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년 이상을 대구 서구(비산동, 평리동)에서 살았다. 과거의 서구를 색으로 표현하면, ‘칙칙한 회색이다. 사실 무색에 가깝다. 서구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구역이다. 그래서 빛나고 화려한 구석이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정구역이다.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수성구와 중구에 가야 하는데, 확실히 서구가 다른 행정구역에 비해 아파트와 문화생활 공간의 수가 적다. 최근 서구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 예전 서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아파트가 많이 생겼다고 해서 서구는 낙후 지역이라는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금방 떼지 못할 것이다.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다고 해서 구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품질 좋은 원두커피를 마시고, 수제 디저트를 사서 먹는 것은 입이 즐거워지는 문화’를 즐기는 일이. 몇 년 전만 해도 서구에 구민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카페나 디저트 전문 가게가 없었다. 원두커피 한 잔 마시거나 마카롱을 먹으려면 번화가(중구 동성로)에 가야 했다.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제 마카롱을 파는 가게가 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5분 정도 걸으면 마카롱을 먹을 수 있다니. 내가 서구에 오래 살면서 첫 번째로 가장 놀라웠던 일이 서구에 동네 책방(담담 책방)이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이고, 그 두 번째로 놀라웠던 일은 동네에 생긴 디저트 카페를 처음 알았을 때다.







 

 





 

마카롱과 그 밖의 디저트를 파는 카페 이름은 카페 클리어(Cafe Clear)’. 카페 건물이 상당히 튄다. 분홍색 건물인 데다가 카페 내부도 온통 분홍색으로 채워져 있다. 눈에 확 띄는 카페라서 그런지 건물 전체가 시내에 있다가 갑자기 서구에 뚝 떨어져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카페 근처에 지나가면 흘끗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밤이 되면 카페 클리어는 더욱 빛이 난다






 



 



건물 1층이 카페, 2층은 대여가 가능한 공간, 3층은 공방이자 카페 사장의 개인 작업실이다. 건물에도 이름이 있다. 이름은 ‘18˚(18)’. ‘18˚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반듯한 사각형 형태의 건물이 아니라 사다리꼴 형태다. 카페 사장의 말에 따르면 건물에서 살짝 기울어진 부분의 각도가 18˚에 거의 가깝다고 한다. 그리고 18˚‘18로 읽을 수 있다.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최적 온도가 18라고 한다.

 

마카롱이라 하면 작은 햄버거처럼 생긴 것이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카페 클리어의 수제 마카롱은 흔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카페 사장이 손재주가 좋아서 코크(Coque, 마카롱의 과자 부분, ‘꼬끄라고 부르기도 한다)를 아기자기하게 꾸미면서 만든다. 카페 사장이 정성과 노력을 들여 만든 마카롱의 비주얼을 보면 먹기 아깝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하루에 세 개나 먹는다. 다 먹는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 나는 ‘13 마카롱을 해야 만족감을 느낀다. 한 개, 두 개만 먹어도 성이 차지 않는다.

 

주문한 마카롱 세 개를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먹지만, 마카롱을 먹으면서 느낀 점을 고작 문장 한두 줄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마카롱 만드는 일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잘 알기에 마카롱 사진 한 장 올려서 맛있어서 좋아요라고 간단히 쓰는 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려는 내 성격상 용납이 안 된다. 카페 사장은 마카롱을 만드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맛있게 먹는 손님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그분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마카롱과 디저트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지 매일 고민하고, 그 생각들을 나를 포함한 손님들에게 밝힌다. 나는 마카롱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모르지만, 마카롱을 잘 만들고 싶은 카페 사장의 진심이 느껴진다

















 

* 한스 이저맨 따뜻한 인간의 탄생: 체온의 진화사(머스트리드북, 2021)

 

 


진화를 단편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강한 자가 성공적으로 진화해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탄생상대방에게 체온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자가 진화와 생존에 유리했다고 주장한다. 《따뜻한 인간의 탄생》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있다. 그 원동력은 타인과 접촉해 온기를 나누면서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이 책에 게젤리그(gezellig)’라는 용어가 나온다게젤리그는 네덜란드어로 아늑하다라는 뜻이다.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그 공간 안에 있는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느끼도록 해준다카페 클리어’는 게젤리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공간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면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카페 사장의 친화력은 내가 카페 클리어에 자주 가게 만드는 매력이다.


