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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나는 피로하다. 지저분하다. 말하기도 지쳤다. 내 마음은 레이 헤거티의, 시에나의, 애니 로빈슨의 망가진 인생이 남긴 파편들로 가득하다. 집에 가고 싶다. 샤워를 하고 싶다. 자고 싶다. 딸들을 두 팔로 안고 싶다.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멀쩡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p.529)



어제 이 책을 다 읽은 내가 딱 이런 기분이었다. 피로했고, 조의 인생과 시에나의 인생 그 외 다른 사람들의 불행한 삶이 내 머릿속에 가득해서 허우적거렸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문제점을 떠올렸다. 나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고, 심지어 개구리가 되어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어본 뒤에 다시 나로 돌아오기까지 때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때로 내가 몰입한 상대와 나의 분리가 너무 힘들다는 것. 어제가 바로 그랬다. 이 책의 주인공 조가 되어서 함께 잠을 못이루고, 함께 피곤하고, 함께 걱정하고, 함께 원하고.. 책장을 다 덮고서는 조와 나를 분리해서 나는 다시 현실의 내가 되어야 하는데, 어제는 가끔 그러듯이, 잘 되질 않았다. 그렇게 힘들었다.


이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인것 같다. 내가 나를 분리시키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나는 몇몇 사람들로부터 '자꾸 내가 되지 말고 분리해라'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어떨 때는 정말이지 잘 되지가 않는다. 얼마전에는 SNS 에 성폭력 해시태그들을 들여다보다가, 이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는 거기에서 빠져나오질 못해 잠들기 전에 엉엉 울었다. 일전에도 애인이 이런 나 때문에 좀 힘들어하기도 했다. '너는 네 문제에 대해서는 안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걸 보는게 힘들다'고 그가 말했었다. 그래서 나도 진짜 분리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게 잘 안된다. 이게 아마도 내 중심축인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조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 같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은, 그러니까 나를 이루는 중심축이 너무 강하며 그것을 변화시킬 수 없고, 그것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조와 나 같은 사람은, 연애나 결혼에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조,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순 있지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순 없어요, 당신도 떨어져서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나처럼.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나는 연애에도 결혼에도 부적합한 사람. 인간 자체가 연애나 결혼에 맞춰져 있지 않은, 적성에 맞지 않은 사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자주 만나고 함께 사는 게 가능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게 불편할 수도 있다. 상대와 내가 똑같이 그런 사람이라면 몰라도, 어느 한쪽만 그런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연애를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최근에 나는, 연애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또 그랬다.


피로하고, 분리가 잘 안되어서 힘들고, 이 과정에 있어서 역시 또 나를 끌어 올리고 어떻게든 분리를 하는 것이 내 몫이다. 나는 이렇게 분리가 잘 안되고 울적해질 때, 동굴속으로 들어가버리는데, 그 동굴속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끌고 나오기는 쉽지가 않다. 그건 철저히 내 몫이다. 이렇게 동굴속으로 들어가 있을 때는, 사람들이 그걸 알아채고 노력해도, 나 스스로 걸어나오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 나는 내가 알아서 괴로워하고 내가 알아서 고통스러워하고 내가 알아서 극복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러니까, 혼자여야 한다. 


계속 연애하면서 살아왔지만, 연애는 내게 맞는 옷이 아니다.



얼마전에 함께 술을 마신 e 는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분리를 잘 못해서 힘들어하는 걸 잘 아는 친구인데, '너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건 니가 뭐든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다른 사람, 제삼자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니가 해결할 수가 없으니 무력함을 느끼고, 그게 너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고. 내가 느끼는 피로함과 무력함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었구나. 


어제는 이 책을 다 읽고 그래서 새삼 다짐했다. 내가 나를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나의 본질은 여전히 이렇게 있겠지만, 그래도 분리하는 훈련을 하자, 라고. 자꾸 분리하자고 생각해야지, 분리할거야, 라고. 어제 저녁처럼, 어젯밤처럼, 하루종일 조가 되어가지고 허우적대는 일 좀 그만하자, 라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곰곰 생각해보고 생리주기 어플을 열어봤다. 이토록 오래, 한글을 알고나서부터 독서를 시작했는데, 게다가 생리한 지는 이십년도 넘었는데, 이제서야 이런 방법을 떠올리다니. 그러니까 생리전 증후군이 있을 즈음에는 소설을 읽지 않는 거다. 나는 생리전증후군으로 우울증이 있고, 그 때에는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악을 하는데 잘 되질 않는다. 생리가 시작되어야 우울증이 사라지는데, 이럴 때 이렇게 몰입되는 슬픈 주인공이라니, 안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슬픈 소설을 읽지말자, 라고만 생각했는데, 나는 슬픈 소설에서 슬픈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게 아니라, 어제 이 책처럼, 추리 소설에서도 이상하게 몰입을 해버리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연애소설 읽어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엉엉 우는 조연에게 이입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아예 소설을 읽지 않는 거다. 평상시에도 가끔 이렇게 분리가 안되는데, 생리전에는 완전 미치겠구먼, 싶어지는거다. 생리전 우울증이 찾아왔다 싶으면, 소설 읽기를 금해야지. 비소설을 그 때 읽어야겠다. 내가 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책들. 분리하려고 이를 악물지 않아도 되는 책들. 그런 책들은 집에 널리고 널렸다. 내가 그동안 사둔 게 얼만데... 그런데 지금은 일단 마이클 로보텀, 개인에게 집중하는 이 작가의 책을 더 사야겠다. 검색해보니 내가 읽지 않은 책이 한 권 있네?



그나저나, 나는 지하철 쩍벌남들이 너무 싫은데, 왜 대체 한자리 이상을 차지하면서 그렇게 다리들을 쩍쩍 벌려대는지, 지하철에 빈자리가 있으면 옆에 남자면 앉기가 싫다. 좁아... 모든 남자들이 쩍벌 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남자들은 지나치게 쩍벌한다. 진짜 꼴도 보기가 싫어. 그런참에 어제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에디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더러 앉으라고 하더니 자신도 반대편 의자에 앉는다. 허벅지를 어찌나 쩍 벌리는지 누가 보면 불알이 자몽만한 줄 알겠다. (p.348-349)



아.... 이거 써먹고 싶다.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쩍벌남을 만난다면, 나도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거다.


"아저씨, 아저씨는 아저씨 불알이 자몽만한 줄 아세요?"



아...너무나 써먹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그렇지만.....................안되겠지..................자몽만한 불알...................자몽.................................그러고보니 올여름엔 자몽에이드를 안 사마셨네. 그러고 여름이 가버렸어. 대체 왜 그냥 가버린거냐, 여름아. 나는 좀 더 너랑 지낼 수 있어.



어제 퇴근무렵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 먹고 들어올거냐 묻는 전화였다. 


-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집에 가서 아빠랑 같이 먹어.

-그래? 아빠가 고기 먹자고 하던데.

-그래?

-응. 그럼 말어?

-아니, 칼퇴해서 집으로 튀어갈게.

-누나 원래 어떡할라 그랬는데?

-회사 앞에서 혼자 짬뽕 먹고 갈라 그랬어.

-푸하하하하하하 뭐냐. 혼자 짬뽕 먹을라 그랬다고? 다이어트 식 먹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어.

-다이어트 할거라며?

-그거 내일부터. 오늘은 일단 너무 배고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빨리와.

-응. 근데 아빠가 쏴야 돼. 아빠가 쏘면 먹을거야. 

-그렇게 전하마.



그렇게 집으로 가서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갈비집에 갔다. 갈비를 먹고 김치찌개를 시켜서 밥을 남동생과 절반씩 나누어먹는데 배가 부른 거다. 


-아빠, 난 요즘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

-그게 니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야.

-그런가?


이때 남동생이 빵터져 웃으면서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 이 누나 많이 먹었어. 뼈까지 들고 뜯는 거 아빠도 봤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뼈도 뜯어 이누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가 빵터져서 웃는데, 내가 많이 먹었나? 갸웃갸웃 해서, 나 많이 먹었나? 하고 물었더니 남동생이 누나 많이 먹었어, 라고 답한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먹어서 배부른거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요즘 적게 먹어도 배부른줄 알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나 좀 멋진 것 같다.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 참..근사한 캐릭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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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lly0517 2016-11-0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아..넘 웃겨요ㅋㅋ 지하철인데 완젼 빵터져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요ㅜㅜㅋㅋㅋㅋ

다락방 2016-11-03 12:59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입니까. 웃기면 웃어야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화 2016-11-03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 필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11-03 12:58   좋아요 1 | URL
이 댓글엔 제가 어떻게 답해야할지 모르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11-03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사랑스러운 분>_<

다락방 2016-11-03 12:58   좋아요 1 | URL
아니 어디가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11-03 13:19   좋아요 1 | URL
모르신다니 더더욱 ㅋㅋㅋㅋㅋㅋ 러블리>_<

붉은돼지 2016-11-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뜻 자몽이 얼만큼 큰지 잘 기억이 안나서 인터넷을 검색해 봤어요 ㅎㅎㅎㅎㅎ

자몽은 선뜻 와 닿지가 않아서.....수박 정도는 되어야.... 하다가.....이건 또 너무 한 것 같고....
.......그래서 곰곰 궁리해 본 것이...한라봉.....그 정도가 똭!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다락방 2016-11-03 12:58   좋아요 0 | URL
저는 내내 시장에서 본 자몽을 떠올렸습니다. 음.... 그랬습니다.
이 댓글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킁킁.

