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내 머릿속에는 페미니스트는 특정한 부류의 여성들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확한 신화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다. 전투적이고 정치적이며 인간으로서 완벽하고 남자를 증오하고 유머가 없는 사람들. 이러한 신화에 속았다. 나는 이런 신화에 속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이기에 이런 과거가 자랑스럽지 않고 더 이상은 속지 않으려 한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정중하게 거절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 (p.375)


나는 페미니즘을 부인했다. 이 운동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런 말로 들렸다. "너는 성깔 있고 섹스 싫어하고 남성 혐오에 찌든, 여자 같지 않은 여자 사람이야."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는 페미니즘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 페미니즘이 성공하면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절대 아니라고 했을 때를 떠올리면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떠올라 부끄러울 뿐이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들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생각하면 또다시 부끄럽다. 결국 내가 외면받을 것이란 두려움이었고, 내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문제나 일으키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란 두려움이었으며, 이런 나를 이 사회나 친구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었다. (p.15)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를 읽으며 가장 고마웠던 점은, 나(독자)에게 '잘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몇해전만 해도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당시만해도 내게 페미니스트란 '과격하고 공격적인'여자였으니까.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알면알수록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고, 그러자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일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부끄럽다면, 내가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과거였다. 아무것도 모를때는 선입견이나 편견만으로 '난 싫어!'하고 말할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몰랐던 게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를 알게 된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책을 쓴 록산 게이마저도 페미니스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고, 이런 과거를 자랑스럽지 않게 여겼다 고백했으니, 나도 고백한다. 나 역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만' 이라고 생각하고 말했던 나의 과거가 자랑스럽지 않다. 나 역시 정중하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거절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알면알수록 내 자신안의 모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연애중에는 더했는데,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칭하고, 애인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애인 역시 나로 인해 페미니스트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순간순간 애인에게 수동적인 여자가 되고, '예쁨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지고, '말 잘듣고 싶다'는 어찌보면 강아지같은 욕망이 생기기도 하는 거다. 이래도 되는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이 남자를 떠받들어도 되는걸까, 페미니스트가 그래도 되는걸까, 하는 내적갈등 때문에, 아, 그냥 페미니즘에 아예 관심 갖지 말고 살까, 하는 생각도 수차례 했었다. 무엇보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니, 그에 맞게 '제대로된', '귀감이 되는', '언행이 일치하는', 그런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거다. 또한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는, 아, 동성을 사귀는 것이 모순되지 않는 페미니즘을 실행하는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남자가 좋아 ㅠㅠ 남자의 큰 손이 좋고, 단단한 팔과 가슴이 좋고, 포옥 안기는 게 좋아 ㅠㅠㅠ 가끔 마초가 되어 나를 뒤흔들때는 가슴이 떨리기도 해. 어떡하지 ㅠㅠㅠㅠㅠㅠㅠ 아 힘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지만 역시 페미니즘을 더 공부하고 알게 되면서 나야말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느 하나만의 정답을 정해두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누구의 책이었지? 그런 구절이 나오더라. 정확한 워딩은 아니겠지만, '철학에 대해서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다른 얘기를 하는데, 왜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뉘앙스의 구절이었다. 그러게. 게다가 왜 내가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규정한거지? 왜 내가 나를 가둔거지? 얼마전에는 친구가 새로운 페미니즘 언어를 배웠다며 내게 이렇게 얘기해주었다.


'당신에게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오해나 무개념인 말과 글을 접할때마다 '그게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건 몹시도 피곤한 일인데, 페미니스트라면 일일이 대꾸해야 하는 게 아닌가, 했던 내게 정말이지 신세계로 이끌어주는 언어였다. 그러게. 내가 왜 다 대답하려 했을까. 나는 이렇게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해방을 맞이하는데, 록산 게이의 이 책은 그 해방감에 쐐기를 박아주었다. 내 자신을 더 놓으라고, 더 자유로워지라고,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라고. 아아, 고마워요, 록산 게이! 나는 이제 해방감을 느낍니다. ㅠㅠ