나는 항상 카페 클리어에 가면 책을 읽는다. 이곳에 혼자 책 읽는 손님은 나 뿐이다. 카페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서 다른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대화하는 소리와 스피커에 나오는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린다. 카페 사장은 흥이 많은 쾌활한 분(요즘 말로 하면 텐션이 높은 사람이다)이라서 자신이 고른 음악에 맞춰 콧노래를 부른다그렇지만 나는 주변의 소음에 신경 쓰지 않는다. 소음은 독서의 집중력을 방해하지만, 너무 집중하면서 생기는 졸음을 막아주기도 한다(여러 곳의 카페에 가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카페 내부에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하면 졸음이 오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예전에 손님 한 명도 없는 조용한 카페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있을수록 좋다. 그러면 아늑한 온기를 제대로 느껴질 수 있다.

















* 아쿠쓰 다카시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앨리스, 2021)

 

 


 

사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은 책 읽는 손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손님은 음료 한 잔만 주문하고 몇 시간을 오래 앉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은 카페에 혼자 책 읽는 손님이 타인의 눈치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할 줄 아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렇지만 않다.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의 저자는 카페에서 혼자 책 읽는 손님은 기본적으로 여리고 연약하며 섬세하고 순진한 존재(99)’라고 말한다1인 손님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카페 사장의 눈치를 볼 정도로 소심하다.


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음료는 두 잔 이상 주문한다음료를 마시지 않고, 일하면 허전하다내가 생각하기에 1인 손님을 배려해주는 사장의 친절함에 보답하는 방법은 음료를 한 잔 더 주문하거나, 디저트를 또 주문하는 것이다.


아늑한 온기가 느껴지는 카페는 번창해야 한다그런 카페가 되려면 카페 사장은 손님들과 어울릴 줄 아는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적인 온기를 느낀 손님은 음료와 디저트를 더 주문해야 한다. 카페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단골손님은 일방적으로 서비스받기를 원해선 안 된다. 또 자신을 VIP로 착각해서 사장에게 서비스 그 이상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게젤리그가 있는 카페가 단순히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온기를 서로 주고받는 동등한 관계가 있어야 생기는 소중한 곳이다.





위에 있는 사진 세 장은 카페 클리어블로그(https://blog.naver.com/pandp486) 에서 가져왔다. 나머지 두 장의 사진은 필자가 찍었다. 이 글은 특정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작년 8월 29일에 처음 카페 클리어에 갔는데, 그날부터 지금까지(어제도 방문했고, 그곳에서 두 시간동안 이 글을 썼다) 매일 카페에 드나들면서 느낀 좋은 감정들을 한데 모은 글이다카페 사장은 손님이 주문한 디저트를 사진으로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진에 내가 주문한 디저트도 포함되어 있다. 그 사진들을 이 글에 넣고 싶었지만, 홍보성 짙은 글로 오해받기 싫어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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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24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cyrus님께서 내시는 책에, 이 까페 클리어의 사진이나 까페 이름이 ˝thanks to˝하며 올라갈지 모르겠네요^^ 저도 프랜차이즈 대형 커피숍에서는 시간 마다 주문하지 않아도 작은 까페에서는 반듯이 따블로 주문해요^^ 그래야 다음에 또 맘 편히 갈 수 있으니까요

cyrus 2022-01-25 20:39   좋아요 2 | URL
클리어가 제겐 정말 소중한 곳이에요. 클리어 사장님이 단골을 잘 대해주셔요. 제가 자주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니까 사장님 눈에는 제가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워 보였던 거죠. 제가 오래 앉아도 눈치 주지 않아요. ^^

