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청춘시대 2를 늦게 야금야금 보고 있다.

1, 2화는 어수선했고 뭔가 많이 달라진 유은재와 새 멤버 조은에 적응이 안 되다가 이제는 그 둘도 좋아져서 다음화를 기다려가며 보고 있다.

 

조은은 헌책방에 갔다가 우연히 떨어진 <지연된 정의>라는 책에서 분홍 편지를 발견한다.

저주의 내용이 적힌 편지 뒷장에 연남동 벨에포크 주소가 적혀 있어 호기심에 와봤다가 집보러온 사람으로 오해받아 새로 벨 에포크 일원이 된다.

 

여고에서 인기 많을 타입인 조은 역을 맡은 최아라를 두고 여자 류준열이라고 하는데 맨투맨도 그렇고 옷 색깔도 그렇고 현실 류준열과 비슷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 모임>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종열 선배와 헤어진 은재가 보던 책이다. 은재는 사귀다 헤어진 CC들의 애매한 상황을 자주 보여준다. 조 모임 같이 하기조차 어색한 사이. 야심한 밤 카톡을 보내고 1이 사라지는지 안 사라지는지 초조해하다 마침내 1이 사라지고 답이 오지 않을 때의 민망함.

 

<세계는 평평하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간 사회초년생 윤선배가 쉬는 날 흡족한 마음으로 맥주 한 캔을 마셔가며 읽던 책이다.

 

다음 역시 윤선배 취향의 책들

어쩐지 진명과 잘 어울린다.

 

 

 

 

 

 

 

 

 

 

 

 

 

 

 

 

 

우리의 쏭. 부산한 송지원은 어린 시절의 희미한 기억에 휘둘려 혼란스러워한다. 송지원이 선택한 이 책들 역시 과거의 의미를 밝혀 보려는 송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대강 그려지는 바는 다음과 같다.

 

효진이라는 친구와 쏭은 단짝같이 붙어다니던 사이였고 어느 날 효진이는 미술선생님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쏭은 이것을 목격한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전학을 가고 불운이 겹쳐 엄마도 잃고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치달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그 사소한 이유가 내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송지원의 나레이션 중

 

 

 

 

 

 

 

 

 

 

 

 

 

 

사실 굉장히 마음 아픈 묵직한 에피소드인데 기억을 찾아나서는 쏭과 성민이 너무나 귀엽게 알콩달콩하고 다녀서 내내 엄마 미소 지었다. 비록 나는 저런 정겹고 귀여운 연애 많이 못해봤지만 우리 딸은 저렇게 듬직하고 착하고 귀여운 성민이같은 친구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은 유은재의 소망이 담긴 책이다.

 윤종열에게만은 치명적인 팜므 파탈이 되보고 싶었으나

 아직 미련투성이 전 애인에 불과하여

 갈길이 멀다.

 

 

 

 

 

 

 

 

언제나 송지원의 거짓말에 알고도 모르고도

속아주는 성민이의 선택은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데이트폭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도 나서야 하는 예은이가 선택한 책이다.

 

 

 

 

 

 

 

 

 

 

 

 

 

 

 

                                                                                                                                                                   

 

 

 

이 책들은 <지연된 정의>를 팔았던, 분홍 편지의 작성자임이 분명한 사람이 읽었던 책더미에 있었다.

 

많았는데 표지나 제목이 슬쩍 보인 것만 기억이 난다.

 

아직 편지 작성자가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이번에도 역시 진명이가 제일 안쓰럽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버티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취직해 사원증을 목에 걸고 편의점을 찾는다. 그곳에서 또다른 진명이 부러운듯 사원증을 바라본다.

