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가 다섯]에서 소유진은 안재욱에게 이별을 말했다. 헤어지자고 했다. 아니, 어제였나 그제였나. 어쨌든 헤어지자고 했다. 안재욱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안재욱의 가족들-어머님과 장모님-이 소유진을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 계속 연애를 하는 것이 안재욱을 힘들게 할 거라는 게 이유였다. 각자의 아이들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결혼을 하게되면 아이가 다섯이나 생기게 되니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거라며 어떻게 '이혼녀'에 '아이가 셋이나 딸린' 여자랑 결혼하려는 거냐고 안재욱의 어머님은 아들에게 헤어지라 말하고, 장모는 장모대로 소유진을 찾아가서 해코지를 했던 터다.  안재욱 역시 혼자이며 아이가 둘이나 딸린 남자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안재욱의 아이들을 잘 살펴줄 다른 여자가 그들에겐 필요했던 거다. 자신의 아이들은 없는, 그러나 안재욱의 아이들은 잘 돌보아줄 여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랑 연애를 지속시켜나가고 또 나랑 결혼을 하기로 선택함에 있어서, 그 남자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혹은 다른 식구들의 반대를 무릅써야 한다면, 나 역시 소유진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당신과 내가 함께하는 게 서로 함께 행복하자고 결정한 일인데, 그 행복하려고 하는 과정들 속에서 게속 힘들어야 하고 싸워야 한다면, 그렇다면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질테니까. 그래, 그냥 내가 물러나자. 그 사람의 가족에게 환영받는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도록, 그냥 내가 뒤를 돌아 가자, 라고 나 역시 생각할 것이다. 이건 뭐 슬픈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 편이 그에게도 나을 것이며 나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함께 살고자 하는 여자가 이왕이면 식구들한테 환영받는 여자라면 더 좋을테니까.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나 역시 반대를 무릅쓰며 선택해야 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소유진의 선택을 이해한다. 정말 잊을 수 없을거라고, 너무나 고마운 시간을 선물해준 좋은 연애인이었지만, 결국은 '우리 헤어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소유진을, 나는 이해한다. 나였어도 다르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나였어도 헤어지자고 말했을 것이고, 나였어도 울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재욱이 소유진에게 말한다. 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나와 의논하지 않고 너 혼자 고통받고 너 혼자 결정하냐, 나는 너에게 뭐냐, 나는 지금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나를 좀 기다려주면 안되겠냐, 나랑 상의 좀 하자, 고.



크- 좋구먼. 좋다. 역시 연애를 하려면 이런 남자랑 하는 게 진리구나. 나 혼자 고민하고 절망하며 고통속에 빠져있을 때, 그래서 나 혼자 방법을 찾고 결정을 내렸을 때, 그 방법이 반드시 최선이 되리란 보장도 없고 좋은 방법이란 보장도 없다. 내 딴에는 최선이라고 내린 결정이며 또 해결방법이라 해도, 다른 사람과 의논했을 때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나는, 그걸 몰랐다. 아니, 그러니까, 소유진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다. 내가 지금 내 감정에 빠져있는데, '이럴 때 둘이 의논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 라고까지는 잘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그보다는 '어느 게 그를 위한 걸까' 하고는 내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그를 위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 그를 위하는 것일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때로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더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 있는 것.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둘이 함께 고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 조차도 깨닫지 못한 것을, 그러니까 소유진이 되어 혼자 고민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조할 때, '아, 함께 의논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나 역시 소유진이 되었으므로 몰랐다. 그런데 안재욱이 그렇게 말해주어 고마웠다. 그런 남자의 손이라면 잡고서 함께 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안재욱이 같이 의논하자고 말할 때, 몇달 전에 읽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의 이 부분이 생각났다.



시오리코 씨가 돌아보며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산너머에 있는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듯이.

"무서웠어요 ‥‥‥. 나도 언젠가 어머니처럼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 당신을 홀로 남겨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답을 미루기만 했어요 ‥‥‥."

"네? 왜 날 두고 떠난다는 겁니까?"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일로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데리고 떠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있다.

"네? 다이스케 군도 알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10년 전에 홀연히 떠난 뒤로 얼마 전까지 연락조차  ‥‥‥."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이토록 멍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봤다.

