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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4월~12월(2022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5월의 책은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입니다.

책이 두 권 링크되어 있어 두 권짜리인가 염려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오른쪽 링크는 전자책 입니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이 책은 아주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러나 여성주의 공부를 함에 있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두었는데요, 책 뒷표지에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사가 있더라고요. 정희진 쌤이 가장 좋아하는 페미니스트가 도나 해러웨이 라고 합니다. 오. 그렇다면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시작해보도록 해야겠어요. 이 책 어려울 것 같아서 5월 되자마자 시작할 참입니다. 후딱 읽어버려야지.



6월부터 12월까지의 도서는 먼댓글 링크 들어가보시면 자세히 적혀 있고요, 피씨로 접속해 왼쪽 게시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눌러보시면 공지로 12월까지의 책 목록 올려두었으니 미리미리 책 준비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월이 이제 다 저물어가다보니 어제 오늘, 북플에들어가서 아주 많은 분들이 레이디 크레딧 읽었노라 인증하신 걸 보게 되었어요. 어찌나 뿌듯한지. 반드시 4월안에 다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을,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어떻게든 그 달안에 읽어내는걸 보니 막 벅차오르더라고요. 매달 말일경이면 저는 이렇게 감동하곤 합니다. 미리 완독하신 분들, 해당하는 기간 내에 어떻게든 맞추어 완독하신 분들, 그리고 어떻게든 완독하려고 분투하고 계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아니, 다들 어쩜 그렇게 참여하고 읽고 쓰고 그러시는거예요. ㅠㅠ 고맙게 ㅠㅠ 



어쨌든, 어렵겠지만, 우리 5월도 힘내봅시다. 해러웨이 선언문,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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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8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헤러웨이 선언문은 이북으로 사놓았으니 바로 읽기를 시작해야겠어요^^ 함께하는 분들의 기록을 보면서 도움도 되고 자극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다락방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락방 2022-04-28 11:40   좋아요 3 | URL
저는 다음주 출근부터 바로 시작할까 합니다. 출근시간에 읽는게 제일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그렇게 출근 몇 번 반복하는동안 다 읽어내는 게 제 목표예요. 거리의화가 님, 화이팅!
저 역시나 같이 부지런히 읽어주시는 거리의화가 님께 감사합니다.
:)

수이 2022-04-28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고생하고 애써주시는 우리 다락방님이 있어서 가능합니다. 5월에도 부탁드립니다! 하고 아 그러고 보니까 저 5월 책은 안 읽고 패스할래요 하고 미리 기권했던 기억이 살포시 났어요 ㅋㅋㅋ

얄라알라 2022-04-28 11:14   좋아요 1 | URL
vita님 카페인의 힘에 기대셨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4월 28일의 완독 인증까지 열중 달리신 열의 멋지십니다.

˝미리 기권˝ 의사는 철회하심인가요? 5월도 달리실 것 같다는 예감 + 부담드리기?^^


다락방 2022-04-28 11:40   좋아요 2 | URL
비타 님, 우리 함께 읽는 것이니만큼 기권할 때 하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십시다. 다시 시도하다 보면 지난번보다 나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 한 번 해봅시다!

미미 2022-04-28 1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열심히 읽고 또 멋지게 써주시니 많은 분들의 마음이 움직이는거라 생각해요! 저만해도 끈기가 없는 편인데 덕분에 항상 자극받아 계속 이어오고 있어요. 항상 에너지 넘치는 글 감사하고 5월도 묵묵히 따라갈께요^^*

다락방 2022-04-28 11:41   좋아요 4 | URL
미미님, 참여해주신 후로 언제나 모범적으로(!!) 읽고 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끈기가 없다고 하시기에는 늘 항상 가장 먼저 읽어주곤 하시잖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미미님이 함께 해주셔서 저는 행복합니다. 흑흑.

미미님, 우리 5월에도 화이팅합시다. 부지런히 읽고 씁시다!!

mini74 2022-04-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화가님 포스팅에서 찜해놓은 그 책 ㅎㅎㅎ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

다락방 2022-04-28 17:37   좋아요 1 | URL
미니 님, 이번달에도 잘 부탁합니다. 꼭 완독하시고 리뷰 써주세요!! (어쩐지 미니 님은 완독하실 것 같아요!)

독서괭 2022-04-28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5월입니까…(털썩)

다락방 2022-04-28 17:38   좋아요 2 | URL
세상에, 그렇더라고요? 무슨 시간이 이렇게나 훅훅 지나가는겁니까!! ㅠㅠ

책읽는나무 2022-04-28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5 월은 죽음의 달이군요?
오늘부터 읽어야 하나요?
두렵군요.ㅋㅋ

다락방 2022-04-28 17:38   좋아요 2 | URL
저는 5/2 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는요. 예정은 그렇습니다. 후후..

등롱 2022-04-3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러웨이 선언문이 이북으로 있었군요! 책을 샀지만, 이북도 사야겠어요. 이북으로 읽는다고 더 빨리 읽게 되진 않았지만... ㅎㅎㅎ;;;; 4월도 마지막 날에서야 허겁지겁 레이디 크레딧을 다 읽고, 이 좋은 책을 목록에 선정해주신 다락방 님께 감사드리며 항상 매달 하는 결심을 또 했습니다, 다음달엔 일찍 다 읽어야지! 하고요 ㅎㅎ

다락방 2022-05-02 07:44   좋아요 1 | URL
등롱 님,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국내 저자의 작품이어서 번역책들보다 더 쉬이 읽힐거라 생각했는데, 내용이 힘든 내용이라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읽느라 고생하셨고, 저야말로 등롱 님이 함께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해러웨이 선언문 꺼내놓고 쳐다만 보고 있는데 시작해야겠지요. 전 일단 다른 책 한 권만 더, 한 권만 더.. 이러고 있긴 합니다. 껄껄.
 















