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 책을 읽고 싶은데 품절 이다. 그래서 알라딘 직배송으로 중고알림등록을 해두었는데 좀처럼 문자메세지는 오질 않고, 어제였나, 오오, 등록되었구나, 문자를 받고 잠깐 시간을 두고 접속했더니 이미 누가 사간 뒤다. 

오늘은 갑자기 '그렇다면 회원직거래로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았는데, 이런 상황이다.






정가는 9,800원인 책인데... 

아.. 읽고나서 4,500원쯤에 내가 중고로 팔고 싶다... 정가를 훨씬 웃도는 저 가격들 사이에, 독야청청, 4,000원이나 4,500원으로 등록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책을 구하지 못했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6-01-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이 책을 알라딘에 팔기로 헐값에 넘긴 거 같은데......
아니면 C2C로... 암튼 헐값에 ㅠㅠ
혹시 안팔았을지도 모르니 집에가서 함 봐야겠네요

다락방 2016-01-08 10:20   좋아요 0 | URL
네, 집에 가서 꼭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파실거라면 저한테 파시는 걸로.. ㅎㅎㅎㅎㅎ

웽스북스 2016-01-0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500원에 올리면 독야청청이 빛날 틈도 없이 바로 나갈듯요!

다락방 2016-01-08 10:21   좋아요 0 | URL
그쵸. 4,500원이 빛날 순간도 없이 누군가 확- 가져가겠죠. 하하하.

2016-01-0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6-01-08 10:22   좋아요 0 | URL
내가 아무리 은둔생활을 하지만 이건 좀...했더니 이런 일이...그런데 비번을 입력해도 계속 아니래요 흑 ㅠㅠ

2016-01-08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6-01-08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검색해보셨나요 도서관에 책두레라고 있는데 같은 지역도서관이면 타관에서 택배로 책배송해소 도서관에서 대여할수있습니다 저도 품절책 도서관에 신청해봤는데 도서관에서도 품절된책은 신청해도 구하지 못한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중고 아니면 헌책방을 몇군데 돌아다닙니다 먼저 도서관에서 검색해보고 없으면 하지만 말이죠 도서관의 책이 대부분 누구간 신청한 책이면 왠만하면 있거든거요 간혹 이해가 안되는 취소사유도 있지만 말이죠 얼마전 죽다살아나어요 에세이인데 만화라고 도서관에서 신청 취소되더군요 근데 토성 맨션을 신청되더라구요 다니구치 지로책도 신청되는데 사냥개 탐정은 신청이 안되고 참 기준을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청취소 빨리 연락이라도 되면 그냥 제가 사고 마는데 한달이나 지나서 신청안된다고 하면 짜증나서요 그래서 진짜 읽고 싶은 책은 1순위 2순위 정해서 1순위는무조건 사고 2순위는 도서관에 신청하죠 기다리는것도 힘들고 말이죠 얼마전 미미여사의 괴수전 신청해놓고도 못기다려서 결국 사서 읽었죠 읽고나서 한달쯤 지나니 도서관에 책이 들어왔더라구요 보통 신청해도 2~3달 정도 지나야 책이 들어오니 저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못기다리겟요 신청해놓고 잊어먹은적도 있고 책들어오는 기간만 짧아도 기다리는데 그래도 좋은 책도 있고 도서관이 답이것 같네요

다락방 2016-01-08 14:34   좋아요 0 | URL
저도 결국 도서관이 답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분께서 보내준다 하셔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하하하. 저는 사실 사서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야 제 마음대로 밑줄긋는게 자유로워서 말이지요.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좀 조심스레 보게 되어서 잘 안가게 돼요. 게다가 제가 평일엔 도서관을 갈 수도 없고.. 어쨌든 이 문제는 해결 되었습니다. 하핫

2016-01-08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1-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있다면 다락방님께 보내드리고 싶은데 아쉽게도 없네요.ㅜㅜ

다락방 2016-01-08 14:36   좋아요 0 | URL
저 읽을 수 있게 됐어요!! 밑에 비댓님께서 보내주시겠대요. 힛. 꿈섬님의 마음은 참 감사합니다.
:)

꿈꾸는섬 2016-01-08 15:00   좋아요 0 | URL
아~~잘 됐네요.^^
축하드려요.^^

2016-01-08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01-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다읽고 저에게 파실수있으실까요 ㅎㅎ

2016-01-0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08 19:39   좋아요 0 | URL
네네, 고맙습니다!

2016-01-14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아침에 칠봉이는 카푸치노를 마셨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카푸치노란 단어를 듣노라니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졌다. "아, 나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네, 충분히 사유한 뒤에 마실지 말지 결정해야겠다" 라고 말했더니 칠봉이는 빵 터지면서, 무슨 먹을지 말지를 사유하고 결정해, 라고 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너 최근에 읽은 책에 사유란 말 나왔구나?"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했다. 사유란 말을 써보고 싶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커피를 마실까 말까 짧지 않은 시간 사유하고 마시기로 결정해서 지금 마시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유와 은유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어렵다. 하아. 수전 손택의 다른 책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 동안 독서근육이 좀 붙었겠지 싶어 다시 도전하자 했던건데, 내게 독서근육은 아직도 모자란가 보다. 조금 더 읽고 조금 더 많이 알게돼야 그제서야 수전 손택이 하는 말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알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답답했다. 물론 주석으로 누구인지 알려주긴 하지만, 나는 책을 읽다가 주석을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는 게 싫다.

