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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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이 있나요? [마틸다의 비밀 편지]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이야기가 나왔을 때사람들은 열광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기차역 중간의 벽 사이로  뛰어들어가면 마법학교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고

거인과 상상 속의 동물들이 존재하며 마법 지팡이와 마법 빗자루로 휘리릭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세계.

아직 어리며 수업 중인 호그와트 마법 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며, 부차적인 인물로 나오던 선생님들도 시리즈가 지나면서 점차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어른들까지 단숨에 판타지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흡인력까지.

상상력을 자극하던 책의 내용은 곧 각 장면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놓은 듯한 영화로 상영되었고

해리포터 신드롬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걸까.

여기, 해리포터와는 또다른 결로 마법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있다.

[마틸다의 비밀 편지]는 111세까지 살았던 마법사 파흐로크가 손녀에게 전하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화 될 것을 미리 예견하기라도 한 듯,

파흐로크를 주인공으로 상정한 시나리오 형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파흐로크가 손녀 마틸다를 보다가 깃털에 잉크를 묻혀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노인이 1955년 아들에게 썼던 편지를 60년이 지나 젖먹이 손녀에게 고쳐 쓰는 이유가 회상을 통해 밝혀진다.

마틸다는 성년이 되어 이 편지를 읽게 될 것이다...

 

2005년에 태어난 마법사 파흐로크는 1955년부터 중병에 걸린 아들 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손녀 마틸다에게 보내는 편지로 고쳐쓴다.

마법사 능력은 부모에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불모지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거라서 그는 꼬마 마법사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아이를 낳았다.

2012년 아직 넉 달도 되지 않은 마틸다가 요람 밖으로 팔을 길게 늘여서 그의 코에 걸쳐 있던 안경을 잡아채 던지자 그 때 마법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기가 태어난 걸 알게 되었다.

그는 편지로 중요한 마법 경험들을 전한다.

편지 한 통에 마법 한 가지씩 주제로 삼아 쓴 것이다.

그 편지에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12가지 마법이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팔 늘이기부터 시작해 아름답게 그리고 다르게 보이기, 공중에 뜨기와 날기, 사랑 찾기, 투명 인간 되기, 벽 통과하기, 강철 되기, 생각 읽기, 돈 만들기, 사람을 번창하게 만들기, 지혜에 도달하기, 세상에 이별 고하기.

 

이 편지들 속 이야기를 읽으면 현실과 마법의 경계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게 될 것이다. 정말 이게 가능해?거짓말 아니야?

물론, 소설 속 이야기를 믿고 안 믿고는 독자의 마음이다.

웬만하면 믿는다는 마음으로 읽고 싶지만, 에이, 그게 가능하겠어? 라는 의문이 반 이상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매력을 가지는 것은, 우화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삶의 지혜 혹은 진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더 오래 살고 싶다. 그동안 알고 지냈고 보고 싶고 때로는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편지를 보내오지 않지만, 삶의 아름다움은 구하기 어려울수록 귀중한 법이지.-39

 

내 삶에서 마법이 늘 함께했지만 그건 부차적인 요소였어.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또 크고 작은 어떤 일들을 도모하고 실행해왔는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때가 온단다. 그 때부터 우리 인생은 부지런히 떨어지고 새로 돋아나지만, 전체 잎사귀의 숫자는 한결같은 나무 한 그루처럼 서 있는 자리를 무던하게 지키지. -307

 

남을 돕는 일이 마법의 진의에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삶의 진의에는 일부분이나마 포함되는 것 같단다.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정상에 가깝다는 증거가 아니겠니. 가끔은 의지할 곳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통해 자기 삶을 회복하기도 한단다.-315

 

정말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동료 의사에게 보냈어. 하지만 정상적인 불행아들은 내 방식만으로도 충분했지. 나는 그 누구도 고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을 열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 공명심에 골몰하는 대신 두 발로 걷고 코로 호흡하며 자신의 경험 중 감사할 만한 것을 찾아내는 법을 가르쳤지. 그들은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놀라워했단다.-337

 