내 말이 그렇게 이상했나? 아니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건가?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시오리코 씨가 쫓고 싶을 만큼 재밌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분명 재밌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어디 있어도 어차피 고서점을 할 거잖아요. 그럼 일손이 필요할 테고, 나도 공부가 되니가 좋고. ‥‥‥ 그럼 안 됩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걱정이 됐다.

"아, 뭐,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놈하고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 꼭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시오리카 싫지 않으면  ‥‥‥."

순간 시오리코 씨는 지팡이를 짚지 않은 쪽 손을 나에게 뻗었다. 그녀의 손이 내 앞치마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싫기는요  ‥‥‥. 그럴 리 없잖아요  ‥‥‥." (p.302-304)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엄마를 닮아, 자신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게 될까봐 시오리코씨는 늘 두려웠다. 그것이 걱정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버리면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는지, 남겨진 자였던 시오리코씨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래서 다이스케 군을 좋아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불쑥, 자신이 떠나게 되진 않을까, 그를 남겨두고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만약 그녀가 이런 걱정을 끝내 다이스케 군에게 말하지 못했다면, 그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국 그리워만 하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불안과 걱정을 다이스케 군에게 말했고, 다이스케 군은 '나를 떠나지 말아요' 라든가 '안떠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대신,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라고 한다. 

아...


진짜 저 부분을 읽을 때 놀랐다. 저런 방법이 있다고는 내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같이 갈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시오리코 씨도 몰랐고. 그래서 울컥했다. 한 사람이 한 두개의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역시 자신만의 문제 해결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그 방법들을 얘기하다보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로 결론지어져서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면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고 둘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보다 둘이 낫다. 내가 혼자라면 그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뿐이겠지만, 내가 만약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면, 문제 해결을 둘이 함께 하는 게 온당하다. 또한 그 편이 더 행복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나 혼자 문제에 직면하고 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하지 않아야 더 좋을 것이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시리즈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다.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 라고. 우리가 둘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문제는 결국 내 문제가 되어 함께 의논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제부터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너무 사랑을 하고 있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알고있겠지, 케이트, 당신의 문제는 내 문제이기도 한 거야.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어 줄게."(엘리자베스 게이지, 터부, 하권, p.286)




둘이면 정말 좋구나. 


멋지다, 안재욱, 화이팅! 




토요일에 아이가 다섯을 볼 때는 여동생네 가족도 함께였는데, 함께 술을 마시다가 내가 '아 안재욱 너무 좋아' 했더니 남동생이 '큰누나가 좋아할 스타일이지' 했다. 내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큰누나는 골프선수 싫어해. 저런 스타일 딱 싫어하지.' 라며 덧붙였다. '안재욱처럼 조곤조곤하고 예의바른 스타일 좋아하고 골프선수처럼 저렇게 막 제멋대로 하고 예의없는 스타일 싫어해' 라고. 내가 너 나를 진짜 잘아는구나 하고 깔깔대자 남동생은 한마디를 더했다.



"그러면서 사귀는 건 골프선수 사귀지. 자기보다 어린 골프선수."



야! 그런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고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아.........





어제 엄마랑 길을 걷는데 엄마가 내 엉덩이를 톡톡 쳤다. 그러면서 '이거 성희롱인가?'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엄마가 내 엉덩이를 쳤을 때 내가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엄마한테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성희롱이 아니지' 라고. 그러자 엄마가 '그래? 그러면 더 쳐줄게' 하시더니 내 엉덩이를 더 쳐주셨다. 



아이가 다섯에서 안재욱의 엄마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소유진에게 '그게 무슨 인생의 낭비냐'고 했는데, 이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건,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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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5-3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비하는 것일까요.... ㅜ 안재욱 캐릭터 멋지네요. 드라마 보지는 않으나, 꽤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6-05-30 09:14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멋있어요. 성숙한 연애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소유진 캐릭터도 참 좋거든요. 여자가 괜찮고 남자가 괜찮은데 이 둘이 연애를 하니 좋은 연애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힛.

낭비..아닐 거에요. 그쵸?

무해한모리군 2016-05-3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둑질빼고는 다 해보는게 좋은거 아니었습니까 ^^ 전 연애는 늘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점이 늘 있는거 같습니다.