조너선 콧과 수전 손택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대화라는 게 상대방과 같은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게 확실히 유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 확신을 갖게 했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학생이고 수전 손택의 모든 책들을 여러차례 읽고 인상 깊은 구절들을 인터뷰 내내 인용한다. 또한 그 둘중 누군가 어떤 인물(소설가와 음악가와 사진가등등)에 대해 얘기하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그 사람을 알고 있더라. 이러니 그 둘이 대화를 하다가 멈추게 되었을 때 또다시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요즘 '대화' 혹은 '소통'이란 것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결론이 나왔는데, 대화에 필요한 가장 첫번째 요소는 바로 '상대에 대한 관심' 이라는 거다. 상대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그것을 알고자 하는 '관심'이 있어야 일단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거다. 풍부한 지식은 그 다음에 온다. 혹여 지식이 없다면, 서로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관심은 없다면, 그 대화는 성립될 수 없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날, 자신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달라며 밥을 굶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던 유민아빠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소통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를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만큼 그에게 부족한 게 '지식'이었을까?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외국어도 여러개 한다지 않는가.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활, 생각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뿐이다.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던거지 다른 사람들이 아니었던 거다. 


조너선 콧은 수전 손택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 이야기를 무리없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물론 그 이유뿐만은 아니겠지만- 수전 손택의 저서들을 읽고 수전 손택이 감독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포스터나 책의 표지들까지 관심있게 바라본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수전 손택에 대해서 계속 관심은 가질텐데, 다음에 그녀의 책을 읽게 되기전까지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게는 너무나 어렵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지만, 내가 그녀를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또 그녀의 책을 읽는다고해서 그녀가 언급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 어떤 뜻인지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 



다른 얘긴데, 나는 진짜 언젠가는 내가 머무는 곳에 다정한 이들 몇을 초대해 함께 오랜 시간을 이야기나누고 싶다. 졸려서 더이상 얘기를 나눌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다섯 달 후, 11월 어느 쌀쌀한 오후에 나는 그녀가 소위 "자기만의 복구 시스템"이며 "그리움의 아카이브"라고 칭한 8000권의 장서에 에워싸여 살고 있던, 106번가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의 교차로에 자리해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널찍한 펜트하우스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 신성한 곳에서 그녀와 나는 밤늦은 시각까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p.18)




이 책의 리뷰에 대한 별점은 의미 없다. 내가 이해를 다 하지 못했으므로 완전한 좋은 책이 될 수 없었기에 그냥 중간 정도의 셋을 줄까 어쩔까 망설이다 넷을 클릭하긴 했는데, 알라딘에 별점 없는 리뷰도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사람이 그 속에 있든 없든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정말로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내게는 글쓰기를 지금 현재 내게 벌어지는 일과 연결하는 쪽이 그 경험에서 물러나 다른 일을 하려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안 그러면 자기 자신을 두 쪽으로 나누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p.29)

언젠가 인도에 갔을 때 인디라 간디에게, 그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인도의 수장이 여자라는 사실이 곧 지금 사람들에게 여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인지, 혹은 여자들의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높아졌다는 뜻인지 말이에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제가 수상이 되었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저 제가 예외라는 뜻일 뿐이죠"라고요. (p.112)

세 살 때부터 독서를 시작했거든요. 읽고 처음으로 감동을 받은 소설은 『레미제라블』이었어요. 엉엉 울고 흐느끼고 통곡을 했죠. 책을 읽는 아이는, 집 안에 돌아다니는 책들을 그냥 읽게 마련이에요. 열세 살쯤에는 만과 조이스, 엘리엇과 카프카 그리고 지드를 읽었죠. 대체로 유럽 작가들이었어요. 미국 문학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고요. 모던라이브러리 문고판에서 많은 작가들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대는 홀마크 카드 상점에서 그 문고판을 팔았는데, 용돈을 모아서 그 책들을 전부 다 사들이곤 했어요. 심지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진짜 재미없는 책들도 다 샀어요.(웃음) 모던라이브러리의 책들은 전부 멋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p.136-137)

당연히 저는, 예술로 재현된 걸 이해할 때보다 제 삶에서 훨씬 더 편협하고 촌스러워요. 예술에 대해서는 훨씬 보편적이고 차이를 존중하죠. 그리고 확실히 저는 편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친밀함을 좋아하거든요. 암호로 말하자면, 유태인적인 종류의 친밀함 말이에요. 말이 아주 많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고, 따뜻하고, 육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그렇지만 브레송이나 파뇰의 영화 속에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제 삶을 살면서 한계를 극복해야죠. (p.142)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네 시에 제가 하는 것 중 하나는, 양을 세는 대신 머릿속으로 문학 선집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 아이디어들 중 하나가 로라 라이딩이나 폴 굿맨 같은 작가들의 단편 선집이죠. 이 모든 일이 결국은 잘 정리되고 이런 작가들이 자기 독자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습니다. (p.171)

뉴욕은 내가 굳건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고 내 본거지라는 느낌을 주며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해요. 그곳을 내가 핵심정인 장소로 고른 건 가까운 지인들 대다수가 이곳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제 아들, 편집자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이요. 그리고 대부분의 책을 보관해두는 절벽의 틈새 같은 공간이 있어요. 그러나 뉴욕에 참담하리만큼 부재하는 한 가지는 종류를 막론하고 자연이죠. 정상적으로 살고 죽는 것을 접할 길이 없어요. 땅바닥에 누워 밤에 하늘을 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 광경은 인간에게 죽어야 할 운명과 우주에서의 자기 자리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건 무섭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잖아요. 뉴욕에서는 그냥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갈 뿐이지요. (p.187)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한테는 효과가 있는 착각이에요. 심지어 내가 독학을 했다는 생각마저 해요. 버클리, 시카고, 하버드, 굉장히 훌륭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말이지요. 기본적으로는 내가 독학자라고 생각해요. 한 번도 누군가의 제자나 총아가 되어본 적이 없었고, 누가 밀어준 적도 없고, 내가 `출세`한 것도 누군가의 연인이나 아내나 딸이라서가 아니었어요. 물론 도움을 받는 게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그러나 난 혼자 해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도전을 받아들였어요. 그런 식으로 하면서 흥분을 느꼈죠. (p.194-195)

