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를 따르는 중동에서는 발바닥과 신발 밑바닥을 보이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행위다. 과거 서양에도 발과 관련된 금기가 있었다. 여인의 맨발은 동침의 의미로 간주하여 금기시했다. 그래서 발을 그리고 싶은 화가들은 초월적 존재인 예수나 성모 마리아의 맨발을 그려 예술적 욕구를 대신 채웠다.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무대 위에 신고 있던 스타킹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춤을 추자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고 난리였다. 그때까지도 맨발은 금기였고 맨발을 보여주는 것은 스스로 창녀라고 선언하는 격이라 덩컨은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렸다.

 

 

 

 

 

 

 

 

 

 

 

 

 

 

 

 

 

 

 

 

 

 

 

 

 

 

 

 

 

 

맨발 한 번 그려서 곤혹을 치른 예술가들도 있었다. 카라바조는 길거리에서 만난 집시나 부랑자, 창녀의 초라한 모습을 성자나 예수의 모델로 삼았다.

 

 

 

 

교회 제단의 장식화인 『성 마태오와 천사』를 마감 기한 내에 완성했지만, 교회 측 인사들로부터 거부당했다. 교회 측 인사들은 카라바조가 묘사한 성인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그들은 대머리 농부처럼 생긴 성인이 한쪽 발을 드러내놓은 자세가 불경스럽게 느꼈다. 하는 수없이 카라바조는 그림을 다시 그려야 했다. 카라바조는 항상 품 안에 칼을 지니면서 다녔고, 싸움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의 괴팍한 성격을 생각한다면, 교회의 거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교회는 수정된 그림을 받아들였다.

 

 

 

 

 

 

 

 

 

 

 

 

 

 

 

 

 

 

 

 

 

 

 

 

 

 

 

 

 

 

 

 

 

 

 

 

 

 

 

 

 

 

 

카라바조의 그림이 거절당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왜냐하면, 카라바조 이전에 활동했던 화가들은 예수나 성인들의 맨발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예수』는 과감한 원근법을 이용하여 예수의 죽음을 묘사했다. 만테냐는 예수의 죽음을 종교적으로 미화하는 대신에 예수의 시체의 추함과 비통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예수의 양손과 양발에 십자가에 못 박힌 흔적이 보인다. 상흔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비극적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만테냐의 원근법은 렘브란트의 『데이만 박사의 해부학 강의』에서 재현된다. 해부된 시체의 모습이 만테냐의 죽은 예수를 닮았다. 다만 렘브란트는 해부용 시체의 양발을 크게 그렸다. 이때 당시 해부용 시체는 교수당한 죄인들의 몸만 가능했다. 데이만 박사가 해부한 시체 역시 살아있을 때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그의 하찮은 몸은 예수의 죽은 몸과 흡사하게 표현되는 영광을 누렸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는 탕아 앞에 잔뜩 허리 굽힌 아버지의 표정이 압권이다. 그 표정에는 온화함이 묻어난다. 낮은 자에게 허리를 굽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세상을 향해 은혜를 베푸는 예수의 사랑을 상징한다. 아버지의 자세가 인상 깊어서 그런지, 이 그림을 본 사람들은 탕아의 맨발을 유심히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모든 재산을 탕진한 채 돌아온 아들은 너덜너덜한 누더기에다 밑창이 다 터진 신발하며, 행색이 남루하기 이를 데 없다. 이 그림에 영감을 얻어 책을 쓴 헨리 나우웬은 탕아의 망가진 신발이 가난에 찌들어 모든 것을 잃은 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를 보게 되면, 만테냐의 『죽은 예수』의 묘사가 덜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제단화 가운데 그림은 성경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왼쪽에는 마리아가 실신하여 요한의 품에 안겨 있고, 막달라 마리아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오른편에는 세례 요한이 예수를 가리키고 있다. 긴 손가락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세례 요한의 손가락에 주목한 관람객들은 충격적인 묘사를 확인한다. 이미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시체처럼 예수의 몸은 처참하다. 특히 커다란 못이 관통한 예수의 양발을 볼 것.

