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선정 도서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호밀밭의 파수꾼》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들춰본 책은 ‘Little Brown & Company’에서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 원서와 3종의 번역본(민음사, 문예출판사, 동서문화사)이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The Catcher in the Rye》 (Little Brown & Company, 1991)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덕형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1998)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공경희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가형 옮김 《백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 (동서문화사, 2008)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이가형 옮김 《백년의 고독 / 호밀밭의 파수꾼》 (동서문화사, 2016)

 

 

 

 

내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은 민음사 판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이다. 그러나 이십 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음사 판본의 오역 문제는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국내에 출간된 여러 가지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들 중에 가장 번역이 잘 된 것은 없다.[주] 민음사 판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문예출판사 판본에도 오역으로 볼 수 있는 문장 몇 개가 있다. 동서문화사 판본은 당장 절판시켜야 할 최악의 번역본이다. 왜 그런지는 리뷰로 따로 밝히겠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윤용성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문학사상사, 1993)

* [절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김욱동, 염경숙 옮김 《호밀밭의 파수꾼》 (현암사, 2005)

 

 

 

그 밖의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으로는 문학사상사 판본(윤용성 옮김)현암사 판본(김욱동, 염경숙 옮김) 등이 있지만, 번역을 검토하는 작업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살펴보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번역 일에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독자인 내가 더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민음사 판본과 문예출판사 판본 중심으로 번역문을 대조하면서 읽은 뒤에 번역문에 해당하는 원서의 문장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검토했다. 다른 분들이 지적한 오역 사례들도 참고했다. 많이 도움이 됐다. 번역에 대한 내 견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에 대한 지적이나 다른 의견은 언제나 환영한다.

 

 

 

[주] <“영미문학 완역본 54%가 표절”> 한겨레, 2004년 2월 13일.

 

 

 

 

 

 

 

1

 

 

* 원문

 

 She had a big nose and her nails were all bitten down and bleedy-loooking and she had on those damn falsies that point all over the place, but you felt sort of sorry for her.

 

 

※ bleedy: 피가 나는

※ falsies: 여자의 가슴을 더 커 보이게 만들기 위해 브라 안에 넣는 물건

 

민음사, 12쪽

 

 셀마는 큰 코를 가지고 있었고, 손톱은 하도 물어뜯어서 애처로울 정도인 데다가, 터무니없이 커다란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10쪽

 

 코가 유난히 컸고 손톱은 물어뜯어 그 밑의 살에서 피가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커 보이게 하는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는데 안쓰러울 정도였다.

 

 

 

민음사 판본의 번역문은 ‘bleedy-looking(피가 비치는, 피가 보이는)’이 나오는 구절이 빠져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가 있는 건 민음사 판본의 역자와 문예출판사 판본의 역자 모두 ‘falsies(폴시즈)’를 브래지어로 번역한 점이다. 원문에는 브래지어(brassiere)라는 단어가 없다.falsie’는 ‘가짜’, ‘모조품’을 뜻하는 단어인데, 원문에 나오는 ‘falsies’는 ‘가짜 유방’, 즉 브래지어 안에 넣는 패드를 뜻한다.

 

 

※ ‘falsies’에 대한 오역을 지적한 글 (작성자: asnever)

https://asnever.blog.me/70188360728

 

 

 

 

 

 

 

2

 

 

* 원문

 

 “We studied the Egyptians from November 4th to December 2nd,” he said. “You chose to write about them for the optional essay question. Would you care to hear what you had to say?”

 

민음사, 22쪽

 

 「우린 11월 넷째 주부터 12월의 두번째 주까지 이집트인들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자넨 선택 문제로 이집트인들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했어. 자네가 뭐라고 썼는지 한번 들어보겠나?」

 

문예출판사, 22쪽

 

 “우리는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 수업 시간에 이집트인을 공부했지. 자네는 자유 논술 문제에서 이집트인을 주제로 택했더군. 그런데 뭐라고 썼는지 한번 들어보겠나?”

 

 

 

 

 

 

3

 

* 원문

 

 The first football game of the year, he came up to school in this big goddam Cadillac, and we all had to stand up in the grandstand and give him a locomotive―that’s a cheer. Then, the next morning, in chapel, be made a speech that lasted about ten hours.

