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최근에 다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

나도 볼 줄이야.

 

응팔과 운빨로맨스를 끝으로 시간 아니 특히 감정을 너무 소모하는듯해서 드라마는 자제하고 있다가 수업 나가는 곳에서 애들이 본다 하여 보기 시작했다.

 

1-2회는 식민사관에 입각해 기술했나 싶을 정도로 조선 내부에 문제가 많아(신분제의 병폐. 세도정치, 친일파 득세 등) 일제 강점이 시작되었다는 시각 같아 불편했는데 전체를 보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싶다. 내가 어릴 때 여명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애들이 맛보고 있는듯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역사에 대해 많이 모른다. 그래도 방영 이후 정미칠적이라든가 여러 의병들 관련해 관심이 많아져 고무적인 변화이다.

 

드라마는 물론 완벽하게 판타지다.

 

비록 식민지 시기이지만 이런 고귀한 사람들도 있었다면 하는 바람들이 모인 것.

 

구한말 진짜 역사를 알고 싶으면 역사책을 읽거나 다큐를 봐야지.

 

양반의병장이 평민출신 의병이 예를 다하지 않는다 해서 처벌하기도 하고 삼년상을 치른다고 다 버려두고 고향에 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진 초이같이 조선 출신인 정의로운 미국인 따위는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너무 미국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다 보고 나니 제국주의 열강의 문제를 유진 초이 입으로 간간이 언급하는 부분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절반의 성공이다.

 

양반 출신의 고귀하고 정의로운 여성이 각계각층 남성의 두터운 신망과 보호 끝에 꿈을 이룬다는 판타지에 모두가 열광한듯하다. 세세하게 아재 개그라든가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들도 좋았다.

 

작가가 굉장히 대중의 욕구를 잘 파악했고 배우들이 노력을 엄청 한 듯하다. 김태리 한복, 양장과 그 화적떼 같은 옷에도 반했다. 보고나면 한동안 하오체를 달고 살게 된다. 옛날 사람이라 놀림받는 사십대 아예 구한말로 가버렷.

 

<단박에 한국사>는 우리나라 역사만이 아닌 주변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진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국주의 열강 틈에서 이렇게 고통을 당했구나 싶고 고종이나 민비, 대신들이 다 원망스럽다. 어찌 그리 현실인식이 낮았는지.

 

그리고 일본을 막연하게 나쁘고 이전에 엄청 미개했던 나라로만 규정하지 말고 어떻게 먼저 아시아 최초로 근대국가가 되었고 어떤 전차를 밟았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사 배울 때도 그랬는데 여러 사건들 자체는 잘 아는데 전후 관계를 연결해 맥이 잘 닿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나와 와닿는 문제라 더 설명하기 어렵고 답답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보았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학술서라기보다는 어쩐지 에세이 같았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닌 사회학자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사회학을 빌려 기술했다.

패기있게 모든 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이십대 시절을 지나 늦은 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내 계급적 한계를 더욱더 실감하게 되고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N포세대 전이라 결혼과 출산이라도 겪어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과연 다행일까?

 

양육과 노부모 부양에 대한 무게가 심각한 가운데 머리 식히려 읽은 <붉은 손가락>에서도 노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 모두에 실패한 가장이 나와 씁쓸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경제적 상층 전문직 부모가 일반의 사교육 행태를 비웃으며 사교육이 어리석고 나쁘다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서민의 사교육은 어느 소설에도 나오듯이 보육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최고 상층은 교육을 통해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필요가 없기에 입시에 연연하지 않는다.

 

교육은 언제나 사회에 종속적이고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165쪽

 

우리가 과연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육아 역시 경쟁의 장이 되어 힐링육아서니 소박한 엄마표니 하지만 결국 육아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엄마들에게 편한 현실인가?

 

<네 이웃의 식탁>은 정말 마을이 아이를 키웠던 과거 공동체가 요즘에도 가능한지 묻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지만, 산후조리라는 것도 없이 바로 밭매고 층층시하 관계에 시달리고 공동육아가 아닌 공동의 방치인 시절이 더 낫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전이 더 아이들 키우기 좋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는 집에서는 유모를 따로 두었을 정도로 육아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가난한 집에서는 자녀를 많이 나아 그중 살아남은 아이들이 다시 가정의 노동력의 원천이 되었을 뿐이다.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는 삶을 살기보다 집단의 부속품으로 살다가는 것이 이전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은 공동으로 출자해서 돌아가며 아이들을 보고 함께하다 보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 여기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

 

육아의 일상 풍경이나 육아로 얽힌 인간관계의 민낯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양육을 개인 혹은  무작위 집단의 선함에 맡기기보다 사회 제도적으로 시스템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합리적인 가격의 가사 서비스가 개개인의 짐을 덜 수 있을 뿐이다. 상업화한 비대한 키즈카페보다 공공 실내놀이터 시설이 더 많아진다면 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을 터.

 

그런데 저출산 해소 정책에만 몰두하기에는 이미 비혼이나 일인가정도 많은 추세라 사회 모두가 이런 정책에 동의할지 미지수이고 모든 게 참 쉽지 않다.

 

혼자 세상 심각하다 읽은 이 책 <예의 없는 .....> 

 

제목도 저자 이름도 범상치 않다.

 

김불꽃 ㅋㅋㅋ

 

뭔가 확 타오르는  

 

아이 낳고 커뮤니티 중독이라 이미 읽은 내용이지만 또 빌려봤다.

 

정말 예전같이 가정의례준칙이라도 만들어 배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예절이 각자의 개념, 각자의 감각에만 맡겨진 지 오래되었다.

 

결혼식, 돌잔치, 산후조리, 조문 등 일상에서 맞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진상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칭에 맞게 적재적소에 거친 입담을 뽐낸다.

 

무개념들에게 가정교육 원격으로 받은 티, 이비에스로 받은 티내지 말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꼰대들에게는 그러다 단명하십니다, 라고 응수.

 

 

 

 

 

 

 

 

 

 

 

 

 

 

 

 

다 읽고 나니 생활예절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감정의 온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혼자 정성 쏟고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한 소심한 속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정도로 개념(?)이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연을 맺는 사람들은 애초 이런 고민을 안하기 마련이므로.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대로

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거늘 네가 호구다. (네가 호구다, 호구다, 호구다가 에코로 계속 퍼져야 실감난다 ㅋ)

 

 

호구의 삶, 호구지책 속에서

 

유일한

숨구멍 틔우는 일.

 

그 일에 마음 쏟으며 또 이 계절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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