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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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따윈 필요없어! 마음 안경을 닦아요.[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을 하게 되어 마음이 술렁거렸다.

아이를 키우느라 10 여 년이나 일에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해 있었다.

기본적인 것은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으나,

안 그래도 컴맹에 가까운 나였기에

가장 힘든 것은 완전히 변해 버린 기안 형식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엑셀이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적당히 혼용해서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그 만든 자료를 결재라인으로 죽 올리는 것이 여간해선 눈에 익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출력"이라는 친절한 글자를 눌러 인쇄하려 했으나 안 되자 어쩔 줄 몰라했을까.

다시 자세히 보니 출력 글자 밑에 인쇄 그림을 누르면 되는 것이었음을.

혹시 잘못 누르면 이제까지 한 일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내가 뭘 잘못 쓴 것을 그냥 인쇄해 버리면 창피당하지 않을까.

온갖 걱정 탓에 혼자 해야 할 일을

꼭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더 묻고 나서야 처리하게 되어서

남들 번거롭게 만들기도 하고

내 무식이 탄로나는 것 같기도 해서 

혼자 부끄러웠다.

 

간만에 일하러 나온 내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속을 다 내보이면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처지를 다 까발리는 것이

민망했다.

일하러 와서는 기본도 안 되어가지고...

이런 핀잔을 들을 것만 같았다.

 

결국,

첫 일주일간은

점심 시간에 밥을 새 모이만큼 찍어 먹었으나

소화도 안 되어서 배가 더부룩했다.

내 모습을 보아 하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주위 상황을 살피느라

잔뜩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신입이 들어 오면 일주일간 아무 것도 안 시키고

가만히 둔다고 하더니만

내가 꼭 그 짝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마음 졸이는 이유는

우선 내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해서이다.

경력단절 이후에 세상에 다시 나오기까지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세상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하러 나왔으면 어쨌든 한 사람분의 역할은 충분히 해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이런 강박관념으로 꽉 차서

쉽게 도움을 구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일을 가르쳐 주면서 "아, 이 분이 일을 쉬다 와서 이런 도구를 처음 사용한다네요."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싹싹하게 얘기하는 게 왜 그리도 내 귀에 거슬렸는지.

괜시리 혼자서 얼굴 붉어져서는

그 분의 오지랖을 원망했었다.

 

이제 일하러 나간 지 한 달 남짓.

이제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를 만나 읽어 보니

진작 이 책 속 "마음 안경 닦기"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는 의연하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한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하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쌍둥이 자매 작가로, 미국 뉴욕 출신 박사 앨버트 엘리스의 'ABC이론'을 토대로 이 책을 풀어냈다고 한다.

A는 자극(사건)이고 C는 반응(감정, 증상, 행위), B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사고나 받아들임(인지)다.

사람들 대부분은 좋지 않은 사건 A가 일어난 영향으로, 좋지 않은 기분 C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C의 기분은 사실 A와 C사이에 있는 B라는 받아들임에 따라 즉 이 B의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

컨트롤이 가능한 B의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꾸면 짧은 시간에 확실히 편해질 수 있따는 것이 바로 ABC이론으로 '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에서는 엘리스 박사가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의 주인으로 나온다.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박사의 쌍둥이 조카, 리리와 스스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끌어나가고 있다.

엘리스는 원래 구두 가게의 주인이었다. 매일 손님들의 구두를 닦았고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손님들이 이야기를 다 하면 엘리스는 대답 대신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점점 구두를 닦는 손님보다 마음 안경을 들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지자 엘리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엘리스와 조카들의 상담 이야기로부터 시작.

 

조카들의 작업실 앞에 대형 콘서트 홀이 들어서는데 항상 시끄러워 스스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흥분하며 말한다.

엘리스는 그 일을 다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스스야.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쿵쾅거리면 당연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지. 삼촌도 이해하고 말고. 그런데 네가 착각하는 게 있단다. 방금 '공사를 마구 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건 공사 탓이 아니야. 스스 네 탓이지."-28

같이 일하는 리리는 그렇지 않은데, 스스 혼자만 흥분하는 이유는 뭘까?

같은 시각으로 봐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짚어준 엘리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고 조언해 준다.

마음 안경에 얼룩이 생기면 감정이 흐트러지는데 '사고 습관'만 알면 고민의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비이성적 사고의 패턴들-양극단으로만 생각한다, 지나치게 일반화한다,타인의 마음을 제멋대로 해석한다,좋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숨에 비관적인 결론을 낸다, 단점은 과대평가, 장점은 과소평가,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에 젖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라.

마음 안경을 닦기만 하면 묵은 때도 스스로 떼어낼 수 있다.

 

마음 안경을 닦는 일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

바로 그런 일입니다. -221

 

어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냥 화를 내거나 자기 자신만을 탓하며 한없이 우울에 빠져드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처방전을 받아 두통약을 먹거나 속쓰림을 핑계로 소화제를 털어넣거나 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마음을 들여다 보고 고민의 원인을 찾아 보자.

마음 안경을 잘 닦기만 해도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거의 나 자신을 한없이 비하하며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라는 제목을 만나고 나서

첫 페이지를 열었더니 정신없이 다음 장, 계속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하. 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마음 안경 닦기에 달려 있었구나.

반복해서 똑같은 일로 고민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닦아 주면 되는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고민하고 있구나.

마음에 한결 위안이 되면서 마음 속 때가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귀엽고 따스한 그림체 덕분에 한 번 힐링, 엘리스 박사의 ABC이론 덕에 또 한 번 힐링.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은 덕분에 꽤 힘이 나는 주말이었다.

내일 또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데, 추석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힘을 내서 씩씩하고 알차게 한 주를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에세이 #심리 #치료 #심리학 #마음 #우울증 #긍정 #마음안경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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