시이소오 2016-11-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로보톰의 다른 책은 갈등관계가 이 책과 똑같아서 살짝 지루하더라구요.

남자지만 쩍벌남 저도 싫어요. 자몽은 좀 작지 않나요? 키위는 어떨지요 ㅋ 이마나 맞빡인가요?


붉은돼지 2016-11-03 12:56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자몽도 뭐 작은 거는 아니라는 생각이에요.....자몽만 해도 대단하죠...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11-03 12:57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 자몽 ... 사이즈를 혹시 착각하고 계신건 아닌지요. 자몽이면, 어, 생활 자체가 초큼 불편할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ㅎㅎ

시이소오 2016-11-03 13:04   좋아요 0 | URL
ㅋ 그러고보니 작지 않군요 마니 불편할듯 합니다 ^^

단발머리 2016-11-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자몽... 자몽... 하셔서 위의 댓글들 바로 밑에 댓글다는 것에 심한 압박감을 느낍니다. ㅋㅋㅋ
시절이 하 수상한데 다락방님과 다락방님 남동생분 덕분에 한 번 웃습니다. 하하하^^

다락방 2016-11-03 14:2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께서 이렇게 분위기를 바꿔주시면 되는겁니다! ㅎㅎㅎㅎㅎ

자몽 자몽 하니까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하몽 하몽] 생각이 나네요... 음....

날 추워요, 단발머리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단발머리 2016-11-03 14:24   좋아요 0 | URL
잘 지내고 있어요. 별일 없는데 은근 바쁘게요~~ ㅎㅎ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지만...
나라 걱정이 많이 되는 요즘입니다.
다락방님은 빨강빨강 넘 이뻐요~~

다락방 2016-11-03 15:23   좋아요 0 | URL
이놈의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는걸까요, 단발머리님...하아-
나라도 걱정이고 저도 걱정이고 ㅠㅠ
삶은 걱정의 연속인것 같아요. ㅠㅠㅠ

빨강은 진리 ♡

매너나린 2016-11-03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다락방님 덕분에 크게 웃었네요ㅎㅎ
정말 근사한 캐릭터 맞습니당^^

다락방 2016-11-04 09:07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ㅋㅋㅋㅋㅋㅋ
으흐흐흐흐흐흐흐흐

transient-guest 2016-11-0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말 없이 자몽을 즈려 밟고 지나가겠습니다만.....-_-ㅎㅎ

다락방 2016-11-04 09:0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즈려 밟고 지나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킁킁.

꿈꾸는섬 2016-11-04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다락방님은 멋진 사람입니다. 근사한 캐릭터도 맞구요.
이 새벽~ 웃으며 시작하네요.^^

다락방 2016-11-04 09:08   좋아요 1 | URL
아이쿠. 왜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꿈섬님?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세요? 새벽부터 웃으셨다니 좋으네요. 헤헷
:)

꿈꾸는섬 2016-11-04 09:10   좋아요 0 | URL
ㅎㅎ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요. 남편이 새벽부터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유쾌한 글 속에 당당함을 겸비하고 좋은 책까지 덤으로 알려주는 멋진 다 락방님^^

다락방 2016-11-04 09:15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가 제일 일찍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저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
저도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언젯적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젊은 시절에는 새벽 두세시에 자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하아-

꿈꾸는섬 2016-11-04 09:17   좋아요 0 | URL
전 원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사람인데 결혼후 바뀌었어요.^^
새벽에 일하시는분들 은근 많더라구요.^^
 
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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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이 층계 위에 나타난다. 얇은 면 잠옷을 입고 있다. 등지고 있는 전등에 드러난 몸매의 실루엣이 주교라도 맹세를 깨게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무슨 일이야?" 줄리안이 묻는다.

"가서 다시 자. 난 가봐야 해."

"내가 싫은 게 바로 이거야, 조."

"알아." (p.536)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를 이루는 가장 중심적인 축은,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를 이루는 부수적인 많은 것들은, 어떤 요인으로 인해 변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내가 이럴 줄 몰랐어' , '나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내가 이런것 까지 하게 되다니' 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짐을 확인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 아주 중심적인 것은, 여전히 나인채로 있게 된다. 내가 아무리 다른 상황을 원해도, 나에게 변하지 않는 그 중심 축이 있으므로, 상황을 바꾸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 것이다. 이별은, 그럴 때 오는 것 같다.


'조 올로클린' 은 심리학 교수이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으며 아내와 두 딸을 지독하게 사랑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전편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 조는 아내 줄리안으로부터 별거하자는 얘길 듣게 되고, 그렇게 별거중이다. 조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해서, 아이들을 아내와 번갈아 돌보면서 거의 매일 만나는 동시에, 자기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는 가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앞으로 가서는 물끄러미, 그림자와 실루엣을 바라본다. 그는 예전처럼 그가 이 가족의 일원이기를 원하고, 함께 살기를 원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이고 싶고,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고 싶다. 조는 여전히 아내 줄리안을 사랑한다. 그 마음은 변한 적이 없고, 여전히 줄리안과 얘기를 하는 시간이 너무나 좋다. 조는 줄리안과 다시 함께 살고 싶다. 여전히 줄리안을 사랑한다.


그러나 조는, 줄리안이 가장 싫어하는 점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많은 범죄 사건들에 연루되는 것, 그 사건을 모른척 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밤에 불려가기 일쑤고 위험을 무릅쓰는 일도 잦다. 전(前)편에서는 아내와 딸까지 위험에 처하게 했다. 줄리안은 조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아빠임을 잊지 말고 자신을 지키면서, 그렇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조는, 자꾸 피해자들을 도우려하고, 가해자들을 어떻게든 잡고 싶어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그래서 가해자가 그러는 '이유'를 알고자 범죄 현장에 가면서 경찰들을 돕고, 피해자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심문 과정에서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그는 범죄가 일어나고 가해자가 뻔히 판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무시할 수가 없다.


어느 늦은 밤, 그는 전날 잠을 못자 너무 피로했고, 줄리안의 '소파에서 자고 가' 라는 말에 기대어 오랜만에 가족들의 곁에서 잠을 청한다. 그는 그렇게 푹 아침까지 잘 수도 있었을텐데, 경찰로부터 새벽에 연락을 받고는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하는 거다. 줄리안이 그렇게 싫어하는 걸 알면서, 자기가 그토록 줄리안과 함께 살기를 원하면서, 그렇게 그 가족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간다. 그렇게 꾸역꾸역 현장에 갈 수밖에 없다면, 그걸 너무나 싫어하는 줄리안과 함께 살 순 없다. 그러나 조는, 줄리안을 여전히 사랑한다. 다시 함께 살고 싶다. 하아-




조는 줄리안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 아이들 이야기를 함께 할 때면 여전히 너무 좋고, 한 동네에 살고 있으므로 자주 만나는데, 그때마다 아내에게 사랑을 느낀다. 여전히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여전히 그녀와의 대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번번이 만날 때마다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걸 보노라니,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함께할 수 없는데, 너무 사랑하고 자주 만나고 번번이 그리워하는 그 마음이, 내가 몰입해버리고 나니, 나와 분리되질 않았다. 그게 너무 힘겹더라.



조의 딸 찰리의 친구가, 고작 열 네살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썼다. 이에 조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아버지의 시체를 보고 피를 뒤집어쓴 딸의 친구의 트라우마를 없애주고 싶어한다. 조는 심리학자라는 직업 탓인지, 사람들을 만나서 관심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그러나 기본적으로 조는 피해자의 편이다. 가해자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하고 싶다. 조는 철저히 '개인'에게 집중한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야 할 '개인'에게. 그게 내가 이 소설을 시작부터 좋아하게 된 이유다.



