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를 찍는 사람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의식한다. 자신이 타인이 되어 지금 내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를 자랑한다. 즉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자기 노출 욕구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상대방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의도적으로 셀카를 찍는 것을 싫어한다. 이를 ‘셀카 패러독스(The Selfie Paradox)’라고 한다. 자신의 셀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상대방의 셀카에는 무관심한 이중적인 심리 현상을 의미한다.[참고]

 

의도성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셀카일수록 상대방의 거부감이 높아진다. 자신을 남들에게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셀카를 찍어도 상대방은 그 셀카를 자기 과시용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셀카에 ‘좋아요’를 많이 받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을까. ‘셀카 패러독스’를 입증한 연구진들은 명백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을 올리는 것을 피하고, 누구에게나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미있는 사진을 올리라고 제안한다.

 

SNS나 블로그에 작성된 글도 ‘셀카 패러독스’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글의 주제와 의도에 상관없이 상대방은 자기 과시형 글에 거부감을 느낀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 역시 누군가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거나 아예 안 볼 수도 있다. 내 글은 ‘자기 노출형’ 셀카와 비슷하다. 책을 읽거나 어떤 사회 현상을 바라보면서 느낀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상대방의 공감을 얻길 원한다. 나는 ‘자기 노출형’ 글을 좋아한다. 며칠 전에 모 알라디너 서재에서도 이런 댓글을 남겼다. “저는 지식을 멋있게 알려주거나 자랑하는 건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싫어하는 글은 ‘자기 방어형’이다. 자기방어는 상대방의 의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태도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진실 된 비판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드백(feedback)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방어 성향이 강한 사람은 상대방의 피드백을 부담스러워 한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리어 상대방의 의견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박진영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시공사, 2013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주목한다고 착각한다. 이를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한다. 셀카를 자주 찍는 사람도 ‘스포트라이트 효과’의 착각에 빠진다. “내가 찍은 셀카는 마음에 들어. 그런데 남이 찍은 셀카는 별로야, 보고 싶지 않아.” 자신이 만들어 낸 환상의 스포트라이트에 취하면 남이 뭘 하는지 관심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알라딘 서재/북플에도 자신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서재 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내 입장이 선입견에 가까울 수 있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SNS 환경상 누구나 상대방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 크고 작은 선입견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선입견에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관계에 대한 완벽주의를 버려야 한다.

 

 

 

 

 

 

 

 

 

 

 

 

 

 

 

 

* 박진영 《심리학 일주일》 (시공사, 2014년)

 

 

나도 ‘완벽한 관계’를 지나치게 믿어왔던 사람이었다. 여기 알라딘 서재를 만든 지 얼마 안 됐을 때 관계는 늘 항상 친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상대방이 잘못해도 눈 감아 주었고, 친하게 지내는 알라디너의 글들을 다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관계에 집착하는 일이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상대방에 엄청 기대했다가 실망한 적도 있었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내가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와서 물꼬를 트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가서야 한다. 나는 그동안 상대방이 누군지 살피지 않은 채 다가섰고, 상대방이 내 글을 볼 거로 착각했다. 그렇다 보니 진정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잊어버렸고, 그저 남이 좋아할 만한 내용의 글을 썼다.

 

 

 

 

 

 

 

 

 

 

 

 

 

 

 

 

 

* 톰 밴더빌트 《취향의 탄생》 (토네이도, 2016년)

 

 

예전에 《취향의 탄생》이라는 책의 리뷰 끝에 나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의 취향을 모르거나 뚜렷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취향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건 상대방이 자신의 취향을 선호하는지조차 모른다. 이런 사람은 내가 상대방의 취향을 이해해줬으니 분명 상대방도 내 취향을 이해할 거로 생각하며 ‘혼자만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상대방의 스포트라이트에 멀찌감치 벗어난 상태에서 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갈망한다.