내게는,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p.196-197)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1-0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택의 책 중에 두권을 읽었죠..타인의 고통, 사진에 대하여...책의 진도 빼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ㅎㅎㅎ

다락방 2016-01-07 12:12   좋아요 1 | URL
저는 타인의 고통을 읽다가 포기했어요.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이 책, [수전 손택의 말]을 읽으면서 [사진에 대하여]가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근육을 좀 키워서 도전해보려고요. 다른 분들께도 어려운 책이었나 보네요. 어쩐지 위안이 돼요 ㅜㅜ

살리미 2016-01-07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의 글을 읽고 이렇게 알기 쉽게 리뷰를 쓸 수 있는게 다락방님 매력이에요^^ 저도 어려운 건 너무 싫어요. 다락방님 표현처럼 독서근육이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겁나서 도전 못하는 책도 많고요. 어려운 책 읽으면 리뷰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급기야는 내가 하는 말을 내가 못알아듣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ㅎㅎ
다락방님은 어려운 책을 읽고도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다니 너무 부러운 능력입니다^^ 사유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았어요!

다락방 2016-01-07 12:15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 요약하는 리뷰를 쓰려고 했다면 저는 아마 시도도 못했을 거에요. 제가 이해를 못한 책이라서 줄거리 요약이고 뭐고 아예 접근을 못하겠더라고요. 대신 읽다가 느꼈던 것, 생각났던 것에 대해서 중얼거린, 리뷰라기엔 참 뭣한.. 그런 글입니다. 하핫. 리뷰계의 가장 핫한 오로라님께서 칭찬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헤헷. 기분 좋네요. 움화화핫. 더 잘해보겠습니다! >.<

yureka01 2016-01-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yureka01.tistory.com/1147 오래전에 쓴 리뷰입니다.참고 하셔도 좋아요 ^^. .~~

다락방 2016-01-07 13:36   좋아요 1 | URL
우아- 엄청 성실하게 작성하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그 책을 이해를 못할 것 같아요. ㅎㅎ

아무개 2016-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서 리뷰는 쓸 엄두도 안나더라구요.
ㅜ..ㅜ

다락방 2016-01-07 13:37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다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아 이해 못하는 제가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0-

heima 2016-01-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되게 귀여움 받는(?) 애인이실 듯 해요- 아침부터 기분좋게 빵터지게 하는 능력이라니!!

리뷰 좋아요. 수전손택의 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나는 한참 더 근육을 길러야겠구나 느끼게 되었어요 ㅋ

저는 요즘 시집을 읽고 싶어서 뭘 읽을까 고민중인데, 며칠 전 꿈에 다락방님이 나와서(!) 시집 몇 권을 추천해주셨답니다 ㅋ 그런데 무슨 시집이었는지 깨고 나니 기억이 안나네요... 아쉬워라... ㅋㅋ

다락방 2016-01-08 08:47   좋아요 1 | URL
우앗. 제가 헤이마님 꿈 속에서 추천해드렸을 시집이 무얼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걸 왜 기억을 못하시는 겁니까! 기억해보세요! ㅎㅎ 저는 과연 어떤 시집을 추천해드렸을까요? 시집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죠. 흐흣.
수전 손택은 저에겐 어려웠어요, 헤이마님.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해도 그 좋은 걸 오롯이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고요. 일단 제가 뭘 알아먹어야 좋아하든 아니든 할텐데 말이지요. 아직 내 독서력이 거기까지 이르진 못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독서였어요.

네, 애인은 요즘 제 귀여움에 흠뻑 빠져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정말 뜬금없이 ˝수전(노 는 제 눈이 맘대로 붙였어요 ㅡ.ㅡ) + 카푸치노 = 카푸치노 먹고 싶은데 돈 아깝다. 라는 이상한....... ㅡ.ㅡ 제가 용돈이 똑 떨어져서 그럴까요? ㅡ.ㅡ 긁적긁적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으로.... 죄송합니다아..... ㅡ.ㅡ 극적

다락방 2016-01-08 08: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오늘 커피 사마시고 싶었는데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못 사먹었어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까워할 돈조차 없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다시 정독하며, 저에게도 이런 책이 하나 있는데 ˝괴델, 바하, 에셔˝ 라고.. 저는 괴델도 좋아하고, 바하도 좋아하고, 에셔도 참 좋아하는데. 정말이지 이 책은 어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십년도 더 묵혔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11 08:16   좋아요 0 | URL
괴델, 바하, 에셔..라니 저는 제목만 봐도 음, 어렵겠구나, 진도를 뽑을 수가 없겠어, 하고 읽지 못할 것 같아요. 혹시 또 모르죠. 오랜 시간 후에는 독서근육이 좀 더 만들어져서 도전할 수 있을지도요. 진도가 안나가는 책 붙들고 있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거기 잡혀 있느라 다른 책을 못읽잖아요. ㅠㅠ 그래서 제 경우엔 음 어렵다 싶으면 일단 과감히 포기해요. 문제는, 그렇게 과감히 포기한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진 않는다는 거죠..음.. ㅠㅠ

단발머리 2016-0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어요. 음... 어려웠고...
<타인의 고통>은 더 조금밖에 읽지 못 해서 수전 손택은 언제나 수전 숙제....

인용 해주신 단락 밑에서 두 번째 좋아요.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독학했다고 착각한다.
이런 인식을 남자작가들에게서는 많이 발견할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요.
스스로 아무에게도 영향받지 않음을, 스스로를 독특한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는 거요.
수전 손택에게서는 그런 아우라가 있어요.
나는 작가다..... 멋져요. 멋진 사람...