소설의 시작, 조는 '리암 베이커'라는 청년의 정신건강 심사위원회에 참석한다. 리암 베이커는 18살에 '조 헤거티'라는 여자애를 죽도록 패서 불구로 만들어 놓았다. 리암은 3년간 갇혀 있었고, 리암의 담당의사는 그것은 '순간적 광기' 였다며, 이제 리암을 풀어줘도 좋다고 한다. 리암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이 반성하고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여기에 참석한 심리학자 '조'는, 그가 언제든 다시 그런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한다. 리암을 심문하면서 기분을 건드리자 리암이 다시 폭력을 썼던 것. 이에 리암은 풀려나지 못하고 다시 갇혀야 하는 상황이 온다. 리암의 담당의는 분노한다.



"……저는 지난 18개월을 리암과 함께 보냈어요. 교수님은 기껏해야 리암이 선고 받기 전에 한 여섯 번 만나신 게 전부고요. 리암의 진보를 판단하기에는 교수님보다 제가 훨씬 나은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이 리암한테 뭐라고 속닥거렸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건 정말 공정하지 못했어요."

"누구한테 공정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리암한테, 그리고 저한테요." (p.24)



리암의 담당의는 리암이 여전히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고 그래서 풀려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조에게 따졌다. 너, 그렇게 하는 거, 그거 공정한 거 아니야, 라고. 리암과 나에게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대화, 조가 피해자를 더 신경쓰는 다음 대화가, 나는 너무나 좋았다.



"저는 조 헤거티에게 공정하려고 했습니다. 제 말에 동의하지 않으시겠지만, 박사님, 저는 방금 제가 박사님께 엄청난 도움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박사가 코웃음을 친다.

"저는 10년간 이 일을 해왔어요, 교수님. 누가 사회의 위험요소인지 아닌지쯤은 안다고요."

나는 박사의 말을 자른다.

"저는 사회에는 관심 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개인이죠." (p.24-25)



아, 정말 너무 좋지 않은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공정하려고 하고, 개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이 소설에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나와 너무 괴로운데, 그런 피해자를 만나는 조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도 역시 너무 괴로웠다. 그는 개인을 걱정하고, 개인을 위하고 싶고, 개인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이건 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고 그 자신이 신경쓰는 일인데, 아아, 그 자신의 개인적인 삶은.... 여전히 별거중인 아내를 원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아내는, 자신의 그런 삶을 싫어하고...


난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원해, 그런데 당신이 싫어하는 이걸 포기할 수가 없어..


아.. 이럴 땐 진짜 어떡한단 말인가.


나는 조가 개인에게 관심을 가진 게 좋고, 피해자의 입장에 되려는 게 좋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응원하는 마음도 든다. 또한, 누군가는 그 일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가 만약 내가 사랑하는 남자라면, 나라고 줄리안과 다른 결정을 내릴 것 같진 않다. 위험에 노출되고, 낮이든 밤이든 수시로 경찰에게 불려나가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남자랑 함께 살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떨어져 사는 것이 최선의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줄리안이었어도 줄리안과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자꾸만 조가 되어서, 간절히 원하는 걸 차마 가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본인 중심의 축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과 분리가 안되어서 어제 이 책을 다 읽고 진짜 너덜너덜해졌다.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이렇게나 함께 있고 싶은데, 그런데 내가 여전히 이런 나야....하는 생각으로 허우적댔다. 



이런 조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다른 여자가 있지만, 조는 다른 여자한테는 관심도 없다. 관심을 주려고 해봐도 줄리안만 사랑해. 하아- 그런데 줄리안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가 없는 자신이라니..... 아이고야, 뒤로 쓰러지겠다.



이 책이 우울하기만 한 건 아니다. 내가 너무 우울함을 잡고 놓질 않아서 그렇지, 간혹 유머가 튀어나오는데, 살찐 고양이에 대한 부분에서도 피식 웃었다. 경찰인 로니가 별거중이라 혼자 지내는 조에게 새끼 고양이를 줬더랬다. 가끔 그 고양이를 보기 위해 조의 집에 들르는데, 아, 이 고양이가 살이 찐 게 아닌가!


마치 큐 사인이라도 받은 듯 스트로베리가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 들어와 로니의 신발에 대고 코를 킁킁거린다. 엄마 냄새가 나는 걸까. 경감이 앞으로 몸을 기울여 한 손으로 고양이를 들어올리더니 심문하듯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본다.

"살쪘잖아요."

"나무늘보 혼종이라 그래요."

"밥을 너무 주셨군." (p.66-6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무늘보 혼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나무늘보 혼종인걸까??????????????????????



여러가지 의미로 지독한 책이다.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마음까지 휘두르는 쌍놈이 나와서 지독하고, 원하지만 자신의 중심을 내버릴 수 없는 남자가 나와서 지독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지독해서, 다리에 힘이 풀린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


어쩌면 줄리안이, 내가 더 강해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너무 그리워서 울다가 잠든 밤들도 있었고,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내 에너지를 마지막 1그램까지 다 가져가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 밤들도 있었어. 그러기엔 에너지가 모자랐어. 앞으로도 계속 모자랄 거고."

"이해해."

"정말?"

"돌아오게 해줘."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 만큼 강하지 못해, 조. 나는 당신 없이 겨우 살 수 있을 만큼만 강해."

"어째서?"

"왜냐하면 당신은 늘 여기 있지 않을 테니까." (p.207-208)













"자, 말해주세요." 그녀가 말한다. "일단은 친구 사이라고 해두고요. 무슨 일을 하세요?"
"저는 임상심리학자입니다. 그리고 그냥 조라고 불러주세요."
"당신 아내가 당신을 그렇게 불러요?"
"네."
"그러면 저는 조지프라고 부를래요." (p.220)

거울 속 자신을 뜯어본다. 입가에 애니의 립스틱이 묻어 있다. 이게 얼마 만이더라? 섹스 없는 2년이라니, 가뭄을 넘어 사막 같았다. 사하라를 건너왔더니 이제는 물을 마시는 법조차 잊어버린 모양이다. (p.264-265)

나는 여전히 쿱이 말한, 어딘가로 이어지거나 뭔가 의미가 있는 삶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 내 삶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일종의 연옥에서, 과정들의 도중에서 맴돌고 있다. 아내가 나를 도로 받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하루를 꼭 붙들고 하루하루가 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야 할 이때에.
지금 내 모습은 교통체증에 갇혀서, 무엇 때문에 지체되는지 누가 다쳤는지 또는 제 시간에 집에 도착해 저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남자 같다.
그 대신 나는 길거리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생각을 하는 남자가 되고 싶다. 삶을 부둥켜안고 빨리감기를 하는 것처럼 사는 남자, 입맞춤을 자주 하고, 부끄러움 없이 포옹을 하고, 하루하루를 더없이 짧은 연애처럼 맞이하는 남자가 되고 싶다.
왜 나는 그런 남자가 될 수 없을까? (p.283)

"내가 가정과 일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었더라면 미란다는 그 불안감을 받아들이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이 나가서 밥을 먹을 때나, 디너 파티에 갔을 때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나 미란다는 내가 일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았어. 그게 너무 심해지다 보니까 가끔은 집에 가는 게 싫어지더라고. 변명을 지어내서 서에 남아 있곤 했지. 너도 그게 문제야, 조. 가정과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 (p.302)

에디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나더러 앉으라고 하더니 자신도 반대편 의자에 앉는다. 허벅지를 어찌나 쩍 벌리는지 누가 보면 불알이 자몽만한 줄 알겠다. (p.348-349)

루이츠는 그 총탄과 점차 돌아오는 기억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어떤 사람들은 승리하도록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극심한 압박에도 침착함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공황을 일으키고 무너진다. 우리는 위기를 맞았을 때 제 성격을 내보인다. 상황이 심각하게 잘못 돌아갈 때 말이다. 진정한 생존자들은 언제 움직이고 언제 뒤로 물러설지 안다.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 심리학자들은 그것을 `능독적 수동성`이라고 부른다. 때로는 무언가를 한다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뜻할 수 있다. 무위가 행위일 때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 역설이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p.433)

나는 피로하다. 지저분하다. 말하기도 지쳤다. 내 마음은 레이 헤거티의, 시에나의, 애니 로빈슨의 망가진 인생이 남긴 파편들로 가득하다. 집에 가고 싶다. 샤워를 하고 싶다. 자고 싶다. 딸들을 두 팔로 안고 싶다.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멀쩡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p.529)

부모 노릇이란 공중곡예 같다. 언제 놓아줄지 알아야 하고, 아이가 공중제비를 돌고 다음 순간 손을 뻗어 고리를 잡는, 자신을 시험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내가 할 일은 언젠가 그 애가 이쪽으로 다시 날아올 때 잡아줄 준비를 하고, 다시 세상으로 쏘아 보내주는 것이다. (p.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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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마지막 키스 2016-11-03 10:22 
    나는 피로하다. 지저분하다. 말하기도 지쳤다. 내 마음은 레이 헤거티의, 시에나의, 애니 로빈슨의 망가진 인생이 남긴 파편들로 가득하다. 집에 가고 싶다. 샤워를 하고 싶다. 자고 싶다. 딸들을 두 팔로 안고 싶다.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멀쩡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 (p.529)어제 이 책을 다 읽은 내가 딱 이런 기분이었다. 피로했고, 조의 인생과 시에나의 인생 그 외 다른 사람들의 불행한 삶이 내 머릿속에 가득해서 허우적거렸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매너나린 2016-11-0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재미있을거 같아요.다락방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 읽고 싶어지네요.주문하러 가야겠습니당~~^^휘리릭~~

다락방 2016-11-03 13:00   좋아요 1 | URL
매너나린님, 이 책 재미있어요.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사실 그보다는 아프게 읽었지만... 마이클 로보텀 책이 세 권 번역 되어 있더라고요. 전 그 중 두 권을 읽었고요. 나머지 한 권도 읽어봐야겠어요.

