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이제 준비됐어. 오케이, 라디오를 켜자.”

 

다이나가 버튼을 눌렀다.

 

“더 크게!”

 

그녀가 볼륨을 높였다.

 

처음 나온 노래가 존 덴버 John Denver의 〈제트기를 타고 떠나며 Leaving On A Jet Plane〉였다.

 

“아주 적절해.”

 

내가 한 손을 내밀자 다이나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뒷자리에도 손을 내밀어 찰리와 피비와도 낮은 파이브를 했다. 사실 우리가 제트기를 타고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복스홀 아스트라 디젤 1.1 해치백 자동차 안에 짐을 너무 꽉꽉 눌러 실어서 무거워진 바람에 차량 뒷부분이 흔들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킹스웨이 Kingsway 에서 시속 35마일도 넘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완벽했다.

 

우리는 호브의 잔디 광장과 화재로 무너져 검게 그을리고 골격만 남은 웨스트 피어 West Pier를 지나 팰리스 피어 Palace Pier 옆 로터리에 서 노래에 맞춰 큰 소리로 외쳤다.

 

“브라이턴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그러자 피비와 찰리가 외쳤다.

 

“잘 있어, 브라이턴!”

아이들이 올드 스타인 Old Steine 주요 도로로 들어서면서도 계속해서 작별 인사를 외치자 — “잘 있어요, 버스 정류장 아줌마. 잘 있어요, 버스. 잘 있어요, 나무. 잘 있어요, 건물.” — 지난 몇 달 동안 계획을 세우며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일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정말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이 일이 믿어져?”

 

다이나에게 물었다.

 

“아니.”

 

“겁나?”

 

“조금.”

 

“나도.”

 

우리는 영국의 가족 친화적 명소를 안내하는 가이드북을 만들 예정인데,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고 주변에서 다들 하지 말라고 말린 일이다.

 

“만 4세도 안 된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작은 자동차를 타고 8,000마일을 간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나. 미쳤어!”

 

친구들은 다들 이렇게 말했다.

 

“그러다 둘이 이혼한다.”

 

다이나의 언니 린지는 이렇게 경고하기까지 했다.

내 동생 버스터는 심지어 우리가 상대방을 죽이고 말 거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매일 밤 다른 호텔에서 자고 매일 아침 다시 짐을 꾸려 떠나면서 하루에 네다섯 군데 명소를 둘러본다고? 그것도 5개월이나? 둘 중 한 사람은 루프박스에 실려서 돌아오겠군. 쓰레기봉투에 담긴 토막 시체가 되어서 말이야. 완전히 돌았어!”

 

그러나 이토록 기분 좋은 봄날 오후에 파랑과 초록과 청록, 세 가지 빛깔로 완벽하게 배색된 브라이턴 앞바다를 돌아보며 열린 차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와 내 팔뚝을 따스하게 어루만지고, 음악이 내 안에서 고동치는 것을 느끼며,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은 무생물을 향해 작별 인사를 외치며 — “안녕, 다른 건물 옆의 건물아.” “안녕, 다른 건물 옆의 건물 옆의 건물에 있는 창문아.” “안녕, 다른 건물 옆의 건물 창문에 있는 사람 얼굴아.” —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깊숙이 굉장히 근사한 여행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Chatper 2 말로

컴플리트 앵글러 호텔에서 숙박부를 작성하고, 찰리가 주차장에서 번쩍거리는 슈퍼카들의 장식품들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더럽히는 동안, 우리 뒤로 지나가던 제복을 입은 직원이 벌써 찢어지기 시작 한 테스코 Tesco의 비닐 쇼핑백 세 개를 향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공손하게 경례를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출간 전 연재

이번주 월~금 5회 김영사 알라딘 서재에서 벤 해치 가족의 좌충우돌 영국 여행기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출간 전 연재를 진행합니다.


+ 5개월 간의 여정, 네 식구가 향한 곳!

브라이턴

말로

스트래퍼드어폰에이번

글로스터셔

산타포드

버밍엄

레스터

노팅엄

벅스턴

체스터

웨일스

리버풀

블랙풀

레이크 디스트릭트

노섬버랜드

스코틀랜드

크래스터

요크셔

링컨

노퍽

콜체스터

브리스틀

콘월

시드머스

와이트섬



+ 1월 3일, 출간 예정!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다섯 달 간의 무모한 가족여행!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 5개월 동안 명소를 찾아다니며 가족여행의 단맛 쓴맛을 모두 포착해냈다. 떠들썩한 여정인 동시에 모든 가족에게 바치는 감동 어린 찬가이다.” _댄 로즈 <티몰레온, 집으로 돌아와> 저자


저자 벤 해치


달링턴 맥도널드의 치킨 샌드위치 담당자로 일한 경험에 기초한 첫 번째 코믹소설 <잔디 깎는 유명인사, The Lawnmower Celebrity>는 2000년 라디오4의 올해의 8대 책에 선정되었다. 제멋대로 나는 커다란 발톱을 지닌 불운한 배낭여행객에 관한 두 번째 소설 <국제적인 구즈베리, The International Gooseberry>는 2001년에 출판되면서 <데일리 익스프레스>로부터 ‘신경질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슬프다.’라는 평을 들었다. 벤 해치는 2003년 <그랜타>가 뽑은 가장 전도유망한 영국의 젊은 작가 20인에 선정되었다. 아내 다이나와 함께 세 권의 여행 가이드북 <프롬머의 가족과 함께 하는 스코틀랜드 여행> <프롬머의 가족과 함께 하는 잉글랜드 여행> <프롬머의 공짜로 영국 여행>을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