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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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짓고서는 평안한 삶을 살 수도 없고 원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도 없다. 결국 누굴 죽인것인지에 대해서는 벌을 받을 때에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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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발행된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에는 축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윤수 비평가가 게스트로 나왔다. 아니, 정윤수라니 ㅋㅋ 아마 내 서재를 자주 찾아오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정윤수라면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클래식 코너를 진행하던 사람이다. 그 코너 진짜 개꿀잼이란 말이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도 하면서 책도 많이 읽고 오디오 매니아이면서 당구도 즐기는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클래식 이야기를 하다가도 당대의 소설을 불러오기 일쑤다.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재미있어서 언젠가부터 김혜리 팟빵에서는 그 코너만 들어왔다. 


게다가 정윤수와 김혜리의 케미는 환상인데, 아마도 클래식이라는 공통의 코드가 있기 때문인지 주고 받고 대화를 잘 해서 그걸 듣는 내가 상당히 즐거운거다. 영화를 가져오면 또 김혜리는 잘 얘기할 수 있고 말이다. 내가 정말 애정하는 코너이고 정윤수 진짜 너무 좋다 싶어 이 사람이 쓴 책은 뭐가 있을까 읽어보고 싶네, 하고 검색했는데 마땅히 살만한 책이 없는거다. 절판이거나 내 관심 밖이거나 하기 땜시롱. 그래서 언젠가 그나마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아서 정윤수의 인문여행에세이를 사뒀더랬다.



그런데 이번 정희진 오디오매거진에 정윤수가 나온게 아닌가!! 얼쑤!! 

와 역시나 신나게 들었다. 축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피파와 아이오씨 중간중간 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도대체 이 사람이 다루지 않는 분야는 무엇일까 싶고 게다가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대화 자체가 편안했다. 정희진 선생님은 실제로 정윤수 비평가를 만나 대화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았는데 이 코너는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정희진 쌤도 일방적인 청취를 한듯한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역시나 이 코너 듣다가 부랴부랴 검색해서 급박하게 책도 한 권 질렀다.
















네덜란드 학자 이엔 앙 이라는 존재를 내가 어찌 알 수 있었을까. 그런데 정윤수가 얘기해준다. 아니 뭐야 들어보기를 처음 들어봐, 그런데 이 댈러스 보기의 즐거움에 대해 얘기해주는데 또 넘나 재미날 것 같은거다. 그래서 주문했다. ㅋㅋㅋㅋ 물론 이것만 한 건 아니고 여러권 했기 땜시롱 다음주 책탑이 제법 세워질 것 같았는데, 그중 몇 권이 다음주 지나 배송이 되는 바람에 .. 흠흠.


어쨌든 그래서 이 책 샀다. 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짜릿해!! >.<


그리고 오늘 아침, 읽던 책 집어치우고 정윤수의 여행 에세이를 들고 왔다. 아니 그러니까 얘들아, 내가 읽던 책은 [인셀테러] 였거든. 그런데 이 책 내 관심주제고 너무 흥미로울 것 같은데 왜케 책장 안넘어가 ㅠㅠ 이거 지난번에도 들고 며칠에 걸쳐 읽다가 절반도 못읽고 던져뒀던 터라 며칠전 마저 읽자 하고 들었는데 또 못읽겠어 ㅠㅠ 왜죠 ㅠㅠ 나 인셀에 대해 읽고 싶었다고 ㅠㅠㅠㅠ 그런데 왜 못읽겠지 ㅠㅠㅠ 아무튼 다음을 기약하며 정윤수의 [볼 수 없었기에 떠났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얼라리여~ 이것도 좋네.














이 책은 국내인문여행에세이 정도가 될 것 같다. 프롤로그 읽는데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삶이 그렇듯, 결국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것이다. -p.7


ㅋ ㅑ ~ 소주 한 잔 각이구나. 아니 한 병 각? ㅋㅋㅋㅋㅋㅋㅋㅋ 좋구먼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도시의 내밀한 공간>이라는 소제목의 글도 또 나를 자극한다.

