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자신의 글에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서의 인물은 독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인물을 만들어낸 것은 그 글을 쓴 작가이다. 샬롯 브론테의 《교수》를 읽으면서 샬롯 브론테가 여성이면서 굳이 남성인 화자를 만들어낸 이유는 뭘까, 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읽다보니 이 남자인 '윌리엄 크림즈워스'는 여느 남성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질에 굴복하지 않고 꼿꼿함을 유지하려고 하며 여성을 트로피 취급하지도 않는 남자였다. 네가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나는 너처럼 이중적인 여성은 싫어, 네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너같은 폭군 밑에서 자존심을 구기며 일하지 않을거야. 윌리엄의 꼿꼿함은 그런 식으로 드러나는데, 나는 읽다가 '샐리 쏜'의 《헤이팅 게임》속 인물 '조슈아' 생각이 났다. 내가 그 로맨스 소설을 읽고 조슈아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은, 그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만들어내는 강한 남자였는데, 게다가 일도 성실히 하고, 여자를 성적대상화 한다거나 유희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진지한 관계를 고려하는 남자였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나는 어김없이 알고 있었다. 그 조슈아는 실존하는 조슈아가 아니고, 눈돌리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남성 캐릭터가 아니고, 그 조슈아는 여성 작가인 샐리 쏜이 '만들어낸' 캐릭터라는 것을.


샬롯 브론테의 윌리엄 크림즈워스는 그런 캐릭터였다. 여성 독자인 내가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불쾌한 지점을 가지지 않은 캐릭터. 폭력적이지도 않으며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려고 하는 캐릭터. 확실히 불쾌하지 않은 남자 캐릭터는 여성 작가가 만들어낼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그게 가능한 이유는 여성이 바라는 남성상을 그 안에 녹여내기 때문이 아닌가.


내가 윌리엄 크림즈워스의 '불편하지 않은 남성'에 대해 생각했다면, 그것을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는 '양성적' 이라고 표현했다.



크림즈워스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이 어느 정도 양성적이었기 때문에 사회 부적응자로 인생의 첫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p.580



윌리엄이 양성적 캐릭터라는 것은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만 했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교수를 다 읽고 뒤의 작품해설을 읽을 때, 옮긴이 '배미영'의 해설에서도 언급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윌리엄과 프랜시스라는 두 명의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사실 이 둘은 한 인물의 두 가지 특성을 분리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윌리엄은 남자 몸을 한 프랜시스이고 프랜시스는 여자 몸을 한 윌리엄이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윌리엄의 심리는 프랜시스의 심리와 흡사하고, 프랜시스가 간혹 드러내는 불 같은 열정은 윌리엄을 떠올리게 한다. 윌리엄은 프랜시스를 통해 자신의 성(性) 아래 억눌려 있는 여성적 정서를 표출하고, 프랜시스는 억압된 남성적 야심을 윌리엄을 통해 표출한다. 윌리엄프랜시스가 훨씬 상식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에밀리 브론테의『워더링 하이츠』(1847)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마치 둘로 나누어진 한 몸처럼 독자에게 각인되는 정황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첫 소설에서 남녀 각각 둘로 분리되어 재현된 인물들은 작가의 마지막 발표작인 『빌레트』에서 하나의 여성 인물 루시 스노로 구현된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355 (작품해설 中)



작가가 만들어낸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된다. 오래 전에 읽은 《제인 에어》의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젊은 시절 내가 제인 에어를 읽고 느꼈던 것은 '사랑에 대해 당당하게 대처하는 로체스터' 였다.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든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지점이 내게는 아주 놀라웠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진 않을까 뒤로 물러설 상황에서, 로체스터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라고 했던 거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읽게 된다면 내가 새로이 받아들이게 될 것 같고, 이 부분에서 여성의 돌봄노동을 기대하는 지점에 대해 비판할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시 교수로 돌아오면,



샬롯 브론테가 만들어낸 여성주인공 '프랜시스 앙리'는 고아이며 가진 돈도 없고 브뤼셀에 거주하는 반은 스위스인 반은 영국인인 여성이다.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그녀의 위치는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하고, 그 학교의 교장은 그녀를 멸시한다. 게다가 그런 보잘것 없는 여성에게 윌리엄이 관심을 갖자, 교장은 프랜시스를 내쫓기까지 한다. 교수, 샬롯 브론테의 이 작품에서 가장 뿌듯하고 놀라운 지점은 프랜시스 캐릭터의 웅변이 가져다주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밝히고, 요구한다. 그것이 계속 '선생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녀는 결혼 후에도 그 호칭을 고집한다- 남성에 대해서도 발현되는데, 남성이며 나이도 더 많고 돈도 더 많이 버는 남성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도 샬롯 브론테가 만들어낸 여성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를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래서 앞으로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고 있다.


「글쎄요, 선생님, 별거 아니에요. 스위스에서 저는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별건 아니었고, 배우기는 했지만 너무 적었고, 보긴 했지만 거의 보지 못했어요. 그곳에서의 제 삶은 고리처럼 닫혀 있었어요. 저는 매일같이 같은 길을 걸어 다녔고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가난하고 재주가 없었으니까 죽을 때까지 거기 그대로 있었다 해도 저는 결코 그걸 넓힐 수가 없었을 거예요. 배운 것도 별로 없었어요. 이런 되풀이되는 생활에 완전히 지쳐 버렸을 때 고모에게 브뤼셀로 가자고 애원했죠. 부자도 아니고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저의 생활 범위는 전혀 넓지 않아요. 저는여전히 좁은 곳을 돌아다니지만 풍경이 바뀌었어요. 영국으로 가면 한 번 더 바뀔 거예요. 저는 제네바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요. 이제는 브뤼셀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도 아는 게 있죠. 런던으로 가게 되면 런던의 중간 계급에 대해서 알게 될 거예요.」 - 《교수》, 샬롯 브론테, P191



윌리엄이 그녀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살아가는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결혼 후에도 자신이 계속 가르치는 일을 할거라고 말한다. 너는 나를 막을 수 없다! 또한,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이 굽히고 들어가지 않을 것임을, 만약 그것이 부조리하다면 그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까지도 잘 새기고 있다.


「선생님, 어떤 여자가 자기와 결혼한 남자에 대해 진정으로 지긋지긋함을 느낀다면 결혼생활은 노예 생활이 될 게 분명해요. 올바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노예 생활에 저항할 것이고 저항한 대가로 고통을 받는다 해도 그 고통에 맞서야 해요.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 죽음의 문을 통과해야나온다 해도 그 문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자유 없이 살 수는없으니까요. 선생님, 저는 그럴 경우 제 힘이 허용하는 한 저항할 거예요. 힘이 다 빠지면 저는 분명 피신하겠죠. 죽음은분명 악법과 악법의 결과에서 저를 보호해 줄 거예요.」 -《교수》, 샬롯 브론테, P334



결혼 생활이 길어지고 아이가 생기고 남편의 월급은 높은데 자신은 여전히 남편의 절반도 안되는 돈을 버는 것이 너무나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그녀는, 남편에게 '우리가 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남편은 그녀의 제안에 응하고 그들은 학교를 만들어 잘 운영해서 학교의 이름도 드높아지고 그들의 경제적 형편도 여유로워진다. 샬롯 브론테의 책을 읽으면서 작가 소개를 보다보면, 그녀가 다른 자매들과 함께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샬롯 브론테는 이렇게 소설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낸다. 헤밍웨이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까페에서 우연히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난 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혹은 다른 글에라도 그녀를 등장시키고 싶었지만 -p.13' 이라고 밝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에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의 사람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이상 자체를 실현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샬롯 브론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행동을 자신의 책, 교수를 통해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내용이 어떠하든 이미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행동이 있다면, 그것을 하라. 그렇지만,



다른 분들이 제인 에어를 통해 샬롯 브론테의 그 시대상황의 편견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밖에 없었던 점들을 지적했던 것처럼, 나 역시 교수를 읽으면서 아쉬운 지점들이 있었다. 이야기 속에 여성혐오자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여성 혐오를 하는 사람이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범죄가, 살인이, 마술사가, 공룡이, 아동학대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고 가해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러나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를 통해서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교수를 읽으면서 나는 샬롯 브론테가 인종차별을 하고 있음을, 장애인 비하를 하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반트(벨기에를 달리 이르는 이름:역주) 젊은이들의 특성을 알아내는 데는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을 학생들의 능력에 적용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의 요령이 필요했다. 그들은대개 지적으로는 저능했고 동물적인 면은 강했다. 따라서 그들의 본성 속에는 무능함과 어떤 둔중한 힘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들은 멍청했지만 묘하게 고집이 셌고 납처럼 무거웠으며 납처럼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이런 형편이었기 때문에 주로 정신적인 노력을 요하는 식으로 그들을 시험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기억력이 나쁘고 지적으로 우둔하며 사색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그들은 꼼꼼히 공부해야하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반발하며움츠러들었다. 그들이 혐오스러워하는 노고를 선생이 분별없이 마구 이끌어 내려고 하면, 학생들은 돼지만큼이나 단호하고 시끄럽고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학생들은 혼자서는 용감하지 못했지만 en masse (떼 지어) 행동할 때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88



나라고 결백한 인간이 아니고 나에게도 역시 인종차별적인 감성과 수많은 '나와는 다른' 어떤 것들에 대한 혐오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깥으로 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벨기에 사람에 대한 윌리엄의 저 생각이 윌리엄의 것인지 샬롯 브론테의 것인지 고민해야 했지만, 제인 에어에서의 버사 부인을 생각해보면, 저 부분에서의 샬롯 브론테는 그것이 인종차별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저 써낸 것인것 같다. 작품 해설을 보노라면 저 문구 자체가 당시 상황의 인종차별이나 혐오를 비판하기 위해서 나온 것일 수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딱히 그렇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나를 불편하게 한 지점은 또 있다. 예쁘지도 않은 프랜시스 앙리 양을 사랑하면서 윌리엄은 그러나 자신이 그녀를 사랑함에 있어서 그녀의 내적인 면만에 끌렸던 것은 아니다, 내가 그녀에게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은 그녀의 육체도 원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을 하는거다. (지금 책이 없고 그 내용은 사진을 안찍어놨네 제기랄...)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녀가 어떤 모습이었어도 자신은 그녀를 사랑했겠지만, 그러나 자신이 가르치는 학급의 기형아 같은 그 여자아이였다면 열정이 생기지 못했을 거다, 라고 말하는 거다. 프랜시스에게 욕망을 얘기하기 위해서 굳이 '기형아 제자'를 가져와야 했을까? 내가 결혼할 상대가 신체가 건강하길 바라는 것은 물론 잘못이 아니다. '만약 그녀에게 장애가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누구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학급의 기형아 아이를 콕 찝어 '그 아이처럼 기형아라면 욕망 안생겨' 는 내게 좀 아쉬운 지점이었다. 샬롯 브론테가 당당하게 살게 만들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서 남자와 똑같은 것들을 누리게 해주고자 했던 대상은, 그렇다면, 가난하고 배움이 짧을 지언정 '백인 비장애인 여성'이었던건가 싶어지는 거다. 


물론, 나는 소설속 인물들이 완벽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인간 자체가 완벽하지 못한데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그녀가 경험한 세상이 그녀에게 자연스레 편견을 갖게 했을 것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나 특별한 '악의 없이' 썼다고 해서 그것이 괜찮은 게 되는건 아니지 않나. 나는 항상 '무지는 죄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이 편견은, 교수의 작품해설에서 마찬가지로 언급된다.