나는 몇차례 밝혀왔지만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다. 여기서 재미란 단순히 웃게 하는 그런 재미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갖게 되는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을 의미한다. 이런 일도 있네 부터 시작해서 이럴 땐 어떡하라는걸까 까지. 여러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걸 나는 재미있다고 표현한다.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후기를 적어두기를 권한다. 내가 읽고 생각했던 것, 느꼈던 것을 권하라고. 독서 후의 활동, 즉 독후활동이 있어야 비로소 내가 읽은 책이 좀 더 내것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또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기가 어렵다면, 말로라도 전하라고 얘기한다. 너 쓰기가 어려워? 못쓰겠어? 그러면 그냥 말해. 가족들에게 말하거나, 친구들에게 말하거나, 그 책 읽고 울었던 거, 웃었던 거, 빡쳤던 걸 말하는거야. 안나 카레니나가 브론스키랑 사랑에 빠졌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는 느낌, 그걸 그냥 혼자 간직하지 말고, 엄마한테 말해. 그러면 그 감정이 너에게 오래 남아. 나는 늘 그렇게 말해왔고, 그래서 후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을 기억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을 더 오래 가져가기 위해서도 후기를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숱한 블로그에서 음식점이나 메뉴에 대해 감상이나 후기를 올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기도 하지만, 글쓴이 본인에게 아 언젠가 나는 이런 음식을 먹었는데 그 때 이렇게 느꼈었지, 하는 걸 상기시키기도 한다. 어떤 행동을 하고, 그것이 책을 읽는 것이든 운동을 하는 것이든, 혹여 사람을 만나는 것이든, 그 후기를 글로 쓰는 것, 혹은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하는 것은, 그 행동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더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레이디 크레딧을 읽다 보니, 성매매 남성들은 성매매의 후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룸살롱은 어떻다부터 어떤 오피의 어떤 여자가 어떤 서비스를 해주는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일반인 같았다는 후기, 샤워서비스를 해준다는 후기, 애인 서비스를 해준다는 후기. 그런 후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후기가 좋은 여성은 가격이 더 높게 매겨졌다. 그때의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었다. 성매매에서 사고 파는 것이 여성의 성인거야, 몸인거야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후기까지 공유된다? 나는 누누이 후기를 적어야만, 나눠야만 온전히 그것이 내 것이 되고 내게 오래 남는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러니까 이 성매매 남성들은, 성매매 후기를 적어냄으로써 그 성매매의 경험을, 돈 주고 받은 성매매의 서비스를 자기들 것으로 체화하고 있었던 걸까. 오늘 그 여자는 오피스텔에서 나에게 정말 여자친구처럼 해줬어. 20만원 정도의 돈을 주면 아주 서비스가 좋은 여자친구가 잠시나마 되어준다. 그 경험은 그를 어디로 데려갈까? 돈을 주면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면, 굳이 애써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질 필요는 무어람? 음식점의 서비스가 좋다면 우리는 그 음식점을 다시 찾는다. 남자들이 성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샀다면, 그런데 서비스가 좋고 만족스러웠다면, 후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추천할만큼 이었다면, 그 당사자 역시 또 찾고 싶겠지. 그렇게 오늘 찾고 내일 찾고 모레 찾고 성매매가 그에게 쌓여가면, 그가 성매매 장소를 나와 세상을 둘러볼 때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보일까?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 중에는 이미 아내나 애인이 있는 사람도 많다고 했는데, 자신의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불만을 가질 때, 자신의 아내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할 때는, 그럴 때 그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게 될까. 


돈으로 여성(의 성)을 사고 후기를 남긴다니, 나는 그게 그렇게나 기가 차는 것이다. 니네, 지금 뭐하는거야.



남성 구매자는 특정 여성과의 성매매 이후 그 경험의 특성과 만족도를 자신이 지불한 가격과 비교해 후기로 작성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성들의 개성과 인격, 서비스 스타일, 외모는 고유한 가격의 상품성을 갖게 되고, 이 정보를 토대로 다시금 남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취향과 가격에 따라 여성들을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개별 여성에게 '애인 모드에 강하다', '업소필이 안 난다(민간인필이 난다)', '샤워 서비스를 해준다', '성교 시 리액션이 좋다' 같은 세분화된 평가가 내려지고, 정보를 검색하는 이들은 그러한 평가 속에서 새롭게 자신의 성적 욕망, 성적 취향을 모방하고 발명해낸다. 그러면서 특정 서비스 상품이 특정 업종으로까지 분화하기도 한다. 일례로 여성들이 낯설지 않고 조금 더 상냥했으면 좋겠다는 남성의 성적 욕망에 '애인 모드'라는 이름이 붙고 이것이 후기를 통해 반복되며 성구매의 합리적 이유로 정착한 결과 '오피방'과 같은 신종 업소가 등장한 것이다. -p.246



남자들,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해 서로 돕고 사는구나. 정말, 잘 돕고 사시네요. 서로의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하여!! 


저런 후기의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저 사람들은 다 저기를 어떻게 알고 들어갔나 싶다. 내가 가는 곳이라고는 알라딘, 네이버, 트위터.. 정도가 고작인데. 뭐 나야 아날로그에 더 적합한 사람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검색해 성매매를 하고 후기를 공유한다니. 디지털화 돼서 잘들 돕고 사시네요. 대단하세요. 자기들끼리는 만나서도 그런 얘기를 하겠지? 야, 어디 가니까 그 여자가 일반인 같아, 창녀 같지 않아, 그런 얘기. 자기들이 돈 주고 성매매 하고서는 그 여자는 창녀라고 욕하고, 그런 여자 찾아가서는 일반인 같다고 좋아하고... 뭣들 하고 있는거야. 그리고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냐. 그런 놈들이 어느 직장에나 허다하고 높은 직급에도 많이 있으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게 뭐람. 



물론 후기는 성매매 남성만 나누는 건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도 공유한다. 어떤 손님이 얼마나 진상같았는지. 그리고 가격 후려치기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만약 같은 돈을 주고 다른 여성으로부터 더 변태같은 서비스를 받아온 남성이라면, 이 여성에게 와서도 그 돈으로 그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것. 그러니까 돈을 받고 해줘야 하는 서비스의 질이 자꾸 낮아지는 거다. 다른 업소의 언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성매매의 질이 낮아지고 하향평준화 된다는 것. 세상이 지옥같이 돌아가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당연하게도 외모로 후려쳐진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이 더 '초이스' 받기가 쉽고, 그런 여성들이 업소 내 실장들에게도 예쁨을 받고, 돈도 더 잘 벌어 간다는 것. 연속해 초이스를 받지 못하는 아가씨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형 수술을 하거나 다이어트 약을 먹거나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업소 내의 생활이, 이 커다란 바깥 세상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성매매 여성들이 아니어도 성형 수술과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업소 바깥에서도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거 아닌가. 우리는 가수들이 오디션을 보거나 했을 때 '너 노래는 잘하는데 성형을 좀 해야겠다'고 했다는 사례들에 대해 무수히 들어보지 않았던가. 대체, 왜?