일전에 나는 동네 작은 까페에 대한 책을 읽고 그런 감상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나를 알은 척 해주는 동네 까페보다 스타벅스가 더 편하다' 라고. 스타벅스에는 타인들로 가득하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군중속에서 나는 익명으로 존재하는데, 나는 그것이 너무나 편안한거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곳에서 내가 혼자인 것과 타인이 있는 곳에서 내가 혼자인 것은 다르다. 나는 후자를 사랑하고 어쩌면 그것은 내가 인간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관심이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간에겐 관심이 있지만 개인에겐 별 생각 없는 사람. 다만, 다들 자기 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알든 모르든, 자기 삶을 잘 살아나가고 잘 지내기를 바랄뿐. 내가 도시를 사랑하는 건 누구든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래서 여행도 언제나 휴양지보다 도시를 택하는데, ㅋ ㅑ ~ 정윤수의 이런 구절을 만난다.



19세기의 유럽이 본격적으로 대도시로 급성장할 때 짐멜은 <대도시와 정신적 삶>(1903) 이라는 짧은 강연록을 통해 이 새로운 문명의 속살을 날카롭게 들여다보았다.

그에 따르면 전통 사회란 개인이 오랜 관습으로 굳어진 사회적 질서와 위계에 복속될 수밖에 없는데, 도시는, 도시의 익명성은, 도시의 숨 가쁜 속도는 개인에게 일정한 자유를 부여하게 된다. 짐멜은 '대도시는 인간 존재의 발달에 무한한 의미를 가진 매우 중요한 장소'라 생각했으며, 이 '대도시는 인간의 삶을 포괄하는, 서로 대립적인 조류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회합하고 전개되는 위대한 역사적 산물 중의 하나'라고 썼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마을 공동체를 떠나 도시로 몰려든다. -p.21



정희진 오디오매거진에서 정희진쌤은 정윤수 비평가에게 축구해설을 인문학적으로 한다고 하던데, 여행도 인문학적으로 하는 정윤수 되시겠다. 내가 읽을지 알 수 없으나 정윤수의 다른 책도 한 권 더 주문 넣어놨고, 정윤수의 여행 에세이 읽다가 언급된 책도 또 장바구니에 넣어뒀다. 우걀걀걀. 정윤수 진짜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투비에 햄버거 글 쓰러 가야지

네이버에는 건강 글 쓰러 가야지.


바쁘다. ㅋㅋㅋ 회계 감사 끝나서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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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03-0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분 음성을 처음 들어봤는데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하시더라고요. 두 에피소드만 들었을 뿐인데 도 다양한 분야에 발을 담그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젠더 감수성이 탁월하셔서 걸리는 것 없이 들을 수 있어 좋았네요.
회계 감사 끝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4-03-08 09:24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도 들으셨군요! 정말 방대한 지식을 가진 분이신듯 합니다.
저는 항상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는 정희진이다! 생각했는데 정윤수 코너 들으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는 정희진과 정윤수다!! 했습니다. ㅋㅋㅋㅋ 저기 저 댈러스 책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후훗.

2024-03-08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8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 달에 정윤수가 나오나요 다락방님이 그렇게 감탄하시던!
오늘부터 듣기 시작해서 이제 첫 편 듣고 있어요 기대되네요
회계감사 끝나셨다니 이번 주는 더 씐나는 주말이 되겠네요!!

다락방 2024-03-08 23:34   좋아요 0 | URL
햇살과함께 님, 지금쯤이면 정윤수 편 다 들으셨을까요? 저는 정윤수가 언급한 책도 사버렸습니다. 오늘 배송왔어요. 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들었고 그 분 너무 방대한 지식 가지고 계셔서 감탄하며 들었습니다. 김혜리 기자랑 클래식 얘기할 때도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축구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네요. 멋있는 분..
‘재미있게 들으세요!!

감은빛 2024-03-08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정윤수님에 대해 댓글 남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문화연대에 있을 당시에 이분과 스포츠에 대한 활동을 함께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포츠 전반과 문화계 전반에 대해 지식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글도 잘 쓰고 말씀도 잘 하신다는 것 또한.
정윤수님께서 여행 에세이도 내셨군요. 저도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겠습니다.

다락방 2024-03-08 23:35   좋아요 1 | URL
스포츠, 문학, 인문학, 클래식 뭐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으신 것 같아요. 또 세계 방방곡곡 많이 다니시기도 하셨고요. 와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들을 알고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떤 얘기든 들으면 감탄하게 됩니다.
여행 에세이는 오래 된건데요, 한국 작가들이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시면서 책도 엄청 읽으셨던 것 같아요!!