 

오앤박 엔터에서 진명은 아스가르드라는 그룹의 해임달이라는 청년과 만난다. 팬1호로 만나는 것도 잠시일 뿐 진명은 그들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하러 나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다소 험한 자리라 선배들이 기피하는 가운데 과거 일진이었다는 멤버를 만나고 진명은 긴장하지만 거칠 것같았던 아이돌은 돌변하며 살려달라며 잘하겠다며 눈물을 뚝뚝 떨군다. 이어서 누군가는 이럴 거면 왜 뽑았냐고 화도 내고 누군가는 체념하고 누군가는 말이 없다. 해임달만 수긍하지 않고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해임달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냐고 하고 진명은 그만큼은 다 하는 거라고 부족했다고 나머지 중의 나머지라고 독설을 날린다. 해임달이 화가 나서 진명을 밀치는 바람에 진명이 팔을 다치고 회사에서는 이것을 1인시위를 철수시킬 기회로 삼는다.

 

해임달은 팬들에게 해주려고 오래 전에 10만원 주고 공들여 만든 사인을 계약 해지하는 난에 부지런히 휘갈긴다.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노오력'이나 '강호동 수첩에 적힌 말들'같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트 폭력을 벗어나지 못한 예은이나 이복동생을 가진 조은 이야기도 마음 아프지만

해임달 에피소드가 제일 마음 아팠다.

 

진명이는 분명 활기찬 아이돌을 보며 오래 누워 있다 떠난 동생 수명이가 생각 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이 아스가르드에게 저승사자같은 존재가 되어 계약 해지하는 데 사인을 받으러 다녀야만 하다니.

 

게다가 지난주에는 편지 작성자와 사연이 깊은 남자가 찾아와 진명이 칼에 목을....

 

작가님이 어떻게 마무리하시려 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청춘시대 1과 마찬가지로 청춘시대 2도 가혹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청춘시대가 아무리 가혹해봐야 결국 이것 역시 판타지일 뿐

실제 청년들 현실은 더 열악하다는 건 아는데

일단 눈이 즐겁고 '화사함'에 취해 보고 있다는

바보 같은 중년 시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마트폰을 처음 써보는 아이는 설정한 패턴을 잃어버리고 백업 숫자로 복원한 후 다시 패턴을 설정하지 않는다. 귀찮다나. 그러더니 숫자마저도 해제해버렸다.

 

이렇듯 패턴이란 한번 설정되면 편하긴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나는 육아 10년간은 어떤 패턴을 찾으려고 끝없이 노력했다. 패턴을 설정하고 잃어버리고 하는 것의 연속이었던듯하다. 지금도 사실 그렇다. 아주 다행인 것은 수면패턴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 육퇴(육아퇴근)하고 놀고 싶은 것을 참아내고 10-10시 반 사이에 잠들어 4-5시 사이에 일어나기를 다행히 2주째 지속하고 있다.

 

 

 

 

 

 

 

 

 

 

 

 

 

 

 

 

악스트 <황정은> 작가 편 아껴 읽고 있다.

신기하게도 요즘 나의 화두인 내 삶의 패턴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인간 삶의 패턴

 

아니다. 한 사람이 20년, 30년, 40년 산다는 것은 계속해서 상황과 만난다는 이야기 아닌가. 계속 어떤 상황의 연속이고, 계속 어떤 선택을 하고. 그게 모여 그 사람의 패턴이 되는 것 같았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 자신은 그때그때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은 본인이 그동안 살아온 패턴을 따르는 것 같다. 성찰이 드문 삶에서는 그런 패턴에 따르기가 훨씬 쉬워지고 자기도 미처 모르는 자기 패턴에 따라 살게 되고. 그게 쉬우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별로 없거나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 삶을 살수록 패턴에 휩쓸리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 단편을 쓸 때.

 

작가가 생각하는 악

 

그게 나도 궁금하다. 거창한 악보다는 사소한 악에 관심이 더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비웃음, 천진함, 일상의 비열함, 일상적인 악 같은 거.            33쪽

 

"이 세계를,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는, 낙담."

 

가족들?

