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김겨울 지음 / 유유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러니하게도 책 안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책을 권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튜브(Book + Youtube) 채널은 독서를 즐기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예비 독자들까지 보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어려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거나 핵심 내용만 간추려 소개해주는 북튜버들의 영상을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북튜브 채널은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 채널을 운영하는 김겨울 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소개한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은 ‘낭독의 즐거움’과 ‘굿즈 리뷰’이다. ‘낭독의 즐거움’은 김겨울 씨가 책에 있는 문장을 읽어주는 코너이다. ‘굿즈 리뷰’는 말 그대로 책을 사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가끔은 게스트들을 초대해서 책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코너도 진행한다.

 

 

 

 

 

 

김겨울 씨는 본인의 독서 경험을 소재로 책 두 권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번에 나온 책에서 김겨울 씨는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버 김겨울’의 경험을 들려준다(‘유튜버 김겨울’이라고 쓴 이유는 글 마지막에 나온다). 북튜브가 되고 싶은 사람들만 이 책을 보란 법은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cyrus야, 북튜브가 하고 싶어?’라고 묻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 예전에 글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발음이 좋지 않고, 가끔 말을 더듬기도 한다. 특히 카메라 앞에 서서 말을 하면 말 더듬이 심해진다. 나는 단지 김겨울 씨가 이 책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궁금해서 보는 것뿐이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에 있는 내용 절반은 겨울서점 채널을 구독하는 분들은 다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유튜버 김겨울’이나 북튜브 채널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요긴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손에 딱 쥐기 편한 사륙판(이 책을 만든 유유출판사만의 출판 방식이다)으로 만들어진 책은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책의 지루함’을 싫어하는 독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북튜브 채널을 개설할 생각이 있는 독자들이 이 리뷰를 읽고 있다면 김겨울 씨의 목소리를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북튜브에 대한 강연을 꽤 많이 하고 있지만 북튜브의 미래가 어떨지는 제가 보기에도 불투명합니다. 후발주자에게도 이만큼의 기회가 돌아가려면 북튜브 시장도, 도서 시장도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일단 사실만 고백합니다. 북튜버라는 직업‘만’으로는 돈을 벌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91쪽, 밑줄은 서평 작성자가 한 것임)

 

 

내가 이런 식으로 책의 핵심을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정말로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린다. 하지만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을 위해서 책의 핵심을 반드시 언급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1인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대부분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일을 만만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도 충분히 준비하면 1인 방송을 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방송을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유튜버를 집에서 할 수 있는 편한 직업으로 생각할 것이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하고 있다. 직접 유튜버를 해보기 전까지는.[주]

 

북튜브는 다른 유튜브의 방송 소재(게임, 먹방, 영화 등)에 비하면 주목을 많이 받기 어렵다.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영상을 만들어야 하므로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북튜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북튜버라 하면 ‘본인이 읽는 책에 있는 문장을 읽어주기만 하는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그렇게 하다간 저작권 침해로 신고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기획 · 촬영 · 편집 모두 혼자 맡아 진행하다 보면 그만큼 콘텐츠 소재에 대한 고민도 많아진다. 북튜버를 ‘돈 벌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면서 도전하면 큰코다친다.

 

‘유튜버 김겨울’ 씨는 북튜브 채널의 운영 비결을 소개하면서도 북튜버 활동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재미를 위해 북튜버 활동을 시작한 그녀도 동영상 조회 수에 연연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유튜버는 ‘매주 숫자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이렇다 보니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많이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만 올리는 유튜버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른 분야의 유튜버들에 비해 비교적 건전하다고 알려진 북튜버라고 하지만, 몇 몇 북튜버들도 때론 도의에 어긋난 방송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들이다. 그들은 책을 광고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런 북튜버의 행위는 시청자와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고, 다른 북튜버들의 명예까지 흠집 내는 일이다. 그런 사람은 북튜버가 아니라 ‘북 치고 장구 치는 호객꾼’이다. 북튜버는 출판사 홍보 담당자가 아니다. 북튜버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들을 소개하는 사람이다.