달자 2024-03-08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윤수님 어디선가 많이 이름은 본 것 같지만 정작 글이나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저도 정희진선생님 팟캐스트 듣고 정말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개박수 치면서 들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어쩜 그렇게 박식하시고, 또 여러가지 주제를 너무나 잘 아우러서 그렇게 말씀을 잘하시죠? 정희진쌤도 넋놓고 저처럼 물개박수처럼 들으신듯 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8 23: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물개박수, 딱 그 표현이 맞는 표현입니다. 정희진 쌤도 물개박수 치며 들으신 것 같아요. 선생님의 감탄이 저에게도 느껴지더라고요. 달자 님도 재미있게 들으셨군요. 축구 얘기하다가 곧잘 삼천포로 빠지시는데 그게 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잖아요? 삼천포로 빠졌다가 이내 다시 돌아오셔서 해야할 얘기 하시는데, 와 역시 머리에 지식은 넣고 봐야 하는거다 싶었어요. 지식에 인권 감수성 이 더해지니 정말 좋은 이야기상대가 될 뿐더러 그 분의 말을 저도 모르게 경청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한 자리에 있었다면 감탄하며 듣기만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 중에 '아직' 기혼인 상태의 여성과 미혼인 상태의 총각이 만나는 설정이 있다. 여자는 남편이 전쟁에 나간 후에 생사를 알 수 없어 과부 아닌 과부 상태인 거고 같은 상황의 여성들이 모여 정부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비행기를 탔는데, 그 이야기를 나눌 국회의원이 바로 그 남자주인공이었던 것. 비행기의 난기류에 여자는 힘들어하고 그 옆에서 아이쿠 너 힘들구나 그녀의 두려움을 잠재우고자 했던 우연히 비행기에 같이 탄 남자승객이 그 국회의원. 첫 만남에서 그들은 강하게 이끌리는데 그들이 서로의 상황을 알고서는 남주가 그런 말을 한다. '내가 여자를 만나야 할 운명이었다면 왜 하필 거기에서 당신이었을까' 하는 것. 여자는 아직 남편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서로는 강하게 이끌리고 있었으니까.


사랑은 운명일까? 아니면 사랑은 타이밍일까?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는 '진'은 어느날 독자로부터 '나는 남자 없이 혼자 애를 낳았다' 즉 처녀생식을 했다는 편지를 받는다. 신문사에서는 이를 취재하기로 하는데, 독자의 말을 믿어서라기보다 흥미로운 기사가 될 것 같아서였다. 세상 누구도 '나는 처녀생식을 했다'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미친 여자가 아닐까? 하고 진은 그 편지를 보낸 주인공 '그레첸'을 찾아간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레천은 아름답고 지극히 보통의 여성이었으며 남편과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의 처녀생식을 진심으로 믿고 잇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난거라는 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레친이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그녀는 몸이 아파 요양원에 있었고 한 병실에 여성환자들 여러명이 있었으며 그들은 늘 함께 있었다. 그렇다면 간호사가 혹시? 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요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아주는 사람들은 모두 수녀님들이었던 거다. 그러니 요양원에 머물 당시 남자랑 관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거다. 


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병원의 수녀님과 또 함께 입원했던 친구들을 찾아가본다. 그들 모두 진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우리는 남자를 볼 수 없었고, 누구도 혼자 남겨진 적이 없었다는 거다. 


이에 과학계에서도 흥분해 어쩌면 그녀가 정말 처녀생식을 한걸까 하고 여러가지 의학적 검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처녀생식이라는 그레첸의 주장이 힘을 받는다. 어쩌면, 정말?


