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에밀 시오랑을 기억하며 (굿바이 서재) &gt; 강변부인</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category/21488853</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연장 마니아</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25 May 2012 10:20:35 +0900</lastBuildDate><image><title>굿바이</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85508195725772.jpg</url><link>http://blog.aladin.co.kr/goodbye/category/21488853</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굿바이</description></image><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내가 만나는 모든, 사랑하는 소녀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겠어요 - [폴리나]</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5364467</link><pubDate>Wed, 18 Jan 2012 13: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53644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641683&TPaperId=536446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437/68/coveroff/89906416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641683&TPaperId=53644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폴리나</a><br/>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br/></td></tr></table><br/>&nbsp; 

&nbsp;
&nbsp;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림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3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왔다. 
폴리나 울리노프.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여섯 살 소녀.&nbsp;그림책은 보진스키 발레 아카데미에 들어가기&nbsp;위해 시험을 치르러 가는 소녀의 뚱한 표정과 보진스키 선생의 더 뚱한 표정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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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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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nbsp;성장과 사랑, 예술에 대한 열정이 주된 이야기인&nbsp;이 그림책은&nbsp;군더더기 없고 유연한&nbsp;데생이&nbsp;압권이다. 그림책을 두고 그림이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좀 우습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수백 번은 그림을 쓰다듬었다. 소녀의 춤이 보진스키 선생의 마음이 심지의 그의 얼굴을 반 이상 덮고 있는 수염이 손끝으로 전달될 것만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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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진스키 선생이 "유연성과 우아함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폴리나 보다 더&nbsp;심술 난 얼굴로 그림책을 노려보았다.&nbsp;인정은 하지만&nbsp;뭐랄까 그것을 활자로 대할 때 느껴지는 열패감이란. 신음에 가까운 끙,소리가 절로 났다.&nbsp;
물론 선생은 폴리나의 재능을 이미 알아보았고, 어쩌면 오래 기억하게 될 소녀라는 것도 감지했던 것 같다.&nbsp;그렇지만 재능있는 제자를 가르침에 있어 타협은 없었다. 춤꾼의 기질을 타고났더라도 연습을 하지 않고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보진스키 선생은&nbsp;말한다. "더 경쾌하게, 쉽게 하는 것 처럼 보여야 해"&nbsp; 물론 이 말이 갖는 의미와 의도를 알면서도 나는, 이런. 말이 쉽소! 막, 이렇게 대들고 싶었다. 너무 몰입하나 싶었다. 늙었나?
&nbsp;
여튼 폴리나라는 한 소녀의 성장기가,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환장하게 우아한 그림들로 변해 200쪽 그림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극적인 상황도 없고, 뒤숭숭한 암시도 없고,&nbsp;애타는 관계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예술이라는 것에 투신한&nbsp;소녀의&nbsp;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희열이&nbsp;과장 없이&nbsp;전달될 수&nbsp;있었던 것 같다.&nbsp;&nbsp;여인으로 성숙한 폴리나의 춤이 그리고 보진스키 선생과 왈츠를 추는 장면이 그려진 마지막 장면은 꼭 실제하는 장면을 보는 것 처럼 아름다웠다. 쉽게 그려진 것 같은 그래서 어떤 기교도 없는 것 같은 바스티앙 비베스의 천재적인 그림 실력이&nbsp;끌어낸 감동이었다. 
&nbsp;
뭐든 대가의 그것들은 다르구나. 그것이 그림이건 춤이건 연주건 노래건 전혀 힘을 들이지 않은 것 같은 아무렇게나 슥슥,하는 것 같은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런 건 정녕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하는 것, 보진스키의 입을 빌려 작가가 하는 말 "춤은 예술이고, 타고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 이가 갈리도록 분하지만 할 수 없는 노릇. 
여튼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이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랑하는 소녀, 더 나아가 심정적으로 여전히 소녀로 머물러 있는 그녀들에게 선물할 것이다.&nbsp;이것으로 충분하다. &nbsp;&nbsp;
&nbsp;
&nbsp;]]></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437/68/cover150/8990641683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641683</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가고가리 - [흑산 - 김훈 장편소설]</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5261580</link><pubDate>Wed, 07 Dec 2011 00: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52615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251622&TPaperId=526158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342/63/coveroff/8956251622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251622&TPaperId=52615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흑산 - 김훈 장편소설</a><br/>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br/></td></tr></table><br/>김훈의 신작 &lt;黑山&gt;의 후기 중&#160;일부분이다.&#160;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자儒者의 삶과&#160;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 그 바다의 넓이와 거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고 나는 그 격절의 벽에 내 말들을 쏘아댔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160;&#160; <br />

누구도 단념할&#160;수 없는 삶,이라니. 이 대목을 중얼거리며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복기했다.&#160;<br />
이내 누구도 단념할 수 없는 삶,이라는&#160;말에&#160;가로막혀 한 발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말의 낭떠러지 앞에서 상념들이 거침없이 풀렸다.<br />
남풍이 부는&#160;초겨울의 해안가를 벗어나 흑산으로 들어가는 약전에게 뭐 그리 큰 희망이 남아 있었을까, 상복을 입고 배론으로 떠나는 안개 자욱한 새벽 황사영에게 기약할 날들이 있었을까, 제 목숨 하나를 위해 염탐하고 밀고하는&#160;박차돌에게 얼마나 큰 영광이 준비되어 있었을까, 군소리없이 약전을&#160;받아들이는 순매의 몸에는 또 어떤 열락이 허락되었을까, 그럼에도 고등어나 날치나 게처럼 누구도 단념할 수 없는 삶이라니. 기막히고 뒤숭숭한 마음은 절로&#160;터져&#160;누군가에게 따진다. 신기하게도 돌아오는 응답은&#160;황사영이 무릎 꿇고 바치는 기도문이었다.&#160;&#160;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160;<br />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br />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160;모여 살게 하소서.<br />
주여 겁 많은 우리를 주님의 나라로 부르지 마시고<br />
우리들의 마음에 주님의 나라를 세우소서.<br />
주여 주를 배반한 자들을 모두 부르시고<br />
거두시어 당신의 품에 안으소서.<br />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br />

저 기도문 안에는 낡고 무력하고&#160;위압적인 세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기도문 밖에는 매 맞지 않고 굶지 않고 사람이 가축처럼 팔리지 않는 세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은 노래같은 기도문을 타고 사람들의 가슴에 이미 세워졌다. 꼭 올 것만 같은 세상이고 반드시 와야만 하는 세상이 매 맞고 굶어 죽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었다. 방울 세 개를 단 기발로는 어쩔 수 없는 마음들이 이미 차고 넘쳤음을,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분명하기에 두려운 세상이고&#160;갈급한 기도문이었을 것이다. &#160;&#160;
그럼에도&#160;내게 돌아온&#160;저 기도문이 나는&#160;더 싫었다. 차라리 <br />
어서 맞아 죽게 하소서.&#160;<br />
어서 굶어 죽게 하소서.<br />
당신 보기에 이런 우리가 불쌍하거들랑 하늘을 움직이고 땅을 엎어서라도 우리를 구하소서.<br />
그럼에도 주여 당신이 새로운 세상을&#160;내어 줄 수 없거들랑&#160;<br />
삶을 단념하는 우리를 기꺼이&#160;품에 안으소서.<br />
이렇게 고쳐서 기도하고 싶었다.&#160;<br />
기도가 될 수 없는 말이고&#160;말도 안되는 말이다.&#160;&#160;<br />
&#160;&#160;&#160;&#160;&#160;&#160;&#160;<br />
책을 덮고 속표지에 그려진 '가고가리'라는 괴수의 그림을 보았다. <br />
김훈이 시조새의 화석 사진을 보면서 그렸다는 괴수 '가고가리'는 어딘지 엉성하고 조악했다. 괴수는 태초로부터 하늘과 바다와 땅에 함께 있어야 할 풍경 같았지만 그럼에도 열외 존재처럼 느껴졌다. 모든 불행의 근원이 그림 한 장 안에 다 들어있는 듯 했다. <br />
저리 생긴 것이 가고 또 가는구나. <br />
가고 또 간다,라는 말이 그제야&#160;눈물겨웠다. <br />
처음부터 이 소설은 가고&#160;또 가야만 하는 것들의 이야기였구나. 그러니&#160;처음부터&#160;함부로 가늠하고 휘저을 수 없는&#160;이야기였구나.&#160;뭐든 끝까지 가보지 못한 내가 끝도 없이 가는 것들의 속내를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억압적이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문학이라도 불온해야 하지 않을까&#160;싶은 마음이 무참했다. 끝까지 버텨보지 못한 나는 말도 마음도&#160;아꼈어야 했는데 후회는 늘 이렇게&#160;아무런 힘이 없다.&#160;<br />
<br />
눈 앞에 흑산이 보이고 해안에서 무심히 생선의 아가미를 들여다보았을 약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심 나도 그렇게 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어설프게 떠들지 않고 어줍잖게 휘젓지 않으며 그렇게 가고 또 가면 좋겠다 싶다. &#160;<br />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342/63/cover150/8956251622_3.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251622</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이라니 - [런던통신 1931-1935 - 젊은 지성을 깨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919708</link><pubDate>Wed, 13 Jul 2011 16: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9197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3412&TPaperId=4919708"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38/57/coveroff/896435341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3412&TPaperId=49197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런던통신 1931-1935 - 젊은 지성을 깨우는 짧은 지혜의 편지들</a><br/>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11년 04월<br/></td></tr></table><br/>"우리의 사고와 감정 속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개성은 그 핵심이 너무 희미하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완벽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은 외부 세계에서 자기 내면 존재의 반영물을 보고 싶어 한다.......하지만 그들보다 수줍고 소심한 자아를 가진 이들-현대 세계에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도 있다. 그들의 가장&#160;큰 염원은 남들이 자신을 이웃들과 정확히 똑같게 봐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구에서도 자기만의&#160;취향을 표현하기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한다."「우리가 가구를 사면서 생각하는 것들Funiture and the Ego」&#160;<br />
&#160;<br />
둘러보니 내 주위에도 외부 세계에서 자기 내면 존재의 반영물을 보고 싶어하거나 정확성을 추구하시는 분들이 넘친다. 일찍 이 문구를 만났더라면 여러 번 유용하게 사용했을 것인데 안타깝고 즐거운 발견이다.&#160;&lt;런던통신 1931-1935&gt;는 요즘들어 집어 든 책 중에 그나마 가장 유쾌한 책이었다. 주제도 다양하고, 부러 현학적이지도 않고, 삐딱함을 세련됨이라 착각하지도 않고.&#160;<br />
&#160; <br />
책은 135개의(정확한지 갑자기 의심스럽지만)&#160;칼럼으로 묶여 있다.&#160;칼럼의 내용들은 한 개인의 삶에 개입할&#160;수 있고 판단해야 하는 자질구레한&#160;일들로부터 중요한&#160;문제까지를&#160;가리지 않고&#160;소재로 삼고&#160;있다.&#160;그리고 그&#160;소재들은&#160;역사적인&#160;사건이나 러셀&#160;개인의 경험, 논리적 분석을 통해 독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다. 특히, 칼럼이 쓰여진 시기를&#160;통해 얼핏 짐작할 수 있겠지만 &lt;런던통신 1931-1935&gt;에는 현실정치와 경제 그리고 교육에&#160;관한 칼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지금 집필된 책이라고&#160;해도 어색하지 않은 글들이다. 예를 들면 <br />
<br />
한편으로, 민주주의에서 우리의 정치가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비판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의 수준이 곧 정치가의 수준이다. 「우리가 투표를 하는 진짜 이유On Politician」<br />
<br />
민주주의의 즐거움은 한마디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데 있는 것이지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양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민주주의의 위험성The Prospects of Democracy」&#160;<br />
<br />
오늘날 당신이 어떤 사람과 협력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을 사랑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당신도 약탈품을 나눠 갖고 싶기&#160;때문이다.「비겁해서 좋은 점The Advantage of Cowardice」&#160;<br />
<br />
러셀이 워낙 출중한 것인지, 인간이란&#160;존재가 영 글러먹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160;지금 대한민국 부산 영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쓴 글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160;그래서인지 시대를 관통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잠언들이 요즘 참 불편하다. 좋은 말로 시대를 관통한다고 말하지 꼴좋다,처럼 들리기 때문이다.&#160; <br />
&#160; <br />
여튼 &lt;런던통신 1931-1935&gt;는 &lt;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gt;,&lt;서양철학사&gt;등에 비해 읽기도 쉽고 편파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160;별로&#160;보이지 않아서 러셀의 책을 처음 읽는 분들이라면 무난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160;반면&#160;이런 종류의 에세이라면 나는 조지 오웰이 좋아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혹은 표현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느낌이다. 80년 전에 쓰여진 글이 지금도 유효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160;이 책의 존재감은 충분하다. <br />
&#160; <br />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몇 가지 불편한&#160;뉴스를 본 것 때문인지 책을 덮고도 한&#160;대목의 글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래서 사족처럼 여기 적어둔다. <br />
<br />
사실 단지 자신의 의견을 취한다고 해서 지식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식인이란 이러저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타당한 논거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교조적으로 믿지는 않는 사람이다. 「정통이라는 것은On Orthodoxies」<br />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38/57/cover150/8964353412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3412</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나도 당신을 알 것만 같습니다 - [환영]</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903834</link><pubDate>Thu, 07 Jul 2011 13: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9038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666&TPaperId=490383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194/16/coveroff/895707566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666&TPaperId=49038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환영</a><br/>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06월<br/></td></tr></table><br/>김이설의 장편소설 &lt;환영&gt;은 이렇게 끝을 맺고 다시 시작하는 윤영의 이야기이다.&#160;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160;경계 표지판이 심하게 흔들렸다. 시에서 도로 들어섰을 때, 안녕히 잘 가시라는 말 때문에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 같았다. 금세 물가가 나왔다. 곧 얼음이 얼 것이었다. 왕백숙집으로 출근하던 첫날 아침의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참는 걸 잘했다. 누구보다도 질길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었다."&#160;&#160;
열심히만 하면 돈은 더 벌 수 있다는 왕사장의 말이 어쩐지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던 날,&#160;어떤 이들에게는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에 윤영도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160;희망이 있었을 것이다.&#160;고시원에서 만난 남자와&#160;옥탑방으로&#160;거처를 옮길&#160;수 있었으니까, 상 앞에 책을 펼쳐든 남편이 있고, 그리고&#160;딸을 낳았으니까.&#160;그렇게&#160;희망할 것들이 생긴&#160;현실은 경계에서 흔들리고&#160;있는&#160;것들에게 붙어있는 목숨을 기어이 살아내라고 붇돋는다.&#160;결국에는 그 희망들이&#160;자신을 잘근잘근 씹어놓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예감을 하면서&#160;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애써 외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160;