우리는 모두 성매매 안에 있다는 신박진영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우리가 사는 곳은 성매매 월드, 우리는 모두 성매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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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4-26 0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것도 후기를 쓴다니… 하긴 성매수 전문가라며 인터뷰를 자청한 사람도 있었으니 (거기보다 조금 더 읽었습니다… 분발요망)

‘여자친구같다’, ‘애인같다’ 도 본인들이 규정한 개념이라는게.. 그걸 또 현실에 투영하겠죠? 이 꺼림직한 악순환이라니…

다락방 2022-04-26 08:59   좋아요 3 | URL
수하 님,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고 분노하게 됩니다. 이런 후기들을 바탕으로 성매매 상품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데요, 거기에는 당연히 성매매 코스도 있습니다. 코스도 종류별로 있고요. 와 저는 정말 ㅠㅠ 이 거대한 성매매 월드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현실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냅시다, 수하 님!!

건수하 2022-04-26 09:11   좋아요 1 | URL
열심히 읽겠습니다! 다음 달 책이 뭐지 하고 어제 다락방님 서재를 뒤지다가… 좌절. 이번달 책은 두껍지만 잘 읽히더군요..

다락방 2022-04-26 09:41   좋아요 2 | URL
이상하죠? 이번달 책 잘 읽히고 그나마 다른 책들에 비해 어렵지도 않은데 왜케 늦게 읽고 있는거죠? ㅋㅋ
그나저도 저도 5월달 도서 너무 두려워서 5월달에는 5월 시작과 동시에 읽어버리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빠샤!!

거리의화가 2022-04-26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가 이렇게 이어지네요. 서로 나누고 공유하기 위한 후기 정보가 어디로 가면 어떻게 하면 성매매를 할 수 있을까라니. 이런 게 버젓이 게시판이나 카페 등을 통해서 널리 퍼지고 퍼지니 성매매 월드는 끝나지 않는걸지도요. 성매매 여성들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끊임없이 가꾸어야만 하는. 미쳐 날뛰어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후...

다락방 2022-04-26 09:40   좋아요 2 | URL
성매매는 현재 불법이잖아요. 그렇다면 누군가 알게 될까봐 쉬쉬 해야 하는게 당연할텐데 어쩌면 이렇게 당당하게 후기까지 공유할까요? 불법이지만 모두들 사실 하고 있다는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요. 이건 도대체 다 무슨 의미일까요. 성형과 다이어트를 강요받는 게 아가씨들 사이에서 성매수 남들에게 선택박기 위해서인데, 그건 그냥 현실 세계의 축소판 같아요. 너무 끔찍하고 징그러워요 ㅠㅠ

singri 2022-04-26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진짜 별일이 다 벌어지고 있었군요 암암리에 그것도 정보입네라며 자판 두두리고 글쓰고 했을 놈(!)들이 깔렸다는것 아닙니까? 진짜 이런 레기들~

다락방 2022-04-26 09:39   좋아요 1 | URL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깊고 넓고 힘있는 세계가 그 안에 있었어요. 그건 그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바깥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휴.. ㅜㅜ

단발머리 2022-04-26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고, 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고, 담에는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함이죠.
아.... 돈을 뺏읍시다, 우리......

다락방 2022-04-26 11:4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단발머리 님. 돈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써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돈을 빼앗아야 합니다. 돈이란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있지 않아도 될 곳에 있어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빼앗아 버립시다! 으르렁-

잠자냥 2022-04-26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후기라니….. 저런 곳 가서 애인모드 찾는 건 또 뭐랍니까? 아이고야

다락방 2022-04-26 13:52   좋아요 1 | URL
자기들끼리 아주 잘 돕고 살더라고요.. 어처구니. 더 나은 성매매를 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들인 것입니다..

난티나무 2022-04-26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젯밤 읽은 부분이라 눈에 쏙쏙 또 들어오네요. 저도 책 읽으면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이유는 뭘까, 내용에 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남자쉐이들 꼴 보기 싫어서, 후기 작성하며 공유하는 그 꼬라지 읽기 싫어서, 너무나 암울해서, 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더랬습니다…..ㅠㅠ

다락방 2022-04-26 13:53   좋아요 1 | URL
국내 작가가 쓴 거라서 쉽게 넘어갈 것 같은데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ㅠㅠ 저 4월 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
이 책 읽으면서 놀라움의 연속이라 당황스러워요. 뭐라고, 이 지경까지.. 몇차례 놀라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거대한 성매매 사회라는 생각이 들고요. ㅠㅠ

난티나무 님, 힘내서 읽읍시다!

아일린 2022-04-26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창피함의 기준이 다 다르니 저런 행동도 서슴없이 할 수 있겠죠. 당당하게 후기를 나누는 자들 참 대단합니다.

다락방 2022-04-26 16:17   좋아요 1 | URL
맞네요, 아일린 님. 창피한 줄 모르고 저러는 걸 보면 창피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서 그런거겠지요. 왜 저게 창피하지 않은걸까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2-04-27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술술 읽히는 책임에 분명합니다만...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이기도 합니다. 숨고르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책이랄까요?
그래서 진도가 더딘 책인 듯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여성과 광기> 책을 읽을 때처럼 좀 안타깝고, 그리고 남자들, 남자들...으으....그러고 있네요. 저두요!!!ㅜㅜ
 















이제 절반쯤 읽었나. 이 책을 읽는 일은 생각보다 더 무섭고 더 답답하고 더 아프다.


