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읽으면서도 나는 [제2의 성]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여러차례 생각했다. 그 책을 반드시 완독해야 겠노라고. 시몬 베유가 자신의 연설에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급을 많이 해서라기 보다는, 시몬 베유의 제2의성 언급이 어딘가 '흐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시몬 베유는 보부아르의 의견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 책은 분명 평등으로 가는데 영향을 미쳤다, 고 얘기하기 때문이었다. 그 책은 대단하지, 좋은 책이야, 그렇지만 내가 다 동의하는 건 아니야, 이런 식의 느낌. 그런데 시몬 베유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나로서는 좀 이해가 안됐는데, 시몬 베유는 보부아르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평등하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같은 세대에 속한 많은 여성들처럼 저 역시 [제2의 성]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을 위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참여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자연적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토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여자아이들에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제공되는 교육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착된 스테레오타입에 의해 통용되는 이미지들이 양성 간의 행동 차이를 가지고 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많은 여성들은 남성과의 차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차이에 대한 권리 역시 주장합니다. 그들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실제로는 여성의 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만- 남성적 시각에 특권을 주지 않고 각자의 기대와 욕구가 고려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다하고 주장합니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 p.340-341)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의 출간은 많은 것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정교하게 구상된 페미니즘의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권리의 완전한 평등을 단언하는 페미니즘일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적인 차이를 부정하는 페미니즘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어린 나이의 소녀들에게 주어지는 교육과 여성의 역할이 지닌 특수성에 대한 '진부함'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들만이 두 성별 간 차이들의 기원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우리는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인용할 때, 이 명제가 정 반대의 의미로 해성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많은 수의 여성들이 그들의 차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차이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류가 절반의 남성과 절반의 여성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거나 혹은 여성이 조금 더 많이 존재하기를 바라며, 사회가 서로의 필요와 기대를 인식해주기를 원합니다. 남성중심적 시각이나 권리의 평등에의 집착을 버리고 말입니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 p.318-319)


시몬 베유는 여성들의 권리가 남성들만큼 와있지 않다는 걸 알고 그걸 위해 연설하고 노력하고 행동한 사람이었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이기에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누구보다 인식한 사람이었고. 그러니 당시에 유명한 보부아르의 책을 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 저렇게 연설때마다 응 그치만 거기엔 동의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게 왜그러는지 너무 궁금한거다. 시몬 베유가 보부아르 책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잘 알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자연적으로도 차이가 없다는 건 인정할 수 없어!' 하는 건, 도대체 왜그럴까. 보부아르가 '남녀는 자연적 차이가 없다!'를 주장한걸까? 이게 계속 궁금했던 터다. 



다행스럽게도 '그렇지않다'는 것을, 보부아르의 책 [제2의 성] 1권의 초반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보부아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물학적 차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들어간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가 얼마나 다르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르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먼저 얘기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그것이 남녀를 차별하는 당위가 될 수 없다'를 주장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은 세부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알 수 없지만, 유기체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갑상선과 뇌하수체, 중추신경계통과 자율신경계통, 마침내는 모든 내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분비 작용이 그 과정에 뒤따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여자들-85% 이상-은 이 기간에 어떤 증상들이 나타난다. 출혈하기 전에 혈압이 오르고 그 다음에는 내린다. 맥박수와 체온이 때때로 오르고, 열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복부에 통증도 느낀다. 변비 다음에 설사가 따르는 경우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또 간장비대,요폐,단백뇨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많은 여자들이 후점막의 출혈(인후통)을 보이고, 어떤 여자들은 청각,시각의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고, 월경 초에는 '특유한' 냄새를 수반하는데, 이는 아주 지독하기도 하고 월경기간 내내 지속되는 수도 있다. 신진대사는 증대하고 적혈구 수는 감소한다. 한편 혈액은 보통 조직 속에 저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물질, 특히 칼숨염을 운반한다. 이 염분은 난소와 갑상선에 작용하여 그것을 비대하게 만들고, 자궁 점막의 변화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그 활동력을 증가시킨다. 이와 같은 내분비선의 불안정은 신경을 몹시 약하게 만든다. 중추신경계통이 침해되어 자주 두통이 일어나고, 자율신경계통은 과도한 반응을 나타낸다. 중추신경계통의 자동 조정력이 감퇴되기 때문에 반사 운동과 경련이 일어나 아주 심한 부안정을 나타낸다. 여자는 평소보다 민감해져서, 신경질적이 되고 쉽게 흥분하여 심한 정신장애까지 일으키는 수도 있다. 이때는 여자가 자기 몸을 소외된 불투명한 이물처럼 느끼고 가장 고통을 받는 시기이다. 여자는 자기 체내애서 매달 요람을 만들었다가 부수는, 집요하고 인연 없는 생명의 희생물이다. 달마다 한 어린애를 낳을 준비를 하고 빨간 주름의 붕괴 속에서 유산을 한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 육체는 자기의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육체는 그녀 자신과는 별개의 것이다. (1권, p.58-59)