매너나린 2016-11-03 15:05   좋아요 0 | URL
저도 세권 다 보려구요^^
덕분에 넘 조아하는 스타일의 책을 접하게 되서 넘 감사해요~~!

푸른희망 2016-11-0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회에는 관심없습니다 제가 걱정하는건 개인이죠
저도 이 대사가 너무 좋아서 이책은 무조건 좋습니다~~

다락방 2016-11-04 07:57   좋아요 0 | URL
크- 푸른희망님도 저 대사가 좋으셨군요. 저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게다가 피해자에게 공평하려고 했다는 거요. 그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이 작가의 시선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도 번역되는 족족 다 읽어보고 싶어요. 참 좋아요.

moonnight 2016-11-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 알라딘에 세번 주문했어요.달력 종류별로 받고 싶어서요. 오늘 또 주문을 부르는 다락방님의 페이퍼^^ 저도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6-11-04 11:22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달력 받아야 되는데....저는 월급 받으면 지르려고요. 그래서 꾹 참고 있어요. 히히.
이 책 재미있어요, 문나잇님. 그렇지만, 어, 조금 힘들기도 하고요 ㅠㅠ

마음의소리 2016-11-0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겁게 읽은 작품이에요. 이런 정성어린 리뷰를 보니 반성이 되네요. 저도 리뷰 작성해두면 좋았을 것을... 읽은지 시간이 지나서 자세히 생각이 안나네요. 이렇게 그때그때 작성해두면 후에도 다시 읽어보고 좋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6-11-06 21:59   좋아요 0 | URL
네, 독후 활동을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읽은 후에 곱씹는 역할도 하고 나중에 다시 읽으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책 읽은 후에 가급적 글로 남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게 나중에도 너무 좋더라고요.
이 책 좋아서 오늘 만난 친구에게도 선물했어요. 헤헷.
 

공대생과 연애하던 시절, 우리는 툭하면 다퉜다. 치고박고 싸웠다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더랬다. 그가 나를 답답해하는게. 뭔가 괴롭히는 맛이 있달까...(응?)


그는 다른 나라에 살았고, 다른 계절에 살았다. 내가 있는 곳에서는 풀벌레가 울지 않았던 계절에, 수화기 너머로는 그가 있는 곳에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풀벌레로구나, 하다가 그렇지만 개구리 우는 소리 같기도 한데, 라고 내가 말했는데, 그때 그가 그랬다. 이 더위에서 개구리가 바깥에서 살 수 없다, 개구리는 양서류고 피부로 호흡하는데, 이 땡볕에 어디 풀밭에 나와 노래를 하냐, 개구리가 아니다, 하는 게 그의 요지였다. 아니, 풀밭에 나와서 노래를 할 수도 있지, 이 땡볕을 견디는 개구리가 있을 수도 있지! 라고 내가 대응하고 그는, 내가 이 계절에 개구리를 바깥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니까, 하며 으르렁 거렸고, 나는 그런 그에게, 아니, 당신이 못봤다고 개구리가 없다고 어떻게 말하냐, 풀숲 깊은 곳에 숨어 있을 수도 있지, 라고 말했고, 아니 이 문과생이 왜 개구리가 이 더위에 살 수 없다는데 자꾸 우기냐, 고 하길래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개구리가 되어 보지 못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에 그는 진정 빡침이 찾아와서 나에게 버럭버럭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렇게 종종 그를 버럭버럭하게 만들었다. 괴롭히는 깨알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답해 미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서 느껴지는 묘한 짜릿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나. 여태 그러지 않았다고 앞으로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있으며, 풀숲이 너무 좋은 어떤 특별한 개구리는, 호흡법을 강하게 익혀서 어딘가에서 햇볕을 쬐며, 조금만 더 있다 물로 들어가자,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개구리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수도 있을것인데, 왜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 개구리가 지금 없다! 고 단정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공대생이여....내가 개구리라면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여.....



그러다 나는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게된 것이었다.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은 경제학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상상력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소설이 말하듯, 거기에는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 있고, 이 너그러움은 더 큰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p.93)








이제 알겠나, 헤어진 공대생 애인이여...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은,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 이라는 것을. 개구리가 되어서 땡볕의 풀숲에서 울고자 하는 것은, 나의 너그러움이다, 그말이다. 응? 나의 이 너그러움, 개구리가 되어보고자 하는 이 너그러움, 이 너그러움은,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한것이며, 나에게 이 너그러움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내가 당신하고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이다. 알겠는가.


누나에겐 너그러움이 있어.



나의 이 너그러움은 풀이 되어 풀숲에서 가만히 앉아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개구리가 되어 풀숲에서 숨을 쉬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나비가 되어 가만가만 당신 창가에 날아들고, 나의 이 너그러움은 모기가 되어 당신의 피부에 들러붙어 피를 빨고...


까지는 너무 나갔나...




각설하고.


요즘 나는 빨간색에 완전 꽂혀서 빨간 구두를 사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그것도 모자라 어제는 퇴근 후에 빨간 네일을 하러 갔다. 꺅 >.<






내가 네일을 받은 곳은 강남역에 위치하고 있었고, 알라딘 중고샵과도 가까웠다. 나는 네일을 끝내고는 룰루랄라 알라딘 중고샵으로 향했다. 보관함과 장바구니에 있던 책들중 무엇이 있으려나, 검색해보다가, 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득템하게 된것이다. 고등학생 때 읽고는 감흥 1도 안받았었는데, 며칠전 알라디너 T님의 페이퍼를 보고는, 오, 이 나이에 다시 읽으면 내게도 어떤 다른 느낌이 찾아들까, 싶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싼값에 득템했군, 좋았어, 하고는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다. 아아 너무 추워 더는 구경을 못하겠어, 하고는 그 한 권만 사가지고 나왔는데, 얼마 안가 예스24 중고샵이 보인다. 그래서 에라이, 하고는 또 들어갔다. 거기는 오오, 들어가자마자 포근하고 따뜻해..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어..게다가 도서검색 컴퓨터가 크고 좋아...키보드 눌리는 감도 좋아..그렇게 검색했더니 사고 싶은 책이 세 권이나!! 있어. 그래서 그 세권을 사가지고 계산하는데, 무슨 프로모션 이벤트라고 10프로 할인도 해준다..무슨 이벤트에 나는 걸려든 것인가...어쨌든 그렇게 중고책 네 권을 어제 저녁에 사게 된건데, 통장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사느라 밥도 굶었어...




어쨌든 그래서 집에 와가지고 후다다닥 바나나를 먹고 스크램블 에그를 해먹다가, 아아, 안되겠군, 하고는 밥통에서 밥을 퍼서 후다닥 먹고, [누구나의 연인]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에 두 차례였나 세 차례 깼다. 마지막으로 깼을 때는 네 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으응, 하고는 하릴없이 북플 들여다봤다가, 메일 들여다봤다가, 인스타 들어가봤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그제야 내가 뭘 샀는지 알게 됐다.





아니, 잠깐만, 인스타에 아까 알라딘 중고샵에서 샀다고 올린 이 책, 뭐야?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라고? 추억?



추......................

억.......................??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제목이 바뀐건가? 아니, 다리는 영어로 뭐지? 이게 그거 맞나? 이게 뭣이여 지금? 하고 후다닥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아아, 이 책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다음 이야기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내가 사고 싶었던 건 다리야 다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추억이 아니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근데 왜 그때는 몰랐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이걸 새벽에 알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멘붕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 다리도 못읽었고 못샀는데 추억이 있으면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넌 언제부터 추억이었니, 난 분명 다리를 샀는데... 아아 Orz

다리로 다시 사야겠네. 새벽에는 다리가 영어로 뭔지 너무 생각이 안났는데, 아까 검색해서 원제를 보니 브릿지 였다. bridge......다리.....................




