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혜성 이야기 - 역사 속의 혜성, 혜성의 과학사
안상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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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혜성을 제대로 알아야 할 때    

 

혜성은 우주 질서를 깨뜨리는 무서운 존재였다. 옛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긴 꼬리를 가진 혜성을 불길하게 생각하는 미신이 있었다. 전염병이나 전쟁, 홍수, 가뭄, 또는 왕의 죽음을 가리키는 징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신라에서도 비슷한 속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에 나오는 향가 ‘혜성가’는 혜성의 등장과 왜군의 침공이 겹쳐 신라인들이 두려워하자 융천사라는 도사가 불렀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노래다. 융천사가 혜성가를 부르자 혜성도 사라지고, 왜군도 물러갔다.

 

얼마 전 로제타 위성이 혜성의 모습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로제타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65억km를 비행해 지난 8월 태양을 공전하는 이 혜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2주 전에 혜성 착륙을 시도했고 위성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필레’를 7시간 동안 약 22.5km를 낙하해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이로운 일이라도 아는 만큼 감동이 큰 법. 역사상 기념비적인 이벤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면 좋다. 국내에 나온 과학도서 중에 혜성을 전문적으로 소개한 책을 찾기가 생각보다 힘들다. 칼 세이건의 『혜성』(해냄, 2004년)이 있지만, 혜성에 관한 최신 지식을 얻기에는 다소 부족한 책이다. 혜성의 실체를 포함해서 최근에 천문학계가 주목하는 혜성까지 알 수 있는 책으로 안상현 박사의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 2013년)가 적합하다.

 

 


 Scene #2  혜성 꼬리는 딱 하나뿐이다?

 

혜성의 구조는 크게 핵, 코마, 꼬리로 나누어지는데, 실제 몸체인 핵의 정체를 밝혀낸 사람은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이다. 1950년 휘플은 혜성이 얼음과 가스, 먼지가 뭉쳐진 ‘더러운 눈덩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주장은 1986년 유럽우주국이 핼리 혜성을 관측하기 위해 보낸 탐사선 지오트의 근접 촬영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혜성핵은 얼음과 먼지로 구성돼 있으며 크기는 수㎞에서 수십㎞정도다. 이런 핵을 가진 혜성이 태양 근처에 오면 태양열을 받아 가스와 먼지가 증발하여 코마(coma)를 형성하게 된다. 핵의 크기는 수십㎞인데 비해, 핵을 에워싸며 밝게 빛나는 코마는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핵의 1만 배가 넘는 크기로 자라기도 한다. 코마가 태양빛과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에 의해 뒤로 밀려나게 되면 혜성의 꼬리가 생긴다. 우리 사진에 볼 수 있는 혜성은 한 개의 꼬리만 보인다. 혜성의 꼬리가 한 개로 이루어진다고 착각하기 쉽다. 혜성의 꼬리는 두 개다. 이온 꼬리와 먼지 꼬리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에는 다른 행성들처럼 태양을 공전하지만, 어떤 이유로 긴 타원의 궤도를 갖게 되고 태양 근처로 다가오면 표면의 얼음과 먼지가 증발하면서 꼬리가 생기게 된다.

 

태양계를 구성하고 남은 물질들이 모여 있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는 약 1조 개의 혜성핵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별이 지나가면서 오르트 구름을 흔들면 구름의 일부분이 깨어지면서 수많은 혜성들이 탄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혜성은 한 번 태양에 접근했다가 멀리 사라지는 수천 년 이상의 공전주기를 가진다.

 

 


 Scene #3  우리 조상들도 핼리 혜성을 알았다  

 

‘우리 혜성’이라는 제목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핼리 혜성, 헤일-밥 혜성 등 언론에 소개되는 혜성들 중에 외국 이름이 상당히 많다. 그만큼 혜성의 실체를 알아내고, 지금까지 혜성 표면에 착륙을 시도하는 엄청난 탐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서양 천문학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혜성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아직 독자적인 우주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이번 혜성 탐사 소식이 그들의 잔치인 마냥 시큰둥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혜성에 관심을 가졌고, 서양 천문학사에 꿀리지 않을 뛰어난 천문학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개천절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애국가에서도 하늘의 보호를 청할 만큼 우리 민족의 ‘하늘 사랑’은 남다르다. 그럼 우리 민족은 단지 하늘을 숭배하고 사랑하기만 했을까. 사실 우리 조상들은 누구보다도 과학적으로 하늘을 관측했으며 이를 많은 기록과 유물로 후세에 남겼다. 이 같은 조상들의 천문학 성과들이 최근 들어 활발히 연구되며 우리 조상의 천문학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도 입증되고 있다. 우리 조상들도 서양 못지않게 혜성에 관심이 높았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적 문헌 속에 혜성을 관측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서울시 유형문화재 222호로 지정된 성변등록은 1759년 영조 당시 핼리 혜성이 나타난 사건을 그림과 함께 상세히 기록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소중한 사료다. 이 사료는 1759년 3월 5일 출현한 핼리 혜성이 3월 29일 소멸할 때까지의 변화상을 빠짐없이 관측 기록했다. 날짜별로 혜성의 이동 경로, 혜성의 꼬리 길이, 모양, 색깔까지 자세히 기록했고 3월 27일 혜성이 보이지 않는데도 혜성이 소멸한 것으로 추측할 뿐 관측을 계속해 29일 소멸을 확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대한 자료 일부는 유실됐고, 이후 복사본으로 전해오던 지금의 기록만 남아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천문 관측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소중한 명맥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많던 유산들이 ‘혜성’ 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전란으로 인해 파괴되거나 일제 강점기에 기록이 남아있는 사료와 각종 기구들이 일본 학자들에 의해 강탈되거나 반출되었다. 이런 과정에 사료가 소실되어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우리 혜성 이야기』를 읽고 나면, 혜성은 그저 하늘에 내리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먼지가 아니라 인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도 강렬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신비스러운 우주의 ‘요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혜성 이야기에 푹 빠지다가 오랜만에 윤하의 ‘혜성’이 들어본다. “다 알거야 혜성을 보면 내 사랑을 알거야. 그대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비춰 줄테니까” 이 노랫말처럼 혜성을 보면 우리나라 천문학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혜성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언제나 비춰주는 존재였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 혜성’을 잊고 살았다. 저자는 옛 문헌 속에 잠자고 있던 혜성을 깨워 천문학에 입문하는 독자들이 혜성이 간직한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소개한다. 혜성 착륙 소식에 맞춰 이 책이 같이 알려져야 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미미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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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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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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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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