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책, 공포의 권력을 기어코 다 읽어내신 분들, 아직도 읽고 계신 분들, 읽다가 중단하신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2018년 11월부터였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했는데, 그간 읽기 중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음, 중간에 푸코의 성의 역사 전4권도 글자만 읽긴 했지만, 와, 크리스테바가 이겼습니다. 크리스테바.. 어제 만난 친구가 크리스테바 너무 어렵다는 나의 하소연에 '크리스테바는 원래 난해한 글쓰기를 해'라고 말해주던데 말이죠. 세상 난해하게 글쓰는 작가의 책을 우리가 함께 읽었네요. 아니, 보았다고 해야겠지요.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공포의 권력 책장도 넘긴 마당에 우리가 두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앞으로는 그보다 더 쉬운 책들만 만날거라고 98프로 확신합니다. 



자, 2월은 '스테이시 앨러이모'의 《말, 살, 흙》 입니다.

같이 읽어요!!
















3월, '도나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제목이 어려워보이긴 하지만, 지가 그래봤자 공포의 권력보다 더 어렵겠어요?












4월, '크리스틴 델피',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시리즈 전 4권


















5월,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이 책은 이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한 번 읽었던 책입니다.

그때 완독하셨던 분들은 다시 읽고,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이번 해에 다시 읽기로 해요.

이 책을 함께 읽고나서 여러분들이


-손에 꼽을 만한 책

-상반기 최고의 책

-올해의 책


이라 평하셨더랬습니다. 화이팅!

이 책 그동안 찜해두셨던 분들, 2024년 5월이 기회입니다!!





6월, '니라-유발 데이비스' 의 《젠더와 민족》




민족, 우리가 안 건드려볼 수 없겠죠?












페미니즘의 지리학인가 하는 그 책이 속히 나오길 바라면서 이만 마칩니다.

여러분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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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1-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 중에 <공포의 권력>이 가장 어려웠다니 희망의 기운이! ㅎㅎ
와~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읽고 싶었는데 추가되어 너무 좋네요!!! 최고입니다!!!


다락방 2024-01-30 09:22   좋아요 1 | URL
읽고 싶었던 책이라 하시니 너무나 다행이네요. 우리 열심히 읽어봅시다. 특히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함께 읽기에 더 좋은 책인것 같아요. 빠샤!!

단발머리 2024-01-30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 <공포의 권력>이 제일 어려웠고, 그 다음이 <여성괴물>입니다.
어제 2월 도서 주문했는데, 6월까지는 모두 책이 집에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이렇게 준비했는지 알 수 없는 형국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30 10:20   좋아요 1 | URL
저는 공포의 권력이 닥치고 1등 이고요 ㅋㅋ 그다음은 푸코 <성의 역사>와 뤼스 이리가라이 <하나이지 않은 성>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지금 같이읽기 책으로 엘렌 식수까지 넣으려다가 망설이고 있습니다. 크리스테바에 하도 디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6월 책도 가지고 계십니까? 이미 읽은 책인 겁니까?!!

건수하 2024-01-30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6월 책이 추가됐네요! 🥳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다시 읽기도 좋은 걸요~ 2월엔 조금 더 수월하길 ^^

다락방 2024-01-30 10:45   좋아요 1 | URL
2월엔 분명 조금 더 수월할겁니다. 크리스테바 만큼 어려운 책은 없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독서괭 2024-01-30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웬만한 책은 <공포의 권력>보단 쉽네, 하며 읽어내시겠군요 ㅋㅋ
전 4월 책을 사기 위해 구간 12권 읽기 프로젝트 진행중입니다. 절반 왔어요!
5월책도 읽어야겠네요.
2월은 응원할게요~~