이런 다양한 특징들의 대부분은 종에 대한 여자의 종속에서 유래함이 분명하다. 이제까지의 검토에서 가장 명백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여자는 모든 포유동물의 암컷들 가운데에서 가장 심각하게 소외되고, 또 이 소외를 가장 치열하게 거부하고 있다. 다른 어떤 암컷의 경우에도 유기체의 생식기능에 대한 종속이 이 이상 절대적이고,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도 없다. 사춘기와 폐경기의 위기, 달마다 겪는 '저주', 어려움도 많은 기나긴 임신, 고통스러우면서도 위험한 출산, 질환, 신체 고장. 이것이 인간 여성의 특성이다. 여자가 개체로서 자기를 주장하여 자기 운명을 거스룰수록 운명은 더욱 무거워진다고 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에 비하면 무한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남자의 성생활은 그가 영위하는 개인생활과 모순되지 않는다. 개인생활은 중단이나 위기도 없고, 또 일반적으로 재난도 없이 순조롭게 전개된다. 평균적으로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오래 산다. 그러나 여자들은 남자보다 훨씬 자주 병을 앓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간도 길다. (1권, p.62)




여자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 자신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많은 것들에서 중단된다. 중단을 원치 않았으나 중단되는 경험, 원하지만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 그러나 남자에게는 신체적인 이유로 개인사에서 중단될 위험이 없다. 제2의 성 제1편 <운명> 부분에서 보부아르는 남녀의 이런 신체적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자가 생리를 하고 출산을 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남자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이내 덧붙인다.




이 같은 생물학적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이 조건은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며, 여자가 처한 상황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이후의 서술에서도 우리는 부단히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육체는 우리가 세계를 파악하는 도구이며, 세계는 그 파악 방법에 따라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토록 오래 생물학적 조건을 검토했던 것이다. 이 조건은 여자를 이해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이다. 다만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생물학적 조건이 여자에게 주어진 불변의 숙명이라는 생각이다. 이 조건만으로는 남녀의 상하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또 여자가 왜 타자인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만으로 여자에게 종속적인 역할을 영구히 담당하도록 운명지을 수도 없다. (1 권, p.67)


남성과 여성의 신체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상하관계를 이루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 보부아르는 그것을 잊지 않고 말하고 있는 거다.

자, 계속 보자.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근육의 힘도 적고, 적혈구도 적고, 폐활량도 적다. 여자는 남자 만큼 빨리 뛰지도 못하고,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한다. 어떤 스포츠에서도 남자와 경쟁할 수 없다. 싸움에서도 대전할 수 없다. 이런 약점에 우리가 앞서 이야기한 불안정성과 통제의 결여, 허약점이 겹친다. 이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에 대한 여자의 파악은 남자보다 제한되어 있다. 여자는 온갖 계획에서 남자보다 의지력과 인내력이 약하고, 실행력도 약하다. 즉 여자의 개인적 생활은 남자만큼 풍부하지 못하다.