다락방 2016-01-11 08: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수전 손택 어려워 포기하셨었군요. 제 경우엔 [타인의 고통]을 포기했어요. 아, 이 책은 내가 읽을 책이 아니로구나, 하고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말하는데 왜 나는 못읽겠을까? 해서 스스로 좀 위축되기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나는 수전 손택이 어렵다, 라고 고백하고 보니 다른 분들도 어려워했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네요. 일단 저는 제 능력이 닿는 것까지만 읽고 다른 것들은 근육을 키운 뒤에 읽어야겠어요.

저는 부모님이 대학등록금까지 대주셨고(용돈은 제가 벌어 썼지만), 학교를 다니며 교육을 받긴 했지만,
제 경우에도 제가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는 아주 강한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그간은 어리석은 사람에 더 가까웠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되기까지는 내 시간과 내 노력 그리고 내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을 밑줄 긋게 되더라고요.

단발머리님,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됩시다. 매일매일 아, 오늘도 또 하나 배웠어,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월급날은 11일이다. 나는 머그컵 두 개를 받을 생각이었고, 그렇게 8만원어치를 지를 계획이었다. 장바구니에 이미 책은 여러권 담겨 있었다. 집에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은 많으니 기다리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그래, 기다리자.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중고책 팔아서 생긴 예치금도 조금 있다. 이것까지 섞어서 8만원어치를 사면 실상 내 돈은 8만원 다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잘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잘.


그런데.

















이 책이 당장 사고싶어졌다. 당장, 지금 당장.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우짜지 그러니까 나는 이 책이 박연준과 장석주의 책인 걸 알고 있었고, 둘 다 시인인 걸 알고 있었고, 함께 쓴 걸 알고 있었고, 그냥 박연준의 글이 궁금했던 터라 읽어봐야지 했던 터다. 둘이 같이 쓰는 책이라는 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책소개를 자세히 읽지 않고 휭 넘겼을 때 문득 '결혼'이란 말이 보였지만, 그건 뭐, 서로가 가진 책들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나눈 글들을 결혼이라고 표현하는 거라고 대충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게 이 둘의 결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하는 그 결혼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오늘 문득 이 책의 소개를 또 무심히 넘기다가 '시드니'란 단어가 보였다. 시드니? 시드니는 내가 좀 관심이 가지...라며 책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시드니에 둘이 함께 같이 갔다온건가? 내가 어쩌면 시드니를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볼까? 했던건데, 오, 이거슨


박연준과 장석주의 결혼을 의미하는 책이었다.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된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이다.



위의 책소개만 봤을 때도 이 결혼이 그 결혼인줄을 몰랐다. 아아, 김민정 시인의 글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아! 하게 됐던 거다!!



접힌 부분 펼치기 ▼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습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이 책을 집어든 분들 가운데 시드니를 경험해보신 분들 또한 꽤 많으시겠지요. 더불어 발을 디뎌보지 못한 분들도 꽤 많을 테고요.『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됩니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요,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을 이쯤에서 소개해보려 합니다. 짐작들 하셨겠지만,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입니다. 많이들 놀라셨겠죠. 아니면 그런가보다 고개들 끄덕이시려나요.

기실 저는 그 전자와 후자 사이에서 팽팽하게 요요가 되었던 한 사람입니다. 이 책을 기획한 편집자이기 이전에 살아생전에 박연준 시인의 언니로 평생을 살아주겠노라 약속을 했던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두번째 시집이던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또한 제 손으로 만들어주었던 참이었습니다. 죽음 직전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딸을 처제라 잘못 부른 아버지와 그런 부친의 마지막을 지켜봤던 연준의 공생을 제가 감히 알 것 같다고 잘난 척을 하며 지었던 제목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그 인연은 박연준 시인과의 돈독함이 컸어요. 글에 대해서라면 재능이 뛰어난 시인, 누구든 속이지 못하는 솔직함을 타고난 시인, 그럼에도 제 가장 은밀한 연애만은 오래도록 숨겨왔던 시인. 그런 박연준 시인이 언니라고 지칭되는 제게 연애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구냐, 그 이름은. 끝까지 박연준 시인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힌트는 한 가지, 나이가 좀 많은 문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 입에서 장석주, 라는 이름이 튀어나갔습니다. 어떤 촉이 제게 귓속말을 하여 제 입이 방정을 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가 아닐까, 했던 어렴풋함이 사실로 드러나던 차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주측에 대한 놀라움을 가슴의 콩닥거림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없이 살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식’이라는 형식이 주는 민망함과 어색함, 그리고 불편함을 저도 모르지 않아 그러라고 했습니다. 다만 주위에서 그래도 밥 한 끼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들로 고민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문득 스쳐간 것이 ‘책’이라는 물성의 힘이었습니다. 그래, 책으로 공표를 하자, 책으로 모두에게 알리고 책으로 모두에게 축하를 받자!