 

김겨울 씨는 북튜버가 된 이후로 악플 공격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북튜버 김겨울’로 활동하면서 악플을 볼 때마다 마치 ‘인간 김겨울’이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겨울 씨는 ‘인간 김겨울’과 ‘북튜버 김겨울’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또 유튜브에 ‘인간 김겨울’에 관한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은 ‘유튜버 김겨울’이 책 권하는 법을 소개한 책이다. ‘인간 김겨울’을 존중하는 그녀의 생각에 공감한다. 한때 나도 김겨울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이참에 ‘블로거 cyrus’와 ‘인간 최○○’를 분리하면서 살아가야겠다. 남들이 보든 말든 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글을 자주 써야겠다.

 

 

 

 

 

[주] 8, 90년대 헤비급을 평정한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Michael Tyson)이 한 말로 알려진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얼굴에 한방 쳐 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을 패러디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8-14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8-14 18:27   좋아요 0 | URL
1인 방송을 하려면 고화질 카메라에, 고품질의 마이크와 조명등까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네요. 저는 그렇게 못하겠어요.. ^^;;

2019-08-14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14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8-1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모 씨 유튜브에서는 노골적으로 편당 500만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역시나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9-08-14 18:31   좋아요 0 | URL
요즘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요즘 아이들은 일하면서 버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니다. 틀린 사실은 아닌데 돈이라는 물질적 가치에 너무 매달리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튜브(Booktube)는 ‘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로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뜻한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북튜버’라고 한다. 현재 가장 유명한 북튜브는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의 운영자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인 김겨울 씨다. 사람들은 이제 ‘싱어송라이터 겸 북튜버 김겨울’보다는 ‘작가 겸 북튜버 김겨울’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

 

작년에 나온 김겨울 작가의 첫 번째 책 《독서의 기쁨》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좀 늦은 감은 있다. 나는 다른 독자들에 비해 신간도서에 대한 반응이 둔한 편이다. 어떤 독자들은 신간 도서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 책에 관심 있다는 식으로 블로그에 소개한다. 그런데 새 책에 관심이 있다면서 정작 그 책에 관심 쏟은 것에 대한 기록(서평, 리뷰)을 남기는 독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들은 새 책이 나오는 데만 너무 관심을 보여서 책 읽을 시간이라든가 리뷰를 쓸 시간이 없던 것일까? 새 책을 소개하는 일에 몰두한 독자들의 글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 글도 장점이 있다. 신작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블로거는 신작에 관심 가질 시간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책 소개’만 가지고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만한 건지 판별하기 어렵다. 어떤 블로거는 온라인 서점이나 출판사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신간도서를 소개한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책을 직접 살펴보면서 소개한 거 맞아요? 그렇게 책을 편하게 소개하니까 좋으세요?” 최소한 완독은 아니더라도 책을 직접 만져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난 뒤에 독자들에게 권하고 것이야말로 책을 올바르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신간 도서 소개를 열심히 하는 블로거를 부지런하고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직접 보지도 않고, 출판사가 만든 책 홍보 문구를 베껴서 쓰는 것은 근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람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게으른 것이다. 그들이 정말 새 책에 관심이 많다면 당장 서점에 가서 직접 살펴보거나 책을 주문해서 훑어보는 일 정도는 해야 한다. 발품 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신간 도서를 무조건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아마도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뿌듯해할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은 정말 책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책을 매개로 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일까?

 

김겨울 씨의 책을 소개해야 하는데, 갑자기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블로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앞서 말했던 것은 《독서의 기쁨》 리뷰와 전혀 무관한 입장이 아니다. 홍보, 칭찬 일색의 책 소개를 하는 블로거들이 많아지면 겨울책방과 같은 북튜브가 더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겨울책방에 향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겨울책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방송이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겨울책방 구독자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로 생각한다. 그녀의 방송을 보면 자신이 직접 구입한 책이라든가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을 만져보고, 훑어보면서 책을 소개한다. 김겨울 씨는 ‘책에 대한 애정’, ‘책을 읽는 노력’, ‘신뢰감’,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춘 매력을 지닌 북튜버다. 이러한 매력은 그녀의 방송을 본 구독자와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의 지지를 얻게 만드는 비결이다.