페미니즘이 결함이 있는 이유는 이것이 인간이 만든 운동이고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페미니즘에 비이성적으로 높은 기준을 세워 놓고 페미니즘에게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혹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내려 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만 같다. 페미니즘이 우리 기대에 못 미치면 페미니즘 이라는 이름 아래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결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페미니즘 자체가 잘못되었다며 정죄한다. (p.12-13)



나를 따라다닐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이니까. 그래서 엉망진창이니까.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완벽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전부 옳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지지하고, 이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내 글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핑크색을 사랑하고 섹스를 좋아하고 가끔은 여성을 끔찍하게 표현한 노래에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정비공이나 수리 기사에게 마초 대접을 해주면 내게 이익이라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더 멍청한 척을 하는 이런 여자로 남고 싶을 뿐이다. (p.14)



굳이 모델을 찾지 말고 각자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보고 싶은 페미니스트가 되어 보면 어떨까? (p.18)



일전에도 말했지만,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좋은건, 그동안 내가 되어보지 못했던 소수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거였다. 또한 내가 무지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런 작가가 있어서 고맙다, 라고 생각했던 '캐서린 스토킷'의 『헬프』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진짜 얼굴이 화끈거렸다. 록산 게이는 그 책과 영화속에서 흑인 여성들은 백인들을 돕는 조력자로만 나왔음을 지적한다. 흑인 인권운동의 중심은 흑인이었는데, 이 책속에서는 백인이 그 역할을 하고 흑인이 도와주는 걸로만 나온다고.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동안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영화는 재미없었지만, 그건 그냥 재미 없어서 재미 없었던 거였지, 그 이유가 '흑인이 조력자로 나와서'가 아니었던 거다, 내게는. 내가 그 영화를 보는 시선이, 록산 게이가 보는 시선과는 달랐다. 록산 게이는 영화  『헬프』를, '우주를 그리고 있는 공상 과학 영화'(p.294)라 칭한다. 그리고 '마르타 사우스게이트'라는 사람의 리뷰를 인용한다.


"사실 역사의 중심은 흑인이고 백인이 '도우미'였다. 흑인 인권 운동의 기획자, 지도자, 운동가, 가장 밑바닥에서 활동한 노동자는 백인이 아니라 아프리카 아메리칸이었다." (p.294)


간혹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 훈계하고 조언하는 남자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한 번도 여자로 살아본 적이 없으면서, 거리를 걷거나 택시를 탈 때, 밤늦게 집에 돌아갈 때나 만원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으면서, 내 돈 주고 내가 사는 것들에 대해 김치녀나 된장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 페미니즘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똑바로 하라고 말한다.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하는 남자들조차도 그렇다.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자들도 그렇다. 그럴 때 나는 그 똑똑한 남자들의 한계를 느꼈다. 록산 게이가 책과 영화로 『헬프』를 만났을 때,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마도 조언하는 남자-엠마 왓슨에게 편지쓰는 고종석이라든지-를 만나는 여자의 느낌과 비슷했을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을 진보적이고 마음이 열린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도 치우친 부분이 있을 것이고 《헬프》를 읽고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편향되어 있었는지 아프게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는 《헬프》가 백인 여성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이었다. 시나리오는 백인 남성들이 썼고 백인 남성이 연출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난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p.302)


록산 게이의 내적 갈등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가도 감독도 연출도, 흑인과 그들의 인권에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호의적인' 시선은 한계가 있다. 그런 시선으로 책과 영화를 썼어도, 흑인 인권운동에 중심에 백인을 두었으니까. 


나는 어떤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도. 진심으로 그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백인들 중에서도 흑인의 인권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많이 깨지고 부딪치면서, 넘어지면서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듯이, 그들도 그럴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된 길이란 게 있다면, 그 길로 가기만 한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싸우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록산 게이의 이 책은 나를 다독이기도 했지만, 가끔은 혼나는 기분이 들게도 했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또 하나 배우네, 하는 기분이었다.



