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 컬렉션 7화 첫 번째 에피소드

중고 레코드

 

 

 

 

 

나카야마는 친구 오가와가 들려준 레코드의 음악에 푹 빠진다. 레코드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은 나카야마는 오가와에게 레코드를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오가와는 부탁을 거절한다. 나카야마는 녹음이라도 할 수 있게 잠시만 빌려달라고 다시 한번 더 부탁한다. 두 번째 부탁마저 거절당하자 나카야마는 오가와를 살해하여 레코드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레코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나카야마에게 서서히 접근하는데…‥. 살인을 부추길 정도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레코드. 놀랍게도 이 레코드에 취입된 노래는 가수가 죽은 뒤에 녹음되었다는 것.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소름끼칠 정도로 우울한 선율이 흐르는 레코드의 음악을 빼면 이야기는 평이하다. 설정은 다르지만, 자살을 유발하는 노래 ‘검은 일요일’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슬픈 선율의 ‘검은 일요일’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으나 자살을 유발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검은 일요일’은 백여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저주의 음악으로 알려지게 됐고, 원곡 악보가 완전히 소실되면서 죽음의 행렬이 멈췄다

 

 

 

 

 

…‥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세상에 신기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의 원 출처는 오직 ‘가짜 뉴스’만 보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위클리 월드 뉴스>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7화 두 번째 에피소드

길 없는 거리

 

 

 

 

 

 

여고생 사에코는 가족의 스토킹을 견디지 못해 이모 집에 찾아간다. 그런데 이모 집으로 가는 길이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다. 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집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제목이 ‘길 없는 거리’다. 길 없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이상하다. 주민들의 집이 길이 돼 버린 셈인데, 마을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남의 집을 드나든다. 그곳에는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닌다. 사에코는 ‘의문의 남자’의 도움을 받아 이모의 집에 도착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포기한 이모는 알몸으로 돌아다닌다. 이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이상한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사에코는 마을을 탈출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의문의 남자’가 칼을 쥔 채 사에코 앞에 다시 나타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5 : 뒷골목》 (시공사, 2008)

 

 

 

길 없는 마을, 그곳에서 가면을 쓰면서 남의 집을 길처럼 다니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생명체들. 카프카적인(Kafkaesque) 분위기가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첫 번째 에피소드

조상님

 

 

 

 

 

슈이치의 약혼녀 리사는 거대한 유충이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슈이치 집안에 자손 대대로 내려오는 ‘끔찍한 풍습’이 있다. 슈이치는 가문의 풍습을 따르기 위해 리사와의 결혼을 재촉한다. 이 풍습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부조리하더라도 가부장적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는 남성(슈이치)가문을 지탱해주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는 여성(리사)의 억압 상황을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었다.

 

 

 

 

 

이토 준지 컬렉션 8화 두 번째 에피소드

괴기 서커스

 

 

 

 

 

 

원제는 『서커스가 왔다』.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파피루스 서커스단’ 공연을 관람한다. 서커스 단원들은 ‘줄타기’, ‘칼 던지기’ 등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곡예를 펼치는데, 공연 도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단원들이 죽는다. 서커스 공연을 진행하는 단장은 단원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공연 일부라고 생각한다. 단원들이 줄줄이 죽어 가는데도 위험한 곡예는 계속된다. 단원이 부족해지자 단장은 관중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서커스 단원이 되면 서커스단의 홍일점 렐리아와 결혼할 수 있다고. 렐리아는 줄타기를 하는 소녀이지만, 자신 때문에 남자 단원이 죽어가는 모습에 절망한다. 그녀는 위험한 곡예를 그만두고 싶어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도망치지 못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파피루스 서커스단은 ‘남성 연대’를 상징한다. ‘남성 연대’에 속한 남성은 자신의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남성성’을 과시한다. ‘남성 연대’ 안에 갇힌 렐리아는 연약하고 소극적인 ‘여성성’을 드러낸다. 렐리아의 여성성은 남성 단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남성 단원들의 ‘남성성’이 반영된 곡예는 구애하는 렐리아 앞에서 뽐내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남성 단원들은 렐리아와의 결혼을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를 한다.

 

 

 

 

 

 

 

 

 

 

 

 

 

 

 

 

 

*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

* 에머 오툴 《여자다운 게 어딨어》 (창비, 2016)

 

 

 

파피루스 서커스단의 곡예는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공연(performance)이 아니다. 남성 단원이 여성 단원에게 ‘남자다운 용맹함’을 보여주기 위해 과시하는 수행(Performance)이다. 남성 단원들은 리허설 없이 곡예를 시도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말을 빌리자면 남성이라는 젠더 자체가 ‘리허설을 거친 연기’이기 때문이다. 남성 단원들은 단장이 주선하는 ‘결혼(버틀러의 표현에 따르면 ‘강제적 이성애’)’을 달성하기 위해 ‘남성’으로 지칭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남성 단원들과 여성 단원 렐리아는 남성성과 (남성들의 보호에 기대려는) 여성성을 수행하는 곡예를 계속하며 살아간다.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의 이분법적 범주와 ‘강제적 이성애’ 관계 모두 전복하려면 서커스단에 탈출해야 한다. 그러나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원이 줄어들면 단장은 새 단원을 모집할 거고, 렐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서커스단원이 되고 싶어 하는 관중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서커스 공연을 지켜보는 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소년이 서커스단원이 되는 순간 ‘남성’으로 만들어진다. 젠더, 즉 ‘남성’이라는 옷을 입어 위험한 곡예를 하도록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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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loomy Sunday인가요... 오래전 비슷한 주제의 음악을 들은 것 같네요. cyrus님께서도 공포/스릴러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네요. 영화「곤지암」도 보셨을 것 같아요.^^:)

cyrus 2018-04-15 09:12   좋아요 1 | URL
‘글루미 선데이’도 ‘검은 일요일’ 도시전설과 조금 유사해요. 두 곡의 차이점은 ‘글루미 선데이’는 실제로 만들어진 곡이고, ‘검은 일요일’은 유명무실한 곡입니다.

영화 <곤지암>은 아직 안 봤어요. IPTV 마일리지로 구매해서 집에서 영화를 볼려고 합니다. 마일리지가 아깝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