희망할 것이 생겨 희망적인&#160;윤영에게 현실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파를 보낸다. 눈 한번 딱 감으면 별거 아니라고. 세상은 진작부터 그랬다고. 그렇게 한번 눈을 감고 경계를 넘으면 돈을 더 벌 수 있고,&#160;손님들이 먹다&#160;남긴 음식을 싸갈 수 있고, 딸 아이에게 뭔가 해 줄 수 있고, 남편이 공무원 시험에 붙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윤영은 눈을 감고 경계를 넘는다. 두렵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그렇게&#160;윤영의 몸에 닭비린내가&#160;달라붙고 허벅지에&#160;검은 멍이 들기 시작하지만 변하는 것은&#160;없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혹은 어제보다 못한 오늘을 살아낼 뿐이다.&#160;&#160;
이제 남편이 아이를 키우고 밥상을 차린다. 돈만 받으면&#160;뭐든 할 수 있는&#160;윤영이 남편에게 생활비를 준다. 그리고 이제 남편이&#160;차린 밥상을 윤영이 엎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개새끼라고 욕한다. 개새끼인 남편은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는 말,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말이다. 또한&#160;미안하다는 말은&#160;계속 참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미 현실에 목덜미를 물렸으니 질질 끌려가보자는 말처럼 들린다.&#160;미안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보자고 말이다.&#160;윤영은 그런 남편의&#160;책을 찢는다. 자신이 잠시나마 갖었던 희망에 대한&#160;소소한 분노다.&#160;그러나 분노도&#160;잠시다.&#160;최악은 아니더라도 차악이 반복되는 윤영과 윤영의 가족은 곰팡이 낀 지하로 흘러 들어간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고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시 닭비린내를 맡아야 한다. 다시 아무 사내와 뒹굴어야 한다.&#160;그렇게 윤영은 오늘을&#160;살아야 한다.&#160;&#160;
윤영이 동생 민영의 죽음을 전해듣는 장면은 이렇게&#160;쓰여졌다.&#160;&#160;&#160;
"동네 놀이터에서 쓰레기를 태우는지 매캐한 냄새가 났다. 너무 매워 그제야 눈물이 났다. 밤하늘에 별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160; 
윤영의 눈에 별&#160;같은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160;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160;또한 그렇게 쓰고 있는 작가가&#160;내심 고마웠다.&#160;던접스럽고 막막한 삶에&#160;어쭙잖은&#160;느낌표를 붙이는 것도&#160;조심스러워하는 작가.&#160;지독하지만 고맙다.&#160;&#160;&#160;&#160;&#160;&#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194/16/cover150/895707566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5666</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710820</link><pubDate>Mon, 11 Apr 2011 11: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7108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369878&TPaperId=471082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80/22/coveroff/89903698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369878&TPaperId=47108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a><br/>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02월<br/></td></tr></table><br/>과학수사대 몸짱 언니들이 항상 들고 다니는 그 쫀쫀한 장갑이라도 끼고 책장을 넘기고 싶었다. 빈대, 이, 벼룩, 진드기 등의 근접 사진이 실린 페이지에서는 무슨 수전증 환자처럼 손이 떨렸다. 실로 이렇게 책장을 만지는 것도 찜찜하면서 유용한 정보가 가득한 책은 앞으로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곰곰히 생각하면 공상과학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외계생명체는 이런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튼 책을 읽는 동안 이책에&#160;소개된&#160;천하무적 중 어떤 녀석들에 대한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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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찬장에서 나타났던 날벌레,&#160;책에 의지해 추측하면&#160;"지중해밀가루나방"이거나 "화랑곡나방"이었을 확률이 높은데, 그녀석들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기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 마트에서 사다놓고 까마득히 잊어버린 팬케익 가루. 봉지를 뜯어 씽크대에 쏟아보니 참으로 메스꺼움이 안개처럼 피어올라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이 우라질 사랑질이라니. 그들은 그 하얀 가루를 밑천으로 광란의 카니발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 집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나방의 알들이 팬케익 가루 만큼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응징은 오직 하나. 노아의 방주를 준비하지 않은 그들에게 홍수를 일으켰으니, 나의 씽크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들을 말끔히 하수구로 쓸어내렸다. 물론 그렇게 복수를 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조금씩 먹다 남은 것들을 모조리 버렸다. 먹고, 사랑하고, 옮겨 다니는 니들을 내가 굶겨 죽이리라. 이렇게 허공에 외치면서.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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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와 인정사정없는 이 놀라운 곤충들의 생활방식을 엿보면, 덩치만 큰 내가 어찌나 한심하고 나약한지, 혹은 나는 니들을 영영 이길 수가 없구나 싶은 자괴감이 밀려온다. 또한 참으로 이토록 놀라운 무법천지에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내 감사가 심한 비약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책에 소개된 몇 가지 곤충들의 생활을 기꺼이 소개하면 이렇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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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대가 먹는 것은 피가 전부다. 먹지 않고도 1년을 버틸 수 있고, 주변에 인간이 없으면 고양이,개,닭,새,생쥐,쥐,토끼,그리고 기니피그로 잔치를 벌인다.....빈대의 짝짓기는 무척 거칠어서 곤충학자들은 이것을 '외상성 수정'이라고 부른다. 암컷 빈대의 몸에는 생식기 개구부가 없어서 수컷이 암컷의 배를 잘라 벌리고 그 안에 정자를 넣는다....또한 빈대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보고 찾아내지 않는다. 사람의 온기나 숨 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목표물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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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 감염증은 매해 수백만 건씩 보고되고 있다. 수컷과 암컷 옴진드기는 당신의 피부 속에서 마치 바다 속 잠수함이 노니는 것처럼 논다. 기분에 따라 가끔씩 피부 밖으로 나와 돌아 다니다가 알을 낳고 먹이를 먹기 위해 다시 피부 속으로 파고들어 간다....옴진드기의 짝짓기는 살갗 물침대에서 곧바로 이루어진다. 짝짓기가 끝난 후에 암컷은 다리에 붙어 있는 흡착기와 날카로운 다리, 그리고 턱을 이용해 당신 피부 맨 바깥층으로 흔들흔들 기어 다닌다....암컷 모낭진드기는 모낭 하나에 25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눈썹 하나를 뽑아서 현미경 아래에 놓고 보라. 당신의 모낭에서 배불리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 무리의 진드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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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식성인 이놈들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온갖 것을 다 집어 삼킨다. 우리가 먹는 것이라면 바퀴벌레도 죄다 먹는다. 어디 그 뿐이랴. 다른 바퀴벌레(죽었거나 살았거나), 사람(역시 죽었거나 살았거나), 똥(자기 똥이거나 다른 동물의 똥이거나), 풀, 머리카락, 콘크리트 조각도 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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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만 소개해도 충분하다. 물론 이 책에는 몬도가네를 능가하는 정보들이 가득하지만, 그것들을 복기하는 것도 고통스럽기에 이쯤에서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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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 책의 부제는 [가정용 곤충에 대한 은밀한 에세이_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다. 가.정.용. 나는 이 대목에서 격하게 좌절했고, 그렇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알아야 하니까. 니들이 누군지.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곤충들이 언제부터 가정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버젓이 우리 집에 발을 들여 놓았는지 혹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물론 내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저자는 실실 웃으면서 " We are not alone"이라는 변태같은 위로를 보낸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혼자이고 싶다. 죽도록 외롭더라도. 적어도 네 녀석들하고 온기를 나누고, 피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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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에 소개된 곤충들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온전히 내 기준에서 해충이고 침입자이지 그들이 생태계에 존재하는 이유가, 알고 싶지는 않지만, 있을 것이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장혜진의 노래처럼, 마주치지 말자.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뭐 이렇게 기도할 뿐이다. 정말이다. 니들도 고생이 많다만 그 고생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구나, 그러니 제발, 참말로 마주치지 말자! <br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80/22/cover150/899036987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369878</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우리가 언제, 우리가 정말. - [대설주의보]</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685099</link><pubDate>Fri, 01 Apr 2011 13: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6850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33&TPaperId=468509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51/63/coveroff/89546106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33&TPaperId=46850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대설주의보</a><br/>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03월<br/></td></tr></table><br/>윤대녕의 &lt;대설주의보&gt;를 읽는 봄이다. 몇일 전 아프다는 핑계로 휴가를 내고 서점에 들렀다. 여느 때와 다르게 윤대녕의 소설이 꽂혀있는 언저리에서 소변이 마려운 것&#160;처럼 초조해졌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160;그리고 책을 집었다. 어떤 이유로 저자의&#160;서명이 들어간 책이 서가에 꽂혀있는지 모르겠지만. 2010, 봄, 윤대녕,&#160;붉은 인영印影이&#160;책장, 거기에 있었다.&#160;툭툭 털면&#160;철 지난&#160;봄이 소리없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지나칠 수 없었다.&#160;만나야 할 것들은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댓가로&#160;오래 막막해야 한다.&#160;&#160;&#160;&#160;&#160;&#160; 그런데 정녕 우리가 언제, 우리가 정말,&#160;결이 다른 공기를&#160;알아차리고&#160;그 어쩔 수 없음에&#160;불안하고 주춤했던가. 대답할 수 없는 나는 얼마의 돈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lt;대설주의보&gt;를 읽는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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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단편에&#160;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녀가 수연으로 불리건 수경으로 불리건, 그가 윤수로 불리건 연수로 불리건, 어떤 추억을 지니고 있건 상관없이 동일한 인물처럼 느껴졌다. 상황도 다르고 인물도 다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뭐랄까 결핍이라면 결핍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고, 절름발이라면 절름발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고, 죄의식이라면 또 죄의식이라고 불릴 수 있을 그것들이 모두 다 한 곳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160;빠르지 않게 가끔 쉬어가면서 한 곳으로.&#160;그 흐름에 올라타&#160;말문이 막히게&#160;하는 것들을&#160;우연이라 해야 하는지,&#160;흉터가 흉터를 알아보는 순간이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160;&#160;&#160;&#160;&#160;&#160; 그런데 정녕 우리가 언제, 우리가 정말, 찰나이지만 말문이 막혔던 순간들을 인정하고 속임수일지도 모르는 무엇을 믿어보기는 했을까.&#160;대답할 수 없는 나는 네 번째 단편으로 실린 &lt;꿈은 사라지고의 역사&gt;의 한 대목을 그저 옮겨 적는다.&#160;이어 카페에 딸려 있는 다락방에서 그녀와 나는 도둑질하듯 사랑을 나눴다.(p.133)&#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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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처음을 여는 단편&lt;보리&gt;의 주인공 수경은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가난하기 때문이에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무섭기 때문에(p.25) 가끔이라도 매달려 울 수 있는 태산 같은 남자가 필요해요(p.25)&#160;라고 말한다. 가끔이라도. 그래, 다른 건 모르겠는데, 가끔이라도,라는 말,&#160;그말은 절박하다는 말을 에돌아가기도 한다. 성미정시인은 가끔 불어온다는 모자를 벗기는 바람,이라는 것이 있다고 그녀의 시에 썼는데, 그 바람은 가끔&#160;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모자를 벗고 싶은 날에 꼭 불어와야만 했던 바람이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살다보니 덤으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게&#160;매달려 운다고 무엇이&#160;해결되는 것은 아니다.&#160;그렇지만&#160;그 가끔이&#160;공활한 날들을 내처 걸어가게&#160;할 수는 있다. 모두 다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160;&#160;&#160;&#160;&#160;&#160; 그런데 정녕 우리가 언제, 우리가 정말, 서로에게 가끔이라도 매달려 울 수&#160;있는 태산이 되어 주었던가. 대답할 수 없는 나는 &lt;보리&gt;의 한 대목을 그저 옮겨 적는다. 그게 누구든 과일과 칼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되리라. (p.18)&#160;&#160;&#160;&#160;&#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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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들은 아득할 때가 있다. 그리 오래 된 기억도 아닌데 말이다.&#160;바람을 맞아, 비에 젖어, 눈에 쌓여 그렇게 아득해졌을 것이다. 그리고&#160;그렇게 서둘러&#160;희미해지는 것들을 부러 붙들 필요는 없다.&#160;&#160;&#160;&#160;&#160;&#160; 그런데 정녕&#160;우리가 언제, 우리가 정말&#160;하염없이 눈 내리던 그 밤들에 서로가 서로에게&#160;기쁘고 아프게&#160;상춘곡을 불러주기는 했었던가.&#160;대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저 이 모든&#160;헛생각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쓰고 있는 까닭은,&#160;봄밤이고, 윤대녕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160;<br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51/63/cover150/8954610633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0633</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여전히 진행 중인 찬란한 수난 - [도스또예프스끼 평전]</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667801</link><pubDate>Sat, 26 Mar 2011 14: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6678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0839&TPaperId=4667801"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73/90/coveroff/8932910839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0839&TPaperId=46678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스또예프스끼 평전</a><br/>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01월<br/></td></tr></table><br/>작가와 독자도 나름의 '궁합' 혹은 만나야 할 '때'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다수의 독자에게 지지를 받지만 내게는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책들도 있었고, 나는 좋았는데 주위의 반응이 썰렁했던 경험도 있었다. 또한 그 책을 읽은 시기에 따라 이해나 감동이 달랐던 적도 있었다. 특히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종종 그랬던 것 같다. 아마, 작가가 속한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번역이 주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여튼 도스또예프스키가 그런 작가였던 것 같다. 그의 위상을 어느 대목에서 느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는, 어느 대목에서 박수 쳐야 하는 지 잘 모르겠는, 계속 어리둥절하게 만들거나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작가. 그런 작가의 평전을 읽는 일은 그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좀 더 힘들었다. 물론 어느 부분은 그에게 씌운 선입견을 걷어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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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작가 도스또예프스키와 인간 도스또예프스끼를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말에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이 문제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철저히 고민하고 대답해야 할 대목이겠지만, 개인적인 선호를 넘어 사회적으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경우 그 둘을 분리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물론, 나의 이런 잣대는 절대로 객관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친일의 흔적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내가 좋으니까, 그런 것들을 슬쩍 무시하고 '작품'을 좋아하는 건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자기 변명을 하기도 했다. 화가의 경우는 더 많고. 그런데 유독 도스또예프스키에게 왜 이런 촘촘한 자를 들이댔었는가. 그것은 작품에서 작가와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인 성향을, 혹은 그의 좀 덜 떨어진 행동들을 부러 끄집어내서 내 비판을 합리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못났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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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E.H.카의 &lt;도스또예프스키 평전&gt;중 19장 '시사평론가로서의 도스또예프스키' 는 그의 정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어 특별한 부분이었다. 그의 &lt;작가 일기&gt;를 읽어 본 적은 없지만, 러시아 문학을 부분적으로 소개한 박노자의 글이나 다른 평론가들의 인용구를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이 부분에서 좀 더 보충할 수 있어서 유용했다. 1877년 4월 &lt;작가 일기&gt;에 도스또예프스키가 쓴 글의 일부 구절들을 옮겨보면 이렇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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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 우리는 터키인들에게 억압받고 있는 우리의 형제 슬라브족들을 위해서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무력한 부패와 정신적 질식 속으로 몰아는 공기를 말갛게 씻을 것이다. <br />
