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중년기의 한 현상인가보다.

 

대사량은 줄었는데 여전히 세 끼 꼬박 먹고 아이들 간식 챙기고 하다보니 몇 년 사이 전에 알던 사람들도 몰라보게 몸이 불고 있다.

 

사소한 스트레스에 탄수화물 중독으로 대처해서 그렇고

소소하게 마신 음료들 때문에 자꾸 살이 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

 

여전히 안달내고 힘들어하고 있다.

 

어제는 나가는 학교의 공개수업 날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꼬여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유독 말썽인 아이가 있는데 점점 심해진다. 며칠 전에도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특히 나에게 불쾌한 언행을 자주 해서 상담도 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 어머니에게도 말을 해보았으나 훈육을 잘 할 타입이 아니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뭔가 말을 많이 하고 기발하게 하면 창의력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 결과 수업시간에 저마다 맥락없이 말을 마구 뱉는다.

 

일단은 듣고 주어진 자료를 응시하고 해야 배움이 시작되는데 이해도 없이 표현만이 넘친다.

 

일단 교문을 나서면 생각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해야 하는데 시간제 일에 너무 마음을 쏟고 있다.

 

그 아이 부모, 담임, 학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붙들고 있으면 무엇하겠는지.

 

그 시간의 일은 그 시간에 해결하고

더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주말에 아들 생일 기념으로 고흥에 다녀왔다.

 

아들 생일 기념이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요즘에 진짜 어디가 되었든 가려고 하지 않는 아들이라 이것도 나의 큰 고민 중 하나이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나로우주발사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 조정래 가족문학관을 돌아보았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가보고 싶은 데를 다 가다보니 차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거의 다 해안도로이고 날이 좋아서 바깥을 보기만 해도 좋았다.

 

우주센터는 원래 단체 위주의 곳인데 마침 당직자 분이 계셔서 체험을 몇 가지 도와주셨다. 문 워커라는 우주비행훈련하고 직접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4D가 인상 깊었다.

 

발사 전망대까지는 거리가 상당했지만 날이 좋아서 전망대는 가보고 싶었다. 360도로 바닥이 회전한다는 전망대는 관광지의 흔한 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에서부터 아들이 삐딱해서 딸하고만 둘러보고 조정래 가족박물관도 딸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새로 생긴 곳들이라 시설이 깔끔하고 구성도 알찬 편이었다. 부여 때도 그렇고 거의 여행 막바지 문학관 방문 때는 부자는 쉬고 있고 딸하고만 보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부여 신동엽 문학관 때도 그렇게 잘봤는데 아쉽기는 하다.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이 또한 마음 비우고 욕심 내려두어야겠지.

 

풍경도 아름답고 일정이 순조롭고 도움 주신 분도 많은 감사한 여행이었는데 아들하고는 이제 다니기 힘들듯하다. 불평 듣고 맞추어주는 것이 이제는 참 싫다. 나와 맞추어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냥 사춘기 남자아이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아겠지.

 

 

 

*

고흥이 아버지의 고향인데 작년에 유산 분쟁? 으로 친척과 문제가 있어 군청을 방문한 게 다여서 이번에야 제대로 관광을 해보았다.

 

아주 어릴 때 고흥에 1년 정도 살았다는데 기억에도 없는 곳이다.

 

국민학교 때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힘들게 찾아간 시골집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고흥' 하면 아, 멀고 불편해 하는 기억뿐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고흥에 대해 다시 순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저 책은 안 보았지만

고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표현이 이 계절에는 꼭 들어맞는다.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 유자, 하늘, 분청사기 조각, 운석이 있는 고흥

 

내 기억속 항상 어린, 영원히 늙지 않는 아버지의 고향 고흥에

이제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

 

미움도, 원망도 다 털어버리고. 

 

다음에 고흥에 가게 되면 고흥 가고파그집에서 북스테이하며 쉬고 싶다.

 

 

 

사진은 즐건마암님 블로그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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