 

《독서의 기쁨》을 읽으면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책의 1부의 첫 번째 주제인 ‘물성(物性)은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종이책의 물리적 속성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나는 한 번 읽고 만 책들을 다시 만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만약 나와 같은 독자가 있다면, 과거에 만난 책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어느덧 그 책을 펼쳐서 읽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독서의 기쁨》의 부제가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7-17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17 17:25   좋아요 1 | URL
시청자들은 언박싱을 보면서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에 설레는 마음이 들거든거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 하고요.. ㅎㅎㅎ 언박싱을 보는 건 재미있긴 한데 이제는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렸죠... ^^;;

블랙겟타 2019-07-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몇년 전에 올리신 북튜버를 소개한 페이퍼를 보고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cyrus님 덕분에 알게된.. ㅋㅋㅋ

그후로 구독도 하고 꾸준히 보다가 작년에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책을 샀는데 1부의 주제가 물성이었나요? 웬걸? 저는 이 책을 E북으로 사버렸...;;;; (안 읽은거 티 나네요.ㅜㅜ)
다시 cyrus님 글을 통해 겨울님의 책을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하하하..

cyrus 2019-07-17 17:26   좋아요 1 | URL
책의 1부 제목이 ‘물성과 정신성’입니다. <독서의 기쁨>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 독서 슬럼프가 올 때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레삭매냐 2019-07-17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아마 북플과 인스타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인스타로는 이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구분이 가지 않더라구요.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할 수는 없을 테
니까요. 그래서 저는 디테일을 중요
하게 생각합니다. 최소한 세 가지 정
도의 디테일은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마 패스할 것 같네요 :>

cyrus 2019-07-17 17: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이 미흡한 (작가나 역자의) 주석을 발견하게 되면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런 것도 리뷰에 써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

stella.K 2019-07-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겨울이 싱어송라이터였구나.
이 사람은 다른 거 안하고 책 읽고 방송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부럽더군.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본인도 쉽지는 않지만.
너도 북트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콘텐츠가 확실하잖아.ㅎ

cyrus 2019-07-17 17:36   좋아요 0 | URL
대학생 시절에 자비로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대요. 방송에 나오는 김겨울 씨의 모습을 보면 책을 사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을 막 사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을 살 것 같아요.

제가 말을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방송 체질이 아니에요.. ㅎㅎㅎ 저는 글 쓰는 일에 만족하려고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9-07-1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도 북튜버 함 도전해 보세요 ~

cyrus 2019-07-17 17:38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는 글 쓰는 게 편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느낀 건데 글 쓰는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말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게 편해요. ^^

blanca 2019-07-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겨울 유튜브 꼭 챙겨봐요. 사실 이런 유튜버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좀 복잡스러운 책장도 그냥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모습도 좋아요. 외국에는 자기가 읽은 책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유튜버들이 많더라고요.

cyrus 2019-07-18 11:36   좋아요 0 | URL
북튜버하고 하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읽을 책을 소개하는 일인데, 우리나라 북튜버 중 일부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해요. 물론 출판사가 홍보 목적으로 북튜버에게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튜버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문제가 되죠.

transient-guest 2019-07-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부터 차분하고 뭔가 팔려는 듯 시끌법적하지 않아서 듣기 좋더라구요 예전에 이분 어학연수 다녀간 곳이 UC Davis로 추정되는데 제가 아는 곳이고 같은 UC출신이어서 그런지 괜히 반갑더라구요 ㅎ

cyrus 2019-07-18 11:38   좋아요 0 | URL
네, 겨울 씨의 목소리가 좋아요. 그 분의 독서 취향이 저랑 거의 비슷해서 그런지 방송이 친숙하게 느껴져요. ^^

여름숲 2019-07-1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서점 즐겨들어요. 다방면에 걸친 좀 무거운 책 리뷰라서 좋은데 특히 철학책을 다루어주어서 더욱 좋아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고...무튼 묵직한 책들 리뷰라서 더 좋다는^^

cyrus 2019-07-18 11:40   좋아요 0 | URL
겨울서점을 구독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겨울 씨의 독서 취향 때문이에요. 저랑 비슷하거든요. ^^

페크pek0501 2019-07-2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체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리뷰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1) 내가 좋아하는 책일 것.
2) 내용과 관련하여 내가 할 말이 많을 책일 것.


cyrus 2019-07-22 0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두 가지 조건에 적합한 책의 리뷰를 쓰면 술술 써나갈 수 있어요. 1번 조건에 부합되지 않은 책의 리뷰를 쓰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이책이 단 한 권도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책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대부분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책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재미없다고? 책이 없으면 스마트폰을 보면 되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독서보다 더 재미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방송, 영화, 드라마, 스포츠 경기 생중계 등을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책을 안 읽으면 마음이 허전하다. 마치 하루 세끼 밥을 잘 먹다가 갑자기 한두 끼 식사를 거르면 확 밀려오는 공복감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와 같다. 나도 하루에 스마트폰을 4시간 정도 들여다보는 중독 증상이 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아무 이유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손이 스마트폰에 가게 되면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나 자신을 세뇌한다.