다락방 2024-01-30 12:07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의 구간 읽기 프로젝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4월에 함께 읽어요!! 아, 5월에도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괭 님. 아자!!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았지만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먼저 번역되어 나왔던 작품 《맡겨진 소녀》가 내게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얇은 분량이라 혹여라도 읽게 된다면 어느날 서점 가서 서서 읽고 와야지, 했었는데, 며칠전 나는 ㄷㅂㅁㄹ 님의 서재에서 이 책의 원서를 보게 됐고, 오오, 좀 예쁜데? 게다가 얇아? 하며 원서를 욕심내게 됐다. 그렇게 원서를 샀는데, 흐음, 번역본 없이 도저히 읽을 자신이 생기질 않아 에라이 모르겠다 번역본 사자~ 언제? 그건 좀 미루자.. 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친구를 만났다. 우리 둘 모두에게 낯선 동네였다. 그 동네에서 뷔페로 배부르게 밥을 먹고 레스토랑을 나선 우리는 너무 배부르니 좀 걸을까, 하게 되었고 그렇게 걷다 보면 강남 교보문고가 나온다는 걸 알게된 나는 '그러면 거기 가야지' 했더니 친구가 '나도 가자' 해서 함께 교보문고에 들어가게 됐다. 친구는 내가 재미있다고 한 책이 매대에 놓인 걸 보고 서서 조금 읽어보더니 '아 이거 완전 빨려들어가네 사야겠어' 하고 책을 한 권 집어들었고, 나는 망설이다 클레어 키건의 이 책을 샀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던 터라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이 얇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사기 전까지 이 책에서 막달레나 세탁소를 다루는 줄 전혀 모르고 잇었다. 남자가 주인공인데, 막달레나 세탁소 얘기가 나온다고?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줄을 몰라 책장을 넘기는데, 와, 정말 감탄했다. 구매자평에도 썻지만, '이 얘기를 이렇게 한다고?' 하는 놀라움이 절로 나오더라. 막달레나 세탁소라는 거대한 여성학대의 사건 앞에서 한 인간이 할 수 있었던 지극히 양심적인 삶에 대해서, 클레어 키건이 아주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당연히 그 일에 얽혀들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과 걱정까지도. 어떻게 '나의 미래' 혹은 '내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되면서도 질끈 눈을 감는 대신 이미 보았으니 나는 행동하겠다, 할 수 있는지. 그건 책에서도 표현되지만 그 자신이 그 전에 이미 누군가의 도움과 애정으로 지금을 살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았던 사람이 결국 사랑할 수도 잇다는 말은 언제나 참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의 경우엔 참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고, 설사 몰랐어도 책 뒷면에 작가가 그리고 역자가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소개했으니 이 책을 읽는다면 알게될텐데, 새삼스레 나는 내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내와 막달레나 세탁소 부분을 다시 읽는다. 그 책은 '수 로이드 로버츠' 의 《여자 전쟁》이었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이 책의 제3장에서 막달레나 세탁소의 생존자와 인터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인터뷰 내용중에는 놀랍게도-아니, 놀랍지 않게도- 이런 부분이 있다.


다른 20명의 여자들과 함께 쓰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메리는 1층  창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룸메이트들과 그들을 감독하는 수녀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창문을 넘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깥세상 구경을 못했어요. 내가 알던 거라곤 오직 수녀와 신부뿐인 세상이었죠." 한밤중에 길 한가운데에서 헤매다가, 메리는 신부의 집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문을 두드리자 남자가 나왔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남자에게 말했다.


"하이파크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막 도망쳐 나왔는데 도움이 필요해요." 그렇게 말했는데 신부가 다가와서 내 옆 의자에 앉더니, 내 무릎을 문지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 바지를 내리고 나를 강간했어요.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거든요. 눈이 부을 정도로 펑펑 울면서 아프다고 외칠 뿐이어쑞. 다 끝내더니 그가 말하더군요.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야. 6펜스를 줄 테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난 그저 널 도와주려는 것뿐이다." 그는 나에게 6펜스를 주고 문을 열더니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차가 나를 다시 세탁소로 데려갔습니다. -p.80



자, 막달레나 어떤 곳인지 조금 더 들여다보자.


대체 아일랜드의 종교단체가 운영한 세탁소 체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767년 처음 문을 열었던 세탁소는 200년 이상 지속되어 마지막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았다. '타락한 여자들'로 낙인 찍힌 여자 수만 명이 창피해하는 가족들과 위선적인 사제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도덕적 탈선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명목이었다. 단체의 이름은 예수의 추종자 가운데 한 명이자 '회개한 창녀'로 일컬어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성에 대해 성모마리아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운 이래 남성들은 이에 대비되는 '타락한 여자' 에 집착해왔다. 초기 기독교의 현자로 통하는 성 예로니모는 4세기에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글을 남겼다. 13세기에 발의된 교회법Canon laws은 여성 감금을 정당화했다. "추악한 육욕으로 인해 결혼의 침상을 내버리고 타락한 여성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이 있는 수녀원에 배속시켜 영구적인 고행을 하도록 해야 한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사상이 인기를 얻었고 대부분의 대형 세탁소가 이때 지어졌다.-《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86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창녀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이나 강간 혹은 사고로 인해 임신하게 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됐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메리 메릿은 아마 반항기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보내졌고, 그것이 파멸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와,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들 세탁소는 그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확보했다.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88



'우유니게, 이두루, 이민경' 이 지은 《유럽 낙태 여행》에서도 막달레나 세탁소는 언급된다.


