.         

하루종일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식사와 잠을 미루어가면서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소설 속 매그레 반장의 모습은 우리가 볼 수 없는 24시간동안 국민의 보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경찰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언론에서 대한민국 경찰들의 허술한 면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 요즘,  매그레 반장 같은 경찰이 우리나라에 많다면 범죄율도 줄어들게 되고 국민들로부터 '민중의 지팡이' 라는 좋은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중간에 사건 해결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기도 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매그레 반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아하니 닭 튀김을 좋아하는거 같은데 몸 보신하라고 삼계탕 한 그릇 권해드리고 싶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될 매그레 반장의 활약상이 무척 기대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7-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나오더니, 시루스님도 읽으셨군요.
저는 최근 나온 것은 못 읽었고, 예전 문고판에서 읽은 것 같은데...
영 깜깜하니 기억을 살리지 못 하네요. <죽음을 부르는 개>라는 책을 읽었는데, 영. ㅡㅡ;;

홈즈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군요. 어릴 때 워낙 좋아했는데
그때는 좀 순화된 이미지로 나왔잖아요. 그래서 정말 멋지다 생각했죠. 하지만
저 까만 책에서 원 이미지를 살린 홈즈는... 으, 까칠하고 마약하는데다 자폐 성향도.
여하간 편안한 이미지가 홀랑 날아간. 그렇게 생각하면 메그레 경감 쪽이 훨 낫겠네요. ^^

cyrus 2011-07-16 16:42   좋아요 0 | URL
이번에 열린책들에 나오게 될 매그레 시리즈가 심농의 아들인가,,?
여하튼 작가의 후손과 확실히 계약해서 국내에 소개된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75권의 시리즈가 발간될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아가사 크리스티
처럼 국내에 가장 많은 시리즈가 소개된 추리작가가 될꺼 같네요.

홈즈가 까칠하고 코카인을 때때로 흡입하기도 하죠.
사실 매그레는 파이프담배를 주구창창 피워대는 거 빼고는
괜찮아요. 사건을 혼자서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이
진정 사나이답고요.. 또 한편으로는 부인을 생각하는
가정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

2011-07-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6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7-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해주신 책이 눈 앞에 좀 있는데, 좀 손에 들어야겠습니다. 얘기해주신 내용도 좀 참조 해 가면서요 ^^

참 비오는데 피해는 없으실지.. 지금 사는 집이 곰팡이는 좀 피지만 달동네 비슷한 곳이서서 물이 차거나 하지 않는게 다행입니다.

cyrus 2011-07-16 16:49   좋아요 0 | URL
ㅎㅎ 리뷰까지 참조 안하셔도 되요. 항상 리뷰를 쓰면서 느끼고 있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다분히 개인적인 감정 위주로 쓰다보니
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궁금하시는 분들에게 도리어 해가 될까봐
걱정도 들어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정말 궁금하다면 거리낌없이
읽어보는게 상책인거 같습니다. ^^;;

여기는 심각하게 비 피해는 없고요,, 대구의 여름은 장마보다는
무더위의 고통이 크답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1-07-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메그레 경감 시리즈다.
장르소설까지 두루 섭렵하시는 님, 좀 멋지십니다~

전 하나 하나 사모으고는 있지만,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도 있고...^^
완결된 다음에 읽는 못된 버릇도 갖고 있어서 말이죠.

밑의 페이퍼 봤어요, 대단하세요~.
잘 지내시죠?^^

cyrus 2011-07-16 16:54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네요. 나무꾼님 ^^ (갑자기 댁에서 나무꾼으로 개명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나무꾼님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뭐 잘 살고
있습니다. ㅎㅎ 위쪽에는 장맛비가 주말까지 계속 온다는데
비 피해 없기를 바라요.

그전부터 매그레 시리즈가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한 번 읽어보고 싶었어요. 출판사가 제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인 것도 있었고요.
하필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못 읽다가 여름을 맞아 읽게 되었어요.
제가 그전에 홈즈나 괴도 루팽 시리즈를 정말 좋아해서 다른 추리작가의
시리즈에 대해서 낯설게 느껴졌는데,, 1권만 읽었지만
매그레 반장의 모습이 매력적이더군요. 나무꾼님도 꼭 한 번 읽어보셔요^^
 
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그림은 내겐 즐거운 절망이다.  