우리들의 비밀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평생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던 놀라운 감각의 소유자, 절대로 늙을 줄을 모르는 채 타고난 섬세함에 그 빗질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장석주 시인도 흔쾌히 동참해주었습니다. 지금 와 그들에게 말하건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을 잘 압니다. 책이라는 것은, 저자의 이름이라는 것은, 분서갱유를 아무리 목숨 걸고 한다고 해도 절대로 없어질 수 없는, 사라지기 힘든 존재임을 너무도 잘 아는 까닭입니다. 한때 한국 출판계에 놀라운 한 획을 그었던 출판사 ‘청하의 수장이었던 장석주 시인이 왜 그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이는 남녀관계에서뿐 아니라 글쟁이로서의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과 의지임을 잘 알아먹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서교동에 살림집을 차렸지만 그들은 시드니를 걸어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그 재미가 훨씬 기대가 된다고 말하였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그것도 외진 시골 마을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던져진 형국이 되었으니 말이죠. 성실한 그들이 꼼꼼하게 기록한 시드니에서의 일상을 가장 먼저 훔쳐본 사람으로서 그 첫 감정을 토로하자면 온수의 여자와 냉수의 남자가 만났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여자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선 남자가 합쳐져 채워진 욕조 속의 물 온도는 정말이지 목욕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이루기에 충분했습니다. 몸을 목까지 푹 담그기에 적합한 온도의 따뜻함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기억나지 않는 양수에서의 떠 있음이 비유될까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노곤한 잠이 밀려왔고 자고 일어났을 때의 상쾌함이 일었습니다. 사랑이 일으킨 기적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남녀의 사랑, 남녀의 연애, 남녀의 결혼을 다룬 책은 세상에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읽고 나면 그뿐, 내 사랑의 실천에 도움을 준 책은 정작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논리적으로야 백날 이해의 폭 안에서 맞는 말만 골라 한다지만, 실전에서 대입해볼 만한 자신감으로 덤벼든 책은 없었으니까요. 사랑하는 두 남녀, 그래서 결혼에 이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어는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 또한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 책이 주는 보다 큰 미덕은 바로 ‘이해’에 있지 않나 합니다.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진심을 쏟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한 남녀가 서로 눈을 맞추기 위해 팽팽하게 시소를 탔던 그 불안함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를 소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의 힘은 믿어보자는 다짐의 책이기는 합니다.

결혼식을 대신하는 책. 사례를 찾아보니 그런 일은 지금껏 한 번도 행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기질을 가진 남녀이기에, 무엇보다 시를 쓰는 시인들이기에, 신부는 1980년생, 신랑은 1955년생이라는 나이의 차이라는 세월의 더께를 이겨낸 그들이기에 이러한 귀여운 퍼포먼스도 용인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말미암아 두 사람의 결혼식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습니다. 매년 이들 부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서로가 함께임을 축하하는 술 한 잔을 서로에게 권하겠지요.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책을 읽어주심으로 정말이지 축하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펼친 부분 접기 ▲



아아,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얼마나 재밌는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사랑하게 되었는가, 아닌가 말이다. 아아,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당장 읽고 싶어졌는데, 8만원의 책을 오늘 지르자니 신용을 써야하고, 이거 한 권만 지르자니 11일에 8만원을 또 지르게 되고.. 아아, 이런 갈등.. 뭐지. 그러면 아싸리 그냥 집에 가는 길에 교보에서 사? 그러면 그냥 알라딘 8만원....이잖아? -0-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라는 제목도, 정말이지 너무나 근사하다!

그런데 왜 나는 남의 결혼에 호들갑인지?



에피톤 노래가 생각난다.



살아있다 저기 저 신호등 건너
두 손 흔들며 엷게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모양까지
오늘 우린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쉰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6-01-0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둘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저는 박연준 시인은 잘 몰랐고 장석주 시인의 책은 몇권 읽어봤거든요. 나이 차도 엄청나던데... 시인들의 사랑은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ㅎㅎ
그리고 제목 정말 좋지 않나요? 저는 저 문장만 읽고도 깨달은게 많았어요. 결혼 생활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전 너무 사나워지고 있구나 느꼈어요 ㅠㅠ 여행갈때면 특히 잔소리가 더 많아지거든요 ㅋ
저도 꼭 읽어보고 서로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사랑법 꼭 배우고 싶은 책이에요^^

다락방 2016-01-07 12:18   좋아요 0 | URL
저는 장석주 시인의 시집이라곤 [붉디붉은 호랑이] 한 권 읽어봤을 뿐인데, 그 시집읽으면서 뭔가 멘붕이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요. 반면 박연준은 첫 시집도 다음 시집도 제가 즐겨 읽었죠. 사실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이 시집 말고 다른 시집까지 딱히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속눈썹~]에서 좋은 인상을 받아서 어쩐지 호감가는 시인이었달까요. [소란]을 읽어봐야지 계속 생각만하고 있던 참에, 이렇게 근사한 책이 나왔더라고요. 되게 궁금해요. 어제는 안사고 버텼으니 조금 더 버텨볼래요. 히히히히.

오로라님, 결혼하지 않은 저도 점점 더 사나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0-

건조기후 2016-01-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장이 벌렁벌렁하네요. 시는 잘 안 읽게 돼서 관심도 많이 없었는데 이 책은 꼭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6-01-07 12:18   좋아요 0 | URL
그쵸. 신형철이 서문에서 아내며 장인장모 언급한 건 영 오글거렸는데, 이 시집은 그럴 것 같지 않아요. 기대돼요!

책읽는나무 2016-01-0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어제 이책의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읽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더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여행지에서의 사랑 이야기는 또 어떨지??^^

다락방 2016-01-07 12:19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너무 궁금해요. 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와 여자가, 시인이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같이 글을 쓰며 같은 곳을 걸으며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을지 정말 너무 궁금해요. 흣.

singri 2016-01-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이 그런식이었다니 ㅎ 궁금 궁금해지네요 ㅋㅌㅋㅌ

다락방 2016-01-07 12: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더라고요. 궁금궁금합니다. ㅋㅋㅋㅋㅋ

akardo 2016-01-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뭔가 엄청 로맨틱한 느낌이 드는 책이네요! 갑자기 덩달아 읽고 싶어졌습니다. 하하;

다락방 2016-01-07 12:20   좋아요 0 | URL
그치요? 이런 글이라면 오글거리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인데 이 책은 굉장히 로맨틱하고 두근거림이 느껴져요! >.<

moonnight 2016-01-06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읽고싶어요!@_@;

다락방 2016-01-07 12:20   좋아요 0 | URL
힛. 같이 읽어봐요, 문나잇님. 기대기대 @.@

hnine 2016-01-07 0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의 책 출간과 결혼 소식을 듣고 제가 다 두근두근, 두 시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집에 있는 두 사람의 책을 들고 가서 ˝이 사람과 이 사람이 결혼하는데, 결혼식을 대신해서 책을 출간했대!˝ 이랬답니다. 갑자기 무슨 얘기인가? 하는 남편의 표정...ㅋㅋ
혼자 살아도 잘 살 것 같다고 평소에 생각하던 두 사람이었는데, 결혼 소식 들으니 같이 살아도 멋있게 잘 살 것 같아요.