섹스를 해서 즐거움을 누렸다면 아이를 임신해서 그 쾌락에 대한 죄를 치러야 한다는 이 가톨릭 관념에서 탄생한 끔직한 실례가 바로 ‘막달레나의 세탁소(The Magdalene Laundries)‘다. 막달레나 수용소라고도 불리는 이 시설은 "몸을 버린 여자들"에게 지낼 곳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가톨릭 시설로, 18세기(1765년)부터 20세기(1996년)까지 존속했다. 이 시기 아일랜드에서 여성들은 섹스를 했거나, 강간당했거나, 아기를 낳았거나, 아니면 그냥 너무 예쁘다거나 하는 이유로 납치당해서 이곳에 수용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 더럽혀진 몸과 죄를 씻는다. 섹스를 하지 않았다 해도 "예쁜 사람은 필연적으로 오만해질 것이므로" 막달레나 세탁소에 끌려간다. 거짓말 같은 얘기지만 이 세탁소를 거쳐 간 여성의 수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된다. 1993년 이 시설 중 한 곳에서 시신 155구가 암매장된 묘지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막달레나 세탁소의 폐쇄성과 각종 문데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고 2013년에 국가 차원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막달레나 세탁소를 운영해온 것은 가톨릭 세력이었지만 은밀히 국가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유럽 낙태 여행》,우유니게 外, 아일랜드, p.121




그런데 뜬금없이, 《여자 전쟁》의 이 막달레나 세탁소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을 만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만나다니, 정말 반갑지 않은 이름이다. 나는 그의 책 중 몇 권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내를 경멸하고 정부를 두었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타락한 여자들을 돌보는 보호시설 운영에 관여했다. 그는 '여성의 속죄를 위한 우라니아 코티지Urania Cottage for Redemption of Women'가 "질서와 꼼꼼함, 청결, 그리고 세탁, 수선, 요리 같은 모든 일상의 가사 임무"라는 덕목을 떠받쳐야 하며 그러면 비로소 구원의 길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는 정신 업이 바쁜 세탁일이 영혼을 정화화는 공인된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금지된 성교에 관여한 남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데 이런 에너지를 쏟은 적은 없었다.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87



세상에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여성학대에 관여하지 않은 남자들 역시도 얼마 없는 것 같다. 



후-

이 무거운 이야기가, 아주 소박한 사람과 만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이룬다. 너무나 놀랍지 않은가!




책을 샀다.



















일전에 타미한테도 사준 것 같은데 이번엔 아가 조카에게 주기 위해 《안 돼, 데이비드!》를 샀다. 벌써부터 아가 조카랑 함께 읽을 생각에 설레인다. 아가 조카 내가 한 줄 읽으면 따라 읽게 시켜야지. 후훗.


《헤겔 역사철학 강의》는 책 읽을 때마다 변증법 나오는 통에 골치가 아파져서 샀다. 어휴 골치가 아파. 이거 읽으면 변증법 마스터 가능한 부분? 내가 이래서 오만년전에 이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아무 생각 안나는 걸 보면 역시 다 틀린 부분?


《말, 살, 흙》은 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라서 샀다. 아니, 공포의 권력을 읽은 다음에 뭐 무서운 게 없네요? 이 책도 지루하다면, 어렵다면, 그래봤자 지가 얼마나 더하겠어? 크리스테바 이겨? 세상에 크리스테바가 짱먹을걸?

















《ABC 살인사건》과 《열차 안의 낯선 자들》모두 '피터 스완슨'의 《8가지 완벽한 살인》읽고 급박하게 주문 눌렀다. 아니, 원래 사려고 벼르던 책들이긴 한데 피터 스완슨이 '너 아직도 안삼? 사셈. 고고!!' 하는 바람에 그만...


《사라진 것들》은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연령대의 두 알라디너가 극찬하는 바람에, 흐음, 나도 늙어가니까.. 하고 샀다. 어쩐지 읽기 싫은건 왜지? 아마도 내 나이듦을 자각하게 될 거란 생각 때문일까. 휴..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은 왜 제목 저렇게 해놔가지고 나 안보이냐. 내가 사놓고 내가 제목 몰라서 지금 사진 보고 제목 썼다. 제목 잘 보이게 만듭시다. 아, 제 노안 탓이라고요? 그렇다면 노안 온 사람도 볼 수 있게 만듭시다. 내가 노안 왔지만 책은 누구보다 많이 산다니까요?


그리고 이 두 권도.



너무 예쁘지 않나염? 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아이쿠야, 다 쓴 줄 알았더니 책 한 권 빼먹었네.
















사놓고 지금 알았다. 나 이 책 구판 가지고 있다는 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츠바이크 계속 당하네. 있던 책 또 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내 팔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할 수 없지.