다락방 2016-05-30 12:12   좋아요 1 | URL
저도 경험해볼 수 있는 건 다 경험해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에서든 분명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고요. 연애는 해볼만한 것중에 으뜸이지요. 저 역시 지난 연애들에서 분명 배운 게 있었고 계속 성장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애의 완성이 결혼이다 라는 전제를 가진 극중 안재욱 어머님에게는 결혼생각 없는 연애가 시간 낭비일지 모르겠지만, 연애 그 자체에서 오는 행복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애를 좋아합니다!

레와 2016-05-3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호)





다락방 2016-06-01 08:48   좋아요 1 | URL
네, 낭비가 아닐 거에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낭비일 리 없어요. 그쵸?

syo 2017-05-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블리아 5권 읽었어요. 저는 남자라 그런가, 저 대목에 들어서는 순간, 같이 가면 될텐데 왜 걱정이지? 가자고 하면 무조건 같이 갈텐데? 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다이스케도 바로 같이 가자고 했고, 전 오히려 같이 가는 걸 생각도 못한 시오리코가 이상하더라구요. 역시 남자라 남주에 감정이입하게 되나 봐요.

그나저나 이 시리즈 재미있네요... 5권 읽느라 하루를 거의 통째로 날렸어요.

다락방 2017-05-26 08:57   좋아요 1 | URL
쇼님, 이 책 읽고 있군요!

일단, 쇼님이 남자라서 남주와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남주도 그리고 쇼님도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거예요. 그러니까 남자든 여자든, 저럴 때 ‘같이 가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떻게 같이 가자고 하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 거죠. 저는 후자의 경우이고요.

저는 대체적으로 문제 해결은 제가 혼자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늘 그렇게 살아왔어요. 또한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만큼, 다른 사람의 선도 지켜주고 싶어하고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렇게 해서 저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면 안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같이가자‘는 말을 죽었다깨도 입밖에 낼 수 없는 사람인 거예요. 저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제 여자친구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맞다, 이해한다, 나도 그렇다‘고 하는 반면에, 또 많은 여자사람들은, ‘할 때까지 해봐야 한다‘, ‘같이가자는 말이라도 꼭 해봐야 한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해요. 이건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차이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 방금도 말했듯이, 혼자 해결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걸 차단해버리곤 했죠. 그게 아쉬운데, 사람이 ... 잘 안변하더라고요. 제 성격을 좀 고치고 싶은데 말예요... 하아-


근데 이 뒷시리즈 나왔나요? 제가 5권까지 읽고 그 다음을 못읽었는데요???

syo 2017-05-26 09:18   좋아요 0 | URL
문제해결방법 차이로 읽어내는 다락방님의 시선이 참 의미있는 것 같아요. 전 연애소설(?) 이런 데 참 약해서 기껏해야 주인공의 자리에 나를 한번 대입해보고 나라면 이럴까? 하고 넘어가는 게 고작인데요...

그렇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 두 주인공의 케이스는 문제 해결을 혼자 하나 함께 하나의 차이라기보다는 이것이 여주 혼자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둘의 문제인가- 하는 인식 차이인 것 같아요. 시오리코는 이것을 자기 자신만의 문제로 보니까 다이스케와 같은 방법을 생각조차 못하는 것 아닐까요? 생각은 했지만 미안해서 내가 어떻게- 뭐 이런게 아니라 아예 몰랐다는 리액션이니까요. 다이스케는 둘의 문제로 보니까 저런 대답을 내놓는 게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혼자만의 문제인가?˝와 ˝혼자 해결할 문제인가?˝는 거의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명제인데, 연인간에 이 비슷한 문제를 놓고 다툴 때 보면, 두 명제를 구분없이 쓰다보니 서로의 말이 겉도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아요.

6권을 지금 읽었어요. 작가 말로는 7권 내지 8권 정도에서 시리즈가 마무리 될 것 같답니다. 재밌었는데...

다락방 2017-05-26 09: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쇼님. 이것을 저는 ‘혼자만의‘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나의 문제‘요. 그러니 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한거죠. 음..어쩌면 상대가 나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나와 함께할 생각 혹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해요. 이를테면, 저 둘의 관계에서도 ‘우린 앞으로 계속 함께할 사이‘라는 게 명확하게 규정되어져 있었으면, ‘그런데 나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그렇게 의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거죠. 제가 ‘내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저 역시 상대로부터 확신을 얻지 못해서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남주는 둘의 문제라 생각했고 여주는 자기 문제라고 본거죠.


