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 등록했다. 5학년이 되어 사춘기를 맞아 무기력한 아들이 간만에 의지를 보이며 배드민턴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았다.

 

전문 클럽이라 아이는 원래 등록이 안 되지만 안전상 이유로 부모가 같이 등록하면 아이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처음 하루이틀은 초보 둘을 맞아 회원님들이 반겨주며 의미없는 난타도 같이 열심히 쳐주셨는데 어제는 진짜 다들 바쁘셨는지 응대가 없어 아들이 나랑 치다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 나 더럽게 못친다. (고등 때 체력장 4등급이었다. 학력고사 시절이면 엄청 손해봤을 거라고 체육선생님이 뭐라 하시던 게 기억에 선하다. 중3 때 심지어 에어로빅하다 쫓겨났다)

 

그런 내가

그래도 여기까지 따라와준 게 어딘데.

 

아저씨들이 쳐줄 때같이 랠리? 가 이어지지 않으니 투정을 부리는 아들

 

결국

어제 코치님께 강습받을 때부터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팔목도 아프다고 해서 일찍 집에 왔다.

 

아이는 이렇게 자꾸 나를 세상에 던져놓고 나를 시험한다.

그래도 화를 내지 않고 매일 가야 하는거라고 네가 선택했으니 책임을 지라고 했다.

 

오늘도 가야 하는데 참 뭔가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은 참 일상이 불편하다.

 

<마녀 체력>을 읽으면서 체력도 체력이지만 친화력에 한번 더 놀랐다. 운동을 잘하는? 즐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는 듯하다.

 

이 클럽에 얼마나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먼저 한번 쳐줍쇼,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안 된다, 말을 꺼내기 힘들다.

 

힘들게 직장일을 마치고 와서 운동으로 스트레스 푸는 분들 같은데

누군가에게 또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을 하는 게 마음이 불편하다.

 

강습받고 나서 셔틀콕을 수강생들이 다 정리해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들 덕에 참 여러 가지를 해본다.

밀대로 강당 여기저기 흩어진 셔틀콕을 모아 다시 깃털을 잘 정리하면서 일렬로 배열해서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한) 롯데마트카트에 넣었다.

 

한 이틀 안 하던 운동을 해서 꿀잠을 잤는데 어제는 제자리였다.

내 식대로 낮에 산책을 하고 집정리를 좀더 하면서 일상의 리듬을 찾아야겠다.

 

 

  

 

 

 

 

 

 

 

 

 

 

 

 

 

화요일에 알라딘에 들렀다가 사온 책이다.

한 사람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분야에서 고른 성취를 보이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타국에서 시를, 문학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성취도 이룰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신다. 계속 운이 좋았다 강조하시고.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온전히 보내서 그런 것이겠지.

 

아래의 책들을 보아도 그렇고

한 분야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동시에 성취를 이루는 분들이 많다.

 

 

 

 

 

 

 

 

 

 

 

 

 

 

 

다중지능 이론이 맞기는 한데

대개 한 사람에게 여러 다중 지능이 발현되는 듯하다.

 

그리고 다중 지능이 골고루 발현되는 건 또 소수다.

 

나머지 범인들은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좀더 힘을 내봐야겠다.

 

하늘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이 계절이

참으로 짧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더

좀더 움직여봐.

 

아들이 아닌

나에게 하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