 

스마트폰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눈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줄여야 한다. 밤에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보고 나면 눈이 침침하다. 20대 중반에 시력이 완전히 상실되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밤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시력이 나쁜데 점점 더 나빠진다면 책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시력 상실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너무 많이 책을 읽은 탓에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말년에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보르헤스(Borges)처럼 살고 싶지 않다.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도 눈 건강을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눈에 가장 많이 부담을 주는 것이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서두에 책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언급했을까. 책 없는 지루한 디스토피아(dystopia)를 떠오르게 하는 ‘상상 실험’을 나보다 먼저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이다. 그의 서평 선집인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서문에서 츠바이크는 책이 없는 삶을 상상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밝힌다. 그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츠바이크는 생전 처음으로 문맹을 만났는데, 이 사소한 만남이 그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문맹은 어느 여성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글자를 모르는 그는 편지에 적힌 글을 읽지 못해 츠바이크에게 대신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츠바이크는 그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가 자신에게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특별한 경험을 한 츠바이크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책에서 읽은 것들을 생각해보지 않기로 했다. 츠바이크는 문자를 완전히 삭제한 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상상 실험’을 종료했다. 문자와 책이 없는 삶은 책에서 나온 정신적 영양분을 먹고 자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한 끔찍한 상황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을 결국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행위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알고 경험한 정도만큼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할 때만이 책을 읽는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츠바이크는 독서를 ‘사적이고 개인적인 삶에서 영혼을 확장하고 세계를 건설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의 힘을 의식하지 못한다. 독서의 힘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서서히 성장하면서 커가는 아이의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 부모는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반찬을 골고루 먹으면 키가 쑥쑥 커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믿지 않지만, 속는 셈 치고 서서히 반찬을 골고루 먹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부모가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몸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서 실망할 것이다. 사람마다 성장 속도는 다르다. 그리고 몸이 성장하면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본인조차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빨리, 많이 읽는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책을 읽고 머리로만 깨우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책으로 쌓은 지식과 견문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발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에 수록된 『세계상으로서의 책』이라는 글은 ‘서문의 후속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츠바이크는 이 글에서도 책과 독서를 각각 ‘축전지’와 ‘정신적 힘’에 비유하는데, 이 문장이 끝내주게 좋다.

 

 

 책은 전류를 비축한 축전지와 같이 우리에게 연결된 채로 내부에서 계속 작용하며 무한히 흐르는 정신적 힘에 늘 다시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언제까지나 지치지 않는 그것은 우리 지식의 저장고이자 영원한 완성이란 없는 건축물인 세계상을 쌓아 올리는 진짜 벽돌이다.

 세계는 확장되기 때문에 점점 압축되거나 요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 보고 관찰할 수 없으므로 부지런히 책에 담긴 수많은 타인의 밀도 높은 견해를 스스로에게 날라야 한다. 

 

 (『세계상으로의 책』에서, 70쪽)

 

 

요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주는 서평을 쓰거나 ‘북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여전히 독서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다른 독자가 쓴 서평이나 북튜버 영상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독서를 체험한다. 물론 그들의 선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 읽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독서는 개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무조건 타인의 독서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책을 접하면 달면서도 쓴 ‘책의 맛’, 그리고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책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독서는 머리로 하는 운동이다. 이 정신적 운동을 스스로 직접 해보지 않고 남이 알려준 대로 보기만 하면 절대로 자신의 정신을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없다. 츠바이크가 말했던 대로 독서라는 운동을 진지하게 하려면 책 속에 있는 밀도 높은 타인의 견해(또는 지식)를 내 머릿속에 스스로 날라야 한다. 몸으로 하는 운동은 작심삼일에 그치더라도 ‘머리로 하는 운동’은 그만둬서는 안 된다. 책의 힘을 듬뿍 받아 정신이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너무 멀리해서 정신이 서서히 둔해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독서를 홀대하는 삶이 무조건 불행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현실의 변화,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 이러면 세상이 즐겁게 보이지 않고, 살아갈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유일하게 의존하는 것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상 매체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매끄럽게 만든 영상은 그들에게 삶의 낙이 된다. 이렇다 보니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세상에 불만을 표출하게 되고, 심지어 자신과 맞지 않는 타인을 위협하거나 파괴하려고 한다. ‘머리로 하는 운동’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그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 Trivia