근데 여자주인공 너무 천재라서...좀 현실성 떨어지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어떤 책 몇 년도, 어느 판본 이런 거 다 외우고 다니고 그런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천재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랑 너무 다르고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05-26 09:37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6권을 덮었는데, 어제 읽은 2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납니다ㅋㅋㅋ붕신같다ㅠ
.

다락방 2017-05-26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아주 굵직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가슴이 크고 책에 대한 기억력이 남다르며 엄마랑 사이가 안좋고.... 그냥 이게 전부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기억력은 고작 이정도..

아, 시계태엽오렌지 나왔던 거 생각나고.... 에...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syo 2017-05-26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아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연상, 안경, 때묻지 않음, 그리고 왕가슴> 이라는 덕후들의 어두운 욕망을 겨냥한 저자의 저 영악함을 잊지 않을 겁니다.

독서만담 보니까, 저 여주 피규어도 있다더라구요.

다락방 2017-05-26 09:5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SNS 에서 피규어 본 기억 있어요. 그런데 몸통 다 있는 게 아니라 상체만 있는 걸 봐서 뭔가 뜨아!! 했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렇게 상체만 뚝 잘라 만들어놨지? 하고 말예요. 아하하하하. 저는 피규어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봐요.

이 책은 뭐랄까, 소품 같은 작품이죠. 읽는 재미가 소소하게 있어요. 막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막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소소한 재미를 주는 책이에요. 후훗.

역시 같은 책을 읽는다는 건 넘나 좋은 일이네요, 쇼님.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

syo 2017-05-26 10:07   좋아요 0 | URL
전 왠지 알 것 같아요. 저 상체..... 여주는 항상 스커트 입는데 그럼 다리가 안나오고, 치렁치렁한 스커트 입혀놓으면 가슴도 강조가 안되고..... 망할 놈의 자본주의.

읽은 책에 딱 등록하는데, 바로 밑에 다락방님의 글이 보였어요. 재밌겠다 싶어서 눌렀는데, 사실 제가 이 책 다섯권을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걸 딱 한 번 했는데ㅋㅋㅋㅋ바로 그 대목이 있길래 신나서 써 봤어요.

재미있는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아니다, 그냥 금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추앙받는 이유경 작가님의 <잘 지내나요?>를 참고할까봐요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7-05-26 10:16   좋아요 0 | URL
쇼님, 혹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읽었어요?
내가 쓴 글, 내가 링크하는 거 겁나 뻘쭘하지만, 이 글 읽어봐요. 어쩐지 쇼님이 좋아할 것 같아요. 오래전의 글이라서 좀 유치하지만요... (수줍)

http://blog.aladin.co.kr/fallen77/3451562

syo 2017-05-26 10:33   좋아요 0 | URL
물론 다락방님의 이 글 좋아하죠 ㅎㅎㅎ 새벽 세시, 도 읽었구요.
지금은 제가 페이퍼를 지워서 흔적을 찾을 수 없고 기억도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우리 작년에도 이 책 이야기 한 적 있었어요. 그게 아마 제가 페이퍼에 줌파 라히리 책 이야기를 짧게 썼고, 다락방님이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셨고, 제가 <섹시>라고 했고, 다락방님도 좋아하신다며 이어지는 댓글에서 새벽 세 시 이야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ㅎㅎㅎ 쓰신 저 글도 그때 처음 읽었구요. 또 봐도 어쩐지 뭉클하구요. 그렇구요.