 

지금 삶의 파트너들. 그런데 덧없다. 한 번뿐이니까. 롤랑 바르트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이 덧없음을 어떻게든 이야기로 영원히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거다. 세계가. 그걸 절감한 것이 2014년 이후였고 노이로제 같은 걸 겪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될까봐. 안전하지 않고 너무 형편없는 세계에 대한 자각이 아주 뚜렷하게 왔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기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심정적으로 계속. 바르트적인 낙담의 상태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단편과 중편 <웃는 남자>를 그런 상태에서 썼다.      36쪽  

 

어릴 때, 아마 한 10대 후반 20대 초 정도에는 내가 굉장히 도덕적이고 남보다 정의롭다고 여겼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 흥분했고 화가 났고 화를 쌓아두고 살았던 듯하다.

 

그런데 마흔이 넘고 보니 나는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정의로운 편도 아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맞다.

 

어떤 힘든 상황이 연속적으로 다가오면 피해다니고 내게 감정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권력이나 거대 악에 주목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은 내 삶의 패턴에 주목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다만, 언제나 생존이 시급했다. 정은 작가가 가족들이 한때 자신을 XX년이라 여겼을 거라 해서 잠시 씁쓸하게 웃었는데 나 역시 우리 가족 중의 누군가에게는 그런 포지션. 

 

정은 작가(악스트에서 이렇게 부르는 게 맘에 든다)  소설을 읽다보면 <웃는 남자>도 내가 경험했던 어떤 상황이나 심정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다.

 

해묵은 음반들. 너덜너덜하거나 먼지를 뒤집어쓰고 뻣뻣해진 마분지 껍데기들. Georges Moustaki, Neil Young, 시나위, NKOTB, Boston Symphony Orchestra가 연주한 Shostakovich, VIvaldi, Michael Jackson. 고르지 않은 취향. 그보다는, 취향이 되기 전에 중단된 취향.

 

<웃는 남자>, 61쪽

 

친정에 가면 내가 모은 씨디나 테이프들이 아직 두꺼운 감귤상자에 가득 담겨 있다. 세 살 터울인 여동생은 영문도 모르고 내가 듣는 건 따라 들었을 것이다. 가정 내 자원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언제나 맏이가 더 우위를 갖는다. 내 취향의 책이나 음반으로 도배된 작은 방. 이게 아직 친정에 남아 있어 늘 부채감에 시달린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욱한다고는 하지만, 그 원인과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떨 때 공통적으로 욱하는지 적어본다. 어떤 일이 나를 유독 욱하게 하는지 파악했다면, 그때부터는 나의 삶과 연결을 시켜 봐야 한다. 그래서 그 상황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야 한다. 293쪽

 

내가 일상에서 유독 욱하는 상황들을 적어 보았다면, 이제는 그 상황에 내가 보이는 공통된 반응들, 같은 패턴의 반응들을 써 봐야 한다. 이런 것들을 일상에 습관화하면 나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이 자체만으로도 욱하는 감정이 많이 줄어든다. 294쪽

 

<못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육아서는 한동안 읽지 않다가 인기도서가 우연히 들어온 게 신기해 읽었다. 전에 지역 강연도 들은 적이 있어 그 내용 그대로이긴 하지만 역시 '패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옮겨본다.

 

오은영 박사가 나왔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패턴. 

저 좁은 집에 장난감, 책은 왜 이리 많으며 힘든데 왜 자꾸 마트나 놀이공원 같은 데를 꾸역꾸역 나가 애를 잡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남에게는 뻔히 보이는 패턴을 부모만 못 보고 힘들어하고 박사님한테 아이도 혼나고 엄마도 넋이 나가 허둥대다 방송국 지원 받고 손잡고 나들이하며 마무리.

 

하. 그러나 내가 애엄마가 되고 나니 별다를 것도 없더라.