보통 돈이 너무 필요해서, 급해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들은 성매매에 뛰어든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불금으로 업주로부터 돈을 받고 거기에 아주 높은 이자를 붙이는 식이다. 매일 일을 해서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너무 고되어 하루라도 일을 빠지면 결근에 대한 벌금을 크게 때리고 지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렇게 이자를 못갚는 게 조금 쌓이면 그 이자는 원금에 추가되어 상환해야 할 금액이 급격하게 커진다. 이 돈은 그러니 갚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사실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을 받고 일을 하면서 그 돈을 메꾸기는 힘들다, 빚에 허덕인다, 정도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김주희는 레이디 크레딧에서 고작 그만큼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빌리는 돈은 업주로부터가 대부분이었지만 사채업자가 끼어들기도 하고, 사채업자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역시나 고금리의 이자를 때려버린다. 그래, 사채업자들도 연관되겠지, 라고 짐작 가능한 부분이지만, 여기에 저축은행이 끼어든다. 저축은행이 이 '아가씨'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그러면 아무런 담보가 없는 그녀들에게 뭘 믿고 돈을 빌려주나? 그녀들의 담보는 바로 그녀들의 몸, 그 자체였다. 그 몸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갚을 것이기에 그 몸은 담보가 되고, 그래서 높은 금리로 은행은 아가씨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혹여나 그 돈을 못 갚으면 그 갚지 못한 대출은 채권이 되어 이제 금융시장을 떠돌게 된다. 어떻게든 갚아야 할 돈이긴 하지만 갚아야 할 대상이 여기에서 저기로 바뀌고 그 금액은 자꾸 불어나는 것.



2011년 J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조직폭력배인 '조 씨'가 여론에 오르내리게 된다. 조 씨는 강남에 룸살롱을 여러개 가지고 있으면서 수십억의 돈을 벌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아가씨 대출'이 크게 한몫을 한거다. 강남에 룸살롱을 하나 차리려면 자본금이 필요하고 룸살롱 업주는 저축은행에 가 창업자본금을 빌리게 된다. 이때 근거가 되는 서류는 아가씨들의 '선불금 서류'. 정식으로는 아가씨들에게 선불금을 지급할것이고 아직 사업 시작 전이라 돈이 없으니 은행이 돈을 빌려다오,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실제 업소 아가씨들이 아닌 다른 숱한 아가씨들을 모아서 명의를 빌려 선불금 서류를 만들고 그걸 근거로 해 큰 돈을 대출 받았던 것이다. 은행의 비리를 수사하던 중 이게 다 드러났던 것. 



이 일을 책에서 언급하면서 김주희는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를 그만두게 하면, 그것이 바로 탈성매매가 될까? 전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사는 이 큰 세상이 이미 성매매월드라는 것이다. 진정한 탈성매매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



매춘 여성들의 선불금 차용증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의 근거, 위험 회피의 수단이 되는 현실은 이 시대 자본축적 방식이 여성들의 매춘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매매 문제를 알선자와 구매자의 문제로만 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문제설정이다. 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가정된 사회의 구성 양식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단편적인 해법만 제시할 뿐 사회적 의미의 '탈성매매'는 이루어질 수 없다. -P.154



성매매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 사회에널리 퍼져 있다. 2012년 성매매 알선과 탈세 혐의로 국내 최대 규모의 유흥주점 업주 형제가 구속기소되면서 이 업소의 규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어제오늘내일', 소위 'YTT'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이 업소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룸살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19층에 객실 169개의 세울스타즈호텔과 지하 1~3층에 룸 180개를 가진 유흥주점을 운영했고, 유흥주점의 연간 매출액만 650억 원, 2년 동안 하루 평균 200~300회, 도합 최소8만 8000회의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한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2012). 이렇게까지 규모가 큰 업소가 존립할 수 있고 심지어 호황을 누린 것은 이 업소를 이용한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남성 손님, 이 지역 공무원, 경찰 간에 카르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르텔 자체가 곧 유흥업소의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P.168~169



이러한 대출 사례로 미루어볼 때 '유흥업소 특화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은 바로 여종업원, 혹은 '여종업원의 수'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출 상품은 '여종업원'을 무엇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인가. -P.170



알탕 카르텔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아도 여성들을 포르노 랜드에 살게 하고 성매매 월드에 살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포르노 랜드이고 성매매 월드이다. 진정한 '탈성매매' 를 이루려면 이 카르텔 자체를 부숴야 하는데.



아직 절반이다. 절반이 남아있다. 남은 절반에 희망이 있을지, 계속 읽어보겠다.


여러분 이 책 읽으세요, 두 번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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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22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몸이 자산이라는 말이 뼈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것이 채권이 되어 내내 떠돈다는 것도, 한번 저당잡히면 내 정보가 내내 굴러다니는 것인데 너무 싫고 화가 나더라구요.
이 책은 정말 읽어야만 하는 책이 맞습니다!

다락방 2022-04-22 10:53   좋아요 4 | URL
저는 여성의 몸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준다는 걸 처음 알게 됐고요 너무 놀랐습니다. 여성들은 사채업자든 은행이든 자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걸 자신과의 신뢰 형성이라 생각하는데 정작 은행을 비롯한 업주나 사채업자, 중개업자등은 그 여성의 몸을 담보로 본 것이라니.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게다가 정말 눈깜짝할 사이 원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버리니 그 돈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갚을 수 있겠어요. 돈 생기면 성매매 일을 그만둘까봐 이자도 높게 받고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아 정말 미친 세상이에요. ㅠㅠ

미미 2022-04-22 1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겉보기엔 아닌것 같지만 이 책에나온 사실들을 보면 이 사회 전체가 남성가족부인것 같아요. 지나친 남성가족부라서 여성가족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가족부 안에서는 성매매가 자연스러울꺼고 포르노가 이상하지 않겠죠. 그것들을 이용해 여성이란 존재를 착취하는것도 당연할테고. 그러니 금융도 사법기관도 이익을 공유하고요. 증언들도 안타깝고
많이들 알아야할 금융성노예아닌가 싶어요ㅠㅠ

다락방 2022-04-22 12:33   좋아요 4 | URL
나라 전체가 여자를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면서 자기들 이익을 채우는 것 같아요. 정작 중간에서 몸 갈려나가고 마음고생도 하는 여성들의 손에는 돈 한 푼 쥐어지지 않는데 말이죠. 아 정말 미치겠어요.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이 아주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 업소에서 하루에 200~300 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니. 진짜 성매매에 미친 나라 같아요. ㅠㅠ

잠자냥 2022-04-22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여성 선불금 서류로 대출이 가능하다니 정말 놀라운 나라네요. 말잇못….