사회가 불건전하고 병들었다면 지속적인 평화라는 훌륭한 것도 사회에 혜택이긴커녕 오히려 해로운 것이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유럽의 역사에서 한 세대라도 전쟁을 겪지 않고 지나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전쟁은 분명히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며 건강을 주는 것이고 인간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p.326) <br />
<br />
정보를 장악하는 사람이 권력도 장악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는데, 러시아 문학을 특히 도스또예프스키의 문학을 소개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이 &lt;작가 일기&gt;와 같은 저널의 소개는 왜 슬쩍 뒤로 미루어 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밥벌이는 늘 고달프기 때문에,라고 이해하자니 입이 쓰다. 여튼 카의 말대로 러시아에서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작가의 이런 정치적 성향은 고스란히 그의 종교적인 성향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다. 여기서 그의 종교관이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의 모든 소설에 종교적 수난과 회심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튼 주전론을 말할 수 있는 작가라면 종교의 영역에 있어서도 정통주의에 가까웠으리라 추측할 수 있겠다. 유독 수난과 회심을 강조하는 그 마음도 좀 알겠고.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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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와 E.H.카의 &lt;도스또예프스키 평전&gt;은 일방적인 상찬도 아니고, 일방적인 비아냥도 찾기 힘든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책이다. 또한 책의 구성 중 3,4부가 인상적이었는데, 많은 부분 작가의 작품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사고의 틀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작가를 갑자기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곡해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lt;죄와 벌&gt;의 경우 나는 도통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엄청나게 논리적이고 치밀한 주인공이 범죄 행위를 저지른 후 갑자기 벼락맞듯이 회심하는 과정은, 아주 버릇없고 거칠게 표현하면 작가의 정신세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카는 이렇게 적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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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꼴리니프로부터, 그를 둘러싼 후광과 그의 무모성과 그의 일관성 없음과, 그의 애타적 충동을 떼어 보라. 그러면 거기에 개인주의적 자기만족을 궁극의 선으로 설교하는 완벽한 쾌락주의가 드러난다. (P.236) <br />
<br />
인간에게 일관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냐고, 늘 주절거리면서도 막상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 앞에서 신경질을 내는 꼴이니, 나야 말로 내가 주장하는 일관성 없는 인간을 대표하는 격이다. 본인이 믿는 것을 실천까지 하는 놀라운 재주다. <br />
그럼에도 도스또예프스키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분명 놀라운 구석이 있다. 아마 그를 위대한 작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이 지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비슷한 맥락의 글을 이문열에게서도 읽은 적이 있다.(물론 이문열씨가 도스또예프스키를&#160;높이&#160;평가하는 맥락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160;또한 불합리하고 불가해한 세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예언자적인 그의 통찰은 당연히 신의 존재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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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는 도스또예프스키의 전제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의 결론은 거부한다. 그의 종교에 따르면 그는 구질서에 속해 있고, 그의 심리학을 따르자면 그는 새로운 질서에 속해 있다.....그는, 그의 신관과 떨어진 그의 인간관이 불가피하게도 오늘날 함몰되고 있는 도덕적 무정부 상태.불모성.비관주의로 인간을 몰고 가게 된다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역사적 책임은 남는다. 도스또예프스키는 대중을 벼랑 끄트머리로 안내하고는 그들이 가파른 파탄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쯤 썩은 낡은 재목으로 엉성한 울타리를 친 사람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p.383)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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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는 작가의 신학이 낡은 것이 되었을 때, 그의 작품의 진정한 비중이 드러날 것이라고 썼는데, 이 알쏭달쏭한 말에서 오히려 나는 도스또예프스키의 문학을 어떻게 다시 읽어야 하는지 감을 잡은 셈이다. 작가와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가질 수 있을 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다시 한 번 그의 작품을 읽어 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꽂이에서 맥없이 잠자고 있는 &lt;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gt;을 다시 쳐다보며 '죄와 고통'에 관한 그의 '신학'을 잘근잘근 음미하는 한 주가 될 것이다. 이 또한 내게는 찬란한 수난이 될 터. <br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73/90/cover150/8932910839_3.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0839</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시작과 끝을 고민하지 않는 소설 - [어쩌면 다음 생에 - 개정판]</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637836</link><pubDate>Wed, 16 Mar 2011 17: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6378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533&TPaperId=463783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34/98/coveroff/89374825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533&TPaperId=46378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쩌면 다음 생에 - 개정판</a><br/>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9년 02월<br/></td></tr></table><br/>작가의 고충을 몰라서라기 보다, 실은 모르지만,&#160;여튼 아무렇게나 내 마음대로&#160;상상하고 싶을 때가 있다.&#160;&#160;&#160;&#160; 이 작가는 그저 볕이 잘 드는 공원, 오래된 의자에 무심하게 앉아 술술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작가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이 농축된 그러나 일관적이지 않은 어떤 감정들이 이미 존재하고, 그런 감정 덩어리를&#160;만든 부조리한 사건들을 이미&#160;경험했을 것이고,&#160;그 사건들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나약함에 상응하는 괴물을 만났을 것이다. 그다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쓰고, 스스로 혹은 타인을 통해 절망하고, 그럼에도 잠시 의기양양해져서 거듭 쓰기를 반복하지 않았을까.&#160;&#160;&#160;&#160;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을 읽으며 나는 잠시 그런 공상에 젖었다. 물론 맥락은 없지만 그런 공상에는 작가의 작품을 영화로 한&#160;&lt;태양은 가득히_Plein Soleil,1960&gt;가 있었고, 거의 동시에 알랭드롱의 눈빛과 푸른 지중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으로 돌아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lt;어쩌면 다음생에_Not in this Life, Maybe the Next&gt;는 열한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160;단편들을 읽다보면 그녀의 작품에는 사르트르나 까뮈 또는 포크너의&#160;그림자들이 아지랭이처럼 어른거린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선함에 대한, 합리성에 대한 조롱들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160;&#160;&#160;&#160; 따라서&#160;어떤 독자에게는&#160;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부조리한 그리고 앞으로도 쭉- 부조리할 가능성이 농후한&#160;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일일까.&#160;어이없고 분노하지만&#160;견디고, 미화하고, 이해시키고, 희망하는&#160;일로 일관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조롱하고, 대들고, 버티고, 때로는 펀치를 날리는 것이 최소한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받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160;&#160;&#160;&#160; 아니다. 선택을 하라면 후자로 하겠다. 물론 내 경우에는 말이다.&#160;&#160;&#160;
열한 편의 단편 중&lt;단추&gt;,&lt;우연한 특종&gt;,&lt;애완동물 공동묘지&gt;,&lt;어쩌면 다음생에&gt;,&lt;나는 남들만큼 유능하지 못해&gt;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160;&#160;&#160;&#160; &lt;단추&gt;라는 작품은&#160;행복했던&#160;부부에게 다운증후군인 아들이 태어나고, 그 후 아내는 온전히 아들에게 헌신적인 삶을 살지만 남편은 자신의 불합리한 운명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160;어느 밤 주인공은 자신의 아들과 신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의&#160;한 사내를 살해하고, 사내의 옷을 여미던 단추 하나를 전리품처럼 뜯어온다. 이후 주인공은 아들을 힐끔거리고 수근대는&#160;사람들과 마주할 때 그 단추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160;불편한 현실을 견딘다. 이러한 주인공의 어처구니없는 행동, 살인은&#160;분명&#160;잘못된 것이고,&#160;현실이라면 마땅히 댓가를 치뤄야 할 행동이다. 그렇지만&#160;거기에 이르기까지의 분노와 절망에 대해서라면 나는 오히려 부인의 행동보다 남편의 행동이 훨씬 쉽게 이해되었다.&#160;&#160;&#160;&#160; &lt;애완동물 공동묘지&gt;는&#160;죽은 애완동물을 박제로 만들어 정원에 두는 아내, 그 으스스한 취향을&#160;강요당하던&#160;남편이 어느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취향이었던 사랑했던 옛 애인의 모습을&#160;한 마네킹을 정원에 들여놓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 행동으로 부부는 파국을 맞지만&#160;취향을 강제하는 아내에게 고스란히 자신의 취향을 돌려주는&#160;발랄한(?) 복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160;작가의 얄밉지만 정당한 비아냥이 잘 들어난다.&#160;&#160;&#160;&#160; &lt;나는 남들만큼 유능하지 못해&gt;는&#160;현대인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강박적인 집착을 매우 건조하게 그러나 재치있게 풀어낸&#160;단편이었다. 읽는 내내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160;머쓱하고&#160;서글펐다.&#160;끊임없이 비교당하거나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그렇기에&#160;덤으로 우울하고 불행해지는 삶을 한 남자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잘 조명하고 있다.&#160;시작은&#160;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이웃남자의 행동들을&#160;관찰한 주인공이&#160;자신은&#160;창틀의 페인트칠 하나도&#160;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일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참으로 서늘하다.&#160;
책은 시작과 끝을 고민한 흔적이 없다. 그것은 작가가 정녕 고민없이&#160;꾸역꾸역 밀어넣었던&#160;무엇인가를 배설함으로써 혼자만의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니다. 실존으로서의 인간의 모습들을&#160;가감없이 드러냄으로써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음에&#160;대한 이야기를&#160;하는 굉장한 용기이자 노력이라고도&#160;볼 수 있다.&#160;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의도하지 않는 자세,&#160;인위적으로 지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해피앤드를 끌어내지 않는 진중함, 이것이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요&#160;통감이지 아닐까 싶다.&#160;&#160;&#160;&#160; 그래서인지 시작과 끝을 고민한 흔적이 없는 작가의 글이 더 아프고 쓸쓸하다.&#160;&#160;&#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34/98/cover150/8937482533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2533</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모든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로써 - [왜 도덕인가?]</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373525</link><pubDate>Sun, 26 Dec 2010 23: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3735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7527750&TPaperId=437352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789/11/coveroff/894752775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7527750&TPaperId=43735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왜 도덕인가?</a><br/>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br/></td></tr></table><br/>지하철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혹은 들고 있는 사람을 무려 다섯 명이나 보았다. 석 달 정도의 기간이었으니, 적지 않은 수,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체감하는 현장이었다. 어쩌면 역차별은 그렇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다는 것 혹은 관심을 갖는 것, 어딘지 꺼림칙했다.&#160;여튼 저자의 책,&#160;&lt;왜 도덕인가?&gt;는 그렇게 역차별을 감수하며 내 손에 있었다.&#160;&#160;
마이클&#160;샌댈은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주의 철학자로 분류되곤 하지만 그가 공동체주의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폐쇄적인 공동체의 경우 공동체 자체에서 정의의 원칙을 찾는다면 그것을 정의라 말하기 힘든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160;물론 전통도 그러하겠다. 그렇지만&#160;내가 저자가 말하는 도덕적 가치나 선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160;뿐만 아니라&#160;공동체라는 개념 역시 아직은 낯설다. 여전히 묻고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160;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더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잘 알려진 것처럼 그와 다른 입장에 서있는 롤스의 이론들을 조목조목 비교하고 분석하는 그의 태도는 올바름을 기반으로 한 공정함이 엿보였다. 왜 도덕인가,를 논하는 그의 목소리에 설득력이 실리는 자세였다.&#160;
정치는 혹은 정부는 국민들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권력은 쉽게 선을 넘기도 하는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160;민주주의 제도는&#160;진화해 왔다. 또한&#160;제도의 진화에는 중요한 가정이 필요할 것인데,&#160;그것이 바로 '도덕'일 것이다. 예를 들어&#160;정부가 세금을&#160;받아&#160;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160;기업이라고&#160;스스로를 규정하고 오로지 서비스만을 제공한다면 도덕적 기능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160;현실적인 효과분석만 존재할&#160;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런 정부와 이런 체제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160;대부분의 국민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160;그럼에도 한국의 현실은 CEO를 수장으로 둔 시절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참고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은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말 그대로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악수(惡手)가 바로 한국의 현실인 셈이다.
