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TOEFL 기출 VOCA - 최신 토플 기출을 반영한 국내 유일의 토플 전과목 어휘 학습서
류형진.시원스쿨 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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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은 처음이라..[시원스쿨 TOEFL 기출 VOCA]

 

 

토플은 처음이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구요.

영어 시험이라곤 토익 경험이 전부였는데...

 

토플은 원래 미국 대학에서 수학할 비영어권 학생을 선별하기 이해 개발한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이라죠.

그래도 많은 기관들이 학문적인 영어 실력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영어 실력을 판단하는 척도로 토플 점수를 인정하고 있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토플은 주로 대학 학부 강의 수준에 준하는 학문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또한 듣기, 말하기, 쓰기 영역에서는 학문적인 주제 외에도 대학 정책이나 전반적인 대학 생활과 관련해 직원과 학생, 학생과 교수, 또는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들을 다룬 내용도 등장합니다.

영어에서 필요한 네 가지 영역을 고루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토플 시험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약 3시간 동안 치러지는 시험이며 각 과목당 배점은 30점, 만점은 120점입니다.

 

토플의 네 영역을 공부하려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뭐니뭐니 해도 역시 처음엔 VOCA겠죠.

해커스니 다락원이니 하는 쟁쟁한 출판사들이 있지만 이번에 시원스쿨닷컴에서 나온 토플 교재들이 깔끔하니 좋아 보이더라구요.

두께의 압박은 어쩔 수 없지만 손에 쥐기 편한 사이즈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성을 살펴 볼까요?

[시원스쿨 TOEFL 기출 VOCA]는 전 과목 필수 어휘가 한 권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

READING & LISTENING   한 파트, SPEAKING & WRITING  한 파트 구분되어 있어요.

분철은 아니지만 아이들 문제집의 문제와 답처럼 부러뜨리면 똑 떨어지는 구성이더라구요.

 

앞부분에 이렇게 학습플랜 짜기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나와 있습니다.

1회차, 2회차 학습으로 복습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요,

1개월 플랜, 2개월 플랜이 짜여져 있습니다.

시간 오래 끌 것 없이 단기간에 뽝!

보카를 끝내면 얼른 과목별로 들어가서 연습을 시작해야겠죠?

 

 

계획을 짜는 것만으로도 시험 대비가 절로 될 것 같은 느낌!

토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주니 든든한 마음이 드네요.

 

 

목표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단어들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겠죠.

입문자라면 모든 단어를 꼼꼼하게 학습하고, 중급이상 학습자는 각 표제어와 뜻을 확인하여 몰랐던 단어 위주로 선택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좋다네요.

 

이미 아는 단어라도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 예를 들어 employ는 직원을 '고용하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을 활용하다'는 뜻으로 소개하고 있었네요. 여기에 적절한 예문, 기출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출제 포인트, 노트테이킹까지 함께 수록하여 한 단어를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토플은 리딩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음원이 활용되므로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노트테이킹 방법을 제시한다고 하네요. 표제어와 관련된 빈출 주제의 기초 전공 지식을 제공해서 지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READING & LISTENING 편에서는 표제어와 관련된 영작 스킬을 제공합니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노트테이킹/토플이 좋아하는 전공 기초 지식/영작에 유용한 배경 지식 등을 부가 장치로 쓰고 있는 것이죠.

 

프리미엄 온라인 자료로, 기출 유의어 1000과 practice test[PDF], 2가지 버전의 음원[MP3]도 사용할 수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원스쿨 TOEFL 기출 VOCA]

요거 한 권이면 가뿐하게 토플 공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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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점모시나비와 곤충들의 시간 - 이강운 박사의 24절기 생물노트
이강운 지음 / 지오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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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생물노트-곤충도감 [붉은점모시나비와 곤충들의 시간]

 

 

곤충들의 시간을 눈여겨 본 적이 있었던가.

집 앞을 지나는 작은 천변에 물이 넘실넘실 흐르던 몇 해 전에는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해서 자주 나들이를 나갔었다.