일전에 친구들하고 1박2일 대전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 알아가는 거 너무 재미있어서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네가 재미있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라고 내게 대답했더랬다. 그런데 얼마전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그 분은 내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계속 계속 공부하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오, 나 요즘 그러고 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들은 정희진 쌤 강연에서는 우리가 이틀 일하고 이틀 놀고 이틀 공부하며 살아야 한다, 공부를 멈추면 보수적이 된다, 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공부를 하고 싶고 공부가 재미있다 생각하고 있는 때에 맞춰 모두들 내게 공부 얘기를 한다. 공부 얘기가 더 잘 들린다. 내가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얘기하며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강하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많이 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알라딘은 아주 적당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를 계속하면 나처럼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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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11-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다리의 추억이군요. 덕분에 또 한참웃었어요.
다락방님 덕분에 저 오래 살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6-11-01 10:20   좋아요 0 | URL
우리 오래오래 책 읽으면서 글 쓰면서 이야기 나누면서 삽시다. 많이 웃으면서 말이죠. 으하하하하

시이소오 2016-11-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자기전에 읽은 책이긴 하지만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야금야금 읽고 있습니다. 책을 사니 확실히 좋군요.
다락방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한참을 웃다 편안한 마음으로 잔답니다. ^^
오래오래 이야기 나누자는 말 좋네요.
시국이 지롤같지만 많이 웃고 사는 하루 되시길 ^^

다락방 2016-11-01 13:39   좋아요 0 | URL
아니, 지구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을 자기전에 읽고 계시는군요! ㅎㅎㅎㅎ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책이죠. ㅋㅋㅋㅋ
네, 시국은 엿같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면서, 싸울 것에는 싸워가면서, 그렇게 잘 지내 봅시다.

조선인 2016-11-0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ICT 컨퍼런스에 갔다가 뜬금없이 이응노 화백에 대한 특강을 듣게 되었어요. 순간적으로 모드전환이 안 되는 바람에 강의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꾸벅꾸벅 졸았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참석자 대부분이 다 그랬다는.... 하나같이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라 이해를 못 했다고 꼽았다는...

다락방 2016-11-01 13:3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 강의는 제가 들어도 졸았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강연을 잘 안들으러 다니는게 졸까봐....졸면 너무 부끄럽잖아요. 하하하하하.

yureka01 2016-11-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빨간색 매니큐어가 빨간색 포인트가 되었네요.책까지 이뻐보입니다.~

다락방 2016-11-01 13:41   좋아요 1 | URL
아하하하. 제 친구도 요즘 빨간 립스틱에 엄청 꽂혔던데, 이 가을은 빨강의 계절인가 봅니다. 훗

얼룩말 2016-11-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저도 읽고 `엥? 뭥미..?`했었는데^^...네일아트는 언제나 진리입니다. ^^

다락방 2016-11-01 13:43   좋아요 0 | URL
저고 고딩때 읽고 읭??? 했었는데, 이십년도 더 지난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뭔가 다른게 훅- 올지, 아니면 여전히 읭?? 할지. 그렇지만 제가 산 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아니라는 게 함정...하아- 다시 사야지요. 흙 ㅜㅡ

얼룩말 2016-11-0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사지 마요..뭔가 운명인 것 같지 않아요? 안 읽어도 된다는..다시. 그 시절 읽었던 다락방의 꽃들같은 책들만 읽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아요. 저도 다락방님도 읭??? 했던 책이라면 역시 별로가 아닐까요. 전 그 줄거리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요. 뭐 어쨌다는 거야!!하는 느낌. 왜 그 후로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죠? 그 남자는 왜 다시 찾아오지 않았죠? 계속 불륜관계를 유지했어야죠. 그게 사랑이죠! 그 둘..전 마음에 안들어요.

다락방 2016-11-01 17:5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 둘 , 마음에 안드십니까. 저는 그 뭐랄까, 일생에 아주 강한 사랑, 영혼에 싸대기를 날리는 강한 사랑이 어느 때고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누군가에게는 이십대 초반에 오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십대에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너무 좋아요. 그 둘이 더이상 만나고 있진 않지만, 그건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바니까요. 그래서 저는 곧 도전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책이 아주 많아서 나중엔 결국 까먹을지도 모르지만요. ㅠㅠ

아무개 2016-11-01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너무나도 제 자신에게만 너그럽습니다....


다락방 2016-11-01 17:58   좋아요 0 | URL
저는 개구리에게도 너그럽고... 에또...... 뭐 그렇습니다. ㅋ

clavis 2016-11-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좋아요 다락방님ㅎㅎ너그러운 락방님ㅎㅎ

다락방 2016-11-02 10:01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 ♡

건조기후 2016-11-02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왜 개구리가 되어 보지 못 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대생 편견이 자꾸 심해질 것 같지만.. 제가 알았던 공대생들도 어쩐지 알맹이 빠진 껍데기 대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얘기하다가 한계를 느꼈던 적이 수도 없이 많네요. 뭔 노래를 하나 들어도 가사에 꽂히거나 멜로디가 좋거나 진짜 좋아해서 듣는 게 아니라 그냥 유행하는 노래니까 뒤처지지 않으려고 듣고.. 어휴, 공대생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 ㅋ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저도 읽은 지 오래됐는데 그 나이에도 중년의 사랑에 어찌나 감정이입을 했던지 ㅋㅋㅋ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영화 보면서도 펑펑 울고 영화 끝나고서도 메릴 스트립의 표정과 몸짓이 내내 생각날 정도로 빠졌었어요. 근데 어쩌다 책이 다리가 아니라 추억 ㅋㅋ 책은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영화로 보셔도 ^^

다락방 2016-11-02 17:48   좋아요 2 | URL
아 이 남자는 그런 답답한 남자는 아니었고요. 저랑 같이 영화보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뭣보다 사람 감정과 기분을 되게 잘 캐치하는데, 언제나 제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달까요. 크- 좋은 시절이었죠. 개구리가 되어보진 못하지만, 개구리가 되어볼 순 없지만, 좋은 남자사람이었습니다. 아...쓰다보니까 가슴이 아파서 ㅠㅠ 못쓰겠네 ㅠㅠ 오늘은 술없이 잘거에요. ㅠㅠㅠㅠㅠㅠ 이제 그만 얘기해야지 ㅠㅠㅠ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저도 곧 읽고야 말겠어요! 중년의 사랑 너무나 궁금. 궁금하다기보다는 저는 사랑이란 게 이 세상 누구에게든 찾아들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참 좋아요. 올리브 키터리지도 결국 무지개가 뜬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잖요, 일흔 살에.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참 거시기하고 멜랑콜리하고 그러네요....

집에 가다가 짬뽕이나 먹을까봐요...

2016-11-02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2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3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1-03 08:14   좋아요 0 | URL
꺅>.<
건조기후님, 지금 여기 있네요?!!!!!!!!!!!!!!!!

감은빛 2016-11-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별로 였어요. 근데 페이퍼 읽으면서 이 사람은 왜 `추억`을 사고는 `다리`를 샀다고 한거야? 하고 궁금해 했는데, 결국 그걸 새벽에 깨서 알았군요. ㅎㅎ

`추억`은 또 뭔 내용일까요? 일단 속편은 궁금하긴 한데, `다리`가 별로여서 전 패쓰예요

다락방 2016-11-03 08: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저는 추억이 있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매디슨..만 보고 당연히 다리인줄 알았죠. 사람이 이렇게 덤벙대면 안되는 겁니다. 꼼꼼하게 끝에 제목까지 다 읽어야지, 성급하게 내가 아는 것만 진실인줄 알았으므로 이런 실수가....

그나저나, 아무개님 서재 보내까 12일 집회 오신다고요? 오오오오. 뵐 수도 있겠네요??

다리는 제가 한 번 다시 읽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훗.

