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수학은 공부할수록 더 어려워질까?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했는데 점점 싫어하게 되는 아이들이 많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도 곧잘 듣게 된다. 수학은 대입 수능시험에서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기에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과목 중 하나. 혼자 공부하면서 느끼는 막연함과 단순암기식의 잘못된 공부 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도 고등학생 3년 동안 '수포자'였다.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봤지만,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아서 점점 싫어하고, 포기하게 된 유형이다. 그래도 수학 공부를 위해 투자한 시간은 많았다. 수학 성적만큼은 잘 받고 싶어서 수업이 끝나도 수학 선생님 졸졸 따라다니면서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여쭤보고,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공부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집중했다. 수학이 내신 성적과 입시 성적에 절대적으로 비중이 큰 과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간 이어진 수학과의 싸움은 완전한 패배로 허무하게 종결되었다. 수능시험에서 27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고 말았다. 고등학생 3년 동안 치러진 모의고사 수학 성적과 통틀어 비고하면 너무 낮은 점수였다. 모의고사 때 평균적으로 수학 성적은 50점 중반 때 받곤 했다. 성적이 좋으면 60점 조금 넘었고. 제일 낮은 점수를 받아도 30점 이하로 받은 적이 없었다. 거의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수학에 대한 학창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왜냐하면 수학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너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분명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적인 말을 들을 정도로 수학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지금도 그 때 수학 공부를 한창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리우면서도 아쉬울 때가 많다.

 

모든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해야 하는 법은 없지만, 잘못된 지도로 인해 수학적 흥미를 잃게 되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수학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수많은 수학 공식을 암기해야 한다. 수학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단순한 교육 방식을 어려워한다. 배우는 양을 많아지고, 내용은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수학 공부가 싫어서 대학 진학을 인문계열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수학을 좋아한다고 선뜻 말하는 학생들이 많이 없다. 

 

그런데 국내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42개국 가운데 1, 2위를 할 만큼 성적이 좋은데도 자신감과 흥미에 있어서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또 수학을 잘한다고 해도, 수학자의 길을 가는 학생도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2012년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는데 대표팀이었던 학생 5명 가운데 3명은 졸업 후 의대로 진학할 정도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다들 "수학 같은 거 배워서 어디에 써먹느냐?"며 아무 쓸모없다고 투덜댄다. 수학은 우리 삶에 쓸모도 없이 괜히 어렵게 만들어져 시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게 오랜 세월을 전 세계의 사람들이 쓸모없는 학문을 위해서 시간을 쓰고 개발을 하고 공을 들여온 것이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Scene #2  수학은 예술처럼 아름답다   

 

수학을 왜 배우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학은 정말 필요하고 고마운 과목이다. 수학 문제를 풀려고 고민하면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정말 재미없다. 수학을 무조건 다 이해를 할 때까지 시키고 또 시키면 질려버린다. 수학은 처음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학문이 아니다.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수학 문제를 풀려고 고민하면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늘게 되는데,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그러한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안 풀리는 문제와 씨름해야 할 상황에 배워야 할 내용은 점점 많아진다. 수학을 좋아할 만한 시간과 기회가 없다.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이구동성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학은 너무 어렵고, 재미없다고. 어른들은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공부하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 게으른 변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학자 고드프레이 해럴드 하디라면 우리 수포자들의 절망적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하디는 수학자로서의 길을 걷기 전까지만 해도 수학을 경쟁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수학자가 되기 전까지 여러 번의 수학 시험을 거쳤다. 그러다가 평소 가르침을 받던 수학교수가 추천한 수학책 한 권 때문에 수학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하디는 교수가 추천한 조르당의 『해석학 교정』을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느끼게 된다.

 

하디는 수학은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수학은 미술이나 음악, 시와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하디가 예찬하는 순수 수학이다. 하디는 수학을 순수 수학(참된 수학)과 응용 수학(사소한 수학)으로 구분하는데 실용성에만 중점을 두는 응용 수학을 비판한다. 그의 주장에 수학의 실용성을 예견하지 못한 한계가 있고, 지나치게 순수 수학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수학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실 하디가 강조하는 수학적 아름다움은 수학에 두려워하고 질린 사람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학을 진지하게 공부한 사람들은 안다. 수학 문제를 푸는 증명 과정에서 논리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a²+b²=c² ‘어떤 삼각형의 한 각이 직각이면, 빗변의 제곱과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의 제곱의 합은 같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피타고라스 정리다. 중학생도 아는 이 공식에 관해 유클리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같은 당대의 수많은 석학들이 자기만의 증명법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했다. 왜 이들은 단순해 보이는 이 정리에 그렇게 열광하고 매달린 걸까. 피타고라스 정리는 ‘문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이 뿌리를 통해서 도형과 직각의 개념이 줄기를 올렸고 그것을 통해 건축과 과학기술이 꽃을 피워 고대 피라미드에서 컴퓨터까지 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복잡다단한 거대한 문명의 발전을 떠받치고 있는 간결하면서도 결코 훼손될 수 없는 진리. 이것에서 수학자들은 고귀한 아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 참가한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가 볼츠만 방정식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필즈상 수상에 근접한 최고의 수학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어느 기자에게도 말한 바 있지만 볼츠만 방정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이다! 나는 어릴 때, 그러니까 박사논문을 쓸 때부터 이 방정식에 빠져들었고 그 후 이 방정식의 모든 면을 연구했다. 이 방정식에서 비롯된 수학적 세계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드릭 빌라니 『살아 있는 정리』중에서, 11쪽)

 

괴짜 수학자로 유명한 폴 에어디쉬는 이미 타당한 증명을 얻고서도, 타당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한 증명을 얻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결과적 성공에서 발견할 수 있다.

 

 


 Scene #3  순수와 응용을 아우르는 생활수학  

 

우리나라 수학은 수학을 공부해야 할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무시한 채 문제를 푸는 방식부터 접근해서 가르친다.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수학 교육의 일차적 목표다. 문제를 푸는 과정만 반복되는 수학에서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는가. 문제를 풀지 못하면 수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습 낙오자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 있다. 수학 공부에 대한 패배감이 클수록 '수포자'가 되어 시험 전선을 스스로 이탈하고 만다. 

 

하디는 수학의 미적 매력은 선택된 몇몇 사람들에게만 실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학은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수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수학을 알아야 한다.

 

수학은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의 기초다. 수학의 실용성을 무시한 채 수학의 아름다움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실용성은 문제 푸는데 만 초점을 맞추는 엘리트 수학에 가까운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사회를 변화시키게 만드는 생활수학으로서의 실용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생활수학은 하디가 구분한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을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학문이다. 아름다움과 실용성 그리고 논리적 지식이 공존한다. 단순암기와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스스로 깨닫는 교육을 통해 수학에 대한 원리에 접근해야 한다. 간단한 공식과 규칙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수학을 즐길 수 있고, 수학적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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