- 프랜시스 베이컨 (1909~1992) -

    

 

 

  베이컨의 음울한 자화상   

영국의 추상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평생동안 그린 그림들 중에는 정상적인 형체라고 보기 어려운 얼굴들이 담긴 초상화와 자화상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이 그림이 그의 자화상인지 분명한 출처를 알 수 없다. 베이컨은 평생 몇 점의 자화상과 자화상을 그리기 위한 많은 습작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 그림이 베이컨의 자화상이 확실하다면 그의 실제모습과 어느 정도 유사하게 그린 자화상일수도 있겠다. 불규칙한 형태 속에서도 그의 실제 얼굴의 실루엣이 남아 있으니까.     

일단 그의 그림들은 섬뜩하고 참혹하다. 베이컨 자신 얼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캔버스에 담아낸 모든 인간의 얼굴들은 눈, 코, 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갰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왜 이런 끔찍하고 흉칙한 형상의 그림들을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추측들이 낳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 프랜시스 베이컨 ' 이라는 대중들의 머리속에 쉽게 각인되게 하는 이름을 세계 미술사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화가에 대한 독특한 생의 이력일 것이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름이 같아서 착각할 수 있겠지만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 유명한 철학자의 후손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동성애자 화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어린시절의 베이컨은 누이의 속옷을 몰래 훔쳐 입다가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크게 혼나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정신적인 혼란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부터 베이컨에게는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지우고 싶은 부정적인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알콜 중독자에다가 틈만 나면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의 그늘을 베이컨은 영영 벗어나지 못했다.   

훗날, 자신도 알콜 중독에 빠질 정도로 매일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폭음을 할 정도로 유별난 ' 괴짜 ' 였으며 유년시절의 우울한 기억들은 화가가 되어 ' 베이컨 표' 그로테스크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 회화의 괴물 ' 이 사랑했던 남자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다이어의 초상화를 위한 연구>, 1967년 


 

 


<사랑의 악마> (원제: Love is Devil, 1998년) 

프랜시스 베이컨과 조지 다이어와의 동성애적 연애를 토대로 만든 영화. 

이 영화의 조지 다이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분하였다.

 

그는 평생 4명의 남자들과 동성애적 관계를 맺었는데, 그 중에 조지 다이어와의 관계는 영화로 만들 정도로 유명한 미술사적 스캔들로 남게 되었다. 조지 다이어는 좀도둑이었지만 베이컨에게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며 자신의 피폐하고 암울한 삶을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에게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해주는 뮤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나머지 3명의 동성애자 애인들처럼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고 불행한 결말으로 끝나게 된다. 조지 다이어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정작, 베이컨은 자신의 절대적인 존재가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여 자신의 곁을 떠나야했는지 알지 못했다.  1992년,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둘 때까지  ' 회화의 괴물 ' 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자신의 캔버스에 구현한 조지 다이어를 보면서 만족해야만 했다.

 

  

 

  ' 우리 사회의 괴물' , 아이코     

 

 


프랜시스 베이컨 <그림>, 1946년

 

프랜시스 베이컨이 다룬 그림의 주제는 ' 뭉개진 고깃덩어리' 같은 얼굴의 형상 이외에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질것만 같은 ' 진짜 ' 고깃덩어리를 그려넣기도 하였다. 그에게 고깃덩어리는 미술적인 영감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육식의 즐거움을 만족할 수 있는 ' 쾌락 ' 이었다.   

그래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 고깃덩어리 ' 그림들을 보게 되면 그의 미술에 대한 호불호가 쉽게 갈라지게 된다. 어떤 이들은 베이컨 특유의 그로테스크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수억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명화를 ' 끔직하면서도 다시는 쳐다보기 싫은 불쾌한 그림 '  을 치부하고 만다.  

이런 대중들의 평가는 기리노 나쓰오의 <아임 소리 마마>를 처음 읽게 된 독자의 반응과 평가에서도 볼 수 있다.  

작년에 군 복무할 때 처음 읽고난 뒤에 올해 들어서 기리노 나쓰오의 악명 높은 소설과 재회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이코의 살인 과정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주인공들 중에서 최악의 인물일 것이다.   