다락방 2022-04-25 07:59   좋아요 1 | URL
저는 성매매 하는 남성이 우리나라 남성의 절반이라는 것에도 기가 찰 노릇이라 생각햇는데(아마 실제로는 더 많겠죠) 온 나라가 하나 되어 성매매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이 책 읽고 들더라고요. 진짜 성매매에 미친 대한민국이에요. ㅠㅠ

그레이스 2022-04-22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제구조, 안전망, 화원주의 ...이런 단어들이 지나갑니다.
그나저나 다락방님 서재에 들어와보니(처음 들어와본 듯요) 서재의 달인 금뱃지 장난 아니네요 ㅎㅎ
독서의 역사도, 알리디너의 역사도, 여성주의 책읽기 역사도...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집니다.

다락방 2022-04-25 08:00   좋아요 1 | URL
굉장히 모순적인 경제구조죠. 몸이 갈려나가는 건 여성들인데 돈은 남성의 손에서 나와 다른 남성의 손으로 들어가고요. 성매매 여성들은 결코 그 돈으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 사고 차 사고 아니, 그게 다 뭐에요, 그 업계 자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구조인데요. 여자를 팔아 돈을 버는 건 남자라는 게 너무나 심란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04-2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너무 놀랍기만 해서 정말...ㅜㅜ
부채가 곧 감옥 같은 세상인 것이었어요.
조직폭력배들의 연루, 저축은행, 러시앤 캐시등등 실제 거론되어지는 은행과 사채업자들의 이야기에 입을 다물 수 없는 정보들을 읽고 나서 머리가 띵~ 하던데, 그리고 또 한편으론 작가님 괜찮으신가? 약간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놀라운 책으로 다가왔거든요.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고,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생각도 바뀌고, 그래서 법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2-04-25 08:01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이 책 안에 가득하더라고요. 저는 아가씨 대출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고 거기에 높은 이자를 때리고 그 이자가 원금이 되고... 그런 세상에서 도대체 성매매 여성들이 어떻게 그 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그 여성들이 있어야 남자들이 돈을 버니 결코 내보내지 않으려고 그런 수작들을 부리는건데. 정말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요 ㅠㅠ

mini74 2022-04-2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라민 은행의 여성 망신주기 아가씨대출 선불금 등 ㅠㅠ 리뷰 써야 하는데 생각만 많아집니다 ㅠㅠ

다락방 2022-04-25 08:02   좋아요 1 | URL
선불금 서류가 대출의 증빙이 되다니, 너무 어이없죠. 저는 정말 기가 차고.. 어차피 이런 세상이라면 저 역시 성매매 월드에서 살고 있는건데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시장은 정말 거대하더라고요. 관련된 자도 엄청나고요. ㅠㅠ
 















저자 김주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 성매매 여성들과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사채업자, 활동가, 기자, 성을 구매하는 사람까지. 성매매 시장이 크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나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들중에도 소위 '아가씨'들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지는 몰랐다. 그들은 일수방 중개, 사채업자 중개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김주희가 인터뷰(면접)하려는 사람들 중에 딱히 성구매자를 넣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가씨 중 한 명인 <미연>을 만나는 자리에 그녀의 '단골손님'이 따라 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과장으로 재직 중인 남성을 만나 성구매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성판매 여성들을 만나는 것에 비해 남성 성구매자들을 만나는 일은 훨씬 손쉽다. '한 수 가르쳐주겠다'며 자신의 성구매 경험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남성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성구매자를 면접할 계획은 없었지만, <미연>을 면접하는 자리에 뒤늦게 합류한 <미연>의 '단골손님'이 자신도 '성매매 전문가'라면서 인터뷰를 적극 자처하여 1시간가량 면접을 진행했다. -p.80~81



나는 이게 진짜 이해가 안된다.

자, 성을 사는 사람이 있고 성을 파는 사람이 있다. 애초에 이 일 자체는 불법이다. 그런데 성을 판매하는 사람, 즉 돈을 받는 사람은 '창녀'라고 손가락질 당하고 어디가서 '나는 돈 받고 몸을 팔아요' 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들이 하는 일은 오히려 다른 여자들을 욕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성을 구매하는 사람, 즉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오히려 위의 사례처럼 나는 단골이라는 등, 전문가라는 등의 말을 한다. 여자들이 몸을 파는 것은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고, 욕먹을 짓이고, 더러운 과거가 되지만 남자들이 성을 사는 것은 '그럴 수 있지'가 되고 비공식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받아들여진다. 어떻게 '나도 성매매 전문가' 라며 인터뷰를 자처하는 뻔뻔함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합법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뻔뻔할까? 왜 그들은 자기들이 여성들의 몸을, 성을 산 당사자이면서, 그러면서 파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욕을 할까? 너무 이상하지 않나?



성시장의 패러마켓은 성의 '남성 문화'에 의존하는 동시에 '남성 문화'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성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이다. -p.79



애초에 성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판매하는 일이 생겨났다. 만약 여성이 자신이 가진 재화가 그저 몸 하나 뿐이라서, 그저 성 뿐이라서 그걸 판다고 했을때,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함이 마땅하다. 저축도 하고 집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분명 몸을 팔고 고생하고 힘이 들지만 돈이 없다. 늘 돈이 없다. 남성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또다른 남성에게로 돌아간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성매매 여성들을 고용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때로는 하루에 열여섯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여성들이지만, 그러나 그녀들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부자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 돈이 필요해 선불금을 받고 일을 시작하지만 매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하루라도 쉬거나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이자는 원금에 더해지고 거기에 또다시 이자가 붙는다. 매일 일을 하지만, 더 일을 하기 위해 일터를 옮겨보기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언제나 갚지 못한 빚이 쌓여간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힘든데 돈이 없다는 것이. 매일 일하는데 빚에 허덕인다는 것이. 그렇다면 그 '매매'에서 발생하는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레이첼 모랜'은 《페이드 포》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자, 계속 읽어보겠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한국 성매매 산업의 경제 규모는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P25