실제로 이런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육체를 실존에 의거하여 규정한다면,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된다. 생리학적 조건(근육의 열등함)이 의미를 가질 때, 그 의미는 곧 전체적 배경에 좌우되는 것처럼 보인다. '약함'은 인간이 스스로 정한 목표나 사용하는 기구,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법칙에 비추어서만 비로소 약함으로써 나타난다. 만약 사람이 세계를 파악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사물에 대한 '파악' 의 개념 자체가 의미를 갖지 못하 것이다. 세계의 파악을 위해 체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면, 즉 자신이 갖고 있는 체력만 활용해도 충분하다면, 체력의 차이는 해소된다. 폭력을 금하는 풍습이 있는 곳에서는 완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 (1권, p.65)




신체적이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부아르가 이 책을 썼을 당시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지금의 여자들은 근육의 열등함의 차이를 이전보다 덜 갖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근육을 훈련시키는 여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근육을 훈련시키는 여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안그래'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분명 보부아르가 이 책을 썼을 당시보다는 그 차이가 적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의지력과 인내력, 실행력이 약한 것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다르다. 이건 시기적 차이이고 그 때보다 여자의 사회적 역할이 좀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테지만, 정신에 관한 부분 그리고 의지에 관한 부분에서라면 나는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지금은 훨씬 높은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러나 보부아르가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여자들의 활동이 많이 제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정신력과 의지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으리라 생각한다. 보부아르 말에 따르면 '개인적 생활은 남자만큼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같은 사회활동이 주어졌다면 이 의지력이나 인내력 부분에서만큼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리라.

어쨌든 보부아르는 그렇다한들 이런 차이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폭력을 금하는 풍습이 있는 곳에서는 완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니까.

보부아르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생물학적 차이가 여자를 타자로 규정하는 것의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 이런 차이 있지. 그런데 왜? 뭐? 이게 남녀가 평등하지 않는 일의 답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잖아?




생물학은 "왜 여자가 타자(他者)인가?" 하는 우리의 질문에 답변을 줄 수 없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자의 자연적인 본질이 어떻게 파악되어 왔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인류가 여자를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1권, p.67)


나는 제1편 운명을 읽으면서 보부아르가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여성을 타자화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부아르는 여자와 남자가 신체적으로도 똑같다, 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몬 베유는 왜 저렇게 생각하고 언급을 하는걸까? 내가 아직 1편 밖에 안읽었기 때문에 전체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걸까? 1편은 이 책에서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아니 그러니까, 1권만 해도 1부와 2부가 있고(ㅠㅠ) 1부에도 제1편, 제2편, 제3 편... 이 있다니까 ㅠㅠ 나는 이제야 이 1권의 532페이지에서 100 페이지까지만을 읽었을 뿐이다. 이십프로 읽었네요.. 많이 읽은건가.. 아니 어제 그렇게 읽으려고 애를 썼는데 참 여러가지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지. 1,2권을 놓고 보면 10프로...


남은 부분들을 읽어보면 시몬 베유가 왜 보부아르에 대해 저렇게 언급했는지 알게될까? 아니면 시몬 베유가 잘못 파악한걸까? 나는 어제 보부아르의 글을 읽으면서 연신 갸웃했던 거다. 시몬 베유가 왜그랬지? 하고. 그러니 계속 읽어볼 참이다. 읽다 보면 또 무언가 답이 나오겠지.




그나저나 보부아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만큼의 책을 읽고 얼만큼의 공부를 한걸까.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과 제2의 성이 있는 풍경)





오후에 침대에 앉아서 책 읽다가 졸면서 헤드에 뒤통수를 박아버렸고... 그래서 잠을 자버렸는데... 잠이 너무 달콤하고 깊이 들어서 몇 시간 뒤에 잠에서 깼어도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제 페이퍼에다 '내일 페이퍼 쓸거다' 라고 말한 게 생각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페이퍼를 썼다. 이제 다시 자러 가야지..라지만, 낮잠을 그렇게 자고 잘 수 있을까? ( ")

나 이제 추리소설 읽을거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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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0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0-20 22:41   좋아요 0 | URL
앗 이런 ㅋㅋㅋ 컴터 꺼버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고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요!!

