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인 『젖가슴 생태학』 가제본을 어제 다 읽었다. 평소 같으면 책 한 권 읽고 나면 서평을 써야하지만, 프리뷰어 활동은 가제본을 읽었으면 편집 방향에 대한 의견이나 오, 탈자를 해당 출판사에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책 읽는 속도보다 천천히 읽었고, 중요한 내용이나 오자가 있으면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원래 책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독서를 많이 하는 명사들은 밑줄 긋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책이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길 원하는 독특한 성격 탓에 아직까지 독서 고수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독서의 달인이나 고수가 되기보다는 그냥 책 읽기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성스럽게 보관하는 괴팍한 책성애자(冊聖愛子)로 남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밑줄 긋기의 중요성을 절대로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눈으로 읽는 것보다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으면 책에 대한 집중력이 생겨 책의 주제나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중에 가제본이 정식으로 출판되어 나오면 다시 읽어볼 필요 없이 바로 서평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가제본을 읽는 동안 밑줄을 긋지 않았다면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편집자의 심정이 되어 오, 탈자 하나라도 찾기 위해서 읽었으니까. 책 속에 있는 여성 가슴 사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내가 흡족할만한(?)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시무룩)

 

그래도 프리뷰어로 선정되어 이 책을 읽게 돼서 정말 운이 좋다. 만약에 이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었다면 당장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젖가슴’이라는 제목 때문에 선뜻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나중에 최종 제목을 선정하게 되면 ‘젖가슴’이라는 단어를 제외해선 안 된다. 이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특히 여성 독자들이 많아야 한다. 여성 독자들이 이 책을 더 부끄러워하겠지만,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나중에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면 꼭 필독해야 한다.

 

가제본을 읽으면서 발견한 오자, 어색한 문장을 정리해본다. 계속 반복해서 읽어봐도 확신이 들지 않은 내용이 있으면 구글링을 동원해서 확인했다. 혹시 내가 지적한 내용에 잘못된 점이나 더 추가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얼마든지 댓글에 달아줘도 좋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른 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

 

 


1. 인간의 젖가슴은 지방과 기질(Stroma)이라는 연결조직으로 이뤄진 살덩어리다. 

 

→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 가슴을 구성하는 조직으로 ‘기질(Stroma)’라고 언급되는데 다음 장에 읽어보면 Stroma를 ‘지질’이라고 표현한 곳도 있었다. Stroma는 세포로 이루어진 결합조직을 말한다. 우리말로 풀어내면 ‘기질’, ‘지질’ 둘 다 사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기질’은 기력과 체질을 뜻하는 ‘氣質’이 아니라 ‘基質’이다. ‘지질’은 한자어로 ‘支質’이다. ‘기질’과 ‘지질’ 둘 중 하나로 통일시켜 사용해야 하며, 독자가 단어의 의미를 혼동하지 않도록 한자어가 추가되어야 한다.

 


2. 진화생물학자들은 젖의 분비에 관여하는 6000여 개의 유전자는 가장 보존도가 높은 것들로, 이는 털이나 발가락, 체리가르시아 아이스크림을 소화하는 능력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처럼 최근에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이 문장의 주어는 ‘젖의 분비에 관여하는 6000여 개의 유전자’다. 이 6000여 개의 유전자는 털이나 발가락을 소화하는 능력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처럼 최근에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인데, 주어 앞에 ‘진화생물학자들은’이 왜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문장을 반복해서 읽으면 문장이 어색하게 읽혀진다. ‘진화생물학자들은’을 빼도 된다.

 


3. 상자 모양의 베이지색 기계는 질량분석기로 ‘트리플 쿼드’라는 멋진 최신식 장치였다. (중략) 서로 다른 분자를 구분하고 확인하기 위해 이 기계는 색상과 분자량, ‘비행시간’을 이용한다. 즉 분자를 지그재그 모양의 통으로 보내 연통 크기의 작은 실리더로 날아가게 한다.

 

→ 질량분석기는 분석하려는 시료를 기체 상태의 이온으로 바꾼 후 질량을 측정해 분자의 종류와 성질을 분석할 수 있는 장치다. 질량분석기의 원리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면 글이 길어지고 내용이 옆으로 샐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오타가 ‘실리더’다. 피스톤이 왕복 운동되는 장치인 ‘실린더’(Cylinder)의 오타로 추정된다.

 


4. 질병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폐경 덕분에 자유로와진 나이든 여성들은 손주들을 먹이고 키우는데 힘을 보탰다.

 

→ 자유로와진(X) / 자유로워진(O)
   나이든 (X) / 나이 든 (O)
   키우는데 (X) / 키우는 데 (O, ‘데’가 ‘곳’이나 ‘장소’, ‘일’이나 ‘것’, ‘경우’의 뜻을 나타낼 때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5. 재향군인이 병원을 찾아와 ‘벤젠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말할 때 어리둥절해하는 의사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바라다’와 ‘바래다’. 이 두 개의 동사를 사람들이 많이 틀리기 쉽고, 혼동해서 사용한다. 몇 년 전에 ‘무한도전’에 의해서 유행했던 ‘~을 하길 바래’도 알고 보면 어법상 잘못된 말이다. ‘바라다’는 생각하는 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하는 것을 뜻하며, ‘바래다’는 햇볕이나 습기에 의해 색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명사로 쓰면 ‘바라다’는 ‘바람’, ‘바래다’는 ‘바램’으로 쓰는 것이 맞다. 그래서 5번 문장에 '바램입니다'를 '바람입니다'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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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09-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밑줄 긋고 읽었는데 저도 책을 너무 아끼는 마음에 밑줄을 긋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가끔 눈에 띄는 오타는 휴대폰으로 찍어 두었다가 리뷰 작성할 때 같이 쓰곤 했지요.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서 잘 안하고 있습니다.

cyrus 2014-09-13 21:00   좋아요 0 | URL
최근에 알라딘 전자북 어플을 설치해서 스마트폰으로 전자북을 읽어봤는데요, 밑줄긋기와 메모 기능이 있어서 좋았어요. 원래 전자북을 선호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요즘 전자북의 장점에 눈을 뜨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