 

* 지금 우리 삶에서뿐 아니라 그 어디에서나 책은 모든 지식과 학문의 시작을 이루는 알파와 오메가다. (26쪽)

 

→ ‘삶에서뿐 아니라’를 ‘삶뿐만 아니라’로 고쳐야 한다.

 

 

* 163쪽에 있는 역주

마리 바시키르체프(Marie Bashkirtseff):

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조각가. 열세 살부터 써 온 일기로 잘 알려져 있다.

 

→ 바시키르체프는 조각 작품도 남겼지만, ‘화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07-0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읽을 책이 없다니...
그야말로 끔찍한 상상이네요 ㅋㅋㅋ

그리하야
싸이러스 브로는 영원한 책쟁이라니깐.

cyrus 2019-07-03 09:15   좋아요 0 | URL
다시 생각해보니 책은 엄청 많은데, 그 중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 상황도 끔찍하네요.. ㅎㅎㅎㅎ

저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많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편이 아니라서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익숙해요. 그래서 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아요. 책쟁이로 살다가 죽으렵니다... ^^

2019-07-03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3 11:27   좋아요 0 | URL
제가 (컴퓨터,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지 않아서 책 아니면 저 혼자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없어요. 어떤 사람은 책에 애착이 많은 제 인생이 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책과 함께 하면서 지낸 덕분에 게임, 유흥, 육욕이 주는 쾌락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
 

 

 

우리나라에서 조지 오웰(George Orwell)‘《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편의 소설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오웰이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또는 간과하는 독자들이 있다. 필자는 한때 후자에 속했다. 오웰이 ‘위대한 에세이 작가’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가 쓴 에세이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 [우주지감 6월 도서] 조지 오웰 《동물농장.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문학동네, 2010)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

 

 

 

지난달 독서 모임 참석을 위해 《동물농장》을 읽을 겸 오랜만에 오웰의 에세이 선집인 《나는 왜 쓰는가》 한겨레출판, 2010)도 읽었다. 오웰의 에세이는 그의 본명인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와 필명인 ‘조지 오웰’의 삶과 정신이 뚜렷하게 반영된 글이다. 그런데 나는 왜 ‘블레어’의 삶과 ‘오웰’의 삶을 구분하면서 언급하고 있을까? 이유는 오웰의 에세이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독자가 ‘블레어’와 ‘오웰’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 채 에세이를 읽으면 그가 에세이를 쓰게 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은 에세이 읽기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블레어’와 ‘오웰’의 삶을 파악한 다음에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오웰의 에세이도 소설 못지않게 제법 훌륭한 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스테판 말테르 《조지 오웰, 작가로 산다는 것》 (제3의공간, 2017)

 

 

 

 

‘블레어’와 ‘오웰’의 일대기를 알기 위해 필자가 참고한 책은 《조지 오웰, 작가로 산다는 것》(제3의공간, 2017)이다. 이 책은 내가 ‘블레어’의 삶과 ‘오웰’의 삶을 구분하면서 에세이에 접근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웰의 소설과 에세이들에 있는 주요 문장을 인용하면서 그 속에 투영된 오웰의 삶과 생각들을 끄집어낸다.

