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근처에 있는 제일서점이 폐점되었습니다. 책방이 완전히 문을 닫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제일서점 옆에 있는 동양서점에서 책을 샀습니다. 그날 제일서점의 문도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봤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들을 가지런히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이 마지막 모습이 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간판만 덩그러니 남은 책방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책방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동양서점을 운영하는 어르신에게 제일서점의 근황을 여쭈어 봤습니다. 어르신은 제일서점 주인장님이 장사를 그만두었다고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제일서점에 본격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지 겨우 1년 됐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책방과의 만남을 생각하면, 폐업 소식은 정말 충격적인 일입니다. 제일서점은 대구시청 주변의 헌책방들과 비교하면 꽤 많은 책을 보유했습니다. 책을 건물 3층까지 채울 정도였죠. 제일서점 건물 2층 창문에 적힌 모던북은 제일서점 주인장님이 운영한 온라인 헌책방 웹사이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일서점이라는 이름의 북코아 미니북샵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모던북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지만, 그 많던 도서 목록들이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모던북 운영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홈페이지 상태를 봐서는 제일서점 주인장님이 온라인 헌책방 운영마저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코아 미니북샵 역시 모든 도서목록 정보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저는 동양서점 어르신에게 제일서점이 문을 닫은 이유를 여쭈어 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런 말을 차마 꺼내기 싫었습니다. 동양서점 어르신은 연세가 많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입니다. 혼자서 책 무더기를 옮기고, 정리하는 어르신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어르신이 더 이상 책방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동양서점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는 바람에 헌책방의 소중함을 한동안 모르고 지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 주는 허전한 마음이 어떤 건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헌책방에서의 시간이 아주 사소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lummii 2016-10-18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네서점 문 닫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에요 ...가끔 저희동네 **문고를 드나들때마다 머리희끗한 사장님께 맘속으로 응원드려요

cyrus 2016-10-18 18:19   좋아요 0 | URL
동네서점이 처한 현실도 안타까워요.. ㅠㅠ

alummii님 같은 분이 많이 있어야 동네서점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동네서점 문 닫은지 오래됬어요.. 있는 서점에는 참고서와 학습서만...
정말 안타까워요~

cyrus 2016-10-18 18:27   좋아요 1 | URL
간판은 `서점`인데, 안에 들어가면 문구점인 곳이 많습니다. 정부의 도서정가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10-18 18:52   좋아요 1 | URL
동네서점살린다고 정부 지원금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려면 속해있는 동네서점에서 구입하라고 하는데 도서정가제하면서 실제로 도서관 도서구입이 줄어버렸습니다. 도서관 구입도서도 10프로 할인이다보니 거의 절반정도 줄은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우리동네 서점은 이미 문구점내지는 참고서가 더 많은곳이고.. 동네 독점서점이기도 해서 가끔 이미 배부른 서점 대 배불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ㅠㅠ
그렇다고 구입을 안 할수도 없고..

cyrus 2016-10-19 11:23   좋아요 0 | URL
정부가 서점 이용 횟수를 늘리는 정책을 내놓아하는데, 도서관 대출권수 확대 제도를 추진하더군요. 이러면 책 읽는 사람들이 신간도서를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제가 지금 도서관에서 신간도서를 빌려 보고 있습니다. ^^;;

fledgling 2016-10-18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서점이 있어서 가봤는데요.(꽤큼) 베스트셀러 위주와 중고딩 참고서, 문제집이 가장 많더랬죠. 제가 찾는 책은 거의 없는 편... 동네서점을 살리기위해 구매하고 싶긴하지만(주문하면 될것 같지만) 저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않아서 그냥 알라딘에서 삽니다. ㅠ지난 3월달쯤 추운 봄겨울에 간 이후로 안갔네요... 시급이나 나올런지 모르겠어요. 부부 두분이서 아침부터 출근해서 운영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핑계같지만 돈좀 벌면 정말 이용하려구요... 동네서점 살리기 시급한데...

cyrus 2016-10-18 18:3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서점의 암울한 현실을 생각해주고 싶어도 일단 우리들 사정 또한 여의치가 않습니다. ㅠㅠ

북프리쿠키 2016-10-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들만의 착각인 듯 싶어요
제 주위를 둘러봐도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네요

도서정가제가
동네서점 살린다더니
어찌된 일인가요~



cyrus 2016-10-18 18:32   좋아요 1 | URL
북플을 모르더라도 책을 읽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진짜 이러다가 대형 서점, 온라인 서점만 남게 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6-10-18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정가제를 오프 서점에서 하고
온라인은 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뭐든 대기업이 잠식하잖냐. 서점도 그짝이지 뭐.ㅠ

cyrus 2016-10-18 18:46   좋아요 1 | URL
심각한 점이 너무 많은데도 정부는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ㅠㅠ

아무 2016-10-1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 시장에 대형서점이 하나둘 뛰어드는 걸 보면서 큰일이 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도 주변에 헌책방이 없기도 하고, 편리 때문에 알라딘 중고를 자주 이용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출판 외적인 부분부터 개선이 돼야 하는데,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도서정가제(그것도 구멍이 많은)만 덜컥 실시한 후유증이 점점 커지는 듯 싶습니다..ㅠ

cyrus 2016-10-19 11:26   좋아요 0 | URL
동네서점뿐만 아니라 출판사 역시 도서정가제 이익을 못 받고 있어요. 정말로 어디부터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에서는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의 문제점을 보도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관심이 없습니다. 도서정가제를 발의한 최재천 의원은 침묵하고 있고요.

yureka01 2016-10-18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그 섭섭한 마음..

아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섭섭한 마음..

소규모 서점의 숙명이라는 것이, 이 세대의 지성 등대가 꺼지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cyrus 2016-10-19 11:28   좋아요 1 | URL
지성의 등대,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헌책방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던 학생들에게 한 줄기 지식의 빛을 선사해주는 등대였습니다.

2016-10-19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10-20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사라지는군요. 쓸쓸하 사진도 그렇고 맘이 아프네요.

cyrus 2016-10-21 14:11   좋아요 0 | URL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직접 보고나서야 허전한 마음이 어떤 건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