내가 비위가 강해서 그런지, 아니면 베이컨의 그림을 선호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1년만에 다시 읽게 되니 아이코의 광기어린 아우라는 여전하였다. 하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명성을 알게 되어 처음 이 작품을 집어든 독자들에게는 읽는 내내 차례차례 살인을 자행하는 아이코의 모습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힘겹게 읽고 난 독자들에게 또 다시 읽어라고 권하면 또 읽을 수 있는 ' 강심장 ' 독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기리노 나쓰오 골수팬이 아닌 이상 이 책을 두 번 읽는 독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의 ' 괴물 ' 같은 그림에는 화가가 경험한 어두웠던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듯이, 그녀가 일삼는 살인, 거짓말 그리고 절도 뒤에는 ' 괴물 ' 이 되어야하는 남모를 고통스러운 과거의 흔적이 있다.   

유년시절의 베이컨에게 친아버지가 가한 잔인한 폭력은 평생 지울수가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된 것처럼 아이코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온갖 핍박과 정신적 모욕을 받으면서 자라야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창녀촌에서 몸을 팔아야했다. 아이코는 부모가 주는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야하는 일반적인 어린이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아이코에게는 모성애를 느끼고 싶은, 따뜻한 사랑의 감정에 목말라 있었다. ' 사회의 괴물 ' 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을 낳아준 ' 마마 ' 라고 부르는 엄마였다.

결국, 진정한 인간다운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불신은 깊어져만 갔고, 낯선 남자와의 섹스가 유일한 사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붉은 고깃덩어리의 맛과 형태에 지나치게 탐닉했던 것처럼 아이코에게도 사랑이란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자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엑스터시였다.

아이코와 아담의 ' 특선 로스구이 섹스' 는 아이코의 광적인 성적 집착을 볼 수 있는것뿐만 아니라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문장으로 재현할 정도로 소설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 <두 형체>, 1953년  

 

아이코는 재미있어져서 아담의 대머리 위 고깃덩어리를 얹었다.

 " 봐, 어울려. 당신은 짐승이니까. "

아담은 고기에서 흐르는 피가 미간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내버려둔 채 웃었다.  
(중략)

아담이 고깃덩어리를 안고서 맹렬하게 달라붙었다.  
(중략)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고깃덩어리가 끼어 있다. 두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고깃덩어리가 찌부러지거나 비틀려서 지방과 피가 흘러나와 배가 질척거렸다. 


 - <아임 소리 마마> 기리노 나쓰오, 황금가지, p 83~84 -



 ' 섹스와 고깃덩어리 '  

동성 간의 섹스를 좋아할 정도로 육체적 쾌락에 탐닉했으며 세상의 모든 형체를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정신세계와 일맥상통하다.  베이컨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 즐거운 절망 ' 이라고 표현했듯이 아이코에게 살인 역시 아이코만의 즐거운 절망이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재미있게도 ' 사랑 '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삶의 환경 때문에 스스로 '괴물' 이 되어야만 했다.  

한 남자는 미술사에 기억될 ' 회화의 괴물 ' , 또 한 여자는 독자들에게 기억될 ' 사회의 괴물 ' 로. . .  

 

   

  

 

  ' 봐, 어울려. 당신은 괴물이니까. '   

 

 


<두 개의 고깃덩어리를 들고 있는 F. 베이컨> 존 데킨의 사진, 1953년
  

시대의 ' 괴물 ' 로 살아야했던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이코는 결국에는 그토록 자신들이 찾고자 했던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다.  베이컨은 조지 다이어를 포함한 자신의 동성 애인을 자살로 죽는 장면을 봐야만했었으며 아이코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만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독단적이며서도 기형적인 사랑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섹스를 통한 육체적인 쾌락에 지나치게 탐하는 베이컨의 사랑은 조지 다이어에게는 심적으로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아이코도 사랑 없는 섹스를 통해서 쾌락을 느끼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면서 살인의 쾌락에도 헤어나지 못하고 만다.  자신의 친모마저 못 알아볼 정도로 아이코는 이미 섹스와 붉은 피에 눈이 멀었던 것이다.   

