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생각하는발님(약칭 ‘곰발’)의 글 ‘선동과 증언 사이’에 비회원 계정으로 남긴 댓글 3개가 달렸습니다. 몇 분 후에 댓글 작성자는 자신이 쓴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다행히 삭제되기 전에 3개의 댓글 모두 확인했습니다. 자신이 쓴 (악성) 댓글을 직접 삭제해놓고선 모른 척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어요. 그런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자세로 나올까 봐 문제 있는 댓글은 무조건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놓습니다. 제가 인용한 문장은 곰발님의 글에 달린 댓글 내용입니다. 토씨 하나 안 빼놓고 그대로 썼습니다.
“정리하죠. 이 세상이 이 꼬라진 건 남성의 잘못을 아무리, 아~무리 높게 봐도 52% 이하라고 봅니다. 즉, 여성들 잘못이 최소 48% 이상이라는 거지요. 물론, 수천만을 평균낸 거니 최대 4% 차이가 나는 거라면 적은 차이는 아니지요.” (첫 번째 댓글, 2017년 6월 15일 13시 31분 작성)
댓글 작성자는 ‘남성의 잘못은 52% 이하’, ‘여성의 잘못은 48%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저분이 들고 나온 수치의 출처는 무엇일까요? 해당 수치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수치 결과가 편향적입니다. 수치 결과를 그대로 해석하면 여성이 잘못한 일의 비중이 남성이 잘못한 일의 비중보다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52% 이하’라고 하면, 최대 수가 ‘52%’입니다. 반면 ‘48% 이상’은 48을 포함한 최대 수를 의미합니다. 이러면 수치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여성의 잘못한 일의 비중을 ‘48%’로 볼 수 있고, 52보다 더 높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치 결과가 부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했습니다.
“p.s. 어쩌면, 님은 한국 남성을 비판하는척 한국 여성의 안타까운 현실을 위로하는 듯 제스쳐를 취하지만 그 기저에는 남성 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가란 의심이 든다는 얘길 수도 있겠네요. (첫 번째 댓글, 여기서 말하는 '님'은 곰발님을 지칭한 명칭)
제가 어느 분의 글에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를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분이 저 보고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제 내면에는 남성 우월주의의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제 의견에 남성 중심적 가치관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유의하겠습니다.
“메갈들이 잠재적 가해자란 개념을 만들어 낸 머리로, 왜 잠재적 이타자란 개념은 못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성들의 가정폭력은 분명 급속이 줄어들어 왔습니다. 한국 남성이 선한존재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겁니까?? 여성의 경제력 향상이 핵심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성들의 인식전환이지요.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은 쓰레기로 보는 문화를 정착시킨 게 이게 가장 중요하지요.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타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라면 우선 배제해버리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자리 잡혔기 때문에 웬만큼 인생 막사는 남성 아니라면 여성에게 손을 대는 건 상상하기 힘든 문화가 됐지요.” (두 번째 댓글, 2017년 6월 15일 13시 38분 작성)
‘남성들의 가정폭력’이 급속히 줄어들었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 기사 전문 :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455546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가정폭력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가 남편을 학대하는 가정폭력 건수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전체 가정폭력 피해자 중 아내가 절반을 넘습니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배우고 전달받은 생각과 행동 방식 등을 말합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을 쓰레기로 보는 문화’를 정착하는 일에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 토니 포터 《맨박스》(한빛비즈, 2016)
저는 ‘남성들의 인식 전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성성에 대한 틀에 박힌 편견을 지워야 합니다. 그리고 여성 혐오, 여성 폭력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대부분 남자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자를 배제하는 동시에 ‘여성을 잘 대해주는 착한 남자’로서의 위치를 선점합니다.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범죄야. 죗값을 무겁게 받아야 해.” 당연히 남자들은 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자신의 친구가 애인이나 아내를 학대한 사실을 알게 되면 모르는 척할까요,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까요? 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남자들끼리의 동맹’은 여성 폭력을 묵인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남성 자신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다른 남성을 배제하는 사고방식이 용인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남성이 폭력을 행사한 남성을 '쓰레기'라고 손가락질하고, 거리를 둔다고 해서 여성 폭력이 줄어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