" 통치와 상업주의가 지나치게 뒤섞이는 현상은 우려의 수준이다.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 정부 관리들은 대중문화와 광고, 오락 등을 이용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이려 애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처럼 위장된 권위가 실패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확실하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하지만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올바르게 시행된 정치는,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올바른지 판단한 후 그 욕구를 수정하도록 이끈다. 고객과 달리 국민은 때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와 상업의 차이점이며 애국심과 브랜드 충성도의 차이이다."&#160;
저자의 말처럼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판단하고 수정하는&#160;것은 매우 중요한&#160;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자유의지를&#160;바탕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의지는 반드시 정치를, 정부를, 모든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을 수반해야 한다.&#160;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의지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해석의 틀, 자유의지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수 있는 해석의 틀이 '도덕'일 것이다. 이 책이 혹은 마이클 샌델이 뜨거운 까닭이&#160;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곧 '도덕'이 필요한 시절이 오고 있기에.]]></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789/11/cover150/8947527750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7527750</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 [모래의 여자]</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172306</link><pubDate>Wed, 06 Oct 2010 11: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172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556&TPaperId=417230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0/42/coveroff/893746055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556&TPaperId=4172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래의 여자</a><br/>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br/></td></tr></table><br/>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160;&#160;<br />
이 책 첫 페이지, 첫 문장이다.&#160;글을 써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혹은 글이라는 것을 쓰려고 안간힘을&#160;써본 사람이라면&#160;짐작할 수 있는 광폭의 공포가 있다면, 단연 그것은 글의 첫 문장이다. 그것은 우연이 흘러나올 수도 있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글의 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lt;모래의 여자&gt;는&#160;첫 문장으로 이미&#160;손색이 없거나, 혹은 독자의 기대와 어긋나있다.&#160;&#160;
행방불명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비밀스럽게 휴가를 떠난 남자는 해안가 사구에 이른다.&#160;&#160;<br />
모래땅에 살고 있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한 욕망이 그를 그곳으로 이끈다. 비옥한 땅을 포기하거나 혹은 그곳으로부터 밀려나 모래라는&#160;척박한 환경에&#160;적응한 특이한 아웃사이더 곤충을 찾아내는 것이 이번 휴가의 목적이다. 아웃사이더 곤충 중에서도 그가 선택한 곤충은 [좀길앞잡이]이다.&#160;&#160;
그러나 그가 만난 좀길앞잡이는 곤충이 아니라, 노인이었다. 노인은 그에게 친절하게도&#160;길을 안내한다. 모래 구멍 속으로. 그리고 거기에는 기이한 여자가 있다.&#160;그럴듯한 저주에 걸린 사람처럼&#160;반복적으로 모래를 치우는 여자가 거기에 있다.&#160;&#160;&#160;
모래 구멍 속에서, 좀 더 번듯한 삶의 이유를 찾고 싶었던 그에게 강요된 것은 철저히 무의미한 노동이었다. 이해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방식의 노동은 그에게 탈출할 의지를 북돋지만 탈출은 쉽지않다.&#160;불가능하다. 죽음이 아니고서는.
그곳이 어디이든 망루가 있고, 빅브라더가 존재하는 세상을 탈출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같은 소시민, 아니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모래의 유동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정착하는 삶에 의문을 던졌던 그가 유동하는 모래속에 또 다시 정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답답함을 넘어 괴기스럽다. 그러나, 그 괴기스러움이 현실을 지탱하는 힘이다. 다시말해 부조리가 실존이다.&#160;또한,&#160;실존을 벗어나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배트맨이 지켜낼 수 있는 고담시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모래속에 갇힌 그를 구할 수 있는 배트맨, [절대선]은 존재하지 않는다.&#160;또한 그렇게 도드라진 조커, [절대악]도 쉽게&#160;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를 가둔 주민들은 그에게 담배도, 물도, 술도, 여자도 내어준다.&#160;&#160;그럼에도 모래는, 그리고 그곳의 주민들은 그를 가둔다.&#160;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160;번도&#160;만난 적 없는 [당신]들을 향해 끊임없이 발톱을 세우는 고만고만한 조커이기&#160;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배트맨과 같은 존재를 기대하고&#160;응원하지만, 우리는&#160;우리 손으로 배트맨을 죽일 것이다. 그것이 실존이고 인간이다.
글의 결말에서 어떤 희망도 읽기 힘들다.&#160;당연한 일이다. 모래의 여자, 모래의 남자는 모두 우리다. 따라서, 문제는 적이 아니라 체제다.&#160;더 나아가&#160;자신이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0/42/cover150/8937460556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556</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우리 모두가 천만 명의 트루히요야 -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4156167</link><pubDate>Thu, 30 Sep 2010 15: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41561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11X&TPaperId=415616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98/49/coveroff/895460711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11X&TPaperId=41561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a><br/>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01월<br/></td></tr></table><br/>겁도 없이 와장창! 깨진 유리창이 고속카메라를&#160;돌리자 다시 창틀에 끼워지는 장면을&#160;본 적이 있다.&#160;그리고 유리 조각들이&#160;창이 있었던 공간으로&#160;빨려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적잖은 위로를 받곤 했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아직은&#160;발견하지 못했지만, [고칠&#160;수 있어_리플레이]같은 버튼이 존재할 것만 같아서였다. 물론,&#160;[고칠 수 있어_리플레이] 버튼이&#160;언제&#160;내 앞에 나타날지, 죽은 뒤에도 나타나지 않을지, 모든 것이 그저 나의 환각인지&#160;알 수 없지만 말이다.&#160;&#160;&#160;
데 레온 가족 -오스카, 롤라, 벨리시아, 아벨라르, 재클린, 아스트리드, 라 잉카-의 삶, 옴짝달싹하면 끝장나고, 옴짝달싹안해도 끝장나는 삶을 넘겨다 보며,&#160;나는 계속해서 [고칠 수 있어_리플레이] 버튼을 찾고 있었다. 그들의 어느 시절,&#160;그날의 어느&#160;현장에&#160;짜잔~하고 나타나서, 그들의 황당한 얼굴에 웃음으로 답하며&#160;리플레이 버튼을&#160;눌러 주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롤라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천만 명의 트루히요야."&#160;
롤라가 말했다. 우리 모두가 천만 명의 트루히요,라고. 그렇다면 천만 명의 트루히요(이 인간은 어떤 역사학자나 저술가도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궁극적인 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우리의 사우론이자 아론, 다크사이드였고, 과거에도 앞으로도 영원할 독재자였으며, 너무나 기이하고, 너무나 변태인&#160;데다 너무나 무시무시해 SF소설 작가가 지어내려도 지어내기&#160;힘든 인물)가 뭔가 어긋나고&#160;불리해지는 대목마다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세상은 과연 아름다울까. 알 수 없다. 아니, 어떻게든 기가막힌 세상일 것이라는&#160;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니,&#160;어쩌면 완벽한 지.옥!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리.플.레.이! 그것이 어쩌면 데 레온 가족을, 데 레온 가족을 있게 한 또 다른 가족들을, 그 가족들을 있게 한 또 다른 가족의 선조와 선조들의 잠자리들을&#160;염병할 저주, [푸쿠]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닐까.&#160;그러니,&#160;[고칠 수 있어_리플레이] 따위를 꿈꾸는 나는 틀렸고 빌어먹었다. 나 역시 트루히요니까. 이웃을 밀고하고, 비밀경찰이 되어 철봉을 휘두르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나 역시 트루히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저주라고 말하겠지. 난 삶이라고 말하겠다. 삶이라고."&#160;
롤라가 말했다. 어떤 이들이 저주라 말하는 것을 삶이라고. 그래, 그건 삶인지도 모른다.&#160;리플레이!라고 외칠 수 있지만 리플레이 할 수&#160;없는 것, 자신의 선택이건 주어진 것이건 꼼짝없이 살아내야 하는 것,&#160;살아낼 사람은 꼭 살아내야 하고,&#160;또 다음을 살아낼 사람도 살아내야 하는 것, 그것을 저주가 아니라&#160;삶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옳다. 벨리시아가 사탕수수밭에서 죽도록 구타당했지만 죽지않고 디아스포라가 되었던 것은&#160;롤라와 오스카가 태어나기 위해서라는 것, 그렇게 태어난 롤라와 오스카는 죽도록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또 그렇게 꼼짝할 수 없었다는 것, 그리고 오스카의 짧고 놀라운 삶이 또 그렇게 사탕수수밭에서 끝장났지만&#160;그 꼴을 다 보고도 남은 사람들은 살아내야 한다는 것, 어떤 이들은 그것을 저주라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삶이었다. 피가 흐르고 갈비뼈가 부러져도 살아내야 하는 것, 리플레이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 그런 것 따위를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것, 그래서 그것은 삶이었다. 따라서,&#160;
&lt;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gt;은 천재적인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니다, 오히려 동감할 지도 모르겠다,&#160;그저 한 권의 소설이 아니다. 인쇄된 활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뜨겁고, 가공된 이야기라 하기에는 인정하기 싫지만 너무 흔하다. 저주는 도처에 널려있고,&#160;그것이 삶이라면, 널려있는 저주 만큼의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160;그러니 이는 그저 소설일 수 없다.&#160;찌질하거나, 분노하거나, 아름답거나, 뚱보이거나 한 누군가의 삶이다. 그렇지만, 또 한 편 &lt;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gt;은 한 권의 놀라운 소설이다. 나는 그것을 책의 마지막에서 엿본다. 그것은,&#160;&#160;
"그는 이렇게 썼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군! 젠장!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걸! 이 아름다움을!"&#160;
오스카가 말했다. 이토록 아름답다고. 삶이 젠장! 이토록 아름답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의 찌질이 오스카는 삶을 놓았다. 사탕수수밭에서. 카리브해 열대에 위치한 달콤한 사탕수수밭에서.&#160;삶으로부터 파이어!
