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표정 -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길을 탐색하는 열두 걸음
전병근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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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issive’순종적인’, ‘고분고분한을 뜻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마그리트(Magritte)의 그림 제목을 직역하면 순종적인 독자(The Submissive Reader)’로 풀이할 수 있겠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상식이 무너지고, 이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모순이 있다. 마그리트는 그림을 통해 일상적으로 익숙한 인식의 틀을 바꾸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아주 가변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그림 속의 사물들을 엉뚱하게 배치하면서 관람객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순종적인 독자처럼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순종적인 독자는 도대체 무얼 봤기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마도 저 책 속에 독자가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가 펼쳐져 있으리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독자는 책에 헤어 나오지 못한다. ‘순종적인 독자는 마치 자석처럼 책에 이끌려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진다전병근의 지식의 표정(마음산책, 2017)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지시하는 책이다. 이 책 속에 있는 열두 명의 인터뷰를 눈으로 읽노라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열두 명의 지식인들은 문학, 과학, 정치, 역사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그들이 긴 세월을 내다보면서 뚜벅뚜벅 걷고 있는 지식의 길과 인간의 의미가 달라질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읽고 쓰는 삶을 실천하는 모습은 다 똑같다.

 

대만의 문화비평가 탕누어(唐諾)는 독서를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지속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독자는 미지의 세계에 곤혹스러워한다. 그러나 훌륭한 독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색을 좋아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다. 독서를 즐기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새로운 책을 접할 때 생기는 곤혹감을 잊게 해준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서로 상충하는 지식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는 데 필요한 덕목으로 중용과 겸허를 꼽는다. 스웨덴 복지정책을 국내에 소개한 최연혁 교수는 정치교육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정치인을 육성하는 정치 전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독서, 논쟁이 불가피한 지식의 세계 속에 균형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사회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치적 역량 강화는 성장하는 인간이라면 갖추어 할 기본적 자세들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막역한 걱정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면 기술 발전을 통한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역사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인류학자 이상희, 진화생물학자 장대익은 공통으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변화는 역사의 흐름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자신들도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태도를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과거를 넘어서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김명남은 번역, 이기호는 소설, 이충렬은 전기 문학에 투신하는 읽고 쓰는 인간이다. 이기호는 소설 읽기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드는 정신적 훈련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몰입하는 인간이다. 한문학자 강명관, 문학평론가 유종호, 신경과학자 이대열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상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류가 원해서 변화되고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변화를 익숙한 것의 상실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을 품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 곤혹을 느끼지 않으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신의 가치관을 열어두고 외부의 자극과 여러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두려움보다는 변화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인식과 시각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을 때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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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3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15 12:43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돈벌이가 되는 신종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비트 코인 열풍만 봐도 알 수 있어요. ^^;;

페크pek0501 2018-01-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1인이에요. 시대를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예전에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도 그랬고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도 그랬어요.
두려움보다는 변화를 당당히 받아들여야 할 텐데...

cyrus 2018-01-15 12:4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저는 뉴스를 보고서야 비트 코인 열풍을 알았어요. 새로운 유행을 빨리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