별을 하나 뺀건, 비만한 사람에 대해 차별적인 시선을 갖는 게 나쁘다는 얘기를 하면서, 뭐랄까, 비만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처럼 말한 게 좀 걸려서다. 물론 어떤 내면적인 상처로 식욕을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먹는 게 좋아서 먹는다. 맛있어서 먹는다. 매 끼니가 매우 소중하다. 먹으면 행복해서 먹는다. 뭐, 그렇다는 거다.




좋은 독서였다. 이 책을 끝내고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를 시작했는데, 이건 얼마 읽지도 않고 또 울컥울컥 했다. 좋은 독서가 될 것 같다. 아 진짜 책 읽는 거 너무나 좋다! 내가 몰랐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너무 좋다!!



얼마전에 트윗에서 누군가 '아니, 박유천인데 그게 무슨 강간이냐' 라는 뉘앙스의 글을 봤더랬다. 잘생긴 유명 연예인인데 땡큐지, 뭐 이런 뜻이 읽혔는데, 휴, 마지막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이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 문화가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을 함부로 다루어 온 나머지 유명 연예인의 관심을 얻기만 한다면 학대를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이 현실에 눈물이 난다. 우리 사회가 당신을 망쳐놓은 것이다. 전적으로 그렇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크리스 브라운이 여자 친구를 죽기전까지 때리고도 고작 집행유예를 받고 2012년 그래미 무대에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올라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가 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베스트 R&B 앨범 상을 받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에게 재기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나쁜 남자 페르소나를 자랑스럽게 게시했고 대중들을 비웃었다. 그는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팝 음악계 악동이다. 그에게는 그것이 변명이 아니라 설명이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찰리 쉰이 켈리 프레스톤에게 '실수로' 총을 쏘고, 섹스를 거부한 UCLA 학생의 머리를 때리고, 전 아내 데니스 리처드를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전 아내 브룩 뮐러에게 칼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영화에 출연시키고 텔레비전 쇼에 출연시켜 돈을 찍어 내게 만들어서 그렇게 되었다.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범죄를 저질러 30년 이상 미국 입국이 금지된 로만 폴란스키에게 아카데미 상을 두 번이나 주었기 때문이다(13세 소녀에게 술과 약물을 먹여 성관계를 함). 우리가 당신을 망쳐 놓았다. 마돈나를 폭행하고도 계속해서 비평가들의 극찬 속에 영화를 찍고 두 번이나 아카데미 상을 받은 숀 펜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유명한) 남자가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도 법적, 직업적, 개인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살도록 내버려 두면서 당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버렸다. 

남자들이 그럴 수도 있다고 한 번도 아니라 여러 번 우리는 당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유명한 남자건, 악명 높은 남자건, 전혀 유명하지 않은 남자건 남성이 여성을 학대할 수 있다고 믿게 내버려 두었다.(p.45-46)








이 책의 제목 `나쁜 페미니스트Bad Feminist`의 `bad`는 나쁘지 않다. 여기서 `나쁜`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라 `부족한`, `못 미치는`, `완벽하게 훌륭하지는 못한`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다시 말해 "나는 부족한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자신을 상대화하는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 사회가 강요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대한 저항이자, `우리`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페미니즘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고, 동시에 규범화된 페미니즘은 불현하지만 자기만의 신념은 숨기지 않겠다는 `나의 페미니즘 My feminism`이다. (추천사, 정희진, p.6)

나는 언제나 모범생이었다. 성적표에는 항상 A가 직혀 있었고 반에서 늘 1등이었다. 숭종적인 아이였다. 어른들에게 공손했고 동생들에게도 착한 누나였고 주일 학교에도 다녔다. 이런 내가 뒤에서 부끄러운 짓을 하면서도 우리 가족을 속이고 모든 사람을 속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착한 사람이 되는 건 나쁜 짓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p.62)

어떤 일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p.64)