 

 

 

 

 

 

 

 

 

 

 

 

 

 

 

 

 

 

 

 

* 조지 오웰 《버마 시절》 (열린책들, 2011)

* [품절] 조지 오웰 《제국은 없다》 (서지원, 2002)

 

 

 

 

 

 

 

 

 

 

 

 

 

 

 

 

 

* 조지 오웰 《코끼리를 쏘다》 (반니, 2019)

* 조지 오웰 《영국식 살인의 쇠퇴》 (은행나무, 2014)

* [품절] 조지 오웰 《코끼리를 쏘다》 (실천문학사, 2003)

 

 

 

 

먼저 ‘블레어’가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보자. 1922년에 블레어는 ‘인도 제국 경찰’이라는 직함으로 버마(미얀마)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곳에서 정의와 윤리에 어긋난 영국 제국주의의 실상과 제국주의에 무력하게 굴복하는 식민지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낀다. 버마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소재로 쓴 소설이 《버마 시절》(열린책들, 2011)이다. 《제국은 없다》 (서지원, 2002)라는 제목이 붙여진 번역본도 있다. ‘제국은 없다’라는 제목이 원작의 제목(‘Burmese Days’)과 판이하게 다르지만 오웰이 제국주의의 허상을 고발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역에 가까운 제목(‘제국은 없다’)도 오웰의 의도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버마 시절》과 같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두 편 정도 고르자면 『코끼리를 쏘다』『국가는 어떻게 착취되는가: 버마에서의 영국제국』이 있다. 전자의 에세이는 가장 유명한 글이므로 줄거리 소개는 생략하겠다.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코끼리를 쏘다』는 ‘제국은 없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명문이다. 이 글은 5월에 나온 오웰의 에세이 선집 《코끼리를 쏘다》(반니, 2019)와 《나는 왜 쓰는가》에 수록되어 있다. 『국가는 어떻게 착취되는가: 버마에서의 영국제국』은 1929년에 발표된 글인데, 블레어가 ‘오웰’이라는 필명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쓴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식민지 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제국주의의 은밀한 음모를 고발하면서 대영 제국과 식민지국의 관계를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설명한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 《버마 시절》에 등장하는 버마인 우 포 킨(U Po Kyin)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우 포 킨은 영국 제국에 호의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국주의 체제에 순순히 따르는 인물이다. 오웰은 버마에 우 포 킨과 같은 원주민과 관리, 지식인들이 많아지면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도 제국 경찰을 그만둔 블레어는 글을 쓰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블레어는 파리의 빈민가를 전전하면서 생활했고, 영국의 런던으로 건너가서도 궁핍하게 살았다. 이 시기에 블레어는 빈곤에 허덕이는 하층계급의 삶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파리와 런던에서 밑바닥 생활 체험을 소재로 쓴 첫 번째 작품이 바로 1933년에 발표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문학동네, 2010)이다. 이때부터 블레어는 그 유명한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쓰는가》에 수록된 『스파이크(The spike)』는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위해 쓰인 단편적인 소고(小考)이다. ‘스파이크’는 영국의 빈민 수용소를 뜻하는 속어다. 오웰은 스파이크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고발하면서 빈민을 위한 복지 문제에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사회를 비판한다.

 

 

 

 

 

 

 

 

 

 

 

 

 

 

 

* 조지 오웰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한빛비즈, 2018)

* 조지 오웰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이론과실천, 2013)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블레어는 전업 작가인 ‘조지 오웰’로 살아가게 된다. 오웰은 사회주의자로서 스페인 내전(1936~1939)에 참전했지만, 그곳에서 스탈린(Joseph Stalin)의 독재 체제에 순응한 소련 공산주의자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좌파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다. 이때부터 오웰은 전체주의로 변질한 소련식 사회주의와 전혀 민주적이지 않은 영국 좌파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원한 사회주의는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계급을 철폐시키는 민주적 사회주의였다. 그는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빈곤 노동자들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스탈린의 이주 정책에 분노했고, 스탈린의 이주 정책에 의해 쫓겨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인들을 지지했다.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 (한빛비즈, 2018)《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 (이론과실천, 2013)는 오웰의 정치적인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낸 글들이 수록된 에세이(글의 장르를 좀 더 명확히 말하면 ‘평론’이다) 선집이다.