 

 

※ grandstand: 야외 경기장의 지붕이 씌워져 있는 관람석

※ locomotive: 기관차

 

민음사, 29~30쪽

 

 그 해 학교에서 첫번째 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오센버거는 죽여주는 캐딜락을 타고 학교로 왔다. 그래서 우리는 관람석에서 모두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내야만 했다. 그 다음 날 아침, 예배당에서 그가 연설을 했다. 열 시간도 넘었을걸.

문예출판사, 30쪽

 

 그해 첫 축구 시합에 그자가 큼직한 캐딜락을 타고 왔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스탠드에 일어나 그에게 기차박수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예배당에서 그자가 설교를 했는데, 그 설교는 무려 열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기차박수’라는 표현이 생소하다.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표현이지만, 인터넷에 검색하면 적게나마 이 표현이 사용된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박수 소리를 기차가 움직일 때 내는 소리(‘칙칙폭폭’)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문에 ‘환호(cheer)’라는 표현은 있지만, ‘박수(clapping)’라는 표현은 없다. 두 역자 모두 왜 원문에 없는 단어를 썼을까?

 

 

 

 

 

 

 

4

 

* 원문

 

 I didnt answer him right away. Suspense is good for some bastards like Stradlater.

 

 

※ suspense: 긴장감, 마음을 졸이는, 초조해 하는

※ bastards: 새끼, 개자식

 

민음사, 44쪽

 

 나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같은 놈들도 약간은 걱정이라는 걸 해봐야 한다.

 

문예출판사, 47쪽

 

 나는 당장 대답하진 않았다. 스트라드레이터 같은 개새끼들에겐 어정쩡한 미결의 상태가 약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문예출판사 판본의 번역문이 원문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의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어정쩡한 미결의 상태’라는 표현은 무슨 의미인지 확 와 닿지 않는다. 번역문을 어렵게 쓸 필요가 있을까?

 

 

 

 

 

 

 

 

5

 

 

* 원문

 

 All of a sudden―for no good reason, really, except that I was sort of in the mood for horsing around―I felt like jumping off the washbowl and getting old Stradlater in a half nelson. That’s a wrestling hold, in case you don’t know, where you get the other guy around the neck and choke him to death, if you feel like it. So I did it. I landed on him like a goddam panther.

  “Cut it out, Holden, for Chrissake!” Stradlater said. He didn’t feel like horsing around. He was shaving and all. “Wuddaya wanna make me do―cut my goddam head off?”

  I didn’t let go, though. I had a pretty good half nelson on him. “Liberate yourself from my viselike grip.” I said.

 

 

panther: 흑표범

※ for Chrissake: 빌어먹을

Wuddaya: ‘What do you’의 줄임말

viselike: (바이스처럼) 단단히 죈

 

 

민음사, 47쪽

 

 갑자기 난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를 하프 넬슨으로 확 누르고 싶어졌다. 그저 장난을 좀 치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다. 하프 넬슨은 레슬링에서 쓰는 용어로 상대방의 목을 뒤에서 있는 힘껏 졸라 반 죽여놓는 것을 뜻한다. 난 그렇게 했다. 그 녀석에게 딱 달라붙어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둬. 홀든. 제기랄!」 스트라드레이터가 말했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은 모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면도를 하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묵을 벨 뻔했잖아」

  그렇지만 나는 그를 풀어주지 않았다. 이건 상당히 좋은 하프 넬슨 기술이었다. 「어디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보시지」

 

 

문예출판사, 50쪽

 

 갑자기 그저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세면대에서 뛰어내려 스트라드레이터 자식을 하프 넬슨 수법으로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하프 넬슨이 뭐냐 하면, 상대방의 목을 뒤에서 졸라 원하면 죽일 수도 있는 레슬링의 기술이었다. 나는 표범처럼 그를 덮쳤다.

  “제발 그만둬!” 하고 스트라드레이터가 소치렸다. 그는 장난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면도를 하는 도중이었으니까. “어쩌려고 이래? 내 모가지라도 베려는 거야?”

  나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꽤 그럴듯한 하프 넬슨 기술을 걸고 있었다. “풀어보시지. 바이스같이 억센 내 팔을…‥” 하고 내가 말했다.

 

 

 

민음사 판본에 ‘I landed on him like a goddam panther’라는 구절이 빠졌다. 문예출판사 판본의 역자는 ‘panther’를 ‘표범’이라고 번역했는데,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얼룩무늬의 표범은 ‘Leopard’이다. ‘panther’는 흑표범을 뜻한다.