지혜에 이르는 마법은 없어. 하지만 그게 아쉽지도 않단다. 그런 통찰은 대부분 성공보다 좌절과 함께 온단다. 어떤 통찰에 이르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게 마련이야. 고통 없이는 무분별함이 선물한 안락함에서 헤어날 수 없단다. -343

 

젊은 시절부터 공중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벽을 통과하거나 몇 초 동안 강철이 되는 능력을 익혔던 마법사 파흐로크. 그는 이 기술들 덕분에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무사히 살아남는다. 돈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 금세 마법의 대가 반열에 오르지만, 라디오 수리공, 발명가, 심리치료사 등으로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변신을 거듭한다. 그랬던 그가 106세 되던 해에 손녀 마틸다를 위해 쓰기 시작한 편지는 열 두 통이 되어 첫 번째 부인 엠마와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그가 얻은 지혜를 담아낸다. 둘째 부인 레일란더는 그 편지를 마틸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고 [마틸다의 비밀 편지]프롤로그를 열게 된다.

 

하늘을 날거나 죽고 난 뒤에 나뭇잎으로 변하게 될지라도 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거나 가방을 시시각각 바꿔 들고 다닐 수 있는 마법은 없지만,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 하나 쯤은 갖고 싶지 않은가?

남 앞에 서면, 남들이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게 만드는 마법이라든지

사람들이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드는 마법...같은 것?

생각해 보면, 이것들은 마법이 아니라도 조금만 수련을 하거나 마음을 쓰면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인 것 같다.

마법이라는 이름을 씌우고 보면 마법이 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 해서 보면 굳이 마법이랄 것 까진 할 수 없는 것들.

삶을 바꿀 수 있는 마법 같은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덤으로 팔 늘이기 기술도 하나 장착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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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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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않고 원하는 것 얻기[어떡하죠. 마흔입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릴 줄 몰랐다.

"갑자기"라는 말을 쓴 이유는, 나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 버려서이다.

나는 아직도 '소설(小雪)의 절기에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공을 차며 뛰어노는 저 철없는 청춘들마냥

언제까지나 파릇파릇한 마음을 지녔다고 웅변하고 싶다.

실상은 히터가 켜져 있는 따뜻한 실내에서 가디건을 걸치고 뜨거운 차를 홀짝이며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는 처지이면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청춘이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중년의 아주머니'라는 대롱 사이의 시선이다.

아..슬프다, 라고 읊조리는 순간조차 슬퍼지는 나이 사십대.

마흔을 넘긴 지 몇 해 되었는지는, 마흔을 넘긴 순간부터 이미 세어보지 않은 터라

억지로 손가락을 꼽아 헤아려야만 알 수가 있다.

이 마음과 육체의 부조화라니.

 

아침에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 본 지 얼마나 되었으며

거울 속의 얼굴에서 흰 머리카락과 늘어난 주름들을 마주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허리 마디마디, 무릎 관절 사이사이 움직일 때마다 뚜두둑 소리가 나면서 순간순간, 일초마다 늙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건만

마음 속 메아리들은 아니라고, 아직은 사십대가 아니라고 그렇게 울부짖고 있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에서 일어나는 이상야릇한 기분을 사십대의, 혹은 중년의 위기라고들 하는가.

이 때쯤 되면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 늦었고, 늘 시간에 쪼들리고, 직업을 바꾸기에 힘들고 과감히 이혼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고 옭아매는 말들에 현혹되기 마련인가.

상실과 후회, 성공과 실패, 원했던 삶과 실제의 삶에 대한 의문들,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유한성, 어떤 식이든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공허함.

위에 나열한 여럿 중 하나라도 문득 떠올려 보지 않은 이는 없을 터이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느꼈던 순간부터, 내 것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철학적 질문들이 파고들었을 테니까.

탱탱했지만 지금은 쪼그라들고 있는 모공들을 보면서 한숨 한 번 쉬는 나날들의 주름 한 겹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내 삶이 한없이 공허해 보이고, 하루하루가 그저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질 때,

이 허한 마음을 기댈 곳이 어디에 있었던가?