이쯤되면 이것은 그저 소설이 아닌 소설이다. 꾀지지한 수도꼭지에서 철철 나오는 물처럼 놀랍고&#160;능청맞은 소설이다.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소설이다. 오스카이도 한, 롤라이기도 한, 벨리시아이기도 한, 아벨라르이기도 한 독자들을 뜨끔거리게 하고, 웃게 하고, 결국 울리는.&#160;그러니, &#160;
나는 이렇게 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군!&#160;젠장!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다니. 이토록 얄미운 소설을! 이 얄미움을!&#160;
&#160;
&#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98/49/cover150/895460711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711X</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낭만적 태양이 뜨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네. - [테스 1]</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965316</link><pubDate>Wed, 28 Jul 2010 00: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9653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052&TPaperId=396531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64/56/coveroff/89374620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052&TPaperId=39653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테스 1</a><br/>토머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9년 04월<br/></td></tr></table><br/>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160;에너지를 측정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실험실 안에 낭만적 사랑에 감염된 두 남녀를 몰아넣고&#160;현실적으로 이용가능한 장치를&#160;모조리 사용해, 그들의 육체와 정신이 뿜어내는&#160;기이한 기운들을 납득가능한 무엇인가로 치환해서 읽고 싶었다.&#160;물론, 이런 결심이 자다가 일어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이 어리석고 기괴한 실험을 하고야 말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을 때는, 매번 누군가, 친구건, 선배건, 후배건,&#160;내가 권장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말리기까지 한 연애로부터&#160;고통받고, 그 고통을 나와 함께, 유독 나와 함께&#160;나누려고 할&#160;때,였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마다&#160;나는 귀찮음을&#160;넘어 매번 분노에 가까운&#160;감정을 경험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160;사랑따위가 실제하느냐?&#160;실제하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얼마나 대단하냐? 그것이&#160;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160;정도로 막강한 에너지냐? 4천만의 사랑&#160;에너지로 원자력 발전소 하나는 갈아치울 수 있냐? 뭐, 이런 비아냥거리는 물음을 달고 살았었다.&#160;&#160;
그렇지만, 고백하자면, 난들&#160;용가리 통뼈도 아니고,&#160;홍역처럼&#160;무덤까지 따라간다는 그 사랑, 낭만적인 사랑의 기운을&#160;피할 수 있었겠는가. 또 다시 고백하자면, 내앞에서&#160;오만가지 추태를 부렸던 녀석들보다&#160;그 끝이 난들 우아할 수 있었겠는가.&#160;아니다. 나는 할 수 있는 정도와 할 수 없는 정도까지 땡겨와서 철저히, 누구보다도&#160;나를 괴롭혔다.&#160;&#160;
여튼, 이 책의 주인공, 테스, 그녀를 내 무릎에 올려놓고, 나는 낭만적 사랑에 대해 곱씹었다. 그냥 사랑도 아닌 낭만적 사랑!&#160;자,&#160;그럼 그냥 사랑이 아닌 낭만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여러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중에도&#160;으뜸은 [나와 온전히 결합할 수 있는 타자가 이&#160;지구상에 오직 한 사람만&#160;있다]고&#160;전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160;낭만적 사랑은&#160;지구를 탈탈 털어 나오는 단&#160;한 사람과 오직 한 번만 나눌 수 있는&#160;기가찬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오호~ 이런 무자비한 환상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마도 신화려나, 여튼 정확한&#160;근원을 알 수 없으나, 이런 환상이 어떤 바이러스 보다 무섭게&#160;떠돌고 있음은 알 수 있다.&#160;또한, 이런 낭만적 사랑의 결실을 결혼이라고 단정짓는 철딱서니 없음 역시&#160;망령처럼 떠돌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160;&#160;
그러나 이 흠결없는 사랑, 낭만적 사랑을 지향하는 마음은&#160;낭만이라는 단어로는 도무지 연상할 수 없는 무자비함을 &#160;품고 있다. 그것은 평생에 단 한 번 오직 그대여야 한다,는 미명하에 타자의 어떤 결함도 인정하지 않는 옹졸함과 유치함을&#160;부추기기 때문이다. 나는&#160;서로에게, 특히 여성에게&#160;부과되는 순결에 대한 강박이 이 유치함과&#160;맞물린다고 본다. 그러니, 낭만적 사랑을 꿈꾼 클레어가 테스의 고백을 듣고, 그렇게나 싸한 얼굴로 그녀를 떠난 것을 어찌 이해할 수 없겠는가.&#160;그의 유치함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오히려&#160;테스옆에 달라붙어 본인도 죽이고, 그녀도 죽이는 진상을 떨지 않고 일찌감치 짐싸서 떠나는 클레어에게 내심&#160;박수를 치고 싶었다.&#160;1라운드만 하고 끝내는&#160;것, 그것도&#160;쉬운 결정은 아니기에 말이다.&#160;
이제 알렉을 보자. 알렉은 모든 독자에게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다.&#160;갖고 싶은 여인을 강제로 취했고, 어느 정도 애원은 했다고 하지만 방치했고, 뒤늦게 나타나 다시 그녀를 자신의 삶에 끌어들여 테스를 죽음으로 인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알렉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럴 수 있다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고, 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누구나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그것 자체가 열병이고 변덕스럽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인데,&#160;사랑에 자꾸 도덕적인 무엇을&#160;부과하려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책임졌단 말인가.&#160;사랑이 연애로,&#160;연애가 결혼으로, 결혼이 부부를 만든다는 공식은 적어도 19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도식이다.&#160;오히려 그렇게 한 번 뜨거운 마음이 있었다고 나를 온통 책임져 달라고 말하는 것이 염치없는 짓이 아닐까 싶다.&#160;그것이&#160;순결을 거래하게 만드는 일은 아닐까 싶다. 뭔가 그 정도의&#160;희귀한 상품쯤은 내주어야 내가 너를 평생 구제하겠노라. 뭐 이런.&#160;
어쩌다가 이렇게 삐딱한 마음을 다 털어놓는지 나도 모르겠으나, 나는 알렉도, 테스도, 클레어도 모두&#160;이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알렉은 끓어오는 열병으로서의 사랑을 어찌 할 수 없었고, 테스는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클레어가 더 좋은 것 같기는 하고, 클레어는&#160;낭만적&#160;사랑에 드리워진&#160;흠결을 참을 수 없고.&#160;&#160;
물론 작가가 테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사랑만은 아니다. 종교, 사회, 교육, 자본, 노동자 계급에 대해 조목조목 건드리면서 끊임없이 아젠다를 던져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끊임없이 테스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는 이유는 정녕 모르겠다. 아름다움이 무슨 희귀한 병도 아닌데, 그것이 비극을 이끌어낸 단초나 되는 것처럼 집요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안쓰럽기 까지&#160;했다. 21세기, 적어도 내가 사는 세상은 순결에 대한 강박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더 심한 시절이다. 그런데 이런 고전, 지푸라기를 뒤집어 쓰고도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다고 노래하는 이 책, 아~ 이 책을 어쩌란 말이냐. 나는 무엇보다 테스의 아름다움이 목놓아 싫었노라고. 심지어 그 부모보다 싫었노라고 외치고 싶다. 아름다운 것은 이미 지상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불량스러운 암시.&#160;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천수를 누릴&#160;것 같은 나의 삶은,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64/56/cover150/893746205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052</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책 읽는 것 지겹지 않아? - [거미여인의 키스]</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782954</link><pubDate>Tue, 01 Jun 2010 17: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7829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78&TPaperId=378295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3/69/coveroff/89374603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78&TPaperId=37829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거미여인의 키스</a><br/>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06월<br/></td></tr></table><br/>낯선 언어와 만나면 몸이 먼저 긴장한다. 종종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여행지에서 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가 되곤 했다. 그렇게 낯선 언어는 나의 자존감쯤은 우습게 깔아뭉겠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주는 희열도 있었다. 타국의 언어를 감각으로 읽어내는 즐거움, 언어와 감각이 내밀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알아채는 희열. 그렇지만,&#160;희열의 순간은 짧고, 긴장과 무기력은 길었다.&#160;마누엘 푸익의 언어도 내게는 그랬다.&#160;
그렇지만, 작가의 언어가 낯설었다는 주장은 위증일 수 있다.&#160;영화 이야기를&#160;들려주는 몰리나에게 나 역시&#160;귀를 쫑긋 세웠고,&#160;영화 이야기 중간중간 자신의 욕망을 재배치 하는 몰리나의 순진함에 깔깔거렸으니 말이다.&#160;덧붙여 영화 속 주인공의 복장을 설명하는 부분들, 예를 들면 " 쟁반에 유방을&#160;담아 갖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드레스 말이야"&#160;와 같은&#160;대목에서는 박장대소했다. 튜브 드레스를 이렇게 재미있게&#160;표현할 수 도 있구나 싶었다. 또는 "받을&#160;줄 모르는 사람은 ....구두쇠야. 그런 사람은&#160;자기 것을 주는 것도 싫어하거든"이라는 구절에서는 뜨끔을 넘어 화끈거렸다.&#160;&#160;
또한 소설의&#160;구조를 들여다 보면, 고립된 장소,&#160;억압당하는 신분, 암울한 시대 상황, 그리고 비연속적인&#160;요소들(등장한 영화들)이 중심&#160;인물과 시간의 전개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삶의 문제들과 관계를 맺는 구조는, 거미줄처럼 유연하고&#160;탄탄했다. 그러니까, 독서가 좀 심드렁했어요, 뭐 이렇게&#160;풀 죽은 척 하는&#160;것은 거짓이다. 차라리, 거미여인의 거미줄에 아뿔싸! 붙들렸는데, 왜 제가 거미여인의 먹이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도가 솔직한 심정이리라.&#160;&#160;
솔직해 졌으니,&#160;좀 더&#160;이야기 하면, 나는&#160;몰리나의 성적 취향에는&#160;관심이 없었다. 전문적 지식은 아니더라도, 책에 언급된 몇 몇 정신 분석학자의 글도 이미 읽었고, 퀴어와 관련한 소설이나 영화도 여러 번 접했던 터라, 놀랄 것도 대단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몰리나가 [여성적인 것]이라 말하는 것들과 발렌틴이 [해방]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더 마음이 쓰였다.&#160;특히, 발렌틴 스스로 사회주의자요, 해방을 논하지만,&#160;몰리나의 욕망이나 몰리나가 소개하는 대중문화를 억압하는 부분은 답답했다.&#160;작품이 주는 답답함이 아니라, 실존이 주는 답답함이다. 더 나아가 그런 발렌틴의 의식이&#160;몰리나의&#160;헌신적인 태도(사랑이라고 쓰려니 좀 그렇다)에&#160;의해 바뀌는 모습도 못마땅했다. 작품이&#160;어깃장을 놓는 게 아니라, 헌신이나 희생으로 깨닫는 그 무엇, 요즘 표현으로 꽃이 지니까 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그런 고백들이 오버랩 되어서 못마땅했다. &#160;&#160;
결국, 책을 읽는 시절에 부아가 돋는데, 눈흘김은 책에 보낸 셈이다. 사람 덜 된 것은 뭘 해도 이모양이다. 기약없지만, 시절이 좋아지면 다시 한 번 읽을 예정이다. 배배 꼬인 심사가 풀어지면 말이다. 