다락방 2017-05-26 10:3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쇼님은 이미 읽으셨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봤는데, 우리가 이야기도 나눴었군요! 크- 기억나요, 기억나. 섹시!! 제가 좋아해요, 섹시! 그 단편 너무 좋죠. 크-

아 쇼님 너무 좋다. 줌파 라히리와 새벽 세시를 즐거이 읽는 사람이라니...쇼님 멋져요! ㅠㅠ (전 그런 남자는 현실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전 뭐 찾아볼 게 있어서 새벽 세시 오늘 또 들춰보고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레오 막 너무 좋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레오 닮은 남자를 사랑했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막 거시기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생은 뭘까... 막 이런 생각도 들고....하아-

syo 2017-05-26 10:50   좋아요 0 | URL
그때도 다락방님이 그 책 진짜 애정하신다는 게 팍팍 느껴졌었어요. 뭔가 글만 읽는데도 반짝반짝하는 눈빛이 느껴졌달까요? 아니다 거의 번쩐번쩍 수준이었어요ㅋㅋㅋㅋ 아쉽게도 저는 그 책 읽은지 넘나 오래되서 구도밖에 기억이 안나는 상황이었고.....

댓글과 리뷰가 이렇게 일치하는 분이라니ㅋㅋㅋ그래서 제가 다락방님 글 좋아하나봐요.

그나저나 이로써 오늘 읽을 책은 결정이 된 셈이네요ㅎ

다락방 2017-05-26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오프라인도 온라인과 일치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이란 게 참 신기해서요,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요. 처음 읽을 때 꽂혔던 부분과 두번째 읽을 때 꽂히는 부분이 다르더라고요. 시간이 흐르고 내가 더 나이 들어서 그 책을 다시 읽으면, 또 전혀 새로운 부분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되고요. 그래서 책이 좋은 것 같아요, 쇼님.
물론 이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도 만드는 아주 소중한 매개에기도 하고요. 역시 책읽기는 셰속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히힛.

아, 오랜만에 댓글 놀이 넘나 재미있고 즐거워요. 쇼님 덕분에 알라딘에서 노는 게 오늘 참 좋으네요.
:)

syo 2017-05-26 14:09   좋아요 0 | URL
저도 다락방님과의 대화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말씀대로 진짜 오프라인에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는 느낌이구요 ㅎ

덕분에 저도 재밌는 시간이었고 또 새벽 세 시도 다시 한번 읽었어요. 이 책은 서른 넘어서 읽어야 되는군요. 대학생 때는 읽은 게 아니었네요. 그때도 지금처럼 읽는 중이나 읽고나서 뭔가 두근꽁냥울컥하는 기분이긴 했었지만...

다락방 2017-05-26 17:06   좋아요 0 | URL
저 새벽 세시 처음부터 넘겨보고 있는데요, 우연은 필연으로 가는 과정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메일을 잘못 보내는 것도 그렇지만, 왜 한참 후에 다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게 됐는지, 그리고 왜 또다시 메일을 잘못 보내게 된건지.... 이 모든 게 이들이 만나야 할 운명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하게 된거죠.

쇼님은 어때요? 운명을 믿나요? 우연이 필연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이건 지나친 과장인걸까요?

다락방 2017-05-26 19:18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요! 완전 좋았는걸요! 다만 제가 지금 지하철안이라 스맛폰으로 댓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있어봐요! 맥북을 열게 되면 다다다닥 할테니까요!!

syo 2017-05-26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필요한 순간에, 그러니까 믿고 싶은 순간에는 믿어요. 그리고 제가 겪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운명이라는 걸 믿는 것이 저한테는 더 나은 선택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레오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친구인 저한테 찾아와서 쏘주 한잔 하면서 울며 불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레오한테 이거 운명 같은 거 아니라고 해 줄 거 같아요. 네 선택은 지금 아무것도 거스르는 것이 아니고, 또 에미한테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꿔먹는다 해도 그 선택 역시 아무것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고요.

반면에 만약 제가 레오라면(물론 제가 레오면 에미가 저한테 빠지진 않았겠지만), 그러니까 떠나느냐 마느냐의 선택의 기로에 선 레오였다면, 저는 최초의 모든 우연들 뿐만 아니라 사소한 사건들부터 헤어진 전 여자나 에미의 남편 가족까지 그 모든 것이 다 운명의 증거였다고 믿을려구요. 그 작은 우연들이 겹쳐 우리가 만났어, 이건 운명이야, 당신의 남편과 아이들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 우리는 기필코 운명이야. 뭐 이런 식이랄까요. 전 소심이라, 그런 믿음이라도 있어야 최대한 흔들리지 않고 에미한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다락방님이 이걸 운명이라고 보셨다면, 다락방님도 저처럼 그 둘이 만나기를 바라시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실제로 운명인지 아닌지도 중요하겠지만, 운명의 손을 빌려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그 감정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근데 이 사람들, 서로 운명이라는 말은 한번도 주고 받은 적이 없었죠? 그들이 나눈 대화의 수위를 보면 충분히 나왔음직한 흔한 주제였을 수 있는데. 이러이러하니 우린 운명이야, 이거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법일까요??

