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파워 - 인간과 세상을 조종하는 선전의 힘
데이비드 웰치 지음, 이종현 옮김 / 공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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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사태 때 미국 언론들은 ‘테러’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사태가 발생한 맥락에 대한 논의는 아예 생략해버렸다. 부시 정부가 "세계의 자유를 주도하는 미국은 테러 공격의 목표물이 되었다"고 발표하자 주류 언론들은 이 성명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왜 미국 언론은 무비판적이고 부정확한 분석만 내놓았을까? 놈 촘스키에 따르면 세상은 기업권력을 축으로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프로파간다(선전)에 의해 움직인다. 기업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 있는 언론은 그럴듯한 거짓말로 권력과 공생하며 프로파간다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런 문제는 워낙 구조적인 것이어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양상과 쟁점은 사뭇 다르지만, 한반도도 ‘프로파간다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정한 이념이나 주장을 의식적으로 퍼뜨리려는 프로파간다가 흔하다. 남한 사회의 담론공간은 보수진영에 유리한 기울어진 경기장이며, 보수 세력의 ‘종북’ 프레임은 반대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킨다. 북한은 자주통일을 강조하는 프로파간다 포스터들을 새롭게 선보인다. 북한의 관영 매체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씨 일가 우상화를 위한 프로파간다에 주력하고 있다.

 

《프로파간다 파워》의 저자 데이비드 웰치는 선전을 ‘선전가의 이익에 부합하게 의식적으로 생각해내고 계획한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을 전파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정치선전의 출발점은 정치권이나 언론이 주도하는 의제설정이다. 의제설정은 ‘대중이 어떤 이슈를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세상 풍경을 그리게 한다. 의제설정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프레임이 형성된다. 한번 프레임이 형성되면 쉽게 깨지지 않는다. 언어를 반복사용하면 인간의 심리 저변에 무의식적으로 프레임이 고착되기 때문이다. 정치선전의 성패는 의제설정과 프레임 형성에 달린 셈이다.

 

프로파간다는 로마제국 시대에 이와 같은 선교활동의 의미로 쓰였으나 십자군 전쟁 때는 상대방의 잔학행위를 들추어낼 목적으로 이용됐다. 종교개혁 때는 신교도와 구교도 사이에 활발한 선전전이 이루어졌다. 20세기에 들어와 선전활동은 비약적 발전을 보였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전쟁 당사국들 사이에는 온갖 방법을 통한 대내선전과 대적(對敵)선전이 난무했다. 소비에트연방의 성립과 함께 공산주의 선전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히틀러는 공산주의와 나치스의 국가사회주의가 상극이었음에도 레닌의 선전술을 훌륭하게 계승 발전시켰다. 이를 위해 중용된 인물이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다. 그는 라디오가 대중선동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라디오를 널리 보급했다. 라디오의 2차 대전 전황 소식은 전부 거짓이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독일인은 연합군이 베를린을 함락시킬 때까지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런 극단적 선전은 다 옛날얘기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선전은 심하게 왜곡되고 오인된 말이다. 일반인들은 이 말을 저급하거나 아주 비열한 것을 의미하는 데 사용한다. 선전이라는 말은 항상 뒷맛이 쓰다.” 괴벨스의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 선전이란 사람의 생각을 휘두르는 조작 방식이라는 의심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까다롭고 냉소적으로 일관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반응하게 된다. 광고ㆍ홍보 전문가, 정치인, 컨설턴트 등 대중을 유혹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어떤 경우 ‘가만히 있는 것’이 프로파간다가 되기도 한다. 바나나맛 초코파이 사례가 대표적이다. SNS에 올라온, 바나나맛 초코파이를 먹어본 사람의 인증샷이 바나나맛 초코파이의 폭발적 인기를 견인했다. 정부는 대중이 기꺼이 수용할 만한 방법을 통해 존재와 목적을 알린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왜곡된 프로파간다가 승리하는 일이다. 그래서 《프로파간다 파워》는 프로파간다의 양면성을 보여 준다.

 

정치와 선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선전에서 언어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요체는 사람들과 정보를 쌍방향으로 주고받고, 공유하며, 공감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정치가들은 노골적이고 은밀하게 인간의 신념과 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조종하려는 선전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보 과잉의 대중미디어 시대에 수용자는 이성적 사고와 판단력 미비로 선전에 취약하다. PR,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이 ‘대중의 무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하지만, 대중은 이런 기술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 어느 사회, 어느 체제에서나 권력을 가진 자, 가진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에겐 여전히 큰 유혹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매일 공론장에서 제기되는 의제와 담론경쟁의 배경과 메시지, 선전논리와 기법, 수사적 언어, 프레임의 형성과정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다면 선전에 쉽게 넘어가기에 십상이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치고 미사여구로 덧칠하지 않은 것이 드물다. 화려한 문구로 포장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 ‘프로파간다의 시대’라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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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04 16:28   좋아요 1 | URL
특정 정당 편파 방송에, 대놓고 간접 광고까지... 프로파간다의 모든 걸 보여주고 있어요. ㅎㅎㅎ

표맥(漂麥) 2016-05-03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대 사기의 시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yrus 2016-05-04 16:2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사기죠. ㅎㅎ


stella.K 2016-05-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 맛 초코파이 먹어보니 어떠니?
말에 의하면 지네들도 그렇게 인기가 있을 줄 몰랐다며
생산을 늘릴 거라고 했다던데.
그 소식 한 달쯤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지금쯤 인기가 좀
줄지 않았나? 버터 허니칩도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잖아.

cyrus 2016-05-04 16:32   좋아요 0 | URL
허니버터칩 가격이 일반 감차칩보다 조금 높아서 그렇지, 동네 가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어요. 지금은 흔한 고급 감자칩입니다. 요즘 유자맛, 딸기맛 초코파이도 있어요. 한 박스 가격이 4800원 정도합니다. 어마어마한 가격이죠. ㅎㅎㅎ 그래도 바나나 맛 초코파이가 생소해서 이거 한 번 맛보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저는 정말 운 좋게 샀어요. 어머니 심부름 갔다고 그냥 한 박스 샀어요. 일주일 뒤에 다시 가보니까 다 팔리고 없었어요.

바나나 맛은 나긴 나는데, 맛이 밋밋해요. 초코 맛이 덜해요. 그런데 크기는 일반 초코파이보다 두툼합니다. 막상 먹어보면 별거 아니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