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냥 즐거우니까 읽는다. 이렇게 대답해도 이해하지 못하면, 독서는 일종의 덕질이라고 한다. 누구는 피겨(figure)를 모으는 일에, 어떤 사람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것과 같다. 책을 읽고, 내가 미처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인간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허전한 시간을 어떻게 메우려는 본능이 있다. 외로움은 지루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신체 건강이나 뇌의 인지, 판단력 같은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사회적 유대가 끊어졌을 때 이를 회복하라고 몸이 보내는 특별한 신호다. 그런데 이 정신적 신호를 내버려 두면 자신이 사회에서 고립됐다고 느끼는 상태가 지속한다. 외로움이 느껴질 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잊힌 관계를 복구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사회적 유대감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좋은 감정이다. 그러나 사회적 유대감을 무너뜨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을 이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만 누리려는 이기주의는 참으로 몹쓸 짓이다. 정이현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 살고 있다. 정 작가의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말투는 상냥하지만, 성격이 이기적인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독서로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독서를 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겪은 인물을 찾았다. (참고 : ['가장 외로운 직업 중 하나 美 대통령'…오바마 "독서가 힘"] 뉴스원, 2017년 1월 17일)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친밀한 인간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로움을 인간관계 속에서 해소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인간관계에 연연하게 되고, 여기저기 연락하고 소모적인 만남이라도 하려고 애쓴다. 외로움을 슬기롭게 견딜 줄 아는 것이야말로 주체적 삶이다. 김정운 교수는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주체적으로 행복을 찾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외로움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라고 마음이 보내는 자기 단련의 신호다.

 

사실 TV와 인터넷은 책보다 재미있다. 둘 다 안 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런데 하릴없이 TV와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면 두뇌는 정신적 자극에 둔감한 멍한 상태가 된다. 오래전에 TV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두뇌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험한 결과가 있다. 우리는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 박라임씨가 어떤 상태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믿고 싶지 않지만, 박라임 씨는 책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식을 쌓는 독서를 한 탓인지 주변 상황을 능동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심지어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행동들이 국가 전체 기강을 뒤흔들 정도로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박라임씨는 언제부터 이렇게 둔해졌나. 아마도 젊은 시절의 독서가 그녀의 마음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녀는 독서만으로도 부모님의 빈자리로부터 비롯된 외로운 마음을 견디기가 부족했던가 보다. 그녀가 최순실과 더욱 가까이 지낼수록 책을 멀리하게 됐고, 외로울 때마다 드라마를 챙겨봤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했다. 아주 좋은 말이다. 아무리 독서가 쓸모없다고 해도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독서의 장점을 열거하면 한둘이 아니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라는 말보다는 책이 한 사람의 감정을 바꾼다라는 말이 더 좋다. 나는 책이 단순히 지적 갈증의 해소라는 측면을 넘어 한 사람의 외로운 감정을 극복시키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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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1-18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속도를 읽는 사람의 감정에 맞춰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나란히 걸어가주는 친구와 같은 느낌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외롭지 않게 해주고, 때론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줄 수 있는 친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묵묵히 지켜봐주는 그런 친구요.^^

cyrus 2017-01-18 11:34   좋아요 0 | URL
아주 좋은 비유입니다. 책은 ‘좋은 친구’입니다. 정말 이 세상에 책이 없었으면, 사는 게 엄청 지루했을 겁니다. 지루함을 잊으려고 인터넷,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중독 현상을 끊지 못했을 거예요. ^^;;

잠자냥 2017-01-18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덕질 맞습니다. ㅎㅎ 저는 오히려 독서가 인간에게 완전히 고독한 시간을 주기에 행복한 행위가 아닌가 싶거든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책을 펼치면 그 순간부터 이 세계엔 책과 나만 존재하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집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릴때부터 이제까지 책 읽으면 가족 중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까... ㅎㅎ 전 혼자 있고 싶을 때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cyrus 2017-01-18 11:36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의 댓글을 볼 때마다 저랑 독서 취향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때 혼자 가는 것이 편합니다. 그리고 리뷰를 쓸 때도 조용한 분위기에 혼자 있어야 합니다. 독서와 리뷰 쓰기는 저를 위한 특별한 시간입니다. ^^

푸른희망 2017-01-18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생각을 하게되는 글이네요
책읽기에대한 생각을 저도 정리해서 써봐야지 싶네요~~

cyrus 2017-01-18 11:38   좋아요 0 | URL
푸른희망이 독서를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21-05-05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많아서.. 노후의 외로움에 대해선 저는 대책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제나처럼 리뷰 잘 읽었어요 🙏🏼

cyrus 2021-05-05 22:03   좋아요 1 | URL
안 사고 모아둔 책들이 고독감이 주는 정신적 충격을 줄어주는 매트릭스 역할을 해주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