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미술 -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모든 것의 시각 자료집
S. 엘리자베스 지음, 박찬원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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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는 미술문화 책. 미술문화는 믿고보는 미술서적 전문출판사인데 재미있는 주제를 많이 다룬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판타지, 마법, 동화, 신화, 종교 등의 영역을 다룬 그림들과 삽화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너무 아름다운 무엇인가를 접하게 되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에 대해 끊없는 호기심을 보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왔는데 바로 그 상상이 다양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표출되어 왔는데 그 중에서도 미술은 인간이 어디까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신화나 판타지 그리고 SF 영역은 문학적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라 그림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아름답거나 몽환적인 그림들이 있는 반면 섬뜩하거나 괴기스러운 그림들도 있고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 해석불가인 그림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속에서 한번쯤은 접했을 법한 시각적 이미지였다.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삽화가들의 작품도 두루두루 다루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튀어나올법한 생명체들이나 <에이리언>을 비롯 외계 생명체를 다루는 영화에 영감을 주었을법한 괴물들이 이미 누군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고 있었고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겨 읽었던 동화 속 이야기도 사실은 수많은 환상의 세계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읽었던 이야기들에 만약 그림이나 삽화가 하나도 없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 앨리스 맞다)가 언니가 읽던 책을 보고선 했던 말에 공감이 간다. - "이야기도 그림도 없는 책을 무슨 재미로 읽는담?"


   내가 좋아하는 삽화가는 아서 래컴인데 <피터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여름밤의 꿈>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등 수많은 이야기의 삽화를 그린 사람이다. <환상의 미술>에서도 아서 래컴의 삽화가 몇 컷 등장하는데 이번에 텀블벅에서 펀딩한 <아서 래컴 빈티지 일러스트북>이 무척 기다려진다. 아마 환상삽화의 정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비현실적인 것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놓치면 아까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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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귄, 항해하는 글쓰기 - 망망대해를 헤매는 고독한 작가를 위한, 르 귄의 글쓰기 워크숍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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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작가로만 알고 있던 어슐러 르 귄이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글쓰기 관련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픽! 잠깐잠깐, 책 날개 작가 소개를 보니 세상에 1929년생! 2018년에 88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1998년에 낸 책의 개정판. 80세가 넘어서도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했다고 하니 대단하심. 사실 이 책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러지 않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책은 작가들을 위한 스토리텔링에 관한 조언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이 책은 '이미 글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서사 산문 작가'를 위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재미있고 짧은 서평만이 유일한 글쓰기인 나에게도 작가들의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살짝 엿볼 기회가 되었다. 특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여기서 기본이란 문법, 시제, 문장 부호 등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5장에서 지적한 과도한 형용사와 부사 사용에 대한 부분은 모든 글쓰기에도 적용될만한 조언인데, 너무 마음에 와닿아 인용해본다.

우리는 자라면서 공격적인 대화가 좋지 않다고 배웠기 때문에 단어를 부드럽거나 약하게 만들어주는 '좀', '약간' 같은 수식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대화에서는 그래도 좋다. 그러나 산문에서 그런 수식어는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와 같다. 보는 즉시 잡아내야 한다. 또 내가 성가셔하는 수식어로는 '어느 정도', 다소', '그냥'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가 있다. 


본문 p82-83


   위에서 언급한 진드기 같은 수식어는 아마도 서평 쓸 때마다 하나 이상씩 사용했던 것 같은데..바로 잡아내어 없애야 하는 진드기라니.. 헐..앞으로 이런 '진드기' 같은 수식어를 쓸 때마다 잠깐 멈춤! 하게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이야기를 하는 화자, 그러니까 '시점'에 관한 부분도 독자의 입장에서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가끔 비일관적인 시점이나 시점이 자연스럽지 않게 변화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어 시점을 선택하거나 시점을 변경할 때 작가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대목에서 끄덕끄덕.


   이 책의 볼거리 중 가장 최고는 저자가 인용한 작품들이다. 각 장에서 언급하는 주제에 맞는 잘 쓰인 예문을 기존 책에서 가져온 것인데, 대부분이 고전작품들이다. 이미 읽은 책들이라고 해도 인용된 대목에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는데, 다시 한 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저자의 글들이 작품들의 원래 언어를 두고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번역본을 읽는 독자로서는 그 작품들의 훌륭한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있다. 어떤 부분은 영어를 그대로 옮겨 이해하기가 수월했지만 대부분이 원어가 없이 번역글로만 되어있어 쉽지 않았다. 예문이 원어와 번역어 두가지 모두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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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음식 여행 - 레시피가 있는 프랑스 집밥 이야기
배혜정 지음 / 오르골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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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 영토가 굉장히 넓은 나라이다. 전 세계 중 유일하게 자급자족을 할 수 있을만큼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지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다. 남프랑스 특히 프로방스 지역은 여러 이유로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못가본 지 오래되어 다시금 추억을 꺼내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이야기는 대부분 저자와 남편이 프랑스 유학 시절을 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프랑스 레스토랑과 쿠킹 클래스를 운영했다는 것을 보면 프랑스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감각을 지녔던 것 같다.