그레첸의 처녀생식이 이 책의 주요 사건, 그러니까 모든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하는 사건이라면, 진과 그레첸 가족이 만나는 것은 그 일로 인해 벌어진 부가적인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취재를 위해 그레첸을 만나러 갔다가 진은 그레첸을, 그레첸의 딸을, 그레첸의 남편을 만난다. 일회성에 그치는 취재가 아니라 그들이 마주치는 횟수는 많아지고, 진은 그레첸의 딸을 정말 어여삐 여기며 어느 순간 이 열살 소녀와 엄마의 허락 아래 같이 외출도 한다. 좋은 이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레첸의 남편 하워드와 좋은 친구가 된다. 단둘이 지내게 되는 시간도 곧잘 오게 되는데, 그레첸은 불쾌해하기는 커녕 '하워드에게는 여사친이 없으니 니가 좋은 여사친이 되어주면 좋겠다' 라는게 아닌가. 어허라 이것봐라, 이건 어쩐지 둘이 사랑에 빠지라고 등떠미는 것 같은데? 하고 느낄 무렵, 아니나다를까 진은 정말 하워드를 사랑하게 된다. 하워드도 그럴까? 내가 느낀 이 감정, 하워드도 느낀 것 같은데?



자, 내가 답답해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진은 결혼하지 않은 거의 마흔이 다 된 여성이고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는 외출을 일절 하지 않으며 늘 딸과 함께 있고 싶어한다. 딸의 외출조차도 싫어하는데 그나마 직장을 다니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 진이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 그런 진에게 엄마는 큰 구속이다. 엄마랑 사이좋게 지내려고 생각하다가도 언제나 엄마가 내 옆에 있는 삶, 내가 엄마 옆으로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삶에 대해 진은 답답하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엄마의 눈치를 봐야하고 외출을 하고 싶으면 그 사이에 엄마에게 친구를 붙여두어야 할 것 같은 삶. 그것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그런 진이니만큼 직장생활을 하지만, 직장 동료들과 퇴근 후 회식이라든가 식사를 일절 할 수가 없다. 직장 동료들이 오늘 끝나고 술 한 잔 어때? 하면 언제나 거절을 말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 엄마랑 저녁을 먹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 늘 거절하는 진에게 동료들은 함께 하기를 제안하지도 않는다. 진이 다니는 곳이라고는 집과 직장이 전부이며 간혹 엄마 심부름이나 식료품을 사기 위해 쇼핑하는 것이 끝이고, 의지하고 싶은 여동생은 결혼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 엄마를 돌보는 일은 오로지 진의 몫인거다. 집과 직장 그리고 엄마. 이것이 진을 구성하는 삶의 큰 축이자 유일한 축인거다. 

신문에 기사를 쓰는 사람이지만 외부 취재가 아닌 생활의 팁 같은 것들만 기록하는 터라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만날 확률이 전혀 없고 동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데, 모두가 기피하는 이 처녀생식 취재에 그녀가 배정된거다. 그렇게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거다.


하워드는 그렇게 만난 남자다. 지난 연애로 상처도 있겠다 남자들은 다 그지같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의바르고 다정한 남자가 있네? 그렇게 사랑을 느끼는 남자는 그런데, 그레첸의 남편이다. 다른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버지인만큼 이 사랑은 시작되어서도 안되고 그 사람이 성사 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러나 하워드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서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이 커진다. 이제 취재보다는 하워드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하워드와 나눴던 이야기를 곱씹는다. 이 감정은 나만의 것은 아닌 것 같아, 진은 생각하고, 살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하워드에게만큼은 저절로 말하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하워드는 진의 사랑, 진의 소울메이트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산드라 브라운의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진이 인생의 이 시점에 사랑에 빠져야 했다면, 어째서 그 남자여야 했던걸까. 왜 하필 유부남이어야 했던 걸까. 왜 하필 ...



왜 하필 그런것이냐면, 그녀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 [스몰 플레저] 를 상찬하는 문구 중에는 '제인 오스틴의 대를 잇는다' 였나, 여하튼 제인 오스틴을 데리고 와 이 책의 작가 클레어 챔버스를 얘기하던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책은 위에서 언급한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내일을 위한 약속] 이었으며, 그보다 더 자주 어쩔 수 없이 떠올린 소설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었다. 클레어 챔버스가 에밀리 브론테를 닮았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이러지 않았어도' 되는 사랑이 기어코 일어났기 때문에 그런거다. 물론 사랑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박경리'의 토지 뒷부분에서 여자가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오랜만에 재회하는데 여자를 원망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 '당신을 잊는 것은 내 의지이지 내 마음이 아니잖아요' 뭐 이런. 아마 유인실이 말한 대사였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사랑은 '내가 너를 사랑하겠다'라는 의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이제 그만 사랑해야지 마음 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산드라 브라운 식으로 '왜 하필' 이라는 말을 붙여야할만큼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이다. 인생의 이 시점에서 나에게 너가 오기로 되어있엇나봐, 가 아마도 사랑의 운명론적 문장이 아닐까.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나는 더 좋아한다. 나는 내 사랑보다 타인의 사랑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랑의 특징을 안다. 그런데 내가 왜 답답하냐면, 