작가에게는 편견도 많아 보인다. 그가 저지대, 브라반트, 혹은 플랑드르라며 다소 비하하고 있는 지금의 남프랑스와 벨기에 연안은, 사실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할 무렵까지만해도 영국령이었으며, 영국의 입장에서는 대륙으로의 교두보나 다름없는 중대한 지역이었다. 그 지역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경멸감, 가톨릭 교회의 타락상, 물질주의에 대한 혐오는 그 깊이가 매우 깊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에 만연하던 물질주의와 종교의 타락상에 대한 맹렬한 비판으로 해석해야할 것이다. 아일랜드이민 2세로서, 가난한 목사의 딸이었고 외국 경험을 많이 한 작가는 분명 천성적으로 경험적으로 독특한 이력의 작가임에는 분명한데, 그런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데 그의 탁월함이 있다. 목사의 딸임에도 신화와 전래 민담 등을 풍부하게 언급하고, 비교적개방적인 종교관을 보여 주고 있으며, 계급 의식에 있어 유연하고(거의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아주 실질적인 경제관을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을 읽는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할 대목들이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359 (작품해설 中)



교수를 읽으면서 이런 내용은 대체 뭘 뜻하는 걸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걸까, 했던 부분들이 있다. 끝에 말해주겠지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던 것들. 윌리엄의 우울증이 그랬다. 그가 혹독하게 우울증을 앓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그 뒤에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한 복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나오진 않았다. 어쩌면 그들의 아들 '빅터'의 어떤 성향에 대한 암시인걸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할 뿐. 그리고 광견병에 걸린 자신의 개를 쏘아죽이는 장면도 그랫다. 그 개를 윌리엄이 쏘아 죽이고 그 장면을 어린 아들이 보고 흐느끼는 장면, 아버지가 잔인하다고 원망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이야기속에 들어갔다면 그것은 필히 무언가 말하고자 함일텐데, 그건 뭘까 싶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언급된다.



헌스든과 이름이 같은 빅터의 맹견 요크가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렸을 때 크림즈워스는 지체 없이 아들의 반려견을 쏘아 죽인다. 이에 격노한 빅터는 '치료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25장] 그 사건은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보다는 브론테의 상징성을 명로하게 밝히는 역할을 한다. 크림즈워스는 개를 죽이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개가 나타내는 것을 죽이고 싶어한다. 이제 완전한 가부장이자 교수가 된 그는 요크 헌스든과 개 요크를 그의 삶에 있어서 병들고 광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다. -p.593~594



정말 그런가? 가부장제에 반항하는 것들을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크림즈워스에게 발현된 것인가? 

아무튼 교수를 읽고나서 읽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엄청 재미있다.



교수도 재미있었다. 고아로 자란 윌리엄의 세속적인 외삼촌들의 지원에 안녕을 고하고 형의 밑에서 일하고자 하지만 자신에게 일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형이 너무 폭군이라 형과도 세이 굿바이 하고, 헌스던의 추천대로 벨기에로 슝 날아가서 학교의 교사가 되고, 그 과정에서 프랜시스를 만나 사랑하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이루고 아이도 낳고 뭐 그러는데, 나는 이 이야기속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윌리엄이 벨기에로 날아가 낯선 곳에서 눈뜨고 그곳을 한껏 즐기는 장면이었다. 너무 씐났다. 그래, 바로 그런거지, 그러취!! 그리고 브뤼셀에서 행방을 모르겠는 프랜시스를 한달동안 찾아다니는 장면. 크- 당연히 그녀를 찾아야 이야기가 진행되니 찾을것이라는 건 짐작가능하지만, 그래도 쫄깃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윌리엄은 브리쉘에 처음 가고나서 자신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에, 새로운 곳이라는 사실에 흥분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얘기한다.


독자여, 당신은 벨기에에 가본 적이 없을 것 같은데? 아마 그 나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것이다. - P73



허라. 이 건방진 녀석을 보았나. 잘난척 하지 마라, 내가 다녀왔다 벨기에!!! 볼래?








아, 저 부분 읽을 때 어찌나 짜릿하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다녀왔다, 나는 안다! 어디 건방지게 못가봤을 거라고 깝치는거야? 나 다녀왔다니까? 기차역의 찌린내도 기억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뜨거운 햇살 아래 썬글라스 끼고 홍합 먹었던 것도 기억한다, 이 밥통아!!!



그리고 덧붙여, 샬롯 브론테 언니 유치함을 좀 언급해주자. 


나는 그녀를 내 가슴에 좀 더 가까이 당겼다.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이제 우리 사이에 이루어진 서약을 그 입맞춤으로 봉인했다. - 《교수》, 샬롯 브론테, P295


그래, 여기까지는 알겠다. 입맞춤으로 봉인.. 알겠어. 사실 청혼할 때 그전까지 한 번도 스킨십 안해봤으면서 갑자기 그녀를 확 끌어당겨 무릎에 앉히는 거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남자들은 여자의 사이즈가 작기를 원하는가? 나같은 여자 무릎에 앉혔다가 뼈 아작날까봐?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말하면 되지 무릎에 앉히긴 왜 앉힌담? 아무튼 무릎에 앉혀가지고 저렇게 입술에 입을 맞췄단 말야? 그런데, 다음 부분을 보자.



정말 맞는 말을 하는군. 마침내 내가 말했다. 당신 뜻대로 해요, 그게 최선의 길이니까. 자, 이렇게 즉석에서 동의를했으니 그 보답으로 자발적으로 입 맞추어 주어요.」그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 맞추는 솜씨에는 초보자인 사람이 당연히 그런 것처럼, 내 이마에 아주 수줍고 부드럽게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나는 그 작은 선물을 빌린 것으로 치고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다. -《교수》, 샬롯 브론테, P297


아 미치겠다. 오글거림이 하늘까지 뻗어오른다.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마에 입술 댄 것에 후한 이자를 붙여 재빨리 되갚았으면, 어디에 뭘 어떻게 한건데요? 내 생각엔 아무리 해봤자 후한 이자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만하자, 이런 얘기... 


아니, 그리고 그녀는 야생 딸기래. 나는 맨날 남동생에게 나는 밤에 피는 장미라고 하는데, 야생 딸기.. 신선하다.


「그러면 당신은 물론 그녀와 결혼할 거고? 아니라고 하지말게.」「결혼요! 운명의 여신께서 우리에게 10주만 더 허락해 주신다면 그럴 생각입니다. 그녀는 내게 자그마한 야생 딸기죠, 헌스던, 그 달콤한 맛이 당신의 온실 속 포도에서 내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어요.」 - 《교수》, 샬롯 브론테, P304



나도 앞으로 혹여라도 연애하게 된다면 딸기라고 애칭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를 나의 미래의 연인아, 너는 이제 나의 야생 딸기야. 찡긋~



그럼 이만.




나는 현실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봐왔던 그대로 내 주인공도 평생을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자기가 번 것이 아니면 한 푼도 가져서는 안 되고, 갑작스런 반전으로 일순간에 부와 높은 지위로 상승해서도 안 된다고 마음속에 새겼다. 내 주인공은 아무리 조그만 수입을 얻게 되더라도 제이마의 땀으로 그것을 사야 하고, 그늘진 정자에서 쉴 만한곳을 찾기까지 그는 반드시 <고난의 언덕길>의 오르막을 최소한 반은 올라야만 하며, 그전에는 아름다운 여성이나 지위높은 귀부인과 결혼조차 할 수 없다고 나는 다짐했다. 내 주인공은 아담의 아들로서 아담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며 일평생 기쁨이 섞인 절제된 물을 마셔야만 하는 것이다. - P5

그 다음날 아침 나는 길고 깊은 휴식에서 깨어나 아직도X시에 있다고 생각하고는 낮이 환하게 밝은 것을 알아차리고 늦잠을 자서 회계 사무소에 지각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났다. 일시적이고 고통스런 억압의 기억이 되살아났으나 환희를 띠는 자유에의 의식 앞에서 사라져 버렸고, 침대의 하얀 커튼을 젖혀 넓고 천장이 높은 이국의 방을 바라보았다. - P76

나는 생각했다. <딱딱한 노처녀일 것이고, 로이터 부인 딸이라고 해도 마흔은 넘은 나이일 거야. 그리고 만일 그렇지 않고 그녀가 젊고 예쁘다면, 나는 잘생긴 편도 아니고 옷을 잘입는다 해도 더 나아 보일 것도 없으니 지금 이대로 가자.>그리고 나는 출발했으며, 거울이 걸려 있는 화장대 테이블을지나치면서 대강 옆으로 훑어보았다. 넓고 각진 이마 아래 푹 꺼지고 검은 눈이 달린 마르고 못생긴 얼굴을 보았다. 한창인 것도 아니고 매력적이지도 못한 용모였다. 젊기는 하지만 젊은이다운 활력은 없었다. 여인의 사랑을 얻을 만한 대상도 아니었고 큐피드의 화살이 꽂힐 만한 과녁도 아니었다. - P101

나에 대한 그녀의태도는 내가 그녀를 딱딱함과 무관심으로 대하기 시작했을때부터 변했다. 그녀는 온갖 일에서 내게 거의 알랑거리는태도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내 표정을 살폈고 수도 없이 사소하게 참견하여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노예 근성은 압제를 만들어 내는 법이다. 이런 노예 같은 충성심은 내 마음을누그러뜨리는 대신, 내 기분 속의 가차 없고 가혹한 것은 무엇이든 더 커지게 만들었다. 마법에 걸린 새처럼 그녀가 내주위를 날아다니는 바로 그런 상황은 나를 단단한 돌기둥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아첨은 내 경멸감을 들쑤셨고, 그녀의 아양은 나를 더욱 침묵하게 했다. - P171

그날 오후에는 바람뿐만 아니라 그 변덕스럽게 방랑하던 대기까지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잠에 빠져 있었다. 북쪽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남쪽은 침묵하고 있었으며 동쪽은흐느끼지 않았고 서쪽도 속삭이지 않았다. - P219

호색가에게는 매력 없을지언정 내게는 보물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대상.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느꼈다. 내 사랑의 보고(寶庫)를 봉인해 둘 이상적인 지성소. 분별과 신중함, 근면함과 인내, 자제와 극기의 화신. 내가 그녀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 내 모든 애정이라는 선물을 충실하게 지킬 수호자, 믿음직한 문지기.
진실과 명예의 표본이며, 독립심과 양심의 표본이고, 삶을정직하게 닦아 나가고 지켜 나갈 사람. 관대함이라는 우물을품고 있고, 차분한 만큼 상냥하고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열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정이라는 지성소에 휴식과 편안함의 원천이 되는 자연스런 감정과 자연스런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나는 그녀의 가슴 속에서 그 우물이 얼마나고요하고 깊게 보글보글 솟아오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위험한 불꽃이 이성이라는 눈 밑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타오르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 P223

우리가 다스릴 수 있는 충동도 있지만, 호랑이처럼 도약해서 우리를 덮쳐 버리고 우리가 그 충동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그런 충동이 주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를 다스리는 충동도 있다. 그래도 그런 충동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조용한 만큼 짧고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그런 과정으로 인해 아마도 이성은 본능이 생각하는 행위의 온전함을 확인해 준 것 같고,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수동적으로 가만 있는 것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이치를따지거나 계획을 세웠거나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한순간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 순간에 나는 프랜시스를 내 무릎 위에 끌어당겨재빠르고 단호하게 거기 앉히고 엄청난 끈기로 잡아 두었던것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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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다가 벨기에부터 무장해제 되는군요ㅋㅋㅋ
그리고 야생 딸기ㅋㅋㅋ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속삭이는 사랑의 대화 자꾸 생각나네요. ‘나의 꼬마 요정님...‘ 앗 알라딘 꼬마요정님!ㅋㅋㅋ
전 그래서 샬롯 브론테 작가가 굉장히 극과 극을 오가는 성격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때론 선입견에 사로잡혀 편협했다가, 때론 오글거렸다가, 때론 종교적 신앙심이 강했다가..때론 외모지상주의였다가....^^;;;
소설을 읽으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 보이던데 그런 점이 매력인가? 싶기도 하구요.
근데 교수도 읽어야 할 책이로군요^^