다음엔 저 서울대 인문고전 시리즈 모은 거 사진 좀 찍어봐야겠다. 고작 5-6권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긴 하지만 ㅋㅋㅋ 완독한 것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칸트 절반 읽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아 오늘도 명품 페이퍼를 작성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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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29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다락방 님이 그 막달레나 세탁소에 관해 이것저것 배경지식이 많아서 더 깊이 읽기가 가능했던 거 같아요.
츠바이크 또 당함?!?! ㅋㅋㅋㅋ 츠바이크는 저작권 소멸된 작가라 다양한 판본으로 무작위로 책 나올 수 있으니 제목이 살짝 다르면 일단 검색…. 개정판이거나 출판사만 바꿔서 나오는 경우 많음요…

다락방 2024-01-29 10:32   좋아요 1 | URL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저는 소설가의 힘, 문학의 힘을 느꼈습니다. ㅋ ㅑ 이게 문학이다! 하는 깊은 감탄이 나왔어요. 굳이 영웅으로 그리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용감한 사람이요. 크- 좋았습니다. 더불어, <책 읽어주는 남자> 생각도 났어요. 한나 였나요? 재판받는 자리에서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되묻던 그 일이, 클레어 키건 읽으면서 생각났어요. 휴..

햇살과함께 2024-01-2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책 탑 터졌네요 ㅋㅋ
저도 책 탑 중 2권은 어제 주문했고
키건 책은 도서관 예약중이라 페이퍼 앞부분은 건너뛰고 읽었고요!
무서울 거 없다 ㅋㅋ

다락방 2024-01-29 10:33   좋아요 0 | URL
햇살과함께 님, 페이퍼 다 읽으셔도 스포일러 없습니다.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한 글은 읽어보고 클레어 키건의 책을 펼치시는 게 독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으흐흐흐.

공포의 권력 읽은 자 앞에 아무 책이나 다 가져와라!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29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있어 좋은 월요일!!

다락방 2024-01-29 10:34   좋아요 2 | URL
과연 좋은 .. 걸까요? 늘 이렇게 많이 사도 되는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1-29 10:36   좋아요 1 | URL
대리만족!!!

망고 2024-01-29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중에 abc살인사건만 읽어봤어요 초딩때 읽어서 기억은 없네요ㅋㅋㅋㅋㅋㅋㅋ얇아서 클레어 키건 책 읽기 싫었는데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명품 페이퍼입니다ㅎㅎㅎ

다락방 2024-01-29 10:35   좋아요 0 | URL
저 집에 abc 살인사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더라고요? 어쩌면 읽으면서 ‘읽었던 책이다!‘ 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니까 그냥 사서 읽는 걸로.. ㅋㅋ

저도 클레어 키건 너무 얇아서 어쩐지 괘씸한(?) 마음에 안사고 읽기도 보류했는데 와- 간만에 아주 제대로 문학작품 읽었습니다. 망고 님, 추천합니다!!

건수하 2024-01-2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달레나 세탁소 몰랐던 자.... 여기서 알아갑니다. 일단 <맡겨진 소녀> 부터 읽어보려고요.

앙투아네트 새로 나온 거였군요? 표지가 기억이 안 나서 요즘 왜 올라오지 했었다는...

다락방 2024-01-29 10:35   좋아요 1 | URL
저는 <맡겨진 소녀>는 별 넷,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기꺼이 별다섯 줍니다.
그리고 막달레나 세탁소 알고나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는 쪽이 훨씬 낫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앙투아네트 집에 있는데 아놔 ㅋㅋ 에잇 ㅋㅋㅋ 할 수 없죠,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인간....
제 이번 생 소명은 출판사들 먹여 살리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4-01-29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자 전쟁> 읽었는데 전 막달레나 세탁소 부분 기억이 안 나요 ㅠㅠㅠ
클레어 키건, 한 쪽 읽고 아껴두고 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배경지식 얻고 갑니다.

저도, 저 마리 앙투아네트 보고... 그 책일거야, 아닐거야, 하면서 엄청난 심적 갈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츠바이크 책은 앞으로도 계속 확인하면서 사야겠네요. 근데, 책은 이뻐요!!!

다락방 2024-01-29 10:37   좋아요 0 | URL
저는 찾아보니 제가 막달레나 세탁소로 페이퍼도 쓴 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막달레나 세탁소는 여자 전쟁에 나오는데! 하고 부랴부랴 책을 꺼내왔는데, 그래서 막달레나 세탁소 부분 읽어보니 제가 이미 밑줄을 박박 그어놨더라고요. 아하하하. 단발머리 님, 클레어 키건의 그 원서(땡투 제가 드렸습니다) 읽으실 때 막달레나 세탁소 알고 가는게 아주 큰 도움이 될겁니다. 빠샤!!

네, 뭐 저도 새 책이니까 만족하고 가는 걸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4-01-29 1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달레나 세탁소 처음 알았네요.
그리고 음...여전히 아름다운 책탑입니다.