이 책속의 진이 만난 남자는 그냥 하워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폭풍의 언덕에서 사랑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일어난다. 집에서 내 하인같이 부리던 히스클리프만 내내 보다가 저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도련님 '에드거'를 만났더니 어머, 새로운 남자야, 짜릿해, 이러고 캐서린은 새로운 사랑에 빠져 에드거랑 결혼한단 말이다.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내가 답답했던 것은, 만약 그 시대에 여성에게 일을 할 자유, 여행을 다닐 자유, 돌아다닐 자유가 있었다면, 그렇다해도 캐서린이 사랑에 빠지는 남자가 히스클리프 혹은 에드거였을까? 하는거다. 물론 그 시대, 그 공간에 태어난 것은 캐서린이 원해서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캐서린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히스클리프와 에드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테지.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도 내가 답답했던 것, 외딴 곳에 숨어 혼자 사는 여성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이 남자 아니면 저 남자라는 거다. 그 개울가에는 여자들은 갈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혼자 지내는 이 여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바로 그 남자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다른 남자를 모르니까. 게다가 여자 친구들도 없으니까. 지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지극히 제한된 사람만이 허락됐는데, 그 안에서 빠진 사랑을 그래도 사랑이라고 한없는 마음으로 축복해줘야 하는거냐, 하면 나는 그 지점에서 답답해지는 거다.



진도 그랬다.

진에게는 가서 말상대가 되어줘야 할 어머니가 있었고 살아가는 공간도 제한적이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동료들을 만나지만 그 동료들과 사적으로 친해질 일이 없다. 퇴근후 동료들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지도 않으니 그저 동료일 뿐이다. 그리고 집에 오면 엄마. 회사 가면 동료 집에 오면 엄마. 진에게는 남자를 만날 일이 아예 없었는데 갑자기 이 유부남 하워드가 등장한거다. 그런 하워드가 다정하고 예의바르고 자신에게 친근하니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겠는가. 나는 그게 답답한거다. 만약 진이 회사에서 동료들과 퇴근 후 어울리는 사람이었다면, 동료와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도, 다양한 남자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고 살았다면 친구들로부터 남자를 소개받기도 했을 것이고, 동료든 친구든 함께 자리하다가 타인과 연결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녀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었다면,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또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관계들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볼 수 있는 남자는 하워드가 유일했는데, 그런데 하워드랑 사랑에 빠졌어? 나는 이게 너무너무 답답한거다. 그 사랑을 내가 '선택'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랑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고 운명이라면, 그리고 타이밍이라면, 그런 운명속에 하워드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걸까?



내가 이렇게 답답해하지만, 하워드는 결코 나쁜 남자가 아니다. 아니, 아내와 아이가 있는데 진에 대한 마음이 자라난다면, 뭐 그건 사랑으로 어쩔 수 없고 그렇다고 딱히 좋은 남자라고 볼 수 없는거겠지만, 내 말은 그가 진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가 아니라는 거다. 그가 남자친구라면 그는 좋은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남자친구로서 남편으로서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런데 나는 이 사랑이 답답했다. 세상에는 넘쳐나는 불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은 단지 불륜이라고 퉁칠 수만은 없는 숱한 내밀한 사정들을 담고 있다는 것도 안다. [안나 카레니나]도 누가 줄거리만 들으면 불륜이야기라 퉁쳐지지만, 실제 안나 카레니나를 읽게 되는 독자들은 '이건 불륜이네 쯧쯧' 하게 되진 않지 않나.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도 사랑의 시작에 유부녀와 총각이 있다. 하워드가 진의 뒤통수를 치는 놈도 아니고 처녀랑 연애나 한 번 해볼까 하는 놈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너무 답답했다. 유일하게 알게 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그 상황이 너무 빡치는거다. 이 남자도 저 남자도 만나고 그러니까 주변에 보이는 남자가 많은데 '바로 이 남자'랑 사랑에 빠진게 아니라, 아무도 안보고 살다가 딱 한 명 봤는데 그 남자랑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게 미치고 팔짝 뛰겠는거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상황은 물론, 남자 백 명 만났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남자는 유부남 뿐이었어 일수도 있고, 그것이 사랑이라면 또 그걸 타인이 뭐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뒤늦게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고로 사람은 타인의 사랑에 함부로 말을 덧대면 안되는 것 아닌가. 덧대면 안된다기 보다는 덧대봤자 아무짝에도 소용없달까. 그런데 진이, 만날 수 있었던 유일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게 나는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작가는 이 사랑이 괜찮은 사랑이라고, 이들이 사랑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니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면 이들이 서로에게 나타나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 그들이 서로에게 있었어야 해. 어쩌면 그들에겐 서로가 필요해서 신은 운명적으로 이들을 하필 그 시점에 만나게 한 것일 수 있지. 이 사랑이야말로 운명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또 이 사랑은 앞으로도 따뜻하게 잘 진행될 것 같다. 그렇지만,