다락방 2022-12-13 11:23   좋아요 1 | URL
앗 꼬마요정! 그것도 제인 에어니까 들을 수 있지 이 나이의 저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말이네요. ㅋㅋㅋㅋㅋ
냉철하고 당당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어 야생 딸기~ 라고 할 수 있는게 또 인간 아니겠습니까. 완벽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묘사를 잘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치요?
저는 교수를 읽어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러나 빌레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2-12-1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한 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교수> 생각만 하면 후한 이자 떠오를 듯요...
고전은 이렇게 대화 속에서 약간 엉뚱하게 빵 터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3 12:33   좋아요 1 | URL
도대체 이마 입맞춤에 대한 후한 이자면.. 뭐란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한‘ 이자는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껄껄. 왜 자기 입맞춤이 후하다고 자부하죠? 자뻑쟁이... 뭐, 자뻑은 제가 챔피언입니다만. 후훗.
저는 확 끌어다가 자기 무릎에 앉히는 것도 너무 오글거렸어요. 아 너무 오글거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3 14:38   좋아요 0 | URL
후한 이자라고 하니까 전 상상되는 장면이 있는데........ 입 다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4 08: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저랑 같은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굳이 맞춰보진 맙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4 09:49   좋아요 0 | URL
그럽시다. 우리의 이미지를 위해.... 아무튼 그 생각에 찌찌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2-12-13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한 이자 ㅋㅋㅋ딸기님께 찡긋 ㅋㅋㅋㅋ 너무 재밌습니다. 교수는 굳이 안 읽으려고 했는데 동합니다 동해요!
페이퍼 읽으면서 급진적(작품해설에 따르면요)이면서도 무지한 것에 생각이 멈췄어요. 모르는 것에 대해 어떤 자세를 견지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연달아 보고 있어서요.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22-12-13 12:35   좋아요 1 | URL
문제는, 우리가 무얼 모르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알아야 비로소 모르는게 보이는데,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발생하게 되는 실수가 아주 많을것 같은데요, 그게 단순 실수이면 상관없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폭려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지점 같아요. 우리가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부일 것이고, 그것이 바로 책읽기 이겠지요!!

교수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으니까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제 빌레뜨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래가지고 어디 12월 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다 읽을 수 있을지.. ㅠㅠ

단발머리 2022-12-13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이 글 좋아요!!! 진정한 본성에서 인종적 편견, 벨기에 그리고 야생 딸기까지요. 물론 ‘후한 이자‘가 제일 기억에 남겠지만요 ㅎㅎ

저는 교수를 끝까지는 읽지는 않은 상태이기는 한데 작품해설의 ‘두 사람이 실은 한 사람‘이라는 해설이 적정한지는 모르겠어요.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만큼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거든요. 윌리엄이 보통의 남자보다 훨씬 더, 훨씬 더 여성적이라는 면에 대해서는 긍정할 수 있겠지만, 프랜시스에게 남성적인 면모가 보이는가? 전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저는 브론테가 윌리엄으로 자신을 ‘셋업‘하고 있다고 보여요. 순하고 상식적이면서 도덕적인, 젊은 남성이요. 자신을 그쪽으로 확 밀어두고서 속물적인 남성(형)을 비판하고 공부 안 하고 딴말하는 여성(학생들)을 비판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확신은 없습니다. 완독하지 못한 1인인지라.....

다락방 2022-12-14 07:55   좋아요 0 | URL
저는 이 페이퍼에 썼다가 지운 말이 잇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해석처럼 ‘양성적이다‘ 라는것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였어요. 윌리엄을 양성적으로 해석하석하는 수전 구바와 샌드라 길버트, 그리고 두 사람이 실은 한 사람이라는 배미영의 작품 해설. 전 이 둘 모두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했어요. 샬롯 브론테가 바라는 어떤 인간형이 있고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 나가기 위해 남주를 화자로 내세운 것은 의도적이었음에 분명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양성적‘ 이고 ‘이 둘은 실은 한사람‘이라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 지나친 해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샬롯 브론테가 작품을 쓸 당시에 젠더롤은 분명 더 심했던 것 같고요. 지금도 안심한 건 아니지만, 지금 빌레트 시작했는데 루시가 ‘남자같은 성격‘ 운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남자같은 성격, 여자같은 성격 같은 성별 고정관념이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저 빌레트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빌레트 읽다 보니 <교수>에서의 윌리엄이 빌레트에서의 루시가 됐네요. 빌레트 먼저 읽었다면 교수는 잘 안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한 번 읽었던 것의 반복인 느낌이에요.

아무튼 저 빌레트 갑니다. 고고!!

독서괭 2022-12-1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지하고 사색적이고 예리한 분석에 이어 내가 다녀왔다 벨기에, 후한 이자, 딸기ㅋㅋㅋㅋㅋ
앞부분도 뒷부분도 넘 좋습니다. 이제 빌레뜨 가시나요? 전 2권 읽다가 요즘 책을 못 읽어서 멈춰있은 중 ㅠㅠ 빨리 읽어야할텐데요. 다락방미친여자도 진도 많이 나가셨네요. 전 완독하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야 할 듯요 ㅠㅠ
그런데 락방님 다른 sns도 하시는군요. 아이디를 보니.. 77년생이신가요?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4 13:47   좋아요 1 | URL
저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 완독이 과연 12월 안에 가능할 것인지.. 그것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후딱 빌레트에 매진하려고요. 집중집중! 후딱 빌레트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힘이여, 솟아나랏!! ㅋㅋㅋㅋㅋ
독서괭 님도 힘내세요!!

2022-12-14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넌 또다른 나 (아니고요)
















여성 교육의 최종 산물을 불안한 자기 부정임을 브론테는 암시하고 있다. 캐서린, 혹은 모든 소녀들은 자기 이름을 알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될 운명인지 알 수 없다는 것만을 배운다. -p.502



다락방의 미친 여자 8장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다루고 있다. 집안에서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캐서린은 한 번도 기대한적도 예상해본적도 없는 소년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버지가 길에서 데려온 소년. 이 소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절친한 사이가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 소년을 만난 것은 우연이면서 동시에 강제로 주어진 것이었다. 캐서린이 뚜벅뚜벅 걸어가 어딘가에서 만난게 아니라, 가만히 집에 있었는데 훅- 소년이 나타난 것이다. 캐서린은 그날까지 아빠와 오빠 말고는 다른 남자를 본 일이 없다가 이제 낯선 소년이 집에 들어온 것. 그 소년이 아빠와 오빠와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와 친하게 지내고 사랑에 빠진것 같았지만, 저기, 6킬로미터를 건너가서 나타나는 저택의 소년 '에드거'를 만나게 된다. 에드거의 집은 부자이고 교양이 있었고 캐서린을 극진히 대한다. 캐서린은 에드거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자세한 줄거리는 먼댓글 참고하세요.)



















"그렇지만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고 젊은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그분보다 더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잖아. 난 에드거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P130



에드거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고 에드거 같은 남자는 처음인데, 사실 캐서린은 에드거 외의 다른 남자는 본 적도 없다.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이 아마도 더 있겠지만, 캐서린은 본 적도 없고 만날 가능성도 없다. 이 집 아니면 저기 멀리 걸어가서 저 집에 사는 남자들만 본 그런 한정적 공간 안에서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꿈꿀 수 있단 말인가. 너같은 남자는 너가 처음이라는 말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너 말고 다른 남자를 본 적이 없는 것 역시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남자라고는 가족 외에 몰랐던 캐서린에게 히스클리프가 나타났고 그는 운명의 상대 같았으나, 조금 더 자란 캐서린 앞에 에드거가 나타난다. 당연하게도 에드거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후의 캐서린에게는 더이상 남자가 나타날 리 없고, 결혼 후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히스클리프가 등장한다. 캐서린의 인생에 등장한 남자는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둘 뿐이었는데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둘 다와 치명적 관계가 된다. 너무...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딱 이정도 뿐이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산다니.. 인생 너무 답답하지 않나. 물론 이건 지금 여기를 사는 내 기준이지만, 세상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캐서린이 다른 곳을 갈 수 있었다면, 다른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면 히스클리프와 에드거가 아닌 다른 남자들이 더 있다는 걸 보고 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히스클리프보다 그리고 에드거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또 더 못난 남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인간이란 그리고 남자란 이런 족속들이구나, 깨닫고 '그렇다면 바로 이 사람' 하고 선택한 게 아니라, 이 사람만 볼 수 있었고 이 사람만 선택 가능한 삶.. 이 되어버린 거다. 게다가 결혼하고 나면 출산하고 출산은 곧 감금이다.



출산은 캐서린이 자기를 주장함으로써 워더링 하이츠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던 가부장적 질서를 소생시키고 있다. 출산은 결국 자아가 겪을 수 있는 최종적인 분열이다. 마찬가지로 '해산'이란 여자에게 결국 감금과 동의어다. -p.519



여성에게 한정적인 공간만 주고 한정적인 사람들만 만나게 한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결혼하게 만든다면, 그런 시야가 좁은 여자들을 다루는 것은 얼마나 쉬웠을까. 내가 보는 세계가 이게 전부인데 어떻게 그 다음, 더 멀리를 꿈꿀 수 있단 말인가. 폭풍의 언덕 결말이야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만약 폭풍의 언덕이 아닌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캐서린이 결혼해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가 살고 있었다면 그녀가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있는 다른 상대의 가능성은 없다. 어쩌면 레이디 맥베스 처럼 집에서 일하는 일꾼에게 반할 수도 있고 채털리 부인처럼 사냥터지기와 눈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그런 가능성. 아, 그 뭐지.. 손님이 와서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그 뭐냐, 플로베르 소설 보바리 부인 처럼. 집에 찾아든 마을의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또 하나의 가능성이겠지. 캐서린은 기차를 타지도 않기 땜시롱 브론스키를 만날 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주어진 조건으로만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만족할 수도 있고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삶을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한정된 공간 한정된 사람은 치명적으로 답답함을 안겨준다. 샬롯 퍼킨스 길먼이 결혼 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처럼 캐서린이 한정된 공간에서 아프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딱히 교육도 여행도 허락되지 않는 삶에서 그녀가 하는 게 사랑밖에 더 있나. 인생에 사랑이 제일 중요해져 버리는데, 이거 너무 거시기하지 않나...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다락방의 꽃들》에는 사춘기 시절 다락방에 감금되는 4남매가 나온다. 그들은 몇 년간 다락방에 감금되어 주는 음식만 받아 먹으면서 서로밖에 알지 못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그 안에서 근친상간이 일어난다. 사랑과 섹스가 남매들에게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해야 했느냐, 라는 물음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가능성을 주지 않고 주어진 공간 내에서 심지어 하지 말라는 제약까지 가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하고 가혹한 게 아닌가. 