다락방 2024-01-29 10:38   좋아요 4 | URL
와 책나무 님 반가워요!! (와락)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가끔 안부 전해주세요, 책나무 님 ㅠㅠ 저는 여기서 변함없이 아름다운 책탑을 올리며 책나무 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01-29 10:41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오셨다!!
잘 지내시죠, 책나무님!
책나무님 책탑 볼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탑 커피 간식 😍😍😍

책읽는나무 2024-01-29 12:09   좋아요 3 | URL
다들 잘 지내시죠?^^
아...책 샀다고 그리고 책 읽는다고 커피랑 간식 먹는 거 자랑하던 때가 그립네요.ㅜㅜ
저의 자랑질을 아름답게 보아주시던 두 분께 감사드리며 자랑질 할 수 있는 시간을 저도 호시탐탐 노려보겠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시간을 보내다보니 읽을 의욕마저 사라져 가는 때...알라딘을 들어와 다른 분들의 페이퍼를 읽다 보니 와...책 읽고 싶어지네요.^^;;

다들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리를 잘 지키고 계셔서 흐뭇합니다.^^

유부만두 2024-01-29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로미나의 기적 영화도 말달레나 세탁소 이야기에요. 전 키건 소설 읽고 (그것도 저자후기) 나서야 세탁소 이야기 알게 되었어요. 더 검색하면서 어래 전부터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해온 분들이 많다는걸 다시 깨닫고요. … 여자전쟁 책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24-01-29 11:53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막달레나 세탁소를 알고 시작한 건 그전에 여성주의 책들을 꾸준히 봐왔기 때문이군요.. 키건의 이 책 좋았습니다. 문학의 힘을 느꼈어요.

책읽는나무 2024-01-29 12:12   좋아요 1 | URL
만두 님.
그저께 보니까 자냥 님 퀴즈 30번 문제에 등장하셨더군요?ㅋㅋㅋ
아...다락방 님도^^
정답이 뭘까? 삼일동안 계속 궁금하네요.
전 자냥 님의 애착 인형들?
뭐 그렇게 짐작하고 있습니다만🤔

잠자냥 2024-01-29 12:29   좋아요 2 | URL
애착 인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29 12:31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 정답 공개되었으니 잠자냥 님의 서재 방문 권합니다. 예상대로 애착인형 이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자 전쟁> 전부터 읽어봐야지 했던 책인데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이렇게 또 오랜만에 만났네요. 발췌문만 봐도 빡침이........ㅠㅠ 그래도 읽어야겠죠? 읽겠습니다. ㅠㅠ
<맡겨진 소녀>는 제게도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는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또 너무 좋다고 하시니 흐음...🤔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은 또 흐릿한게 컨셉이라 안쪽 목차 디자인 같은 것도 특이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명품 페이퍼에 좋아요 백만개 날리고 갑니다!!!!

잠자냥 2024-01-29 13:44   좋아요 1 | URL
어디 가는데?? 방에서 방?🤣🤣🤣

은오 2024-01-29 13:46   좋아요 2 | URL
침대 왼쪽 구석에서 오른쪽 구석으로 한번 굴렀읍니다.

다락방 2024-01-29 14:09   좋아요 2 | URL
저는 <맡겨진 소녀> 읽고 클레어 키건 또 읽어야지 생각을 안했었어요. 그런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정말 좋습니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소설이고 이게 문학이다! 감탄하게 됩니다. 크- 클레어 키건이 대단하다는 것을 이 작품이라면 동의합니다. 은오 님, 여자 전쟁도 읽으시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읽으세요.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책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목차 보면 어쩐지 빡치는 거 아닌가 몰라요. 알아볼 수 있게 써라!! 하면서요. 아놔 ㅋㅋㅋㅋㅋ노안은 슬픕니다 ㅠㅠ

호시우행 2024-01-2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탁소 세탁통에 성직자라는 가면을 쓴 이런 사람들을 모두 처넣고 돌리고 싶네요.ㅠㅠ

다락방 2024-01-29 17: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세탁통에 넣고 돌리고나면 그들이 깨끗해져서 나올까요? ㅜㅜ

그레이스 2024-02-0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레어 키건 원서 읽어보고 싶어서 들락날락 했는데,,, 여기 원서 사지 보니 막 사고 싶네요
인용해주신 두 책 내용,,,ㅠㅠ
숨이 꽉 막히네요.
넘 안타까워요
 
지금 여성 - 삶의 변화를 꿈꾸는 여성을 위한 지도
조니 시거 지음, 김이재 옮김 / 청아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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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표현된 세계의 여성혐오, 여성학대, 페미사이드의 역사.
전 세계가 미쳐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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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취향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건 성애를 의미하는 게 아니고,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고, 인간으로 끌리는 점을 의미한다. 