 

 

 

 

 

 

 

 

6

 

* 원문

 

 My brother Allie had this left-handed fielder’s mitt. He was left-handed. The thing that was descriptive about it, though, was that he had poems written all over the fingers and the pocket and everywhere. In green ink. He wrote them on it so that he’d have something to read when he was in the field and nobody was up at bat.

 

민음사, 57쪽

 

 동생인 엘리는 왼손잡이용 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묘사적이었냐 하면, 그 애는 손가락 위도 좋고, 주머니도 좋고, 어디에나 시를 써놓았다. 초록색 잉크로 말이다. 그 애 말로는 수비에 들어갔을 때 타석에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같은 때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문예출판사, 62쪽

 

 내 동생 앨리는 왼손잡이 야수의 장갑을 가지고 있었다. 그앤 왼손잡이였다. 그 장갑에 대해서 무엇이 묘사할 만한가 하면, 앨리는 야구 장갑의 손가락이고 주머니이고 어디든 간에 시를 적어 놓았던 것이다. 녹색 잉크로 쓴 시였다. 그렇게 써놓으면 자기가 수비에 들어가서 타석에 아직 선수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 읽을거리가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내가 밑줄 친 민음사 판본의 문장은 문법이 맞지 않은 ‘비문’이다.

 

 

 

 

 

 

 

7

 

* 원문

 

 I usually buy a ham sandwich and about four magazines. If Im on a train at night, I can usually even read one of those dumb stories in a magazine without puking. You know. One of those stories with a lot of phony, lean―jawed guys named David in it, and a lot of phony girls named Linda or Marcia that are always lighting all the goddam Davids pipes for them.

 

 

puking: [puke의 현재분사] (속이) 뒤틀리는, 토하는

phony: [구어] 가짜, 허위의, 겉치레의

※ lean―jawed: 야윈(마른)

 

민음사, 77쪽

 

 평소처럼 햄샌드위치와 잡지를 네 권 샀다. 밤 기차를 타고 갈 때면, 이따위 잡지에 실린 지겨운 기사들도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 그런 기사들은 대부분 데이비드란 이름에 턱이 길고, 사기꾼 같은 녀석들과 린다니 마르샤니 하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이 언제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곤 하는 얘기들이다.

 

문예출판사, 85쪽

 

 나는 보통 햄 샌드위치를 한 개 사고 잡지를 네 권 가량 산다. 야간에 열차를 타면 그런 잡지에 실린 지루한 소설도 그럭저럭 읽게 된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엉터리 같고 턱이 훌쭉한 데이비드라는 놈과 항상 그놈의 파이프에 불을 붙여주는 린다니 마르시아니 하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말이다.

 

 

두 역자 모두 ‘puking(속이 뒤틀리는, 토하는)’을 ‘이따위(민음사)’, ‘그런(문예출판사)’으로 순화해서 번역했다. 평소 비속어와 과격한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을 돋보이기 위해 ‘puking’을 직역하는 게 낫다고 본다.

 

pipe’도 담배의 일종이지만, ‘cigarette’와 다르기 때문에 ‘파이프 담배’로 정확하게 번역해야 한다.

 

 

※ ‘pipes’에 대한 오역을 지적한 글 (작성자: asnever)

https://asnever.blog.me/220209751917

 

 

 

 

 

 

 

 

8

 

 

* 원문

 

 Old Marty talked more than the other two. She kept saying these very corny, boring things, like calling the can the <little girls room>, and she thought Buddy Singers poor old beat-up clarinet player was really terrific when he stood up and took a couple of ice―cold hot licks. She called his clarinet a <licorice stick>.

 

 

※ beat-up: 낡아빠진

※ licorice: 감초 

 

민음사, 104쪽

 

 마티는 다른 두 여자보다도 좀 말을 많이 했다. 그나마 그녀가 하는 말도 케케묵은 이야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을 <어린 소녀들의 방>이라고 부르지 않나. 버디 싱어의 밴드에서 불쌍할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첼리스트가 보여준 정말 썰렁하기 짝이 없는 연주를 듣고는 멋있다고 하면서, 그 첼리스트를 <감초 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예출판사, 116쪽

 

 마티가 그래도 제일 많이 지껄였다. 그녀는 화장실을 ‘어린 소녀의 방’이니 뭐니 하면서 너절하고 지루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리고 버디 싱어 악단의 말라빠진 늙은 클라리넷 주자가 일어서서 몇 소절을 정열적으로 연주하자 아주 멋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의 클라리넷을 ‘감초의 줄기’라고 말했다.