2022-01-24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2-01-24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카페가 정말 예뻐요. 맘에 쏙 드는 카페 찾기 쉽지 않은데 걸어서 5분 거리에 그런 곳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거기에 1일 3 마카롱이라니 더욱 부럽네요!

cyrus 2022-01-25 20:41   좋아요 2 | URL
카페에 너무 자주 가서 혈당 올라갈까 봐 걱정입니다.. ^^;;

그레이스 2022-01-24 2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카롱색이네요♡

cyrus 2022-01-25 20:42   좋아요 2 | URL
카페 사장님이 핑크색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건물 전체에 본인 취향을 듬뿍 넣어 꾸몄어요. ^^

페넬로페 2022-01-24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 클리어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네요.
저런 곳에서 진한 커피에 마카롱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워낙 카페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오히려 대화 나누기가 더 조심스러워요~~
최근에 제가 자주 가는 책 발전소가 폐업해 아쉬워요~~맘에 드는 카페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더라고요^^

cyrus 2022-01-25 20:48   좋아요 3 | URL
클리어 내부가 좁아요. 처음에 혼자 책 읽었을 때 대화하는 손님들 눈치를 봤어요.. ㅎㅎㅎ 클리어 사장님의 관심과 보호(?) 덕분에 지금은 편안하게 제 할 일 합니다. ^^

프레이야 2022-01-25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색감이 특이한 디저트카페군요. 웨스앤더슨이 떠오르는 색감입니다. 마카롱 만들기가 진짜 어렵다고 들었어요. 저라면 세 개 오 분 안에 흡입 가능합니다 ㅎㅎ 대구 가게 되면 가보고 싶은 카페입니다. 찜! 홍보면 뭐 어때요 ㅎㅎ 그정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좋은 곳 소개하는 건데요. 책도 다른 뭐도 다 홍보성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ㅎㅎ 하여튼 너무 올바른 사이러스님. ^^ 오랜만의 페이퍼 반가워서 아우성입니다.

cyrus 2022-01-25 20:49   좋아요 3 | URL
클리어에 오게 되면 디저트와 음료는 제가 사겠습니다. ^^
클리어를 처음 알기 전에 편의점에 파는 마카롱을 사 먹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디저트를 먹고 싶으면 무조건 클리어에 갑니다.

바람돌이 2022-01-25 0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다리꼴의 건물이 멋지네요. 카페 내부는 너무나도 분홍분홍하여 저라면 책은 안읽힐듯요. 저는 마카롱은 한번에 한 개 이상은 못먹으므로(너무 달아서요.) 커피가 맛있다면 가보고싶은 카페입니다. 마카롱은 눈으로 즐기고요. ^^
옛날 프랑스에서는 디저트로 마카롱을 내놓는게 부의 상징이었대요. 왜냐하면 이게 설탕과 우유로 머랭을 쳐야 하는데 그게 장난아니게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마카롱을 내놓는건 우리집에는 머랭만 치는 하녀가 있다는, 그래서 진짜 하인들이 많다는 표시였다죠? ㅎㅎ

cyrus 2022-01-25 20:53   좋아요 3 | URL
그죠? 처음 클리어에 갔을 때 분홍색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손님이 저 혼자였는데 책 읽고 있으니 뻘쭘했어요. ^^;;

새파랑 2022-01-25 0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가 예뻐서 책이 안읽힐거 같은데요? ㅋ 저도 그래서 눈치안보게 프렌차이즈 카페로 주로 가게 되더라구요.

cyrus 2022-01-25 20:56   좋아요 4 | URL
제가 분홍을 좋아하는 사실을 클리어에 가게 되면서 처음 알았어요. 클리어 같은 곳에서 혼자 책 읽고, 공부하는 손님을 본 적이 없어요. ^^;;