블랙겟타 2019-10-2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하게 그 부분이 궁금했어요.
비교적 온건?한 시몬베유가 보부아르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는지..
『제2의 성』을 왜 그렇게 이해했는지를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페이퍼를 써주셔서 지금 열심히 읽었습니다.
(평소에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며칠을 훌쩍 보내곤했던 저로선 괜히 찔리기도 하구요.ㅋㅋㅋ)

다락방 2019-10-21 07:33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 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해서 거리두기를 하더라고요. 응 인정해, 훌륭하지, 그렇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아, 하는 어조요. 물론 어떤 책이 훌륭하다고 해서 내가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는 거지만, 저는 그게 왜그런건지 알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제2의 성 읽으면서 ‘어? 보부아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끝까지 계속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ㅎㅎ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019-10-21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0-21 07:43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거에요 ㅋㅋ 근데 제가 어제 컴터를 꺼버린 후라 다시 켜고 고치기가 너무 귀찮더라고요. 폰으로 수정도 안되고 ㅜㅜ 제가 출근해서 고칠 예정입니다 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ㅌ 보부아르랑 베유랑 왜 둘다 시몬인거죠? ㅠㅠ

neko 2019-10-2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출간한 꿈꾼문고 편집자입니다. 베유와 보부아르는 정치적으로 다른 노선이기도 했습니다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하시는 지점에 참고가 될까 싶어 댓글을 남깁니다.

˝평등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첫 번째 범주는 시몬 드 보부아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서부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보수주의 페미니스트, 휴머니스트 페미니스트, 심지어 에코페미니스트와 같이 다양한 인물을 망라한다. 여기서 어떤 입장은 여성 몸의 특수성, 몸의 특별한 성격과 몸의 주기 ─ 월경, 임신, 모성, 수유 ─ 는 가부장제 문화가 남성의 권리와 특권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여성들이 접근하고자 할 때 한계로 작용한다고 파악한다. 다른 한편 페미니즘 인식론자들과 에코페미니스트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이지만 무비판적인 입장은 몸을 지식과 생활 방식에 접근하는 고유한 수단으로 파악한다. 부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 여성의 몸은 평등을 지향하는 여성의 능력에 내재된 한계로 간주되는 반면, 긍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 여성의 몸과 경험은 여성들에게 특수한 통찰과 남성들에게는 결핍된 어떤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양측 입장 모두 여성의 몸을 남성의 몸과 비교하면서 여성의 몸을 어느 정도 좀 더 자연적이고 덜 초연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대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가부장제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가설을 수용해온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은 몸의 구속을 넘어서고자 노력해왔다. 여성의 몸은 평등과 초월을 지향하는 여성의 능력에 한계로 작용한다. 여성이 평등을 쟁취하려면 여성의 몸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장애물이자 방해물이 된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어머니의 역할과 정치적이고 시민적인 존재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여성이 어머니의 역할을 채택하는 한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여성의 접근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힘들어지게 된다. 양성 사이의 역할 평등은 헛소리가 되어버린다. 기껏해야 양성 사이의 평등은 공적 영역에서나 가능한 것이 된다. 성 역할, 그중에서도 특히 재생산의 역할이 이분법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이상, 사적 영역은 성적으로 양극화된 채로 남아 있게 된다. 보부아르와 파이어스톤은 재생산 수단을 규제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 발전을 환영하면서 여성의 생물학적 특수성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성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제했던 효과를 제거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다.˝ (엘리자베스 그로스 <몸 페미니즘을 향해> 56~58쪽)

다락방 2019-10-24 08:12   좋아요 0 | URL
인용하신 문장 잘 읽었습니다, 댓글도 감사하고요.
인용해주신 책도 관심이 가네요. 시간나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자, 오늘은 오늘의 책읽기.

오늘 내일 열심히 읽어서 어떻게든 이번달 안에 상권을 완독하는 게 목표이지만,

아, 너무 추리소설 읽고 싶네...

어머님은 왜 감자전을 부치고 계십니까..

집 나갈까... 



여러분, 잘 읽고 계십니까.

저는 내일쯤 제2의 성 명품페이퍼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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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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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레일라 슬리마니'가 모로코에서 살고 있는 여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 책.

지금 여기의 내가 읽기에 특별할 건 없지만, 그러나 '이런' 모로코에서 여자들의 이야기들이 말하여지고 읽혀지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여자들의 처녀성이 중요한 나라, 결혼 전까지 처녀성을 지켜야 하지만,

그러나 연애하면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쿨한 여자가 아니라, 삽입 외의 섹스를 시도하고(항문과 오럴), 쳐녀막 재생 수술도 받는다.

