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일상 -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경신 지음 / 이매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나에게 철학은 다소의 말장난과 같은 학문이었다. 역사나 과학과 달리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동네에 있는 '철학관'의 풍경은 어린 내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그 철학이 이 철학이 아닌걸 알면서도 왠지...).

20대가 되어서 알게 된 철학 역시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늘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는 내게 철학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되 그 답은 보이지 않는 그런 학문.. 이건 입시 교육의 폐해이기도 한데, 답이 없어 좀 불안한 그런 심정이었던 탓도 있다. 또한 내가 하는 일이나 공부도 '왜' 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두었기도 하고, 당시 내 삶도 그러했다. 즉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더 들면서 철학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사람의 행동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철학. 어딘가에, 모든 곳에 희미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철학이 궁금했다.

이 책은 끊임없는 질문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질문은 우리가 일상에서 살아가며 늘 마주치는 질문들이다. 지구적 수준의 환경을 지구적 이론적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저자가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것, 육식을 하지 않는 것, 혹은 곤충을 죽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국가와 경제체제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일을 하고 놀이를 하는 방식, 휴식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잔잔한 어조로.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가지는 '철학적 의미'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상에 대한 충족되지 않은 불만과 '이게 아닌데, 어, 어, 어~~?' 하며 살아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나의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저자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철학자여서 그런가? 삶의 매 순간을 놓치지않고 그 순간에 고민했던 지점을 들려준다.

어렸을 때, 역사책을 읽으면서… 세상이 마치 내 품에 있는 듯이 작아보였다. 그래서 내가 많은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내게 모든 것은 성글게, 대충 보였다. 일상 보다는 시대가, 사람 보다는 더 큰 단위가 중요하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정말 커졌고, 내가 품을 수 있는 범위는 점점 작아져, 이제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정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도이다. 대신, 많은 것들이 매우 자세히 보여진다. 일상의 중요함을 느낄 나이가 되었나 보다. 오늘 이 책을 덮으면서 새삼 나이들어 바라보게 되는 매일 매일의 중요함을 생각한다. 어떤 이론보다, 고민하며 행동하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 책은 각각의 고민의 끝 부분에 함께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하고 있다. 책욕심이 주체가 안되시는 분들은 매 주제별 마지막 페이지의 아래쪽 회색 처리된 부분은 읽지 말고 넘어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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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7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도 태그에 억만개쯤 추천을 날리고 싶습니다~^^

삶을 살아가는데,현미경을 들이대야 할지,망원경을 들이대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어요.
때로는 안경 따위도 버거워 썬그라스를 쓰고 싶을 때도 있구요.

제가 맨날 태그를 과하게 얘기한 듯 한데,
실은 리뷰도 참 좋습니다여.(속닥~)

쟈니 2010-11-07 21:35   좋아요 0 | URL
크크.. 양철나무꾼님의 격려 덕분에 주말의 끝자락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거시적인 책들이 땡기지만, 제 삶속의 방향이나 행동도 더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정말, 썬그라스 쓰고 싶을 때두 있어요 ^^

2010-11-15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