2016-11-02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3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4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5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5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3-1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왜 책은 안 들어오고 빨간색 메니큐어만 눈에 들어오죠;;; 역시 강렬한 사람이었어 그대는!!!! 저 빨간색 메니큐어 로망 있는데 아직도 그 로망을 못 이루었답니다. 제 주변에 빨간 메니큐어 칠한 이들 둘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분이 바로 그대!!!!

clavis 2022-10-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이에요. 한 알라디너님 덕분에 시적 정의를 읽어보려고 하는데 다락방님이 쓰신 글이 있어서 들어와봤어요. 제가 남긴 답글도 있네요 ㅎㅎ
 
누구나의 연인
플로리앙 젤러 지음, 박명숙 옮김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나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던 그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여자들을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그가 특정한 한 여자와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아멜리만이 예외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지금까지 그가 가졌던 확신에 혼란을 야기했다. 그녀에게 점차적으로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허용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스스로의 원칙에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했던 것이다. (p.16)



사랑의 속성은 그 '예외'에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은 수많은 '예외'를 허용하는 게 아닐까. 그동안의 나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당신을 만나고난 후의 나는 이렇게 되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지 않았지만 당신에게만은 이렇게 돼. 수많은 예외를 만들고 스스로의 원칙에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트리스탕은 끊임없이 여자를 만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남자 경험 한 번 없던 아멜리가 그의 삶에 찾아와 그와 동거를 하게 된다. 이 모든 설정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그렇지만 '플로리앙 젤러'의 [누구나의 연인]은 밀란 쿤데라의 책처럼 재미있거나 공감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을 작가는 23세에 썼다고 했는데, 나는 이미 그보다 두 배 정도의 나이를 더 살았기 때문인지, 여자 경험 많은 남자가 남자 경험 없던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구속력을 느낀다...는 설정은 지나치게 진부하고 뻔하다. 게다가 이즈음의 나는 '남자 경험 없는 여자'가 사랑에 절절 매며 이 남자가 언제 나를 떠날지 몰라,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건 알지만 추궁하면 나를 떠나겠지, 하고 참고 사는 것도 너무나 바보 같아서 짜증이 난다. 이 책속의 남자는 한마디로 머저리 같고 여자는 멍청이 같다.



사랑이 구속력을 갖는 건 사실이다.

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순간, 바로 그 구속 안으로 들어간다. 그 구속은 단지 네가 몇 시에 어디에 가있느냐, 를 묻는다거나, 네가 오늘 누구를 만나느냐, 를 묻는다는 등의 실질적인 구속이라기 보다는, 나 스스로 그 안에 걸어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테면,

언제 그가 불러낼지 몰라 긴장한 채로 전화기만 쳐다본다든가,

그가 전화했을 때 혹여라도 받지 못할 상황이 되는 게 싫어 만나던 남자들을 다 정리한다던가 등등.

시키지도 않은 구속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한 때의 나는, 언제 우연히 어딘가에서 그를 만날지 몰라 허구헌날 예쁘게 하고 다니려고 노력해서, 매일매일이 힘겨웠다. 매일 예쁜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은 발 아픈 일인지라, 아아, 이 남자를 갖다버리자...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거다. 그가 나를 구속하기 이전에, 내가 그 구속안으로 풍덩 빠져버려서.




트리스탕은 아멜리를 사랑하는 것 같다가 아닌 것 같다가, 자신이 늘상 여자를 바꿔가며 만났던 과거를 그리워하다가, 지금이라고 안될게 뭐야, 하고는 아멜리와 동거를 시작한 후에도 여자들을 '후리고' 다닌다. 책 속에서 트리스탕의 나이는 29세인데, 갑자기 오래전에 봤던 프랑스 영화 [미스트리스] 생각이 난다. 거기에서 여자주인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이 속삭였더랬다. '서른 여섯, 남자를 후리기엔 늙은 나이지' 라고. 스물 아홉은 괜찮냐..그렇다면 서른 여섯을 넘긴 나는 남자를 후리고 다닐 수 없냐... 어쨌든 트리스탕은 그렇게 여자들을 만나서 자고 다니는데, 그렇다고 예전의 그 기쁨과 쾌락이 고스란히 찾아들질 않는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왜 이렇게 기쁘지 않지... 트리스탕이 다른 여자랑 아무리 자고 다녀도,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아멜리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다. 그가 다시 예전처럼 기뻐지려면, 아멜리로부터 떠나야 한다. 아, 그러나 이 부서질듯 연약한 여자(라는 설정도 너무 똥같다..)에게 상처를 주는 건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네가 나를 떠나줘, 라며 끊임없이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는데...



아아, 이 머저리와 멍청이의 사랑(인지 아닌지)을 보는 건 딱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자꾸 어린아이에 비유하는 것도 짜증나고..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플로리앙 젤러. 다음에도 그를 작품 속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p.175)



스물 셋의 나이에 이런 책을 쓰다니, 재능도 있다고 생각하고 또 대단하다고도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다. 젊은 나이에 데뷔한 이 잘생긴 작가가 하도 유명해서 '젤러주의자'도 생겼다는데, 나는 아니올시다, 플로리앙 젤러, 당신은 이제 그만 만나도 되겠다.


안녕.





그녀를 떠날 것인가? 어쩌면 그것이 해결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통받게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두 번의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다른 이를 실망시키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p.56)

아멜리는 그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초기 몇 달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몹시 행복했던 그녀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종종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지 못하곤 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두 개의 세계, 막 떠나온 꿈속의 세계와 이제 다시 절실하게 마주해야 할 현실의 세계 사이에서 머무르곤 했던 것이다. 그 감미로운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불안들이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현실은 더 이상 자신으로부터 달아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옆에는 트리스탕이 있었고, 안심이 되고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이처럼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는 지금까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그녀에게 그를 제외한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세상이 다 죽어 버린다 해도 상관없었다. (p.104)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처음으로 자신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아니, 그와 반대로 누군가 자신을,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봐 주기를 원하게 되었다. 함께 산책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으며,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을 사람들이 분명히 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행복을 믿느냐고 물어 왔다면, 그녀는 단 일 초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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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 -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용준 옮김 / 궁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주말에 조카네 식구들과 함께 텔레비젼을 시청했다.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을 한국으로 초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봤을 때는 동티모르 남자가 나왔는데, 주변에 동티모르 사람이 거의 없어서 주말이면 집 안에서 혼자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그의 다른 가족들은 동티모르에서 남자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남자가 외국에 나가 돈을 벌 수 밖에 없었고, 이에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동티모르에서 아빠와 남편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 셋과 여자는 나름대로 밥벌이를 찾아가며 일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재워두고 여자는 혼자서 밥먹으며 울기도 한다. 삶이 너무 힘겨워서.


외국에서 외롭게 혼자 일하는 남자도 삶이 결코 쉽지 않다 느낄것이다. 몸은 몸대로 힘들지, 환경은 낯설지, 아는 사람은 없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멀리 있지, 외롭지..

고국에서 남편 없는 삶을 사는 여자도 힘들것이다. 생활은 나아지질 않지, 아이들 셋을 돌보는 건 온전히 혼자의 몫이지. 그녀에게 하루는 얼마나 길고 고될까.


이런 삶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생각했다. 제부는 생활이 어렵다면 다른 나라에 가서 돈을 벌 수밖에 없지 않나, 자기도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면 저런 결정을 내릴 것 같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게 궁극적인 답인지는 모르겠다. 함께 행복하자고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는데, 그리고 아이를 낳았는데, 그 생활을 도무지 유지할 형편이 안되어서 이렇게나 멀리,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다니. 그들이 결혼하고 함께 살기로 한 이유는 다 무엇일까. 게다가 그렇게 떨어져 사는 것에 기약도 없지 않나. 3년 일하고 고국에 돌아가면 형편이 나아지고 다 괜찮아졌을까? 아이가 셋인데, 3년 외국에서 일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남자가 외국에서 3년을 일하거나 13년을 일해도 이 가족의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진 않은 거다.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가난하게 태어나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이렇게 떨어져서 그 가족이 살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힘들어하면서, 우리는 언제 함께 살까, 우리는 언제 넉넉해질까, 같은 것들만 희망고문으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건가. 게다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 아빠가 돌아오고 아이들도 성장했다고 하면, 그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남동생과 나의 결론은 같았다. 그 아이들은 자기 아빠와 비슷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든 함께 살면서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억지로 찾아내며 사는 게 답일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먹고 사는 것이 편안해지도록 낯선 땅에 와서 열심히 일하며 떨어져사는 게 답일까. 가난한 자에게는 궁극적인 답 같은 것은 없는 게 아닐까. 어떻게 살아도, 어떤 결정을 해도 힘든 게 아닐까.