음, 아마 모두가 비슷하겠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이 말한 바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말뿐인 사람이 아닌, 행동으로 그걸 증명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이 아닌 행동이 보여주는 것이니까. 순간순간의 기분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싫어한다. 내 기분이 좋든 나쁘든 좀 더 신중이 생각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혹은 그 사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좋고, 너와 나 사이에 나누는 말들에 무게를 두는 사람을 당연히 좋아한다. 무언가 하고자 했다면 거기에 책임감을 갖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결코 완벽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순간순간 무너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휘청이기도 하겠지만, 그 사람이 그간 내게 보여준 행동으로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휘청이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도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집스럽고 꼿꼿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라서,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대체적으로 그 신뢰를 오래 가져가는 편이다. 한 번 내가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을 오래 좋아하는 것이 내 꼿꼿함의 증거다. 


이런 성향은 책속 인물 혹은 이야기에도 반영된다. 나는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읽고 주인공의 그 어리석을 정도로 꼿꼿한 면이 답답하면서 나같았고 안타까우면서 응원하게 됐다. 물론 그 사람이 맞이한 그 다음의 일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어도, 그래서 순간 '어쩌면 다른 사람들처럼 혐오와 배제를 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하고 의심할지언정, 아니야 다시 돌아가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 라고 돌이켜보게 되는 그런 꼿꼿함이 거기 있었다. <헤어질 결심>에서 내가 좋아했던 장면은, 그토록이나 자기 신념을 가지고 일에 몰두한 사람이 누군가를 향한 애정 때문에 흔들렸을 때, 그래서 그동안 자신이 지켜온 자신의 모습이 흐트러졌을 때, '나는 붕괴됐어요' 라고 말하는 바로 그 지점에 나는 흠뻑 반하고 만다. 그런 면들이 내게도 있는 면이라서 그렇다. 내게도 있는 면이라서, 그 고지식함이 꼿꼿함이, 융통성 없음이 내게도 있는 면이라서, 그래서 가끔은 무너질듯한 기분을 갖게 되어서, 가끔은 인생의 그 지점에서 그런 선택을 하면 안되는 것이었나 지독한 후회와 의심이 찾아오는 것이 바로 내가 가진 것이라서, 나는 그런 인물들에 마음을 주고 만다. 말과 행동에 무게를 싣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말과 행동에 무게를 가득 실어버리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에게로 마음의 축이 기운다.


그런 내가, 모세를 만났다. 올곧은 모세.



모세는 입법자이자 재판관이었으며 공과 사를 막론하고 모든 행위를 올곧음이라는 하나의 틀에 끼워넣는 강한 체제를 설계한 공학자, 즉 영적 전체주의자였다.

모세의 활동을 서술한 성경, 특히 출애굽기와 민수기, 신명기에서 그는 하나님의 빛나는 광채와 관념 형태가 백성들의 마음과 정신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거대한 통로 역할을 한다. 아울러 모세는 깨달음을 안겨주는 두려운 경험들을 통해 점차 아주 창의적인 인물이 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고 무수한 세대가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일상적인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어놓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세상은 이전과 전혀 다른 곳이 되었으며 예전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p.57

















모세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모세가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데리고 이집트를 나오면서 바다를 만났으나 그 바다가 갈라져 건널 수 있었다는 일화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만화로도 그리고 영화로도 모세의 이야기는 다루어지곤 했는데, 나는 '크리스티앙 자크' 의 [람세스]에서도 모세를 만났었다.


람세스는 람세스 파라오의 이야기였다. 전 다섯권의 책에서,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하지만, 모세는 어릴적부터 파라오의 친구였다. 그러나 종교가 달랐던 모세는 성인이 되어 파라오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 즉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집트를 빠져나온다. 모세와 바다의 갈라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것이 성경에서 바다라고 표현되었으나 벼(혹은 보리)밭이었다고 하기도 하고, 때가 되면 물이 빠지는 바다였던 곳이라고도 한다. 람세스에서는 실제 바다가 아니었다고 표현된걸로 기억한다. 밭이었다고, 건널 수 없는 곳이 아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폴 존슨은 모세를 찬양한다. 위 인용에서처럼 그는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의 거대한 통로 역할을 한 사람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모세를 만났을 때는 그렇게 모세를 대단하게 보지 않았었고 그저 묵묵히 시키는대로 그 길을 따르고 백성들을 인내하는 사람이라고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폴 존슨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그러네 그러보고니 모세가 참 묵묵하고 고지식하고 대단한 사람이었네, 하게 되는 거다.


자, 폴 존슨이 모세에 대해 하는 얘기를 계속 들어보자.