살리에르 2022-01-2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좀 있으면 서대구역이 완공되는데 여러 시설들도 들어오면 서구도 색깔있는 지역이 될껍니다..^^

cyrus 2022-02-01 04:28   좋아요 1 | URL
네, 눈에 띄는 변화가 있겠죠? ^^

mini74 2022-01-25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서구가 맞나요 ? ㅎㅎ 넘 예쁩니다. 따뜻한 자가 진화와 생존에 유리하다는 주장 맞는 거 같아요. 그러나 저는 수족냉증 ㅠㅠ

cyrus 2022-02-01 04:30   좋아요 1 | URL
저도 수족냉증 있어요. 그래서 책 읽거나 글 쓸 때 집보다는 따뜻한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요. 난방비를 아껴야해서 보일러를 계속 켤 수 없어요.. ㅠㅠ

조그만 메모수첩 2022-04-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클리어, 조만간 방문 ‘미션 클리어’(죄송합니다…) 해야겠어요. 너무나 제 취향이예요!!

cyrus 2022-04-11 20:44   좋아요 1 | URL
메모수첩님이 대구에 사시죠? 시간 있으면 주말에 클리어에 오세요. 사진 찍기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제가 토요일에 그곳에서 일해요.. ㅎㅎㅎ 일요일은 독서모임이나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이상 클리어에 죽치고 앉아 있어요.. ^^;; 방문하고 싶으면 저에게 미리 알려주세요.

조그만 메모수첩 2022-04-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최해성책장 완전 기대 중이예요
 







어제 오랜만에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에 갔다. 그곳에서 두 권의 책을 샀는데 그중 한 권은 알베르토 망겔의 책 읽는 사람들(교보문고, 2012)이다. 책 속에 실린 이상적인 독자란?’이라는 글의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일요일 밤엔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책보다는 에세이나 미술 분야 책과 같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어제 산 책 읽는 사람들을 읽으려고 책을 아무 데나 펼쳤는데 푸른 종이 같은 게 눈에 띄었다. 난 처음에 책갈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만 원권 지폐였다. ‘만 원의 행복이 갑자기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이 돈의 주인은 직립보행책방지기(아니면 책방지기의 부인, 책방지기가 부르는 애칭은 보행이’)일 것이다.

 

헌책방 마니아라면 한 번쯤 겪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가 책을 펼쳐 보다가 책갈피처럼 꽂힌 지폐를 발견하는 일이다. 남들이 겪어본 일을 나도 경험해 본다. 책에서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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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5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세탁소에 옷 맡길때 가끔 횡재를 하곤 합니다. 주로 남편꺼라 돌려주진 않습니다 ~~ 편한 밤 보내세요 *^^*

cyrus 2021-12-05 21:58   좋아요 3 | URL
빨래해야 할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을 땐 주머니 안을 꼭 확인해봐야겠어요. 미니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1-12-05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지폐를 볼 일 없이 살다보니 더욱 따뜻해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cyrus 2021-12-05 22:05   좋아요 3 | URL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2020년대에는 헌책방에서 산 책 속에 지폐를 발견하는 일이 나오기가 드물거예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1-12-05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샌 지폐가 아니라, 1회용 마스크가 주머니 안에서 나올 확률 훨 높은 웃픈^^;;

cyrus 2021-12-05 22:06   좋아요 3 | URL
저는 항상 마스크 여러 장을 가방에 넣고 다녀요. 가끔 외출하다가 마스크 줄이 끊어질 때가 있거든요.. ^^;;

미미 2021-12-05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중고책 꽤 샀는데 이런일은 단한번도 없었어요!!! 너무 부럽습니다ㅋㅋㅋㅋ저도 중고책 사면 일단 넘겨봐야겠네요😆

cyrus 2021-12-05 22:07   좋아요 3 | URL
복권에 당첨되는 일만큼 어려울 걸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12-05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 기분 잘 알죠!
순간적인 기쁨을 느끼며 주인에게 되돌려주려는 cyrus님의 좋은 마음도요^^

새파랑 2021-12-05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신기하네요 ^^ 저는 중고책 사면 가끔 책갈피는 들어 있던데 ㅋ 제가 그냥 씁니다 ㅎㅎ 중고책 읽는 재미 같아요. 전 밑줄 그어진 책 보면 너무 반갑더라구요~!

