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까, 보관할까 '애물단지' 책 띠지의 비밀]

뉴스원 (2015년 7월 25일)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띠지다. 이제 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띠지 디자인이나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표지 하단에 두른 가로 띠지가 대부분이지만 책 표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띠지도 있다. 띠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띠지는 무척이나 유용한 광고다. 반면, 독자에게는 띠지가 성가시다.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벗겨내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 띠지는 책을 잘 읽을 줄 안다는 책 전문가들에게도 외면을 받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어느 다독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좋은 책을 고를 때는 띠지의 유혹에 이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분의 생각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은 유명인이나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추천 평을 적는 띠지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유명인 후광 효과만을 바라는 홍보 전략은 독자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시야를 좁게 한다. 유명인이 읽은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책이 아니다. 서문과 목차를 훑어보면서 간략하게 책의 내용이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띠지에 속아서 형편없는 책을 사게 되면 곤란하다.

 

띠지의 또 다른 단점은 쉽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거라서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꾸깃꾸깃해지고, 잘려나간다. 서점에 가면 띠지만 훼손되고, 책은 멀쩡한 것이 진열대에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책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만지게 되니까 띠지가 훼손된다. 너덜너덜해진 띠지가 달린 책을 누가 사겠는가. 딱 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거친 책이라는 걸 안다. 띠지가 깨끗해야 ‘새 책’ 느낌이 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훼손된 띠지가 달린 책을 고르지 않는 심리가 우습다. 어차피 새 책을 사더라도 깨끗한 상태의 띠지를 버릴 텐데. ‘새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른 책이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이미 수많은 손님은 그 책을 만졌다. 띠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로 만들어서 다시 책에 씌우는 일은 비용과 인력 면에서 낭비에 가깝다. 심하게 훼손된 띠지는 버리고, 책은 진열대에 그대로 놔뒀으면 한다.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이 띠지 없는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띠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책을 사서 모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띠지를 버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띠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띠지 또한 책 표지의 일부로 보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기고,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운다.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결벽 증세가 있어서 띠지가 조금이라도 접히거나 째지면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띠지를 책갈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아폴리네르의 소설집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1999)의 띠지를 실수로 훼손한 적이 있었다. 상당히 야한 묘사가 많은 이 프랑스 소설은 절판된 지 꽤 오래돼서 운 좋게 알라딘 회원 중고로 나온 걸 주문했다. 책을 담은 종이 포장지를 칼을 뜯다가 그만, 띠지 일부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포장지를 개봉하고 책 상태를 확인해보니까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라고 믿을 정도로 아주 깨끗했다. 칼질 한 것이 후회되었다. 칼에 잘려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도 띠지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이제는 책을 사면 띠지를 버리지 않는 것이 나만의 특이한 원칙이 되어버렸다. 이렇다 보니 띠지가 있는 초판본을 가지고 싶다는 집착이 생기고 말았다. 1판 1쇄, 처음 나왔을 당시에 나온 띠지가 완벽하게 있는 초판본.

 

며칠 전에 모 알라딘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책 수집가에 대한 내용의 글이었다. 엘러리 퀸은 책 수집가의 진화 단계를 ‘애호가’, ‘감식가’, ‘수집광’, ‘서적광’으로 구분했다. ‘애호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모으는 평범한 수준이고, ‘감식가’가 되면 자신의 수집한 책을 초판본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다음 단계인 ‘수집광’은 인쇄소에서 나오자마자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상태의 책을 수집한다. 마치 새벽에 빵집에 금방 구워서 나온 빵을 사는 손님들처럼 말이다. ‘서적광’은 저자 사인이 있는 초판본을 수집한다. 필자는 띠지가 없으면 안 되는 ‘감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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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띠지 활용 팁
    from 突厥閣 2015-07-28 13:30 
    띠지에 책에 관한 정보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보(홍보)글이 꽤 괜찮을 때가 있어요. 또 글이 그냥 그렇더라도 나름 출판 당시 책을 어떻게 홍보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보관합니다. 보관하는 방법은 앞 뒤 두 군데에 적힌 글들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하여 띠지를 두 개로 잘라 책갈피로 씁니다. 가름끈이 있을 경우도 있지만 가끔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거기다가 이 책갈피를 꽂아두지요. 음... 아무래도 사진과
 
 
북다이제스터 2015-07-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님을 진정한 책 애호가 아니 서적광 아니 감식가로 모십니다. 저와 같은 사람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끝판왕이세요. 책 띠지까지 애지중지 여기시니. 부럽고 반성도 됩니다.

