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도없는 귀여움이란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까 특별히 귀여운 말과 행동,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뭘해도 귀여운 상태. 무슨 말을 해도 뭘 해도 귀여우면 그건 이미 게임끝! 아닌가.


다음주에는 조카의 생일이 있다. 지난 금요일, 엄마와 남동생과 셋이 술을 마시던 중에 조카의 전화를 받았다. 이모 생일선물로 나 연필이랑 지우개랑 샤프심이랑 사줘! 란다. 그래서 알았다고 말했는데 옆에서 남동생이 삼촌은 뭐 사줄까? 물으니 삼촌은 자두 사줘! 하는 거다. 자두? 자두를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타미야, 자두? 타미 자두 좋아해?"

"응. 나 하루에 네 개씩 먹어!"



아.... 귀여워. 너무 귀엽다. 자두 하루에 네 개 먹는다는 이 말이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자지러질 것 같아. 전화를 끊고 폭발하는 사랑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만났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선물 샀냐고 묻더라. 아니, 이모가 내일 살거야, 라고 말해줬는데. 



"삼촌한테 자두는 적당히 사라 그래."

"적당히?"

"응. 나 자두 하루에 네개 넘게 먹을 수 있는데 엄마가 네 개밖에 안줘."



아..........이 폭발하는 귀여움. '자두', '네개', '먹다' 이 모든 단어들 중에 귀여움을 포함한 단어는 1도 없지만, 나는 귀여워서 곧 쓰러질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너무 귀여워서 친구들하고 술먹다가, 아아, 너무 귀엽지 않아? 하고 조카찬양... 이 말이, 이 대화가 특별할 게 없는데, 진짜 아무것도 없이 그저 귀여운 거다. 귀엽고 사랑이 폭발해. 뭔가 특별히 한 게 아니어도, 뭔가 특별히 말한 게 아니고 특별한 단어를 쓴 게 아니어도 이렇듯 귀여움으로 가득찰 수 있다니. 이러면 그냥 끝 아닌가. 끝이야, 끝. 이건 그냥 사랑이야, 사랑이라구!!!!!!!!!!!!!!!!!!!!!!!!!!!!!!!!





- 트윗 타임라인에 영화 《아수라》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길래, 으응? 왜지? 왜 때문이지? 하고 궁금해서 나도 다운 받아 보려고 했는데, 내가 그 영화를 참을 수 있는 시간은 6분이었다. 3분에 끌까 하다가,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걸텐데, 그걸 찾기 위해서 좀 더 보자, 하다가 결국 6분만에, 아아, 난 안찾을래, 하고 꺼버렸다. 워낙에 폭력영화 보고싶은 생각 1도 없어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 뭔가를 찾기 위해 보려고 했어...그렇지만 정우성이 상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데 아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불한당》도 당연히 패쓰하려고 했었는데, 아 또 타임라인이 불한당으로 난리가 난거다. 왜지, 왜때문이지, 궁금한 나는, 막 조직폭력배? 깡패? 들 나와서 싸우는 거 넘나 싫어하지만, 또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임시완, 애.. 뭐지? 아름답다.... 뭐랄까, 아름답고 깡으로 가득한 똘끼 충만한 ... 남자야. 매력적이다. 뭐지, 왜.. 매력적이지... 그러고보면 나는 임시완이 출연했던 걸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음... 아, 《변호인》 .. 거기에서만 보고 임시완을 또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근데 이 영화에서 너무...아름답고 예쁘고... 30분 보다가 잘라고 멈췄는데, 자리에 누워서도 아아 자꾸 임시완 얼굴 떠오르고.. 궁금해...임시완 보고싶어... 막 이렇게 되는거다?


물론 이 영화도 중간에 끄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허준호 고문 장면 ㅠㅠ 에서였다. 아 진짜 너무 힘들어가지고, 나는 보다말고 중간에 으윽, 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나는 왜이렇게 폭력물 보기 힘든 사람이 되었나..



예전에는 심한 폭력물을 힘들지 않게 보았던 것 같은데..아닌가? 나 그 뭐냐, 비(정지훈) 나오는, 닌자 어쩌고 영화도 봤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 영화도 엄청 잔인했던 것 같은데... 