계절의 변화를 나무들이며 꽃, 메뚜기 들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자연의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자라갔다.

지금은 기후의 변화 때문인지 자연 훼손 때문인지 그 작은 '천'조차도 흘러넘치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끊어진 만큼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 보기에 좋지 않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따질 것 없이 우리 인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쓰레기, 폐수들이 흐르고 흘러 당장 눈앞의 '천'의 환경 변화를 결과로 보여준다.

여름이면 눈 뜨자 뛰쳐나가 굵은 나무 둥치에 붙은 매미 허물을 똑똑 떼어 제 옷이며 어깨에 늘어놓곤 하던 아이도 이제는 매미 허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시무룩이다.

폴짝폴짝 수풀 사이를 뛰어다니던 메뚜기며 방아깨비 잡기에 열올리던 일도 이제는 몇 해 사이에 '옛날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이의 꿈은 '생물학자'이지만 풍성하던 자연이 곁을 내주지 않으니 그 꿈이 영 시든 모양새다.

대신 집 안에서 사슴벌레 몇 쌍을 키우며 갈증을 달래는 중이다.

 

곤충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달라 한 철 지나면 마감이다.

그들의 한살이는 짧고도 짧아 허무하기도 하지만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늘 새로울수도 있다.

여기, 이강운 박사의 24절기 생물노트는 보름마다 찾아오는 절기에 맞춰 곤충들의 생활을 관찰해 놓았다. 여실히 드러나는 자연의 황폐화 앞에서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주는 것밖에 없다.

저자 말마따나 자연 속의 바람, 하늘의 색깔과 생물의 소리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것밖에...

 

이 책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에 게재했던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노트'를 근간으로 구성한 것이라 한다.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인 24절기를 기준으로 해서 곤충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여러 곤충들 중에서 주인공은 단연 '붉은점모시나비'이다.

내게는 이름도 생소하건만, 평소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는 단박에 아는 척을 한다.

모양을 보고, 이름을 알아주는 것 말고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관찰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으면 해서 일독을 권했는데...

아이는 사진이 많아서인지 글은 대충 읽고 사진으로 눈요기만 하는 느낌이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전세계적인 멸종위기 곤충이라고 한다.

빙하기의 흔적을 몸에 지녀 한겨울에 발육, 성장을 하는 유일한 곤충으로 대단히 특별한 생리를 갖고 있다.

보통 겨울에 월동을 하고 봄여름에 깨어나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것이 나비 아니던가?

완전히 거꾸로 생체시계를 탑재하고 있는 붉은점모시나비의 생태가 신비로웠다.

연구자의 눈으로 보면 더욱 궁금한 것이 많아지리라.

저자는 극한 조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생리적 특성 때문에 오랜 기간 유전체 분석에 관한 연구를 했다고 한다. 알을 모아 부화 상태를 보고, 매일 알을 잘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등의 일들은 꾸준한 기다림 없이는 힘들었을 것 같다. 

 

 

다른 나비들과 달리 올록볼록하면서도 두꺼운 알의 형태를 가진 붉은점모시나비는 그 탄생과정부터 신기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산란한 뒤 애벌레 과정을 거치는데, 그 마저도 순탄치 않다. 시생벌은 붉은점모시나비 알에 기생하고, 번데기에서는 기생파리에 기생하며 영양분 덩어리인 알은 고마브로집게벌레가 포식한다. 가장 강력한 포식자인 말벌은 애벌레를 씹어 먹는다...

여름 아닌 겨울에 태어나니 멸종위기에 처했지...하던 연구자의 푸념은 뒤로하고라도, 참 살아남기 어렵다.

붉은점모시나비에 문외한이었던 나의 시선을 한 번에 꽉 붙들며 곤충의 시간과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유용하다.

작은 것 하나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점점 넓은 곳으로 퍼져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철모르는 나비의 속사정을 알게 되자 다른 곤충들에 대한 설명도 받아들이게 된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대왕박각시, 동종포식까지 하는 난폭한 물장군, 여름잠 자고 깨어난 표범나비, 바다와 사막을 건너는 유럽의 작은멋쟁이나비, 차가운 계곡 속의 날도래와 강도래, 두엄 더미에서 발견한 장수풍뎅이 애벌레.

