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구 서구청 뒤편 평리공원에 도서 교환전과 알뜰 장터가 열렸다. 드디어 동네에서 열리는 도서 교환전을 구경하게 되었다.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정기 행사인데 올해 들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도서 교환권을 받으려면 집에 있는 책을 가져와야 한다. 당연히 나는 상태가 좋고, 읽을 만한 책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2010년 이후에 나온 책이어야 하고, 무조건 책 3권을 가져와야 도서 교환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가져온 책이 조건에 부합되지 않은 사실을 행사 현장에서 알았다. 행사장과 집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웠던 오전 날씨가 흠이었지만. 사실 도서 교환 방식에 불만이 있다. 1인당 책 3권을 가져와서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의 권수는 고작 1권이다. 책 2권을 챙기려면 2010년 이후에 나온 책 6권을 가져와야 한다. 도서 교환권이 없는 사람은 책을 사야 한다. 책 한 권 가격이 1,000원이다. 어떤 책은 3,000원을 내야 한다. 지금도 1,000원짜리 책과 3,000원짜리 책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집에 다시 가서 새로 가져온 책은 《강신주의 다상담》전 3권 세트였다. 동녘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서 받은 책이다. 강신주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1권을 읽다가 말았다. 속표지에 출판사 증정 도장이 찍혀 있어서 알라딘 서점에 팔 수가 없었다. 안 읽는 책을 책장에 오래 보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미련 없이 헤어져야 한다. 《강신주의 다상담》 세트를 가지고 다시 도서 교환권 배부처에 갔다. 배부처에 세 명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교환권을 배부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내가 가져온 책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주머니 : 어머나! 이 책 엄청 유명한 책이잖아요.
cyrus : 맞아요. 한 번 읽어봤는데 내용이 괜...
아주머니 : 이 책, 제가 가져갈게요. 호호호 (내 말 안 들림)
도서 교환전에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좋은 책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싶은 게 사람 아니 애서가의 심리다. 반대로 내용이 시원찮은 책은 도서 교환전의 단골손님이다. 그래서 도서 교환전에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마음에 드는 책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도서 교환전에 비치된 책들 대부분은 새마을문고에 소장된 것들이었다. 역시 아동용 위인전, 동화, 그림책이 제일 많았다. 성인이 읽을 만한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 눈에 띈 책은 하늘출판사에서 나온 故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구판이었다. 놀랍게도 책 상태가 아주 좋았다.
나는 《강신주의 다상담》 세트가 3,000원짜리 책을 파는 곳으로 갈 줄 알았다. 도서 교환권이 없는 사람이 세트를 사려면 9,000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그 책은 1,000원짜리 책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오래된 책 위주로 파는 곳에 새 책을 끼여 파는 것이었다. 《강신주의 다상담》 세트를 가지고 싶었던 아주머니는 3,000원으로 책을 사는 데 성공했다. 말도 안 되는 책값으로 책을 파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원하는 책을 가지게 돼서 싱글벙글 웃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니 무척 행복해 보였다. 내가 저 아주머니의 기분을 잘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