나이먹을수록 볼 수 있는게 더 많아지는 게 아니라 볼 수 있는게 더 적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 나오는 것도 못보겠고 ㅠㅠ 귀신 너무 무서워 ㅠㅠ 이렇게 고문하고 때리고 이러는 것도 못보겠다 ㅠㅠㅠㅠㅠ 내가 특별히 평화주의자여서가 아니라(오스카!!), 모르겠다, 못보겠다. 그렇지만 이 불한당은 끝까지 보고싶다... 임시완...보고싶어....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 너무 궁금한거다. 이 매력적인 또라이가 어떻게 되는거지?







- 토요일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가방 무거운 게 싫어서, 큰 맘 먹고 책을 빼고 크레마를 들고 나갔다. 크레마를 가지고는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아서 주요 기능도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조명을 좀 밝게 하려다가 그건 못찾고 글자 크기를 키웠다. 그런데 오!! 글자 크기 키우니까...어쩐지 씐나는 거다! 좋은데? 뭔가..나 이북으로 뭔가 좀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됐던 것. 글자 크기 이렇게 커지다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씐나지? >.<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이북으로 책을 조금 읽었다.

















두꺼운 책이라서 이 책을 언제 다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자 포인트 크게 해놓고 씐난다면, 이북으로 완독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른 분의 서재에서 《모비딕》을 크레마로 완독하셨다는 글을 보게 됐다. 오호라? 나도 모비딕 읽고 싶어했었고, 아직 사기 전이었고, 흐음, 그렇다면 이북으로 사서 도전해볼까? 하는 도전 의욕이 불끈 샘솟는 거다. 게다가 여름휴가갈 때 비행기 안에 여섯시간 반을 있게 될텐데, 나는 항상 캐리어에 책을 꾹꾹 눌러담아 가져가지만 읽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이었으니, 이제 무거운 종이책대신, 여행갈 때는 크레마가 어떨까? 그리고 그 안에는 모비딕을???

















나는 여행갈 때를 대비해서, 이 북 몇 권쯤은 질러둬야 하는 건 아닐까? 아아, 설레인다, 설레어... 근데, 글자크기 크게 해놓고 씐나하는 건...내가 노안이 왔다는 증거, 바로 그것인걸까?















- 토요일에 친구들하고 2차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는 와인이 한 종류 뿐이라며, 위에 있는 루프탑바로 가라고 했다. 거기는 와인이 많다고. 그러면서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하고는 우리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하고 버튼을 누르고 같이 기다려주는 게 아닌가. 우리는 알아서 갈테니까 그만 들어가시라고 했는데, 그 직원이 들어가고나자 여자 셋이서 '아 훈남이 친절해' 이러면서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잖아? 그러고는 루프탑 바에 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기 직원은 완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잘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진짜 인물 안보고 사람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사람 좋아할 때 인물은 크게 신경 안써서 그동안 못생긴 남자들하고도 잘만 사귀었는데, 그건 그거고, 잘생긴 사람 보면 기분이가 좋아지는 걸 내가 어쩔 수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완전 친절한거다. 친절하고 너무 잘해줘. 그래서 참 기분이가 좋아. 우리 여자 셋은 잘생겼다, 친절하다, 이러면서 술집 엄청 좋아해가지고, 우리가 감당하기 벅찰만큼의 레스토랑이었지만 눌러 앉아서 술을 열심히 마신 것이다.



이렇다. 

귀엽고, 다정하고, 자상하고, 친절한걸 좋아한다. 이 얘길 하고 싶었다, 나는. 귀엽고 다정하고 자상하고 친절한 게 최고다. 일전에 누구였지, 누가 그린 만화에서 남자가 여자를 때려가면서 사랑을 표현하던데, 그러면서 나쁜 남자(?) 타이틀 쓰던데, 그건 쓰레기같은거고, 우리는 그런 남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귀여움이야 눈에 꽁깍지라, 상대가 귀여운 짓을 한다기 보다 그냥 내가 너무 귀엽게 보는 거지만, 다정하고 자상하고 친절한 건, 그 사람의 노력이고 의지다. 다정한 천성이야 왜 없겠냐마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 동물이라, 내 기분이 나쁜데도 상대에게 다정하기는 힘들다. 또한 내 기분이 좋다고 해도 상대의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다정함을 보이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애를 써야 하는거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생각을 하고, 예의를 차리고, 매너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길 원한다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다면, 내가 다정하게 다가가야 하는 게 우선이다. 배려를 먼저 하는 게 우선이다.





