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전집 9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이 책을 읽은 이후, 매년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반복해서 읽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을지라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흔들리게 만드는 뭔가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시 읽게 되는 것 같다.

 

그 혁신성은 치밀하게 순환하는 작품의 구조와, 현실과 환상 및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이어지는 가상의 도시에 대한 묘사, 그리고 서사성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조각조각의 이야기들로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는 큰 스케일의 상상력, 물리적 공간을 심리적으로 표현해 내는 섬세함과 그 속에서 인간 본성의 문제를 끌어내는 통찰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른한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꿈속에서 여러 도시들을 떠도는-헤매는 기분이 들었는데, 다시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은 여전한 것 같다. 대화와 묘사 그리고 선문답과 같은 구성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떤 신념이 느껴지기도 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읽을 때마다 감동하고 전율하게 되는 끝맺음 때문에 항상 이걸 다시 읽어야 한다는 마음을 간직하게 한다. 처음 읽었을 때나 다시 읽을 때나 언제나 뒤흔들려진다. 읽을수록 이 마지막 문장을 읽기 위해서 읽기를 시작한다는, 책을 펼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감탄을 하게 만드는 끝맺음을 다른 책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을까?

 

 

 

#보이지않는도시들 #이탈로칼비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사와자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지금부터의 내일을 읽은 다음이라 이어지는 내용이 있음에도 개인적으로는 사와자키의 마지막 의뢰-사건을 접하게 된다. 전체 시리즈를 너무 빠르게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음미하면서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차피 나중에 다시 읽어보긴 하겠지만.

 

제목이 무척 과격하다. 책 제목을 눈여겨 본 사람들이 제목부터 너무 거칠다는 말을 하게 되니. 하지만 내용은 다른 이 시리즈와 큰 차이가 있진 않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음모론과 같은 부분은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일본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과연 그런 식이 가능할까? 영국 드라마 셜록시즌 3의 마지막 편이 살짝 생각나기도 하고.

 

작가 본인이 시즌 2라고 말하게 된 이유는 앞선 작품들이 발표된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난 다음에 발표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클 것 같다. 등장인물은 바뀐 점 적지만 변해버린 시대로 인해서 조금은 다른 점들이 느껴지긴 하다. 10년을 기다렸던 독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반가움도 컸겠지만 불안감도 있었을 것 같다. 게다가 이게 발표된 다음 신작이 1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한다면 독자로서는 너무 긴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완전히 잊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생각날 것이니까.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맞이한 한겨울의 신주쿠. 한 여인이 거짓으로 자수한 아버지를 도와달라며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찾아온다. 사와자키는 와타나베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신주쿠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도리어 급작스러운 총격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진상을 파악할수록 야쿠자의 음모가 드러나고 사건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치닫는데…….”

 

작가의 글재주가 너무 탁월하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높게 추켜세우게 되지만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문체와 내용이니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은 독자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한국 이외에는 크게 알려진 것 같지도 않고, 변역도 활발하게 이뤄진 것 같지 않아 덜 주목되는 것 같다. 일본 내에서의 인기도 알지 못하지만 좀 더 서구권에도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만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처음부터 마지막 사건까지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아마... 가을 무렵일 것 같다.

 

 

#어리석은자는죽어야한다 #하라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리즈가 너무 재미나게 읽혀서 곧장 다음으로 천사들의 탐정을 읽게 됐다. 발표 순서로는 두 번째 장편 내가 죽인 소녀를 읽은 다음이었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확인을 하지 않아 세 번째 장편을 읽고 이걸 읽게 됐다.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두 번째 장편 다음으로 읽길 권하게 된다. 그래야만 세 번째 장편 안녕, 긴 잠이여가 좀 더 쉽게 이어질 수 있다.