그레이스 2021-12-06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여러번 ...!
10만원까지 나온적 있음요
굿윌에서 산 책이라 그곳에 기부했어요

blanca 2021-12-06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사진 보고 빵 터짐요.

쎄인트saint 2021-12-16 16: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스텔라 2021-12-16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행복한 연말 되세요^^

얄라알라 2021-12-1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축하드립니다^^

서니데이 2021-12-16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mini74 2021-12-16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지 무지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1-12-16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당선 축하드려요. 요새 뜸하셔서 안타깝네요. 건강 잘 챙기세요~!!

강나루 2021-12-16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12-16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려요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폴론(Apollon)은 다재다능한 고대 그리스 신이다. 그는 예언, , 음악, 의술 등을 관장한다. 오비디우스(Ovidius)변신 이야기에 아폴론은 숲의 정령 다프네(Daphne)에게 자신을 팔방미인으로 소개하면서 구혼한다. 하프로 연주하면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며 화살을 쏘면 백발백중이고, 의술은 자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빛나는 자(Phoibos)’라는 별칭과 어울리게 외모도 뛰어났다.


















* 오비디우스, 이종인 옮김 변신 이야기(열린책들, 2018)

* 오비디우스, 천병희 옮김 변신 이야기(도서출판 숲, 2017)

* 오비디우스, 이윤기 옮김 변신 이야기 1(민음사, 1998)




그리스인들이 머리가 좋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고, 잘생긴 아폴론을 안 좋아할 리가 없다.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는 그리스인들은 완벽할 정도로 아주 뛰어난 아폴론을 찬양했고, 지금까지도 아폴론은 이성을 상징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Socrates)가 가장 존경한 신이 아폴론이었다고 한다그의 제자인 플라톤(Plato)의 아버지가 아폴론이었다는 전설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Athens)에 일년에 한 번 아폴론을 기리는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하지만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아폴론 축제가 열리면 아테네에서 가장 못생긴 사람을 뽑았다.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테네의 못생긴 사람에게 매질을 가했다. 그런 다음 못생긴 사람을 아테네 밖으로 추방했다아테네 사람들은 의술의 신 아폴론이 분노하면 전염병이 생긴다고 믿었다. 축제 참석자들은 전염병과 같은 불길하고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고, 아폴론이 싫어할 만한 못생긴 사람을 정해서 쫓아냈다.


못생긴 사람을 쫓아냈다는 아폴론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과 SNS을 통해 알려졌다. 이 이야기의 1차 출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못생긴 사람을 가혹하게 대한 이벤트가 정말로 아폴론 축제의 일부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이야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자신이 아테네에 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추방당한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축제가 끝나면 쫓겨난 사람들은 아테네로 돌아왔을까? 못생긴 사람 중에 여성이 포함되었을까아주 심하게 매를 맞아서 죽은 사람이 있었을까?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못생긴 사람을 뽑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폭삭 늙어버린 사람과 장애인도 축제를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이 보기에 늙은 사람과 장애인은 아름답고 완벽한 조화와 거리가 먼 존재이다

















* 클로딘느 사게르 못생긴 여자의 역사(호밀밭, 2018)

* 움베르토 에코 추의 역사(열린책들, 2008)

* 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미의 역사, 추의 역사클로딘느 사게르(Claudine Sagaert)못생긴 여자의 역사는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저자들은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 속에 나타난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개념을 시대별로 열거하고 설명한다미의 역사추의 역사의 장점은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도판과 엄청난 양의 인용문이다. 그래서 미의 역사추의 역사가 에코의 서재를 통째로 옮겨서 만든 책처럼 느껴진다. 너무나도 작은 글씨체로 적힌 인용문을 전부 꼼꼼히 읽는 일은 고역이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의 저자는 여성과 남성에게 적용된 추함의 차이를 주목한다. 외모가 추한 여자는 못생긴 여자로, 남성성이 부족한 남자는 못생긴 남자로 여겼다. 여기에 여성의 육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긴 여성, 즉 노처녀에 대한 반감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성 작가와 화가들은 노처녀를 교활하고,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묘사했다추함은 한 사람의 내면마저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다못생긴 존재는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무능력자,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저자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추함이 개인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개인 스스로 죄인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 [우주지감 독서 모임 20218월의 책]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