&#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3/69/cover150/893746037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78</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무모해! 무모하다 못해 절박해! - [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637600</link><pubDate>Fri, 16 Apr 2010 15: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6376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TPaperId=363760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646/75/coveroff/89320200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TPaperId=36376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a><br/>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02월<br/></td></tr></table><br/>무모해! 무모하다 못해 절박해!, 절박해! 절박하다 못해 사악해!&#160;&#160;
덕분에 마무리한 소설 한 편을 말끔히 그리고 깨끗이 지워 버렸다.&#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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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160;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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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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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646/75/cover150/8932020000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0000</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멜랑꼴리가 쳐들어 온다. - [첫 맥주 한 모금]</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409294</link><pubDate>Wed, 10 Feb 2010 16: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4092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262599&TPaperId=340929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4/24/coveroff/89852625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262599&TPaperId=34092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첫 맥주 한 모금</a><br/>필립 들레름 지음, 정택영 그림, 김정란 옮김 / 장락 / 1999년 12월<br/></td></tr></table><br/>급할 것 하나 없는 책을 너무 빨리 해치워버렸다. 습관처럼 게걸스럽게 활자에 들러붙어 단어와 단어 사이의 간격을 무시하는 나는, 오히려 천천히 연필을 놀리며 나아가는 들레름의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책을 덮는 순간, 철 지난 놀이공원에 흘려놓은&#160;내&#160;추억들은 느린 멜로디에 맞춰 빙빙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br />
멈춰야 한다. 그것들을 더듬기 위해서라면. 지금 나는 멈춰야만 한다. <br />
<br />
언제부터였을까? 감각의 사냥을 포기해 버리고 되려 느림을 따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 <br />
풍경을 음미하고, 사물의 냄새에서 빛깔에서 사실 그 이상의 것들을 포획할 수 있었던 말랑말랑했던 시절은 도대체 언제 끝나버린 것인지 기억조차 불분명하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들이 던지는 개별의 주파수를 감지해 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160;도시는 뷰파인더로 보는 사람들, 이어폰으로 듣는 사람들, 전광판 밑에서&#160;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반강제적으로 말랑거리는 감각들을 박탈당해 버린 지금, 나는 무엇도 볼 수 없고 어떤 것도 들을 수 없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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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마지막 햇살이 잠들어 있는 얼음처럼 차가운 오디 샤벳,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쪼글쪼글해진 사과향기, 첫 맥주 한 모금의 통쾌함, 물에 젖은 에스파드리유의 축축한 느낌, 성글게 짜인 스웨터의 푸근함을 올곧이 알아채는 일은 삶을 반짝거리게 하는 능력이다. 그것들을 모조리 잃어 버린 이 밤, “멜랑콜리가 쳐들어 온다.”고 쓴 작가처럼, 어디로 끊임없이 내몰리고 달려야만 하는 내 목구멍 깊숙이 오늘 멜랑콜리가 쳐들어 왔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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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작가의 날렵한 문장, 따뜻함이 묻어나는 은유, 달콤한 단어, 문장을 깨끗이 자르는 호흡, 어디서도 훔쳐 본 적 없는 사유에 나는 오랜만에 행간의 틈바귀에서 쉴 수 있었다. <br />
책의 제목이자 소제목의 하나이기도 한 [첫 맥주 한 모금]에서 저자는 “첫 잔은 목구멍을 넘어가기 전에 시작된다………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좋은 기쁨은 이미 맛보아 버렸다는 것을.”이라고 쓰고 있다. 맥주 한 모금이&#160;전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쁨을 통해 삶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가의 관능적인 글쓰기는 너무 많은 질문과 절망으로 끓어오른 머리를&#160;식혀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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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단면을 꼼꼼히 살피는 작가처럼, 나는 태아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아 내 기억의 단면을 찬찬히 살폈다. 비누방울처럼 팡팡 터져 붙잡을 수도 붙잡아서도 안 되는, 이미 맛보아 버린 내 작은 기쁨들. <br />
한 겨울 밤&#160;아버지의 점퍼 속에서 쏟아져 나온 축축한 호빵, 달달한 오뎅국에 데인 입천장, 언니가 그린 만화를 팔아서 모은 500원의 묵직함, 오빠의 자전거에서 나던 소음, 여름날의 소독차가 뿜어낸 연기, 가로등 아래서 만난 아찔한 목련의 그림자, 푸른 담벼락를 등지고&#160;촌스럽게 울어버렸던 첫 키스, 누군가를 기다리던 코스모스 핀 익산역, 수술 후 깨어나 처음 보았던 울어서 엉망이 된 그 남자의 충혈된 눈……….<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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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녹슨 감각기관이 되살아 나는 날에는 잠시 멈출 수 밖에 없다.&#160;오늘, 제대로 멜랑콜리가 쳐들어 온다. <br />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4/24/cover150/8985262599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5262599</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상처와 풍경 - [신궁 분지 강원도달비장수 감비 천불붙이 첫눈]</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391364</link><pubDate>Wed, 03 Feb 2010 14: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3913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62326&TPaperId=3391364"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57/30/coveroff/893646232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62326&TPaperId=33913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궁 분지 강원도달비장수 감비 천불붙이 첫눈</a><br/>천승세.방영웅 외 지음, 최원식 외 엮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5년 07월<br/></td></tr></table><br/>천승세의 &lt;신궁神弓&gt;은 1977년『한국문학』에 실렸던 작품으로 당골례&#160;왕년이의&#160;비색한 운명과 가난한 어민들의 삶을 녹여낸 소설이다. 1970년대 문학을 이야기함에 있어 시대사적 배경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전후 아찔한 속도로 진행되었던 근대화.산업화의 물결은,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부를 선물했을지 모르나,&#160;그 물결에 휩쓸린 모든 사람들을 유토피아로 인도할 수는 없었다. 하여 해체되는 공동체와&#160;편중되는 자본은 대다수 민중들을 변방으로 내몰았고,&#160;그들의 삶을 비극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고통스러운 삶은 예컨데 황석영의 &lt;삼포 가는 길&gt;, 이문구의 &lt;우리 동네&gt;, 천승세의 &lt;신궁&gt;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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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당골례,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던가.&#160;작고한 외할머니가 어린 내 손을 꼭 잡고 찾아가셨던 당집. 초라한&#160;박수의 얼굴도 짠바람에 나부끼던&#160;붉은 깃발도 나는 여태 잊을 수가 없다.&#160;기억이란&#160;때론 필요이상으로 명확하다.&#160;늙은 박수의 해진 동정에서&#160;풍기던 낙엽타던 냄새도, 검버섯 핀 뺨을 연신 훔치던 내 할머니의 모습도 꼭 어제 일처럼 그렇게 선명하다.&#160;어쩌면 나는&#160;시종일관 소설속의 당골례, 왕년이의 모습에서&#160;이가 빠진 퍼즐의&#160;어느 한 부분을&#160;완성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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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160;혹은 나처럼 일정 기간이라도 체류해 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심심치않게 당집을&#160;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집은 인간이 갖는&#160;원초적인 공포를&#160;드러내는 증거물이다.&#160;하여 미신이나 곰팡내나는&#160;관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굿이 인간에게 주는 위무가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어촌에 존재하는 무당은 서울 한 복판에 간판을 내건&#160;이들과는 무늬가&#160;다르다. 적어도 내가 겪고 들은 바에 의하면 말이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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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에 등장하는 왕년이는 호남에서&#160;흔히 볼 수 있는 세습무로 주로 씻김굿을 하는 당골이다.&#160;시어머니가 죽자 대를 이어 장선포에 자리를 잡은&#160;왕년이는 한동안 무녀로서 부족할것 없는 삶을 살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대부업을 하는 판수의&#160;살인적인 금리에&#160;가진 재산을&#160;전부 빼앗기고, 고기잡이 배를 타기 시작한 남편도&#160;송장으로 돌아오면서 왕년이는 굿손을 놓아버린다.&#160;왕년이가 굿손을 놓는다는 것은 단순히&#160;실의에 빠져 하던 일을&#160;멈추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160;마을 사람들의&#160;공동의&#160;소원을 대신 빌어주는 행위가 단절됨을 의미하며, 자본을 가진 한 사람, 판수에 의해 공동체가 와해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1세기 신자유주의 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국제 헤지펀드와 같은 보이지 않는 금융자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70년대를 산 작가는 그것을 미리 내다보았는지도 모르겠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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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에서 왕년이는&#160;남편이 죽고 처음으로 다시&#160;굿판에&#160;선다.&#160;오랜만에 풍어를 기대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그녀는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궁을 들고 바가지를&#160;쓴 판수를 겨냥한 후 활시위를 당긴다. <br />
"바가지를 쏘고 굿청에 떨어졌어야 할 화살은 바가지 깊숙히 꽂혀 끝대를 떨었고 판수는 바가지를 쓴 채 비식 옆으로 누웠다. 바가지 위로 꽃뱀 기듯 핏줄이 흘렀다."&#160; <br />
왕년이가 겨눈 활시위에서 화살이&#160;튕겨져 나갈 때, 화살도 왕년이도 그것이 어디를&#160;향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공동체를 와해시킨 한 사람,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160;한 사람,&#160;불릴만큼 배를 불리고도 허기져하는 한 사람, 판수를 향해.&#160;&#160;&#160;
한 개인의 한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맺힌 것인지라, 이 소설의 결말은 개인적인 한을 해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손을 탈탈 털고 돌아서 어디선가 넉장거리할 왕년이의 처연한 모습이 떠올랐다. 울 것도 웃을 것도 같은&#160;얼굴로.<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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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57/30/cover150/8936462326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62326</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절망과 조롱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311147</link><pubDate>Sun, 03 Jan 2010 00: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3111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815&TPaperId=331114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42/35/coveroff/893746081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815&TPaperId=33111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br/>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07월<br/></td></tr></table><br/>이 책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주인공&#160;애디의 죽음을 통해 한 가족이 겪는 일련의 감정적 변화와 사건들을, 각기 다른&#160;주인공들의 독백으로&#160;전달하는 형식을 갖추고&#160;있다. 죽음이라는 한 사건을 두고 단일한 관점이 아닌 다원주의적 시선을 통해 설명하려는 노력은, 대체적으로 모던이즘이 지배하는 시절을 살았던 작가에게 실로&#160;대단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쓰여진 시절을 감안하면, 물론 미국문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관계로 정말 대충 더듬어 보면, 분명 형식적인 면에서는 혁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160;또한 작가의 역량은 형식적인 실험에만 머무르지 않고, 난해함과 방관자적 입장이라는 변수를 끌어들여&#160;신비로움과 처연함까지&#160;덧붙였다. 실로 명민한 작가다. 그러나, 2010년을 살아가는 독자로서, 어찌나 실험적인 책들이&#160;쏟아지는 시대를 살아가는지, 더 나아가 실험적이기만 하고 건질것은 없는 책들이 쏟아지는 시대를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이제 이런 부류의 책들을 읽는 일이 그리 달가운&#160;과정만은 아니었음을 미리 밝힌다. &#160;
그렇지만, 구조가 갖는 답답함과 난삽함은&#160;그저 내&#160;게으름이나 무지를 탓하면 될 문제고,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160;살펴볼 필요는 있다. 서경식의 책 「끊임없이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에드워드 사이드를 기억한다」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이드는 "멸망할 운명임을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거의 승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말이다.&#160;서경식의 진술을 들여다보며,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와는 전혀 무관하게, 나는&#160;멸망할 운명임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을 [절망]이라고 이해했었고, 승산이 없는데도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려는 의지를 [조롱]이라고 이해했었다.&#160;내가 이 책을 읽으며 서경식의 책을 떠올렸던 까닭은, 책 전반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이 [인간에 대한 절망]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며, [절망]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자세를 [조롱]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160;&#160;&#160;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들 중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아버지, 죽은 부인의 시체를 매장하기 위해 벌어지는 모든 성가신 일들을 타인과 아들들에게 맡겨버리는 남편, 큰아들이 다리를 다치자 병원으로 향하는 대신&#160;다친 다리위에 시멘트를 붓는 아버지, 또 다른 아들의 가장 아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버리는 아버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관자로 것돌고, 심지어 부인을 매장한 후 바로&#160;머리를 빗고 옷을 단정히 입고 새 여자를 맞아들이는&#160;아버지이자 남편인&#160;앤스에게 작가는 어떤 판단의 잣대도 들이대지 않는 듯 보인다.&#160;작가는 '저 놈은 원래 저런 놈이고,&#160;저런 놈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160;인간은 사실&#160;다 저런 놈일 수 있다,&#160;그러니 사랑이라는 혹은 부성애라는&#160;사람들의 기대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어?' 정도의 썩소를 날릴 뿐.&#160;물론, 앤스의 세째 아들인 주얼이 앤스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따라서&#160;앤스가 오쟁이진 남편이라는 정황을 살짝 흘려보내며, 잠시나마&#160;앤스를&#160;비웃어 주는&#160;태도를&#160;취하기도 하지만 글쎄....앤스가 부인의 부정을 알았던들 괴로워나 했을까! 되려 그것을 핑계로&#160;철저히 노골적으로 군림하지는 않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160;&#160;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이 소설은 나를 일으켜 세우거나 거꾸러뜨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160;이후 행보를 보았을 때, 이 소설은 그를 일으켜 세운&#160;작품임에 틀림없다.&#160;그리고 이 작품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면,&#160;또한 인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것이 무심하게 풍경을 바라보듯&#160;이루어 질 수 있었다면, 그는 작가가 아니라 神이 되고 싶었던 것이리라.&#160;그러나 인간을 조롱할&#160;수 있는 것은, 실은&#160;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160;그저 내가 이 책을 덮으며&#160;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는,&#160;인간에 대해 '어떻게?" 혹은 "왜?"라는&#160;질문을 던지는 일이&#160;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김훈을 꽤나 닮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160;]]></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42/35/cover150/8937460815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815</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강 건너지 마라, 바리야. - [바리데기]</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269540</link><pubDate>Tue, 15 Dec 2009 14: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2695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58X&TPaperId=326954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93/57/coveroff/893643358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58X&TPaperId=32695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리데기</a><br/>황석영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7년 07월<br/></td></tr></table><br/>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산離散'을 뜻하는 그리스어이자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거주하는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또한 이 말은 현재에 이르러 좀 더 확대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160;또한 굳이 바다 건너 먼 나라의 형편을 살피지 않아도 이산離散의 피해와 고통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제국주의는 막을 내렸고, 식민植民의 기억도 사라지고 있으며, 전쟁도 휴전인 이 땅에 아직도 이산離散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줄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 바리의 행로를, 가족이 해체되고, 두만강을 건너고, 불법 노동자로 일하고, 밀항을 하고, 영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어린 바리가 감당했을 차가운 두만강도, 밀항의 시간들도 나는 상상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어린 바리가 극적으로 도착한 영국이라는 신세계는 그녀처럼 내몰린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름의 지옥일 뿐이었다. 갖가지 피부색을 한, 자신의 땅에서 쫓겨난 혹은 도망친 그들은, 일류국가의 삼류시민, 불법체류자의 이름으로 살 수 밖에 없었고, 배타적인 시선 속에서 또 다시 표적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또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흘러갈 곳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에게 주홍글씨를 목에 걸게 하고,&#160;기약 없는 시간으로 몰아가는 대단한 제국들과 교만한 통치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내몰릴지도 모르는 우리에게 희망이란 있는 것일까?&#160;