너랑 결혼할거니까 섹스하자~ 라고 해놓고는, 결혼은 정작 섹스를 허락하지 않는 여성과 하려는 남자들이 있는 나라.


우리는 더 이상 두고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출산을 위한 목적 이외에 모든 성적 욕구가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여성들에게 만연한 재난과도 같은 상황, 결혼 전엔 반드시 처녀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의무, 결혼 후엔 수동적이며 순종적이어야만 하는 여성들의 처지를 두고 보기만 할 수는 없다. 자기 몸을 이처럼 불합리한 사회적 규약에 저당잡혀야 하는 여성이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으리나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렇게 ‘성적인‘ 관점에서 침묵과 속죄만을 강요당한 여성들은 한 개인으로서도 철저히 부정된다.- P20

˝열여섯 나이에 단지 이성과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제발 경찰서로 끌고 가지 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해본 적 있는 사람들, 그랬다간 가족들에게 경찰서에서보다 더 혹독하고 잔인한 일을 당할 거라고 빌며 매달려본 사람들, 독재 권력에 의해 팔다리가 잘려나간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P21

사춘기가 되면 세상이 두 그룹으로 나뉜다. 섹스를 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 여기서 하는 선택은 서구 세계 사춘기 소녀의 선택에 댈 바가 아니다. 모로코에서는 거의 정치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처녀성을 잃음으로써 여성은 자동적으로 불법의 세계로 떨어지는데 이것도 물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욕망 실현의 문제가 있고, 거기에 제약이 너무나 많다. 젊은 연인들은 어디에서 사랑을 나누어야 하나?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호텔에서? 돈이 있어도 불가능하다. 한 방을 쓰고자 하는 한 쌍에게 혼인 증명서를 요구할 권한이 호텔에게 있다. 그러므로 갈 수 있는 곳이란 자동차 안, 숲 속, 해변, 공사장이나 황무지다. 그런 곳에서 발각될지 모른다. 경찰에게 연행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불안감을 가지고 사랑을 나눈다. - P35

가장 많은 잉크를 흘리게 만든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아미나 엘피랄리 사건일 것이다. 2012년 3월 탕헤르 부근 라라슈에서 열여섯 살 소녀가 쥐약을 먹고 자살했다. 집안끼리 친구 사이로 지내던 남자에게 강간당한 소녀는 가족과 강간범 가족의 주선으로 강간범과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와 결혼할 경우 강간범은 더 이상 법의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형법 475조의 실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 유린의 경우 1년에서 5년의 징역형 또는 200에서 500디르함의 벌금형에 처한다. 문제가 된 것은 다음 구절이었다.
˝납치되거나 유린된 결혼 적령기 미성년이 가해자와 혼인하는 경우, 가해자는 혼인 무효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의 제소가 있는 경우에만 기소될 수 있으며 혼인 무효가 발효된 후에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P59

사건은 새벽, 모하메디아의 해변가 낡은 벤츠 승용차 안에서 일어났다. 사건의 주인공은 62세의 파티마 네자르, 그리고 63세의 오마르 벤하마드. ˝성행위 체위˝가 경찰의 눈에 포착된 두 사람은 ˝명백한 간통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된다. 모로코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다른 나라에서도 매일같이 목격되는 이 장면은 주인공이 누군가에 따라 아주 달콤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이날의 주인공 커플은 PJD의 이데올로기적 분파인 개혁과 단일 운동당의 존경받는 간부들이었다.
히잡을 단단히 여민 파티마 네자르는 엄정하고 근엄한 얼굴로 세간에 각인된 인물이었다. 미망인인 그녀는 특히 매우 보수적인 연설을 하기로 유명했다. 가령, 자료 비디오 속 그녀는 여학생들에게 육욕을 금할 것을 권하고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시선과 웃음은 간음을 유발하니 피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P65

