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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다섯 남녀가 유럽에 갔다
배재문 지음 / 부즈펌 / 2009년 4월
평점 :
실로 오랜 만에 읽어보는 여행책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재미나게 읽은 후로는 여행책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실로 간만에 괜찮은 여행책을 읽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책은 한비야의 그것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한비야가 여행자와 생활인의 중간자 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면, 이 책의 저자는 유랑하는 여행자의 이미지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을 통해서는 우리네와 같은 여행자의 일상을 조금 더 살갑게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두꺼운 여행책이 그냥저냥 평범하기만 하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 겁도 없이(?) 자동차를 렌트해서 유럽을 돌아다닌 것만 봐도 보통은 넘는구나 하고 읽는 내내 생각했었다.
유럽~! 정말 모든 젊은이들과 여행을 코딱지만큼이라도 좋아하는 모든 이의 꿈~! 그리고 희망의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사견이지만 유럽 여행은 마치 대학생들의 전유물인 마냥 인식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인데, 그도 그럴 것이 직장을 가지고, 결혼이다 뭐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치다 보면 한달에서 두달 동안 자기 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는 뼈빠지게 힘든 것이 사실이고, 그러다가 현실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티비에서 틀어주는 유럽 기행 같은 채널을 보면서 자위하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재미없지 않나? 길어야 100년인데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남의 눈치 보면서 빌빌 거리며 살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하고 아마도 작가는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나 또한 그에 대하여 심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사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동시에 실용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 여행을 할 때 필요한 몇 가지 사항들이나 팁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으며, 그에 더하여 다른 여행 책에 비해서 다채로운 사진들로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들이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거라는 사실? 독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 주고 싶었던 작가의 노력과 욕심이 돋보였던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비단 작가의 관점 만이 아니라, 같이 여행을 갔던 일행들의 짤막짤막한 감상들도 포함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시선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행서의 특징은 독자로 하여금 떠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여기서 예외가 아닌데, 어쩌면 여행을 종용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일 수도 있다. 작가 또한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하는 무리수를 택했기 때문이다. 비단 무모해 보이지만, 엎어치나 매치나 인생사 한 번 사는 것이고,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보자는 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남의 손에 맡겨 놓고 하릴 없이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바이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고민 하지 말고, 체력 있을 때 여력 있을 때 기운 있을 때 당장 짐 싸서 떠나길 권해 본다. 안 해 보고 후회하느니 차라리 해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