소똥구리를 기르다 소까지 키우게 된 이야기에 이르면 벌써 곤충들과 함께 했던 24절기가 훌쩍 지나간다.

코로나19로 바깥 나들이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장마철 지나고 나면 다시 집 앞 '천'으로 나가 산책을 시작해야겠다.

여름이 되면 화사하게 달콤한 과일 향기 나는 분홍빛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 자귀나무 꽃이 필 무렵이면 항상 장마가 진다고 했던 저자의 말이 딱 맞다. 바로 며칠 전에 불면증에 좋다며 자귀나무 꽃을 똑똑 따던 사람을 보고 왔었는데, 이렇게 장마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24절기며 곤충들이며 자연에 관심을 자기면 모르던 것이 보인다.

가까이 있는 자연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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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강석기의 과학카페 9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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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9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

 

[과학 한잔 하실래요?]부터 시작된 강석기의 과학카페가 벌써 9번째 시리즈를 맞이했다. 계속해서 시리즈가 만들어지는 것의 흐름을 눈으로는 좇으면서 정작 진중하게 찾아 읽어볼 생각은 못했었다.

왜냐고? 나는 문과니까. ^^

과학에 관한 담론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작년 12월경부터 슬금슬금 피어오른 코로나19에 관한 이슈들은 내 생활 일부분이 되어 날씨 다음으로 챙겨보는 뉴스 중 하나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학생 개학 연기, 백신 개발.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모임을 잡기 힘들어졌으며 가족 외식조차도 마음놓고 다니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밀페된 공간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마스크 쓰기는 필수.

집 나가는 일이 고역이 되어 가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2003년 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동남아로의 여행만 피하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방콕으로 신혼여행 다녀옴!!-그리고 무사했다!!) 지금은 지구촌 전체가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과학에 아무리 무지한 자였어도 이제는 사스, 메르스를 잇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자, 코로나 19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감염병 관련 강연자가 나서는 과학 프로그램을 즐겨 보게 되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언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흘려보지 않게 되었다.

백신은 언제 어느 나라에서 먼저 만들게 될까?

코로나19가 촉발한 미중패권 구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예전의 스페인 독감과 같은 팬데믹이 우리의 역사에서는 어떻게 기술되었고 우리나라에도 감염병의 계보가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덕분에 [과학을 기다리는 시간]을 읽어내는 데 있어서 흥미가 배가되면 배가됐지, 그 어떤 꼭지도 지루하다든가 하는 생각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과학 상식을 재미있다 여기는 경지에 오르게 된....다? ^^

 

지금까지 <과학카페>는 전년에 발표한 에세이 가운데 수십 편을 골라 내용을 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코로나19를 전면에 내세웠다.  1파트 '바이러스의 급습'은 코로나19 관련 글 다섯 편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다룬 글로 구성되었다. 2파트 '핫 이슈'부터 8파트 '생명과학'까지는  예년의 구성으로 돌아와 각 네 편씩의 글을 실었다. 부록에서는 2019년 타계한 과학자 14명의 삶과 업적을 간략하게 되돌아보았다.

 

각 글들은 가장 최근의 과학에 관한 글을 싣고 있어 신선한 정보를 얻는 기쁨을 준다.

글의 형식도 다양한데, 특히 코로나19관련해서 유력한 백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램데시비르"에 관한 정보를 "램데시비르의 자소서" 형식을 빌어 쓴 부분이 재미있었다.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램데시비르의 이야기를 보며 저절로 램데시비르의 활약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아직은 많이 낯선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양자컴퓨터가 바꾸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생활과 친숙한 예를 들어 주었기에 반 정도는 눈에 씌워져 있던 막이 벗겨지는 것 같았다.