그녀의 파트너, 이슬람학 박사 물라이 오마르 벤하마드는 유부남인 데다, 2013년 페이스북에 사랑과 관련된 글들을 금지하는 파트와를 발표하여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은 악행과 일탈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선 인물들이었다. 둘은 간음, 동성애를 격렬히 비난하며 모로코 사회에 병적인 엄격주의를 주입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자유와 음악의 축제의 존폐 여부마저 공격해온 인물들이었다. 지나칠 만큼 신실한 사람들이 종종 그렇게 되듯 성은 두 사람에게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자리 잡아, 그들은 한번도 법을 거스른 적 없는 이들이 으레 지니는 후안무치로 호색가들을 향한 위협, 인간 혐오, 각종 증오를 양산하게 되었다.- P66

까놓고 말하면, 이 모든 게 사실은 돈에 대한 거라고 해야 맞을 게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안된 일이지만, 매춘굴을 단속할 때 대가를 치르는 건 매춘부들이지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야.- P111

˝프랑스 학교를 다닌 전 남자 친구는 대체로 개방적이고 쿨한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결혼은 어리고 처녀성을 간직한 여자애하고 하고 싶어 했죠. 그러면서도 규칙적으로 매춘부를 만나러 다닌다고 우쭐댔고요. 좀 놀라는 기색을 보이는 내게 이렇게 말하던군요. ‘ 왜 이렇게 이해심이 없어? 이건 내 권리야. 나에겐 섹스할 권리와 처녀와 결혼할 권리가 있다고.‘ 그에게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죠. 다른 많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으로 완전히 미숙한 녀석이었어요.˝
말리카가 이미 몇 번이나 거듭 말했듯이, 남자들에게는 선택권이 많다. 바로 이 위선으로 인해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남자들에겐 메뉴판이 있어요 . ‘메뉴‘에서 먹고 싶은 걸 쏙쏙 고를 수 있죠. 한쪽으론 같이 자고 싶은 여자를, 그리고 또 한쪽으론 결혼할 여자를요.˝- P124

아랍 위성 방송에서 이슬람교 율법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장 이름난 정통 이슬람교 설교자 셰흐 알 카라다위는 알자지라 방송국의 [이슬람교의 법과 생활]을 진행하는데, 시청자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 그는 이따금 성적 문제들에 접근하기도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가령, 그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어떻게 해소할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자위행위를 권한다. 2008년, 네덜란드의 한 이맘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금지했다. ˝자전거 안장에 걸터앉는 것이 여성들에게 성적 욕망을 부추기므로 자전거는 금지되어야 할 물건˝이라는 의견이었다. 2007년, 알아자르 대학의 두 교수가 이런 제안을 했다. ˝여성은 동료에게 하루 다섯 번씩 모유 수유를 함으로써 그와 가슴으로 유사 성관계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엄마와 젖먹이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지극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무실에 둘만 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 P138

관련 기록에 따르면, 최근의 파트와는 여성들에게 바나나와 오이를 만지는 것조차 금지하였다. 그것이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P139

카사블랑카나 다른 큰 도시에서는 독립적인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섹슈얼리티를 자기 것으로 보장받아요. 거짓 순수함 속에 감추지 않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죠. 하지만 절대 다수는 여전히 껍질뿐인 관계, 삽입이 없는 관계예요. 많은 여성들이 처녀막 재생 수술을 받으며 가부장 중심 사회가 요구하는 체제로 편입하고 말죠. 이 여성들은 끝없이 거짓말과 위선을 반복해가며 성행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말을 하죠. ˝그가 결혼을 약속했기 때문에 관계를 가졌어요.˝ 하지만 말이죠, 남성들은 성관계를 허락한 여성과 결혼하는 걸 ‘특히‘ 싫어해요.- P184

언젠가 성추행을 주제로 텔레비전 방송에 출현한 적이 있어요 추행 가해 남성들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죠. ˝본능을 조절할 수 없다면 당신들은 짐승과 다름없습니다.˝ 그날 저녁 집에 들어오자마자 상황이 걷잡을 수 없더군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각종 공격과 욕설이 흘러넘쳤죠. 사람들은 나를 매춘부로 취급하고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쏟아냈어요. ‘네가 감히 성적 자유를 옹호하면서 추행에는 반대할 수 있느냐?라는 게 요지였어요. 이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데엔 눈을 감고 싶은 거겠죠.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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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뒤락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9
애니타 브루크너 지음, 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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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결혼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 남자는 그녀를 애인으로 두고

또다른 남자는 그녀에게 결혼을 하자고 말한다, 애인은 따로 두고.

