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깜빡해서 이 책을 공개하지 못했어요. 사무엘 베케트의 《몰로이》입니다. 흔히 베케트를 극작가로 알고 있지만, 그의 대표 희곡작품 《고도를 기다리며》를 집필하기 전에 이미 시집과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몰로이》는 베케트의 소설 3부작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작품은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입니다. 최근에 워크룸프레스 출판사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를 출간하여 베케트 선집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말론, 죽다》만 나오면 베케트 소설 3부작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몰로이》는 1969년 ‘노벨문학상전집’으로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1995년에 故 김현 교수가 번역한 《몰로이》가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책 또한 절판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몰로이》 번역본이 새로 출간되었는데요, 가장 많이 알려진 번역본이 2008년에 나온 문학과지성사 판본입니다. 사실 저는 문학동네 판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문학과지성사 판본이 초역본인 줄 알았습니다. 

 

 

 

 

 

 

문학동네 《몰로이》에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책 앞표지 오른쪽 상단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1995년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문학동네 출판사는 책 뒷날개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출간에 대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집’이라는 단어가 없을 뿐, 2009년에 선보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전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는 오늘의 한국문학에 의미있게 수용될 외국작가의 작품을 선별하여 ‘문학동네 세계문학’을 발간합니다. 문학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상, 예술과 인간, 역사가 만나는 드넓은 광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다양한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의 땀과 눈물과 지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의 역량있는 작품들과, 이미 소개되었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선하여, 그들의 가장 치열한 정신과 정열이 빚어낸 순금 같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세계의 문학과 한국문학, 그리고 독자를 잇는 튼실한 기교로서, 우리 삶의 문학과 문학의 풍요에 기여할 것입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 시리즈의 첫 작품이 베케트의 《몰로이》이고, 그 다음에 나온 작품이 존 파울즈의 《마법사》(Magus)였습니다. 그 후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단 번역 작품들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문학동네의 세계문학 출간 작업이 더디었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이 조용히 잊히고, 1998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등장했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980년대 이후로 침체했던 국내 세계문학전집 출간 붐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만일 ‘문학동네 세계문학’이 꾸준히 나왔더라면, 세계문학전집 출판시장의 판도가 달라졌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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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 현재 보유 중이신 책이 총 몇 권이십니까 ?

cyrus 2016-08-17 18:18   좋아요 1 | URL
책의 권수가 궁금해서 엑셀에 입력하면서 세어봤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가 말아서 정확하게 몇 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400권 정도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