히스클리프에게 반해버리는 이사벨라도 마찬가지. 이쪽 집에 살면서 저쪽 집의 청년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데, 히스클리프 말고 다른 청년이 없다......................................................게다가 교양있고 점잖은 자기 오빠만 보다가 갑자기 어떤 거침과 난폭함을 가지고 뚜벅뚜벅 나타난 히스클리프 라니.. 이사벨라에게 그는 얼마나 멋진가. 그렇게 히스클리프랑 결혼해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가서 사는데, 와 그냥, 에휴.... 나가라, 여성들이여. 일단 그 지역을 벗어나고 그 나라를 벗어나라. 그들이 남자의 전부가 아닌데 그들이 남자의 전부인 줄 알고 사는게 나는 세상 답답한 부분 ㅠㅠ 주어진 공간안에서 살다가 그 공간안에서 만난 남자랑 결혼하는 거, 진짜 너무 혹독하다. 히스클리프도 캐서린도 어느 정도 미쳐있는데, 그렇게 살면 미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넌 여기에만 있다가 이 사람만 만나, 라고 해서 만나게 된 상대가, 과연, 나의 운명적인 사랑인가. 그것이 운명인가. 어휴..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다루는 책들을 일전에 몇 권 읽었었고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독서 없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8장 폭풍의 언덕 부분 읽다 말고 충동적으로 폭풍의 언덕을 읽기 시작했고, 내친 김에 다 읽고 다시 펼쳐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진짜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니, 이거 관련 책을 읽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잖아?! 다른 분들은 관련 책 열심히 읽고 계시던데, 이게 다 이유가 있고 이미 앞서 가신 분들.. 여러분, 정말 잘 하고 계신겁니다. 관련책 읽고난 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펼쳐드니 세상에, 내용이 온 몸에 골고루 스며드네요. 여러분이 잘하신 겁니다. 그래서, 나도 관련 책들을 읽고난 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고 싶은데, 시간은 벌써 12월 12일이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아직 절반도 못읽었고, 읽어야 할 책들을 쳐내고 쳐내도 빌레뜨와 교수가 남아, 게다가 빌레뜨 두 권인데... 나는 이것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아. 왜 진작 관련책들을 읽어두지 않았나. 후회가 뼈에 사무친다.

퇴사하고 싶다. 퇴사한 후에 아주 그냥 미친듯이 빌레뜨 읽고 교수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 좋을텐데. 퇴사가 너무 급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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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에겐 어디로든 이동할 자유와 가능성이 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3-01-11 08:49 
    이 책을 사둔지는 오래되었는데 영화가 나왔다는 걸 알고 나서야 '영화보기 전에 읽어야지' 하게 되었다. 어느해였나 외국의 서점에서 이 책이 쫙 진열된 걸 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이 책을 올려놓고 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보통 자신이 만들어 파는 속옷과 화장품을 주로 게시물로 올리는데, 책을 본 건 아마 그게 처음이었지 싶다. 영화 예고편이었나 짧은 영상에서 이 내용 속에 강간이 나온다는 걸
 
 
거리의화가 2022-12-1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하고 같은 부분 읽으셨네요~ㅎㅎ 폭풍의언덕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읽어서 줄거리가 가물가물...ㅋㅋ
저도 시간이 얼마 안남아 교수는 못 읽을 것 같고 뒷부분에 조지엘리엇 부분이 많아서 좀 읽어야 하나 걱정스럽네요ㅠㅠ 다락방님도 남은 분량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2-12-12 09:00   좋아요 1 | URL
저 제 기억이 맞다면 폭풍의 언덕 세번째 읽는건데 완전히 내용이 새롭더라고요. 예전에 되게 음침하고 무섭게 읽은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까 딱히 그렇지도 않고요. 물론 초반에 어린 유령 부분에서는 좀 무서웠지만.. 확실히 내용이 기억날 때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니까 재미있어요. 저는 지금 교수 를 읽고 있기는 한데, 욕심 같아서는 빌레뜨까지 읽고 싶어요. 그러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언제 읽죠? ㅜㅜ 좀 더 부지런할걸.. 후회되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 화이팅!!

유부만두 2022-12-12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교수 읽은 다음에 만나는 빌레트는 더 재미있는데…

다락방 2022-12-12 09:26   좋아요 1 | URL
진짜 어쩌죠. 퇴사할까요? ㅜㅜ

유부만두 2022-12-12 09:43   좋아요 1 | URL
안돼요! 새벽의 캐나다와 책탑과 다이사님 (다이소 아님)캐릭터를 위해서라도?…

다락방 2022-12-12 10:08   좋아요 2 | URL
제가 오늘도 캐나다 뷰를 찍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뷰 때문에 퇴사를 못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2-12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둘 중에 하나라면 빌레뜨를 권합니다. 전, 교수는 아직 제자리고요. 빌레뜨 읽어야 마저 반절 읽을텐데 말입니다 🤔🤔🤔

유부만두 2022-12-12 09:42   좋아요 1 | URL
동감이에요. 교수의 많은 모티브들이 빌레트에서 다듬어져 나와요. 교수는 좀 연습 같아요

다락방 2022-12-12 09:43   좋아요 1 | URL
저 교수가 그나마 분량이 적어서 시작했는데요, 이걸로 썽에 안찰것 같아서.. 빌레뜨를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어쩌죠 ㅠㅠ

단발머리 2022-12-12 09:45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 / 그래도 마저 읽어야 ‘<교수>를 읽었어요’ 말할 수 있을텐데요 (자랑 좋아하는 스타일) 어쩌죠? 유부만두님? 🙄

유부만두 2022-12-12 09:45   좋아요 1 | URL
자매님들, 건너 뛰세요. 빌레트로 직행!!!

단발머리 2022-12-12 09:4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 두 작품 다 지루 포인트 있고요. 그래서 저는 시간 관계상 빌레뜨를 권합니다. 저는 어쩌죠?

유부만두 2022-12-12 09:50   좋아요 1 | URL
단발님… 우리, 동전을 던져서 결정할까요? 근데요.. 채털리 부인 애인 남자 말이에요, 그 남자 이혼 안해주는 (전)부인 이름이 “버사”랍니다?! 저 지금 읽고 우왕 이러고 있… 지만 워낙 소설에서 성행위 찬양이 늘어져서 하품 나와요

단발머리 2022-12-12 09:50   좋아요 1 | URL
빌 빌 빌….빌레뜨로……🏃🏻‍♀️🏃🏻‍♀️🏃🏻‍♀️

단발머리 2022-12-12 09:51   좋아요 1 | URL
우아! 완전 신기하네요. 버사라는 이름에 그런 힘(?)이 있나봐요. 저 채털리 읽을까요? 🙄🙄🙄

유부만두 2022-12-12 09:53   좋아요 1 | URL
아뇨! 단호하게 비추천 드립니다. 우리에겐 더 멋진 소설들이 많거든요. 저도 얼렁 헤치우려고요.

다락방 2022-12-12 10:01   좋아요 1 | URL
채털리는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ㅋㅋ
전 그냥 부인 시리즈는 다 읽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건.. 그냥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저 교수-빌레뜨-다락방의 미친 여자 완독이 목표인데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교수-다락방의 미친여자 끝내고 빌레뜨를 갈까 싶은데, 그러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덜 재미있게 읽는 것 같아.. 밤을 새며 빌레뜨를 읽을까요? (폭풍의 언덕 새벽까지 읽은 사람이지만 주말이기에 가능했음)

세상엔 왜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많은가요..

햇살과함께 2022-12-12 10:5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저 빌레뜨 안 읽고 어제 12장 루시 스노 읽었는데,, 후회했어요.
빌레뜨 읽고 다시 읽어야 합니다~!!

다락방 2022-12-12 10:28   좋아요 1 | URL
아 햇살과 함께 님.. 저한테 아주 쐐기를 박으시네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읽어야 되는거네요? 읽겠습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놔 어떡하지. 좀 더 부지런히 읽어둘걸 ㅠㅠ 게을렀던 저를 반성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12-12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뭘 굳이 퇴사하면서까지 빌레뜨랑 교수를 읽겠습니까? 퇴사해도 진도 안가는 건 똑같을걸요?ㅋㅋㅋㅋ
전 다락방님의 지난 독서 내공이 무척 부러운 사람입니다. 예전에 다 읽었으니까 난 곧바로 다미여 직진!!!! 전 그게 넘 부럽다죠!!
읽다가, 읽다가 시간이 넘 부족하니까...참나~ 지금 좀 포기할까? 그런 맘이 스멀스멀~ㅋㅋㅋ
나 혼자 내년 1 월까지 연장할까? 그러고 있어요. 관련 도서가 넘나 많네요?
전 폭풍의 언덕도 넘 벽돌이고, 어릴 때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어서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어제 다락방님 글을 읽고..아!! 그런 내용이었어? 읽어야겠구나! 싶어 2 장까지 읽고 잤어요.
오스틴 단편집이랑 브론테 자매님들 책만 읽으려 하다가 자매님들 책 권수가 많아 살짝 건너뛰려고 했어요. 헌데 빌레뜨 1 권을 읽고 나니까, 중간부분 지루하다가 갑자기 후반부에서 궁금해져, 2 권을 읽고 싶어지고...교수가 빌레뜨의 모티브였다니? 교수도 읽어야 할 것 같고!!!
만두님의 채털리 부인ㅋㅋㅋ
다미여 끝나면 채털리 부인 읽을겁니다ㅋㅋ
맞아요..부인 시리즈는 읽어둬야 합니다.

유부만두 2022-12-12 10:23   좋아요 1 | URL
제가 닉네임 값을 치르는 걸지도 몰라요. “유부”만두. 만두 부인이 어쩔 수 없군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2-12 10: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넘 재미나게 쓰셔서 읽고 싶습니다. 말씀 드렸죠?
뽐뿌의 신, 지름의 신.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실 듯 합니다. 만두 부인님ㅋㅋㅋ

다락방 2022-12-12 10:30   좋아요 1 | URL
그러나 책나무 님, 예전에 읽었으니까 다락방 직진! 했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읽는 쪽이 훌륭한 선택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폭풍의 언덕 읽자마자 다락방 읽으니 얼마나 재밌던지요. 하아.. 이 페이퍼 댓글분들의 한결같은 조언에 힘입어, 제가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모두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

근데 저 교수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샬롯 브론테 글 참 잘 쓰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교육이 벨기에에서 이루어진 것도 너무 좋네 싶었고요. 아무튼 열심히, 계속, 쭉 읽어보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2-12-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캐서린은 그렇다 치고 캐서린 린튼까지 또 그 옆집에 사는 애랑 결혼하는거 너무 싫었어요.
그 캐서린은 말도 탈 수 있던데 다른 데 좀 가라고 좀!

부모나 친척과의 교류가 없으면 스스로의 의지로 멀리 가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시기였나봐요..
제인 오스틴도 말과 마차 이야기 했었잖아요.
현대에는 대중교통이란 게 있지만, 그래서 주변 여성들에게 운전하기를 권하는 저입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행동 반경이 넓어지니까.

읽기 시작한지 오래되었으나 요즘 진도가 안 나가고 있습니다. ㅠㅠ 빌레뜨 읽고 나머지를 다 읽는게 목표인데, 과연 가능할지... 모두 힘내요!

다락방 2022-12-12 14:07   좋아요 0 | URL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수하 님. 뭘 다들 옆집 사는 사람하고 결혼해요 ㅠㅠ 옆집 사는 사람만 보고 옆집 사는 사람하고만 결혼하고. 그들 자식이 옆집 살면서 또 결혼하고. 대체 이게 뭐예요 ㅠㅠ 캐서린 린튼이 말을 탈 줄 알아도 아버지가 멀리 못가게 하고 그러니까 그 시대적 배경이 있긴 하지만 어휴 진짜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

저는 정말 중요한 게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말고 다른 어딘가, 더 멀리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요. 그런데 그 상상력도 사실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고, 무언가를 보거나 알아야 가능해지는 것이니, 역시 제한된 공간은 정말 지옥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저도 의욕은 막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데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려니 답답하네요. ㅠㅠ
자, 모두 화이팅 합시다!!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안들어봤다면 지금 들어봤을 것이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겐 어떤 묘한 반항심 같은 것들이 내재되어 있어서 이를테면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안읽게 되고 펭수 너무 좋다고 꺅꺅 거리면 반감 생기고.. 뭐 그런게 있지 않나. 초창기에 나는 아이폰에 그런게 너무 심했다. 주변이 다들 애플을 칭찬하는데 멈추지를 않아서 애플 써본 적도 없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나친 빠는 까를 만듭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제인 오스틴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나는 싫어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누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한 번도, 한 순간도 제인 오스틴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으으 제인 오스틴 너무 싫어' 라고도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간 읽어온 제인 오스틴의 책은 총 네 권이다. 《오만과 편견》, 《노생거 사원》, 《설득》, 《에마》.