 

스무 번 중에 열아홉 번은 친절한 엄마인데 한 번은 광분한다면, 차라리 그 열아홉 번을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아이한테는 훨씬 더 이롭다. 열아홉 번 애쓴 것이 다 필요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를 쓰는 것보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한 번을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41쪽

 

내가 바로 스무번 중에 열다섯 번은 친절하고 다섯 번은 버럭하는 엄마다. 일단은 체력이 약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데 또 의무감, 책임감은 무지 강하고 어린시절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뭔가 내 아이에게만은 엄청 잘하고 싶어한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게 되는 반응에 일정한 패턴이 있거나 늘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이다. 제3자가 보기에는 “뭐 그런 일 가지고 그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게는 너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문제의 원인이 보이고 답도 찾을 수 있다. 296쪽

 

내가 욱하는 상황들이 다 어린시절과 연관되어 있고 아이들의 실수와는 무관했다.

 

사회에는 괜찮은 사람과 아주 좋은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과 형편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그 비율은 언제나 비슷하다. (중략) 내가 옳고 선량하게 살면 좋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살지 않는다고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그 사람이 “그렇군요. 제가 잘못 살았군요”하고 굴복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300쪽

 

“당신의 기준은 이론적으로 정답에 가까워요. 당신이 사는 방식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아니면 조폭 같은 사람들한테 적용하면 통하겠습니까? 사람의 감을 봐야지요?” 295쪽

 

애들 데리고 밖에 나가면 공중질서 어기고 하는 무개념인 사람들에 광분했다. 애들도 나처럼 그런 상황에 기분이 상하는 편이다. 새치기 하는 사람에 나들이 기분을 망치기도 하고 식당에 떠드는 사람 있으면 불편해했다.

 

어느새 아들도 나를 따라 깐깐하게 굴고 입바른 소리를 하려고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러

아, 이러다가는 사소한 시비에 말려 큰일을 겪겠구나, 싶어 적당히 넘기는 법도 배우게 하자고 느꼈다.

 

상대가 욱할 때 가장 좋은 대처는 사실 능청스러움, 유머와 위트다. “뭐 그렇게 화를 내실 것까지야” “고정하세요. 건강에 해로워요”하는 것이다. 301쪽

 

이 정도면 족하다.

도서관도 개관하자마자 가서 애들 많아지기 시작하는 11시 넘어 나오면 화낼 일이 줄어든다.

 

새치기를 당하면 상대가 무안하지 않게 부드럽게 알려준다. 만약 새치기한 사람이 연쇄살인마라면 싸이코패스라면 으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ㅋ

 

그보다는 사람이 몰려들 시간을 가급적 피한다. 다행히 애들 아빠가 가끔은 평일에 쉴 수도 있어 평일 여행이 제일 좋았다. 아, 역시 여유롭게 평일 여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화낼 일이 줄어드는구나 싶었다. 

 

*

어제는 주부의 특권 중 하나를 행사 

조조로 <택시 운전사>를 보았다. 애들 방학에 개봉해 못 보다가 이제야 내려가기 직전에 보았다.

최상의 관람 환경이었다. 혼자 오신 분들 서너 명.

 

평범한 소시민 택시기사 만섭이 광주의 참상을 목도하고 자신의 삶의 패턴을 깨버리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특히 피터와 만섭이 마지막 검문에 걸렸을 때 서울택시 번호판을 눈감아준 군인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이 사람 역시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거대 악에 맞서 순간순간의 선한 결정과 자기 희생이 모여 여기까지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대했던 류배우는 서툰 영어발음 연기로 웃음을 주었고 최후의 순간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부분도 좋았다. 정말 그 시대에 살았던 전대 철학과(영화에 그렇다고 나오진 않지만)일 것 같은 '구재식'이였다.

 

단발머리, 제3한강교가 투쟁가같이 구슬프게 들리도록 불러준 송강호 씨가 참 대단하다.

대학 때 봤던 초록물고기의 넘버3가 저렇게 대배우가 될 줄이야.

 

미생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최귀화 님의 사복조장 연기도 실감났다.

 

다만, 마지막에 보안사와 택시기사분들 레이싱이 좀 핍진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오일팔 정신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 잘 만든 상업영화였다.