김초엽의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고 갈 수 없다면에 첫 번째로 실린 작품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은가. 지구에 간 순례자 중 한 사람인 릴리 다우드나는 얼굴에 얼룩이 생기는 유전병이 있는 인물이다. 지구인들은 릴리의 얼굴에 있는 얼룩을 멸시하고 혐오한다. 릴리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을 괴물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그녀는 결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를 태어나게 만드는 인간배아 디자인 기술을 개발하여 부자가 된다. 그러나 마흔이 될 때까지 누구와도 연인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릴리는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느낀다. 그녀는 인간배아 디자인 기술로 자신의 아이를 만들지만, 그 아이에게도 결함이 생긴다. 릴리는 유전병을 가진 아이를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이로써 나는 태어날 가치가 없었던 삶임을 증명하는가?’(47쪽) 릴리는 유전병이 있는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함이 있는 배아 상태의 아이가 인간이 아닌데도 태어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릴리는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신인류가 아닌 유전적 결함이 있는 신인류를 만든다. 유전적 결함이 있는 신인류가 모여 사는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곳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점을 자랑스러워한다.
















* 피터 카타파노, 로즈마리 갈런드-톰슨 외 우리에 관하여: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해리북스, 2021)




릴리는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49)’를 만들고 싶어 했다. 릴리가 만든 신인류는 소설 속에서만 나올 법한 미래의 인류가 아니다. 소설 속 신인류는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살아가는 데 지장을 주는 결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장애인은 자신의 존재를 증오하지 않는다장애를 주제로 한 장애인들의 칼럼을 모은우리에 관하여는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애가 오히려 장애와 장애인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선입견임을 알려준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진화론적 세계관은 장애인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진화론자들은 장애인을 오래 생존할 수 없는 약자로 취급했다. 심지어 우생학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은 장애인을 태어나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봤다. 우생학자와 페미니스트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비장애인 또는 장애인 여성을 위한 임신 중절을 옹호했다. 이들은 장애인을 태어나지 않게 하면 장애가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디플롯, 2021)




타인을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극대화하면 타인의 결점이 그 사람만의 장점으로 보게 되고,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결점이 있는 존재도 오래 살 수 있으며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는 친화력이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만 부각하는 진화론에 정면으로 맞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타인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으로 진화하게 만든 친화력에 주목한다.


나는 축제를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해본다. 만약 쫓겨난 사람들이 아테네로 돌아오지 않고 살아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들은 김초엽의 소설에 나오는 순례자들처럼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살았을지도 모른다못생긴 게 잘못이 아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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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20 2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내일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cyrus 2021-09-21 17: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mini74 2021-09-20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폴론 왠지 지금 살았다면 인스타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요 ㅎㅎ 못생기면 쫓겨나는 축제라니 ㅠㅠ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읽고 싶네요 ~

cyrus 2021-09-21 17:16   좋아요 1 | URL
아폴론이 인스타 활동을 하면 자기애가 강한 인플루언서가 되었을 것 같아요.. ㅎㅎㅎ
 



오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하는 날이라서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으로 쉬었다. 오늘 오전에 주사를 맞았고, 오후에 담담책방에 갔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두 개나 생겼는데, 그중 한곳에 갔다. 그곳에서 두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카페에서 주문한 디저트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에그 타르트다. 에그 타르트 두 개 주문하길 잘했다. 한 개만 먹었으면 자기 전에 그 맛이 생각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외출하고 있을 때 집 문 앞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그런데 책 한 권이 잘못 왔다. 알라딘 수원점에 있는 랭보 2(책세상)을 주문했는데, 엉뚱하게도 어린이용 속담 책을 받았다. 난 이 책 주문한 적이 없는데. 이 책도 수원점에 있었던 것이었고, 판매가는 5,300원이다. 이게 머선 일이고?