어떤 이는 새로운 사람을 찾아 눈을 돌리고,

어떤 이는 게임이나 환상의 세계 속으로 도피하고

어떤 이는 도박이나 쇼핑 등 중독될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겨우 책에다 마음을 매어 놓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끊어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텐션.

 

어떡하죠, 마흔입니다를 외치면서 방심하고 있는 때에 찾아온 키어런 세티야의 책은 중년의 위기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조근조근 철학적 조언을 해준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 때,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고통을 해석하면서 행복의 본질과 행복의 추구에 대해 탐구한다.

급격하게 허무주의로 빠져드는 것과 중년의 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대조한다.

 

누구나 이따금씩 그럴 때가 있듯이, 나도 신경쇠약에 빠져 있었다. 재미도, 쾌락적인 흥분도 느끼지 못했다. 다른 때 같으면 즐거웠을 법한데도 무미건조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졌다.(...)이런 마음 상태에서 나를 엄습한 의문이 있다. "당신 인생의 목표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면, 당신이 갈구하던 제도와 여론의 변화가 지금 이 순간 완전하게 달성되었다면,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당신에게 크나큰 쾌락과 행복이 되어 줄 것인가?"그러자 억누를 수 없는 내 자의식이 분명하게 대답했다. "아니!"라고.-56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는 좋은 책.

일상의 공허가 채워지면 이상주의적 계획 속에서 '결과가 없는 데' 따른 근심도 물리칠 수 있다는 명쾌한 해답을 던져 준다.

새로운 시각으로 내 주름과 흰 머리를 쳐다볼 수 있게 해주어 기쁘다.

약간의 철학적 나레이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 ^^

 

#마흔,#중년,#중년의위기 #철학 #자기계발 #키어런세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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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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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또 채우는 나날들 [하루 그림 하나]

 

 

 

지난 번 태풍에 집 앞 모과나무가 넘어졌다며 모과를 한가득 주워담으신 아버지.

노랗게 익은 모과는 과연 못생기긴 했지만 특유의 향기로움을 머금고 우리집에 왔다.

아무렇게나 굴려놓아도 모과가 가진 향기는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인기척 없는 집을 지키고 있다가도 스스로의 향으로 쓸쓸한 집에 묵직한 달큼함을 선사하는 모과.

덕분에  퇴근 후 조용한 우리 집에 생기가 돈다.

가만히 놓아두면 은은한 향이, 손으로 바닥에 조금만 굴리면 좀 더 진한 향이 배어나온다.

모과의 쓸모는 그 뿐이 아니어서 쓱쓱 썰어 말린 다음 끓는 물에 우려내면 향긋한 모과차가 된다.

감기 걸렸을 때나 목이 슬슬 아파올 때, 꿀을 듬뿍 넣은 모과차를 마시면 따뜻한 기운과 함께 피곤함이 쓱 사라지곤 한다.

 

매일매일의 삶이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재깍재깍 시곗바늘이 묵묵히 제 할 일 하는 데 발맞추어 그저 흘러가기 마련이다.

뜻밖에 우리 집을 찾아온 아버지와 모과처럼, 나른한 일상에 향기로움을 선사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생활자, 529 일러스트레이터의 [하루 그림 하나]가 백지 같은 내 삶에 점 하나를 찍었다.

어지간히 그림에는 재능이 없어서, 흔하디 흔한 패드에 쓱쓱 그리는 그림조차 시도해 보지 않았는데,

529 님은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한다며, 그림을 그리고 짤막한 글을 곁들였다.

날짜와 글과 그림.

초등학생의 숙제 같은 그림 일기의 형식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에야 많이 봤고, 또 시키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크자, 그림일기장은 이제 사뭇 유치한 것이 되어버려서 책장 속 어디엔가 박혀 있을 뿐.

꺼내서 쓱쓱 그리고 쓰는 데에는 소용이 없는 천덕꾸러기 노트가 되어 버렸다.

2권인가, 3권 정도 커다란 그림일기장이 남아 있지만 그걸 꺼내서 써야겠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데.