재독한 설득이 그나마 제일 재미있었고 에마.. 로 말하자면 캐릭터 진짜 병맛이라 너무 싫어서 욕 한바가지 페이퍼도 썼던 적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네 권이나 읽은 까닭은, 그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하고 고전으로 회자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게 있나봐, 그게 뭘까? 하다가 네 권에 이르게 된 것. 이런 식으로 내가 알랭 드 보통도 다섯권인가 읽었던 것 같다. 나는 별로인데 사람들 왜 열광하지? 하고 한 권 읽고, 흐음, 모르겠는데, 내가 못찾았나? 이러고 또 한 권, 아니.. 사람들이 본걸 내가 못보나? 이러고 또 한권, 분명 사람들이 좋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하면서 또... 그러다가 '나는 모르겠구나~' 하고 어느 시점에 보통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사람이 유연하려고 노력해. 세상 고지식하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유연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성이 참되다. 아무튼, 그래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네 권 읽고 흐음, 나는 뭐 딱히.. 라는 입장, 나에겐 인상적이지 않은 작가..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긴 했다.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 북클럽》과 《비커밍 제인》같은 것들. 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도 재미있다, 여러분... 















아, 그리고 이런 입장도 있다. 나는 딱히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사람들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진 입장. 나는 이상하게 제인 오스틴 읽고 좋다는 남자사람들이 좋더라~ 

아무튼, 이정도가 내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 가진 입장이라고 하겠다. 그런 내 앞에, 격렬한 제인 오스틴 '까'가 나타났으니, 오, 나의 전의 불타올라, 반골기질 튀어나와, 제인 오스틴을 까는 새끼들을 까고 싶어진다!!



오스틴의 사소함을 진부한 태도로 판단한 남성 중 단연 압권은 마크 트웨인일 것이다. 트웨인은 오스틴의 가장 강력한 미국인 옹호자였던 윌리엄 딘 하우얼스에게 편지를 쓸 때 오싄의 이름을 정확하게 쓸 마음도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없다. 제인 오스틴의 글처럼'이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고 덧붙인다. '돈을 받는다면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있지만 제인의 산문은 그렇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조금도 못 참겠다. 그들이 그녀를 자연사하도록 놔두었다는 것이 유감천만이다. D. H. 로런스도 오스틴을 공격하면서 여성 작가를 향한 유사한 적의를 표현했다. 로런스는 오스틴을 '인물 대신 '성격'을 전형화하며, 종합적으로 아는 것 대신 따로따로 날카롭게 아는 노처녀' 라고 비난했고, '내가 느끼기에 오스틴은 매우 불쾌하고 형편없고 인색하고 속물적이라는 의미에서' 영국적이라고 했다. -P.237



위의 문장을 읽는데 아니 이것들이 시방 지금 뭐라는겨?? 막 이런 마음이 되는거다. 놀고들 있네 진짜 ㅋㅋ 아니 그리고 로런스 너 장난하냐? 너는 그럼 고추에다가 이름 붙여서 쓴 소설이 막 자랑스럽고 그러냐?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정원사가 자기 고추에 이름 붙였는데 그게 뭐더라, 존이었나 스미스였나.. 아무튼 여자 성기에도 이름 붙여서 채털리 부인한테 편지 쓰고 그랬는데(내 존이랑 니 제인이랑 만나기를 기다린다, 뭐 이런..) 뭘 ㅋㅋ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자체를 내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ㅋㅋㅋ 꼬꼬마 이십대 무렵에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아니 어째서 부자 남편은 성적 능력이 없고 정원사는 성적 대마왕.. 인가요? 이거 너무 클리셰 아니냐. 마치 인력거꾼처럼.. 흠흠. 아무튼지간에 마크 트웨인이며 로런스며 글 잘 쓰고 팔릴 만큼 팔린 남자들이 여자 하나 헐뜯는 거 보는데 세상 꼴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잘 나가는 소설 써서 똑똑한 줄 알았더니 세상을 보는 눈은 없나봐? 여자 작가가 놓인 위치에 대해서는 볼 줄 모르나봐? 이쯤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규방.. 생각이 나는 것이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니네가, 사회가 제인 오스틴한테 어떻게 했는데? 좁은 공간만 허락했잖아! 

게다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일곱 살 때부터 열 살 때까지 약 삼 년여 동안 근처의 기숙 학교에 다닌 것이 공식적으로 받은 교육의 전부'(p.366) 













가르치지도 않고 바깥 세상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살면서 써낸 소설이라 그 말이다!! 어디서 까길 까, 돌았어?

사람이 다른 사람 흉 보기는 진짜 쉽다. 그 사람의 뒷배경을 알지도 못한 채로. 사실 이미 작정하고 욕하는 사람들은 뒷배경 따위는 관심도 없겠지만. 



'경계'와 '울타리'라는 공간 이미지는 작가들이 제인 오스틴을 받아들일 때마다 확산해나가는 것 같다. 마치 오스틴이 드러내는 바에 대한 그들 자신의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논평은 ('오스틴은 나름대로 훌륭하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거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표적이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오스틴의 소설을 '나름대로 완벽하다. 그것은 확실하다. 다만 멀리 나아가지 않을 뿐' 이라고 가볍게 묘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에머슨이 오스틴의 이야기의 사소함과 하찮은 가정사에 혐오감을 느끼며 '왜 사람들이 오스틴의 소설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P.236



애초에 공간적 제약을 줘놓고 그 공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흉을 보는 거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나. 나는 제인 오스틴이니까 저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공간, 한정된 교육 만으로도 이만큼의 소설을 쓰는 건, 제인 오스틴이니까 가능했다. 나였다면? 글쎄. 나는 결코 저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저 때의 제인 오스틴보다 더 넓은 공간이 허락되어 있고 더 많은 교육도 내가 원한다면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음에도 오스틴만큼 쓰지 못하지만, 저렇게 주어진 조건이 협소한데 저만큼의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은 오스틴이 얼마나 자기 내면에서 치열하게 사유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지 않나. 헤르만 헤세 식으로 표현하면 완전 철저한 나르치스 .. 쪽이 아닐까. 나로 말하자면, 나르치스의 경향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골드문트 과인데, 그러니까 나는 경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기 멀리에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게 있대, 라고 하면 그걸 보고 싶어지고, 이 책 안에 내가 몰랐던 다른 이야기가 있어, 라고 해서 또 그게 읽고 싶어진단 말이다. 다른 무엇이 더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가만 여기에 머물러있는 것이 나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일단 무조건 내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제 타미가 구의 증명을 읽었고(제엄마에게 사달라고 했단다), 별로 라고 내게 감상을 보내왔다. 이모 사람들이 좋다고 했는데 나는 별로였어, 라고 하길래 이모도 별로였다고 말해준 뒤,


"그런데 안읽었으면 내내 궁금햇을 거 아냐, 읽고 싶어 했잖아"


라고 했더니 타미는 '하긴 그래' 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 좋다 라는 것을 내 경험으로 알고 싶다. 다른 사람의 말로 알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아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먹고(응?) 그래서 가고, 그래서 읽는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뛰어난 사람이 되었다거나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진.. 않다. 나는 그냥 나인것 같고, 아무튼 제인 오스틴은 나르치스 과인것 같고, 나르치스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험담이나 하는 숱한 잘난 남자작가들 앞에 두 팔 벌리고 서서 힘껏 오스틴의 변호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스틴의 까들이 한순간 나를 오스틴의 빠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니네, 오스틴에게 공간과 교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름 떨치고 사는줄이나 알아라. 같은 조건에서 오스틴보다 잘날 가능성도 적으면서 말이 많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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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잡히지 않는 물성에 약하구요^^; 그래서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과 체험 속에서 개인이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19세기 여성작가들의 글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봅니다.

다락방 2022-11-23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경험과 무경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이냐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대체적으로 경험의 편인것 같긴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서 본다면, 으아 저걸 내 눈으로 직접 본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알게 된다면, 그건 어떤 맛일까 내가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되고요. 물론 그것들을 직접 경험한다고 해서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제게 주진 않죠. 아주 많은 부분 에잇, 별거 아니네~ 혹은 에잇 실망이야~ 이렇게 되지만, 저는 그런 감상들도 제가 직접 하는게 좋더라고요.

저는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나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계속 회자된다는 것은 정말 좋아요!

공쟝쟝 2022-11-2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제인 오스틴 대천재!!!! 너무 천재!!!!

다락방 2022-11-23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물론 제인 오스틴보다 더 나은 환경인 지금도 저렇게 못하지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진짜 대단한 작가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험치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제한된 경험으로 이런 눈부신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정말 오스틴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마차 없으면 친구도 못 만났던 작가였던 여성들... 전부 다요.
그나저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 알랭 드 보통을 연이어 읽으시는 다락방님, 정말 대단합니다. 그 유연함에 제가 기립박수를 ㅋㅋㅋㅋㅋ 한없이 보내드립니다!!!

다락방 2022-11-23 10:09   좋아요 3 | URL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저는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세상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적은 경험으로 더 많은 걸 깨닫는게 가능하고 제한된 경험으로도 사고가 확장되는게 가능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인 오스틴이야말로 제한된 조건에서 자기 능력을 충분히 펼쳐 보인 사람이고요. 그렇다면 제가 경험해서 시야가 넓어지는 사람이냐, 하면 사실..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경험을 다 해보고 싶긴 하지만-물론 기피하는 경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 라고 하면 그건 딱히 그런것 같진 않아요. 다만 경험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경험을 하나 안하나 제인 오스틴 처럼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철저하게 골드문트도 아니고 나르치스 면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경험을 해보자‘ 라는 것이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것이다‘가 될 순 없다.. 입니다. 그러나! 내 몸으로 알고 싶다.. 정도랄까요? 그렇기에 프란세진야를 먹어보려고 포르투갈로 가버리는 그런 사람인 것이지만, 그것을 먹어보았다고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느냐 하면, 그냥 먹어본 사람에 다름 아닌..... ㅎㅎ

왜 우리가 읽었던 브리저튼 시리즈에 그거 나오잖아요. 1편에서요. ‘그 남자는 수학 과목에서 1등 했다더라‘ 고 다프네 엄마가 말하니까 다프네가 ‘저도 갔으면 1등 했을 수도 있죠‘ 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아예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내가 1등 할지 57등 할지 알 수도 없었던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미칠것 같아요. 그러니까 보내보라고, 내가 1등하나 꼴등하나 보내보라고!! 막 이렇게 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저렇게 오스틴 욕하는 남자들 보니까, 오스틴과 똑같이 살았으면 그들은 어떤 글을 썼을까 싶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11-23 10:27   좋아요 1 | URL
와아~~ 이 글에 브리저튼 저 예시 너무 찰떡 아닌가요? 겁나 적절합니다. 맞아요. 가봐야 알죠. 1등할지 57등할지. 대부분 여자들이 1등 하긴 하더라구요. 주위에서 보면 그래요.

다락방님의 나르치스/골드문트/경험 이야기 읽다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지금 잠깐 나가야 해서 저녁에 돌아와서 다시 글 써야겠어요.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시키는가 혹은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에 대해서 쓸게요. 푸하하 ㅋㅋㅋㅋㅋ 댓글 예고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1:53   좋아요 1 | URL
1등하는 여자가 있고 아닌 여자가 있다면 저는 아닌 여자쪽.. 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뭐 딱히 1등 해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하하하하. 아주 없는 건 아니고... 한 번 있나. 근데 그것도 공부는 아니고... 하하하하하. 말할수록 부끄러워지네요. 저도 뭔가 1등하는 게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뭘로 할까요? 뭐가 없네.. 쩝.. 모두 저마다 타고난 장기가 있다는데 저는 그게 없는것 같아요. 뭘 해도 1등은 아닌 삶...
하아-

단발머리 님, 저녁에 돌아와서 꼭 글 써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2-11-24 19:25   좋아요 1 | URL
늦었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네요.