 

 

 

 

※ 오웰이 직접 쓴 서문 두 편 모두 수록된 번역본

 

 

 

 

 

 

 

 

 

 

 

 

 

 

 

 

* 조지 오웰, 안경환 옮김 《동물농장》 (홍익출판사, 2013)

* 조지 오웰, 권진아 옮김 《동물농장》 (시공사, 2012)

* [품절] 조지 오웰, 최희섭 옮김 《동물농장》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 『언론의 자유』만 수록된 번역본

 

 

 

 

 

 

 

 

 

 

 

 

 

 

 

* 조지 오웰, 김재희 옮김 《동물농장 외》 (서연비람, 2019)

 

 

 

 

 

※ 우크라이나 판 서문만 수록된 번역본

 

 

 

 

 

 

 

 

 

 

 

 

 

 

 

 

 

* 조지 오웰, 임종기 옮김 《동물농장》 (아로파, 2015)

* 조지 오웰, 박경서 옮김 《동물농장》 (열린책들, 2009)

 

 

 

 

《동물농장》은 소련 소비에트 체제의 전체주의 실태를 우화 형식으로 풍자한 소설이다. 원래 오웰은 이 소설을 위한 서문을 직접 썼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추축국에 맞서기 위해 소련과 연합을 맺었고, 그 이후로 영국 사회 내에서 스탈린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영국 좌파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오웰은 《동물농장》을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어야 했다. 어려움 속에 《동물농장》은 출판되었지만, 이 소설을 쓰게 된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낸 서문은 끝내 출판하지 못했다. 《동물농장》 서문 원고는 오웰이 세상을 떠난 후에 발견되었고, 이 서문은 『언론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오웰은 스탈린의 이주 정책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인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판 《동물농장》 서문’도 썼다. 비록 친필 원고는 분실되었으나 다행히 우크라이나어로 된 《동물농장》 서문은 남아 있었고, 이 글을 다시 영어로 번역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두 편의 서문은 에세이로 보기 어려우나, 오웰이 에세이에서 보여준, 치밀하면서도 간결한 ‘정치적 글쓰기’가 얼마나 뛰어난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편의 서문을 읽어보면 오웰이 진심으로 추구했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동물농장》만 보고, 오웰을 ‘반공주의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가 쓴 에세이를 먼저 읽었더라면 오웰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그런 잘못된 평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웰이 직접 쓴 두 편의 서문이 수록된 《동물농장》 번역본이 많이 나와야 한다. 생각보다 오웰의 서문이 들어있는 《동물농장》 번역본이 많지 않다. 서문 한 편만 수록된 번역본들도 있다. 《동물농장》을 번역한 역자들의 해설이 오웰의 정치적 글쓰기가 무엇인지 잘 설명하고 있지만, 해설만 가지고는 ‘에세이 작가로서의 오웰’이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대부분 독자는 《동물농장》 해설을 접하면서 ‘아, 오웰이 에세이도 썼구나’하고 생각만 할 것이고, 또 어떤 독자는 ‘정치색이 너무나도 강한 나머지 작가의 편견이 남아있는 에세이’라고 오해하면서 오웰의 에세이를 간과할 수 있다. 게다가 그가 ‘좌파’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에세이를 꺼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조지 오웰과 소설과 에세이가 잘못 읽혀질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 오웰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글쓰기 의도와 전혀 다른 엉뚱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07-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까기 신공의 레전드 조지 오웰의
글을 아주 마음에 들어합니다.

<따라지 인생>은 정말 제목을 잘 뽑
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컬렉션해 두긴 했는데
정작 읽지 않고 버티는 건 무슨 심뽀일
까요.

얼마 전 책정리하다가 눈에 띈 <버마시
절>은 올해 안에 읽어 보는 것으로 :>

cyrus 2019-07-02 09:53   좋아요 0 | URL
오웰은 돌직구를 날리듯이 글을 쓰지요.. ㅎㅎㅎ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9-07-0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 에세이는 정말 한국의 김수영 에세이와 비교할 만하죠. 걸작 오브 걸작입니다...

cyrus 2019-07-02 09: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두 분 모두 정론직필이 무엇인지 명확히 잘 보여주고 있어요. ^^

뿔대가리 2019-07-0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의 작품은 딱 2권 보았는데 다들 아는 동물농장과 1984 이다 에세이를 볼까 말까 하고 망서리던중 cyrus님의 서재를 보고 읽어보기로 했다 책 소개도 아주 자세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고마움을 표한다

cyrus 2019-07-08 17:54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가의 어머니
데일 살왁 지음, 정미현 옮김 / 빅북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진통’이다. 출산 중 진통은 고통스러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오죽하면 작가들도 자신들이 겪는 창작의 고통을 아이 낳는 고통에 견주겠는가. 산모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나를 낳고 기른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면 진통은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아기가 질 밖으로 쑥 빠져나오면 그 길었던 통증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대단한 성취감과 감동을 안겨준다. 산고 끝에 아기를 안은 어머니들은 대개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작가들은 산고를 거쳐 탄생한 작품에 애착을 느낀다.