인류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단계를 밟아 조금씩 지속적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인물의 역동적인 추진력 아래 엄청나게 도약하곤 한다는 사실을 모세가 증명해 보였다. (................) 모세가 보여준 비범한 정신력은 지어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p.57



'너는 모세같은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내게 있다. 모세를 잘 모를 때(물론 지금은 잘 안다는 건 아니지만) 그 말이 무엇이냐 되물었는데, 사람들을 이끌고 길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했더랬다. 그런데 그 길을 보여주는 것까지가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뒤에 할 일들까지 내게 알려달라고 하면 나는 극도로 피곤해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제 만난 친구도 내게 '너 때문에 내가 이것도 처음 해봤고 저것도 처음 해봤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알게됐어 '라는 말을 했는데 그러고보면 나는 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길을 열어주는 쪽으로 모세와 닮았다는 것이로구나 한껏 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내적으로 모세에게 깊이 이입하게 되는 건 폴 존슨의 다음과 같은 문장 때문이었다.


모세는 분명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초인적인 존재는 절대 아니다.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유대 저술가들과 현인들은 자기 민족의 시조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신격화하는 고대의 강력한 흐름에 맞서 모세의 인간적인 연약함과 실패를 강조하고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성경의 모든 기록이 이미 모세의 인간적인 연약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경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끊임없이 망설이고, 겁쟁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신이 없고, 실수하고, 완고하고, 어리석고, 짜증을 잘 내는 모세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가슴 아프게도 모세가 자신의 결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는 입이 둔하고 혀가 무딘 사람입니다." 위대한 사람들이 이렇게 고백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입법가와 정치가에게 발음이 불분명하다는 약점은 도무지 감출 도리가 없는 최악의 결격 사유다.

더 놀라운 것은 마지못해 맡은 막중한 임무에 따라오는 멍에를 지고 어렵게 씨름하면서 책임을 다하려고 무서울 정도로 노력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고립된 모세, 심지어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능률적인 모세의 이미지다. -p.58



인간적인 연약함, 실수하고, 완고하고, 어리석고, 결점을 인식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고립되고, 비능률적이고.


하아- 가슴이 아프다. 나는 고지식하고 꼿꼿하면서 책임감이 강하지만, 비능률적이다. 나는 비능률적이며 융통성이 없다. 책임을 다하려고 하다보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고, 그런데 순간순간 나의 부족함을 느끼노라면 이 일을 하기에 나는 너무나 부적합한, 부족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숱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고독함이 찾아온다. 크-


성경을 한 번 읽은 걸로는 당연히 그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 않고 모세에 대해서도 별다른 기억이 없는데,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 읽다말고 벌떡 일어나서 책장 앞으로 가 성경을 꺼내왔다. 모세오경을 다시 읽어봐야지 싶어져서. 성경에 나와잇는지 모르겠지만, 모세, 고독하고 외로웠을 것 같다. 내 앞에 내가 맡은 일이 있고 그것을 해야하고 그런데 나는 부족하고 이것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까 의심하고. 모세는 고독했을 것이다. 내게 모세같다고 한 사람은 나에게 반드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낮에 부지런히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주면 저녁엔 반드시 혼자 앉아 먼 바다를 보는 일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를 며칠전에 시작했는데, 공포의 권력 읽다가 펼친 유대인의 역사는 어렵지 않고 게다가 모세 칭찬하는데 갑자기 내 마음이 거기에 기꺼이 따라가고 있다. 모세한테 감히 '모세, 나야?' 막 이러고 싶어진다. 



성경이 소개하는 모세는 모든 의구심을 덮을 만큼 확신이 넘치는 영웅의 모습과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섞여 있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다. -p.59



나.. 그렇다면, 매력적인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대주의자 일 리 만무한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마지막 저작 [모세와 유일신 신앙 ]에서 한 말 역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프로이트는 모세가 이집트인 제사장이었다는 마네토의 이야기를 근거로 모세의 종교 사상이 아크헤나텐의 일신교적 태양 숭배와 입증되지 않은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저속한 억측을 덧붙였다. -p.61



위의 부분을 읽고 내가 또 이 책 있지, 하고 프로이트의 [모세와 유일신 신앙] 꺼내올려고 책장 앞에 갔는데 결국 찾진 못했다. 흐음... 나, 이대로 괜찮은가.

















아,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 3월말까지 읽기로 했는데, 현재 74쪽까지 읽었고 ㅋㅋㅋ 이 책은  총 1,064 페이지라고 한다. 내가 읽어야할 천 페이지가 남은 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세!!

한 번 해보는 거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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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24-01-29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꼿꼿함과 고지식함이 이렇게 낭만적일 수도 있군요.
나는 붕괴됐어요, 를 읽고 헤어질 결심을 한번 더 볼 결심을 합니다.