2011년 아이오와 의회에서 레즈비언 커플의 아들 자크 왈스는 두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야기했다. 이 19세의 똑똑한 남학생은 아이오와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기 위해 연설했다. 그의 태도는 열정적이었고 연설에는 호소력이 있었으며 이 두 어머니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을지 눈에 선했다. 이 동영상이 전국적으로 퍼졌고 화제가 되었다. 그 영상을 볼 때마다 감동하지만 화도 난다. 왜 퀴어들은 남들은 당연하게 갖는 권리를 위해 항상 이렇게 온몸을 내던져 싸워야 하나? 이성애자 부모의 자녀 중 어느 누구도 법원에 가서 자기의 부모들이 훌륭한 시민이었다고 설득할 필요는 없다. (p.161)

Qui tacet consentire videtur. 라틴어로 "침묵은 동의를 의미한다." 라는 뜻이다. 우리가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나를 향한 이런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 된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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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6-06-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한혜정교수님의 ˝자기발화는 자기해방이다˝말이 생각납니다.그래서 락방님 글 늘 기다려요^^고맙습니다.

다락방 2016-06-23 11:28   좋아요 1 | URL
우앙. 제 글을 늘 기다리신다니, 고맙습니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쓸게요.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할게요. 우리 계속계속 오래오래 만나요! :)

루쉰P 2016-06-2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자를 정말 사랑해요 보면 아름답고 지켜주고 싶어요 아껴주고 싶고요 전 사랑하는 여자의 하인으로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사건이 나오면 정말 울컥해요 여자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16-06-23 11:31   좋아요 0 | URL
루쉰님, 궁극적으로는 루쉰님이 지켜주려고 하지 않아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루쉰님 글 읽으면서 루쉰님은 자신의 어떤 과거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또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하지 않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도록 해요.

2016-06-23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6-23 15:22   좋아요 0 | URL
뭐가 그리 좋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니깐 좋네요. 좋다고 해서 다시 읽어봤는데 그냥 뭐 평소와 다름없는 글이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llas 2016-06-2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꺼내자면 끝도 없고 골치아픈데다 괜히 나만 전투적인 여자가 되는 것 같아 참고 참고 또 참고 무시하고 무시하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네요. 예쁨받고 모나게 보이지 않을려던 어린 나를 돌이켜 생각할때마다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골치가 아프더라도 남들이 날 쌈닭으로 몰아부치더라도 할말하고 들이받고 그렇게 살았더니 피곤은 해도 비참하거나 불행하진 않습니다. 더 이야기하고 더 행동해야지 후진적 남성중심문화가 개선되겠죠.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요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아져서 너무 좋아요:)

다락방 2016-06-23 17:56   좋아요 1 | URL
아, 헬라스님. 제가 리뷰 내내 `과격한`으로 사용했지만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다른 표현 있을텐데` 싶었는데, `전투적`이란 단어가 그거네요. 네, 저는 전투이기만 한걸로 페미니즘을 오해해서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무지했던 시절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ㅠㅠ

저는 원래 좀 잘 으르렁 대는 스타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일이 지적하고 따지고 하는 건 정말 피곤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헬라스님 말처럼, 더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이야기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더 공부도 해야겠고요. 페미니즘 책을 읽는 일은 그래서 정말 즐거워요. 아, 이렇게 또 하나 배운다, 싶어서 너무 좋아요. 자꾸자꾸 페미니즘 책 나오는 것도 너무나 좋고요. 계속 계속 읽고 쓸거에요. 우리 함께합시다!

hanalei 2016-06-2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안 보셨다면 제인 프리드먼의 ˝페미니즘˝을 추천하고 싶군요.
비투비21 에서 번역판 나와 있습니다.
이 계통에서는 basic으로 통하는가 봅니다.

다락방 2016-06-24 09:37   좋아요 0 | URL
오, 추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 절판.. 이네요. 음... 이렇다고 가만있을 제가 또 아니지요. 그래서 저는 출판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니가 좀 어떻게 해봐라, 재출간 진행해다오, 요구해놨습니다. 으하하하핫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ㅜㅜ

2016-06-24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7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