 

 

두 역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beat-up’을 ‘말라비틀어진’, ‘말라빠진’으로 번역했다. 새로 번역한다면 ‘늙어빠진’으로 쓸 수 있다. 민음사 판본의 번역을 맡은 공경희 씨는 ‘clarinet player(클라리넷 연주자)’를 ‘첼리스트(cellist)’로 잘못 번역했다. 심지어 원문의 의미와 전혀 맞지 않는 문장(‘첼리스트를 <감초 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까지 썼다. ‘감초 줄기(licorice stick)’는 악기 연주자를 비꼬기 위해 붙인 별명이 아니라 그가 연주하는 악기, 즉 클라리넷을 우스꽝스럽게 비유한 표현이다.

 

 

 

 

 

 

 

9

 

* 원문

 

 “You’re goddam right they don’t,” Horwitz said, and drove off like a bat out of hell. He was about the touchiest guy I ever met. Everything you said made him sore.

 

민음사, 115쪽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요」 호이트가 말했다. 그러고는 총알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사람은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한 말은 전부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문예출판사, 128~129쪽

 

 “됐어요. 그놈들도 죽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됐어요.” 호위트는 이렇게 말하고 지옥에서 튀어나온 박쥐처럼 차를 몰고 사라졌다. 그렇게 성질이 급한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모두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이었다.

 

 

 

민음사 판본의 오역 문장은 나를 화나게 한다…‥.

 

 

 

 

 

 

 

 

 

10

 

 

* 원문

 

 “You ought to go to a boys’ school sometime. Try it sometime,” I said. “It’s full of phonies, and all you do is study so that you can learn enough to be smart enough to be able to buy a goddam Cadillac some day, and you have to keep making believe you give a damn if the football team loses, and all you do is talk about girls and liquor and sex all day, and everybody sticks together in these dirty little goddam cliques. The guys that are on the basketball team stick together, the Catholics stick together, the goddam intellectuals stick together, the guys that play bridge stick together. Even the guys that belong to the goddam Book-of-the-Month Club stick together. If you try to have a little intelligent―”

 

민음사, 176~177쪽

 

 「언제 한번 남학교에 가봐. 시험삼아서 말이야. 온통 엉터리 같은 녀석들뿐일 테니. 그 자식들이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나중에 캐딜락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야. 축구팀이 경기에서 지면 온갖 욕설이나 해대고, 온종일 여자나 술, 섹스 같은 이야기만 지껄여대. 더럽기 짝이 없는 온갖 파벌을 만들어, 그놈들끼리 뭉쳐 다니지 않나. 농구팀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가톨릭 신자들은 자기들끼리 뭉치지. 똑똑하다는 것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브리지 하는 놈들은 또 저희끼리 모이거든. 그러니까 네가 영리하다면‥…」

 

 

문예출판사, 196~197쪽

 

 “언제 시간 있으면 남학교에 가보는 게 좋을 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시험삼아 한번 가봐. 엉터리 자식들이 우글거릴 테니까. 놈들이 하는 일은 장차 캐딜락을 살 수 있는 신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일뿐이야. 그리고 축구 팀이 지면 분해 죽겠다는 시늉이나 하고, 하루 종일 여자와 술과 섹스 얘기만 지껄여대는 거지. 게다가 더러운 파벌을 만들어 결속까지 하거든. 농구 팀은 그들대로 뭉치고, 천주교 신자들도 그들대로 뭉치고, 지랄 같은 지성인들도 그렇고 놀음하는 놈들은 저희끼리 뭉치거든. 심지어 월간 추천도서 클럽에 가입한 놈들도 끼리끼리 뭉친단 말이야. 그러니까 좀 똑똑하려면‥…”

 

 

민음사 판본에 ‘밑줄 친 원문’을 번역한 구절이 없다.

 

 

 

 

 

 

 

 

11

 

 

* 원문

 

 I remember Allie once asked him wasn’t it sort of good that he was in the war because he was a writer and it gave him a lot to write about and all. He made Allie go get his baseball mitt and then he asked him who was the best war poet, Rupert Brooke or Emily Dickinson. Allie said Emily Dickinson.