저는 경험에 대한 다락방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경험한다는 건 사고의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경험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에 대한 판단이요. 혹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그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느냐, 저 역시 아니라고 보거든요.

경험에 대한 만고불변의 도돌이표.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더더욱 그럴 거 같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라고 말할 일이 많아진다는데 걱정과 염려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 경험이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고, 전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가장 극적인 경험 중의 하나인 임신, 출산, 부모됨을 예로 들어 본다면요. 전, 임신하지 않고도 출산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 주위에 아들 둘인 가정이 둘 있어요. (한 분은 목사님/사모님이시고, 한 분은 아파트 옆라인이요) 두 가정 모두 아들만 둘인데 딸을 둘씩 입양하셨어요. 그 사랑, 애정, 돌봄을 저는 좀 아니까...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지 몰라요. 아빠가 아이를 낳지는 않죠. 하지만 낳지 않았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아껴주고 씻겨주고 소고기 구워주고, 소고기 맛있어? 하고 물어주는 아빠가 있잖아요. 엄마의 경우도 그렇구요. 모성이 막 저절로 샘솟고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임신이라는 경험 자체를 봤을 때, 나와 다른 생명체와의 강제적 동거, 그것도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동거한다는 건, 상당히 복잡한 일이잖아요. 서로 양보해야 하지만, 아가들은 양보하지 않는것 같고요.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 불안, 심리적 압박이라는 건 아이를 사랑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또 하나의 각별한 경험일 수 밖에 없고요. 이걸 말로 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결론이 있나요? ㅋㅋㅋㅋㅋㅋ)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지만 그게 변화를 일으키는, 적어도 긍정적인 면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건 어디까지나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독서, 여행을 비롯한 어떤 경험이던지, 그걸 경험한 입장에서 ‘좋은‘ 것이지 경험해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경험한 사람에게는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니까요. 그건 경험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혜일 테구요.
제게 인상깊었던 대목은 제가 위에도 썼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이나 알랭 드 보통을 찾아 읽는 다락방님의 그런 모습이었어요. 쉽게 판단하지 않은 지점이요. 유연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참된 인간성의 현대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자냥 2022-11-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인간성 참된 부장님~ ㅋㅋㅋ
이 글에서 여러 번 웃고 갑니다요.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멀리한 심정이 부장님의 그 이유랑 저도 비슷해요. 근데 저도 이젠 읽어봐야 할 거 같음;;
그나저나 제인 오스틴 잘 모르지만 아니 저 트웨인이랑 로렌스 저놈들이 시방 뭐라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아 진짜 그러고 보니 로렌스는 ㅋㅋㅋ 채털리 부인에서 성기에 이름 붙인 그 장면...ㅠㅠ 아 다시 생각해도 빵 터지네 아 웃겨.... 그때도 웃기긴 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거 궁금하네요;;;ㅋㅋ

다락방 2022-11-23 11:51   좋아요 0 | URL
트웨인이랑 로렌스 별 생각 없는 작가들이었는데 확 짜증나요 ㅋㅋㅋㅋㅋ 뭐래 진짜 ㅋㅋㅋㅋㅋ 똑같은 조건에서 지들은 어떤 글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오 빡쳐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에 대한 별다른 생각 없던 저를 제인 오스틴 수호대로 만들어 주네요. 하여간 모자란 놈들이에요 ㅋㅋ
잠자냥 님도 기억하시는 군요. 성기에 이름 붙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ㅋㅋㅋ 저는 꼬꼬마 때 읽어서 지금 읽으면 어떨까 싶긴 해요. 생각만큼 막 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후후훗

물감 2022-11-23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전적으로 저를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죠, 왜? 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 접니다 예예. (이거 전에도 댓글 썼던 거 같은데...)
그러나 작품별로 호감도가 달라서 마냥 찬양하지는 않는 쉽지 않은 그런 남자죠! (뭐래...)

나름 다락방 님하고 문학 코드가 비슷하다 느꼈던게 여기에서 이유가 드러나네요.
저도 남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괜한 반감이 들어서 거리두기 하거든요.
베스트셀러는 거의 쳐다도 안봐요. 보게 된다면 입소문이 아닌 순전히 내 호기심이고요 ㅋㅋㅋ

알랭드 보통도 공감이요. 글은 잘쓰지만 그렇게까지 추앙받을만 한가 싶고.
이것도 괜히 삐딱한 마음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ㅋㅋ

<구의 증명>에 대한 다락방님과 타미님의 감상평이 저랑 일치하네요. 다들 칭찬일색인데 저만 별로였어서 살짝 쭈글모드였거든요. 알라딘에서는 정말 동지 만나기가 힘들어요 하하핳. 타미님도 빨리 알라딘 활동하라고 해주세요 ㅋㅋㅋ

<제2의 성>에 인용글 되게 좋아요. 좁은 데에 가둬놓고 시야가 좁다는 탓을 한다라. 갇힌 적은 없지만 저도 우물안 개구리 인생이라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정신이 번쩍 드네요. 근데 제인 오스틴 책 읽으면서 시야 좁다 뭐 그런 느낌을 전혀 안받았는데 뭐지. 트웨인이나 로런스 같은 사람들도 저처럼 괜히 삐딱하게 구는 건 아닐런지... (아 갑자기 자기객관화가 되고 있다. 나 되게 찌찔했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2:19   좋아요 2 | URL
저는 물감 님이 이미 제인 오스틴을 읽었다는 것도 알고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압니다. 흠흠.
알고 있다는 말씀 일단 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에마>가 싫어요!!!

사실 책 좋아하고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딱히 베스트셀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를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 책을 안읽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읽기에 수월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같아요. 달러구트도 그렇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그렇고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잖아요.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읽었다가 너무 별로여서 화들짝 놀랐는데, 그 책 읽은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

아직 초등학생인 타미가 구의 증명을 어떻게 읽을지, 얘가 읽어도 될지 나름 걱정이었는데, 정작 읽고 나니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저는 구의 증명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최진영 작가의 책은 한두권 더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최진영 약간 하드코어였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이 그려내는 이야기들속 배경은 한정적이긴 하잖아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어떤 모험은 없죠. 그렇지만 제인 오스틴에게 주어졌던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제인 오스틴이 천재였기에 가능햇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들은 재산도 받을 수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고 결혼외에는 선택지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어진 환경 내에서 결혼과 여성들에게 주어진 제약에 대해 인식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트웨인이랑 로렌스 구려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ㅎㅎ 그러네요. 공감이 가네요.
저도 오스틴 까는 마크 트웨인 부분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다락방님 분노의 페이퍼에 박수칩니다!!
어떤 이름도 첨 들어보는 남자가 했다는 말: ˝우리는 여성의 글을 읽으면서 ‘쓸데없는 감정‘이 넘쳐날 뿐인데도 창조적인 지성을 피워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오인할 위험이 있다˝ - 이거 읽으면서도 뭔 개소리??했는데요ㅎㅎ
모를 땐 그냥 읽었는데 그렇게 제한된 환경에서 써낸 작품이라 생각하니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경험이 중요해서 2메뉴씩 드시는 거군요? 직접 먹어봐야만 한다! ㅋㅋ 좋은 삶의 모토입니다(?). 조카님은 <구의 증명>을 결국 읽었는데 별로였군요. 열심히 찾아 읽고 자기만의 판단을 내리는 그 자세, 넘 기특하고 좋아요^^

다락방 2022-11-23 14:10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정말 날카로우십니다. 맞습니다! 저는 저의 경험을 최고치로 치기 때문에 오늘 두 개 먹고 싶은데 하나를 참는.. 그런 류의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오늘 두 메뉴를 원한다면 참지 않긔!! 바로 그런 사람인겁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저에게 쏟아붓고 싶습니다. 그래서 욜로족이 되어버린..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막상 구의 증명 다 읽은 타미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제가 너무 걱정했구나 싶더라고요.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읽고 판단할 수 있는데 뭘 그렇게 쪼그라들었는지. 제가 걱정이 많네요. ㅠㅠ

2022-11-23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4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의 1장에는 백설공주가 언급된다. 책 속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디즈니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제목을 단 이 이야기는 사실상 '백설 공주와 사악한 계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핵심 행위(사실상 유일한 실제 행위)는 두 여성의 관계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젊고 창백한 여자와 아름답지만 늙고 사나운 여자, 딸과 어머니, 사랑스럽지만 무지하고 수동적인 여자와 교활하고 능동적인 여자, 천사 같은 여자와 명백하게 마녀인 여자. -p.125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이 백설공주는 2012년 새로이 만들어졌다. 이름하여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주연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라 엄청 기대하고 보았는데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체했지만 어떤 변태성은 남은 영화였다. 일전에 그 영화를 보고 남긴 후기가 있는데, 그 후기가 또 최고되는 것이여.


최고되는 바로 그 후기 ☞ 치마와 공주 (aladin.co.kr) 

(2021년 6월에도 졸라 멋진 글을 썼네, 나는…)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계모의 역할인 '이블'이 그렇게 사악해서 스노우화이트를 죽이려는 이유가 나온다. 그녀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 너는 아름다울 것이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한 최고 힘을 가질 것이나 너보다 더 아름다움이 나타나면 사그라질 것이다.

이건 영화속 이블에게만 가해진 주문은 아니다. 세상이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그 메세지에 길들여져 더 예쁘게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수술을 하고 옷을 입고... 그러나 그것이 권력이 아니라는 것은, 여자로서 삶을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다. 남자들은 진작 알았다고 본다. 아름다움이 너의 권력이야. 이건 일시적으로 권력인듯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 주변에 몰려들고 관심을 받고자 하고 인기를 끌게 되니까, 역시 아름다움은 권력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권력은 허울뿐이다. 권력인척 가장한 것이다. 만약 한 남자의 말-사귀자, 섹스하자-을 거부한다면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상대가 언제든 거침없이 내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권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힘을 발하는가?



스노우화이트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해체하려고 하였으나, 나는 스노우화이트보다 더 전복적인 해체를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코르셋을 착용하지 않겠어. 여성적이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걸 포기하겠어. 탈코르셋은 그야말로 이블의 저주에 맞서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애초에 더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면 수그라드는 그런 권력이라면, 그게 권력인 것도 아니지만, 그건 가지지 않느니만 못하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늙는다. 아름다움이 가진 힘-다시 말하지만, 그건 힘도 뭣도 아니다-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평생을 그 저주에 걸려 발만 동동 구르면서 더, 더, 를 외치는 것보다 그 저주의 바깥으로 물러나는 것이 훨씬 자유롭지 않은가. 아름다움으로 경쟁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경쟁의 승자가 되려하는 게 아니라, 그 경쟁의 바깥으로 물러서는 일. 아니, 나는 싸우지 않아. 싸우지 않는다면, 질 일도 없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이 책에서 백설공주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결국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게된 것에 대한 그녀의 수동성에 앞서, 백설공주의 욕망이 계모의 욕망과 얼마나 닿아있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왜 계모가 가져온 빗과 코르셋이 백설공주에게 먹혔는가. 