양자(quantum)란 전자나 양성자 같은 어떤 입자의 이름이 아니라 에너지 같은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용어였다는 사실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ㅠㅠ

각자 짜장면을 먹는데도 짜장 소스가 걸쭉한 채로 있거나 녹아 국물이 되는 것은 "아밀라아제가 전분을 분해해 점도를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은 짜장면 먹을 때마다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에디슨이 실제 하루 4-5시간만 잤던 것도  그의 유전형 덕분이지 다른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란 것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저자는 과학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 "어제" 생소한 논문을 읽고 "오늘"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만큼 생생한 정보를 부지런히 물어날라 주기에 편하게 앉아 (과장 조금 보태서) 만화책 읽듯이 과학을 마주하게 될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풍부한 지식, 지루할 틈 없게 만드는 입담.

이것 말고 과학 에세이 작가에게 더 무엇을 바랄까.

코로나19는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지만 과학에 문외한이었던 나를 '과학'의 세계로 인도하고 <과학카페>도 만나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과학카페> 시리즈는 쭈욱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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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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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자극을 추구하는 다빈치를 만나다 [인간의 척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마디로 천재다. 르네상스 시기를 살았으며 지금의 우리에게 르네상스적 인간이란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본이기도 하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 궁정 기술자.

이 인물을 현대에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다빈치가 남긴 메모라든지 그 시대에 관한 연구서적 등과 같은 참고사항들과 더불어 작가의 용기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소설이기에 역사서가 가져야 하는, 사실에 기반한 기술이 필수적이지는 않았다.

 

레오나르도가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를 기념하는 말 동상을 마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레오나르도가 동물의 비율에서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사실이지만 두 가지 일이 연관되었다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이라며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다빈치 같은 천재를 주인공으로 책을 쓸 때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저 실수 정도가 아니라 다빈치에 대한 결례라고 믿는다.-354

 

[인간의 척도]에는 스포르차 가의 밀라노 역사와 도시 개발, 15세기 페라라의 관용구, 당시 패션과 갑옷의 역사, 금융 역사에 관한 전문 지식들이 많이 들어 있다.

탁월한 르네상스형 인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재구성해내는 데 있어 작가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하여 다 빈치가 밀라노에서 지내던 시기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돈이 근본적이고 관념적 가치가 된 최초의 사회 중 한 곳인 피렌체에서의 돈의 중요성도 살펴볼 수 있었다.

르네상스가 예술적, 과학적, 사회적 모든 측면에서 가장 완전하게 발전한 도시인 밀라노와 발전의 중심지인 루도비코 일 모로의 궁정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사십 대 정도에 긴 분홍색 로브를 입고 혼자만의 생각에 푹 빠져 특유의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묘한 남자. 그는 자기 작업실 위층에서 어머니와 그가 대단히 예뻐하는 장난기 많은 소년과 함께 산다. 고기를 먹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며, 고용주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가 심장 근처에 숨겨둔 공책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지, 소문만 무성하다.

거기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

도시 경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가능한 자동 기계의 비밀 무기 도안?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비밀?

빛과 거울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편지?

남자는 그저, 자신에게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은 것들이 쓰여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남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고 있는 밀라노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피아찰레 델레 아르미에서 남자가 죽었고, 밀라노의 군주이자 마키아벨리적 면모로 가득한 루도비코 일 모로는 다빈치를 불러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라고 명한다. 죽은 자는 다빈치의 전 제자였던 람발도 치티였으나 다빈치는 루도비코 앞에서 그를 모르는 척 한다.

 

다빈치는 사건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지 잘 안다. 그를 따라붙는 여러 개의 감시를 피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함도 안다. 나폴리, 밀라노, 페라라, 베네치아, 피렌체 거기다 프랑스 왕과 아라곤가까지. 호시탐탐 서로를 넘보는 나라의 군주들 틈에서 다빈치는 누군가가 짜놓은 거대한 전쟁의 시나리오를 마주했고 그 계획을 꿰뚫어 보았으며 가장 중요한 돈의 흐름을 알아차렸다.

 

은행이 파산하고,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돈이 부족해진다. 은행가들은 파산하며 도시를 끝없은 구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세금에 지치고 위기로 분노한 사람들이 군주 자리의 경쟁자를 불러들인다.