다락방 2016-01-07 12:22   좋아요 0 | URL
결혼식을 대신해서 책을 출간했다는 것도 저도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사실 저는 앞으로 제가 결혼을 하게 될지 안하게 될지 모르지만, 결혼식이라는 식 자체가 너무 싫거든요.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가급적 결혼식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상 해왔어요. 그런데 책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다니, 너무나 근사해요!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고 말이지요. 그런데 제가 혹여 `나 책으로 결혼식을 대신할게` 라고 한다면 저의 엄마 아빠가 싫어라 하시겠죠? --;;

연애든 결혼이든, 나인님 말씀대로 혼자 살아도 잘 살 것 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서로 지칠 수 있으니까요.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3
권김현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남자친구'라는 표현 보다는 '애인'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지금이야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보다 '애인'이란 표현이 더 권장된다는 걸 알지만, 사실 나는 그걸 알고 그렇게 즐겨 쓴 건 아니었다. 그저 애인 이란 단어가 내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 '반드시 여자는 남자만을 사귄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한 걸 추가할 수 있겠구나 싶다. 나는 잘 해오고 있구나,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어.


그렇게 친구랑 대화하다가 문득 내가 누군가에게도 '애인있어요?' 라고 물었는가, 라고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성친구(애인)의 유무를 묻는 건 실례인 것 같아 잘 안물으려고 하고, 혹여라도 호감가는 이성이 있어서 애인의 유무가 궁금하다면 빙 돌려서 묻는 편이긴 하다. 이를테면 '그 반지는 어떤 반지에요?' 라든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나요?' 라든가(두 개의 질문 모두 호감가는 남자에게 물었었고 첫번째 질문에는 커플링 이라는 대답을, 두번째 질문에는 아내랑 함께 살고 있다는 답을 들었었다. 슬픈 이야기..sad story...) 그러나 직접적으로 묻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그때 나는 거의 대부분 '여자친구 있어요?' 라든가 '남자친구 있어요?' 라는 식으로 물었던 것 같다. 아, 내가 '나 애인 있어요', '내 애인은' 하고 애인이란 표현을 즐겨쓴다고 해서 잘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습관적으로 '남자친구 있어요?', '여자친구 있어요?' 라고 물었었어..


나는 얼마나 많이 습관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까?

갈 길이 멀다.






정원(ftm)은 여성으로 취업한 후 업무와 관련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고 봉급이나 승진, 일상적인 문화에서 차별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남성으로 취직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여성 상사보다 더 많은 배려를 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부당한 점을 이야기하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남성으로서 여성 직원에게 강요되는 것을 바꾸자는 제안, 예를 들어 "자기 컵은 자기가 닦자"라고 하면 자신은 `자상한 남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결국 컵은 여성들이 씻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을 보면서, 남성이 가지는 `평등`에 대한 공포는 여성에 의해서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때 나온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p.118-119, 나영정)

이성애 밖에 모르는 사회에서 동성애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성애적 틀에 갇히는 해석의 한계와 이성애적인 언어로만 묘사되는 표현의 빈곤함이 생기지만 그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이성二性으로 나뉜 인간들은 이성애異性愛를 하는 것이 이성理性이다` 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고는 성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마음을, 정체성을, 섹슈얼리티를 너무나도 쉽게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젠더에 구속되어 있는 섹슈얼리티는 끊임없이 동성애자에게 이성애를 모방한다는 혐의를 씌운다. 그리고 동성 간의 사랑은 이성 간 사랑을 아류로 만든다. 그러나 섹슈얼리티를 젠더에 구속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패러디이자 경쟁자로서 동성애를 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주목받는 것은 더 이상 성별이 같은지 다른지가 아니다. 이제 무엇으로 상대의 마음을 끌리게 할것인지, 나한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질문과 의심에 휩싸이는 것은 이성애자들일 것이다. (p.137-138, 한채윤)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이성애자들이 서로 진짜 이성애자를 가려내려고 하는 모습, 남자들이 진짜 남성이 누구인지 증명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 말이다. 아마도 이 논쟁의 마지막 모습은 결국 아무도 원치 않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초라한 껍데기들만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이 지구 종말을 다루는 비극적 영화의 결말처럼 황량하고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치열한 의구심 끝에 마침내 모두가 깨닫게 되길 바란다. 사실 `진짜`나 `원본`따위는 없다는 것을. 자신이 껍데기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비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가 다 원본이라는 것을 말이다. (p.140, 한채윤)

공동체는 여성의 증여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지만 동시에 위계적으로 분할된다는 점에서 여성은 위험한 물건이다. 자본과 여자는 남성을 주인과 노예로 양분한다. 그것은 축적이 가능한 물건이기 때문에 남성들 사이에 필연적으로 `낭비/파탄의 경제`가 아닌 `축적의 경제`를 발생시키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수직적인 위계 구조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모두가 주인이었던 남성은 주인과 노예로 양분되는 운명에 처한다. 남성을 주인과 노예로 양분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과 자본의 축적은 공동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런 공간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마초적 언사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구성원들에게 그것을 견디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마초들이 이 공간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통해 마초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계속)