난쟁이들이 경고했음에도 백설 곡주가 여왕의 '선물' 유혹에 기꺼이 넘어감으로써 이야기는 전화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 전체에서 백설 공주가 드러내는 유일한 이기심은 변장한 살인자가 주는 코르셋의 끈과 빗과 사과에 대한 '자아도취적' 욕망이다. 베텔하임이 말했듯이, 이는 '계모의 유혹과 백설 공주의 내적 욕망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암시한다.' -p.131



화장품 시장이, 성형 수술 시장이, 다이어트 시장이 돈을 쓸어갈 수 있는건, 그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의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계모의 빗이, 코르셋이 백설공주에게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백설공주의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거부한다? 아니, 빗 따위 필요없어, 코르셋 필요없어! 라고 외친다면, 아무리 거기에 독을 쳐바른들 내게 무기가 될 수 없다. 탈코르셋은 바로 그 행위를 하고 있다. 네가 권력이라고 이름 붙여 휘두르는 독이 든 무기를 나는 거부한다. 백설공주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러,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완전히 백설공주 이야기를 해체하고 있는 거다. 개멋짐..



물론 이들 여자들이 살고 있는 작품 속 가부장적 왕국에서 여왕의 인생이 딸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야말로 위태로워진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위험을 내포한 여성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유대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p.127


아직 빗이 그리고 코르셋이 권력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것을 가지지 않겠노라 선언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그 일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도 없을 터. 여성의 유대가 언제나 유대로만 이어질 수 없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가부장적 왕국에서 아름다움 때문에 위태로운 위치에 놓이느니 그 바깥으로 나가버리겠다는 선언, 여전히 가부장제가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행동은 정말이지 대단하고 멋지지 않은가. 나는 아름다움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다. 



아무튼, 오늘 출근길에도 지하철 안에서 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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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2-11-18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에요? 대단! 저는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갈 때 가져가는 것도 손목 나갈 것만 같은데;;
1장의 탈코르셋 이야기도 그렇고, 이야기 내내 어쩜 이렇게 언젠가의, 혹은 지금의 트위터 플로우 이야기지 싶을 정도로 여전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40여년전에 쓰인 이백여년 전 이야기인데 말이죠.

다락방 2022-11-18 13:55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무거워서 집에서만 읽으려고 했었는데 집에서 제가 읽지도 않을 뿐더러 읽어도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통 진도가 안나가서 안되겠다 하고 출근길에 읽어요. 확실히 출근길에 읽는게 집중도 잘 되고 좋습니다. 다만, 가방에서 한 번에 못 꺼낼 때도 있어요. 놓쳐버려요. ㅋㅋ 부실한 손목...

여성주의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탈코르셋이 답이라는 걸 알게 될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이 꾸밈 노동을 버리지 못하는 건 엄청난 세뇌탓이라고 봅니다. 주변의 남성들과 대중매체를 통한 세뇌요. 아무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돼요!

2022-11-18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1-1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서 진도 안나가서 (퇴근 후 겨우 10-20페이지 읽는 수준..그마저도 못읽는 날도..) 제본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2-11-18 19:02   좋아요 1 | URL
저도 좀 쪼개가지고 다닐까도 고민하다가 그냥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에서 보다는 조금 진도가 나가네요. 아.. 인생 뭘까요, 대체?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지하철에서 저 책을 계속 읽는 다락방님 멋짐!!!
저 글에서 아름다움이 주는 허상의 권력을 거부하고 뛰쳐나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결해서 글을 쓰는 다락방님은 더 멋짐!!!

다락방 2022-11-21 10:3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님.
집에서 더 읽었어야 하는데 제가 집에 있으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들춰보지도 않네요. 하아-
역시, 오늘 출근길에 좀 읽었습니다. 왜 집에서는 안읽을까요? 왜 집에서는 책에 집중이 잘 안될까요? 에휴..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바람돌이 님, 우리 함께 합시다!

책읽는나무 2022-11-1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멋짐!!!!ㅋㅋㅋ
그래서 어젠 딸이랑 도서관 가는 길에 다락방님 이야기를 좀 들려줬더랬어요.
알라디너 중에 이런 여성이 있단다.
출근 길에 붉은 백팩을 메는데 엄마 독서대에 올려져 있는 빨간 책 그거 봤지? 그걸 넣어 지하철에서 밑줄 그어가며 읽는다고 상상해 보라고....그리고 진짜 더 멋진 건 직원 후배에게 말없이 밥값도 계산해주는 분이셔!!! 너도 나중에 그런 여성이 되었음 한다고 일러줬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2-11-21 10: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책나무 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를 또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부끄러움보다는 어깨 으쓱함이 더 큽니다. 으하하하하.
열심히 읽고 쓰는 일로 책나무 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멋진, 더 멋진 여성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독서괭 2022-11-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멋짐!! ㅋㅋㅋ 동의하고요, 다락방님은 +알파로 멋지십니닷!! 저도 인상적으로 읽었던 백설공주의 코르셋 물품들 인용해주셨네요!

다락방 2022-11-22 17:43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좀전에 읽은 독서괭 님의 페이퍼에서 제가 인용한 부분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ㅎㅎ 같은 책, 같은 부분을 읽어도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전 정말 우리가 근사합니다, 독서괭 님!!
 
















드디어 오늘, 서문을 다 끝내고 본문으로 들어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하철안에서 읽기가 필요했다. 내가 책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험에 대비해 교재를 보다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경험을 한게 대학교 3학년 때였나, 4학년 때였나. 내가 오, 다 알겠어 머릿속에 다 들어가! 하고 시험 보러 갔다가 답을 좌르르르르르르르르륵 써서 냈고 흥분했는데, 그리고서야 아아, 이걸 너무 늦게 알았다.. 하고 안타까웠다. 진작 알았으면 내가 서울대 갔다가 사시 패스하고 지금쯤 대통령...


그만두자, 이런 얘긴..


아무튼 특히나 지하철 출근길 독서는 나를 정말로 짜릿하게 해,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갈 때면 어쩌면... 나도 사실은 초큼 똑똑한 건 아닐까? 막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다. 으하하하. 아무튼 내가 오늘 아침에 지하철 안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기 시작했다는 거다. 




바로 위 사진의 오른쪽 빨간 백팩.. 책을 들고 다니기 위한 나의 백팩.. 아니 여러분 가방은 정말 백팩이 짱이지 않나요? 양 어깨에 멜 수 있는 백팩이 가방의 최고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세!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무게는 양쪽으로 균일하게 가고 어떤 무게여도 짊어질 수 있는 백팩이 나는 좋아라~


각설하고,


그렇게 읽기 시작한 본문에서 나는 아아, 생식력을 가지지 못한, 자궁을 가지지 못한, 신체적으로 임신할 수 없는 남자들의 열등감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종종 펜이 페니스를 대체.. 펜이 페니스를 상징.. 이러는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굳이 펜을 페니스의 은유로 봐야하는건지, 나는 펜을 펜이라서 쥐었을 뿐인데. 어쨌든 아주 오래전부터 펜은 남성성의 상징이 되었고 문학은 남자들만의 것, 여자들은 글을 쓸 능력도 없고 여자들이 글을 쓴다면 그것은 기이한 것이다!! 뭐 이랬다는데, 글쎄 펜이 페니스.. 나는 딱히 설득되지 않는 편인데, 그런데 펜이 페니스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사실 마리 루티도 펜을 음경으로 보고 강의할 때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그건 뭐 그 사람들의 마음이니 그러라고 하면 되고 내가 알게 뭐람. 어쨌든 펜이 페니스고 문학은 남자의 것! 했던 역사를 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통해 알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다양한 목적에서 문학적 부권 은유를 사용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문학작품은 문자 그대로 언어의 표현일 뿐 아니라 육체로 신비롭게 구현된 권력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따라서 가부장적 서구 문화에서 텍스트의 저자는 아버지이자 창시자이며 낳는 자, 펜을 음경처럼 생산의 도구로 쓰는 미학적 가장이다. 더욱이 저자의 펜이 지닌 힘은 음경의 힘처럼 생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요, 자신의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자손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즉 저자는 사이드가 파트리지의 말을 바꿔서 표현한 대로 ‘증식시키는자, 따라서 창시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펜이란 음경의 비유인칼보다 더 강력하며, 가부장제 안에서는 더더욱 성적인 울림을 던진다. -p.78



『율리시스』에서 스티븐 디덜러스가 말했듯, 부권 개념 자체는 ‘합법적 허구’, ‘믿음까지는 아니어도 상상력을 요구한다. 남자는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감각이나 이성으로 확인할 수 없다. 자기 아이가 자신의 자녀라는 것은 그 아이의 존재를 자기 자신에게 설명하기 위해 되뇌는 말일 뿐이다. 그런 이야기속에 내재한 불안은 (가부장적 남존여비를 암시하는) 남성의 우월함에 대한 재확인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사이드가 묘사한 계보적 형상화가 구현한 허구처럼 말씀으로 보상하는 허구를 필요로 한다. - P76



나는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문학적 힘이나 권위를 굳이 강조하려 했던 그들의 생각과 의도는 열등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의 열등함은 이런식으로 발현되는구나. 한 여자가 열 남자와 섹스하고 아이를 낳아도 그 여자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안다. 알 수밖에 없다. 엄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열 남자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저 아이의 아버지일까, 의심하고 유전자 검사도 하고, 저 아이가 내 대를 잇는 아이가 아닐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그의 안에 있다. 여성을 향해 혼전순결을 강요하고 정절을 강요했던 것도 왜그런지 다 알겠쥬? 그런 그들의 불안함은 다른식으로 권력 있는 아버지, 누가봐도 아버지일 수 있는 아버지가 되게끔 그들을 유도하는 것 같다.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 괴물》은 바로 그런 남자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지 않았는가.
















프로이트는 남성을 공포로 물들이는 것은 특히 여성의 거세된 외양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영화들을 얼핏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겉으로 보기에 그로테스크하게 부풀어 오른 임신한 자궁이 성적 타자‘로서 여성에 대한 끌림과 두려움을 일깨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을 창조하고자하는, 즉 출산하고 싶은 남성의 욕망은 작동 중인 더 깊은 욕망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성이 되고 싶은 것이다. - 바바라 크리드,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P116



수잔 루리의 논문 「정신분석학과 영화에서의 "거세된 여성의 구성」은 여성괴물에 대해 일관적이고 중요한 논의를 보여준다. 닐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거세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인 프로이트적 입장에 도전한다. 루리는 남성이 여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남성이 거세당했을 때처럼 여성이 신체가 불구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즉, 여성은 신체적으로 완전하고, 손상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성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세된 여성이라는 개념은 여성이 남성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판타지phantasy일 뿐이다. (나는 시종일관 ‘판타지fantasy‘보다는 판타지 phantasy‘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것은 주체를 소망충족을 위해 활동하는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프로이트 관점에서의 ‘판타지phantasy‘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판타지fantasy‘는 종종 기발한 행동이나 말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내가 피하고자 하는 의미다.) 특히 남성은 여성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그를 거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는 자신의 페니스가 여성의 게걸스럽게 집어 삼키는 입 속으로 사라지는 성교 중에 신체적인 거세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상상한다(루리, 1981-2, 55) - 바바라 크리드,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P29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도 가져와보자.




원초적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녀의 생식력에 대한 두려움임이 밝혀졌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공포의 권력』 - P46














글 쓰면서 그것을 아버지이자 창시자 낳는자... 다 갖다 붙이는 걸 보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그 어떤 열등함이 팍팍 전해지지 않나. 그런 권위있는, 그러니까 진실한 아버지가 되는 글쓰는 일을 그런데 만약 여성들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그들이 가진 생식력, 그 잘났다고 생각하는 생식력의 가치가 흐려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 글쓰는 여자를 후려치면 된다. 건방지게 감히, 아이도 낳으면서 글까지 쓰려고 해? 남자가 할 수 없는 것도 하면서 남자가 할 수 있는 것도 하겠다고?



‘펜을 드는 여자’는 건방지고 ‘주제넘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구제 불능인 존재다. 어떤 미덕도 그녀의 건방진 ‘결함‘을 메울 수없다. 그녀는 자연이 내리그은 경계선을 괴물처럼 횡단해버렸기 때문이다. - P80



껄껄. 