순전히 내 개인적으로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살아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이 사랑이 안타깝다. 남자와 대화도 안해보고 살다가 완전히 제한된 환경에서 만난 유일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이 사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뭐, 이건 내 생각이고, 어떤 사람들은 아니, 와, 계속 못만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이 사람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뭐야 할 수도 있고, 당사자들은 아무도 없던 삶이 너로 인해 빛나게 됐어 개꿀, 너는 나의 개이득.. 할 수도 있다. 내 인생 그렇게 외로웠는데 너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나봐.


이덕진이 부릅니다.


널 만났다는 건 외롭던 날들의 보상이야..

그래서 나는 맞이하게 된거야 그대라는 커다란 운명..



뭐 그랬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나는 이 소설에서 처녀생식이 등장한 이유를, 그리고 이런 사랑이 진행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 얘기를 왜 한걸까? 이런 생각만 몇차례 했다. 내가 이런 감상을 갖게 된건 어쩌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를 본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격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 졸라 싫어한다. 극장 나오면서 친구랑 개 욕하고 그 후에 다른 친구들하고 술마실라고 만나서 흥분해서 또 개욕했네. 나는 영화 <그녀에게>를 싫어합니다. 책 <스몰 플레저>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자, 이제 책이나 사러 가야겠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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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3-07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럼... 처녀생식은.... <그녀에게>가 힌트인 건가요? ㅠㅠ...

다락방 2024-03-07 09:54   좋아요 1 | URL
꼭 그렇다기보다는... (먼 산)

잠자냥 2024-03-07 11:04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처녀생식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내렸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그레첸이 외도한 거 아닌가요???

다락방 2024-03-07 11:08   좋아요 0 | URL
그레첸의 외도 아닙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4-03-07 11:13   좋아요 0 | URL
난자끼리 단성생식 성공한 것인가.........-_-

다락방 2024-03-07 11:1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안해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3-07 11:1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잠자냥 2024-03-07 11:17   좋아요 0 | URL
하 나도 도서관 가서 결말만 볼 거야. -_-

다락방 2024-03-07 11:36   좋아요 1 | URL
출판사 관계자분들, 보이십니까? 저는 이렇게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책도 읽게 만드는 우수한 독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3-07 13:12   좋아요 0 | URL
사서 보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경우라... 출판사가 좋아할까요?;

잠자냥 2024-03-07 13:18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이야기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증 참지 못하고 찾아봤읍니다~!!

역시 처녀생식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07 14:11   좋아요 0 | URL
엥??? 저도 궁금!!

다락방 2024-03-07 14: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07 18:29   좋아요 2 | URL
알게 되었다…

건수하 2024-03-07 18:34   좋아요 1 | URL
앗… 밀리…?

건수하 2024-03-07 19:47   좋아요 2 | URL
저도 확인했어요 😶

다락방 2024-03-07 20:22   좋아요 1 | URL
아니 이분들이 하루만에 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07 21:10   좋아요 0 | URL
앨리스가 나빴네 🤣🤣🤣

다락방 2024-03-07 21:20   좋아요 0 | URL
처음 처녀생식 나오자마자 이거 그녀에게 아녀? 했는데 딱 그랬다능.. -.-

건수하 2024-03-07 21:22   좋아요 0 | URL
앨리스도 당시엔 몰랐으니…?