사실은,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또 굳이 곱씹을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좀 무뚝뚝한 어른이 생각이 일상을 지배해버린 셈이 되어서 굳이 그림일기장을 꺼내 쓸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오늘은 10월 28일 일요일.

나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왔다.

좀 많이 먹은 탓인지, 속이 더부룩하다.

집에는 소화제, 콜라 등이 있지만 뭔가를 더 넣으면 진짜로 목구멍까지 꽉 찰 것 같아 소화제조차 입에 넣질 못하겠다.

 

오늘의 내 일기를 간단히 쓰자면 위와 같은 내용이 될 터이다.

이런 재미 없는 일상에 어떤 그림을 넣으랴.

 

생각난 김에 529 님의 10월 28일 일기를 들여다 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주말을 맞이한 529님은 "이불 속이 최고야."라는 명언을 남기며 이불 속 행복한 꼬물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

어떤 일이든 기록으로 남기면 추억이 되는 것이구나.

청춘들의 일상 속에서 그림일기는 '소확행'의 매개체가 될 수 있겠구나.

 

 

누군가의 시 한 줄이 내 하루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겠다.

날카로운 시간이라,

덕분에 멋진 표현 하나 가슴 속에 담아 둘 수 있었고,

나의 하루도 새삼 소중한 것이며 이 소중한 것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이 없으면 어떠랴.

짧은 글로라도 내 하루를 담아 볼까.

일기 쓰기의 강제성,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지금.

굳이 '일기' 형식을 거부할 이유는 뭐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뭔가를 끄적여보고 싶단 마음이 생긴다.

꼭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꽉 채우지 않더라도

나의 일 년을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외식을 하러 나가기 전, 둘째 녀석이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한 마디 했다.

"겨울 냄새가 나요."

이제 가을이 물러가려는 때인데, 녀석은 벌써 겨울 냄새를 감지한다.

이런 짤막한 순간도 잊지 않고 기록해 두면, 언젠가는 멋진 추억이 되려나.

겨울 냄새 나는 가을의 끝자락.

따끈한 코코아 한 잔 하며, 나만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

 

#529 #에세이 #공감 #청춘 #일기 #그림일기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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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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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의자왕 살해 사건:은고]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얽힌 이야기라면, 아이들의 동화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너무나 기억에 명확히 남아 있어 아주 오래 전에 발굴된 유물인 줄 알았지만,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시기에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발견되었다.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었는데...)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는 1993년 12월 23일 부여군 능산리 절터의 목곽 수로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국보 287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꼭대기에 앉은 봉황을 비롯, 우아하며 기품 있는 조각으로 인해 신비함을 자아내는 모습 덕분에 이야기의 소재로 알맞은 것 같기도 하다.

 

[의자왕 살해 사건]의 프롤로그는 바로 이 백제 금동대향로를 "거믄새"와 연결지으며 시작하고 있다.

국조모 소서노의 명을 받들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대왕을 세워 대륙의 대부여를 잇는 것이 거믄새의 역할이라 한다.

거믄새는 도읍 웅진성으로 내려와 나라를 잇고 근개루 대왕의 능을 지키는 남방신 주작, 황금새가 되었다. 그 마지막 자취는 금동대향로의 수미산 꼭대기에 올라앉은 봉황새라 한다.

660년 당의 군사들이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쳤다.

김유신과 계백은 황산벌에서 맞붙었고, 윤충이 일만의 군사를 이끌고 소정방의 군사들과 사비 나성에서 맞섰다. 삼일 동안의 사비성 약탈을 허락받은 소정방의 군사들이 사비성을 향해 달렸고, 사비성으로 가는 길목에 능사가 있었다.

위덕 대왕이 성명 대왕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능사에는 두 보물이 있었다. 인간의 고뇌를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대왕의 화신인 미륵반가사유상과 남부여 사람들을 미륵 세상으로 이끌 금동대향로가 그것이었다. 거믄새들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구했으나 , 금동대향로는 구하지 못했다. 금동대향로는 금송함에 담아 능사 우물 속에 넣고 우물을 메웠다. 그렇게 금동대향로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660년 이후 금동대향로의 행방을 알지 못하다가 1993년 12월에 와서야 그것을 발굴해내기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금동대향로와 수미산 꼭대기의 봉황새는 "거믄새"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낼 것인가.

