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한동안 손에서 놓은 뒤에 대시 책을 잡으려할 때 이런 책이 제격이다. 어렵지도 않고,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상관없는 책인데다,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다른 책을 이야기하고 소개하기 때문에 내 안에 잠자는 독서욕을 자연스럽게 깨울 수 있다. <책은 도끼다> 역시 광고 일을 하고 있는 방우현 님이 책을 소재로 한 강연을 엮어 놓았기에 나와 멀어져버린 책과의 거리를 좁혀줄 좋은 선물일 것 같다.

 

   전 지구적 찜통더위로 온 세상이 난리다. 보일러가 틀어진 밀폐된 사우나에 온 것 같이 숨을 들이킬 때마다 답답한 열기가 온 몸에 가득 찬.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선한 꽃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각박한 현실에 비껴나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샘터를 만나는 기분이다.

   여백 가득한 이철수 님의 판화와 풀 한포기와 한 점 바람결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김훈 님의 글, 사랑을 분석해 왜곡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알랭 드 보통의 책과 자연과 사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사랑하게 되는 고은 님의 시가 우리를 뜨거운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처럼 상큼하게 다가온다. 질곡 많은 세상 골짜기를 여유롭고 무심한 듯 흘러가는 가을바람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처럼 강렬한 김화영 님의 여행기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과 마주하라고 말한다. 과거와 미래에 구속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면서 행복을 찾으라고 한다.

   밀란 쿤데라와 톨스토이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살짝 어렵고 난해하다. 원작 자체의 분량도 있겠거니와 사랑 이야기 속에 이념이나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며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 때문인가... 아무튼 책 속의 책은 얕으면서 깊고, 맑으면서도 심오했다. 하지만 안네 카레니나는 꼭 읽어봐야지.

   끝으로 오석주, 최순우 님의 책을 살펴보면서 동양의 그림과 사상을 이야기한다. 무한한 여백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우리의 옛 그림을 통해 앞만 보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들을 꼬집는다.

 

   다시 시작하는 책읽기 초장부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졌다. 옛날에 읽었던 책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이름만 들었던 책도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놓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사놓고는 책장에 잠 재우고 있는 책도 있는데...

   책을 읽어야겠다. “얼어붙은 내 머리의 감수성을 깨는 도끼를 통해 보다 여유롭고, 아름답게,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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