cyrus 2015-07-28 17:20   좋아요 0 | URL
띠지 모으는 행동에 대해서 반성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정말 별난 습관이에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7-28 20:26   좋아요 0 | URL
전 띠지가 아니라 이웃님의 책 사랑 마음이 부럽고 반성된다는 의미였습니다. ㅎㅎ

AgalmA 2015-07-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아폴리네르 <이교도회사> 가지고 있어요. 게으름 피우다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못 산 걸 안타까워했지만, 그러기엔 못 산 책이 얼마나 더 많은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 여기서 보게 될 거란 생각했는데, 오늘 보네요ㅎ~
띠지는 특별하지 않으면 버려요~ 걸리적 거리고 그 부분만 변색되는 경우도 있어서...

cyrus 2015-07-28 17:23   좋아요 0 | URL
한 번은 헌책방에서 띠지가 그대로 있는 책을 산 적이 있는데, 정말 띠지 색깔이 변색되었어요. 사실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띠지를 벗깁니다. 다 읽었으면 다시 띠지를 씌웁니다. ^^

저도 <이교도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초현실주의풍이라서 한 번 읽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갈마님은 <이교도 회사>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붉은돼지 2015-07-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띠지가 바로 애물이에요
버리자니 아깝고 간직하자니 걸리적거리고 ...^^

cyrus 2015-07-28 17:24   좋아요 0 | URL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깁니다. 붉은돼지님 말씀대로 책을 읽을 때가 띠지가 걸리적거려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 무조건 버려요~~ 걸리적.. 결국 다 찢어지고~~
북디자인하시는 분한테 야단 맞았어요~ 그것도 디자인인데 버린다고 ㅎㅎ
그래도 버려요~ 벗겨서 너무 썰렁하거나 간혹 제목이 없어지는 그런 경우만 빼고~ 그런건 띠지가 아닌가요? ㅎㅎ

cyrus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디자인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작은 띠지도 나름 공들여 만들었을 테니까요. 혹시 행복하자님이 말씀하시는 띠지가 양장본에 있는 커버를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양장본 같은 경우, 책 전체를 덮어씌우는 종이 커버가 있어요. 사실 저는 그것도 버리지 않습니다. 종이 커버가 없는 양장본은 헐벗은 사람 같이 보여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8 18:07   좋아요 0 | URL
양장본 커버 말구요~ 그래서 양장본 안 좋아하거든요. ㅎㅎ
절반이 덮혀있고 그 덧댄 곳에 제목 써있다던지~ 디자인해서 벗기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던지 그런경우요~ 띠지라고 하기엔 과하고 표지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그런거요~~ 결국엔 손타서 지저분해지던데~~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띠지없이.. 커버없이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saint236 2015-07-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를 고이 모셨다가 다 읽고 난 다음에 다시 끼워서 책을 진열합니다 책도 살짝 펴서 때론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새책으로 보관하지요

cyrus 2015-07-28 17:27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도 저처럼 책을 깔끔하게 읽는 습관이 있군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

라스콜린 2015-07-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 있는 그대로 들고 봅니다^^

cyrus 2015-07-28 17:28   좋아요 0 | URL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세요? 저는 책을 읽을 때만 띠지를 벗겨서 따로 보관합니다.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우고요. ^^

stella.K 2015-07-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띠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끔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긴 하는데
띠지도 그렇게 책갈피로 쓰고 싶을만큼 진화하면 모를까
정말 필요없는 것 같아.
그리고 서점 진열장에서 훼손된 띠지 어차피 버릴 건데도 손이 안 가긴 하지.
그맘 이해해. 그래서 두 가지로 준비하면 좋을텐데...
띠지가 없는 것과 있는 것. 손님이 취향 껏 고를 수 있게 말야.^^

cyrus 2015-07-28 17:30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을 사면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주게 되니까 띠지가 홍보용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모이면 띠지를 주제로 얘기하면 띠지가 좋다, 불편하다 식으로 입장을 나누어서 논쟁도 할 수도 있겠어요.

2015-07-2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에 적힌 좋은 글은 옮겨 적고, 과감히 버립니다.
책도 읽고나면 지인에게 선물로 준답니다.
존재감이 없나요?ㅎ

붉은돼지 2015-08-01 11: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이건 뭐 조큼 엉뚱한 얘긴데요. 짐바브웨의 세실이야기 들으셨죠. 세실도 안됐지만 그 새끼들도 다 죽게되었대요 글쎄 너무 안타까워요ㅜㅜ
사자 이름이 세실님과 같아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세실님의 세실은 무슨 뜻인가요?

cyrus 2015-08-01 20:19   좋아요 0 | URL
내가 읽은 책이 지인도 읽어본다면 전 책주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