 

 

※ War poet: 전쟁 시인

※ Rupert Brooke: 영국의 시인(1887~1915)

※ Emily Dickinson: 미국의 시인(1830~1886)

 

민음사, 188쪽

 

 한번은 앨리가 형은 작가니까, 전쟁에 나가면 작품에 쓸 수 있는 자료를 듬뿍 얻을 수 있으니 좋은 게 아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형은 앨리에게 야구 미트를 가지고 오라 그러더니, 루퍼트 브루크와 에밀리 디킨슨 중에 누가 더 훌륭한 시인이냐고 물었다. 앨리는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대답했다.

 

문예출판사, 210쪽

 

 지금도 기억하는데, 앨리가 형에게 형은 작가니까 전쟁에 참가하면 작품 쓸 자료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지 않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러자 형은 앨리에게 야구 미트를 가져오게 하고는, 루퍼트 부루크와 에밀리 디킨슨 중에서 누가 훌륭한 전쟁 시인인가를 물었다. 앨리는 에밀리 디킨슨이라고 대답했다.

 

 

‘전쟁 시인’은 전쟁에 직접 참여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시를 쓰거나(종군 시인), 전쟁을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을 말한다.

 

그나저나 에밀리 디킨슨은 ‘전쟁 시인’이었던가? 그녀는 남북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에 살았다. 그녀의 삶이 전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긴 한데, 전쟁을 주제로 한 디킨슨의 시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디킨슨의 시를 다시 봐야겠구먼.

 

 

 

 

 

 

 

12

 

 

* 원문

 

 When I came around the side of the bed and sat down again, she turned her crazy face the other way. She was ostracizing the hell out of me.

 

 

※ ostracize: (사람을) 외면하다

 

민음사, 221쪽

 

 내가 침대 옆으로 다가가자 피비는 얼굴을 반대쪽으로 아예 돌려버렸다.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예출판사, 247쪽

 

 내가 침대 가에 가서 앉자, 피비는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나를 탄핵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초반부에 홀든 콜필드는 자신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행정 용어‘탄핵하다(impeach)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13

 

 

* 원문

 

 The mark of the im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die nobly for a cause, while the mark of the mature man is that he wants to live humbly for one.

 

 

※ cause: 이유, 대의명분

※ humbly: 초라하게, 겸손(겸허)하게

 

민음사, 248쪽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 묵묵히: 말없이 잠잠하게

※ 겸손하게: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문예출판사, 277쪽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고귀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일에 비겁한 죽음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홀든 콜필드가 직접 찾아가서 만난 엔톨리니 선생이 인용한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스테켈(Wilhelm Stekel)이다.

 

‘cause’는 ‘이유’라는 의미의 단어이지만, 이 원문의 의미를 살리려면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본분을 뜻하는 ‘대의(명분)으로 쓰는 것이 낫다. 문예출판사 판본은 ‘비겁한 죽음’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원문의 의미와 다른 오역이다. 원문을 보면 알겠지만, ‘죽음’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그리고 두 판본 모두 ‘humbly’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번역했는데, ‘성숙한 인간’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겸손하게’로 번역해야 한다.

 

 

이 오역에 대해서 이미 asnever 님과 로쟈 님이 지적한 적이 있다.

https://asnever.blog.me/220238007548 (작성자: asnever)

http://blog.aladin.co.kr/mramor/3131995 (작성자: 로쟈)

 

 

 

 

 

 

 

 

14

 

* 원문

 

 “Where’re the mummies, fella?” the kid said again. “Ya know?”

I horsed around with the two of them a little bit. “The mummies? What’re they?” I asked the one kid.

“You know. The mummies―them dead guys. That get buried in them toons and all.”

Toons. That killed me. He meant tombs.

 

 

※ Toon: (식물) 인도 마호가니

※ tomb: 무덤

 

민음사, 266쪽

 

「미라는 어디에 있어요? 알고 계신가요?」 그 아이가 다시 물었다.

난 그 꼬마들을 상대로 잠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미라라고? 그게 뭐지?」 내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정말 모르세요? 미라 있잖아요. 사람이 죽어 있는 거 말이에요. 에 들어 있는 것 말이에요」

이라. 정말 아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아마 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문예출판사, 298쪽

 

 “미라는 어디 있나요? 알고 계세요?” 하고 그 아이가 다시 물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상대로 잠깐 농담을 나누었다. “미라라니? 그게 뭐지?” 하고 내가 한 아이에게 물었다.