도덕이 성매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빈곤한 매춘부에 대한 남성의 성구매가 ‘구원‘으로서 옹호되었기 때문이다. 호혜적인 방식으로 의미화되는 성구매 행위와 이렇게 지급된 화대는 유구한 시간 동안 성매매 산업을 유지시킨 원동력이었다. - P43

성매매 여성의 자활 지원은 성매매 경제 밖, 즉 합법적 시장경제의 영역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P53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기관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인데(Federici, 2011),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의 연구 이래 최초의 기계인 신체는 성별을 갖고 되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자본축적에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 역시 토지와 함께 수탈되었다.(von Werlhof, 1985). - P59

마카오의 성매매 경제가 아무리 호황이라도 외모가 변한 <다혜>가 돈을 벌긴 어려웠다고 한다. 여성들의 ‘미래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에는 업소의 수익 외에 여성 개인의 외모 또한 포함된다. - P103

캐럴라인 노마(Norma, 2011)는 호주의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업소의 ‘한국화Koreanization‘가 본격화도었다고 분석했다. - P106

한 여성의 부채액은 단순한 족쇄가 아니며 여성을 통해 얻을 미래 수익, 다른 여성들이 진 부채액과의 균형, 차용증의 이전 가능성, 금리, 경제 상황 등과의 관련 속에서 조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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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4-19 1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골에, 전문가에 난리났네요. 어디서 성구매 자랑질이야.... 어구 드런놈.... -_-;;
창녀라는 말처럼 성구매 상습남을 지칭하는 단어도 있으면 좋겠네요. 전문가는 무슨.......

다락방 2022-04-19 13:52   좋아요 5 | URL
저도 이 페이퍼 쓰면서 그런 생각 했어요. 성구매남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세상엔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너무나 많은데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 빡쳐..
성매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성구매남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룩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랑할만한 거라고는 성구매 단골인 것 뿐인게 아닐까. 내세울 게 그거뿐인 너무나 자기 자본 빈약한 사람. 능력도 지향점도 미래도 없는 그런 사람. 아 너무 싫습니다 진짜. 성매매 전문가를 자처해도 아무런 혐오도 당하지 않는 그런 남자라뇨, 그런 세상이라뇨. ㅜㅜ

공쟝쟝 2022-04-19 15:12   좋아요 4 | URL
레이디 크레딧에 한국 문학과 영화에 성매수남이 성판매여성의 구원자로 등장하며 ‘순수한 남성’주체를 확인시켜주는 여성타자로 등장하는 클리셰 지적함 ㅋㅋ 어쩐지 대 작가들의 한국 문학 한국 영화 ㅋㅋㅋ 정이 안가더라 ㅋㅋㅋㅋ (대표작품 임권택 - 노는 계집 창 ㅋㅋㅋ 아놬ㅋㅋㅋ 영화제목잌ㅋㅋㅋㅋㅋ) -43페이지 각주 ㅋㅋ
나 대환장좀 여기서 하고 갈게요 ㅋㅋㅋ 훠이 ㅎㅎㅎ

다락방 2022-04-20 11:54   좋아요 1 | URL
창녀라고 욕하는 것도 남자고 그런 창녀를 구원해주는 것도 남자. 아주 창녀 없었으면 문학이나 영화나, 예술계 어떻게 됐을까 몰라요. 창녀를 죽이고 살리는 걸 다 지들이 해. 어휴.. 꼴보기 싫은 남자들. -.-

저 노는계집 창 친구들이랑 영화관에서 봤는데 내용 기억은 하나도 안나네요 대학생 때 본 것 같은데. 하긴 너무나 오래되긴 했지...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20 18:12   좋아요 1 | URL
최근에 다시 읽은 <죄와 벌>에서는 창녀가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해주죠. 이게 어릴 땐 그려려니 했는데 다 커서 읽으니까 그것도 뭔가 걸리적거리더라고요. 남작가들은 이러니 저러니 다 창녀에 대한 환상이 있는가 싶고…

다락방 2022-04-20 18: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잠자냥 님. 창녀의 구원서사는 그녀가 ‘비록’ 창녀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 순수한 영혼!! 을 부르짖으면서, 어쨌든 보통의 인간 보다는 순수와 타락의 어느 쪽에 놓이는 판타지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징그러워요.

책읽는나무 2022-04-19 1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일찍 한글을 깨쳐 쉼없이 책을 읽어온 덕분에 뭐랄까요?
책을 진짜 제대로 읽는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제대로 된 해석을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합니다.
같은 책이어도 다른 감상이 있을 순 있지만, 제대로 된 해석도 필요할 때가 있을텐데, 그때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면, 다락방님의 감상이 때론 정확한 포인트가 되는 느낌입니다.
인용문을 며칠 전 저도 똑같이 읽었는데 성구매자도 인터뷰를 하는구나? 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다락방님은 이상하다고, 정확하게 짚어 주시니...갑자기 응?? 그러네요? 이런 느낌입니다ㅋㅋㅋ
전 오로지 눈처럼 불어난 사채 이잣돈에만 꽂혀 한숨 쉬다가 책을 덮었어요.
그것으로 돈을 버는 종사자들의 목록표를 보고 이런 뻔뻔한 세상이 있었단 것인가??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일까? 며칠 상념에 빠졌었네요. 분명 같은 돈인데....????
성매매로 계속 돈을 버는 사람과 계속 돈을 갚아 나가야 하는 사람들, 갚으면 갚을 수록 빚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ㅜㅜ

다락방 2022-04-20 11:53   좋아요 1 | URL
분명 몸을 파는 것, 쉼없이 일을 하는 건 여자인데 돈은 그 여자에게 가질 않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어요. 남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남자에게로 들어가는 일이요. 고생은 그 사이의 여자가 하고, 욕도 여자가 다 먹고.

제대로 읽는다니요, 책나무 님. 저 역시나 제 입장에서 제 기준으로 읽는것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말씀은 너무나 감사합니다! 후훗.

우리 열심히 읽어봅시다. 같은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상을 보는 일은 참 즐겁잖아요. 이 달안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유롭긴 한데, 이렇게 여유 부리다가 또 막판에 막 달리는 거 아닌지 몰라요. 책나무 님, 화이팅!!