동티모르 가족의 삶을 화면에서 보고 주말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내가 문학적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삶을 보고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러나 완전히 그들이 되지는 않고 떨어져 사는 삶. 이것이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던, 우리에게 필요한 문학적 삶,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분별있는 관찰자의 자세가 아닌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이 특정한 세계를 상상하기 위한 일련의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얻을 뿐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세계에 접근하기 위한 보편적인 마음의 자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p.104)



분별 있는 관찰자라는 장치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주목하는 분노, 공포 등의 부분을 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일 나의 친구가 부정의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 나는 그를 대신하여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에 따르면, 그 분노는 그에게 가해진 그릇된 행동에 대한 분노의 복수심에 불타는 강렬함을 갖지는 않는다. 또 만일 나의 친구가 실연의 아픔에 슬퍼하고 있다면, 나는 그의 비탄을 공유할 것이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고 견디기 힘든 그 슬픔의 깊이는 헤아리지 못한다. 스미스가 보기에 이러한 구분은 우리로 하여금 시민의 자질을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타인의 행복을 위해 애쓰지만, 우리가 타인을 위해 고려한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집어넣지 않는 능력 말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스미스가 분별 있는 관찰자의 입장과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문학 작품 읽기(그리고 드라마에서 관찰자의 입장 되어보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도덕적 길잡이의 원천이 되는 문학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이러한 중요성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사실상 우리로 하여금 좋은 시민이자 재판관에 걸맞은 태도를 자연스럽게 기르게 하여 분별 있는 관찰자적 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품을 읽음으로써 사건에 몰두하고 또 깊은 관심을 가진 참여자가 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장면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드어, 우리가 루이자와 스티븐 블랙풀 모두에게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우리를 그들과 동일시하기도 하지만,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진정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생각에서 생기는 특수하면서도 때론 혼란스러운 감정의 격렬함은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는 당사자인 루이자와 스티븐보다 균형 잡힌 형태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데, 이는 엄밀히 말해 우리가 그들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수많은 독자들이 있으며, 분별 있는 독자들은 자신의 삶의 경험에서 건져 올린 지식을 통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상적으로는 독서의 과정이 독자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완성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p.163-164)




마사 누스바움은 이 책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이용해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예를 든다. 그들에게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음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살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얼마전에 읽었던 김영란의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김영란은 그동안 자신이 읽었던 문학작품들이 자신의 업무(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음을 얘기했었고, 정혜신 역시, 자신이 치유상담을 하는 과정에 문학 작품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말했었다. 영화배우겸 탤런트인 김혜수 역시 마찬가지. 사람들은 왜그렇게 책을 읽냐고 자신에게 말하지만, 자신의 삶과 일에 책읽기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음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다. 특히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나는 소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말하는 사람들은, 소설읽기를 잘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아는 만큼 행할 수 있는 것이고, 접했으니 알 수 있는 것인데, 소설읽기야말로 하면 할수록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그리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마사 누스바움은 이 책에서 총 세 권의 책에 대해 언급을 계속 한다.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리처드 라이트의 『미국의 아들』, 포스터의 『모리스』가 그것인데, 어려운 시절에서는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삶을 사는 사람, 즉 소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사람의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미국의 아들 에서는 흑인으로 사는 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그의 범죄를 판단한다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모리스에서는 동성애자인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소설의 역할을 보여주는데, 아, 정말이지, 소설은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해내고 있지 않은가. 몇해전에 미국의 아들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였다는 살인이란 행위에 대해, 그 이면에 아주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알게 됐었고, 그것이 단순히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사회적 구조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놀라며 깨달았던 기억이 났다. 소설이 아니었다면 누가 내게 그런 강한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을까.



물론 마사 누스바움은, 이토록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도움이 되는 아름다운 독서라는 행위에 있어서, 문학 작품 자체가 완벽하거나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충분히 얘기해준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런데 왜 디킨스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이토록 부정적일까, 왜 이사람은 이런 시선으로밖에 보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져서 좀 찜찜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에 대해 마사 누스바움이 어려운 시절에서의 시선 역시 그러했음을 얘기해주는 거다.



첫째, 문학 작품은 역사적·과학적 사실을 거짓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디킨스가 노동조합 운동을 상당 부분 잘못 묘사한 것이나, 많은 소설가들이 여성 혹은 종교적·인종적 소수자들의 가능성에 대해 왜곡된 묘사를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둘째, 문학 작품은 다양한 형태의 고통과 피해의 중대성을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실제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또는 가볍게 여기도록 하면서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디킨스가 노동자들은 오직 기분 전화을 하고 여가 시간을 주면 잘 지낼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때, 그는 계급적 위계 자체에 내포된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디킨스는 또한 그가 살았던 시대에 팽배했던 결혼과 고질적으로 결부된 권리의 불평등이 여성에게 가한 피해를 파악하는 데도 실패했다. (p.165)



그러나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 책읽기를 해야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해준다. 내가 왜 이 작가는 이 혁명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을까, 라고 생각하고, 최근에는 많은 문학 작품에서 여성에 대해 비하한 것에 대해 분노하기도 하고 지적하기도 하면서 책을 읽는 것 모두, 비판적 책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잘못 쓰여진 것은, 또 그런대로 우리에게 나름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주변에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을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이 독후활동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나면, 그걸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주거나 혹은 기록하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에게 책 읽은 것에 대해 얘기하고 거기에 대해 의견을 말하면서, 그 책이 그제야 내 것이 된다고. 또한 기록하면서 내것이 된다고. 읽고나서 책장을 덮고 끝- 이 아니라, 그 후의 활동들을 하라고. 글을 쓰는 게 힘들다면 친구나 가족에게 단순히 그 책의 줄거리를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실질적으로 나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내가 읽었던 좋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이는 우리가 소설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비판적인 판단을 연습할 필요가 있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다른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비판적 판단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웨인 부스는 이러한 과정을 '공동-추론'이라 불렀다. 즉, 이 과정은 본성상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빈연역적이고, 비교를 통한 실천적인 추론이다. 공동-추론의 과정에서 문학 작품에 대한 우리의 직관은 윤리 이론과 상호 간의 조언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정교해지며, 이는 우리가 독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경험을 엄청나게 바꾸어 버릴 것이다. (p.165-166)



요컨대 나의 견해는 문학 작품에 대한 순진하고 무비판적인 의존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문학적 경험에 근거하여 내리는 결론들은 도덕적·정치적 사유, 우리 자신의 도덕적·정치적 직관, 타인의 판단 등에 근거하여 지속적인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p.166)




아아, 문학 작품의 역할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도 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토록이나 문학적 상상력을 중시하고 그것이 삶에 있어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비판적 읽기가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이지 않나. 아, 진짜 문학작품을 읽고 또 그것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내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소설 읽기를 했으면 좋겠다. 

나는 소설 읽기의 쓸모를 알고, 믿는다.




소설은 이성을 무시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면서 진실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공상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이성을 활용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p.105)




소설 읽기가 사회정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읽기는 정의의 미래와 그 전망의 사회적 입법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p.46)

달의 분화구를 얼굴로 생각하는 것, 별에게 대화를 건네는 것, 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등은 경제학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상상력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소설이 말하듯, 거기에는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 있고, 이 너그러움은 더 큰 삶의 너그러움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p.93)

오직 움직이는 물리적 대상으로만 신체를 보는 것은 빈곤한 성생활을 낳는다. 바로 이것이 `대상화objectification`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의 근본에 놓여 있는 사유이다. 대상화란 성적 파트너를 사물과 같이 바라보는 경향으로 결국 개인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도록 만든다. (p.97)

내가 비판하는 것은 자신이 진리와 이성을 드러낸다고 주장하는 특정한 과학적 접근 방식이다. 이에 대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들이 독단적으로 인간 존재와 인간 삶의 복잡함을 교조적으로 잘못 드러내는 한, 진리를 구현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것이 불충분한 인식과 조악한 심리학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한다면 이성을 구현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소설은 이성을 무시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면서 진실한 능력으로 여겨지는 공상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이성을 활용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p.105)

소설 속에서 묘사되고 함양된 능력들이 사실 경제학 및 도덕·정치 이론 없이는 불완전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물론 이러한 능력의 함양 없이 추상적 이론은 맹목적인 것이 되기 쉽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도 무력해지기 쉽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소설 읽기의 경험은 함축적으로 인간의 어떤 활동이 가장 중요한지, 어떻게 다양한 종류의 정치적 활동이 그러한 활동을 뒷받침해주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등에 대한 성찰을 내포한다. 이는 소설이 우리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사유하도록 유도한다는 뜻이다. (p.106)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통찰력은 그것 자체로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 논거에 의한 확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장르로서의 소설은 그것의 기본 구조와 목적의식에 있어 모든 인간 삶의 평등과 존엄에 대한-무비판적 전통주의의 옹호자가 아니라-`계몽적`이상의 수호자이다. 이는 경제학의 영역에서 유사 과학적pseudoscientific 접근법이라는 이름으로 그러한 이상을 왜곡하는 것에 반대하고, 또한 이야기가 갖는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를 무감각하게 적용하는 것에도-이상 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반대한다. (p.108)

소설 익기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워주며, 우리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가치 판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p.110)