 

*

그러고 보니 여기서 또 패턴

 

뭔가 비오는 새벽에 글을 이렇게 길게 쓰게 된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패턴을 설정하려면 간단하고 신중하게

혼동을 주는 잘못된 패턴이 되지 않게 언제나 생각하며 살기.

무엇보다 여유를 갖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노래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로 소개하기보다 어쩐지 꼭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이렇게만 적어야 할듯하다.

 

토요일에 엄마는 두 달 만에 퇴원을 하셨다.

올해 들어 여기저기 많이 편찮으셨고 특히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다.

아니 늘 심신이 피로하고 자신을 작고 하찮게만 여기고 자주 우시던 분이다.

 

어떤 일을 계기로 단번에 무너지셨는데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다리가 되어주기는커녕

냉소하고 잡으려는 손을 끊고 도망가는 편이었다.

 

올해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던 데에 대한 벌을 톡톡히 받고 있다.

 

길가다 이런 류의 올드팝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

 

 

남광주시장에서 검정봉다리에 식구들 먹일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시는 할머니들

버스에서 빈 자리에 털썩 앉고 에구구 앓는 소리를 내는 할머니들을 보면

그냥 주루룩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도, 남편도 두고 나혼자 친정에 가기로 했다.

딸네 식구들 먹이고 건사하는 것도 버거운 상태이시니.

 

세월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강한, 아니 버거울 정도로 힘겨운 무게를 싣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엄마를 보내드려야 할 때

가시는 길에 이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당신의 심신이 피로하고 작게만 느껴져서

When tears are in your eyes
눈에 눈물이 고이면

I will dry them all
내가 닦아 줄게요

I'm on your side
난 당신 편이에요

Oh, when times get rough
힘든 시기가 닥쳤지만
And friends

주위에 친구도 없을 때

I will lay me down
내가 엎드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난한 물살 위에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I will lay me down

내가 엎드려

 

When you're down and out
당신이 무일푼이 되어

When you're on the street
거리로 나앉게 되어

When evening falls so hard
견디기 어려운 밤이 찾아오면
I will comfort you

제가 당신을 위로해 드리고

I'll take your part
당신 편에 서드릴게요

And pain is all around
어둠이 몰려와 주위에 온통 고통으로 가득찰 때
I will lay me down

내가 엎드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다리가 되어드릴게요

 

Sail on, silver girl
항해를 멈추지 말아요, 소중한 그대.

 Sail on by

계속 나아가세요

your time has come to shine
당신에게도 환하게 빛날때가 찾아올 거에요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당신의 모든 꿈들이 지금 다가 오고 있다구요

See how they shine       
그 꿈들이 빛나는 모습을 보세요
Oh, if you need a friend

만약 동행이 필요하면

I will ease your mind
내가 당신 뒤를 따라 항해할 거에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I will ease your mind
당신의 마음을 편히 해드릴게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I will lay me down

내가 엎드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다리가 되어드릴게요

 

가사 출처 네이버뮤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들이 어제부터 하루 종일 유튜브로 보고 흥얼거린 노래가

유영석의 1996년작 <네모의 꿈>

 

가사도 좋고 음악도 다 좋다며

엄청 음치인데 계속 랩하듯 부르고 다녀서

웃겨서 혼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박경림 얼굴형 친구들 놀릴 때 부르던 노래 되시겠다.

 

어제 음악시간에 처음으로 이 노래를 듣고 배웠다고 한다.

아마 젊은 선생님이 초등이나 중고등학교 때 자주 듣던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게 된 듯하다.

 

또 아들이랑 유튜브 찾아보다보니

마인크래프트(초등 인기 게임) 네모의 꿈도 있다. 그래서 초등들이 이 노래를 아는구나.

아마 도티(마인크래프트 유튜버)도 어릴 때 많이 듣던 노래인가보다.

 

저녁 먹고 본격적으로 한스밴드의 <오락실>, 량현량하 <학교를 안 갔어> 들려주니

엄청 웃고 좋아한다. 윤종신의 <팥빙수> 처음 들었을 때 만큼.

