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그래비티 - 만화로 읽는 중력의 원리와 역사 어메이징 코믹스
조진호 글 그림 / 궁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중력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사람은 영혼이 없는 사람이다.”

(리처드 파인만)

 

 

 


 Scene #1 95%의 중력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주를 얼마나 아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해 자연은 신비 그 자체다. 이 신비함이 글과 숫자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예술과 문학과 과학이 탄생했다. 신비함 속에 있는 오묘한 자연의 질서를 찾아 나선 인간의 호기심은 결국은 우주탄생의 비밀을 찾아 과거로 미래로 우주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우주 물질의 겨우 4%에 해당할 뿐이다. 결국 인간은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안다는 것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에 작용하는 중력의 95%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중력을 논하지 않고는 우주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빅뱅 이후 계속 팽창하던 우주에 별과 행성을 탄생시키는데 주요 역할을 한 중력은 여전히 우주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도 적당한 지구의 중력이 대기권을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화성은 중력이 약해 대기권을 붙잡아 둘 수가 없어 삭막한 불모지가 되어버렸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를 ‘시간과 공간이 일체가 되어 이루는 물리적 실체인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파악하는 관점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주변 공간에 형성하는 '중력장'은 이 물체 주변의 시공간에 변형이 가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이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파괴되면 이에 따른 파동이 시공간의 일그러짐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이 물체의 질량이 매우 크다면 이를 관측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이런 중력장의 파동을 가리키는 말이 ‘중력파’다.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예측되는 것이어서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으나 직접 실험을 통한 검출은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미국 연구진이 우주 빅뱅 직후 있었던 급격 팽창의 결정적인 증거로 중력파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세상에 처음으로 발표된 지 98년 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중력의 비밀을 규명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오랜 시간 계속돼 왔다. 이후 천문학과 물리학, 관측 기술 등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다루는 학문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고 중력의 비밀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Scene #2  무엇이 태양과 지구를 움직이게 하는가?

 

모든 물질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뉴턴의 만유인력은 당시까지 서구 사상을 지배해 온 관념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발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근본원소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본성이 낙하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중세 천년 동안 서구 사상가의 의식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했던 자연관은 16세기 후반 길버트란 영국 내과 의사가 타파하게 된다. 그가 주창한 내용은 지구가 하나의 자석이라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주장한 배경 중 하나는 자석과 철광석이 본질적으로 동일한데 철광석은 땅 밑에서 캐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 중력과 자기력을 서로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동설 옹호론자들도 태양이 지구를 당기는 힘이 자기력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선 태양과 지구는 모두 자석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둘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면 운동이 일어날 수 없는데 자력이나 중력이 실제로 있다는 것은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곤혹스러운 해결 과제였다.

 

이런 길버트의 관점을 가장 깊게 받은 과학자 중엔 케플러가 있었는데 그 또한 태양이 지구를 묶어놓는 힘은 자력이라고 여겼다. 그럼 지구가 이렇게 움직이게 하려면 자석인 태양은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제자리에서 빙글 빙글 돌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태양의 자전이란 아이디어가 튀어 나온 것이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명백히 틀린 내용이지만 이런 내용을 접할 때마다 몹시 반성이 앞서게 된다. 아무리 틀린 내용이라지만 앞 뒤 맥락을 보면 말이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선조보다 더 고도의 문명 속에 사는 우리는 왜 이런 의문점을 생각해본 적 자체가 없던가.

 

뉴턴의 시기에도 사람들은 자기력과 중력을 구별하지 못했다. 아니 동일한 것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고 한심하게 생각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날 벌어지는 많은 사항들 중에 과거 및 후세 사람들이 보기엔 동일한 것들을 우리는 다른 것으로 여기는 실수도 범하기 때문이다.

 

길버트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굳어진 정적인 지구상을 특이하고 탁월한 힘을 가진 고귀하고 생명적인 존재로 바꾸어 놓았다.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지만, 당시 사고방식을 돌아가 보면 이처럼 황당한 논리가 사실은 서양의 근대 과학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지구는 자성 때문에 스스로의 운동 원리를 가질 뿐 아니라, 활성적이고 능동적이며 고귀한 존재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런 관점을 고수한 후로는 지동설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이후 1400년 동안 우주의 중심은 지구였다. 하지만 이 이론대로라면 금성과 수성이 가끔씩 태양으로부터 멀어질 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현상은 전혀 관측할 수 없었다.

 

1500년대 초 코페르니쿠스는 이 점을 지적하며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가 주창했던 지동설을 지지했다. 그는 각각의 천체들은 제각기 고유한 무게를 갖고 있는데 그 무게는 중심으로 향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런 생각은 200년 후 뉴턴의 만유인력으로 계승된다.

 

 

 

 

뉴턴은 지구가 사과를 끌어당겼다고 생각했다.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혹자는 묻는다. 만유인력과 중력이 어떻게 다르냐고. 중력은 만유인력에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력을 더한 힘이다. 만유인력과 원심력이 일치하는 공간이기에 사과는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게 된다. 그의 중력이론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만약에 지구가 한 순간이라도 공전을 멈춰버리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태양의 인력에 의해 순식간에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녹아버릴 것이다. 반대로 지구가 지금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공전한다면 지구는 원심력에 의해 공전궤도가 더 커지게 되든지, 태양의 영향권을 벗어나 영원히 멀어지게 될 것이다. 아무튼 지구가 지금의 속도로 태양주위를 공전하는 동시에 자전하는 덕분에 우리는 4계절과 밤낮이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Scene #3  “중력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부입니다.”

 

 

 

 

결국 모든 존재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중력이라는 미처 알지 못했던 힘에 의해서. 중력은 가장 기본적인 우주의 질서 체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체의 추락함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지만 중력이 가지는 절대적인 힘을 확인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중력이 무엇이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우리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 그럴 듯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답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부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바로 그곳에는 중력이 존재한다. 하늘의 구름, 그리고 구름과 빌딩 사이의 공기 속에도 중력이 있으며, 우리가 흔히 무중력 공간이라고 이야기하는 우주 공간에도 그 크기가 작을 뿐 어김없이 중력은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곳에 존재하는 중력은 태양과 달의 위치에 따라 매 순간 그 크기를 달리 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당연한 중력의 존재를 쉽게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뉴턴의 중력 발견 이후 과학은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인간은 마침내 지구의 중력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됐다. 지구 탈출의 꿈을 실현시켜준 거대한 비행체인 로켓. 지구 중력의 구속력을 이겨내고 지구 밖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던 인간에게 로켓은 우주에 도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수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왔던 인류의 노력은 과학을 거듭 발전시켜왔다. 중력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할수록 과학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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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5-15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의 자전'이라니, 왜 지금까지 한번도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cyrus 2014-05-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 hnine님. 이 책이 만화라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과학상식이 쉽게 소개되고 있어요. 만화책으로 오랜만에 고등학생 때 배운 과학 수업 내용을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