소설은 삶의 질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평가를 내리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그리하여 이는 이후의 양적인 평가에 근거한 단순화된 모델이 형성되어야 할 범위 내에서, 공적인 업무에 적합한 종류의 상상력의 틀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공적인 삶뿐만 아니라 사적인 삶에서도 그러한 평가를 현명하게 하기 위해 필수적인 상상력의 능력을 길러주면서 동시에 그 한 예를 제시한다. (p.119)

소설이 주장하는 바는 시민의식의 이론과 실천 모두에 있어 문학적 상상력이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p.120)

씨씨는 공리주의자인 자신의 선생님으로부터 100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에서 길에서 굶어 죽는 이는 오직 2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듣게 된다. 맥초우컴차일드 선생은 씨씨에게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응당 이는 낮은 수치라며 안도하는 대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씨씨는 "굶어 죽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100만 명이든, 100만 명의 100만 배이든 마찬가지로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답한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10만 명의 선원이 장거리 항해를 떠났는데 그중 500명만이 익사했다는 사실을 듣고, 씨시는 이러한 낮은 퍼센트 따위는 "죽은 사람들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숫자로 표시된 분석은 우리를 안도하게 만들고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한다. 즉, 맥초우컴차일드가 말하듯 이 얼마나 정상적이고 낮은 퍼센트인가. 그러니 분명 이에 대한 어떠한 행동도 필요치 않다. 감정이 없는 지성은 가치를 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엔 감정에 내재하는 판단이 제공해주는 사람 목숨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다.(p.150-151)

씨씨의 감정적 대응은 죽은 이들에게 인간성의 가치를 부여한다. 배고픈 자들에게 굶주림이란 무엇이며, 비탄에 빠진 자들에게 상실이란 무엇인지를 느끼며 씨씨가 타당하게 지적하길, 낮은 수치는 그들의 죽음을 되돌릴 수 없으며, 낮은 수치에 근거한 안일함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죽은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느 ㄴ것을 잘 알고 있었고, 항해를 책임지던 사람들이 더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숫자를 다루게 되면 "이 수치라면 괜챃아"라고 말하기 쉽다. 왜냐하면 이러한 숫자들 중 어떤 것도 심오한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p.151)

비극적 실패로 끝나는 루이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즉, 성장 과정에서 감정에 근거하는 교육은 사실상 어른이 되고 나서의 삶에 있어서 위험한 형태의 욕구나 취약함을 제거해준다는 것이다. 감정이 충만한 교육은 루이자의 삶의 방식에서 형성된 인격보다 훨신 안정된 중심을 가진 성품, 즉 균형 잡힌 감정의 발현을 가능하게 하고 따라서 균형 잡힌 실천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의식을 만들어준다. 반대로 유년 시절의 감정에 대한 억압은 분명 감정을 보다 파괴적이고 극히 비합리적인 형태로 후퇴시켜놓을 것이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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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10-3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김영하 팟캐에서 권여선의 `이모`를 듣다 잤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나름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작가인 것 같은데 저는 그 글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받지 못했어요. 이럴 때마다 생각해요. 요즘 내가 부쩍 현실적이 되어버린 것일까, 문학적 상상력 또는 감수성 따위 애저녁에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 작품 중에 정말 읽을 만한 소설이 드문 것일까.
그래서 독서의 여왕 다락방 님께 또 여쭙니다. (맨날 추천해달라 해서 좀 지송;;) 이런 저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푹 빠져 읽게 될 한국 소설, 뭐가 있을까요!?

다락방 2016-11-01 08:1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댓글 읽고 아아, 어쩐담, 하면서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 생각나지 않아요, 치니님. `문학상 상상력`이란 단어 앞에 진짜 한국 소설 하나도 생각이 안나네요. 제 개인 취향을 물으신다면, 죽으나사나 이승우 지만, 이승우를 치니님이 좋아하실지는...모르겠어요. 저는 이승우가 가지고 노는 언어가 너무 좋거든요. 이참에 이승우를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아, 혹시 벌써 읽어보셨는데.. 별로 셨을까요? 저는 [지상의 노래]를 추천해보겠습니다.
음..아닌가........ 음.........

이승우 말고는 한창훈을 좋아하는데, 한창훈도 어쩐지 치니님 스타일은 아닐 것 같고...요즘 핫한 [쇼코의 미소]는 보셨던가요? 최은영도 좋고요. 음.....

치니 2016-11-01 09:29   좋아요 0 | URL
오, 이승우는 좋아합니다. 잊고 있었네요. 지상의노래는 읽었을 텐데 이젠 전혀 기억이 안 나요 ㅜ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한창훈은 음, 맞아요, 그닥 제 취향이 아닌 듯.
최은영도 나중에 한 번 읽어 볼게요. 우선은 이승우. :)

다락방 2016-11-01 10:14   좋아요 0 | URL
네, 치니님은 한창훈보다는 최은영이 맞을 듯요. ㅎㅎ

AgalmA 2016-10-3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 4번째와 관련하여...
최근 들어 과학이 절대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토마스 쿤의 유명한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요즘 읽고 있는 훌리안 마리아스 이 표현은 생각할 거리를 주죠.
˝과학은 하나의 대상물로부터 구축되며, 특정 시기에 그 대상물에 적용되었던 앎으로부터 구축된다˝
우리의 잣대는 자신의 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요.

다락방 2016-11-01 08:13   좋아요 1 | URL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이고 또 아는 만큼 발언할 수가 있잖아요. 제가 과학적인 것에 대해 정말 너무나 무지해서, 하나도 몰라서, 어떤 입장 표명을 할 수가 없어요.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에 비해 감성을 무시하고, 감성적인 사람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것만 알아요. 그렇지만 그 논리를 들이미는 것도 감정적으로 건드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 결국 우리 모두에게 가장 처음 영향을 미치는 것, 반응을 끌어내는 것은 감정인데, 왜 그걸 인정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살아야되는데..

아갈마님, 저도 제 확신이 가장 무서워요. 제가 아는 것도 없으면서 확신할까봐 무서워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또 의심하자 라고 생각합니다.

시이소오 2016-10-31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킨스에 대한 마사 누스바움의 비판은 다소 논쟁적이네요. 19세기에 디킨스만큼 가난한 사람들 입장을 지지한 소설가도 드물텐데요.

제가 디킨스 소설을 다 읽어본건 아니라서. 디킨스 소설에 악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발언을 디킨스의 주장이라 해석한건 아닐지.

이래저래 궁금한 책이네요^^



다락방 2016-11-01 08:10   좋아요 0 | URL
악인들의 발언을 그렇게 주장한 건 아닐거라 생각해요. 제 경우에 [두 도시 이야기] 읽으면서 디킨스가 프랑스 혁명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란 생각을 했는데요, 혁명이 추구한 것 보다는 혁명이 가져온 나쁜 점들만 부각시켰달까요. 저는 그 책 읽으면서 디킨스가 가난한 사람, 약자의 편에 서려고는 했지만 진보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마사 누스바움이 느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일전에 빨간 책방이었나, 출처는 불분명한데요(기억이 잘 안나요) `찰스 램`과 `찰스 디킨스`에 대해 비교해준 적이 있거든요. 디킨스도 램도 모두 글을 잘 썼고,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했고, 글로 성공했는데, 여기까진 공통점이고 그 후에 차이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램은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는데, 디킨스는 성공한 후에 약자를 무시하고 업신 여겼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리버 트위스트]를 쓴 작가가 그랬다는 것에 사람들이 많이 실망했다고요. 제가 그래서 [올리버 트위스트]도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았네요.

저 역시 디킨스의 작품을 두 개 밖에 안읽어 본 것 같은데요, 그 재미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 이야기] 보다는 역시 [위대한 유산] 쪽이 좋더라고요. 제 동료 한 명은 두 도시 이야기에 엄청 감동 받아서 어쩔 줄을 모르던데, 저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언급할때마다 너무 찝찝해서요... 위대한 유산 쪽이 훨씬 좋았어요.

이 책, 시이소오님도 아주 좋게 읽으실 것 같아요. 저한테는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시이소오 2016-11-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대한 유산이 너무 좋아서 필사했어요. ^^ 디킨스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네요. 두 도시 이야기는 그래서 읽다 말았을까요? ㅎㅎ

다락방 2016-11-01 10:13   좋아요 0 | URL
저 위대한 유산 읽다가 마지막에 막 울었어요 ㅠㅠ 뭐랄까 너무 숭고하다고 해야 하나 ㅠㅠ 막판에 그냥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시이소오님은 필사까지 하셨군요!! >.<

시이소오 2016-11-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웃어서 눈물 났어요. ^^
필사하면서도 계속 한참 웃느라....ㅋ
마지막에 울진 않았지만 그 기분은 알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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