만약에 아이코가 그림 심리 테스트를 하게 된다면 그녀는 '사람의 얼굴' 또는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하다.  분명, 베이컨의 초상화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가 된 얼굴을 그렸을 것이다.  초상화나 자화상은 그림으로 그려지는 대상의 내면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베이컨과 아이코가 그린 얼굴, 즉 세상에는 평생 고치기 힘든, 단호하고 철저하게 세상을 암울하게 보는 그들만의 냉소적인 시선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프랜시스 베이컨와 아이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일반 대중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야말로 ' 괴물 ' 이라고 불러도 좋을 최악의 인간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가 이들을 ' 괴물 ' 로 변하게 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조지 다이어의 자살은 베이컨이 죽인거나 다름없다. 자신의 비뚤어진 사랑에 대해서 베이컨은 죽을 때까지 반성과 죄책감이 들었는지는 알 길은 없지만, 아이코는 사랑하는 마마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통해서 늦게나마 ' 섹스를 좋아하는 살인 괴물 ' 에서 ' 진실한 인간 ' 이 되었다. 

아이코는 자신의 ' 괴물 ' 스러운 죄의 행위에 대해서 마마에게 사과를 하였는데, 정작 정신적 약자였던 아이코를 ' 괴물 ' 로 만들어버려 평생 괴롭혔던 사회는 그녀에게 따뜻한 사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못할 망정 아이코에게 ' 괴물 ' 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우리야말로 정신적 약자를 괴롭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닐까?  

과연, 지금 이 세상에는 아이코가 되고 싶어했던 ' 진실한 인간 ' 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캔버스에서 진짜 ' 괴물 ' 이 되어버린 프랜시스 베이컨은 지금 어디선가 자신의 고깃덩어리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비웃으면서 조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1971년
 

 ' 이게 당신들의 얼굴이야. 봐, 어울려, 당신들은 괴물이니까.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1-10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임 소리 마마'에서 이런 멋진 리뷰라니요~
근데 말이죠, 전 기리노 나쓰오를 읽어낼 비위는 아닌가 봐요.

이 밤, 좀 춥고 썰렁한가 봐요.
님 계신 곳은 따뜻하겠죠?^^

cyrus 2011-01-10 15:34   좋아요 0 | URL
집 안이라서 따뜻해요.^^;; 이번 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이 소설은
그리 권할만한 책은 아닌거 같아요..^^;;

굿바이 2011-01-1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랜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공포가 떠오르네요. 아마 그 공포는 자화상의 모습이 낯익어서 느끼는 공포였을 겁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1-01-10 15:38   좋아요 0 | URL
베이컨의 자화상에서 뿜어져나오는 그로테스크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 상태를 정확히 그려냈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그의 흉측한
그림들에 열광을 하는가봅니다. 알고보니, 이 화가의 그림들이
나름 수억가치의 경매가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더군요,,^^;;

마녀고양이 2011-01-1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컨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묘하게 공감이 가네요.
많이 공감이 가요. 인간의 뒤틀어진 면과 방금 히어나우님의 페이퍼와 겹쳐서.

기리노 나쓰코의 아웃을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그런데 아임쏘리마마가 이런 쪽 이었군요. 머랄까, 이런 책들은
인간의 악의 근원까지 쫒아가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요. 나름의 탐미적 부분이 있죠.

작가 미상인 프랑스 소설 'O의 이야기'를 우연히 접했을 때
야한 것도 그렇지만, 상식이라 배운 것을 몽땅 부정하려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도 마찬가지 맥락이죠. 나이 든다는 것은
당연하다 여겼던 사실을 하나씩 부셔버리는데 있나 봐요....

cyrus 2011-01-10 15:42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기에는 좀 그런 작품인거 같습니다.^^;;
19금 딱지를 붙여져야할 정도로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거든요.
하지만, 마고님 말씀하시는대로 이 소설은 인간의 악의 근원이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코뿐만 아니라
아이코 주위의 사람들까지도요.

starover 2011-01-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림이 좀 끔찍하네요.

cyrus 2011-01-16 19:43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베이컨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드물긴 하죠.
그림이 워낙 끔찍하고 무섭다보니, 가끔 베이컨의 그림을
악의 상징으로 왜곡되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몇 편인지 모르겠지만,(확실한 건 그 때 조커로 분한 배우가
잭 니콜슨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배트맨>에서 조커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이 제 글에서 소개된 <그림>이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