여기에서 우리는 이들이 항변하는 평등의 주체가 남자와 여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평등이란 남성들 `간`의 평등이다.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에 따라 남성은 자본과 여성을 소유할 수 있는 자들과 소유할 수 없는 자들로 나뉘었다. 현실의 이 세계는 여성과 자본을 소유할 수 없는 자들을 주인이 아니라-국민이란 말 그대로 나라의 주인이지 않는가?-노예로 만들었다. 여성의 교환과 소유를 통해 보장되던 남성들 간의 가정된 형제애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그 결과 `남성` 사이의 연대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시급한 것은 이 남성들 간의 연대를 복원하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남성들은 여성이 되어버린 `게이`들과 `초식남`을 처단하고 형제애의 공동체를 복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끊임없이 군대와 군가산점에 대한 요구와 `꼴페미`들에 대한 처단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남자는 그 안에서 검증되고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것이다. (p.155, 엄기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1-06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6-01-06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지적이네요. 습관적으로 생각없이 쓰는 말들이 많죠. 이렇게 하나씩 고쳐가야겠어요.

다락방 2016-01-07 12:24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저 역시 습관적으로 좋지 않은 표현들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성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지, 다짐합니다.
네, 오로라님. 우리 이렇게 하나씩 고쳐가요. 서로 알려주면서요.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의 '에미'가 불행한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열려있는 상태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처럼. 나 역시 늘 다른 곳을 보고 다른 무엇을 기다리는 상태였는데, 새벽 세시의 에미가 그래서 나같았다. 지금이 불행해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저 너머 어딘가에 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에미는 레오와 이메일 교류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이미 결혼한 여자이니 다른 남자와는 일절 연락을 삼가야해' 라고 생각하는 대신, 그저 흐르는대로 맡겨두고 메일을 보내고 메일을 기다리고 했던 일들이, 나는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질 않았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사람으로부터 이걸 느끼고 또 저 사람으로부터 다른 걸 취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 느꼈다. 그렇게 해서 나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뭐 어떻단 말인가. 그런데, 보바리 부인도 그때의 나와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항상 저 너머에, 아직 오지 않은 무엇을 기다리는 여자였다. 그녀가 나보다 더 심각한 위험(!)에 놓인 것은, 그녀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지극히 불행하고 공허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에미의 경우엔 '아 지금도 좋아, 그런데 또다른 무언가 있지 않을까?' 를 생각했다면, 보바리 부인의 경우에는 '아 지금이 너무너무 싫어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해' 라고 하면 적절할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삶의 고독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혹시 어떤 흰 돛단배가 나타나지 않는지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그녀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어떤 기슭으로 그녀를 데리고 갈 것인지, 그것이 쪽배일지 삼층 갑판의 대형선일지, 고뇌를 싣고 있는지 아니면 뱃전까지 가득한 행복을 적재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그날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언제나 더 한층 마음이 슬퍼져서 어서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p.94-95)



















그런 그녀에게 신비롭게 느껴지는 자작이 나타난다. 그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게 아니지만 며칠간 자꾸 생각난다. 그와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정도이다. 그 후에는 아름다운 청년 레옹이 나타난다. 레옹과는 대화가 너무너무 잘통한다. 자작은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레옹과는 매일 만난다. 그에게 어떤 감정 같은 것이 생기고 또한 상대 역시 자신에게 무슨 감정이 생기고 있는 것 같음을 그녀는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성큼 앞으로 나아가는대신 주저한다. 망설인다. 남편은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자신은 결혼한 여자니까, 하고는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옹 역시 아직 어렸으므로 더 나아가기를 포기한다. 아, 이 여자랑은 정말 대화하는 게 좋지만, 우리는 여기까지인가보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정하고 덤비는 로돌프에게 보바리 부인은 대응할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기다려온 것이 바로 이것일지도 몰랐으니까. 다시 말하지만 로돌프는 '작정하고 덤볐다'.



「그놈은 아주 멍청한 것 같아. 그래서 여자는 아마 지겨워하고 있을 거야. 더러운 손톱에다 수염은 사흘 동안 못 깎은 꼴이거든. 그놈이 환자를 보러 터덜거리고 다니는 동안 마누라는 집에서 양말이나 꿰매고 있는 거야. 그래서 따분하겠지! 도회지에 살면서 매일 저녁마다 폴카를 추고 싶겠지! 가엾은 여자! 도마 위의 잉어가 물을 그리워하듯 조것은 사랑이 그리워 입을 딱딱 벌리는 거야. 서너 마디 달콤한 말만 걸어주면 틀림없이 홀딱 반할걸! 고거 삼삼하겠는데! 매력적이야! ……그래, 그렇지만 나중에 어떻게 떼버리지?」 (p.190-191)



사귀기도 전부터 '어떻게 떼버리지?'를 고민하는 남자를, 보바리 부인은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속이 상해 ㅠㅠ 옆에 있었다면 뜯어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보바리 부인을 뜯어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데,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는 데, 그것이 누구의 말로 멈추어질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엔 끼어들지 않는다는 게 내가 그간 살아오면서 세워둔 스스로의 룰 같은 거다. 다른 사람의 연애에 함부로 끼어들어 조언하지 말 것. 그것이 나중에 상처가 될지라도, 그것은 당사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내가 그간 내 연애, 내 사랑을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네가 상처 받을까 두려워' 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조언은 대부분 쓸모없다. 그래도 독자인 나는 너무나 속이 상해. 게다가 로돌프는 보바리 부인을 너무나 잘 꼬셔대고 있다. 이렇게.



