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갈무리, 2014) 두 번째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2, 3장을 읽었습니다. 2장 제목은 ‘성별 노동 분업의 사회적 기원’, 3장 제목은 ‘식민화와 가정주부화’입니다.

 

2장에서 마리아 미즈(Maria Mies)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추적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학설을 살펴보고, 이 학설들의 한계점을 지적합니다. 2장은 성별 노동 분업의 형성 과정, 자본주의-가부장제 체제 내에 주목받지 못한 가사노동의 가치 등 페미니즘의 주요 쟁점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성별 노동 분업’의 의미부터 살펴봅시다. 성별 노동 분업은 젠더 이분법(‘남성’과 ‘여성’)에 기초한 노동 역할 분담을 의미합니다. 성별 노동 분업에는 ‘가사 노동’은 여성이, ‘바깥 노동’은 남성이 해야 한다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

* [절판] 루이스 헨리 모건 《고대사회》(문화문고, 2005)

* 정예푸 《문명은 부산물이다》(37∞, 2018)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가족 제도의 형성 과정에 주목하여 일부일처제는 자본주의의 사적소유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여성의 종속이라는 폐단을 낳았다고 주장합니다. 원시시대는 사유재산이 없는 모계사회였지만 잉여재산과 상속 때문에 가부장제 사회로 전환됐습니다. 그 전환 과정 중에 남성은 여성의 성을 통제하면서 상속자를 보호하고, 재산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일처제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러한 주장이 담긴 책이 바로 1884년에 출간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입니다. 이 책은 엥겔스의 단독 저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마르크스(Marx)의 유고를 엥겔스가 정리한 것입니다.

 

엥겔스는 미국의 인류학자 헨리 루이스 모건(Lewis Henry Morgan)《고대사회》(문화문고, 2005)를 토대로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 단계를 사적 유물론 관점으로 분석합니다. 그러므로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을 언급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책이 모건의 《고대사회》입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물을 독파하려는 목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판된’ 모건의 책까지 정독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의 기원》의 핵심 내용을 알기 쉽게 언급한 몇 권의 책이 있는데요, 중국의 사회학자 정예푸《문명은 부산물이다》(37∞, 2018)슐라미스 파이어스톤《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등이 있습니다.

 

엥겔스의 《가족의 기원》은 여성 종속의 원인과 여성 해방을 위한 실천적인 틀을 제시하는 마르크시즘 페미니즘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미즈 등 페미니스트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미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2장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이 성별 노동 분업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열이 있는 성별노동분업의 기원을 찾는 것이 ‘세계사적 차원에서 여성의 패배’(엥겔스)가 일어났던 선사시대나 역사시대의 특정 시점을 찾는 것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장류학, 선사시대, 그리고 고고학의 연구들이 우리 연구에 유용하고 또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성과 남성, 그리고 그들이 자연이나 역사와 맺는 관계에 관한 개념을 유물론적이고 역사적이고 비생물학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갈 수 없다면 그런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2장, 127쪽)

 

 

미즈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관계 또는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입장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이런 문제들을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아이를 출산하여 가족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여성의 생산 노동을 ‘자연적 활동’으로 이해했습니다. 미즈는 생산 노동을 바라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관점이 성별 노동 분업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여했다고 비판합니다.

 

미즈는 출산과 양육 활동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 활동을 묶어 ‘생산 노동’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러나 가부장제는 생산 노동을 ‘여성의 생리적 활동’으로 만들었고, 남성들은 여성의 몸과 여성의 출산을 ‘인간’이 아닌 ‘자연’의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몸을 자연처럼 마음껏 착취하고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남성은 무기를 이용할 줄 알고, 사냥 행위에 능숙하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은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데 유리한 존재로 올라설 수 있게 했습니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이 거의 없었습니다. 흔히 수렵 채집 사회를 설명할 때 사냥 활동을 채집 활동보다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류가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중대 사건입니다. 역사학자와 인류학자들은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남성이 ‘사냥꾼’이 되어 부족에게 식량을 보급했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을 전담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사냥꾼-남성’ 중심으로 고대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남성이 사냥에 나설 수 있도록 일용할 식량을 보급해 준 여성의 역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이죠. 이러한 인식은 인류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역사 교과서에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인류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들에 왜 ‘무기를 들고 있는 남성’이 현생 인류에 가까운 직계 조상으로 묘사한 것일까요? 그 그림 속에 ‘사냥꾼’이 된 남성을 '생산자'로 인정받는 ‘인간’으로, 무기를 손에 들지 못하고 가사 노동에 전담하는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하고 통제받는 ‘자연’으로 보는 젠더 이분법이 숨어 있어요.

 

 

 

 

 

 

 

 

 

 

 

 

 

 

 

 

 

* 카트리네 마르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부키, 2017)

 

 

 

여성의 생산 활동, 즉 가사 노동을 간과하는 인식은 주류 경제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및 역사학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성별 노동 분업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비판하려면 매일 남성 사냥꾼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해주고 생계를 책임진 고대 사회 여성들의 생산 노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2장을 정리한 내용의 분량이 많은 관계로, 3장은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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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3-20 15:25   좋아요 1 | URL
어제 모임 때 나눈 얘기 중에 결혼과 출산의 의미였어요. 누군가는 출산을 위해서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은 하지만 출산이 삶의 목적이 아닌 사람도 있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결혼과 출산을 사람이라면 당연히 통과해야 할 삶의 관문처럼 여겨요. 결혼과 출산을 안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채 강요하는 게 문제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살아가는 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말씀하셨듯이 결혼과 출산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합의해야 할 것은 아니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도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