  “모르세요? 미라 말이에요. 그 죽은 것 말이에요. (toon) 속에 있는.”

이라니? 여기엔 손들고 말았다. 그 애는 무덤(tomb)을 생각하고 말한 것이었다.

 

 

 

샐린저의 소설을 원문으로 읽어보면 언어유희를 이용한 재미있는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산 마호가니 나무의 이름인 ‘툰(toon)’과 ‘무덤(tomb)’은 동음이의어다. 그런데 민음사 판본의 번역문은 원문이 주는 유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공경희 씨는 ‘툰’과 ‘무덤’이 들어간 문장을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건’과 ‘관(棺, coffin, casket)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 문장을 여러 번 봐도 ‘건’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공경희 씨가 쓴 ‘건’의 의미를 아시는 분?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록된 ‘관’의 의미는 10개나 넘는다. 그리고 ‘tomb’을 ‘관’으로 번역한 점도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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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3-05 17:30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으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이 민음사 판본이었어요, 그때도 읽는데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문장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겨울호랑이 2019-03-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cyrus님 이번 리뷰를 작성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cyrus님 자신에게도 큰 공부가 되셨겠지만, 좋은 자료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9-03-05 17:37   좋아요 2 | URL
제가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쌤들한테 민음사 번역본을 추천했어요. 번역이 엉망인 걸 알았을 때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ㅎㅎㅎ 모임 날에 저를 포함해서 15명이 독서모임에 참석하셨는데요, 두 분 빼고 나머지 분들은 민음사 번역본을 읽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19-03-05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랑 동서문화사 것이 집에 있는데 내가 제대로 보긴 한 걸까 싶어지는 시점이네요. (아마 처음 볼 땐 문예출판사 걸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듯 하고.) 좋은 번역이란 이렇게 어렵고 외국어를 잘 못 하니 번역에 불만이어도 늘 뾰족한 수가 없네요. 번역가를 욕하다 아니 그래도 그나마 이 정도라도 해석해 줘서 내가 읽게 해 주는구나 고맙다 아니 또 욕 나온다 반복하며 읽곤 합니다...

cyrus 2019-03-05 17:45   좋아요 1 | URL
가독성이 좋다고 느껴진 책이 나중에 번역이 좋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번역가에게 속은 느낌이 들어요... ^^;;

카스피 2019-03-0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 번역자들이 좀 각성해야 될것 같습니다.그래도 유명한 문학작품의 경우 번역가들이 나름 신중학에 번역하지만 장르소설의 경우 날림 번역이 많은 편이지요.그래도 번역만 해주면 장르 애독자들은 감지덕지 합니다ㅜ.ㅜ

cyrus 2019-03-06 18:32   좋아요 1 | URL
번역가 입장에서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문학 작품을 처음으로 번역하는 일에 부담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셜록 홈즈 시리즈를 번역하는 게 부담이 덜 되죠. 기존의 번역본들을 어느 정도 참고하면서 새로 번역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번역 관행이 지속되면 번역의 질은 점점 나빠질 것입니다.

coolcat329 2019-12-11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예출판사로 읽었는데 ‘성숙한 인간은 비겁한 죽음을 택한다‘ 저 문장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네요. 어떻게 humbly에서 비겁한 죽음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ㅠ 그래서 저는 성숙한 인간이 미성숙한 인간보다 나쁘다는건가? 생각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9-12-23 22:04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읽었을 때 문장이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 문장이 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2020 2020-02-21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문의 문장력자체는 민음사 판본이 월등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 재미있게 읽혀요.. 문예출판사 번역은 너무 딱딱하고 예스럽습니다.

cyrus 2020-03-01 19: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예출판사 번역본이 나온 지 오래된 거라서 그 속에 요즘 잘 쓰지 않는 단어가 몇 개씩 보여요. ^^;;

먼어 2020-03-26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번역에 대한 신뢰성이 많이 떨어져서..꼭 책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비교글을 보곤 하는데, 너무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_^ 번역에 따라 책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예민해지게 되네요. 잘 참고해서 구매하도록 할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cyrus 2020-04-01 08:0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이미 번역본의 문제점을 언급한 분들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쓸 수가 있었어요. 저도 그분들의 비판적인 글을 참고했고, 직접 책을 읽어 보니까 생각보다 사소한 오역이 많이 보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