다락방 2017-05-26 17:59   좋아요 0 | URL
음,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법은 아닐것 같아요. destiny 란 단어가 분명 존재하니깐요.

오래전에 영화 [스틸 브리딩]을 봤었는데요, 여기에서 남자가 여자앞에 나타나서 끈질기게 ‘내가 너의 운명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여자는 ‘뭐 이런 놈이 다있나‘ 하지만, 나중엔 둘이 연인이 돼요. 정말 운명이었는가 보다, 뭐 이렇게 되는거죠. 그렇지만 만약 남자가 ‘어차피 그여자랑 나랑 운명이니 가만 있어도 되겠지‘ 라고 했다면 과연 그들이 이어졌을까...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어요. 정해진 상대가 있는 게 운명이라면, 나는 가만 있어도 그와 맺어지는 걸까요? 그래서 저는 운명을 믿는데, 동시에 자기 안의 힘도 믿어요. 아직 그와 내가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의 옆에 있고 싶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면, 내 삶의 방향이 그쪽으로 설정이 되잖아요. 그렇게 결국은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고 다가서고..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그 후에 그를 만나게 됐고 또 함께하게 됐다면, ‘아 우린 운명이였어‘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거죠. 음, 그렇다면 이건 내 노력이 더 들어간걸까요?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안되는 사이란 게 있잖아요? 결국 헤어지는 사이요. 내가 그를 원하는 마음이 아주 간절해도 헤어지게 되는 그런 사이....


저는 레오와 에미가 만나기를 원하기도했고 한편 만나지 않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만난다면, 그 다음 수순은 정해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불같은 사랑을 하고 그러다 헤어지게 되는 보통의 연인..그렇지만 만나지 않는다면, 너무나 특별한, 그리고 언제나 거기에 있는 사람, 이런 관계..가 되는 거니까요. 물론, 어쩌면 그 관계조차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고요.

이 사람들, 자기들끼리는 운명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들은 ‘운명인가봐!‘하기 전에, 서서히 빠져들어간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이 모든 것들도 다 운명이겠죠?

syo 2017-05-26 18:25   좋아요 0 | URL
말장난 같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왼손잡이고 어쩐지 왼손으로 코를 파고 싶은데,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정해진 것만 같아서 오히려 오른손으로 코를 사악 파고는, 이것봐 정해진 건 없어, 나는 내가 원하는 손으로 코를 팔 수 있다고, 하며 의기양양해 하자 저 높은 곳에 계신 분 씨익 웃으면서, 그것까지 다 정해놨었지- 하는.

어차피 쟤랑 운명이니까 가만 있어도 되겠지, 하다가 망하고 나서 아 젠장, 하느님 운명인데 왜 망한거죠? 그러자 하느님이 걔랑은 가만 있다가 망할 운명이었어- 하는 그런거요. 이 개똥같은 이야기가 결국 ˝모든 건 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말과 ˝정해진 운명이라는 건 없다˝는 말이 딱 만나는 지점이잖아요? 그러니까 쉽지 않지만 항상 최선을 다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면 같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데 운명을 쓰는 거라고 믿지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저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고, 계속 이상적인 모습의 상대방을 각자 머릿속에만 유지한 채 메일 주고 받기를 평생 이어나가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채 1년도 되지 않아 서로 만나고 싶어 죽을려고 하는데. 설사 그렇게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하더라도, 메일 대화만으로도 끝내는 조금씩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그녀] 보셨어요? 저는 디게 재밌게 봤는데, 그 영화와 이 책, 어쩐지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2017-05-26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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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5-26 19:20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요! 완전 좋았는걸요! 다만 제가 지금 지하철안이라 스맛폰으로 댓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있어봐요! 맥북을 열게 되면 다다다닥 할테니까요!!

2017-05-29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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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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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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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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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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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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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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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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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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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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