 

 

 

 

 

 

 

 

 

 

 

 

 

 

 

 

 

컴퓨터 모니터에 그림을 확대해서 보는 것보다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 1》의 도판을 보는 것이 좋다. 그 책에 예수의 양발을 확대한 도판이 있다. 그뤼네발트는 피를 흘리는 양발의 상처를 극대화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에로틱한 발》의 저자 윌리엄 로시는 발이 남근을 상징하는 이유가 생명의 원천인 대지, 즉 어머니와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주의의 대가 쿠르베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쿠르베의 『목욕하는 여인』은 마네의 『올랭피아』만큼은 아니지만, 보수적인 비평가들에게 비난을 받은 그림이다. 그들은 목욕하는 여인이 여신이나 요정이 아니라 평범한 여자라는 점, 그리고 옷을 입은 여자가 음란하게 묘사되었다고 지적했다. 옷을 입은 여자는 한쪽 발만 버선을 신었다. 버선을 신지 않은 맨발에는 흙이 묻어 있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맨발을 사실적으로 그린 쿠르베가 의도적으로 에로티시즘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들 눈에는 흙이 묻은 여인의 발이 상당히 에로틱하게 느꼈던가 보다. 흙이 묻은 맨발을 그린 쿠르베의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쿠르베는 자연을 ‘어머니의 대지’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의도가 담겨 있다면, 『목욕하는 여인』은 음란한 그림이라고 볼 수 없다. 쿠르베는 자신의 신념대로 목욕하는 천사가 아닌 목욕하는 여인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이다.

 

 

 

 

 

 

 

 

 

 

 

 

 

 

 

 

 

 

요즘은 남녀노소 샌들을 신고 다닌다. 이제 샌들은 여름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샌들의 계절이 다가오기 전부터 피부 각질이나 무좀 흔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발바닥 각질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져 허연 가루처럼 떨어진다. 발바닥이나 발가락 사이에 물집 형태의 무좀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발에서 나타나는 이런 신호들이 단지 청결하지 않아서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어머니들의 갈라진 발바닥은 한평생을 가족들의 바닥으로 살아온 거룩한 삶의 흔적이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다. 그들은 물집이 생기고, 발바닥이 갈라져도 아픔을 꾹 참은 채 생존의 과정을 멈추지 않는다. 발은 에로틱하지 않다. 발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숭고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곰곰 생각해서 발을 보시라.

 

 

 

※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https://www.wikiart.org/)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1-03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발바닥에 실 꼬맨 발보니..움찔했습니다.ㄷㄷㄷ

cyrus 2016-11-04 11:57   좋아요 1 | URL
그럴 수밖에요. ㅎㅎㅎ

표맥(漂麥) 2016-11-0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을 보여주는 것이 스스로를 창녀라... 이 비슷한게 길거리에서 머리를 풀고 있는 여인을 매춘부로 보는 문화도 있지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yrus 2016-11-04 11:58   좋아요 0 | URL
부정적인 금기와 관련된 대상을 살펴보면, 제일 많은 게 ‘여자’입니다. 여자에는 이렇게 하지 마라는 식의 금기는 남자들이 만든 거죠. ^^;;

stella.K 2016-11-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유레카님 책에 저 사진이 있던가...? 잊고 있었다.ㅋ
알고보면 발이 참 많은 것들을 말해주긴 하지.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 전에 대벌이란 책에서
전족을 한 부인 발을 주인공이 좋아해서 밤이면
에로틱하게 만지곤 했다는 말이 생각났어.
그런데 실제로 전족한 발 보니 작아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에로틱하다는 느낌은 못 받겠던데. 기형이잖아.


어렸을 땐 발이 나름 괜찮았는데 나이드니까 못 생겨지더라.
각질도 많고. 무좀도 좀 생기고.
에고, 불쌍한 내 발. 아껴줘야 하는데...ㅠ

cyrus 2016-11-04 15:50   좋아요 0 | URL
저는 발바닥에 땀이 많이 생기는 편인데도 피부가 벗겨지고, 가려움이 심한 무좀에 걸리진 않아요. 하지만 겨울만 되면 각질이 잘 생겨요.

전족은 제 취향(?)은 아니에요. ㅎㅎㅎ 전족 때문에 작아진 발 사진을 보면
그저 아플 것 같다는 느낌만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