 

단편집이고 그렇기 때문에 짧은 구성이라 좀 더 명료하게 사와자키 시리즈의 매력을 담아내고 있다. 계속해서 변화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이 시리즈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이 단편집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둡고 습한 신주쿠 모퉁이, 허름한 빌딩에 위치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중년의 사립탐정 사와자키는 오늘도 필터 없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파트너는 없다. 친구라고는 덜덜거리는 고물 차 블루버드한 대뿐.

엄마의 옛 남자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소년, 섹스중독 아버지를 미행하는 소녀, 자살을 예고하는 소녀……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채 사와자키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십대들. 그들은 어쩌면 모두 도시의 그늘을 닮은 천사는 아닐는지!”

 

6개의 이야기와 후기라 할 수 있을 짧은 1편이 더해져 있는 단편집이고 각각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단편집도 무척 마음에 들 것 같다.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만 범죄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하드보일드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가 자주 떠올려지는 사람들이라면 하라 료의 소설을 꼭 읽어보길 권하게 된다.

 

 

 

 

#천사들의탐정 #하라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 사와자키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도쿄를 떠나 있었고, 그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흐리듯이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복귀 직전에 누군가가 의뢰를 생각하며 찾아왔었고, 약간의 단서를 따라 탐문하고 추적하듯 그는 자신에게 의뢰를 하려고 한 누군가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어떤 의뢰를 접수하기 전부터 뭔가를 뒤쫓고 있으며, 실질적인 의뢰가 있기도 전에 사건에 끼어들기 시작하고 있다.

 

고교야구, 승부조작, 能樂, 인간문화재, 동성애 등 경계가 없는 다양한 테마를 날실과 씨실 삼아 정통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완벽하게 직조해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알맞은 자리에서 수수께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항상 그렇듯 사건에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의문과 긴장감과 함께 하드보일드 소설이 해낼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언제나처럼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이 시리즈를 무척 재미나게 읽고 있으며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또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무척 만족한다. 번역자의 말대로 레이먼드 챈들러 / 필립 말로 시리즈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고.

 

 

 

#안녕긴잠이여 #하라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라고 불리는 하라 료의 소설()이 무척 마음에 들어 첫 번째 이야기를 읽자마자 서둘러 두 번째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흥미진진한 진행은 여전하다.

 

“10여 년의 세월을 반영해 현재의 감각으로 전문을 섬세하게 가다듬은 것은 물론, 전작과 일체감을 높이는 표지 디자인을 완성해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제고했다. 무엇보다 특전으로 특별 수록된 국내 미공개 단편 <감시당하는 여인>은 이번 개정판의 백미라 할만하다.”

 

유괴 사건에 관한 이야기고,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다음 어떤 식으로 그걸 받아들이고 풀어내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미 패배와 좌절을 겪은 다음에 그 쓰디씀을 곱씹듯 사건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족 실종 문제로 상담하고 싶다며 탐정의 방문을 요청하는 한 통의 전화. 하지만 자택을 찾아간 사와자키는 사건을 의뢰받기는커녕 유괴사건의 한복판으로 휘말려들고 만다. 얼결에 몸값 전달책 신세가 되지만, 도리어 접선 장소에서 습격을 받아 돈가방을 도난당하고 만다. 돌연 협상을 중단한 채 잠적해버린 유괴범,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경찰, 어쩐지 묘한 부탁을 해오는 야쿠자사와자키를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덫일까, 작은 행운일까.”

 

건조함은 여전하고, 주인공 사와자키의 차분하고 냉소적인 말투도 달라지지 않았다. 멋진 작가라 할 수 있겠다. 범죄 소설에 관해서는 그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함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지만 거기에 충격을 받기 보다는 과연 끝은 어떨까? 를 계속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다만, 결말의 놀라움 보다는 과정의 짜임새와 촘촘함이 더 인상적이라 할 수 있겠고. 재미나게 읽었다. 당연히 세 번째 이야기로 당장 손이 가게 되고.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라 료를 아직 못 읽었다면 꽤 애석할 것 같다.

 

 

#내가죽인소녀 #하라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