 

다빈치는 화폐 위조라는 '실수' 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제자가 불러일으킬 커다란 나비효과로부터 밀라노를 구해낸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짜고 착착 계획을 실현시키려던 누군가는 다빈치를 자신의 곁에 두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긴다.

 

시대가 낳은 천재 다빈치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처음의 현란한 르네상스적 수사법에 좀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이야기의 구조는 쉽게 따라갈 수 있으리라. 좀 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다빈치를 따라가다 보면 창의융합적 인재인 다빈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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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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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족의 행복이란...[요리코를 위해]

 

[요리코를 위해]는 2012년에 발간된 적이 있다.

이번에 신장판으로 나온 것인데,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이름값이 부쩍 뛰어 내게도 낯설지 않은 편이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조금은 현학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의 추리로 정평이 나 다가가기 어려운 작가였는데 이 작품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요리코를 위해]는 탐정이자 추리소설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와 그의 아버지 노리즈키 사다오 경시가 등장하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가족의 비극을 다룬 3부작 중에서는 첫 번째 작품이라 하니, 그 뒤의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사건은 이렇다. 17세인 딸을 죽인 살인범을 찾아 살해에 이르는 아버지의 복수극임을 알리는 수기가 발견된다. 평화로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학생 요리코의 아버지 유지는 지나가던 성범죄자의 범행이라는 말을 듣지만 고독한 추적 끝에 진범을 찾아내 살해한 것이다. 그 후 유지는 요리코의 뒤를 따라 자살을 시도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사건의 재조사 요청을 받고 유지의 수기를 읽는데 어딘가 석연찮음을 느낀다.

이 소설은 유지의 수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죽은 딸의 복수극을 계획하는 아버지의 심정에 동화되어 읽다 보면 작가가 쳐 놓은 함정에 쑥 빠져들고 만다.

분명히 사랑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살인범을 찾아 나섰던 것인데 노리즈키 린타로의 눈에는 수기에서도 어긋난 점들이 하나 둘 보이고 주변 사람들도 어딘지 모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만 같다.

 

요리코의 부모는 일견 추리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이지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다. 아버지는 대학 영문학부 교수이고 어머니는 14년 전 끔찍한 사고로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아동문학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수기에서는 딸과 아내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밝혔던 유지의 말 어딘가에 거짓말이 숨어 있다. 애절한 아버지의 수기에 얽매어 있던 독자는 아버지의 심중진의를 쉽사리 파악해내지 못하고 탐정 노리즈키의 뒤만 따라다니게 된다.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요리코. 아이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인가?

 

가족의 탄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최초의 남과 여가 있어야 하리라. 그들은 열렬하면서도 성실하고도 신의있는 사랑을 했다. 마침내 사랑하는 두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사랑의 결실도 맺었다. 아이는 그들의 사랑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걸까.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살았다면 이런 파국은 없었을 것이다. 과유불급. 너무 과한 사랑은 균형을 일그러뜨린다.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잃어버리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책장을 덮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는 진정을 다하지 않은 겉모습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오지 않는 사랑 때문에 뒤척이고 의심하고 급기야 잘못된 선택을 한다.

 

참담한 가족사를 하나 하나 까발리는 데 있어 노리즈키 린타로는 속도조절 따위 하지 않는다. 작품의 말미에 거침없이 쏟아내는 진실의 언어들. 그럼에도 각자의 속내를 짐작하여 입을 다물어야 할 때는 꾹 입을 다물고 만다. 아니면 너무나도 무표정인 그 냉혈한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인지도.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어딘가를 맴돌았던 한 가족의 아픈 이야기에 따뜻한 봄날임에도 소소한 소름이 돋는다.

 

 

오랫동안 방학이 지속되다 보니 아이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쏟아서 잔소리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봄날이다.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n번방 운영자에게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원하고, 코로나 19가 빨리 종식되어 아이들이 학교로 나가게 되기를 원한다. ^^

평온하지만 찻잔 속의 폭풍도 공존하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가정의 모습에 가까워져 가게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 균형 잡힌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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