2022-04-19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0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 전쟁] Boys Will Be Boys















몇해전에 (아마도) 시사인을 통해 사채업자들의 기사를 읽게 됐다. 사채업자들은 주로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여성들이 더 잘 갚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에게 네 남편에게 알리겠다, 네 가족에게 알리겠다, 네 자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 라고 협박하면 여성들은 어떻게든 기어코 돈을 갚으려고 한다는 것. 경제적으로 취약했던 여성들이 사채를 한 번 빌리고 나면 지옥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김주희'의《레이디 크레딧》을 어젯밤 자기 전에 읽기 시작했다. 자려고 누웠다가 하도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불을 켜고 책을 들었다. 추천의 말들을 거쳐 서문인 <책을 펴내며> 부분을 읽는데, 나는 아주 오래전에 《지식e》시리즈를 읽고 알게된 '그라민 은행'을 뜻밖에 만나게 된다.


'빈민들에게 적게라도 돈이 주어진다면 이들이 그 돈으로 사업을 해서 가난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글라뎃의 그라민은행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 대출) 정책의 모토와 성과는 이렇게 알려져 있었다.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빈곤퇴치에 앞장선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98%라는 비현실적인 대출 회수율은 소액 대출의 주된 수해자였던 가난한 농촌 여성들의 성실과 도덕성 덕분이라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태생의 인류학자 라미아 카림Lamia Karim은 '수치의 경제economy of shame'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농촌에서 이루어진 소액 대출 사업이 성공을 거둔 비밀을 드러냈다.

그라민은행의 대출은 주로 남편이 아니라 아내에게 제공되는데, 연체가 발생하면 이들 여성에게 망신을 주는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카림은 관습상 집안의 여자를 모욕하는 것이 곧 남자를 모욕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방글라데시 농촌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여자 망신 주기'의 다양한 방식을 포착하고 이를 고발했다.정작 대출금을 사용하는 이들은 집안의 남성들일지라도, 여성에게 대출을 해주면 가족과 연체자 여성은 망신을 피하고자 집안의 물건을 팔거나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와 대출금을 상환했다.(Karim, 2015[2011:157-171). 그라민은행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젠더화된 수치심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이 은행의 성공을 보장한 여성들의 성실성과 도덕성은 사실 이들에게 부과된 성별 규범성 그 자체이며, 그라민 은행은 의도치 않았을지라도 이를 통해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복무했다. -p.10-11



앗, 그라민 은행이라면 나 역시도 지식e를 통해 알고 너무 놀랐던, 선한 은행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근데 원금 회수를 위해 저런 방법을 썼단 말인가. 가난한 자들에게 소액을 빌려주는게 좋은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고 또한 그 은행으로 인해 빈곤에서 탈출하는 사례도 역시 많았음은 사실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젠더화된 수치심이 존재했다니.


지식e <최고의 자격>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시청하기



그라민 은행에 대한 지식이 채널은 위의 링크 ↑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레이디 크레딧의 이 서문을 읽으면서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의 인신매매와 성매매 부분이 떠올랐다. 















가난한 나라, 미래에 대한 가망이 없어 다른 나라에 가 직업을 구하길 시도하다 인신매매되는 여성들, 그리고 그 여성들의 여권을 빼앗고 강간을 한 뒤 무력하게 만들어 성매매에 내놓는 사람들. 우리가 익히 행복한 나라로 알고 있는 덴마크에서도 그런 일은 벌어졌다.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온 유엔평화유지군은 현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왔지만 인신매매된 여성들의 성을 착취한다. 우리는 인신매매되었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피해자들이 말하지만 그들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게 싫다고 외면한다.


모니카가 이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손님 상당수가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과 경찰관이었어요.  현지 사람을 도와주러 파견 온 사람들요.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죠,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요."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 후 유엔은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명목상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법과 질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인신매매범들과 그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해줄 것이다.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204


어린 나이에 끌려와 성매매에 내몰렸음을 알고 있어도 그들은 성착취를 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있는 곳이면, 인신매매범들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오늘날 유엔의 가장 큰 수치인데도 책임자들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감고 말아요."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206


물론 유엔 평화유지군이란 타이틀이 반드시 그들의 도덕적 순결함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윤리적으로 언제나 바른 길을 간다는 것을 보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맡은바 일에 다름아니며, 그러니 나는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 는 것이 그들의 내면에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진 직업이 그것이므로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 하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이 가진 편견일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인신매매는, 미성년자 성매매는,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가진 타이틀이 무엇이든 간에 해서는 안될 일 아닌가.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곳에 가 고통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질서와 평화를 돕는 사람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들은 그 뒤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걸까.



"나를 요청하는 손님 누구나와 섹스를 해야 했어요. 하룻밤에 최소한 세 번 이상이었고, 어느 날은 일고 여덟 명까지도 됐죠. 대부분 미국인이었어요. 그들은 재미를 보고 싶어했고, 얼마나 무례하게 구는지, 그 행태를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들은 늘 만취해서 큰소리로 여자애들을 조롱하고, 우리를 그냥 쓰레기처럼 대했어요. 그런 행동들을 못하게 막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나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한 소녀들에게 옳지 않아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나토의 평화정착유지군Stabilisation Force(SFOR), 유엔 국제치안임무군the International Police Task Force(IPTE)-1990년대 후반 보스니아의 국가 재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만든 치안경찰-소속이었다고 한다.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는 임무를 띤 이들은, 도망가게 도와달라는 모니카의 요청을 모두 외면했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왜냐면 이런 종류의 술집에 가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서 곤란하다고 했어요. 만약 나를 돕는다면 자신들이 해고될 거라고요. 나는 혼자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경찰서에서 모니카는 IPTE 소속 경찰 네 명과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네 명을 성매수자로 지목했다. 그녀는 법정에 가서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고향에 보내졌기 때문이에요. 영문을 모르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납득이 안 가요. 나는 집에 가려고 서두르지 않았거든요. 처음부터 나는 다른 피해자들이 또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몹시 화가 나요. 나는 정의가 있다고 믿어왔지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반드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숨기기에 급급할 뿐이에요."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p.207-208



정의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레이디 크레딧》의 서문만 읽었는데도 이렇게나 한숨을 쉬게 되는데 뒤에 마주치게 될 내용들은 어떤 것일까. 무겁게 읽어나가야겠다. 무겁게.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다시 읽어야겠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이 소설에 담겨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빚을 떠안았던 여자, 쫓아다니는 사채업자들, 성매매에 몰리게 된 일, 결국 살아남기 위해 다른 여자가 되기로 했던 일.
















