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지금도 그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마스다 미리 어른 초등학생102)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통틀어서 선생님이 크게 화를 내면서 눈물을 흘렸던 날이 세 번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이날 울었던 담임선생님들 모두 여자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선생님들이 화를 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제자들이 너무 말을 안 듣는 모습에 선생님이 속상해서 화를 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은 1학기만 제자들을 가르쳤다. 출산 휴가로 당분간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선생님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2학기가 개학한 지 얼마 안 된 날에 선생님은 학교 일을 쉰다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에 정이 든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시간에 대부분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알았다. 그 날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데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미 배속에 아이를 가졌던 선생님은 학교 업무에 심한 압박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은 선생님의 속사정을 모르고 미운 짓만 골라 했다. 서러운 감정을 꾹 참고 있다가 어느 날 한순간에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 날 선생님은 말 안 드는 너희들 때문에 학교 일을 그만둘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만들어진 기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학교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울먹거리면서 꺼냈던 선생님의 말씀을. 그때 교실 안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교실 안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풀이 죽은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여자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생님이 우는 이유가 자기들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반장, 부반장을 맡은 아이가 선생님에게 사과 인사를 했고,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했던 일에 뉘우치는 자세를 보였다. 이런 일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에 나나 이 아이들이 조금 철이 든 중학생이었다면, 떠나는 선생님을 위해 선물 하나쯤은 마련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1학기만 가르치고 휴직했다. 무슨 병인지 잘 모르지만, 선생님의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내가 살았던 집 바로 건너편에는 선생님의 친척이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세 살짜리 딸을 이 친척 집에 맡기고 학교에 출근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퇴근한 선생님이 딸을 데리러 오는 장면을 몇 번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 엄마가 선생님의 딸을 잠시 돌본 적도 있었다. 선생님의 딸이 내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은 학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 몸과 정신 상태가 거의 최악인데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결국,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내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울었다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서러워서 울었다. 점점 몸은 지쳐만 가는데, 학교 일과 육아를 감당하기 힘든 삼중고에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초임 교사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남학생들만 다녔다. 초임 여교사 입장에서는 철부지 남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힘들다. 남학생들은 초임 여교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듣지 않는다. 제자가 선생님을 만만하게 대하는 상황이 이어지니까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울리고 말았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선생님이 우는 모습을 보면 크게 뉘우치는 척하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말썽을 피운다.

 

혹자는 교사가 제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화를 내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건 교사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교사도 감정노동자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됐다. 하지만 현재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은 기본적인 업무 외에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까지 상대해야 한다. 학교 교육이 교육서비스로 인식됨에 따라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고 설령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상담실로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교직 생활은 민감한 환경에 처해있다. 학교에 여교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화를 내다가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을까? 아이들이 선생님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선생님이 갑자기 우는 이유를 잘 모른다. 차차 어른이 되면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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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련 병원에서는 초보 의사들이 실수를 하지 않을 즈음이 그 병원을 떠나게 되죠.

인종 차별이든, 성차별이든 또는 위 글처럼 선생님 노고, 부모님의 노고, 무언가를 철이 들어 인식할 때는 상황은 이미 멀리 떠나왔고, 그 상황에 처해있는 당사자는 알지 못하고 ... 그래서 갈등은 항상 있고. 뭐 그렇습니다.^^

cyrus 2016-06-29 09:20   좋아요 0 | URL
의사도 엄청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죠. 인턴 시절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군요.

yureka01 2016-06-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소위 말하는 갑질문화....신참 검사조차 갑질 상사에게 어려움 호소하고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왜이렇게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가요..아고...

cyrus 2016-06-29 09:22   좋아요 1 | URL
어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교사에게 갑질을 합니다. 그런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는 교사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갑질문화를 따라 배우게 되는 거죠. ㅠㅠ

alummii 2016-06-2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저희 댄스 선생님 우시는 이유를 모를때가 있어요 @,@ 눈물이 아니라 땀이겠거니..한답니다ㅡㅡa회원들이 너무 못 추나봐요..풉...아님 너무 욱껴서 우시나...

cyrus 2016-06-29 16:45   좋아요 0 | URL
알루미님은 힙합뿐만 아니라 댄스도 배우시는군요. +_+

2016-06-29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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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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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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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17: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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