 

어릴 때는 주변 하나하나 다 신기하고

어른이 되면 뭐든 할 것 같고

어른들은 이치에 안 닿는 이상한 말이나 강요하는 것 같겠지.

 

둥글게 살라는 말 참 이상했고.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모난 날카로운 말들이나 해대고 그래서 화도 나고.

언제나 초등 감수성은 통하는 것일까.

 

아들이 '초딩' 역시 무시하는 말(혐오 발언)이라 해서

앞으로는 꼭 '초등학생'이라고 하기로 했다.

 

 

 

*아들이 찾아본 버전

 

유영석은 전 국민이 아는 자신의 대표곡 ‘네모의 꿈’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 곡은 사실 그가 '외계인 침공'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라는 것.  
네모난 창문과 네모난 책가방 등 네모난 모양은 사실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들이 ‘네모’ 모양인 자신들의 모습을 인류가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 보내는 텔레파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 밝혀 '상상력 영재' 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뒤이어 유영석은 '진정한 영재란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고 덧붙여 패널들의 공감을 얻었다.

‘영재발굴단’ 유영석이 밝힌 대표곡 ‘네모의 꿈’의 진실, 2017. 07. 12 티브이데일리

 

 

*

 

더불어 아들은 아재개그를 엄청 즐긴다.

90년대 감수성으로 무장하니

학교에서 친구가 별로 없는듯하다. 눙물이 ㅜ.ㅠ

 

일본인 중에서 날씬한 사람

비사이로 마까

 

잔인한 일본인

도끼로 이마까

 

이런 거나 학급게시판에 올리고 있으니

반장선거에서도 낙선하고.

 

역시 이번에도 인기투표였다며

애들이 공약을 모른다며 비분강개

 

상담에 가서

담임 선생님이 00이가 반장선거 끝나고 조용히 와서

쌤, 이 선거는 무조건 인기투표입니다, 라고 했다고.

 

선생님이랑 같이 엄청 웃었다.

 

인기도 없고 노잼 진지한 초등학생의 미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가 사는 동네는 최근에 <한끼줍쇼>에도 나왔던 광주의 대치동이라는 동네이다. 지역에 사니 여기는 서울의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붙었다. 그런데 이해가 편하라고 하는 얘기일 뿐이다. 사람 사는 데 다 비슷하고 서울도 워낙 편차가 크다. 또 나주혁신도시를 가봐도 그렇고 중심가는 비슷비슷한 프렌차이즈들이 채우고 있어 어디나 거리 풍경이 다 비슷해진다. 

 

학군 그런 것보다 당시 남편 직장과 시댁에서 가까운 곳이라 이곳에 살기로 정했었다. 

과목별 전문 학원이 늘어서 있고 저녁이면 사립초등학교 스쿨버스들이 오가는 동네이다. 물론 우리애들과는 상관 없는 풍경이다. 우리 애들은 다들 학원 간 시간에 자전거 타고 잠자리 잡고 놀고 그런다. 공원이고 놀이터도 비어 있을 때가 많다.

 

4차산업혁명이다 말이 많지만 이 동네 극성? 엄마의 최종 목표는 열심히 가르쳐 인서울 하는 거다. 아니면 지역 의대나 카이스트 이런 데 보내는 게 목표인 엄마들이 있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 열심인 엄마는 없지만 서울친구들 윗동네 교육은 어떠냐고 가끔 묻는다. 그때마다 난 서울에 이제 친구가 없어요, 한다. 사실이다.

  

*

아들이 4학년, 이제 고학년이 되니 주변에 한국사 학원을 다니는 애들이 많아졌다. 사회 과목 때문에 그런가 싶었는데 인사만 하고 다니는 엄마한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공무원 시험에 다 한국사는 포함이니 미리 해두어도 나쁠 게 없다고!  