- 언제나 그렇듯이 책사고 싶다. 장바구니에 책이 또 어마어마하게 들어있는데, 나는 5만원어치만 사고 싶고... 그래서 내 장바구니에 담긴 그 많은 책들중에서 대체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다. 들뢰즈를 좀 공부해볼까, 하는 서투른 생각이 들어 입문서를 추천 받아 놓았고,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철학에 대한 책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소설도 읽고 싶고 페미니즘 관련 서적도 사고 싶다. 여기저기서 보고 찜해둔 어린이책도 읽고 싶다. 그래서 이 많은 책들 중에서 대체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 ㅠㅠㅠ




























- 출근길에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버스를 '뛰었지만' 놓쳤다. 으으윽- 하고 부르르 떨고 있었는데, 3분쯤 기다려 다음 버스가 왔다. 아까 그 버스를 탔으면 더 빨리 갔을텐데, 뭐 지금도 괜찮지많, 하고 버스를 타고 자리 잡고 앉았는데, 회사 남자과장이 뒷자리에서 다가와서는 커피를 마시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정거장 전에 내려 그가 사주는 커피를 낼름 받아 마셨다. 놓친 버스를 탔다면 커피를 얻어 마실 수 없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그는 차가운 돌체라떼인가를 주문했는데, 벤티사이즈라서 정말 크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빨리 가지는 못했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을 얻었다. 그런 아침이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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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7-1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휴가갈 때 비행기 안에 여섯시간 반을 있게 될텐데... --> 어디일까 잠시 생각. ㅎㅎ

2017-07-1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7-11 11:32   좋아요 0 | URL
아 맞다 ㅋㅋㅋㅋ 잊고 있었네요~ 부럽^^

무해한모리군 2017-07-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순간 잔인한걸 정말 못보겠어요. 잔상이 쉬이 잊혀지지도 않고. 옥자도 음악도 마음에 들고 꼭 보고 싶은데 도살장이 나온다고 해서 못보고 있어요. 제가 맥.도.날드 다큐를 보고 일년이상 햄버거 못먹었는데 영영 고기를 못먹게 될거같아서 아예 안볼려구요.

저도 오만원어치씩 사서 다읽고 또사야지 생각하지만, 오늘도 무심하게 대하던 옆자리 대리가 다른사업부로 간다기에 선물사러 들어왔다 제것도 또 이따만큼 사고야 말았어요. 읽기는 쥐똥만큼 읽는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7-11 13:46   좋아요 0 | URL
나이들면서 자극적인걸 싫어하게 되는걸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예전엔 보던 것들인데. 누가 누구를 때리는 장면을 보는게 진짜 힘들더라고요. 최근엔 ‘년‘자 들어가는 욕도 듣기가 너무 힘이 들고 ‘~녀‘도 듣기
싫은데, 나이들수록 사는 게 쉬워지고 편해지는 게 아니라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더 불편해지고요. 피해야할 것들 투성이란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또 꼴보기 싫어지는 인간은 어찌나 늘어나는지... 저는 옥자는 아무 이유없이 그냥 안보고 싶어요. 궁금하지가 않아요. ㅎㅎㅎㅎㅎ


저렇게 많은 책이 들어있는데 저기서 오만원어치를 선별하려니 너무 머리가 아프네요. 대체 뭘 골라야 할지.. 하하하하하. 저도 읽기는 쥐똥만큼 읽으면서 사기는 어마어마하게 사대서 큰일이에요. 있는 책만 다 읽어도 몇 년은 책 안사도 될텐데 말이지요. 이런 반복되는 페턴이라니...Orz

비연 2017-07-11 16:01   좋아요 0 | URL
읽기는 쥐똥만큼 읽는다는 말에 ... 갑자기 격하게 동감이 가는 것은 -.-;;
그 와중에 오늘 어마어마하게 책을 주문한... 아하하~ ㅜㅜ

다락방 2017-07-11 16:06   좋아요 0 | URL
저는 아까 이 페이퍼 다 쓴다음에 한바탕 주문하려다가 여태 참고 있어요. 내가 참는데까지 참아보리랏! 하는 마음으로다가 주문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어요. 어디 한 번, 버텨볼랍니다. 후후훗.

조선인 2017-07-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다락방님이 영 귀여워서. ㅎㅎ

다락방 2017-07-12 17:08   좋아요 0 | URL
아이참 조선인님도 별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맑게 좋아한다)

2017-07-3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7-31 08:09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 일이 다 있나요 ㅋㅋㅋㅋㅋㅋ 문자 넣을게요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