   한꼭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 속에 당시 먹었던 음식들의 레시피가 더해지고 그와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추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맘 먹고 해야하거나 요리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들은 당연히 제외. 하지만 재료 손실정도의 성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샌드위치 정도는 사먹지 말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면 1층 상가에 위치한 진짜 맛있는 빵집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책의 전반적인 톤이 잔잔하다. 저자의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실제 말하는 톤도 이렇게 조곤조곤 잔잔한 스타일이실 듯. 보통 우리가 프랑스 요리를 떠올리면 사치스럽고 엄청난 고급요리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물론 그런 요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성이 들어가지만 소박한 요리들이 많다. 나는 특히 프로방스 지역 호텔이나 숙소들의 아침식사를 좋아하는데 갓 구운 여러 종류의 빵들과 다양한 잼과 버터, 계란과 샐러드, 여러 종류의 치즈, 그리고 커피와 주스, 요거트 정도인데도 풍성하고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동남아 호텔들의 엄청난 스케일의 보기만 해도 질리게 되는 조식과는 대조적이다.


   재료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도 있기는 하지만 책에 실린 대부분의 식재료는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음식을 만드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본다. 모든 음식이야기가 담긴 책이 그렇듯 책을 읽고 나면 무척 허기진다. 1층 빵집에 가서 디종 씨있는 머스터드가 듬뿍 발린 장봉뵈르나 사가지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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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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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엄청 대박 반전! 막 이런 작품은 아니다. 예전에는 추리 소설이 독자가 범인이 누구인 줄 알아채지 못하게 꽁꽁 숨기는 것이었다면 어느 순간,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왜, 어떻게 살인을 했는 지에 방점을 찍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누가' 했는지 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춘 심리를 다루는 작품들이 더 스릴감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묻지마 살인 같은 것이 등장하면서 '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사이코패스니 소시오패스니 하는 자들이 등장했으나 내 취향은 여기까지는 아닌 듯 하다.

이 소설은 위 세가지 요소를 모두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클래식 추리 소설의 구성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FBI의 방문을 받는데, 누군가가 주인공이 아주 오래 전에 서점 블로그에 올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다룬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살인을 모방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 그래서 주인공은 과거 그가 그런 내용의 블로그를 올리게 된 이유를 회상하면서 그가 인용한 여덟 편의 작품이 등장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제외하면 나는 읽어 보지 않은 작품들이다. 클래식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선호도 같은 걸 엿볼 수 있다(오마쥬라 하기에는 좀 약한 듯)

주인공과 FBI는 여덟 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거기에서 힌트를 찾아보기로 하는데 여기서부터 두번째, 누가 살인을 했는지를 알려줘 버린다. 근데 일부만. 그러니까 살인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추리소설 스포는 몰매맞을 일이니 더 이상 자세하게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이 살인자들이 소시오패스들이 아닌가라는 매우 강한 느낌이 든다.

독창적인 작품이긴 한데 약간 애매한 느낌? 저자의 전작들을 보니 제목들이 다 특이하고 인터넷 서점 둘러보다가 나의 추천마법사에 여러 번 등장했던 작품들이 많았다. 전작들 몇 권을 더 읽어보고 나서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볼 지 말 지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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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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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 제목이 별로다. 뭐가 사적이라는 건지. 원제 그대로 번역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원제는 번역판 부제와 비슷한 The Milky Way : An Autobiography of our Galaxy 인데, 우리은하의 자서전을 왜 굳이 '비공식' 자서전이라고 했는지도 의문.


   암튼 그건 그렇고, 이 책이 왜 우리은하의 자서전이냐. 바로 화자가 우리은하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영리하다. 만약 저자가 화자이면서 이런 식으로 썼다면 약간 응? 하는 면이 있었을 듯 한데, 거의 신과 맞먹는 우리은하가 인간들을 까대는 건 어딘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럴 권리가 충분하다는 것처럼. 우리은하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광대한 존재들을 인간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자서전이니 인간들은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은하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까칠한 우리은하가 아주 기분나빠할 것이다.


   저자는 무려 하버드 대학에서 천체물리학과 신화학을 공부하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우리은하인척 하면서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과알못인 나로서는 여전히 어렵게 겨우 겨우 완독했다는 사실. 그래도 배운게 있기는 하다. 얼마 전 읽은 <삼체>에서 우리 우주의 종말을 '빅 크런치'로 묘사했었는데 우주의 죽음이 빅 크런치 이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빅 립, 빅 프리즈, 빅 바운스, 빅 슬러프 같은 다양한 이론들이 있었다. 사실 웃긴 건 인류는 현재 우리 우주가 종말을 맞이할 때 즈음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예정인데(인류 뿐만 아니라 아마도 태양계 전체가) 인간들은 왜 우주의 종말에 그렇게도 많은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순수 호기심일까? (그래서 SF를 사랑하는지도) 우리은하도 그 점을 궁금해 한다.


   어려웠다고는 했지만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은하는 옆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를 사랑한다.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번이라도 만나지만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서로 만나려면 40억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은하에게 40억년 쯤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그 극적인 만남을 볼 수 없지만 걱정하지 말자, 인간에겐 무한한 상상력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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