독서괭 2024-03-08 05:43   좋아요 0 | URL
제가 소설을 훑는 사람이 아닌데 막 넘겨가며 훑었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4-03-08 07:38   좋아요 0 | URL
처녀생식이란 무엇이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3-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답답해 하신 그 지점을 이 소설은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시대에 각자의 사정으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이요... 저는 읽으면서 좀 이런 부분이 가슴 아프기도 했었어요ㅜㅜ고립된 여성을 돌보는 건 결국 여성이거나 아니면 혼자되거나 하는 삶도 그렇고...쉽게 읽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많이 우울한 소설로 기억합니당^^ 근데 다락방님 리뷰도 재밌어요😄

다락방 2024-03-07 10:2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늙으신 부모님들 모시고 사는 입장이라 진의 답답함이 뭔지 너무 잘 알겠고요, 그래서 더 답답했어요. 너무 사랑이 싹트기 쉬운 조건이었잖아요. 뭐랄까, 사랑을 위해 준비된 상태? 저는 그래서 이 페이퍼를 쓰면서도 언급했지만, 이게 지극히 저라는 사람이 ‘이런‘사람이기 때문에 나오는 감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제한된 조건, 환경 같은거에 좀 분노하는 사람이라서요. 저는 보통 찬사 받는 책이라면 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런데 이 책이 그 사랑 이야기 때문에 찬사받을 가치가 없다거나 한 게 아니라, 저는 ‘이 처녀생식‘과 ‘이 사랑‘ 이야기를 ‘왜‘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거랑 별개로 작가가 이렇게 써서 화났다거나 한 건 아니고요, 그건 그 시 시대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생각하기 땜시롱 화 나진 않습니다. 이건 작가에 대한 화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대한 화랄까요. 폭풍의 언덕도 그렇게 쓴 에밀리 브론테에게 화난 게 아니라, 아니, 왜 그 환경만 주어지냐고!! 하고 소설 속에 들어가 빡친거였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4-03-07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진짜 답답했나봐요? 이 페이퍼에서 답답하다 답답한거다 총 13회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의 상황을 보니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한 영화 <피아니스트> 생각나네요;; 진처럼 엄마한테만 묶여있던 그녀는....으아..... -_-

참, 그래서 제가 은바오 보고 모니터로 언니들만 만나지 말고 밖에 나가서 또래 사귀라고 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대남은 좀 하........아...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7 11:12   좋아요 2 | URL
피아니스트의 엄마에 비하면 이 책의 엄마는 양반이기는 하고, 또 주인공 ‘진‘도 섹스, 집착과 멀기는 합니다. 이 책의 진의 여동생은 결혼해 다른 나라 가 살면서 자기 가족의 삶을 살것이고 또 나름 출산을 해서 육아도 하겠지만,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돌봄 노동은 진에게 맡겨지거든요. ‘나밖에 없는데 나까지 외면할 순 없지‘ 가 사실 노부모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좀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책 읽는다고 다 저처럼 생각하진 않을텐데, 저라서, 그러니까 저는 ‘안에만‘ 있는 걸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답답하다를 열 세번이나 쓴 것 같습니다. 몰랐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알라딘에서 언니들 보다가 밖에 나가 이대남 만나면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 같긴 하네요. ㅎㅎㅎㅎㅎ

새파랑 2024-03-07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녀생식 결말이 너무 궁금합니다...

결론은 이작가님처럼 사람도 많이 만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인간관계를 넓혀야 한다는건가요? ㅋ

독서괭 2024-03-07 14:1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국어성적 좋으셨죠? 핵심요약 ㅋㅋㅋ

다락방 2024-03-07 14:24   좋아요 2 | URL
그런데 저처럼 살면... 연애를 안합니다. ㅋㅋㅋㅋㅋ
전 더 넓게 보고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기를 바랐는데 제한된 공간안에서 주어진 딱 한 명이라면 그것이 과연 선택인가,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제가 꼭 그런 의도로 쓴 건 아니지만 새파랑 님의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은 좀 뛰어나지 않나, 독서괭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3-07 15:20   좋아요 2 | URL
저 국어...못함...영어는 더 못함...