자, 저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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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4-08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화를 빙자한 성 착취... 서문만으로도 한숨이 나오네요ㅜㅜ 저도 이따 시작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4-08 09:33   좋아요 1 | URL
네네, 거리의화가 님. 이번 한 달도 힘차게 읽고 쓰도록 합시다!!

잠자냥 2022-04-08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라민 은행 충격적이네요. 저도 그냥 선한 방식으로 가난을 구제해준 은행인줄 알고 있었더니…. 휴 모든 일에는 언제나 이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04-08 10:01   좋아요 2 | URL
저도 지식 e 읽으면서 그라민 은행의 존재를 알고 너무 좋았거든요. 세상은 역시 아름답다고,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흥분했었는데 이런 이면이 있었네요. 씁쓸합니다...

미미 2022-04-0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최근 우리나라의 방송에 출연했었는데요. 한국의 젠더문제 질문을 받자(질문자는 꽤 구체적인편)많이 달라졌다고만(심플하게)말하고 넘어가는 모습에 두번정도 그의 책을 정독했던 저는 크게 실망했어요. 편집과정의 누락이 좀 있었을수는 있겠지만 이른바 ‘정의‘의 문제를 파고드는 학자조차 여성문제만큼은 이렇게 분명한 한계를 보이는구나 싶더라구요. 제가 볼땐 가장 근본적인 착취고 최초의 노예고. 이렇게 시작한 문제가 지금의 많은 부정의의 근간인데 말이예요.

유엔 평화유지군 충격입니다.ㅠㅠ

다락방 2022-04-08 11:10   좋아요 2 | URL
저도 정의란 무엇인가 꽤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마이클 샌델이.. 그랬군요. 흐음. 몰라서라기 보다 괜히 발언했다 이슈가 되고 싶지 않아서 피한걸 수도 있겠어요. 미미님의 마이클 샌델 얘기 들으니 재래드 다이아몬드 인터뷰 생각나네요. 이 인터뷰 읽어보셨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 링크 놓을게요. 저는 이 인터뷰 읽고 <총,균,쇠> 를 샀답니다.

https://news.v.daum.net/v/20210407030051188

유엔 평화유지군 뿐만 아니라, 타이틀이나 인상 같은 것은 도대체 어떤 말을 해주는가 싶어요. 누구보다 약자 편을 든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결국 뒤로는 여성폭력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지긋지긋하네요 진짜. ㅜㅜ

미미 2022-04-08 11:25   좋아요 0 | URL
저도 재래드 다이아몬드 교수 저말 몇번 페이퍼에서 인용했을정도로 공감해요~^^♡ 왜 유발하라리도, 다이아몬드 교수도 최재천교수도 말하는데 마이클 샌델 교수는 말 못하는지 이런 지식인들 역할이 중요한거같아요ㅜㅜ읽다 말았는데 <여자전쟁> 사야겠어요.

다락방 2022-04-08 11:49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남성들이 남성들에 의한 지지나 공감을 얻고 싶어하는것 같아요. 발언을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만, 어쨌든 샌델이 말했다고 해도 사실 큰 위험이나 위협은 없었을텐데요. 샌델이니까요. 여자들이야 일자리도 짤리고 뉴스에도 나고 그러겠지만, 뭐 백인 남자가 무슨 해를 입겠습니까. 근데 그냥 음, 뭐, 자기가 넘어가겠다는데야 별 수 있나요. 흠흠. 미미님과 제가 열심히 말합시다!

등롱 2022-04-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차! 그러게요 다시 화차를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화차 리뷰를 이것저것 봤었는데 젠더 관점에서 본 리뷰는 거의 보지 못하고 대부분 다 다른 신분을 쓴 이중성에 대해서만 본 것 같아요, 레이디 크레딧 아직 시작 못했는데… 주말에 스타트하렵니다~~!!

다락방 2022-04-08 11:47   좋아요 2 | URL
저 화차도 아까 다시 구매했어요. 다시 읽어보려고요. 이번에 읽어보면 저도 오래전과는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당시에 그렇게 읽지 않았었는데 오늘 딱 화차가 생각나더라고요.
주말 스타트, 화이팅입니다, 등롱 님!!

책읽는나무 2022-04-08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래전에 화차 구매해놓곤 빛에 바래져 중고책 만들어 놓았는데도 여적 안읽었는데...화차도 읽어봐야 겠군요?
이번 달, 이 책도 가슴 아플 것 같은 책이에요!!!

다락방 2022-04-25 08:21   좋아요 1 | URL
저 화차 샀어요! 4월 안에 레이디 크레딧 다 읽고 화차까지 읽는게 제 계획이었는데 일단 레이디 크레딧으로 다 읽는걸로 급하게 목표를 수정해야겠어요. 아놔. 벌써 4/25 네요 ㅠㅠ 화차는 언제 읽죠? 이렇게 미루면 한참 걸려도 못읽는 채로 쌓이게 될텐데.. ㅠㅠ

독서괭 2022-04-08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넘 충격적이네요.. 여자전쟁도 읽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레이디크레딧은 어떨지.. 마음 단디 먹고 시작해야겠습니다. 책 오기 전에 주말에 여성괴물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화차> 이야기 예전에 김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프로파일에서 들어서 대략 줄거리는 아는데 현실이라 생각하면 더 끔찍하네요 ㅠ

다락방 2022-04-25 09:03   좋아요 0 | URL
4/25 인데 저 아직 레이디 크레딧 못끝냈네요. 아니 어째서 매달 이렇게 말일까지 허덕이며 읽는 것일까요? 이러지말자고 새로운 달에 늘 새롭게 결심해도 또 이모양이네요.. 진짜 다음달부터는 이러지 말아야겠어요.

이 책에는 제 생각보다 충격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지만, 그건 제가 그만큼이나 여기에 대해 몰랐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자, 힘냅시다 독서괭 님. 제대로 알고 제대로 분노하는 게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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