다락방 2024-01-29 09:09   좋아요 0 | URL
헤어질 결심을 한번 더 볼 결심,
라임이 좋습니다 얼음장수님 ㅎㅎ

벌써 월요일이네요. 자, 힘 내서 잘 지내봅시다!!

단발머리 2024-01-29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모세 글입니다!!!

인간적인 연약함, 실수하고, 완고하고, 어리석고, 결점을 인식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고립되고, 비능률적이고.........

다락방님이 써주신 그대로죠. 모세가 그런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걸 자신이 저술했던 모세오경에 그대로 드러내놓고 서술한 사람이기도 하구요. 저도 모세를 좋아하는데, 전 그 중에 ‘완고하고‘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꽂혔더래요.

출애굽기 초반에 나오는데 하나님이 모세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을 애굽 땅에서 구해내라‘ 명하십니다. 모세가 안 간다고 해요. 하나님의 뜻을, 명령을 오랫동안 거부합니다. 온갖 변명을 내어놓고요. 하나님이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함께 하신다고 해도 망설이다가 나중에 형 아론을 통역사로 데려가라, 너는 그냥 가기만 해.... 이런 말씀을 듣고서야 모세가 일어납니다.

그랬던 모세가 나중에(제가 이건 좀 찾아봐야하는데 지금 바빠서 ㅋㅋㅋㅋㅋ)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이 하도 광야에서 불순종하고 불평하고 우상 숭배를 하니까, 그냥 얘네들 밀어버리고 너(모세)로 하여금 새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 하십니다. 그 때, 모세가......

모세가 하나님을 말립니다. 하나님, 얘네들(이스라엘 백성들) 구원해주겠다 하신 분이 누구십니까. 얘네들 인도해주신 분이 누구십니까. 당신 아니십니까. 당신 이름이 민족 가운에 오명을 얻게 두실 겁니까...... 하나님이 설득됩니다, 모세한테.... 저는 그런 모세를 좋아합니다.

안 하려고 했는데, 하게되고, 그리고 그 일을, 그 책임을 끝까지 감당하는 사람이요.
<공포의 권력>을 해당도서로 정하고 어렵고 힘들어도 결국 그 책을 끝까지 다 읽는.............

다락방 2024-01-29 10:29   좋아요 1 | URL
와- 단발머리 님 댓글 읽고 나니까 모세가 더 좋아집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밀어버리려는 하나님께 맞짱뜬 모세요. 그야말로 올곧은 모세요 완고한 모세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이 구원해준다고 하셨잖아요, 하는 모세라니요. 저 왜 눈물이 날 것 같죠? 하나님을 결국 설득시켜놓고 그래서 백성들 구원을 이뤄놓고, 그런데 백성들에게 ‘야 나 깍듯이 모셔, 너네 하나님이 쓸어버리려는 걸 내가 말렸어!‘ 이러지도 않잖아요? 힝 ㅠㅠ 눈물이 ㅠㅠ 고독하고 외로운 모세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독하고 외로운 모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래도 모세오경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크-

단발머리 2024-01-29 10:34   좋아요 1 | URL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내려가라 네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네 백성이 부패하였도다
그들이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길을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송아지를 부어 만들고 그것을 예배하며 그것에게 제물을 드리며 말하기를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 신이라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 백성을 보니 목이 뻣뻣한 백성이로다
그런즉 내가 하는 대로 두라 내가 그들에게 진노하여 그들을 진멸하고 너를 큰 나라가 되게 하리라

모세가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 구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어찌하여 그 큰 권능과 강한 손으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에게 진노하시나이까
어찌하여 애굽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가 자기의 백성을 산에서 죽이고 지면에서 진멸하려는 악한 의도로 인도해 내었다고 말하게 하시려 하나이까 주의 맹렬한 노를 그치시고 뜻을 돌이키사 주의 백성에게 이 화를 내리지 마옵소서
주의 종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그들을 위하여 주를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너희의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허락한 이 온 땅을 너희의 자손에게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여호와께서 뜻을 돌이키사 말씀하신 화를 그 백성에게 내리지 아니하시니라

출애굽기 32장 일부입니다. 참고하시라고 ㅋㅋㅋㅋㅋㅋ 찾아오는 서비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29 10:39   좋아요 1 | URL
아오 이 모세 ㅠㅠ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 ㅠㅠ
저는 이제 재이슨 스태덤, 잭 리처, 그리고 모세를 좋아합니다. 시작!!

샤라라랑~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 자존감이란 몸으로부터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디아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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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잘 살아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면 결국 몸을 감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다 요가를 하고 그 몸을 감각하고 동의보감을 읽고 사주명리학의 음양오행을 받아들이면서 내 몸을 감각하는 쪽으로 갔던 이 책의 디아 처럼. 내 몸은 곧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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