 

논리적 사고를 기르고 역사관을 바로 세우려는 목표보다

역시 입시나 시험 등 '실용'이 대세인가.

 

*

아들은 한국사를 좋아해서 2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주문해주었다. 처음은 용선생.

 

 

 

 

 

 

 

 

 

 

 

 

 2학년 때 이 시리즈를 사서 잘 읽었다. 용선생 만화 한국사는 도서관에서나 보고 있다.

표절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저학년이 보기에는 무리 없이 읽혔다.

 

 

 

 

 

 

 

 

 

 

 

 

 

 

유명한 한국사편지, 한국사 사전은 정말 가끔 보고 싶은 데만 본다.

학습만화에 너무 익숙해서 흥미를 못 붙이고 있어 아쉽다.

 

 

 

 

 

 

 

 

 

 

 

 

 

 

 

 

 

초등학생을 위한 맨처음은 과목별로 있다.

 

근현대사, 세계사만 소장하고 있는데 두고두고 잘 본다. 만화 분량이 많기는 해도 해설해주는 페이지도 있어 상식이 늘었다.

 

 

 

 

 

 

 

 

 

 

 

 

 

<제대로 한국사> 오늘 도서관에서 보니 얇아서 무리 없고 사진이나 삽화도 애들 보기 적당하다.

<조물조물 내 손 안의 우리 역사>는 워크북 형태로 역사지식을 확인하기 좋을듯하다.

 

 

 

 

 

 

 

 

 

 

 

 

 

 

 

 

 

아이들이 일곱 살 정도부터 열심히 봤던 머털이

 

<이두호의 머털이 한국사> 정말 취향 저격에다가 내용도 풍부하고 유물 사진 상태도 좋다.

 

학습만화인데 쓸데없이 고퀄이다. 

아니 최근엔 학습 만화를 불편히 여기는 내 마음, 내 의식은 뭔가 싶어 부끄러웠다. 

아이들 선택인데 이건 이래서 안 좋고 이건 이래서 나쁘고 너무 간섭이 심했다.

나도 극성 엄마.

 

 

 

 

 

 

 

 

 

 

 

 

집앞 도서관에서 와이 한국사는 마르고 닳도록 빌려보았다. 겨울방학에 와이만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보았다.

 

 

 

 

 

 

 

 

 

 

 

 

 

 

 

 

 

 

<설민석의 한국사대모험>도 애들 눈높이에 맞는 개그코드 때문인지 인기 대여 도서다.

 

*

 

최근에 알쓸신잡 이후로 아이들과 같이 간만에 예능을 보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편

 

다니엘 노잼이고 진지한 게 정말 딱 내 취향이라 무리해서 같이 보았다.

애들이 더 좋아하고 웃고 난리

서대문형무소 보고 무섭고 슬프다고 난리난리

 

서울 가끔 가면 아이들과 고궁은 같이 가봤는데 서대문형무소를  같이 못가봤다.

모교인 여고에서 가까운 곳이라 모교도 들러보고 싶다.

내 로망인 딸과 모교에 가보기를 바보같이 딸아이 백일 무렵에 해서 기억에 없다. 진짜로 바보였던 것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ㅜ.ㅠ

 

 

주말에 1박2일로 경주를 가려고 하는데 이 친구들 들른 데는 꼭 가주려고 한다.

초등 아이들은 경주가 진짜 처음이다.

나도 결혼 전에 겨우 두 번인가 대강 보고 온 게 다라서 사실 기억에 없다.

전에는 어딜 가나 책보다 못해서 실망하고 다녔는데, 요즘 블로그들 보니 전주같이 문화적인 컨텐츠로 뜨고 있는듯하다. 아무렴, 천년도읍 경주 아닌가.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천마총, 동궁과 월지는 꼭 가보련다.

 

야경도 꼭 봐야지.

 

원래 영화 <경주> 보고 혼자 한번 꼭 가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다 두고 혼자 가봐야지.

 

나날이 변하는 경주가 좀 두렵기는 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잘 있을까? 제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