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시간, 그 너머 -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답을 몰라도 상관 없다. 그런데 이 질문만 봐도 현기증이 인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태초에 빅뱅(Big bang)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1백50억 년 전쯤 일어난 대폭발의 여파로 오늘의 우주가 생겼다. 빅뱅 이후 팽창해온 우주는 무한대의 공간이다. 우주에는 3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사는 은하가 있다. 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단지 도심의 불빛과 대기오염 때문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주의 별은 얼마나 될까. 앞으로 소개할 책의 저자는 별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별을 ‘모래알’로, 은하를 ‘정육면체 상자’로 비유한다. 이 문장만 봐도 우주가 얼마나 큰지 짐작된다.

 

 

은하수는 우주의 거대도시라고 할 수 있다. 3000억 개의 별들이 모여 사는 이 번창하는 도시에서 우리 태양은 그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마분지로 만든 1미터 높이의 정육면체 상자를 가져와 바닷가의 모래로 그 상자를 가득 채우라고 하라. 그렇게 모래로 가득 채운 상자를 300개나 만든 뒤, 그 안에 든 모래알의 숫자를 모두 합해야 비로소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의 개수가 된다. (56~57쪽)

 

 

크리스토프 갈파르(Christophe Galfard)《우주, 시간, 그 너머》(RHK, 2017)는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정신체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우주와 과학의 광대한 역사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와 그 원리의 실체를 밝혀줄 수 있는 최신 과학 이론을 동시에 알려준다.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그림과 도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으로 우주와 과학 법칙을 설명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에 ‘E=mc2’를 제외한 공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는다.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그림 없는 과학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주, 시간, 그 너머》는 과학상식이 빽빽하게 채워진 그저 그런 과학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우주의 실체를 보여준 여행기다. 저자는 정신체가 되어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black hole) 근처에 가보기도 한다. 까마득한 태초의 우주 공간에 나타난 최초의 별부터 블랙홀까지 우주를 넘나드는 저자의 탐사는 풍부한 상상력과 과학적 사실로 증명해내는 기교를 보여준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호킹 복사’를 문장으로만 쉽게 설명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블랙홀이 발생하는 원리와 그 실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갈파르의 설명만 봐도 호킹의 이론을 알 수 있다. 호킹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까치, 1998)를 안 봐도 된다. 사실 갈파르는 호킹의 제자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하나같이 사멸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모든 생명체와 무생물이 함께 공존해 있는 지구, 더 나아가 별과 우주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경우는 신생아의 몸무게로 그 아이의 수명을 알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별의 세계에서는 태어날 때의 질량으로 그 별의 수명을 알 수 있다. 별의 질량이 커질수록 별빛이 밝아진다. 질량이 커지면 중심의 온도가 높아져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별은 죽을 때가 되면 점점 부풀어 오르게 된다. 태양보다 큰 별들은 ‘초신성’이라고 하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이 폭발에서 나오는 별의 분해 물질들이 우주로 퍼지게 되고, 그 물질들이 모여 지구와 같은 행성을 만들게 된다. 우주에는 잉여라는 것이 없다. 별은 그저 반짝거리기만 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생성을 위해 사라지는 별들의 장엄한 최후. 별의 소멸은 우주에서 빛나는 부고(訃告)인 동시에 새로운 별의 탄생을 알리는 축복의 신호다. 그래서 우주는 경이롭다.

 

태양도 앞으로 약 50억 년이 지나면 그 수명을 다해 별로서의 일생을 마친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증발해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우주의 먼지’ 지구 안에서 사는 인류는 미세먼지에 불과하다. 이 미세먼지들은 우주가 점점 늙어가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구 속 미세먼지는 자신보다 몇억 배나 큰 우주를 ‘정복’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벌인다. 실컷 일을 벌여놓고 자연을 파괴한 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 지구가 태양보다 일찍 멸망해도 할 말 없다. 우주에서 가장 쓸모없는 유일한 잉여,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는 바로 인간이다.

 

 

 

 

 

 

 

※ Tr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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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7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8 20:51   좋아요 0 | URL
지금 인류의 욕망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언제 크게 터질지 모릅니다.. ^^;;

꼬마요정 2017-08-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와 닿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는 바로 인간이다.

오탈자 지적하신 부분..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cyrus 2017-08-18 20:53   좋아요 0 | URL
만약 외계인이 진짜로 있다면 그들도 우주의 먼지겠죠?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7-08-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은 우주의 크기,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실 때 공포감 느껴본적 없으세요..?
전 그 공간과 시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 적이 있었어요..

cyrus 2017-08-18 20:54   좋아요 0 | URL
제가 우주 공포증 약간 느낍니다. 우주 사진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