폭정과 기근을 피해&#160;목숨 걸고 두만강을 건넌 이들이 무관심과 착취로 인해 또 다시 죽어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의 주인공 바리는&#160;설화의 한 대목처럼 그들을 그리고 자신을 구원할 [생명수]를 찾으려 한다. 생명수를 찾기 위해 들어간 지옥 같은 환상 속에서 바리가 떠도는 불쌍한 주검들과 나누는 통한의&#160;대화는 이 소설을 넘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절망]이었다. 환상에서 돌아온 바리가 그들을 구원할 생명수를 찾지 못했다고&#160;토로하자&#160;압둘 할아버지가 그녀를 가만히 달랜다.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남을 위해 눈물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 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P.286"&#160;
그러나, 나는 압둘 할어버지의 위로, 그러니까 [희망]이라는 환상이 필요한 현실, 그리고 그것이라도&#160;붙들어야만 하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희망]이라는 묘약을 주입하여 현실을 위무하고 버티게 하는 무엇이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160;[희망]을 처방하는 약장사들의&#160;의도를 의심한다. 그들이 내놓는 묘약은 이미 숱한 [절망]과 [극기]의 시간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160;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희망]을 말하는 것, [희망]만 놓지 않으면 현실은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160;선동하는 행위는 위험하다. 그리고 그것은 기만이다. 물론 인간이란 [희망]없이 살기 어려운 것이라서, 神을 만들어 낸&#160;생명체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나는 그 대목에서는 할 말 없다.&#160;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그것은 아편일 뿐이다. 아편을 처방받은 이의 결말은 너무 뻔하다. 죽음이다.&#160;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P.223"<br />
오히려&#160;[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나를 붙드는 바리의 손끝에서, 나는 염치없이 위로받고 있다. 견디는 것, 지나가는 것, 그것들이&#160;[희망]이라는&#160;말 보다&#160;나는 좋다. 물론 견디고 기다리기 위해&#160;뭔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무엇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꼭 [희망]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견디고, 지나가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절망]이라면 오히려 편하다.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160;&#160;&#160;&#160;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자가 자신의 언어로 온전히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고통의 순간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일도, 그것을 타인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로 치환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상처는 치료를 위해서건 화해를 위해서건 기록되어야 하고, 비슷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곤혹스럽게도 언제나 고통을 해석하는 타자의 시선은 일정한 선을 넘기가 힘들고, 때로는 자의적인 해석이 곁들여지기 일쑤다. 그러한 이유로 매개자의 자질과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일 때도 그렇지만 역사라는 집합적 기억을 다룰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여 우리시대의 상처, 바리의 고통을 알리는 작가 황석영의 글은 치밀한 사전&#160;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쓰여졌다는 점, 섣불리 감정을 들쑤시지 않고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분투했다는 점에서 그가 수행한 매개자의 역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이 땅에 이산離散의 고통이 차고 넘치는 이유는 우리 모두 [희망]을 잃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힘 있는 자들이 더 큰 힘을 얻고, 힘 없는 자들이 더 많이 힘을&#160;잃었기 때문이다. 하여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찾아야 할 [생명수]라는 것이&#160;존재한다면, 그리고&#160;그것이 새로운 패러다임, 이분법적인 구조로 세상을 가르지 않는 상생의 윤리라면 나 역시 [생명수]라는 [희망]을 붙들어 보고&#160;싶다. 아니, 다시 한 번 속을 의향이 있다.<br />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93/57/cover150/893643358x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58X</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영혼에 새겨진 상처 - [쌀]</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256937</link><pubDate>Wed, 09 Dec 2009 16: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2569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064&TPaperId=3256937"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87/10/coveroff/89920550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064&TPaperId=32569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쌀</a><br/>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아고라 / 2007년 01월<br/></td></tr></table><br/>작가는 언제나 자신의 체험을 말한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온전히 상상력으로 그려 내는 존경할 만한 작가가 왜 없겠느냐 마는, 적어도 대다수의 작가는 개인적인 체험을 질료 삼아 글을 뽑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 표지에 실린 작가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그의 사진을 통해 그를 들여다 보고 싶었다. 어딘지 몽환적인 분위기, 도시적인 외모, 예술가다운 섬세함 그런 느낌들이 그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그의 어느 부분에서 흘러 나온 것일까? 독자와 부딪치는 장면마다 부싯돌처럼 섬쩍지근한 불꽃이 튀는 맵찬 글의 맹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책을 덮고 나는 도시 이해할 수 없는 쑤퉁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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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내게 그런 소설이었다. <br />
저리고, 맵고, 쓴 그래서 소리를 내어 따라 읽다 보면 입안이 얼얼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br />
주인공인 우룽은 홍수에 모든 것을 잃은 고향&#160;펑양수를 떠나 와장가로 흘러든다. 와장가라는 도시에서 그가 처음 느낀 소회는, 온기없이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공포이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짐승처럼, 단지 살기위해서만 생각해고 행동해야 한다는 절망감이었다.&#160;&#160;
주인공이 대홍기 쌀집, 도시 문명으로 상질될 수 있는 곳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온갖 멸시를 당할 때마다, 발가락을 잃고, 눈을 잃을 때마다 점점 아귀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명을 택한다는 것, 근대화의 환상을 갖는다는 것이 무방비한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필요 이상의 것들을 향한 욕망, 도시에 들어선 이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잉된 욕망은 심지어 열다섯 쯔윈의 옷마저 벗겨 버리니 말이다. <br />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점점 피폐해져 가는 농촌, 사람과 돈으로 넘쳐나는 도시. 그렇지만 도시의 부유함과 현란함은 지독히 냄새나는 것들 위에 세워진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없음을, 작가는 아바오와 뤼대감의 죽음과 우룽의 문드러지는 육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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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자 끊임없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쌀"은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에 밀려난 모든 것들의 다른 이름이었다. 우룽이 떠나온 고향 펑양수가 곧 쌀이며, 떠나왔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놓치지 않으려 한 것이 또한 쌀이며, 타락한 육체를 정화하는 것 역시 쌀이며, 몸 속으로 매일 집어넣지 않으면 안되는 것 역시 쌀인 것이었다. "산처럼 쌓여 있는 쌀이 은은한 달빛속에서 희미하게 흰빛을 뿜어내고 있었다."(112쪽)면 그 맞은편에는 와장가가 있었고, 우룽과 대홍기 쌀집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니 "쌀"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악취가 풍기고, 악랄하며, 인정사정 보지 않는것들 뿐이다. 즉, "쌀"이 문명 이전의 것이라면, 쌀을 가둔 "쌀집"은 문명의 상징이고, 대홍기 쌀집과 와장가의 사람들은 결국 문명이 낳은 사생아들인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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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퉁은 이 소설에서 인간의 욕망을 살과 뼈를 발라내듯 집요하게 그리고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것이 독자에 따라 흥미로울 수도 있고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인 문체는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훌륭한 장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독서를 하는 동안 나 역시 비릿하고도 선선한 쌀냄새가 그리웠다. 우룽처럼 배가 고픈 적이 없는 나에게도 쌀에 대한 원초적인 향수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br />
"쌀"이라는 소설은 부지불식간에 머리카락 빠지 듯 내안에서 빠져나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소설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내 영혼에 새겨진 상처들이 흰쌀처럼 가볍고 희어져 어두운 밤하늘에 둥실 떠오르기를 나도 소망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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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87/10/cover150/8992055064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064</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현실과 허구의 경계 -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210215</link><pubDate>Mon, 16 Nov 2009 15: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2102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6814&TPaperId=321021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72/69/coveroff/895460681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6814&TPaperId=32102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a><br/>마이라 산토스 페브레스 외 14인 지음,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엮음, 우석균 외 6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br/></td></tr></table><br/>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롭고 대담하게 그려낸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 열다섯 명의 작가의 작품을 담고&#160;있다.&#160;그 중 마이라 산토스 페브레스, 에드문드 파스 솔단, 앙헬 산티에스테반 프라츠,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페드로 앙헬 팔로우의 단편은 읽는 도중에도, 읽기가 끝난 후에도 도통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글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160;아름다워서 약오르고, 대담해서 기죽고, 황홀해서 씁쓸한.&#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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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안간, 그를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데려다놓은 바로 그 우연에 의해 날카롭게 베인 상처 같은 그런 존재. - 코끼리에 관한 우화, 페드로 앙헬 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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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코끼리를 본 마지막 오후였다. 하지만 자신을 삼킨 진흙탕에 자신의 열정을 수장시키면서 부르짖던 그의 사랑의 절규는 지금도 들린다. 그렇지 않아,수사나?&#160;- 코끼리에 관한 우화, 페드로 앙헬 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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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순진하지 않아. 그리고 아마 너도 그럴 거고.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 되고자 하나 될 수 없는 이미지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어떤 일은 말 못 하고, 어떤 의혹은 인정하지 못하고, 의심은 가도 듣고는 싶지 않은 그 모든 일을 서로 크게 떠벌리니 않는 한 우리 둘 사이는 좋아.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면, 기를 쓰고 각자의 비밀을 지켜야만 해. 누군가 입을 열면 마법은 깨지고 말 테니. - 원격사랑, 에드문드 파스 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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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이 모든 것 이전에, 중국 여인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을지도 모르는 남자는 회오리바람 앞에 멈추어 섰을 것이다.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일종의 현기증)(끝도 없이 추락하듯이)(끊기듯이 이어지는 고통). 그리고 곧 어린 시절 이런 종류의 회오리바람-작지만 급작스럽게 수직으로 불어닥치는-은 악마가 나타나서 무언가를 훔쳐 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때 한눈에 모든 것이 들어왔다. 악마, 악마의 몸, 한 여인의 허리를 감아올리는 악마의 두 팔, 왈츠. 날카로운 바이올린 선율. 지상으로부터 떠오른 발. - 마지막 기호, 크리스티나 리베르 가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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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바람 부는 쪽으로 가라]는&#160;짧은 소설들의 모음집이다.&#160;인물과 배경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건데 그는 [좋은 사람]이었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그를 평가하는 이유는 왠지 그는 '앎'과 '삶'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 살고 그리 글 쓰는 일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수없이 지켜 봤기에 작가의 의지와 노력이 고왔다.&#160;&#160;
사는 일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나는 일이자 고통을 견디는 일이 되어 버린, 그래서 버티기를 잘 하기 위해 세속적인 위로들과&#160;쉽게 결탁해&#160;버린 오늘,&#160;작가의 위로는 세속적인 위로들에 맞서기에는 힘이 없어 보이고, 세속적인 위로의 '대안'이&#160;될 수도 없을 것 같지만,&#160;그것과는 또 다른 작동을&#160;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이기도&#160;한다.&#160;그것이 아마 '좋은 사람'이 옮기고 증폭시킬&#160;수 있는 '두근두근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160;&#160;
바람 부는 쪽이 어디인지 알아 버린 그래서 미련하게 덧문을 닫은 내게 잠시나마 어렴풋이 덧문이 없던 시절을 사유하게 만든 작가의 책 한 권. 고마운 가을이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6/71/cover150/8982815511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5511</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점잖은 비명 - [객수산록]</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3069746</link><pubDate>Wed, 02 Sep 2009 00: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30697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518X&TPaperId=306974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36/49/coveroff/898281518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518X&TPaperId=30697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객수산록</a><br/>김원우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06월<br/></td></tr></table><br/>「그 단정한 문체, 그 무류(無謬)의 사실증언벽, 그 해박한 박람강기의 적절한 현시성, 더불어 그 항목별 관지(關知)의 연쇄를 마냥 즐길 수 있음은 앎의 광대무변에 스스로를 유폐시켜 몰아의 경지를 누림에 다름아니었다.」-객수산록 p.281&#160;&#160;
그래서였을까, 작가의 다섯 편의 중편은 모두 시대정신(한국의 근대화와 물질만능주의를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면)이라는 씨줄과 현실세계의 반푼이들을 날줄 삼아 아주 촘촘히 짜낸 결이 고운 한 편의 직물같았다. 또한 그 직물 위에 그려넣은 무늬들이 참담할 정도로 세밀하고 사실적이라서, 직공의 손재주에 탄복하다가 이내 목덜미 어디쯤이 서늘해지고 목구멍이 칼칼해졌다. 무엇엔가 떠밀려 살아온 자들의 헛헛한 심정과&#160;핑계있는&#160;억지는&#160;말로해서 알아지는 일도 아니고&#160;말로 한다고 변할&#160;일도 아니지만, 급기야 점입가경의 기괴함으로 구질구질해진&#160;시절과 타협할 의지가 없는&#160;작가는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유유자적할 수 없었을 것이다.&#160;그러니 쓸 수 밖에. 