도처에 결혼이 널려 있었으나 그 누구도 결혼으로 인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호텔 뒤락에 오기 전에도 그랬고

호텔 뒤락에 오고 나서도 그랬다.


˝차도 줄 거요?˝ 그러나 차를 마시는 순간 몸놀림은 점점 빨라지고 단호해진다. 그가 서두르고 있음을 그녀는 알게 된다. 그의 손이 짙은 붉은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길 때면 이디스는 그가 이제 떠나리라는 것을, 곧 옷을 입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나면 이디스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커프스단추와 시계, 이런 것들은 그의 또 다른 삶에 속한 것, 그의 아내가 학교에 늦는다고 아이들을 불러대는 그 아침마다 그가 하는 일인 것이다. 급하게 차로 달려나가 밤을 뚫고 요란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커픈 뒤에 서서 지켜보노라면 끝내 이디스는 그를 거의 알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늘 마치 아주 영원히 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돌아왔다. 데이비드는 곧 돌아왔다.
낮 시간은 순전히 그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이라 느껴졌다.- P35

아이리스 퓨지가 호텔 뒤락에 매년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는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쇼핑을 하러 오는 것이었다. 사별한 남편이 사려 깊게도 스의스 은행에 부인 명의로 꽤 많은 돈을 예치해놓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P44

˝전자 기술에 관한 겁니다. 꽤 큰 규모의 전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잘되고 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저절로 굴러가지요. 내 밑의 사람들이 잘 맡아서 해주는 덕분에요. 모든 일에 책임은 내가 지지만 일에 쓰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 덕에 좋아하는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 P109

˝당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왜 내가 로맨틱한 사람이 되는 거죠?˝
˝당신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잘못 끌려가고 있으니까요.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완전한 조화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요? 단순히 감정의 단계가 서로 잋리하지 않는 탓에 많은 시간과 추측을 낭비하며, 끊임없이 고뇌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요? 가볍게 알고 지내는 것이 깊은 열정보다 언제나, 실제로 더 유효하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입니까?˝- P111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디스.˝- P114

˝당신은 더는 사랑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게 없는 편이 더 좋죠. 이디스, 당신에겐 사랑이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사랑이 당신을 비밀스럽게 만들고 감추게 만들고 게다가 아마도 정직하지 못하게 만들지 않았나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 당신을 이 철 지난 호텔 뒤락으로 보냈고, 여자들과 앉아 옷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죠. 이게 당신이 바라는 건가요?˝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에요.˝- P117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나는 네빌 씨나 그의 돈을 좇지 않아요. 돈은 내 손으로 직접 벌어요. 돈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버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후보자를 탐색하는 여자들의 시각이 나는 싫어요.˝
˝그게 왜 나쁜지 모르겠네요.˝ 모니카가 열의 없이 대꾸하더니 조금 쉬었다 덧붙여 말했다. ˝남자들도 그러는데요.˝- P171

데이비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낵 돌아가면 과연 기쁘게 맞아줄까? 아니, 그의 진심을 알기까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만일 그가 거기 없다면? 어디서 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디스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길 수 있었다. 휴가를 갔을 수도, 병에 걸렸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아주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자 이디스는 괴로움 몸짓으로 머리핀을 빼냈다.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흩어졌다. 그게 사실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관심을 잡아두지 못하는 그저 얌전하고 충실한 여자일까? 그저 다른 여자와 다르고 신중한 여자라 소동을 피우지 않을 거라 믿고, 까다롭고 환상적이고 도발적인 자기 아내에게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때 만나는 그런 여자인 걸까? 그냥 잠시 마음을 움직인 막간의 여흥일 뿐일까? 아니면 나를 경험 많은 여자라고 생각한 걸까? 내가 자기와 똑같은 이기심으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걸까?˝-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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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러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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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개인적 이유와 사회적 원인, 비만 혐오와 다이어트 산업의 엉망진창까지 날카롭게 이야기해준다.
그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인간관계와 본성에 대한 이야기, 재능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훌륭한 덤이다.
아, 사적인 갈등과 고민, 허영심, 죄책감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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