제 주제는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4-03-07 18: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3-07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너무 흥미진진하게 가다가..
답답.. 13회 ㅋㅋㅋㅋㅋㅋ 저 상황 너무 답답하네요 정말. 저는 브론테 시절에나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충분히 그럴 수 있군요 ㅜㅜ 게다가 그 경우 높은 확률로 안 좋은 남자 만나겠죠 현실은…
스몰플레저 밀리에 있네요!! 훑어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24-03-07 14:26   좋아요 3 | URL
제가 읽고 제가 쓴 글이니 제 감상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 읽으면 저처럼 답답함을 13회나 쓰는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저란 인간이 이런 인간인 것이기에... 하하하하하.
독서괭 님 한 번 훑어보세요. 재미있게 잘 넘어가는 책입니다!! 혹여 읽다가 푹 빠지신다면 감상도 적어주시고요. 빠샤!!
 
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허진 옮김 / 다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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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큰 틀을 이루고 있는 처녀생식 이야기는 내 짐작에서 한치도 어긋남이 없으며(잠깐 기대했잖아..) 그 일로 발생한 러브 스토리는 도대체 사랑이란 무언인가 거듭 생각하게 만들었고 답답했다. 이 책에 대해 쏟아진 찬사를 이해할 수 없네. 어느 지점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걸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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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3-0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좋았는데요ㅠㅠ 제가 공감할 수 있던 문장들이 있었어요🙂

다락방 2024-03-07 09:25   좋아요 0 | URL
네 읽은 분들은 저 빼고 다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왜 한걸까, 라는 생각을 몇차례 하게 되더라고요. 책장은 잘 넘어갔습니다. ㅎㅎ
 
난민과 여성혐오 한권으로열다 2
국지혜 지음 / 열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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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페미들은 여성혐오를 글로 배우는것에 앞서 몸으로 감각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일은 전국민적으로 일어나는데, 국지혜는 그들의 감각을 이해하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혐오자 라벨링 붙이기는 쉽지만 랟펨들을 이해하기는 싫고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는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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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0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닙니다…

다락방 2024-03-07 09:28   좋아요 1 | URL
국지혜 글이 시원시원 하더라고요! 읽으면서 완전히 동의하진 못했지만, 타인에게 완전히 동의하긴 불가한 것이니까요..


건수하 2024-03-07 10:54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의 ‘아닙니다‘ 뜻이 궁금하네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두긴 했는데.... 선뜻 결제로 손이 안 가는 중입니다

다락방 2024-03-07 11:14   좋아요 1 | URL
수하 님,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물론 도서관에 이 책 신청한 사람도 저지만 ㅋㅋㅋ 저 이 책 도서관에 2021년에 신청했는데 그 때 빌렸다 안읽고 반납했거든요? ㅋㅋ 그런데 이번에 읽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읽어볼만하지만, 선뜻 결제로 손이 가지 않는 것을 이해합니다.

건수하 2024-03-07 11:15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없더라고요….

잠자냥 2024-03-07 11:19   좋아요 0 | URL
˝랟펨들을 이해하기는 싫고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는 싶고! ˝에 ˝아닙니다... 반성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는 누가 도서관에 신청해둔 거 제가 읽었어요! 전 5별주기는 했는데 4.5별 정도. 저를 도끼로 쳐줘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3-07 11:39   좋아요 3 | URL
저는 윤김지영 쌤을 국내 페미학자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데요, 이 분이 랟펨이시라서 진짜 욕을 엄청 먹습니다. 그렇지만 제 영혼의 친구..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유명한(?) 혹은 알려진 학자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진짜 없거든요? 전 정희진 쌤도 개인적으로 알고싶다는 생각 안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 이승우에 대해서도 별 생각 없는데, 윤김지영 쌤에 대해서라면 다릅니다. 이 분은 개인적으로 꼭 닿고 싶은 분입니다.

뜬금 윤김지영에 대한 사랑 고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3-0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김지영 쌤...✍️✍️✍️
이 책의 백자평 읽고 댓글 읽으니 저도 메모를 왜 하는 건가? 뜬금없다 싶기도 합니다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