다섯 편의 중편에는 비슷비슷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대학교수, 작가,&#160;바람난 아내 혹은 남편들...어찌보면 등장인물들의 폭이 좁다 싶지만 사람&#160;마음 쓰는&#160;일이 다 거기서 거기임을, 프렉탈 현상이&#160;브로컬리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160;떠올리면 그도 수긍이 간다. 물론 등장인물을 채색하는 그의 미감이, 뭐랄까 권위적인 구석이 있으면서도 짐짓 모르쇠를 잡는 듯해 마뜩짢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글쓴이의 미감이 작품으로의 몰입을 종종 방해했지만, 그저 불편하다고 할 수 밖에 전체적인 완결성을 보면 책잡을 일은 아닌 듯 싶다. 문장의 강단으로 보나 담백한 감성으로 보나 더러 눈에 띄는 괴팍함으로보나,&#160;이맛도 저맛도 아닌 실험적인 음식 앞에서 난감했던 기억이 있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읽는 이를&#160;조금 괴롭히는&#160;권위적인 미감이야&#160;눈 감아 주어야 하지&#160;않을까 싶다. 아뿔사! 이렇게 쓰고 보니 어찌 김원우와 김훈은 닮았다.&#160;&#160;&#160;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데 현실이라는 외피를 도외시한 주체는 거의 퇴행성 정신장애일 뿐이며, 그렇다고 해서 편의주의적 현실 추수주의자는 주체성의 일정한 미달이라는 결격 사유만으로도 일찌감치 스스로 옷을 벗는 게 타당하다」-모기발순 p.412&#160;
돌아보면 지천에 널린 군상이다. 어느 쪽이거나 때로는 두 쪽 모두 다 이거나. 물론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지 않냐고 따지고도 싶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 매우 다양한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쳐도 세상에 '모 아니면 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160;쉽지는 않겠으나 덜어 낼 것들을&#160;좀 덜어내고 정신을 차리면&#160;어려울 일도 아니다.&#160;작가도 아마 그 이야기를&#160;하고&#160;싶었을 거다. 풍토가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무하고 무신경해지다 보면 자발적으로 무능해짐과 동시에 통렬하게 후회할 일만 남게 된다는 것을.&#160;
「무력감, 귀찮음, 상실감, 허전함, 박탈감, 게으름, 낭패감, 맥빠짐, 실족감, 엉거주춤, 구속감, 옥죄임, 의무감, 안달복달, 언어가 부족한게 아니라 심기가 언제라도 만화경처럼 희번덕거린다 」-무병신음기 p.124
어찌 알았는지&#160;요즘의 내 심중을 가을햇살 아래 무말랭이 말리듯 쫙 펼쳐 놓았다.&#160;수분이 빠지고 꼬들꼬들해지니 볼품은 없지만 윤곽은 확실해진다. 글쓴이의 냉소와 통찰력이&#160;여간 거슬린다. 몹쓸! 그렇지만 어찌 모르겠는가, 그것이 글쓴이의 점잖은 비명임을.&#160;
어느 덧 신체적 무병에도 신음소리가 절로 나는, 가을이다.&#160;김원우의 소설은 가을에 읽어야 제맛이라고 다소 맹문이같은&#160;사족을 붙인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36/49/cover150/898281518x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518X</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달의 몰락 - [달과 6펜스]</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2998652</link><pubDate>Thu, 30 Jul 2009 18: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29986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86&TPaperId=2998652"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3/77/coveroff/893746038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86&TPaperId=29986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달과 6펜스</a><br/>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06월<br/></td></tr></table><br/>책 110페이지 4번째 줄.&#160;[당신은 그렇소?]라는 물음에, 그 물음이 무엇이었는지와 무관하게,&#160;나는 [그렇소]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라고 말하는 주인공을 흉내낸 것은 아니다.&#160;어느덧 나는&#160;불편해진 모든 것들에 대해 단답형으로&#160;그것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한껏&#160;풍기며&#160;대꾸해 주시는 시니컬한 귀차니즘 환자가 된 셈이다. 그러니 누가&#160;뭘 물어본들 적어도 대답 만큼은 주인공 스트릭랜드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툭~뱉어놓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좀 더 서사적으로 표현하자면 살기 위해 나의 달을 수장시킨 셈이다.&#160;
그러니 달을 잃은 나는, 작가가 보여주려 한 고갱의 삶 혹은&#160;유사 고갱의 모습에 이제는 도통 집중할 수가 없었다. 분명 20년 전쯤에는 그 뜨거움에 덩달아 뜨거워졌고 흡사 스트로브와 같은 자세로 스트릭랜드의 삶에 자발적 헌신 내지는 뜨거운 찬사를 보냈고 더 나아가 특정한&#160;행위들을 비난하기 보다 무엇이 그를 말 달리게 하는지 그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160;했었는데 그 꺼지지 않는 무모한 열정과&#160;인내 그리고 호기심은&#160;다 어디로 가고 이제는 그저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안녕~]을 고하니 참으로 세월이 약인지 독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160;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160;우리의 주인공이 천재 화가였는지&#160;아니면 그저 난해하거나 괴이한 화가였는지와&#160;상관없이&#160;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철저하게 이기적일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고맙다. 물론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 모든 예술적 위업이 달성되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스트릭랜드의 천진한 이기심을 탓하는 것은 [뭐 묻은 뭐가 뭐 묻은 뭐에게]흘리는 눈흘김이 아니겠는가.&#160;
나의 달은 어느 강 속에 잠겼지만 그 빛을 다 잃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순도&#160;높은&#160;예술적 욕망에 사로잡힌 그들 앞에서 여전히 조금은 서성이는 것을 보면&#160;말이다. 그러나, 단언컨데 그들을&#160;사랑할 수는 없다. 첫째는 귀찮고 둘째는 다시 강 속에 빠진 달을 잡으려 허둥대다&#160;어느 오라비처럼 유명을 달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23/77/cover150/8937460386_2.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86</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어쩔 수 없는 내가, 쓰는 소설 - [그녀의 눈물 사용법]</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2952200</link><pubDate>Thu, 09 Jul 2009 09: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29522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7038&TPaperId=295220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170/37/coveroff/893643703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7038&TPaperId=29522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녀의 눈물 사용법</a><br/>천운영 지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08년 01월<br/></td></tr></table><br/>삼미교(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교주 박민규가 이르길&#160;천운영의 소설은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란다. 그리고 또&#160;그 이유를 [당신이&#160;운좋게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잘.알.겠.지 이런 내 마음]이라 한다.&#160;그러니까&#160;나 혼자 만이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를 알고 싶소,정도 되겠다. 그래, 그런 책이 나도 있긴 있었다. 그러니까 [잘.알.겠.다 네 마음]<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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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울분을 토해 내는 것이 아니야. 냉정해져. 질척대지 말고. 자기연민 같은 건 버려. 자기변명도."(162p) 그래서였을까. 천운영의 작품들은 질척이지 않았다. 그녀의&#160;글에서 설핏 엿보이는 어설픔은 있었지만&#160;<span 새기다="" 글월="">욕망의 고갱이를&#160;진지하게 탐색하면서도 쓸데없이 무엇인가 조작하려는 조바심이 없다는 점에서 그녀의 소설은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160;순도높은 욕망의 풍경을 완성시킨 셈이다. 칭찬하면서도 질투가&#160;나는 대목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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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새기다="" 글월="">작가의 작품들을 따라가면서 나는 점점 그녀가 궁금해졌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녀의 욕망과 상처들이 궁금했다. 질 나쁜 행동이라 뻔히 알면서도 나의 관음증은 그녀의 작품 속에&#160;녹아난 그것들을 찾으려고 시종일관 분주했다. 그리고 사실임을 확인할 수 없지만 나는 어느 지점에선가&#160;그것, 소름 돋게 내것과 닮아 있는 생채기와 마주할 수 있었다.&#160;눈물로는 어림도, 그러나 무엇으로라도 울어야 하는, 나는&#160;[그녀의 눈물사용법]을 알 것만 같았다. <span 새기다="" 글월="">&#160;&#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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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단편들도 그렇지만 특히 [노래하는 꽃마차]라는 단편은 봄이 오면 제 몸을 미친듯이 긁어 피꽃을 피우는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를&#160;노래처럼 들려주는데&#160;여자의 과거를 따라가며 여자가 겪은&#160;치욕을&#160;되살리는&#160;작가의 문장이 참 아프고 그래서 참 아름다웠다.&#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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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그리고 상처를&#160;먹이를 하지 않는 글쟁이가 있을까 생각하니 없겠다,싶다. 다 아문 상처건 덜 아문 상처건 왜곡된 욕망이건&#160;그걸 다시 들추고 쑤셔대야 하는 일이 글쟁이의 운명이라면 처량하고 딱한 밥벌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억압된 충동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이&#160;그것을&#160;배설하는 일이라면&#160;글쟁이야 말로 되려 허구헌날 쾌변의 기쁨을 누리는 자들이 아닐까 싶다. 울고 웃고 장단 맞추고 노래하고.&#16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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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160;지면을 빌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그런 '내가 소설을 쓴다']라고 적고 있다.&#160;[어쩔 수 없다]라는 말, 작가가 어떤&#160;의미로 사용하였는지와 무관하게 나와 작가를 깊게 연결해 주는 것 같았다.&#160;어쩔&#160;수 없이 쓰는 작가의 글들이 욕망과 상처를 온전히 굴절한&#160;풍경이기를&#160;바란다. 처음으로 돌아가 박민규의 흉내를 내보자. [정말이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160;[당신이 운나쁘게 그녀와 같은 욕망과 상처를&#160;숨기고 있다면&#160;잘.알.겠.지 이런 내 마음]&#160;&#160; <br />
<br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170/37/cover150/8936437038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7038</link></image></item><item><author>굿바이</author><category>강변부인</category><title>타인보다 나 자신을 위한 다짐, 약속 - [어떤 약속]</title><link>http://blog.aladin.co.kr/goodbye/1374715</link><pubDate>Tue, 03 Jul 2007 17:4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in.co.kr/goodbye/13747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102&TPaperId=137471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93/43/coveroff/899205510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102&TPaperId=13747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떤 약속</a><br/>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06월<br/></td></tr></table><br/>그것이 취향의 문제인지&nbsp;아니면 계산된 것인지&nbsp;가늠할&nbsp;수 없지만 어떤 작가들은 멱살을 틀어잡아서라도 독자를 스펙터클 앞에 강제로 세워 메세지를 전달하려는&nbsp;경우가 있고 또 어떤 작가들은 그저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정도의&nbsp;힘으로 독자와 소통하려는 작가가 있다. 그도 아니면&nbsp;담담하다 못해 맥없는 손짓으로 독자를 주저않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nbsp;저자 소르주 샬랑동은&nbsp;아마 마지막 부류에 해당하는 작가인 듯&nbsp;싶다.&nbsp;화려하고 기지機智 넘치는 것들이 박수받는&nbsp;요즈음 어떤 것도&nbsp;부러&nbsp;드러내지&nbsp;않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반가웠다.&nbsp;&nbsp;<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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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두 부부가 사는 [바람의 집]에는&nbsp;요일마다 다른&nbsp;사람들이 찾아온다.<br />
이반은 커튼을 젖혀&nbsp;환기를 시키고,&nbsp;마들랜은 침대를 정리하고 꽃을 꽂아두고, 레오는 종을 울리고, 천당지기는 시계의 태엽을 감고, 블랑슈테르는 시를&nbsp;읽고, 베르트뱅은&nbsp;불을 밝힌다. 그리고&nbsp;마지막으로 갑판장 루시앙은&nbsp;한밤중에 [바람의 집]을 둘러본다. 그들 모두에게 [바람의 집]을 들르는 일은 일상이며 또한 약속이었다. 기억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약속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곁에 붙들어 두려는 약속.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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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죽은 사람을 몹시 사랑한다면 그를 이 세상에&nbsp;좀더 머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그러려면 죽은 사람의 집에서 발소리를 내며 걸어다니고 어딘가 나가려는 듯 문을 열고 햇빛을 들이려는 듯 창문을 열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진짜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릇이며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를 내야 한다고. 집에서 물소리가 나야 한다고. 화병에는 꽃이 꽂혀 있어야 하고 낮에는 방마다 햇볕이 들어와야 하고 침대는 아침마다 정리정돈이 되어야 한다고. 죽은 사람&nbsp;몫까지 합해 큰 소리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고. 그러면 램프는 누군가가 죽은 줄 꿈에도 모른 채&nbsp;-램프는 죽음이라는 것 자체는 모르니까-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고만 있다고. 그동안 영혼은 멈춰버린 심장에 붙어 있을 수 있다고. p.150<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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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은 부족하고 또 조금씩은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그저 평범한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이 늙은 두 부부, 에티엔과 포베트에게 받은 위로와 호의는 각자 다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얻은 삶에 대한 긍정은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그 사랑과 추억, 의리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다짐한 약속들은, 그것이 비록 파기될&nbsp;시점이 온다고&nbsp;할지라도, 그것을 위해 서로 노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약속은 약속 자체가&nbsp;중요한 것이라 아니라 약속을&nbsp;이끌어 낸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nbsp;<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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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다짐과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너무 쉽게 뱉었던&nbsp;나 자신을 돌이켜 보며 다시 한 번&nbsp;그들에게 흘렸던, 기억도 가물거리는&nbsp;약속들을 되짚어 보았다. 미숙하고 이기적이었겠지만 어떤 약속들은 분명 진정이었다고&nbsp;입 속에서 우물거린다. 정말 어떤 약속들은 진정이었다고.&nbsp;&nbsp;<br />]]></description><image><url>http://image.aladin.co.kr/product/93/43/cover150/8992055102_1.jpg</url><link>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2055102</link></image></item></channel></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