 

작가는 백제 멸망의 책임을 의자왕 한 사람에게 묻는 역사적 고정관념을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역사적 승자의 입장에서 지어진 니야기라는 것쯤,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상식을 지닌 독자라면, 의자왕의 죽음 뒤에 숨은 비밀을 파헤쳐 가는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본서기>에 짤막하게 남아 있는 의자왕의 처, 은고라는 이름에 주목하여 국조모 소서노에 버금가는 걸출한 여성을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는 총명하였으나 점차 유약해지고 총기가 흐려져 주색잡기에 골몰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는 비운의 왕으로 그려지곤 했다.

의자왕에게 빼앗겼던 관심을 작가는 '은고'와 '거믄새'로 돌린다.

삼국유사의 역사기록에도 오합사를 능멸한 흰 여우에 대한 기록이 전하고, 대부인이 요망무도하여 백제가 멸망하였다고 전한다. 그 흰 여우로 지목된 이가 바로 은고이다. 현재도 공주 백제 대통사지가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백제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을 밟으며 백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였다.

660년 겨울, 포로로 끌려간 낙양성에서 은고는 새 남부여를 세우기 위해 거믄새들과 비상했다.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앞에서마저 당당하고자 했던 은고는 대왕의 왕권 확립을 위해 귀족들을 제압하는 한편 대왕을 죽이려는 거믄새와 대립하게 된다.

은고와 사랑에 빠졌던 장수 여고야의 고뇌하는 모습 속에서 백제의 운명을 점칠 수 있으며, 마지막에 큰 결단을 내리는 은고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백제 흥망성쇠의 시기에 함께 했던 일본, 당나라, 신라 등 주변국과의 정세도 세밀하게 고증하여 상세히 되살려낸 부분에서 역사적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의자왕 살해는 패망한 백제를 마침내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금동대향로에서 시작된 거믄새의 이야기가 은고의 이름과 합쳐지면서 역사적 상상력은 더욱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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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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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따윈 필요없어! 마음 안경을 닦아요.[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을 하게 되어 마음이 술렁거렸다.

아이를 키우느라 10 여 년이나 일에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세상은 참 많이도 변해 있었다.

기본적인 것은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으나,

안 그래도 컴맹에 가까운 나였기에

가장 힘든 것은 완전히 변해 버린 기안 형식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엑셀이나 한글 프로그램 등을 적당히 혼용해서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그 만든 자료를 결재라인으로 죽 올리는 것이 여간해선 눈에 익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출력"이라는 친절한 글자를 눌러 인쇄하려 했으나 안 되자 어쩔 줄 몰라했을까.

다시 자세히 보니 출력 글자 밑에 인쇄 그림을 누르면 되는 것이었음을.

혹시 잘못 누르면 이제까지 한 일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내가 뭘 잘못 쓴 것을 그냥 인쇄해 버리면 창피당하지 않을까.

온갖 걱정 탓에 혼자 해야 할 일을

꼭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더 묻고 나서야 처리하게 되어서

남들 번거롭게 만들기도 하고

내 무식이 탄로나는 것 같기도 해서 

혼자 부끄러웠다.

 

간만에 일하러 나온 내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없이

속을 다 내보이면서 도움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 처지를 다 까발리는 것이

민망했다.

일하러 와서는 기본도 안 되어가지고...

이런 핀잔을 들을 것만 같았다.

 

결국,

첫 일주일간은

점심 시간에 밥을 새 모이만큼 찍어 먹었으나

소화도 안 되어서 배가 더부룩했다.

내 모습을 보아 하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주위 상황을 살피느라

잔뜩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남편 회사에서는 신입이 들어 오면 일주일간 아무 것도 안 시키고

가만히 둔다고 하더니만

내가 꼭 그 짝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 마음 졸이는 이유는

우선 내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해서이다.

