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아직 순수함이 찬란히 빛나던 어린 시절, 세상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했다.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삶이란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은 것을 가르치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당장 밝혀내지 않고는 도무지 못 견디게 만드는 일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면 그것은 신체적인 현상일 뿐이다. 어른이 되면 자신이 속해 있는 이 세계 속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아이의 눈으로는 볼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어른 마스다 미리가 그림책 스무 권을 읽었던 어린이 마스다 미리를 만났다. 그녀에게 스무 권의 그림책은 어릴 적 각별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타임머신이다. 어른 초등학생은 한마디로 단순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이다. 마치 엄마 앞에서 초등학생 아이가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소박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속 어린아이와 아주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그림책이라는 공감대가 이 둘을 묶어 놓는다.

 

책을 읽으면서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작가의 흥미진진한 추억담을 읽고 있으면 어느덧 어린 시절 엄마의 존재, 아련한 추억들이 담겨 있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추억들이 눈앞에 투영된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것들은 한 번 접한 것만으로도 두 번 다시 잊지 못하게 된다. 깊숙한 기억의 호수 밑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의 보물이 숨어 있다. 호수에 풍덩 빠져서 보물을 발견하면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에 젖어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그럴 일이 벌어졌다. 작가는 여섯 살 때 읽은 그림책의 표지 그림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였다. 말 그대로 찰나의 그때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동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떨리는 순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누가, 언제 그 순간을 경험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일 뿐. 이런 행복감이 없었다면 작가는 이렇게 감동과 웃음이 넘치는 그림을 그릴 수 없었을 것 같다.

 

몸이 자랄수록 기억의 호수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동안 순수함을 간직했던 것들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런데 가라앉은 추억의 파편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역설이다. 사실 이게 우리의 바람이다.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러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대상에 유통기한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이 시간이 제일 두렵다. 어른 초등학생은 잃어버린 삶의 순수만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마스다 미리는 마음에서 지워버리고 싶지 않은 유한의 존재를 알려준다. 어른의 기억 속으로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는 진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이 책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라는 모두의 고민에 맞닿아 있다.

 

마냥 행복해도 좋을 어린 시절과 이별하는 것은 분명히 아프다. 그러나 동시에 진짜 세상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뜬다. 어린이는 얼른 어린애다움을 벗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거운 짐을 지는 공포이며 순수함을 상실하는 슬픈 일이지만,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한 발짝씩 걸어가는 것 아닐까.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의 기쁨과 삶의 비애를 알아버린 슬픔의 경계다. 순수했던 동심의 는 어쩔 수 없이 성장을 위해 우리가 기억의 호수에 버려둔 우리의 분신이다. 나의 찬란한 분신! 널 영원히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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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6-2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놀랬습니다. 초딩이 나와서 :-) 좋은 밤 되세요~

cyrus 2016-06-27 00:31   좋아요 1 | URL
초딩은 일찍 잠을 자야 키가 큽니다. 얼른 주무세요. ㅎㅎㅎ

2016-06-27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27 19:43   좋아요 0 | URL
나이 한 살 더 먹을수록 좋은 기억들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2016-06-27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