 

소크라테스(Socrates)는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계속 던짐으로써 제자들 스스로 진리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산파’라고 불렀다. 그가 진리의 탄생을 도왔기 때문이다. 스승이 제자들에게 답을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산파술의 핵심이다. 작가가 창작의 산고를 치르는 ‘산모’라면, 작가의 어머니는 산모의 출산(작품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 할 수 있다.

 

작가와 작가 어머니의 관계를 산파술에 비유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와 창작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작가의 어머니》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 어머니는 어떤 존재였는지, 어머니의 존재감은 작품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1부는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에서 로버트 로웰(Robert Lowell)까지 여덟 명의 영미 소설가 및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전기(biography)이다.

 

셰익스피어의 어머니 메리 아든(Mary Arden)은 남편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기질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활기찬 사람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여덟 살 연상의 여성과 결혼했는데, 이 사실은 그가 부부 관계에서 여성의 우위를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극의 전개를 쥐락펴락하는 가모장(家母長)으로 그려진다. ‘애바(Abba)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루이자 메이 올컷(Louisa May Alcott)의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신장과 노예제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사람이었다. 애바는 루이자에게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다. 애바는 루이자가 글을 쓸 때마다 행복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루이자는 자신이 쓴 글을 애바에게 보여주었고, 애바는 루이자의 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이자는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첫 번째 작품을 편지 한 통과 함께 어머니에게 보냈다.

 

 

 엄마의 크리스마스 양말에 나의 ‘첫 아이’를 넣어두었어요. 아무리 결점 투성이라도 엄마가 받아주실 걸 알아요. (할머니는 늘 자상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진지하게 해낸 일로 봐 주실 것도요. …‥ 이 책이 엄마를 기쁘게 해준다면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할 거예요.

 

(「야심만만한 딸: 루이자 메이 올컷와 어머니」 중에서, 55쪽)

 

 

애바는 루이자에게 글쓰기를 독려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모녀의 친밀한 유대관계는 루이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물론 모든 작가의 어머니가 글 쓰는 자녀를 늘 자상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자녀의 글쓰기를 매정하게 바라보는 어머니도 있다.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어머니는 아들이 극작가가 아닌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길 원했다.

 

2부는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열한 명의 작가들이 자서전 형식으로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쓴 글로 구성되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영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언 매큐언(Ian McEwan)도 이 책의 필진으로 참여했다. 매큐언의 「어머니의 말: 회고록」은 작가의 개인사뿐만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의 창작 과정을 알 수 있는 글이므로 그의 소설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글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뮤즈(Mus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의 여신으로, 예술가와 작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은 여성을 의미한다. 이 뮤즈를 거론할 때 대부분은 ‘남성’ 작가의 아내이거나 애인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은 늘 남성 작가를 보조하는 뮤즈로 호명되곤 했다. 《작가의 어머니》는 예술사와 문학사 속에서 구축되어온 정형화된 뮤즈 이미지의 한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성애 관계로 맺어진 남성 작가와 여성 뮤즈’ 이미지는 어린 시절 작가의 문학적 재능을 눈여겨보고, 자녀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보살펴준 어머니의 존재감을 가린다.

 

탈무드(Talmud)에 의하면 ‘신이 항상 같이 있을 수 없어서 자기 대신에 어머니를 같이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한 편의 글은 작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그녀의 말과 일정 수준의 문학적 능력을 물려받으면서 자란 작가들도 있다. 위대한 작가의 곁에는 문학을 좋아한 신과 같은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창작에 몰두하는 자녀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에 충실한 산파가 될 수 있다. 어머니가 촉진자 역할에 충실하려면 ‘갑’의 위치에 서지 않아야 한다. 구석구석 참견해서는 안 된다. 너무 지나친 애정도, 너무 애정을 주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인간사가 다 그렇듯이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에서도 극단은 양자 모두에게 해롭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6-18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