경력단절 이후에 세상에 다시 나오기까지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세상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하러 나왔으면 어쨌든 한 사람분의 역할은 충분히 해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이런 강박관념으로 꽉 차서

쉽게 도움을 구하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일을 가르쳐 주면서 "아, 이 분이 일을 쉬다 와서 이런 도구를 처음 사용한다네요."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싹싹하게 얘기하는 게 왜 그리도 내 귀에 거슬렸는지.

괜시리 혼자서 얼굴 붉어져서는

그 분의 오지랖을 원망했었다.

 

이제 일하러 나간 지 한 달 남짓.

이제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를 만나 읽어 보니

진작 이 책 속 "마음 안경 닦기"를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는 의연하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한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하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쌍둥이 자매 작가로, 미국 뉴욕 출신 박사 앨버트 엘리스의 'ABC이론'을 토대로 이 책을 풀어냈다고 한다.

A는 자극(사건)이고 C는 반응(감정, 증상, 행위), B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사고나 받아들임(인지)다.

사람들 대부분은 좋지 않은 사건 A가 일어난 영향으로, 좋지 않은 기분 C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C의 기분은 사실 A와 C사이에 있는 B라는 받아들임에 따라 즉 이 B의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

컨트롤이 가능한 B의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꾸면 짧은 시간에 확실히 편해질 수 있따는 것이 바로 ABC이론으로 '지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도 불린다.

 

이 책에서는 엘리스 박사가 마음 안경을 닦는 가게의 주인으로 나온다.

책의 공동 저자 가오리, 유카리는 박사의 쌍둥이 조카, 리리와 스스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끌어나가고 있다.

엘리스는 원래 구두 가게의 주인이었다. 매일 손님들의 구두를 닦았고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손님들이 이야기를 다 하면 엘리스는 대답 대신 마음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점점 구두를 닦는 손님보다 마음 안경을 들으러 오는 손님이 많아지자 엘리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엘리스와 조카들의 상담 이야기로부터 시작.

 

조카들의 작업실 앞에 대형 콘서트 홀이 들어서는데 항상 시끄러워 스스는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흥분하며 말한다.

엘리스는 그 일을 다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스스야.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쿵쾅거리면 당연히 일에 집중할 수가 없지. 삼촌도 이해하고 말고. 그런데 네가 착각하는 게 있단다. 방금 '공사를 마구 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건 공사 탓이 아니야. 스스 네 탓이지."-28

같이 일하는 리리는 그렇지 않은데, 스스 혼자만 흥분하는 이유는 뭘까?

같은 시각으로 봐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짚어준 엘리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고 조언해 준다.

마음 안경에 얼룩이 생기면 감정이 흐트러지는데 '사고 습관'만 알면 고민의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비이성적 사고의 패턴들-양극단으로만 생각한다, 지나치게 일반화한다,타인의 마음을 제멋대로 해석한다,좋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숨에 비관적인 결론을 낸다, 단점은 과대평가, 장점은 과소평가,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에 젖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라.

마음 안경을 닦기만 하면 묵은 때도 스스로 떼어낼 수 있다.

 

마음 안경을 닦는 일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

바로 그런 일입니다. -221

 

어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냥 화를 내거나 자기 자신만을 탓하며 한없이 우울에 빠져드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면~

처방전을 받아 두통약을 먹거나 속쓰림을 핑계로 소화제를 털어넣거나 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마음을 들여다 보고 고민의 원인을 찾아 보자.

마음 안경을 잘 닦기만 해도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거의 나 자신을 한없이 비하하며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 들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라는 제목을 만나고 나서

첫 페이지를 열었더니 정신없이 다음 장, 계속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하. 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마음 안경 닦기에 달려 있었구나.

반복해서 똑같은 일로 고민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닦아 주면 되는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고민하고 있구나.

마음에 한결 위안이 되면서 마음 속 때가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귀엽고 따스한 그림체 덕분에 한 번 힐링, 엘리스 박사의 ABC이론 덕에 또 한 번 힐링.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은 덕분에 꽤 힘이 나는 주말이었다.

내일 또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데, 추석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힘을 내서 씩씩하고 알차게 한 주를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에세이 #심리 #치료 #심리학 #마음 #우울증 #긍정 #마음안경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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