 

나는 여러 심리학 책 몇 권을 읽어봤지만, 관계를 오랫동안 친밀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더 알려고 하면, 관계에 더 집착한다. 내가 서재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확실히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관계를 끊어야 한다. 억지로 관계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요즘 들어 ‘친구 신청’하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보다 재미있고, 좋은 글을 많이 쓰는 알라디너가 많이 보인다. 새로운 알라디너의 등장은 반갑다. 혹시나 내게 ‘친구 신청’하는 분들께 다시 한번 알린다. 나는 로쟈님과 후애님처럼 신간 도서를 전문적으로 소개하거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매일 공개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우왕님처럼 재미있는 사진만 올리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기록할 뿐이다. 이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다. 내 글이 딱딱하고, ‘자기 과시’가 드러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나도 내 글이 남들에게 인정받는 걸 좋아하며, 글이 잘못되면 고친다. 글을 짧게 쓰는 법이 없다. 그래서 북플로 보기가 불편하다. 스마트폰으로 내 글을 본다는 건 시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 글을 보는 일이 부담스러우면 안 보면 되고, ‘친구 해제’를 해도 된다. 절대로 잘못된 일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여러분들의 취향이 존중되길 원하는 필자의 간곡한 부탁이다.

 

 

 

 

[참고] <“내 셀카는 좋지만, 남의 셀카는 싫어”… 이 심리는 뭐지?> 동아일보, 2017년 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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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24 14:19   좋아요 3 | URL
제 생각과 비슷합니다. 하루에 이웃님들 글을 다 보면 적어도 10분은 걸립니다. 정독은 못 해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한 달동안 보면 이웃님이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있어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자주 보는 분들 의 글을 보는 게 효율적입니다. 그래도 관계가 소원하거나 애매하다 싶으면 포기해야 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24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북플로 보는데. . 별로 불편함 없이 보고 있습니다~^^

cyrus 2017-02-24 14:21   좋아요 1 | URL
말씀이라도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서재 활동 초창기에 비하면 글의 분량이 줄어든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24 1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셀카가 취향이라서... -_- ;

cyrus 2017-02-24 14:23   좋아요 1 | URL
곰발님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솔직히 발님은 다른 셀카족에 비하면 양호합니다. 셀카 사진을 많이 올리는 편은 아니고, 과시하려는 느낌이 나지 않아요. 어제 올린 셀카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북프리쿠키 2017-02-24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볼에 풍선넣고 귀엽게 함 찍어주세요.^^;
웃는 표정으로다가 한번~

cyrus 2017-02-24 14:26   좋아요 1 | URL
곰발님의 셀카는 시크한 표정을 지을 때가 멋있습니다. ^^

2017-02-2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24 17:04   좋아요 2 | URL
저처럼 글을 길게 쓰는 분들이 많이 없어서 비교적 짧은 글은 훑어 읽거나 그냥 넘깁니다. 특별히 관심 있는 글이라면 정독을 하는 편이고, 제가 생소하게 느끼는 주제의 글은 훑어 읽습니다.

사실 정독해도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내용의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글을 작성한 분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습니다. 이웃님의 글을 잘못 이해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안 생겨요.

앤의다락방 2017-02-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되는 글이네요^.^ 전 셀카 찍는 것을 즐기지않아요(사진빨이 안받는다 해두죠.ㅋ)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하루라도 젊을 때 모습을 담아두는게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되네요.ㅋ 그렇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요. ㅋㅋ

cyrus 2017-02-24 17:06   좋아요 0 | URL
저도 사진에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셀카를 찍으려고 해도 너무 어색하게 보여서 찍을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도 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어두면 좋다고 생각해요. ^^

hellas 2017-02-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되는 글이네요. :)

cyrus 2017-02-24 17:0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2017-02-2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28 17:09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님의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어요. ***님은 저보다 오래 서재 생활을 하셨고, 오랜 세월동안 서재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이 새로운 분들과 잘 어울리는 포용력입니다. 이 알라딘 서재에 넓은 포용력을 지니는 분이 많지 않죠. 저도 그런 회원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제 글을 보는 분이 적어도 열 분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히 생각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

kim44820 2017-03-0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알라딘 메일타고 들어와보았습니다. 글이 찰(?)지네요^^

cyrus 2017-03-06 12:01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해피클라라 2017-03-1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해요 >_< 넘넘 공감가더라구요~
좋은 책들 소개도 감사해요 ^^
소개해주신 책들 챙겨봐야겠네요~

cyrus 2017-03-15 17:02   좋아요 0 | URL
제 글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지적하는, 그런 재수 없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비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솔직히 겁이 납니다. 그래도 제 글을 좋게 보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편합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