속담 책을 펼쳐 보다가 이 상황에 어울리는 속담을 발견했다.


 


알라딘 콜센터 업무 종료 시간은 오후 6시다. 내가 집에 도착해서 잘못 온 책을 확인했던 시간은 8시였다. 주말은 콜센터 휴무일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중고 도서를 어떻게 반품해야 할지 난감하다. 절판본이라서 구하기 힘든 책인 랭보 2가 수원점 매장에 잘 있는지 걱정스럽다. 나중에 매장 직원이 이 책을 찾지 못한다면 주문 취소로 처리가 된다. 자기 전에 온다는 백신 부작용보다 행방이 묘연한 랭보 2를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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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03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진짜 별일 다 있네요~ 이 기회에 속담공부를~ㅋ 랭보가 무사히 사이러스님께 배달되길 기원합니다. 주말 푹 쉬세요!!^^

cyrus 2021-09-03 22:10   좋아요 3 | URL
비록 제가 주문한 책은 아니지만, 이것도 인연이라 주말에 속담 공부를 하려고요... ㅎㅎㅎ 그나저나 못 받은 책 한 권 때문에 잠이 안 오겠는데요. ^^;;

새파랑 2021-09-04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ㅋ 감히 cyrus님께 어린이 속담이라니~! 설마 랭보 2 팔리지는 않겠죠~!!

cyrus 2021-09-04 21:13   좋아요 1 | URL
<랭보 2> 중고 책을 확인해보니 ‘판매 완료’로 되어 있어요. 아마도 수원점 직원이 주문한 책을 포장하는 작업을 하다가 책을 잘못 넣은 것 같아요. 그렇다면 <랭보 2>가 다른 구매자의 택배 상자 안에 있을 수 있어요.

mini74 2021-09-0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왜 이리 웃기죠 ㅎㅎㅎ

cyrus 2021-09-04 21:14   좋아요 2 | URL
1차 백신 접종 날에 좀처럼 잘 일어나지 않은 황당한 일이 생겼네요... ㅎㅎㅎ

syo 2021-09-04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모퀴즈 맞히며 속담 300..... 허어 ㅎㅎㅎ

cyrus 2021-09-04 21:15   좋아요 1 | URL
책 속에 제가 모르는 속담이 많이 있었어요.. ㅎㅎㅎ

오후즈음 2021-09-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까지 랭보2를 cyrus님에게 올지 기다려야겠네요.

cyrus 2021-09-05 23:15   좋아요 0 | URL
내일 책을 받기 힘들 것 같아요. 온라인 민원 접수를 했긴 했지만, 알라딘 상담원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해요.
 



니체(Nietzsche)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의 문화와 교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이 닿은 문화는 부패한다면서 신랄하게 표현했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 니체가 선호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였다1870년에 일어난 보불전쟁을 기점으로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깊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니체의 후기 저작 이 사람을 보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프랑스 사랑은 자못 흥미롭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어떤 변화를 겪어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세창출판사, 2019)


* 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의 경우.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이 사람을 보라. 디오니소스 송가. 니체 대 바그너 (1888~1889)(책세상, 2002)




니체는 오직 프랑스적 교양만을 믿었고, 독일을 포함한 다른 유럽적 교양은 전부 오해라고 간주했다. 자신이 독일에서 발견했던 몇 가지 교양은 모두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이 사람을 보라, 왜 나는 이토록 현명한지)니체는 파리(Paris)호기심이 많고 동시에 섬세한 심리학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심리학자들은 프랑스의 문인들이다. 니체가 이 사람을 보라에서 언급한 심리학자들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3),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 지프(Gyp, 1849~1932)[주1], 메일락(Henri Meilhac, 1830~1897)[주2],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 쥘 르메트르(Jules Lemaître, 1853~1914).

















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책세상, 2020)




니체가 특별히 호감을 갖고 있는 프랑스 문인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다. 니체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스탕달(Stendhal)이라고 밝혔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스탕달은 프랑스에서 드물고 거의 발견되지 않는 유형의 정직한 무신론자. 그는 또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원작자인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에도 존경을 표했다니체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비제의 카르멘을 네 번 들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 곡을 좋아했다(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니체에게 카르멘원기를 되찾게 해주는” 곡이다(바그너의 경우).