오늘 아침에 이 책 읽으면서 나는 여성 괴물이구나, 했다. 나는 구제불능이여, 나는 건방지고, 나는 주제넘는 사람이여, 나는 괴물이여~ 나는 괴물이다. 어쩔래 ㅋㅋㅋ 용용죽겠지~~ 나는 괴물이지롱~~ 나는 그러나 타인이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든 말든 아무 상관없지롱~ 그러든지 말든지. 껄껄. 니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너에게 달린 문제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사람은 친구도 잘 사귀어야 하고 연애도 잘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을 사귀느냐, 어떤 사람과 벗하느냐가 나를 만든다. 나를 좋아하고 나랑 친하게 지낸다면 이런 글 다 이렇게 읽으면서 또 한층 업그레이드 될것이니 얼마나 좋아요? 나를 만난것은 네 인생의 행운이요 축복인 것이다. 나를 만난 것은 네 인생의 최고 정점, 클라이막스!






어제 점심에는 떡만두국을 시켜두고 애놀라홈즈2를 재생시켰다. 아직 내가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에 타부서 남자직원이 식당으로 혼자 들어왔다. 어제는 그 직원이 업무 때문에 혼자 남들보다 좀 늦게 먹게 됐던 것. 이렇게 된거 밥이나 사줄까 싶어 부르려다가, 내가 애놀라홈즈 2 보면서 혼자 밥 먹고 싶은 것처럼 저 직원도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는데 괜히 내가 불러서 부담을 주면 어쩌나 싶어 못본척 했다. 어쩌면 그 직원도 나를 보고 못본척 한걸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고 계산을 하면서 저쪽 테이블도 계산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계산을 마친 뒤 나는 그 직원 자리로 가 말했다. "내가 계산 했으니까 천천히 먹고 와요." 그 직원은 감사합니다! 인사했다. 나는 쿨하게 어깨 힘 뽝 주고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동생들과의 톡방에서 이 일화를 전한 뒤,


"나 멋진 꼰대라고 불러줘."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퇴근후 타부서 직원하고 술마시다가 이 얘기를 하는데, 다 듣기도 전에 그 직원이,


"설마 저 테이블 것도 계산해주세요 하신거예요?"


이래가지고 그렇다고 했더니 꺅 멋져멋져 했다. ㅋㅋㅋ 그래서 내가 덧붙였다.


"칼국수 집이여서 했어, 아웃백에서 만났으면 그냥 모른척 하고 나갔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세상 쿨내 진동하는 멋진 꼰대 되시겠다.

아무튼 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 가방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다.



(책 위의 하얀건 띠지)



그리고 캐나다 가을 풍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워...나처럼.......





점심엔 짜장면을 먹을까 라면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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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16 0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밥 사주는 꼰대는 꼰대 아님. 밥 사주면서 잔소리해야 꼰대…. 아, 밥 안 사주고 더치하면서 잔소리하는 부장들도 있죠. 그건 인간 말종.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다부장 진짜 건방지네. ㅋㅋㅋㅋㅋㅋㅋ 가방에 빨간 아령 있는 다부장. 이참에 근육도 키워요~

다락방 2022-11-16 08:51   좋아요 3 | URL
저는 이제 가방 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넣고 하루에 만보 이상은 필히 걷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a good strong woman!! 그게 바로 접니다. 으르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6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저 책을 백팩으로 지하철에서??
저 안그래도 식탁위에 다미여 책 독서대에 맨날 올려두고 두께감만 재확인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매번 저 책은 넘 무겁고 두꺼워 다락방님 지하철에 들고 다니진 못하시겠다. 우짜누?? 두 세번 걱정했었는데...완전 기우였군요??ㅋㅋㅋ
완전 멋지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후훗‘라며 코웃음 치며 백팩 🎒 메고 머리 흩날리며 지하철로 달려가시는 듯한......ㅋㅋㅋ
감동받고 저도 얼른 진도를 빼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근데....직원 밥도 몰래 사주시고??
맞네요, 맞아!! 밥 잘 사주는 직장 선배!!
후배들 눈에 사랑과 존경이 가득하겠습니다.
아...나도 다락방님 직장 후배 하고 싶다!!!ㅋㅋㅋ

다락방 2022-11-16 14:54   좋아요 1 | URL
저 집에서는 독서가 잘 안되어서요. 저렇게 두꺼운 책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독서대에 올려두어도 잘 안보게 되더라고요. 보려고 자리 잡고 앉아도 잠이 쏟아져서.. 어쩔수없이 저는 다 읽을 때까지 근육운동 하는셈 치고 들고 다니겠습니다!! 아니, 메고 다니겠습니다!! ㅋㅋㅋ 후딱 읽어야 할텐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출근하는 동안 몇페이지 못읽더라고요. 어쩌면 저는 12월 말까지 계속 들고다니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엉엉 ㅠㅠ

책나무님 저의 직장 후배로 들어오시면 맛있는거 많이 사드릴게요!!! 후훗.

거리의화가 2022-11-16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세상 멋진 선배이십니다^^ 밥 잘사주는 선배는 꼰대 아닙니다. 암요~ㅎㅎㅎ
그리고 백팩 러버 여기있습니다! 책을 최소 2권 이상 들고 다니는지라 백팩 아니면 안되더라구요. 아무리 예쁜 가방이 넘쳐나도 온리 백팩입니다^^; 빨간색 백팩 이쁘네요. 저는 검은색 백팩 들고 다녀요~
지하철에서 읽기 그나저나 성공하셨군요~^^ 저는 어제까지 해서 2부를 끝내기는 했는데 3부가 밀턴이더라구요. 실낙원 정말 안 끌리는데 그냥 읽어야 하나 안 읽고 읽기에는 무린가 고민이 가득합니다ㅜㅜ

다락방 2022-11-16 14:56   좋아요 2 | URL
세상에서 제일 멋진 선배란 무릇 돈만 내주고 조용히 가는 선배 아니겠습니까? 저 직장 후배는 본인이 보고 싶은거 보면서 돈은 안내고 식사만 하고 나올 수 있었죠. 후훗. 후배님아, 기억해라. 후배님 회사엔 나같은 멋진 선배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백팩 너무 좋아요. 백팩 만세입니다. 문제는 백팩 메면 그 안에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거.. 자꾸 더 넣는다는거. 하아-
저 실낙원 읽으려고 펼쳤다가 너무..그 운문 형식의 글이.. 안읽혀서 덮었어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예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인데 말입니다. 다시 도전해야지 싶긴한데 과연.. ㅠㅠ

공쟝쟝 2022-11-16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ㅋㅋㅋㅋ 지하철에서 ㅋㅋㅋㅋㅋㅋ 다미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짱 멋지세요!!!!
나는 괴물이지옹 용용죽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니까 이런 말투는 현재 10대들의 어쩔티뷔저쩔티뷔?ㅋㅋ 맞낰ㅋㅋㅋㅋ 그것의 1970년대산 버전 인 것이죠? ㅋㅋㅋ 빵 터졌네 ㅋㅋㅋㅋ
멋꼰 ㅋㅋㅋㅋㅋㅋ 부장님 멋!!꼰!! 이셔 ㅋㅋㅋ

다락방 2022-11-16 14:57   좋아요 0 | URL
오늘 지하철 안에 자리잡고 앉아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딱 무릎 위에 놓고 형광펜 들고 읽는 내 모습은 교수님 같았을 거라고 저 혼자 생각합니다. 아무도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교수님 포스 ㅋㅋㅋㅋㅋㅋㅋ

용용죽겠지 쟝님 댓글 읽고 나니까 되게부끄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멋진 꼰대 다락방은 이만 물러갑니다. 슝 =3=3=3=3

책읽는나무 2022-11-16 15:06   좋아요 0 | URL
용용 죽겠지~~에 빵 터지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옛날 사람!!!!ㅋㅋㅋㅋ
전 공쟝님 빵 터졌다는 대목에서 빵 터짐!!! 빵~ 터져야 하는구나!! 하면서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1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꼰대라도 ㅋㅋㅋㅋㅋ 밥 사주면 잔소리 들어드립니다. 저같은면요 ㅋㅋㅋㅋ
지하철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고 있는 여성괴물 다락방 실사컷 가지고 계시는 분에게는 제가 소정의 선물 드리려고 합니다.
셀카 안 되고요 ㅋㅋㅋㅋ 많은 도전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16 14:58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지만 잔소리를 한다고 해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아 역시 또 꼰대 마인드 나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이 속도라면 12월말까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메고 다닐 것 같으니, 여러분 지하철 안에서 절 만나면 실사컷 찍으시고 단발머리 님께 소정의 선물 받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2-11-1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거 아닌가요? 근사합니다. 다락방님이 씩 웃으며 나가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다락방 2022-11-16 14:59   좋아요 0 | URL
역시 나는 멋져 ♡
하는 자뻑에 빠져서 식당을 나섰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11-16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6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16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저 벽돌책을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지하철에서 팟하고 꺼내는데.... 멋있게 꺼내지지는 않겠군요. 그러기엔 너무 무거워서말입니다. ㅎㅎ 아 저는 아무리 지하철이 가장 잘 읽힌다고 저 무거운걸 갖고 다니겠다는 생각은 절대 못할듯요. 다락방님이 다방면에서 아주 훌륭하신 분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힘까지 천하장사인건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저 지금 기립박수중입니다. ^^

다락방님 다니는 회사 혹시 인원충원 안하나요? 저 부하직원으로 들어가게요. 저 아무일이나 잘하는데 말이죠. 식당에서 만나 간섭하지 않고 돈만 내주는 선배, 아 저의 로망입니다. 왠만하면 저도 그거 따라하기라도 하고 싶은데 우리는 급식을 먹어서 안타까울뿐이네요. ㅠㅠ.

다락방 2022-11-17 09:4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정말 잘 파악하고 계십니다. 오늘도 꺼내다가 한 번 놓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런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데 그나마 이렇게 하니까 오늘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었습니다. 전.. 이렇게 살아야 되는 팔자인가봐요. 책 짊어지고 다니면서 읽는 삶...이 제 운명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네,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살겠습니다. 아놔 ㅋㅋㅋㅋㅋㅋ 제가 힘이 장사인 건 모르겠지만 이정도는 할 수 있는 체력이 제게 있는 것 같습니다. 으하하하.

맨날 뭘 먹을지 생각하느라 저도 가끔은 급식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회사 식당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바람돌이 님, 저희 회사 들어오시면 제가 밥은 잘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11-1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 다락방님 진짜 저 책을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백팩에 넣어 매고 다니신단 말입니까.. 대단한 의지력! 그리고 의지력과 함께 솟아나는 다락방님의 승모근?ㅋㅋ 식당에서 만난 후배에게 아름다운 결제를 날리시고.. 완전 최곱니다.
1장에서 여성괴물 딱 떠오르더라고요^^ 반가웠습니다. 여성주의책읽기 몇달 따라가니 뭔가 유식해지는 느낌이야..!!
다락방님, 손목 조심하시며 읽으세요~ 화이팅!

다락방 2022-11-22 16:52   좋아요 1 | URL
지하철안에서 그나마 읽긴 하는데 지하철 안에서만 읽어서 진도가 더디긴 합니다. 그래도 집에서는 아예 읽지를 않아서요 ㅋㅋㅋ 집에서는 오늘부터 빌레뜨 읽을까 생각중이에요 ㅎㅎ
1장에서 독서괭 님도 여성괴물 떠오르셨군요! 저는 그동안 숱한 여성주의 책을 읽었지만 그 중 가장 강력추천하는게 <여성괴물> 이예요. 두고두고 생각나고 써먹을 수 있는 책입니다.
오늘도 손목이 힘들었지만, 만세!!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