「언젠가, 절망에 빠져 단념하고 있을 때, 돌연 말입니다. 그때 지평선이 열리면서 <자, 행복이 여기 있다!> 하고 외치는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겁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신의 지나온 생애를 고백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입니다! 설명도 필요없이 서로를 직감합니다. 서로가 꿈속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토록 찾았던 보석 같은 그가 바로 여기,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는 빛을 발합니다. 불꽃을 튀깁니다. 그래도 아직 의심이 가시지 않아 감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밝은 빛 속에 나선 것처럼 눈이 부신 것입니다」 (p.209)




그러나 떼버리기로 작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이 온다. 아니, 그 말은 적합하지 않다. 로돌프가 보바리 부인을 떼버리는 순간이 왔다. 눈앞에 닥치기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달콤한 꿈에 젖어있던 그녀는, 그래서, 몹시 아프다. 앓는다. 




아프고 기운 없던 그녀가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된건, 다른 사랑을 만나고난 후다. 예전의 어렸던 레옹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고, 그간 다른 여자들을 만나왔던 레옹은 이제야말로 보바리 부인과 제대로 사귀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옹은 보바리 부인을 좋아했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보바리 부인이 느꼈던 것도 아마 로돌프로부터 느꼈던 것과는 달랐을 것이다. 작정하고 꼬시는 것과 좋아서 유혹하는 건 좀 다를테니까. 어쨌든 보바리 부인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는 생기넘치고 의욕넘치는 삶을 산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은 문간에 꺼먼 어망을 걸쳐놓은 어느 술집의 천장이 낮은 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바다빙어 튀김과 크림 그리고 버지를 먹었다. 그들은 풀 위에 눕기도 했고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포플러나무 밑에서 키스했다. 그들은 마치 두 사람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이 조촐한 곳에서 영원하도록 살고만 싶었다. 자신들만의 행복에 취해 있는 그들에게는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여겨졌다. 물론 그들이 나무와 푸른 하늘과 잔디밭을 보고 물 흐르는 소리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드는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치 예전에는 자연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혹은 그들의 욕망이 충족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았다는 듯이, 그들이 그 모든 것의 감동을 이토록 강하게 느낀 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p.370-371)




이 책은 읽기 시작할 때부터 어쩐지 슬펐다. 고독하고 외롭고 공허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조차 불안에 떨게 한다. 보바리부인이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불어 그녀의 아이도 엄마의 행복한 기운을 전달받을 수 없었고, 그녀의 하인도 불평과 두려움이 쌓였다. 내가 강해서 그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이 옆에 있어도 꿋꿋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족이라면 일단 휘둘리기가 너무나 쉽고, 아이는 어렸으며 하인은 지위가 낮았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님은 게린느하고 똑같네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디에프에서 알았던 폴레의 어부 게렝 영감님이ㅡ 딸이었죠. 표정이 어찌나 슬퍼 보였는지 이 아가씨가 그 집 문간에 서 있는 걸 보면 마치 그 집에 초상이라도 난 걸로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 아가씨 병은 꼭 머릿속에 안개가 끼어 있는 것 같은 증세였는데 의사 선생님도 신부님도 어떻게 손을 쓸 도리가 없었어요. 병이 심해지면 혼자서 바닷가에 나가서는, 세관 관리가 순회하면서 보니까, 파도가 밀어닥치는 자갈 위에 뒹굴면서 울더래요. 그렇던 것이 결혼을 하고 나자 깨끗이 나았다는 소문이더군요.」

「하지만 내 경우는」 하고 엠마는 대답했다. 「결혼을 하고 난 다음부터 생긴 병인걸」(p.161)




엠마(보바리 부인)는 결국 충족되지 못했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완전한 충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아는데, 엠마는 결국 생이 다할때까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조금 더 살았다면 그런 사람(혹은 어떤 존재)을 만날 수 있었을지 어쨌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닥친 삶이란 것, 그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란 것은 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집과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구입했던 것들, 연인에게 선물해주려고 했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의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그녀의 집은 차압당했고,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녀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거부했다. 이 모든것은 결국 공허함과 외로움의 결과였을까? 결국 그녀가 출구 없는 삶이 눈 앞에 도달할때까지 깨달은 것이라곤, 남자들은 죄다 그모양이란 것이다. 믿을 만한 놈이 없더라, 하는 것. 달콤하게 사랑을 말해놓고 떠나고, 돌아서버리고,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하는... 그렇다면 그가 그런 남자들을 사랑한 게 잘못이었을까? 


결혼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처지였다면, 그렇다면 처음부터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렇다라도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녀는 아들을 갖고 싶었다. 튼튼한 갈색 머리의 애였으면 했다. 이름은 조르주라고 지으리라. 이렇게 사내아이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치 과거의 모든 무력감에 대하여 희망으로 앙갚음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적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정념의 세계, 온갖 나라를 두루 경험할 수 있고 장애를 돌파하고 아무리 먼 행복이라 해도 붙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p.131-132)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히터가 고장나서 내가 지금 매우 춥다.

서비스 기사님은 오후에나 오실 수 있단다.

오후까지 나는 계속 춥겠지.






새로 온 이 하녀는 쫓겨나는 것이 두려워서 불평도 못하고 참았다. 그리고 마나님이 보통 때는 식량 찬장의 열쇠를 잠그지 않은 채로 두기 때문에 펠리시테는 매일 밤 설탕을 조금씩 훔쳐서는 기도를 끝낸 뒤 잠자리 속에서 몰래 먹었다. (p.91)

엠마 쪽으로 말하면,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지 어떤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 인간이 사는 땅 위로 떨어져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나뭇잎인 양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집 안의 테라스에서 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연히 안심하고 있다가 문득 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p.148)

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내겐 당신이 전부예요. 그러니까 당신한테는 내가 전부일 테죠. 난 당신의 가정이 되고 고향이 되겠어요. 당신을 잘 보살피고 사랑하겠어요. (p.286)

두 사람은 서로를 너무나도 알아버려서 기쁨을 백 배나 더해주는 저 경이로운 소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레옹이 그녀에게 싫증이 난 것만큼 그녀 역시 상대에게 물려버렸다. 엠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그대로 발견하고 있었다. (p.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