니체는 모파상의 어떤 점에서 특별한 호감을 느꼈을까? 우리는 모파상의 작품에서 니체 철학과 비슷한 것을 읽어낼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니체와 모파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독서를 해볼 수 있겠다. 일단 이 글에서는 니체와 모파상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점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 [절판] 데버러 헤이든 매독매독 그리고 어둠 속의 신사들》 (길산, 2004)




니체와 모파상은 매독 환자였다. 이 두 사람 모두 정신 발작과 착란 증세를 보였다니체의 친구 페터 가스트(Peter Gast)는 정열을 중시하는 니체의 디오니소스(Dionysos) 철학이 그가 미쳤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니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1888년 10월~12월) 쓴 후기 저서야말로 그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한다그들이 언급한 니체의 후기 저서는 우상의 황혼, 안티크리스트, 바그너의 경우, 이 사람을 보라.


모파상은 20세 때부터 여자들과 함께 센 강에서 보트 놀이를 즐겼다. 아마도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부터 매독에 걸렸을 수 있다. 1877년에 모파상은 자신이 매독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당시 매독은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파상은 한동안 우울증에 빠졌지만, 어떻게든 매독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활발해 보이려고 애썼다모파상의 발작과 착란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1893년에 친구들은 모파상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그는 자신이 성모 마리아의 둘째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병실의 벽을 핥는 이상 행동을 보였고, 자신의 소변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면서 그걸 병에 담아 모아 두었다.


역사학자 데버러 헤이든(Deborah Hayden)은 처음에 니체의 매독 증상에 대해 조사하다가 매독이 유명 인물들의 창작 활동에 미친 영향까지 살펴보게 된다그녀는 자신이 확인한 조사 결과들을 매독(Pox, 2003)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그녀가 조사한 유명한 매독 환자 중에 보들레르(Baudelaire), 플로베르(Flaubert),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세 사람 모두 니체와 모파상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니체는 보들레르를 좋아했지만, 바그너에 등 돌린 이후에 그를 최초의 지적인 바그너 숭배자라고 비판했다(이 사람을 보라). 플로베르는 모파상이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스승이다. 니체는 작곡가로 활동했을 때 슈만을 모범으로 삼았다(니체 입문). 매독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매독의 희생자였다는 내용이 잠깐 나오는데(모파상 편, 166쪽), 하이네는 니체가 좋아한 독일의 문호다. 그는 후세 사람들이 자신과 하이네를 독일어를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들이라고 평가할 거로 확신했다(이 사람을 보라).


하지만 저자는 매독으로 고생한 유명 인사들이 남긴 작품들 모두 매독과 관련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창작 활동이 매독과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유명한 매독 환자들의 삶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1] 지프는 필명이다. 본명은 시빌 리케티 드 미라보(Sibylle Riqueti de Mirabeau).

 

[2] 네이버 두산백과에 등재된 이름은 앙리 메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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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9-02 19:41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니체가 매춘부와 관계를 맺어서 매독에 감염되었다는 설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어요. 그래서 니체가 매독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미미 2021-09-0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모파상의 작품을 읽은 덕에 흥미롭게 읽었어요! 모파상 작가설명 (커버 안쪽)에는 매독 이야기는 없길래 그저 정신병인줄 알았는데... 놀랍네요.😳

cyrus 2021-09-02 19:43   좋아요 2 | URL
저도 정신병을 앓았다고 생각했어요. 발작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이미 매독에 감염되었고, 모파상의 몇몇 동료는 그가 매독 환자임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새파랑 2021-09-02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가 모파상에 호감이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왠지 다른 성향일거 같은데~게다가 공통점이 매독이라니 약간 섬뜩하네요 🙄

cyrus 2021-09-02 19:44   좋아요 2 | URL
그렇죠? 니체가 모파상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로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